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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순화 운동/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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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긍정론
2.1. 경제성을 확보
2.1.1. 입말 우선2.1.2. 쉬운 단어 다시 찾기
2.2. 표준어 규범에 맞는 언어 생활
2.2.1. 어려운 말을 남용하는 문제2.2.2. 번역체로 문장이 뒤틀린다2.2.3. 뒤틀린 문장을 풀어줄 최선의 지침서
2.3.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
3. 부정론
3.1. 방향성 저어와 전무한 일관성
3.1.1. 학술용어 순화운동과 학계와의 괴리3.1.2. 언어 순수주의와 기저에 깔린 정치적 접근3.1.3. 국립국어원의 일방적 프로파간다
3.2. 탁상공론 성향
3.2.1. 과학·기술용어에 대한 엉터리 순화어3.2.2. 적을 만들고 색출하는 언어순화 운동
3.3. 반지성주의
3.3.1. 고급어휘 몰이해3.3.2. 일본어 잔재설 남발과 학술적 근거 없는 순화3.3.3. 언어의 사회성과 사회적 합의 무시

1. 개요

언어 순화 운동에 대한 논쟁을 정리한 문서.

일본이나 심지어 언어순화를 자신들이 잘 한다고 거짓말하는[1] 북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도가 지나치면 국수주의나 자국우월주의의 일환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2] 일본어 잔재설에 기반하면서 정작 나오는 순화어는 일본 고유어와 구조적으로 가까워지는 경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2. 긍정론

2.1. 경제성을 확보

언어 순화운동은 언어의 경제성을 위해서 듣고 읽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말을 하고자 한다. 이런 취지와 방식은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고, 대부분이 수긍한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국뽕을 반대한다는 담론에 치우쳐서 그런지 언어순화를 언어에 대한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라며 덮어놓고 까고보는 사람이 많다. 물론 언어 순화에는 외래어보단 한국어를 쓰자는 취지도 있지만 언어 순화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결국 언어의 경제성을 얼마나 올려주느냐이다.

부정적이라고 지적되는 것조차 대부분 외래 신조어를 번역할 때가 다수이고, 순화 운동의 다른 분야, 그러니까 뒤틀린 문장을 교정하거나 오래되어 이젠 안 쓰는 단어를 버리는 것, 입말을 우선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드물다.

2.1.1. 입말 우선

입말을 우선한다. 언어순화 운동의 갈래 중에 제일 무난한 갈래인데 "할 수 있는 한 많은 문장을 전부 입에서 나온 말로 쓰자."라 할 수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입으로 읽었을 때 잘 읽히면 문장의 의미 또한 쉽게 와 닿는다.

2.1.2. 쉬운 단어 다시 찾기

딱히 입말 뿐 아니라, 더 직관적이고 쉬운 말을 우선하기 때문에, 한자어와 외래어를 남용하지 않을 수 있고, 훨씬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글을 다듬을 수 있다.

일본식 한자어나 영어(혹은 기타 서양) 단어가 무분별하게 쓰이면서 잘 쓰이던 한국어 단어가 오히려 묻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한국말에 있는 단어는 서양/한자어로 쓰지 말고 빼자는 것. 선착장→ 나루/나루터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딱히 부정하는 쪽도 적다.

더불어 외계어신조어의 범람으로 정작 알기 쉬운 우리말이 사라지는 현상도 있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언어순화 운동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운동은 설레발 등의 순 우리말 표현이 다시 쓰여 생명을 얻은 걸 생각하면 편하다. 또한 잊힌 말을 다시 찾는 건 우리말의 좋은 연구자료가 된다.

2.2. 표준어 규범에 맞는 언어 생활

2.2.1. 어려운 말을 남용하는 문제

사람들 사이에서는 쉬운 말을 내버려두고 더 어려운 한자어나 영어를 과도하게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있어보이는’ 단어를 선택하기 때문인데, 이게 과도하면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대체어가 있어도 일부러 외국어나 외국 문법, 어려운 한자어를 적용하는 글을 줄이자는 등 언어순화 운동도 수준과 방식이 다양하다.

너무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는 언어와 문장을 어렵고 문법에 어긋나게 만든다. 언어 순화 운동은 단순히 외래어를 번역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다듬는데 참고할 규범도 만들어준다. 특히 한국어 문장에서 제일 중요한 서술부를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다듬는데 도움이 된다. 서술어 부분은 번역체나 너무 어려운 한자어를 쓰면 쉽게 가독성이 망가지는 부분이다. 대중적이면서 간단한 형태인 순우리말 용언이나 쉬운 한자어, 외래어를 제시하고 있어서 참고하면 좋다.

2.2.2. 번역체로 문장이 뒤틀린다

저급한 번역을 하다보면 문장이 엉망진창이 되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너무 많은 피동형 때문에 주어를 찾기 힘든 문제와 일본어에서만 쓰는 한자를 그대로 쓰기 위해 국어 문법을 무너뜨리는 등의 문법 파괴가 있다.

다른 나라 말과 융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저성능 번역기로 대강 번역한 문장에 가까워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역사적으로는 지식인들이라고 할 만한 계보가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로부터 이어지다 보니 일본식 학술 용어나 문체나 일본어 문법이 그대로 수입되어 가독성을 해치는 문제가 존재한다. 보편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오덕체같은 것도 그런 식의 문장이다.

일본어의 영향뿐만 아니라 조기 영어 교육 열풍이 한국을 휩쓸면서 모국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영어를 가르치는 풍조가 심해져 제대로 된 국어 문법은 알지도 못하고 영어식 문법이나 표현으로 말하는 상황도 세대 단위로 벌어지는 중이라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져가고 있다. 국어의 '피동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어의 '수동태'를 알려 주니 바로 이해한다는 문제가 그 예다. [3]

대량으로 수입된 영문학이나 학술, 교양 서적 등을 원가 절감을 위해 일본어 번역을 중역해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원어의 문법과 중역된 전문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고찰 없이 그대로 번역하는 번역체가 교수나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고, 위의 일본 중역 번역체 문장은 문제점으로 지적당하고 있기라도 하지만 이쪽은 대놓고 교육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더욱 심각하다.

