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오염된 피 사건(Corrupted Blood incident)은 2005년 9월 13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북미 서버에서 발생한 가상의 전염병 확산 사건이다.사건 당시 동영상 |
2. 발생 원인
줄구룹의 위치 | 바이러스의 감염원인 학카르 |
오염된 피는 지속시간이 무제한이므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해제할 수 없고, 학카르의 또 다른 능력을 이용해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학카르는 혈신이라는 칭호답게 전투 중 주기적으로 모든 플레이어의 피를 빨아들여 체력을 회복하려 시도하는데, 오염된 피 효과를 받은 플레이어는 피를 빨려도 학카르의 체력을 회복시키지 않고 오히려 피해를 입혔다. 이러한 공략 수행을 위해서는 평소에 최대한 적은 인원이 오염된 피를 갖고 있다가 학카르가 흡혈을 시도할 때는 최대한 많은 인원이 오염된 피를 갖고 있어야 했고, 이를 위해서 오염된 피에는 전염 효과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보스 공략용 능력인만큼, 보스전이 끝나거나 던전을 나가면 이 능력 역시 자동으로 사라지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스템에 구멍이 있었다. 펫을 사용하는 사냥꾼들이 던전 내에서 이 디버프에 걸린 펫을 소환해제한 후 줄구룹을 나가 던전 밖에서 재소환할 경우 디버프가 유지된 채로 소환된 것이다. 그리고 특정 공략법을 이용하거나 대상자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 해제되지 않는 디버프가 대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감염되었다.
3. 진행 과정
전염 경로: 학카르(바이러스 원천)→ 사냥꾼, 사냥꾼의 펫[2](1차 전염자)→ 대도시의 NPC(보균자)→ 일반적인 유저, 일반적인 유저의 펫, 다른 마을의 NPC(2차 전염자)→ 체력이 적은 유저, 초보자, 체력이 적은 유저나 초보자의 펫(3차 전염자) |
처음 감염된 것은 NPC들이었다. NPC는 전투상태가 아니면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회복되는지라 이 디버프(이하 병)에 걸려도 죽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이 병을 가진 상태가 되었고 무한히 병을 퍼트리는 슈퍼전파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대도시인데 NPC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병이 옮기 때문에 뭣도 모르고 대도시로 찾아온 다른 유저들이 대거 감염되고 체력이 낮은 유저나 초보자들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라 감염되는 족족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갔다. 거기다가 병에 걸린 몇몇 유저들은 자신이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병은 다른 마을 NPC들과 유저들, 펫들에게까지 계속 퍼져나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다양하게 행동했다. 치유 스킬을 가진 일부 플레이어(힐러)들은 자원해서 감염된 플레이어들을 치료했고(이하 의사)[3]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예 민병대를 구성해 위험 지역을 피하도록 감염되지 않은 플레이어를 미감염 구역으로 유도했다.(이하 민병대) 또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대도시를 탈출하거나 감염된 유저들을 도시 내에 격리시키는 등 실제 대규모 전염병 발생시 나타나는 행동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감염자와 접촉한 치료, 격리 등을 하던 의사나 민병대도 감염되어 결국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한편 고의적으로 감염 구역을 탈출해 인근 마을들을 습격해 병을 확산시키거나, 일부러 감염 구역으로 미감염 유저들을 안내하거나, 민병대와 의사들의 눈을 피해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 채 악의적으로 감염 구역 내에 미감염자와 미감염 구역에 병을 확산시키는 일부 유저들의 트롤링 때문에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심지어 이 때 어떤 유저는 그냥 물약을 치료제로 속여 다른 유저들에게 팔아치우는 사기꾼 행각까지 벌였다고.
플레이어들은 특정 게임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그것들을 담당하는 NPC와 어쩔 수 없이 접촉해야 했으므로 환자는 끝없이 재생산되었고 그 주위로 깔린 감염구역은 사방팔방에 널린 해골과 병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플레이어들 때문에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되었다. 병에 걸리지 않은 유저들과 의사, 민병대들은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다른 유저들의 대도시 출입을 통제하고 GM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사태 파악을 위해 온 GM까지 감염되자 블리자드 회사(社)가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서버를 리셋함으로써 사건은 가까스로 막을 내렸다.
