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9 15:40:05

영리한 한스

1. 개요2. 한스 신드롬3. 풍스트의 검증4. 신드롬 이후의 한스5. 기타

1. 개요

파일:Osten_und_Hans.jpg
1908년경의 한스와 오스텐

Kluger Hans(1895년경~1916년경)

20세기독일에서 빌헬름 폰 오스텐(Wilhelm von Osten, 1838~1909)이라는 인물이 "내 한스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해서 일어난 소동의 주인공이었던 말. 오를로프 트로터 품종으로, 출생년도는 확실하진 않으나 보통 1895년으로 추정한다.[1]

2. 한스 신드롬

오스텐은 퇴직한 수학 교사이자 아마추어 조련사였는데, 한스에게 간단한 수학 문제를 주면 그 답만큼 바닥을 발굽으로 두드리도록 훈련을 시켰다. 바닥을 두들긴 다음에 보상으로 먹을 것을 줬다. 처음에는 노후 취미의 일환이었던 모양인지 "내 말은 수학문제도 푼다"며 사람들과 내기해서 공짜 술을 타내는 데에나 썼다 한다.

그러다 신문기사를 타고 한스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한스는 주인이 없는 곳에서도 답을 잘 맞추는 등 진짜로 계산하는 말 같았다. 마침 당시 진화론의 대두로 '인간>넘사벽>동물'이란 상식이 무너지고 있던 대중에게 더 잘 먹혀들었다.

오스텐은 한스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검증받고 싶었고, 드디어 당대를 대표하던 심리학자 칼 슈툼프(Carl Stumpf) 베를린대 교수 등이 참가한 조사팀은 "오스텐이 사기를 치지 않았으며, 한스 신드롬은 정석으로 상세한 과학적 검증을 거칠 자격이 있다"는 결론을 1904년 9월 12일에 내놓았다.[2]

3. 풍스트의 검증

그런데 독일의 비교생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오스카 풍스트(Oskar Pfungst, 1874~1932)가 한스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으니...
  • (질문자를 포함해서) 구경꾼이 없으면 적중률이 떨어짐.
  • 답이 1이면 더 잘 틀림.
  • 관중이 답을 모르는 문제는 더 잘 틀렸고, 종종 터무니없이 큰 숫자를 내놓음.

진상은 이랬다. 예를 들어 답이 6이라면 사람들은 말이 6번 두들겼을 때 눈을 크게 뜨거나 주의를 더 기울이는 등 어떤 식으로든 반응했다. 말은 사람들의 바디랭귀지를 읽고 발굽질을 멈췄던 것. 한스는 숫자 계산은 하지 못했지만, 콜드 리딩을 쓸 줄 알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원했던 것과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정말 영리한 말이었던 셈.

이러한 점을 이상하게 여긴 오스카 풍스트는 한스가 구경꾼의 반응을 의식할 수 없게끔 통제한 환경을 구현해 놓고 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한스는 정답을 맞힐 수 없었고, 실험 결과를 1904년 12월 9일에 발표했다.[3]

풍스트의 조사 결과에 분개한 말 주인 오스텐은 처음엔 한스에게 울분을 토했지만, 얼마 안 되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재차 말을 신뢰하게 되었고 더이상 학자들이 한스로 실험을 하지 못하게 했다.[4] 그럼에도 풍스트의 검증으로 몰락한 오스텐은 임종 자리에서 한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 짐이나 끌다 죽으라는 저주를 퍼부으며 1909년 6월 29일에 사망했다.[5]

4. 신드롬 이후의 한스

오스텐의 사망 후 칼 크랄(Karl Krall)이라는 사업가가 한스를 넘겨받았다. 크랄은 동물의 심리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인물로, 한스를 포함해서 여러 동물들을 테스트한 뒤 1912년에 생각하는 동물들(Denkende Tiere)이란 연구서를 냈다. 하지만 크랄의 연구는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6] 당시에는 인간을 상대로 한 심리학조차도 걸음마 단계였고 가축의 심리나 인지 능력 같은 것은 진지하게 고려조차 하지 않았기에, 안타깝게도 한스의 능력은 무시되었다.

그러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결국 한스도 군마로 징발되었는데, 1916년에 전투에 휘말려 죽었거나 도축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있다.[7]

5. 기타

베르나르 베르베르상상력 사전에서 사람들이 진실로 똑똑한 말이었던 한스를 사기꾼 취급을 한 건 말에게 자신의 생각을 읽혀서 부끄러웠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비슷한 사례로 스펀지에 나와서 화제가 되었던 개가 있다. 주인이 속으로 생각한 숫자만큼 짖는 일본의 애완견이었는데, 일정 숫자만큼 개가 짖으면 주인이 움찔하면서 몸으로 반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1] Laasya Samhita, Hans J. Gross(2013), The “Clever Hans Phenomenon” revisited, in: Communicative & Integrative Biology 2013 Nov 1; 6(6)[2] NZZ Folio, Der Pferdeeinflüsterer. Wie der Psychologe Oskar Pfungst im Jahr 1904 das klügste Pferd der Welt enttarnte, 2004년 11월 1일[3] Paul Watzlawick(1976), Wie wirklich ist die Wirklichkeit? Wahn, Täuschung, Verstehen, München: Piper, pp. 49~51.[4] Paul Watzlawick(1976), Wie wirklich ist die Wirklichkeit? Wahn, Täuschung, Verstehen, München: Piper, p. 51.[5] NZZ Folio, Der Pferdeeinflüsterer. Wie der Psychologe Oskar Pfungst im Jahr 1904 das klügste Pferd der Welt enttarnte, 2004년 11월 1일[6] Die Zeit, Tiere. Gemütlich, Höhle, auf Wiedersehen, 2005년 5월 11일[7] Laasya Samhita, Hans J. Gross(2013), The “Clever Hans Phenomenon” revisited, in: Communicative & Integrative Biology 2013 Nov 1;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