다만 20세기 말 경 일어난 영어교육 열풍과 대규모 미국 유학으로 미국대학 학위 소지자들이 교수직을 얻거나 학술활동을 하는데 이점을 얻으면서, 21세기 들어서는 일본식 표현이나 중역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중역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난해한 일본식 한자 번역어는 영어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식으로 많이 교체되었다.[4] 이는 기존 중역이나 일본식 한자어의 문제점을 일부분 해결해줬다. 다만 반대급부로 과도한 영어 사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추세다.

2.2.3. 뒤틀린 문장을 풀어줄 최선의 지침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만 골라 쓰고 "너희가 무식해서 모르는 거지."라 주장하는 일이 많다. 비단 한자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자어를 쓴 것이라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전문성을 드러내려고 가독성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것이다.'

배경을 알아야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고전 한문이나 일본식 한자어를 남용했던 때가 있었고 당시 지식인들부터 시작해서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은 한자를 그대로 적었다. 조사 빼고 대부분의 단어를 다 한자, 그것도 한문으로 적었고 지식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걸 당연시했다. 당시 책들이나 신문을 보면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심지어 순 한글로만 글을 적으면 무식하다는 편견이 만연했다.

용언을 쓸 때 ‘세다’, ‘여리다’처럼 멀쩡히 남아있는 순 한국 단어를 빼고 굳이 강하다, 약하다 등으로 (한문)+’~하다’를 써붙이는 것은 예사다.[5] 뜻이 맞는 순우리말을 내팽개치고 ‘있어 보이려고’ 굳이 어려운 말을 쓴다면 글을 간결하게 만들 수 없다.

많은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 특히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문서에 한자나 외국어를 필요 이상으로 써버려 말하려는 바가 흐려지기도 한다. 이를 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논점을 흐지부지 넘지려는 시도 역시 많다. 이러한 활용 때문에 언어 순화 운동의 표적이 된다. '문자의 벽'이라 하면 적절하겠다. 평생 쓰거나 듣지 않을 듣도 보도 못한 한자를 이용해 문제의 본질을 살짝 넘기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 '정치적인 활용' 때문에 '쓸데없는 외래어(혹은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한자)를 사용하지 말자'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언어순화 운동을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우리말 사용을 늘리면서 한자식 표현을 줄이자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말 사용을 주장하는 인물 중 이오덕이 대표적이다.

그는 쓸데없는 한자식 표현, 중복되는 표현 등을 없애자 했지 "한자를 없애자."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진 않았다. 이오덕의 글을 읽어보면 이미 외래어의 경우에도 많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냥 놔두고 오히려 '먹거리'같이 억지로 만들어낸 순화어가 오히려 우리 말을 망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국립국어원이 하는 짓 보면 기겁할지도 모른다. 결코 모든 한자를 없애자거나 모든 수입 단어를 없애자 주장하지는 않는다.

2.3.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

교육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예로 '즐목문토기(櫛目紋土器)', '환상 석부(環狀 石斧)'보다 '빗살무늬 토기', '바퀴날 도끼'가 이해도 잘 되고 외우기도 쉽다. 고고학자 손보기는 이러한 너무 어려우면서 활용도가 낮은 한자식 고고학 용어를 순화해 고고학을 대중화하고 알아듣기 쉽게 기여한 바가 있다. 실제로 이 순화어들은 널리 쓰이고 있다.

3. 부정론

3.1. 방향성 저어와 전무한 일관성

3.1.1. 학술용어 순화운동과 학계와의 괴리

근대 이후 과학기술과 학문연구 대부분은 서양에서 동양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적시적절하게 해석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난감한 상황이 매우 많다. 거기다 대고 굳이 할 수 있는 건 영문 발음을 그대로 음차해 적는 정도이다. 예컨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의 'release' 같은 경우, '배포판', '버전', '출시', '출하', '출하판', '판본' 등으로 번역의 일관성이 결여되니 리눅스 계열에서는 그냥 '릴리즈'[6]로 고정하여 사용한다. 또 그렇게 번역이 안 되면 음역하라는 것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이미 중국어와 일본어에서의 현지 언어 음역의 안 좋은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번역도 매한가지. 일본 학계는 화학·의학용어 등을 주관적으로 번역해 놓고 결국 국제포럼 같은 데선 다시 원래 용어를 불러오느라 머리를 싸매거나,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번역한 어휘를 사용하다가 이해가 안 된다는 외국 학자들의 불만 가득한 비판을 듣는다. 중국 학계의 음차 표기도 아예 원래 음가와는 뚜렷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음역의 메리트가 얼마 없다.

이 사례를 정 반대로 뒤집어서, 침술 같은 동아시아 학문이 서양에 도입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십중팔구 서양 국가에서도 번역은 무리라고 여겨 중국어 등을 로마자 등으로 음차해 표기하는데, 매번 일일이 괄호 쳐서 한자병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불평이 나온다. 어차피 영어로 읽기도 번역도 (제대로 된)음차 표기도 못 하는 한자어를 그렇게 원래 종주국과 뜻도 안 통하고 그렇게 억지로 음역한 대로 읽어도 호환 따윈 전혀 안 되는데 뭣하러 그 짓거리를 하냐는 식. 그러니까 중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호환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호환성은 내버려 실질적으로 원어를 알아채기 어렵다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무리하게 음역+병기를 시도하는 영어권은 글이 늘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생활회화가 아닌 학술/전문용어에서의 호환성은 상당히 중요하다.

