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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순화 운동/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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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긍정론
2.1. 경제성을 확보
2.1.1. 입말 우선2.1.2. 쉬운 단어 다시 찾기
2.2. 표준어 규범에 맞는 언어 생활
2.2.1. 어려운 말을 남용하는 문제2.2.2. 번역체로 문장이 뒤틀린다2.2.3. 뒤틀린 문장을 풀어줄 최선의 지침서
2.3.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
3. 부정론
3.1. 방향성 저어와 전무한 일관성
3.1.1. 학술용어 순화운동과 학계와의 괴리
3.2. 탁상공론 성향
3.2.1. 과학·기술용어에 대한 잘못된 순화어3.2.2. 적을 만들고 색출하는 언어순화 운동3.2.3. 언어의 사회성과 사회적 합의 무시

1. 개요

언어 순화 운동에 대한 논쟁을 정리한 문서.

2. 긍정론

2.1. 경제성을 확보

언어 순화운동은 언어의 경제성을 위해서 듣고 읽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말을 하고자 한다. 이런 취지와 방식은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고, 대부분이 수긍한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국뽕을 반대한다는 담론에 미쳐서 그런지 언어순화를 언어에 대한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라며 덮어놓고 까고보는 사람이 많다. 물론 언어 순화에는 외래어보단 한국어를 쓰자는 취지도 있지만 언어 순화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결국 언어의 경제성을 얼마나 올려주느냐이다.

부정적이라고 지적되는 것조차 대부분 외래 신조어를 번역할 때가 다수이고, 순화 운동의 다른 분야, 그러니까 뒤틀린 문장을 교정하거나 오래되어 이젠 안 쓰는 단어를 버리는 것, 입말을 우선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드물다.

2.1.1. 입말 우선

입말을 우선한다. 언어순화 운동의 갈래 중에 제일 무난한 갈래인데 "할 수 있는 한 많은 문장을 전부 입에서 나온 말로 쓰자."라 할 수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입으로 읽었을 때 잘 읽히면 문장의 의미 또한 쉽게 와 닿는다.

2.1.2. 쉬운 단어 다시 찾기

딱히 입말 뿐 아니라, 더 직관적이고 쉬운 말을 우선하기 때문에, 한자어와 외래어를 남용하지 않을 수 있고, 훨씬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글을 다듬을 수 있다.

일본식 한자어나 영어(혹은 기타 서양) 단어가 무분별하게 쓰이면서 잘 쓰이던 한국어 단어가 오히려 묻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한국말에 있는 단어는 서양/한자어로 쓰지 말고 빼자는 것. 선착장→ 나루/나루터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딱히 부정하는 쪽도 적다.

더불어 외계어신조어의 범람으로 정작 알기 쉬운 우리말이 사라지는 현상도 있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언어순화 운동은 높은 가치가 있다.

이런 운동은 설레발 등의 순 우리말 표현이 다시 쓰여 생명을 얻은 걸 생각하면 편하다. 또한 잊힌 말을 다시 찾는 건 우리말의 좋은 연구자료가 된다.

2.2. 표준어 규범에 맞는 언어 생활

2.2.1. 어려운 말을 남용하는 문제

사람들 사이에서는 쉬운 말을 내버려두고 더 어려운 한자어나 영어를 과도하게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있어보이는’ 단어를 선택하기 때문인데, 이게 과도하면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대체어가 있어도 일부러 외국어나 외국 문법, 어려운 한자어를 적용하는 글을 줄이자는 등 언어순화 운동도 수준과 방식이 다양하다.

너무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는 언어와 문장을 어렵고 문법에 어긋나게 만든다. 언어 순화 운동은 단순히 외래어를 번역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다듬는데 참고할 규범도 만들어준다. 특히 한국어 문장에서 제일 중요한 서술부를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다듬는데 도움이 된다. 서술어 부분은 번역체나 너무 어려운 한자어를 쓰면 쉽게 가독성이 망가지는 부분이다. 대중적이면서 간단한 형태인 순우리말 용언이나 쉬운 한자어, 외래어를 제시하고 있어서 참고하면 좋다.