4. 사건의 영향
이후 펫의 디버프 관련 사항[4]이 패치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이 사건은 BBC 뉴스나 인터넷 포럼, 의학 저널에 "가상세계의 전염병 발발", "전염병의 실제적인 확산경로의 예"로서 실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심지어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전염병 연구에 참고하기 위해 블리자드에 당시의 통계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단순한 게임상의 버그에 불과하다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논문도 다수 작성되었다. 구글 스칼라 검색결과 130개 그 중에서도 에릭 로프고린의 논문 <현실 세계 전염병에 빛을 비추는 가상 게임 세계의 미개발된 잠재력>[5]은 무려 의학계 3대 저널인 랜싯(The Lancet)誌에 게재될 정도였다.이후 학카르의 공략은 이런 식의 오염된 피가 사라지고 제단 밑에서 주기적으로 스폰되는 '학카르의 자손'이라는 천둥매를 죽이고 시체에서 피어오르는 독구름에 들어가 걸리는 1분간 지속되는 해제 가능한 독을 받아 피의 착취에 저항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5. 한국 서버의 유사사례
2005년 한국 서버에 줄구룹이 처음 들어왔을 때 학카르 자체는 패치된 상태로 들어와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흘러 2012년 1월 2일에 한국 서버에서도 비슷한 사건인 "타락 기생충 사건"이 발생했다.한국 아즈샤라 호드의 유라시아 공격대 마법사 자두[6]가 데스윙의 광기 영웅 난이도의 디버프 중 하나인 "타락 기생충" 디버프를 지닌 채로 오그리마에 테러를 한 것이다. 이 기생충은 처음엔 디버프 형태로 대상에 적용되고 그 디버프 시간이 만료되면 기생충이 떨어져 나와 맵 전역에 피해를 입히는 광역 공격을 시도한다. 당연히 이 광역 공격이 실행되기 전에 기생충을 잡는 것이 공략이지만 자기 일 하기 바쁜 대도시에서 옆에서 벌레 같은 게 보인다고 신경을 쓸 리가 없으니 모든 플레이어가 공격을 받았다.
랙으로 미어터지던 아즈호드의 오그리마는 뭣도 모른 채 순식간에 뼈다귀밭으로 변해 버렸고 대도시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던 플레이어까지 전멸해 버렸다.
고의성 여부 등 사건에 관한 자세한 전말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블리자드에서 동년 1월 10일자 긴급수정으로 용의 영혼을 벗어나면 타락 기생충 효과가 사라지게 함으로써 1주일 만에 막혔다.
시체가 산을 이루는 오그리마를 크게 보기. 이유도 없이 죽어가는 플레이어들이 전챗 등으로 황당해하면서 욕하고 있다.
6. 기타
유튜브나 네이버에서 게임 관련 사건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지겹도록 우려먹는 소재이기도 하다. 흔히 유튜버나 블로거들이《게임 속 3대 사건》이라면서 사골처럼 우려먹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이것. 그리고 다른 3대 사건으로는 보통 바츠 해방전쟁, EVE 온라인의 B-R5RB 전투[7] 정도가 여기에 포함된다.가끔 이런 스크린샷이 오염된 피 사건 당시 스샷으로 알려지지만 사실이 아니다. 왼쪽에 보이는 매머드 탈것은 리분 때 추가된 것이다. 판다렌의 시체가 있는 걸로 보아 판다리아의 안개 시점으로 보인다.
워낙 인상깊은 사건 중 하나였기 때문에 블리자드에서도 여러 번 우려먹었다. 리치 왕의 분노 확장팩 발매 이전에 스컬지 역병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고[8] 격전의 아제로스의 왕의 안식처의 여러 서판이나 울디르 벡티스의 설정은 물론 설정집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연대기에도 학카르의 피 관련한 내용이 반영되었다. 어둠땅의 저편에서는 아예 학카르 본인이 재등장하여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오염된 피를 유지한 채 던전 클리어를 하는 업적으로도 패러디되었다.