영어권에서 그렇게 잘만 번역 음역 한다는 것들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유사한 문자 체계에 라틴어 유래 고급 어휘를 써서 호환이 잘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7] 로망스어군 번역은 아예 같은 뿌리에서 온 단어들을 목적언어의 철자와 정서법에 맞춰 바꾸는 작업이 과반을 차지하고, 프랑스어에서 독일어, 독일어에서 러시아어도 패턴화된 부분을 먼저 고치고 현지화 작업을 거치면 돼 굉장히 수월하다.[8] 한국어도 일본 또는 중국에서 들여온 어휘는 한자독음 그대로 읽기 때문에 번역이 쉽다. 반면에 서양의 언어와 동양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문자부터 어휘까지 극명하게 갈리는 다른 언어이다. 그걸 전문·학술 분야에서마저 호환성 부재와 갈라파고스화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감수하면서 지금까지 써왔던 단어와 원서를 하룻밤에 버려야 하냐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순우리말이 한국어의 보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지식과의 호환성을 포기함으로써 터져 나올 애로사항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자어를 대체하고 영어를 버리는 게 옳을지는 비판적으로 바라볼 문제다. 비중을 보면 오히려 이러한 전문용어나 학술용어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필리핀을 예로 들면 일상 생활에서 타갈로그어를 비롯한 여러 토착 언어가 있고, 스페인어에서 온 고급 어휘들을 사용하지만, 미국이 48년동안 필리핀을 지배했을 때의 유산도 많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영어를 쓰는 게 더 낫다 하여 학술·전문 분야는 과감하게 영어를 쓴다. 이처럼 애초부터 서양식 과학 기술의 발전에 한국이 후발주자로 시작한 한계를 인정하고, 호환성과 더 나은 학문 환경을 위해 순우리말을 관철하는 대신 원어 중시와 일관성 확립이라는 실용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의학은 한의학과는 달리 서양의 근대 의학을 그대로 전파받아 이어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외래어로 된 의학 용어가 많다. 대부분 그리스어나 라틴어 유래가 많기 때문에 천하의 영어권 화자도 예외가 아니다.[9] 많은 의대에서는 이렇게 생활용어와는 괴리된 의학용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반 영어와 별개로 의학영어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친다. 일본 의학의 상당 부분이 독일 의학계를 원류로 하고 있는 관계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전에는 독일어나 일본어에서 유래한 용어도 많았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의예과 과목에 독일어를 포함시킨 의대가 있을 정도. 하지만 이런 용어들은 90년대를 기점으로 거의 사장되었다. 물론 소수나마 아직 그 잔재가 남아 있긴 하지만 어느 곳보다 병원에서 종사하는 의료 및 의학계에서는 주로 병원에서 쓰는 도구 및 기구들을 외래어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고(예: 메스(수술용 칼) 등), 의학 용어 역시 대부분 외래어로 되어 있는 것이 전부라 언어 순화에 대한 반발도 심한 편이다. 사실 심한 정도가 아니라 저게 대체 무슨 짓이냐며 경멸하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몇몇 의대 중심으로 언어순화 운동이 일어난 덕분에 의대생들은 공부량이 늘어났다.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는 대부분 영어로 된 용어를 배우는데 의사 면허를 위해 국가고시를 칠 때는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들이 나오기 때문. 심지어 한자어 순화 운동 때문에 한 단어를 영어-한자어-순우리말 식으로 3번이나 외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의학도들에게도 쉽지 않은데 일반인이나 환자들에게는 더욱 더 이해하기도 어려운 의학용어 때문에 그게 무슨 뜻이냐며 의사에게 묻는 경우가 흔한 일.

문제는 위와 같이 주먹구구식 방식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언어순화 같은 방식으로는 납득할 만한 의학/과학 대체용어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위의 사례들처럼 어거지로 만든다면야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과연 이 언어들이 제대로 쓰일 수나 있을까? 'Wi-Fi', 'NFC' 같이 외래어로 쓰면 단번에 구별 가능한 단어인데 '근거리 무선망', '근거리 무선통신'처럼 어설픈 언어순화를 하면 오히려 더욱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사례가 많다. 안 그래도 정확한 정보교환이 생명인 의료계 같은 곳에서 이런 식으로 '언어순화'를 하면 대형사고가 날 것은 자명한 일. 순화 운동이 펼쳐지고 10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의료계 내부에서는 당연히 외래어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한자어를 사용한다. 한자어의 경우 각종 시험이나 법적인 문서,[10] 일부 국문으로 쓰인 국내 논문 정도다. 마지막으로 순우리말 용어는 위에 언급된 고시 등을 제외하면 거의 쓰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학술용어를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려면 고유어로는 턱도 없어 한자어를 아낌없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자 이해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순우리말 또한 언어의 사회성 결여로 이해에 도움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어가 더 익숙하다. 문과계열이 아닌 이공계 대학(원)생이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컴퓨터공학 쪽은 아주 끝판왕을 달린다. 컴퓨터 계열은 애초에 전문용어가 아니라 일상용어와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준의 어휘조차 영어 어휘를 발음대로 읽는 수준이다. 단적인 예로 부팅(Booting)이 있다. 여기서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서 코딩, 프로그래밍이나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따위를 배우고 논하기 시작하며[11] 각종 용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컴파일러와 IDE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와 그 문법 자체가 영어다. 애초에 처음 신입으로 들어가면 가장 놀라는 부분이 프로그래밍 실습 시에 사용하는 IDE가 100% 영문 인터페이스를 가진다는 것이다.

컴퓨터 계통 학문은 원래 위 문단에서 부르짖던 순화 운동의 선봉에 서던 존재들이었다.[12] 그러나 현실은 참혹한 법. 프로그램을 짜는데 쓰이는 언어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그 '사실상의 표준'을 억지로 바꾸는 건 그 당시에도 불가능했다. 당연히 일상용어 위주로 순화했을 것이고, 학술적인 용도로서는 기록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산용어 순화 운동에 남아있는 용어들도 태반이 일상용어나 이에 근접한 것들이다.

이럴 거면 아예 100% 영어로만 하는 게 어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계통이 크게 차이나고 문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빠르게 의사소통해야 하는 구어체(특히 국내 대학에서 진행되는 강의)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명사와 일부 동사를 영어로 쓰게 되는 것이며, 국내 대학에서는 이러한 용어는 영어를 쓰되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하는 한영혼용의 방식이 잘 정착되어 있다. 문어체로 가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수정,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100% 영어로 논문 등을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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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언어 순수주의와 기저에 깔린 정치적 접근