2.2.2. 번역체로 문장이 뒤틀린다

저급한 번역을 하다보면 문장이 엉망진창이 되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너무 많은 피동형 때문에 주어를 찾기 힘든 문제와 일본어에서만 쓰는 한자를 그대로 쓰기 위해 국어 문법을 무너뜨리는 등의 문법 파괴가 있다.

다른 나라 말과 융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저성능 번역기로 대강 번역한 문장에 가까워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대량으로 수입된 영문학이나 학술, 교양 서적 등을 원가 절감을 위해 외국어 번역을 중역해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원어의 문법과 중역된 전문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고찰 없이 그대로 번역하는 번역체가 교수나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고, 위의 일본 중역 번역체 문장은 문제점으로 지적당하고 있기라도 하지만 이쪽은 대놓고 교육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더욱 심각하다.

다만 일부 미국 유학으로 미국대학 학위 소지자들이 교수직을 얻거나 학술활동을 하면서, 21세기 들어서는 일본식 표현이나 중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중역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난해한 일본식 한자 번역어는 영어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식으로 많이 교체되었다.[1] 이는 기존 중역이나 일본식 한자어의 문제점을 일부분 해결해줬다. 다만 반대급부로 과도한 영어 사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추세다.

2.2.3. 뒤틀린 문장을 풀어줄 최선의 지침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만 골라 쓰고 "너희가 무식해서 모르는 거지."라 주장하는 일이 많다. 비단 한자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자어를 쓴 것이라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전문성을 드러내려고 가독성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것이다.'

배경을 알아야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고전 한문이나 일본식 한자어를 남용했던 때가 있었고 당시 지식인들부터 시작해서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은 한자를 그대로 적었다. 조사 빼고 대부분의 단어를 다 한자, 그것도 한문으로 적었고 지식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걸 당연시했다. 당시 책들이나 신문을 보면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심지어 순 한글로만 글을 적으면 무식하다는 편견이 만연했다.

용언을 쓸 때 ‘세다’, ‘여리다’처럼 멀쩡히 남아있는 순 한국 단어를 빼고 굳이 강하다, 약하다 등으로 (한문)+’~하다’를 써붙이는 것은 예사다. 뜻이 맞는 순우리말을 내팽개치고 ‘있어 보이려고’ 굳이 어려운 말을 쓴다면 글을 간결하게 만들 수 없다.

많은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 특히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문서에 한자나 외국어를 필요 이상으로 써버려 말하려는 바가 흐려지기도 한다. 이를 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논점을 흐지부지 넘지려는 시도 역시 많다. 이러한 활용 때문에 언어 순화 운동의 표적이 된다. '문자의 벽'이라 하면 적절하겠다. 평생 쓰거나 듣지 않을 듣도 보도 못한 한자를 이용해 문제의 본질을 살짝 넘기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 '정치적인 활용' 때문에 '쓸데없는 외래어(혹은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한자)를 사용하지 말자'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언어순화 운동을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우리말 사용을 늘리면서 한자식 표현을 줄이자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말 사용을 주장하는 인물 중 이오덕이 대표적이다.

그는 쓸데없는 한자식 표현, 중복되는 표현 등을 없애자 했지 "한자를 없애자."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진 않았다. 이오덕의 글을 읽어보면 이미 외래어의 경우에도 많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냥 놔두고, 모든 한자를 없애자거나 모든 수입 단어를 없애자 주장하지는 않는다.

2.3.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

교육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예로 '즐목문토기(櫛目紋土器)', '환상 석부(環狀 石斧)'보다 '빗살무늬 토기', '바퀴날 도끼'가 이해도 잘 되고 외우기도 쉽다. 고고학자 손보기는 이러한 너무 어려우면서 활용도가 낮은 한자식 고고학 용어를 순화해 고고학을 대중화하고 알아듣기 쉽게 기여한 바가 있다. 실제로 이 순화어들은 널리 쓰이고 있다.