하스스톤에서는 퍼져나가는 역병 카드의 텍스트 개그와 라스타칸의 대난투의 전설 영혼약탈자 학카르의 효과로 반영되었고 “학카르의 징표” 카드 뒷면을 얻는 이벤트도 열렸다. 이쪽은 그 카드 뒷면을 사용하는 플레이어와 대결하면 받을 수 있는 뒷면이다. 이 때문에 원래 사건과는 정반대로 너도 나도 뒷면을 끼고 커뮤니티 등지에서 배포해 주는 훈훈한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쪽은 도리어 무한티켓에 가깝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말가니스의 반복대사로 언급되기도 한다.
테일즈위버에서도 2018년 8월 23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망각의 카타콤 내부에서 보스 모로스와 함께 등장하는 나가 '라미아'가 '전염병'이라는 디버프를 뿌리는데 이 디버프를 가진 상태로 마을로 가버리면 비전투 상태인 유저들에게도 감염이 전파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 다행히 빠르게 패치돼서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다.
아스가르드에서도 2018년 9월 12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
후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됨에 따라 사건이 재조명되었다. 코로나에 걸린 감염자들의 행보가 오염된 피 사건에서 전염병에 걸린 유저가 행동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구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2월 초에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트롤링과 연결해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한 사설이 한국에서 나오기도 했을 정도였다.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를 쓰는 유형[9]과 평소처럼 외출을 하며 전국 일주를 행하는 감염자의 유형[10], 가짜 약을 팔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꾼까지 나타나는 등[11] 가상현실에서 일어났던 오염된 피 사건이 단순히 게임 내 해프닝 정도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2020년 3월 11일 김현정의 뉴스쇼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댓꿀쇼에서도 오염된 피 사건이 언급되었으며. KBS의 KLAB도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훗날 오염된 피는 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협동전 임무/돌연변이원/흑사병의 전신이 되었다.
7. 관련 문서
[1] 오리지널 시절 만렙(60렙) 캐릭터들의 체력이 보통 2000~5000대였으니 상당히 강력한 능력이었다.[2] 인수공통감염[3] 플레이어가 이 디버프를 풀 수 없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감염의 치료는 절대 불가능했다. HP를 지속적으로 회복시켜 줘서 죽지만 못하게 하는 일종의 대증요법 및 연명치료였다.[4] 비슷한 장난으로는 남작 게돈의 살아있는 폭탄 등.[5] '오염된 피' 사건이 인류가 앞으로 경험할지 모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해 감염 경로에 관한 모델을 만드는 한편 대규모 감염 사태에서 가상 세계 속 인류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정리했다.[6] 하드코어 레이드 유저이자 2010년에 단 한 개(검투사)를 빼고 현존하는 모든 업적을 달성하는 등 업적 게이로 유명했던 와우저. 당시 와우인벤에 인터뷰 기사가 뜨기도 했지만 이후에 투기장 어뷰징과 이 테러 사건 등 여러가지 물의를 일으켰다.[7] FWST-8 전투가 이 기록을 깼는데도 계속 우려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8] 이때는 NPC도 역병에 걸리면 죽어서 언데드로 변했기 때문에 역병이 퍼질 때의 기본적인 양상은 오염된 피 사건과 같았지만 결국에는 NPC도 없이 언데드 몹들만 우글대는 유령도시가 되는 것으로 끝났다.[9] 유명한 사례로 인천의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가 있다. 인후통과 두통, 발열증상을 느낀 이후로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동하였으며 처음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였고 동선과 증세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23명의 접촉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본인도 완치하여 일상속으로 되돌아갔다.[10] 한국에서만 해도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집단 감염 사건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다만 이쪽은 교단 특유의 폐쇄주의가 트롤링으로 작용했다. 의도를 떠나서 그들의 행동이 전염병 확산이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태원 클럽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집단 감염 사건 당시 클럽을 방문한 뒤 역학조사를 받을 때 거짓말을 한 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생활을 하다가 일대에 큰 혼란을 준 인천 학원강사 쪽도 해당된다.[11] 대표적인 경우가 남양유업의 논문 조작 사건 혹은 성능이 떨어지는 망사형 마스크나 미신에 가까운 바이러스 퇴치 부적을 파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