순우리말 강요가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언어순화의 순화의 뜻만 봐도 그렇게 주장할 수가 없다. 순화는 醇化 혹은 純化인데, 醇化의 뜻은 “잡스러운 것을 걸러서 순수하게 함.”[13]이란 뜻이다. 이 단어가 쓰이는 사자성어로 국풍순화(國風醇化)가 있는데, “나라의 풍속(風俗)을 순수(純粹)하고 온화(溫和)하게 힘을 이르는 말”[14]이란 뜻이다. 純化의 純은 순수(純粹)라는 단어에 쓰이는 한자란 점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용어 선정은 내재된 사상을 나타낸다. 왜 쉬운 언어 쓰기 운동이 아니라 굳이 언어 순화인가? 알고보면 醇化가 그렇게 널리 쓰이는 한자어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실패 사례가 훨씬 더 많음에도 쉬운말 쓰기 운동의 성과도 많았다는 식으로 강조하는 것은 언어 순화를 원래 의도가 마치 학문적으로 순수했던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현재의 언어 순화 운동은 쉬운 언어 쓰기 운동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어순화의 진짜 의도가 합리적인 용어 변경에만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

외래어외국어를 증오하고, 중국어일본어, 영어 문법의 잔재와 번역투를 한국어 안에서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어려운 한자어/외래어 등을 알기 쉬운 고유어로 바꾼다면서 각선미/복용/십분[15]/미팅 등 거의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는 기본 표현조차 '틀린 표현'이며 '언어순화해야 할 말'로 몰아간다. 대체할 언어를 만들 때 어감의 좋고 나쁨을 거의 무시하고 만드는지라 대체적으로 어감이 나쁘다는 건 덤. 하지만 그렇게 , , , 다 떼고 난 한국어의 표현력이란 한심한 수준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한국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언어에서도 일어날 현상으로, 모든 언어는 타 문화의 접촉에 의해서 계속 발달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 1970년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으로 모든 영어식 표현을 한국어 번역하려 시도한 것이었고, 여기에는 스포츠 용어에 가수들 이름까지 총망라되었다. 이 때문에 토끼소녀, 양파소녀, 미묘한 이름의 은방울자매가 등장하고, 때리는 이작대기를 들어 바깥 벌판으로 날려보낸 다음 열심히 달려서 두 번째 방석을 붙잡고 쓰러지면 판단하는 이안전해라고 외치는 상황이 실제로 연출되었다. 이뭐병. 축구골키퍼수문장 또는 문지기라고 하는 것이 그 잔재. 영국식 야구용어를 일본어로 바꾼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의 야구 경기와 사실상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

북한의 경우 김일성이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하여 문화적인 대숙청인 도서정리사업과 더불어 한국 정부의 정책을 폄하하면서 자신이 우월하다는 주장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외래어를 쓰는 경향을 과장하고 동시에 외래어 및 한자어를 고유어로 대체하려 했지만[16] 효과는 별로 없고 김정일이 이에 크게 찬성하지 않아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다. 일례로 얼음보숭이라고 순화되었던 아이스크림은 당시 북한에서는 '에스키모', '아이스크림'이란 것이 이미 자리를 잡아서 결국 쓰이지도 않은 채 원점으로 돌아갔다. 참고로 1960년대부터 "한자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국, 일본, 남조선 등에서는 우리도 한자를 쓰니 학습할 필요는 있다."라며 중등 교육부터 한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래도 남한은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이기 때문에 외래어에 완전히 오염되었다며 과도한 정치적 선전을 하였고, 남한에서도 이를 확대해석하며 심지어 북한을 비하하는 근거로 북한에서는 전등을 불알이라고 부른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주장이 사실처럼 유포되기도 했다. 이에 남한에서 북한이 '고뿌(컵)', '뽀뿌라(포플러)', '시리카트(실리케이트, 규산염)', '뺑끼(페인트)'처럼 심지어 어떤 것은 남한도 안쓰는 일본어 유래 외래어를 의외로 표준어로나 공적인 자리에서도 많이 쓰는 것을 알고는 당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고, 탈북민은 북한에서 적잖이 외래어를 썼던 것이라는 것을 듣는다면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 아니면 역시 충격에 빠진다고 한다. 탈북민 자신이 외래어를 쓰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남한에서 외래어를 쓰는 경우만을 알아 남한말이 '영어와 일본어'에 완전히 오염되었다는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언어 순수주의는 사실상 언어학적 접근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접근에 가깝기 때문에 때로 제대로 된 잣대가 없고 공정하지 못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언어순화 운동은 반 한자 또는 반 일본어 경향이 강한데 이는 한자는 중국의 것, 일본어는 일본의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논리라면 영어는 3분의 1은 고대 로마, 3분의 1은 고대 그리스의 것이다. 한국어 내의 일본어 유래 어휘들과 한자어는 2000여 년이 넘은 동아시아 국가 간 문화 교류의 산물인데, 이를 싸그리 무시하고 국수주의적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어순화 운동에서도 언어학적 근거가 간혹 인용되긴 하나 그 활용은 결국 "정치적 입장"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겠으며 특정 국가나 민족에 대한 반감이 해당 국가의 언어에 대한 반감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어순화 운동에서 일본어식 표현은 특히나 배척되는 경향이 있고, 영어는 한국어와 오히려 언어학적으로 더더욱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간섭받지 않는다. 일본어 잔재설 문서도 참조.

언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의사소통이지 애국심, 민족의식 고취 따위가 아니다. 그 단어의 출신이 어디든지 이미 한국에 정착되어서 잘 쓰고 있는 단어를 순화하려고 하면 혼란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실패 사례인 '돼지고기 너비 튀김=돈까스'를 생각해보자. 일단 음절수도 많아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애당초에 '돈까스'라고 하면 그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잘 인지하고 있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돈까스 주세요'라고 하면 다 알아들으므로 굳이 '돼지고기 너비 튀김 주세요'라고 할 필요가 없다. 만일 '돼지고기 너비 튀김 주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돈까스 주세요'로 다시 말해야 할 텐데 오히려 번거로울 뿐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돈까스'라고 쓰면 다 알아보는데, '돼지고기 너비 튀김'이라고 메뉴를 굳이 바뀔 필요가 없다. '돼지고기 너비 튀김(돈까스)'로 해봤자 깔끔하지 못한 느낌만 들고, 굳이 저런 걸 상대할 가치가 없다.