3. 부정론

3.1. 방향성 저어와 전무한 일관성

3.1.1. 학술용어 순화운동과 학계와의 괴리

근대 이후 과학기술과 학문연구 에서 동양과 서양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적시적절하게 해석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난감한 상황이 매우 많다. 거기다 대고 굳이 할 수 있는 건 영문 발음을 그대로 음차해 적는 정도이다. 예컨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의 'release' 같은 경우, '배포판', '버전', '출시', '출하', '출하판', '판본' 등으로 번역의 일관성이 결여되니 리눅스 계열에서는 그냥 '릴리즈'[2]로 고정하여 사용한다. 또 그렇게 번역이 안 되면 음역하라는 것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이미 중국어와 일본어에서의 현지 언어 음역의 안 좋은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번역도 매한가지. 일본 학계는 화학·의학용어 등을 주관적으로 번역해 놓고 결국 국제포럼 같은 데선 다시 원래 용어를 불러오느라 머리를 싸매거나,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번역한 어휘를 사용하다가 이해가 안 된다는 외국 학자들의 불만 가득한 비판을 듣는다. 중국 학계의 음차 표기도 아예 원래 음가와는 뚜렷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음역의 메리트가 얼마 없다.

이 사례를 정 반대로 뒤집어서, 침술 같은 동아시아 학문이 서양에 도입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십중팔구 서양 국가에서도 번역은 무리라고 여겨 한국어 등을 로마자 등으로 음차해 표기하는데, 매번 일일이 괄호 쳐서 한자병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불평이 나온다. 어차피 영어로 읽기도 번역도 (제대로 된)음차 표기도 못 하는 한자어를 그렇게 원래 종주국과 뜻도 안 통하고 그렇게 억지로 음역한 대로 읽어도 호환 따윈 전혀 안 되는데 뭣하러 그 짓거리를 하냐는 식. 그러니까 중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호환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호환성은 내버려 실질적으로 원어를 알아채기 어렵다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무리하게 음역+병기를 시도하는 영어권은 글이 늘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생활회화가 아닌 학술/전문용어에서의 호환성은 상당히 중요하다.

영어권에서 그렇게 잘만 번역 음역 한다는 것들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유사한 문자 체계에 라틴어 유래 고급 어휘를 써서 호환이 잘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3] 로망스어군 번역은 아예 같은 뿌리에서 온 단어들을 목적언어의 철자와 정서법에 맞춰 바꾸는 작업이 과반을 차지하고, 프랑스어에서 독일어, 독일어에서 러시아어도 패턴화된 부분을 먼저 고치고 현지화 작업을 거치면 돼 굉장히 수월하다.[4] 한국어도 일본 또는 중국에서 들여온 어휘는 한자독음 그대로 읽기 때문에 번역이 쉽다. 반면에 서양의 언어와 동양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문자부터 어휘까지 극명하게 갈리는 다른 언어이다. 그걸 전문·학술 분야에서마저 호환성 부재와 갈라파고스화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감수하면서 지금까지 써왔던 단어와 원서를 하룻밤에 버려야 하냐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순우리말이 한국어의 보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지식과의 호환성을 포기함으로써 터져 나올 애로사항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자어를 대체하고 영어를 버리는 게 옳을지는 비판적으로 바라볼 문제다. 비중을 보면 오히려 이러한 전문용어나 학술용어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필리핀을 예로 들면 일상 생활에서 타갈로그어를 비롯한 여러 토착 언어가 있고, 스페인어에서 온 고급 어휘들을 사용하지만, 미국이 48년동안 필리핀을 지배했을 때의 유산도 많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영어를 쓰는 게 더 낫다 하여 극히 일부 학술·전문 분야는 영어를 쓴다.