언어순화에 대한 이런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이중잣대는 사회 곳곳에서 논란을 유발한다. 한 예로, KBS크레용팝의 신곡 어이(Uh-ee)가 가사에서 "삐까뻔쩍"이라는 일본어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삐까뻔쩍 나도 한번 잘 살아 보자. 블링블링 나도 한번 잘 살아 보자.> 황당한 건 마찬가지로 외래어인 "블링블링"은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 사실 삐까뻔쩍은 블링블링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용된 표현이다. 결국 삐까뻔쩍을 번쩍번쩍으로 바꿔야 했다. 잣대가 이러다 보니 같은 외래어인데도 불구하고 K-Pop에서 영어는 줄곧 사용되는데, 일본어식 표현은 사용하면 저렇게 제재를 받게 된다.

3.1.3. 국립국어원의 일방적 프로파간다

사실 외국어의 언어순화는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회에서 무조건 발생하는 현상으로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장려까지는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언어순화의 문제점은 표준어를 규정하는 국립국어원이 자신들이 만들거나 고른 순화어를[17] 여러 권력을 남용해서 국민들에게 표준어로 강제로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은 자신들이 고른 순화어들을 강요하기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국어 교과서, 공무원 시험 등 국가 고시의 국여영역, 지상파방송, 기타 국어사전등이다. 초등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한 학생이라면 교과서에서 붙임 딱지라는 말을 많이 봤을 텐데, 그걸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다 스티커라고 한다. 또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를 구분하는 단원을 만들어 한자어, 외래어를 나쁘게 몰아가고, 전혀 상관없는 단원에 이런 내용을 집어넣고 학생들에게 언어순화를 강요하며, 직접 바꾸어 보는 문제를 만들어 세뇌시킨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는 외래어 중 국립국어원이 순화 가능한 언어들을 외국어라고 분류하는 어이없는 행동까지 하며 그것으로 분류된 단어를 나쁘게 몰아간다. 공무원 시험에서도 필수적으로 2~3문제 출시된다.

근래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수정되었으나, '돈가스' 같은 일본식 이름에서 유래되었지만 이미 고유 명사화되어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를 '돼지고기 너비 튀김' 순화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 흔적은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심지어 2021년 2월 5일 기준으로, 다음 한국어 사전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 언어가 본래 소통을 위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통하지도 않는 말을 무려 사전에 실어 놓았다. 사전이 본래 바른 언어 생활을 위한 도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통하지도 못하는 단어를 대신 쓰라고 적어 놓은 것은 지나친 홍보나 강요에 들어간다.

즉, 언어 순화 운동은 단순히 무리한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18],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 들여지지도 못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일부 계층 혹은 국립국어원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순화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큰 문제이고, 이 때문에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점은 표준어의 기본전재인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기본전재부터 무시하여 두루 쓰지도 않는 순화어를 강요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과 인력, 사회적 비용을 낭비해가며 강요하는게 현 국립국어원의 상황이다.

3.2. 탁상공론 성향

게다가 몇몇 언어순화 운동 내에서는 같은 한국어 발음 중에서도 되도록이면 예사소리를 사용해야 한다며 일개 음운에 규범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병맛나는 행위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아래는 예시.
  •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했던 것. 다만 이쪽은 예사소리냐 된소리냐의 문제라기보다 현행 중국어 표기법맞추려는 의도가 더 크다.
  • 효과의 발음을 '효과'는 맞고 '효꽈'는 틀리게 하여 발음을 어렵게 했다. (ㄱ,ㄷ,ㅂ)으로 발음되는 ㄱ(ㄲ,ㅋ,ㄳ,ㄺ), ㄷ(ㅅ,ㅆ,ㅈ,ㅊ,ㅌ), ㅂ(ㅍ,ㄼ,ㄿ,ㅄ) 뒤에 'ㄱ,ㄷ,ㅂ,ㅅ,ㅈ'이 올 때만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런 '예사소리화'는 특히 언어학계의 높으신 분들이 자주 주장하고 있는데, 그 근거는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자주 사용되면 사용될수록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의 3단 변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언어는 변하기 마련이라서 3단변화도 영원한 국어의 특징일 수는 없는 것이다. 순경음, 반치음 같은 옛말의 없어진 발음들을 붙들고 아쉬워해봐야 무의미하듯 자음의 3단변화도 마찬가지다.

언어순화 운동이 타파해야 할 경향으로 잡고 있는 외래 단어·문법, 된소리화 현상, 인터넷 신조어, 채팅언어 등은 국어의 발전선상에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불과하다. 국어원 또한 비슷한 이유로 '신조어 사전'도 펴내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이미 ;-)이나 LOL 같은 인터넷 신조어까지 사전에 등재하고 있다. 원래 영어가 신조어나 다른 나라 말을 받아들이는 데 관대하기는 하지만, 정반대로 여기에 대고 오염된 표현이라느니 국어파괴라느니 하는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언어의 발달을 가로막는 반동적인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어 순화 운동가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의 언어는 표준어맞춤법이 제정되던 1980년대의 국어의 풍경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3.2.1. 과학·기술용어에 대한 엉터리 순화어

과학·기술용어에 대한 무지와 언어 순수주의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황당한 문제점이다.

추상적인 상위 개념으로 사용해야 할 용어들을 말단 기술에 할당해버려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근거리 무선망'이란 단어를 Wi-Fi에 할당해 버리는 바람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어떻게 순화할 것인지 난감해져 버렸다. 이거야말로 직역하면 근거리 무선 통신이다. 한철 지나갈 기술에 불과한 와이브로에 '휴대누리망'이라는 포괄적인 순화어를 할당해 버리는 바람에 3GLTE(4G), 5G 및 미래에 개발될 무선통신 기술명의 순화를 거의 불가능하게끔 틀어막아 버렸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현대자동차Y2 쏘나타를 'Car' 라고 번역하기로 했다면 쏘나타 2, 쏘나타 3, NF/EF/YF/LF/DN8 쏘나타는 더 이상 표현할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순화를 이런 식으로 하면 원칙이 없어서 기술 분야는 고사하고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할 수가 없다.