현대 의학은 세계가 함께 연구하기 때문에 당연히 외래어로 된 의학 용어가 많다. 대부분 그리스어나 라틴어 유래가 많기 때문에 영어권 화자도 예외가 아니다.[5] 많은 의대에서는 이렇게 생활용어와는 괴리된 의학용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반 영어와 별개로 의학영어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친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의예과 과목에 독일어를 포함시킨 의대가 있을 정도. 하지만 이런 용어들은 90년대를 기점으로 거의 사장되었다. 물론 소수나마 아직 그 잔재가 남아 있긴 하지만 어느 곳보다 병원에서 종사하는 의료 및 의학계에서는 주로 병원에서 쓰는 도구 및 기구들을 외래어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고(예: 메스(수술용 칼) 등), 의학 용어 역시 대부분 외래어로 되어 있는 것이 전부라 언어 순화에 대한 반발도 심한 편이다. 사실 심한 정도가 아니라 저게 대체 무슨 짓이냐며 경멸하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몇몇 의대 중심으로 언어순화 운동이 일어난 덕분에 의대생들은 공부량이 늘어났다.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는 대부분 영어로 된 용어를 배우는데 의사 면허를 위해 국가고시를 칠 때는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들이 나오기 때문. 심지어 한자어 순화 운동 때문에 한 단어를 영어-한자어-순우리말 식으로 3번이나 외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의학도들에게도 쉽지 않은데 일반인이나 환자들에게는 더욱 더 이해하기도 어려운 의학용어 때문에 그게 무슨 뜻이냐며 의사에게 묻는 경우가 흔한 일.

문제는 의학/과학 대체용어를 만들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과연 이 언어들이 제대로 쓰일 수나 있을까? 'Wi-Fi', 'NFC' 같이 외래어로 쓰면 단번에 구별 가능한 단어인데 '근거리 무선망', '근거리 무선통신'처럼 어설픈 언어순화를 하면 오히려 더욱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사례가 많다. 안 그래도 정확한 정보교환이 생명인 의료계 같은 곳에서 이런 식으로 '언어순화'를 하면 대형사고가 날 것은 자명한 일. 순화 운동이 펼쳐지고 10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의료계 내부에서는 아직도 외국어 중심으로 사용한다.

현실적으로 학술용어를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려면 순우리말과 한자어를 같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자 이해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컴퓨터공학 쪽은 아주 끝판왕을 달린다. 컴퓨터 계열은 애초에 전문용어가 아니라 일상용어와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준의 어휘조차 영어 어휘를 발음대로 읽는 수준이다. 단적인 예로 부팅(Booting)이 있다. 여기서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서 코딩, 프로그래밍이나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따위를 배우고 논하기 시작하며[6] 각종 용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컴파일러와 IDE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와 그 문법 자체가 영어다. 애초에 처음 신입으로 들어가면 가장 놀라는 부분이 프로그래밍 실습 시에 사용하는 IDE가 100% 영문 인터페이스를 가진다는 것이다.

컴퓨터 계통 학문은 원래 전산용어 순화 운동의 선봉에 서던 존재들이었다. 저 문서는 학문 자체 언어보다는 일상회화 언어의 순화에 비중을 더 크게 두긴 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짜는데 쓰이는 언어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그 '표준'을 바꾸는 건 그 당시에도 불가능했다. 당연히 일상용어 위주로 순화했을 것이고, 학술적인 용도로서는 기록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산용어 순화 운동에 남아있는 용어들도 태반이 일상용어나 이에 근접한 것들이다.

이럴 거면 아예 100% 영어로만 하는 게 어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계통이 크게 차이나고 문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빠르게 의사소통해야 하는 구어체(특히 대학에서 진행되는 강의)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명사와 일부 동사를 영어로 쓰게 되는 것이며, 대학에서는 이러한 용어는 영어를 쓰되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하는 한영혼용의 방식이 잘 정착되어 있다. 문어체로 가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수정,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100% 영어로 논문 등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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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탁상공론 성향

게다가 몇몇 언어순화 운동 내에서는 같은 한국어 발음 중에서도 되도록이면 예사소리를 사용해야 한다며 일개 음운에 규범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병맛나는 행위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아래는 예시.
  •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했던 것. 다만 이쪽은 예사소리냐 된소리냐의 문제라기보다 현행 중국어 표기법맞추려는 의도가 더 크다.
  • 효과의 발음을 '효과'는 맞고 '효꽈'는 틀리게 하여 발음을 어렵게 했다. (ㄱ,ㄷ,ㅂ)으로 발음되는 ㄱ(ㄲ,ㅋ,ㄳ,ㄺ), ㄷ(ㅅ,ㅆ,ㅈ,ㅊ,ㅌ), ㅂ(ㅍ,ㄼ,ㄿ,ㅄ) 뒤에 'ㄱ,ㄷ,ㅂ,ㅅ,ㅈ'이 올 때만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런 '예사소리화'는 특히 언어학계의 높으신 분들이 자주 주장하고 있는데, 그 근거는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자주 사용되면 사용될수록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의 3단 변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언어는 변하기 마련이라서 3단변화도 영원한 국어의 특징일 수는 없는 것이다. 순경음, 반치음 같은 옛말의 없어진 발음들을 붙들고 아쉬워해봐야 무의미하듯 자음의 3단변화도 마찬가지다.

언어순화 운동이 타파해야 할 경향으로 잡고 있는 외래 단어·문법, 된소리화 현상, 인터넷 신조어, 채팅언어 등은 국어의 발전선상에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불과하다. 국어원 또한 비슷한 이유로 '신조어 사전'도 펴내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이미 ;-)이나 LOL 같은 인터넷 신조어까지 사전에 등재하고 있다. 원래 영어가 신조어나 다른 나라 말을 받아들이는 데 관대하기는 하지만, 정반대로 여기에 대고 오염된 표현이라느니 국어파괴라느니 하는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언어의 발달을 가로막는 반동적인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어 순화 운동가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의 언어는 표준어맞춤법이 제정되던 1980년대의 국어의 풍경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3.2.1. 과학·기술용어에 대한 잘못된 순화어


추상적인 상위 개념으로 사용해야 할 용어들을 말단 기술에 할당해버려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근거리 무선망'이란 단어를 Wi-Fi에 할당해 버리는 바람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어떻게 순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7] 한철 지나갈 기술에 불과한 와이브로에 '휴대누리망'이라는 포괄적인 순화어를 할당해 버리는 바람에 3GLTE(4G), 5G 및 미래에 개발될 무선통신 기술명의 순화를 거의 불가능하게끔 틀어막아 버렸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현대자동차Y2 쏘나타를 'Car' 라고 번역하기로 했다면 쏘나타 2, 쏘나타 3, NF/EF/YF/LF/DN8 쏘나타는 더 이상 표현할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순화를 이런 식으로 하면 원칙이 없어서 기술 분야는 고사하고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할 수가 없다.

거기에 와이브로, 블루투스와 같은 고유명사들마저 고유명사인 줄 모르고 순화해버리는 짓도 저지르고 있다. 블루투스, 와이브로 등은 임의의 집단에서 만들어낸 단어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 자체로 하나의 '상표'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 이는 General Motors를 '일반자동차'로, 셸 정렬(Shell sort)을 '껍질 정렬'로 번역하는 셈이다.[8] 우리나라의 식품회사 오뚜기(Ottogi)를 과연 오뚝이의 영어명인 'roly-poly'로 번역할 수 있던가? 그나마 이렇게 순수주의와 닮은 예시가 그대로 외래어를 표기하기엔 비교적 곤란한 중국어 현지화인데,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중국어와 한자의 특징은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에 중국 예시는 별로 좋은 예시도 아니다.

오역에 가까운 순화어를 제시해서 도저히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트랜스지방→변이지방의 예가 그것으로, 유기화학에서의 '트랜스(trans-)'는 '시스(cis-)'에 대비되는 이성질체 구조를 의미하는 접두사이지, 뭐가 변이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른 것을 지칭하는 용어인줄 모르고 멋대로 이름을 가져와서 순화하는 경우도 있다. 와사비라는 명칭을 순화 시키기 위해 ‘고추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 일례. 순화 당시에는 둘이 동음이의어인 줄 알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 고추냉이와 와사비는 다른 식물이다. 덕분에 고추냉이라는 순화어가 성공하자 고추냉이였던 것에는 '참고추냉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재밌는 것은 그 참고추냉이의 학명이 pseudowasabi 즉 '가짜 와사비'라는 사실이다. 졸지에 와사비는 고추냉이가 되고 참고추냉이는 가짜 와사비가 되어버린 것.
이렇게 오역된 일부 용어들은 일상생활과 기술, 과학 부문에서는 아예 쓰이지 않는다.