거기에 와이브로, 블루투스와 같은 고유명사들마저 고유명사인 줄 모르고 순화해버리는 짓도 저지르고 있다. 블루투스, 와이브로 등은 임의의 집단에서 만들어낸 단어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 자체로 하나의 '상표'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 이는 General Motors를 '일반자동차'로, 셸 정렬(Shell sort)을 '껍질 정렬'로 번역하는 셈이다.[19] 우리나라의 식품회사 오뚜기(Ottogi)를 과연 오뚝이의 영어명인 'roly-poly'로 번역할 수 있던가? 그나마 이렇게 순수주의와 닮은 예시가 그대로 외래어를 표기하기엔 비교적 곤란한 중국어 현지화인데,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중국어와 한자의 특징은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에 중국 예시는 별로 좋은 예시도 아니다.

오역에 가까운 순화어를 제시해서 도저히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트랜스지방→변이지방의 예가 그것으로, 유기화학에서의 '트랜스(trans-)'는 '시스(cis-)'에 대비되는 이성질체 구조를 의미하는 접두사이지, 뭐가 변이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럼 시스지방은 비변이지방이라고 부를 텐가?

조사와 공부가 부족해서 다른 것을 지칭하는 용어인줄 모르고 멋대로 이름을 가져와서 순화하는 경우도 있다. 와사비라는 명칭을 순화 시키기 위해 ‘고추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 일례. 순화 당시에는 둘이 동음이의어인 줄 알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 고추냉이와 와사비는 다른 식물이다. 덕분에 고추냉이라는 순화어가 성공하자 고추냉이였던 것에는 '참고추냉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재밌는 것은 그 참고추냉이의 학명이 pseudowasabi 즉 '가짜 와사비'라는 사실이다. 졸지에 와사비는 고추냉이가 되고 참고추냉이는 가짜 와사비가 되어버린 것.

이게 다 관련 전문가가 모여서 순화어를 지정하는 게 아니라 비전문가가 깊은 논의 없이 공모와 투표로 선정한 조잡한 단어들이라서 생기는 문제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오역된 용어들은 일상생활과 기술, 과학 부문에서는 아예 쓰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서에 무조건 등장시켜서 어린이, 청소년에게 쓸데없는 기억 공간 낭비를 강요하고 있다. 맹목적인 순화가 결국 본말전도를 일으키는 상황이다.

3.2.2. 적을 만들고 색출하는 언어순화 운동

외계어 등의 예를 들어 언어순화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시적인 유행어일 뿐이며, 오히려 외계어는 언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신조어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단적인 예일 뿐이다.[20] 오히려 언중의 이러한 자정능력과 지지도의 여부를 무시하고, 된소리나 외국어 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깔아뭉개려는 태도는 언어학에 대한 일종의 엘리트주의의 발로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1, 2년 사용된 신조어라고 해서 바로 사전에 올리자는 주장도 어이없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언어순화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신조어들 역시 근본적으로는 극히 일부 집단에서 편의와 취향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므로 외계어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언어순화 운동을 진행하는 국립국어원은 자신들이 만든 외계어는 방송 통신 언론기관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올바른 말'이라면서 쓰기를 강요하고 있다. 언어는 현재진행형이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3.3. 반지성주의

언어 순수주의와 기저에 깔린 정치적 접근에도 언급했듯이 언어순화 운동은 언어학적 접근보다 정치적 접근에 가까우며 정치적 접근에 논지를 일부분 의존하고 있다. 정치적 접근에 의존하는 이상 학술적 근거 대신 미리 결론을 짓고 근거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이며, 닭볶음탕 같이 아예 가짜 뉴스 내지는 이에 준하는 근거로 순우리말이 제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국립국어원도 권위 실추를 막기 위해 이를 방조 혹은 조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언어순화 운동에 있어 공정성이나 일관성 있는 잣대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의 언어순화 운동은 언어 순수주의을 이상향이자 미덕으로 보고 있으며, 언어 순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 한자 또는 반 일본어 성향과 '한자는 중국의 것, 일본어는 일본의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이를 근거로 습자교육에 대한 언중의 불신과 적개심을 형성하는 반지성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그리고 언어학적 특성상 이러한 논리를 수긍시키기는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육로로 접한 지역은 북한으로 실질적으로 섬나라나 다름 없는 상황인데다, 유럽권과는 다르게 주요 언어가 각각 어족 차원에서 상이하고 이에 방언연속체라는 개념도 생소하기 때문에 주변국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이에 중국어와 중국어에 유래한 어휘는 중국만의 것, 일본어와 일본어에 유래한 어휘는 일본만의 것으로 등치시켜도 위화감이 적고, 더 나아가 이를 국어의 일부가 아닌 민족에 반하는 역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일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한국어 속에 자리잡은 일본 및 중국 유래 어휘는 2000년에 걸친 빈번한 교류로 인한 언어동조대 형성의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40여년간 일제 지배를 받은 근대 한반도의 역사, 식민지 조선의 상흔을 가리키는 증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의 사고방식에는 문맹을 이유로 의무교육 대신 국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발상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언어는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아무리 군대를 가진 방언이라고 해도 허약한 정당성과 처참한 실적을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3.3.1. 고급어휘 몰이해

언어순화 운동은 구어에서 자주 쓰이는 순우리말로 '언어의 경제성과 직관성을 높이는 운동'을 천명함에도 결국에는 한자에 의존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자 단어를 완벽히 없애자!"는 의견은 해방 이후부터 있었고, 이러한 의견에 입각해 한자 교육을 아예 안 하고 교육부 지정 한자도 다 폐기해버렸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오히려 지정 한자 개수를 더 늘려서 재지정한 흑역사도 있다.

한자 교육을 조금도 안 받은 세대는 한자를 아예 안 쓰다 보니 단어를 볼 때 한자를 생각하며 이해하지 않고, 한글로 나타난 표기를 통해 단어를 이해한다. 예를 들어 학교, 학원, 방학, 학생 등에서 ‘학’이 어떻게 생겨먹은 한자인지는 몰라도 ‘배움’을 뜻하는 그 학이라는 것은 인지한 채로 어휘를 이해하는 식이다. 따라서 언어순화(?)를 계속하고 싶으면 순우리말이나 일상적인 한자어를 더 연구해서 언중에게 쉽게 이해되는 조어 방식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 적당하다. 무작정 한자를 바로 빼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서 어감이나 미묘한 의미를 해치지 않는 단어들부터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서 순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데도 한자어로 쓰고 있는 단어('수정(修正)' → '고침', '반복(反復)' → '되풀이'라든지)부터 바꾸면서 서서히 한자 비중을 줄이는 게 나았을 것이다. 최소한 부작용은 지금보다는 덜할테고, 성과도 지금에 비하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물론 어떤 평가를 줄지는 언중의 마음이고, 대한민국 건국 이래 과거부터 쌓인 문헌과 연이 끊어진다는 것에 반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해방 초기부터 있어왔다.