3.2.2. 적을 만들고 색출하는 언어순화 운동

외계어 등의 예를 들어 언어순화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시적인 유행어일 뿐이며, 오히려 외계어는 언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신조어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단적인 예일 뿐이다.[9] 오히려 대한민국 언중의 이러한 자정능력과 지지도의 여부를 무시하고, 된소리나 외국어 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깔아뭉개려는 태도는 언어학에 대한 일종의 엘리트주의의 발로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1, 2년 사용된 신조어라고 해서 바로 사전에 올리자는 주장도 어이없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언어순화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신조어들 역시 근본적으로는 특정 집단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언어순화 운동을 진행하는 국립국어원은 자신들이 만든 말을 '올바른 말'이라고 홍보하고있다. 언어는 현재진행형이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3.2.3. 언어의 사회성과 사회적 합의 무시

대한민국 표준어의 정의는 교양있는 현대 서울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이며,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하여 언어순화를 주도하는 소수 인원이 임의로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표준어는 그 정의상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일반 대중이 쓰는 말 그 자체이기 때문에 표준어 등재 등을 결정 할 때는 당연하지만 이 정의에 따라 일반 대중이 쓰는 말을 표준어로 인정해야지 대한민국 국립국어원이라 하더라도 집단이 임의로 표준어를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이 인정받기 어렵다. 순화어를 별다른 근거 규정도 이론도 없이 기존에 일반 대중들이 쓰는 단어를 무시하고 '표준어'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1] 그렇지 않아도 영어식 표현이 더 의미 전달이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자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사용 가능해도 영어식 표현이 더 쉽게 다가오는데, 여기에 한자 교육 인기가 시들고 영어 교육 인기는 오르니 더더욱 한자 번역어 사용이 기피되고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향이 강화되고 있다.[2] 이마저도 '릴리스'와 같은 변형이 있다.[3]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공유하는 한자어가 많은 언어는 번역이 수월한 편이다. 국내에 일어 번역가가 왜 포화 상태인지 잘 생각해보자. 또한 생명과학처럼 일본의 영향력이 강한 학문의 용어는 번역하지 않고 한자 원문을 그대로 도입하는 등 한자문화권의 용어를 딱히 채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4]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명해진 '특수 군사 작전'('специальная военная операция', spetsialnaya voennaya operatsiya)이란 단어도 각각 독일어로 'spezielle militäroperation', 프랑스어로 'opération militaire spéciale'이라고 한다. 차용할 단어가 영어권에서 쓰인 적이 없다고 가정해도 결과물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 로망스어군에 속한 소수 언어들도 이렇게 명맥을 유지한다.[5] 미드/영드에서 영어권 주인공들도 의학 용어에 대해서는 speak English(관용적인 용례로 '쉽게 말해라'라는 의미이다.)라고 할 정도다.[6] 자료구조를 배우게 되면 큰 줄기인 스택, , 리스트, 그래프, 트리, , 해시부터 외래어가 난무한다.[7] 다만 기술적으로 "근거리 무선"은 두 기기간의 통신을 의미하는 NFC와는 거리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근거리 무선 통신"이라는 단어로 쓴다. 근본적인 문제는 와이파이 자체가 상표명이자 고유명사인데 다듬어야 하느냐는 아래의 사례들에 가깝다.[8] 셸 정렬은 해당 알고리즘 개발자인 도널드 셸(Donald Shell)의 이름을 딴 것이므로 억지로 번역할 수 없다.[9] 외계어의 유행시기는 거진 20년 전 얘기다. 유행이 끝난지도 15년이 넘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