일상적인 표현도, 예전부터 있어왔던 어휘도 아니고, 억지로 만들어버린 한자 신조어는 언어순화의 취지를 의심케 한다. 과거에야 한자 단어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강력했고 '영한혼용문'도 20세기 초부터 1990년에 이르리까지 상당히 만연했지만, 오늘날에 이를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언중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문해력의 의심스러운 실질 문맹도 만연한 상태이다. 21세기 이후 언어순화 운동은 대한민국 정부에게 한자 교육을 의무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으며, 노년층도 문해율이 심각하여 이를 해결하려는 주체가 전무한 상황에 대두되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6차 교육과정 이래 한자교육을 제도권에서 철저히 배제해왔으며, 이러한 기조가 생긴 근원은 1960년대 박정희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언중 입장에서는 순화어보다 요즘 새로 들어오는 영어 단어가 더 친숙한 상황이며, 한자에 익숙한 층은 순화어를 경멸하고 차라리 일본식 한자어를 더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IT·경제·정치용어에서 신조어가 계속 도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사람들이 널리 쓰이는 영어단어에 대한 언어의 사회성이 보장된 한국어 어휘를 국립국어원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고급어휘에 대한 이해력부터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며, 이를 해결할 의지도 확인할 수 없다. 오늘날 한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영향력은 영어에 비해 크게 위축되었다. 옆나라 중국이나 일본 역시 영어에 더 의존하므로 한자문화권 내 학술교류에서조차 영어의 중요성이 제일 크다. 이러한 실태는 언어의 사회성에도 부적합하고 언중에게도 어필할 수 없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순화어들은 언어의 사회성에 반하기 일쑤라 언중의 웃음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 내용을 까보면 한자어를 또 다른 한자어로 바꾸는 경우가 상당히 잦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트랜스 지방과 같이 전공에 관련된 어휘를 비전문가가 깊은 논의 없이 공모와 투표로 선정하는 추태를 보인 적도 있다. 고급어휘가 아니더라도 영어 역시 옛 한자어와 마찬가지로 우리말에 녹아들어왔고 영어나 기타 외국어도 마찬가지인데 잘 정착된 외래어를 굳이 순화해야 하는지도 의문점이 남는다.[21]

21세기 이후의 언어순화 운동은 ‘언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쉬운 순우리말이나 일상적인 한자어를 연구’와 같은 대안도 대중을 설득하는데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언어와 어휘에 대한 지식과 연구도 없어서 이해하기 더 어려운 어휘로 바꿔버리고 언어순화의 원칙마저 망가지는 거란 소리도 나온다. # 또한 순화의 명목 중 하나가 쉬운 우리말인데, 대중끼리 이해하기 쉬운 영어나 기타 외국어라면 과연 그것을 무리하게 고쳐야 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문화어의 고유어 사용 문단을 보면 북한에서도 비슷한 의제를 김정일이 저지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3.3.2. 일본어 잔재설 남발과 학술적 근거 없는 순화

앞서 언급된 번역체 순화는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문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이 부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우리말에는 본래 피동형 표현이 없다고 착각하는 경우마저 생겨났다.

이렇다 보니, 피동형 표현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능동형 표현으로 과잉수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 과학 분야 글에서도 피동형을 능동형으로 순화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번역체 순화에 집착한 나머지 문장을 오히려 뒤틀어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의하여 없애기에 집착할 경우. 곤충학자에 의해 반딧불이로 밝혀진 곤충이란 문장이, 곤충학자가 반딧불이로 밝힌 곤충이라는 형태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반딧불라는 곤충의 빛을 이용해 또 다른 곤충을 밝혔다'는 얘기로 오해하기 쉽다. 이 경우 곤충학자가 반딧불이라고 밝힌 곤충이 의미가 확실한 고침 형태다.

또한 조사 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란 주장에 현혹되어 조사 없애기에 집착한 나머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신데렐라 언니가 이런 예이다. 실제로 신데렐라가 자매 중에 언니란 얘기나라는 질문이 나온 경우도 있다.

또한 를 뺐을 경우 문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의를 빼면 문단속 하는 스즈메라는 식으로 풀어 쓴 말씨로 일일이 바꾸어야 하는데, 자막이나 현수막 제작 처럼 글자수가 중요한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언어순화론자들이 줄기차게 문제 삼는데도 조사 의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조사 의가 이처럼 언어의 경제성에 기여하기 때문인데, 이렇다면 설령 일본에서 유래했다 하더라도 배척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런데 심지어 조사 의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를 참조할 것.

조사 를 문제 삼는 것은 대표적인 일본어 잔재설 중 하나다. 일본어 잔재설은 워낙 광범위하고 가짜뉴스도 만연해 건설적 토론을 봉쇄하고 정상적인 언어 생활을 제약하는 폐해를 끼치고 있다.

3.3.3. 언어의 사회성과 사회적 합의 무시

대한민국 표준어의 정의는 교양있는 현대 서울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이며,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하여 언어순화를 주도하는 소수 인원이 임의로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표준어는 그 정의상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일반 대중이 쓰는 말 그 자체이기 때문에 표준어 등재 등을 결정 할 때는 당연하지만 이 정의에 따라 일반 대중이 쓰는 말을 표준어로 인정해야지 절대로 국가와 결탁한 일부 소수 집단이 임의로 표준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이런 소수집단이 만들어낸 말을 가칭 '순화어'라 할 수 있으며 사실 유행어, 외계어 등과 같이 특정 집단에서만 쓰는 은어와 별 다를게 없다. 문제는 이런 순화어를 만드는 '국립국어원'이라는 집단 자체가 표준어를 등재하는 국가기관, 즉 '권력집단'이라는 점이라는 것과 그 권력을 이용, 순화어를 별다른 근거 규정도 이론도 없이 기존에 일반 대중들이 쓰는 단어를 무시하고 '표준어'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오히려 일시적으로 한번 흥했다가 바로 시들어서 사라져서 극히 일부만 남게 되는 유행어보다 권력을 이용해서 대중매체 등에 사용을 강제하는 순화어 쪽이 더 문제가 많다.

이는 표준어의 정의와 표준어의 규정, 표준어를 지정한 이념에 크게 어긋나고, 더 나아가서 언어의 의미-형태 조합을 개인/소수 집단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언어의 사회성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언어순화 운동은 법적, 이론적으로 그 근거가 없으며, 효용성도 지극히 떨어지는 활동이다.

심지어 '순화어'는 언론 등에서 별다른 비판도 없이 '표준어보다 올바른 말'로 취급당하고 있다.
  • 편향성: '신조어'를 창작하고 있는 국립국어원과 그 추종 집단의 의견은 순우리말을 과도하게 추종하고, 영어와 일본어 등 몇몇 언어에 대해서 편견에 가까운 배척 성향을 보이고 있어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 효용성: 국립국어원이 만들어낸 단어들은 효용성이 지극히 떨어지는데 수많은 단어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99%의 단어는 안 쓰이고 버려진다.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는 기관에서 이 같이 효용성이 없는 작업을 상설적으로 하면서도 비판을 받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1]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으로 나타나는 북한의 언어순화로는 '동영상'을 일본어에서 쓰는 '비데오'로 바꾸라든가, '샤워기'를 일본식 발음인 '샤와'로, 잔을 뜻하는 '컵'은 일본어 유래인 '고뿌'라고 부르라고 한다. 그냥 김정은의 일가는 권력 욕심 때문에 자신보다 우월한 외부 세계를 동경하는 것이 혐오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반공을 주장하며 북한에서 전구를 '불알'이라 한다며 사실 안 쓰는 말의 소문이 퍼지면서 억지 언어순화를 한다며 선전하거나, 반대 진영도 '얼음보숭이' 같이 안 쓰는 말이 북한에서 널리 쓰인다며 '통일을 위해 우리 말을 잘 들어 민족 이질화를 줄이자', '너무 민족 이질화가 심하게 되었으니 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들의 주장을 과장하며 더 혼란이 가중되었다. 사실 북한은 '컴퓨터', '마우스' 따위를 순화시키는 대륙식 표준중국어보다 언어순화의 정도가 약하다.[2] 한국의 경우는 비슷한 사례로 일부 NL성향 인사들이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문화를 즐기는 청년들을 욕하면서 자국의 단오나 동짓날을 기리라는 식으로 훈계하는 식이다.[3] 수동태와 피동형은 완벽하게 같은 개념은 아니다. 비슷한 예로 '관형사'와 '형용사'가 있는데, 둘 다 영어에서는 adjective이다. 문제는 국어 문법에서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 예를 들자면 '새 신발'에서 '새'는 관형사, '그 모습이 새롭다'에서 '새롭다'는 형용사다. 참고로 영어의 determiner은 굳이 번역하자면 '한정사'로, 영어의 the, some, my 같은 걸 표현하는 경우인데 기본 품사는 아니다.[4] 그렇지 않아도 영어식 표현이 더 의미 전달이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자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사용 가능해도 영어식 표현이 더 쉽게 다가오는데, 여기에 한자 교육 인기가 시들고 영어 교육 인기는 오르니 더더욱 한자 번역어 사용이 기피되고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향이 강화되고 있다.[5] 다만 빈도를 보자면, 세다·강하다는 사용 비중이 거의 반반인데 여리다·약하다에서는 약하다가 압도적으로 더 많이 쓰인다.[6] 이마저도 '릴리스'와 같은 변형이 있다.[7]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공유하는 한자어가 많은 언어는 번역이 수월한 편이다. 국내에 일어 번역가가 왜 포화 상태인지 잘 생각해보자. 또한 생명과학처럼 일본의 영향력이 강한 학문의 용어는 번역하지 않고 한자 원문을 그대로 도입하는 등 한자문화권의 용어를 딱히 채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8]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명해진 '특수 군사 작전'('специальная военная операция', spetsialnaya voennaya operatsiya)이란 단어도 각각 독일어로 'spezielle militäroperation', 프랑스어로 'opération militaire spéciale'이라고 한다. 차용할 단어가 영어권에서 쓰인 적이 없다고 가정해도 결과물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 로망스어군에 속한 소수 언어들도 이렇게 명맥을 유지한다.[9] 미드/영드에서 영어권 주인공들조차 의학 용어에 대해서는 speak English(관용적인 용례로 '쉽게 말해라'라는 의미이다.)라고 할 정도다.[10] 진단서, 관공서 제출용 문서 등. 그나마 의료기관끼리 송수신하는 전원소견서는 당연히 영어 그대로 쓴다. 한자어나 순우리말로 쓰면 장난하냐며 욕먹는 실정.[11] 자료구조를 배우게 되면 큰 줄기인 스택, , 리스트, 그래프, 트리, , 해시부터 외래어가 난무한다.[12] 저 문서는 학문 자체 언어보다는 일상회화 언어의 순화에 비중을 더 크게 두긴 했다.[13] 출처: 표준국어대사전[14] 출처: 네이버 한자사전[15] 十分은 일본어의 잔재라는 오해가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는 표현이다.[16] 참고로 김일성 시기의 북한에서도 '혁명'같이 대체가 어려운 단어는 처음부터 대체하지 않으려고 했다.[17] 거기에 논란이 되는 순화어들은 거의 대부분 매우 저급한 수준의 순화어가 대부분이다[18] 사실 이런 저급한 순화어를 만드는 곳이 국립국어원이 아니라 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민간단체였으면 대부분 주목도 못받고 무시당하거나, 돈낭비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19] 셸 정렬은 해당 알고리즘 개발자인 도널드 셸(Donald Shell)의 이름을 딴 것이므로 억지로 번역할 수 없다.[20] 외계어의 유행시기는 거진 20년 전 얘기다. 유행이 끝난지도 15년이 넘게 흘렀다.[21] 이런 단어의 예시는 많이 있다. 텔레비전이라든지, 에어컨이라든지, 리모컨이라든지. 그 외에도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