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영어로는 Citadel, Vital part라고 한다. 군함에서 두꺼운 장갑구조물로 방호되는 중요한 구역을 말한다.2. 역사
군함의 중요한 부분을 보호한다는 것은 고대의 갤리선부터 있던 개념이지만 그 당시에는 상실하면 전투력을 잃어버리는 곳인 조타기나 선루였으므로 후대의 집중방호구역과는 다르다.집중방호구역이 구체적인 개념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전드레드노트급 전함들이 활약하던 19세기부터다. 방호순양함이 활동하던 시기에 군함의 양 측면에 연결되는 부위를 경사장갑으로 만든 갑판장갑으로 하부의 탄약고와 동력기관을 보호한다는 개념이 등장했고 기술의 발전으로 후기형 장갑순양함부터는 측면장갑과 갑판장갑을 연결해서 튼튼한 구조물을 만드는 터틀백 장갑 구조를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드레드노트급 전함에도 적용했으므로 당대 기준으로 상당한 수준의 방어력을 보여주었고 드레드노트급 전함과 순양전함이 출현한 시기에도 약간의 개량을 거쳐서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슈퍼 드레드노트급 전함이 등장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의 장갑부여방식은 함체에 장갑을 함수부터 함미까지 장착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중요한 구획에는 장갑을 추가로 더 장착하지만 주력함의 함포 구경이 확대되고 주포의 위력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구식 방식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못하게 되었다. 배수량의 한계로 인해 어설프게 두꺼운 장갑은 전함의 주포탄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효과적으로 신관을 작동시켜서 군함 내부에서 성공적으로 작렬시킴과 동시에 폭압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내상을 심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발생했고 중요한 구획에 장착할 장갑이 충분치가 않아서 명중탄이 나면 관통당하면서 함체 내부에서 유효탄이 되는 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미국에서는 네바다급 전함으로 시작하는 표준형 전함이 집중방호구역을 채택하고 영국도 넬슨급 전함을 시작으로 집중방호구역을 채택하게 되며 세부적인 구조는 다르지만 열강의 해군들이 대부분 집중방호구역을 채택하게 된다.
3. 특징
기본적으로 집중방호구역은 군함에서 중요한 시설물이며 피탄시 대규모의 피해를 주는 시설물인 탄약고, 이와 연결된 주포탑 바벳과 주포탑과 전투 시 항해와 지휘의 중심이 되는 전투함교와 장갑함교를 비롯한 구조물은 항상 포함하지만 국가에 따라서 세부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3.1. 영국의 Citadel
<nopad> |
넬슨급 전함의 장갑구조 |
영국의 경우에는 유틀란트 해전의 전훈을 분석한 결과, 바이탈 파트 중에서도 탄약고에 직격해서 관통한 후 폭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함선 자체는 어떻게든 살아돌아왔다. 그런데 기존 장갑 구조는 여러곳에 많은 장갑을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탄약고에 장갑을 집중하기 어려웠기에 탄약고 장갑이 필요에 비해서 부족하므로 탄약고에 직격탄을 맞으면 함선이 끝장나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기존에도 탄약고에 추가 장갑을 배분하고는 있었으나, 그것으로는 모자랐던 것이다. 따라서 어정쩡하게 사방에 두르느니, 바이탈 파트를 한 곳에 모아서 장갑을 집중 투자하는 설계를 구상하게 된다.
넬슨급 전함의 설계로 구체화한 영국식 집중방호구역은 주포탑 세 개를 한 곳에 모두 모으고 3번 주포탑 바로 뒤에 있는 함교 전면부에 사격지휘실[1]을 두어서 이 네 개의 구조물을 가장 두터운 장갑으로 에워싼 성채(Citadel)를 형성했다. 그래서 넬슨급 전함은 됭케르크급 전함과 함께 둘 밖에 없는 영국식 집중방호구역을 온전히 구현한 전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집중방호구역이라는 개념을 타국이 개념 자체를 전혀 몰라서 넬슨급 전함처럼 극단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게 아니다. 넬슨급 전함의 경우에는 딱 주포탑과 사격지휘실만 보호될 뿐 동력기관과 함교의 대부분의 방어가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매우 약하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래서는 전투시에 동력기관에 1발 맞고 안그래도 배수량에 대비하여 출력이 약해서 과부하로 고통받는 넬슨급 전함의 동력기관이 파손되거나 충격으로 고장이 나서 멈춘 다음 함교에 1발 맞고 조준장비가 박살나는 일을 겪게 된다. 그러면 주포가 살아있어도 원거리 전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므로 샌드백으로 전락하면서 전투력을 상실해버린다. 한마디로 말해서 탄약고 방어가 중요하지만 탄약고만 극단적으로 방어하는 것도 안 좋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다른 국가의 집중방호구역은 바이탈 및 중요구획을 문제가 안생길 정도로 집중시켜서 바이탈이 쓰는 장갑의 배수량을 줄이는 아이디어였지,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함의 격침을 막기 위한 바이탈의 요새화 개념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국의 집중방호구역 개념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고 유용하므로 설계에 반영은 하지만 온전히 구현하진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저렇게 주포탑을 함체의 함수부에 밀집시켜놓으면 후방으로 사격할 주포가 없어서 후퇴시나 위급시에 대비하기가 곤란해진다. 넬슨급 전함 자체도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의 주력함 1척당 배수량 한계인 35,000톤을 준수하기 위해서 공격력과 방어력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행력이 좋지 못했고 함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측면도 모자라서 항행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영국도 나중에는 자신의 개념을 포기하고 킹 조지 5세급 전함부터는 타국과 비슷한 집중방호구역 개념을 적용하게 된다.
3.2. 미국식 바이탈 파츠(Vital part) 보호
미국 해군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집중방호구역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 해군의 건함은 미국 의회의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진 후 항상 필요량보다 적게 승인되었고 종종 건함 자체를 거부당하는 등 예산확보부터 고난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건함이 승인되더라도 승인액이 아주 조금씩만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에 미국 해군은 항상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그리고 미국 해군의 제독들은 기존 방식의 설계에 이미 한계점을 가득 느끼고 있었다. 뉴욕급 전함의 제작 경험을 통해서 함선이 함수부터 함미까지 5개의 주포탑과 연돌, 2개의 마스트로 구성된 바이탈 파트가 끝없이 이어져서 사방에 증가 장갑을 쳐바른데다가 동선도 엉망이고 승조원 생활 시설을 둘 공간조차 부족한 엉터리 설계에 학을 떼었던 것이다. 이미 와이오밍급 전함에서 뉴욕급 전함으로 갈 때도 주포탑 1기를 제거해본 경험을 살리는 한편 위의 문제를 고치고자 네바다급 전함을 시작으로 표준형 전함을 만들었다.
따라서 미국은 새로운 전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표준형 전함을 설계한 게 아니다. 그러나 건조 당시 미국 의회가 설정한 매우 적은 예산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함선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우연의 산물 치고는 미래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만들어서 미국식 바이탈 파츠(Vital part) 보호용집중방호구역을 제대로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식 바이탈 파츠(Vital part) 보호용 집중방호구역은 흔히 알려진 집중방호구역의 개념으로 탄약고와 동력기관, 함수부와 함미부 주포탑을 모두 최대한 함체 중심에 모아서 매우 두꺼운 장갑으로 보호하고 함수부와 함미부나 상부구조물 같은 곳에는 순양함이나 구축함의 함포를 상대할 수준으로 장갑을 얇게 장착하거나 아예 비장갑구획을 만들어서 배수량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영국식 성채(Citadel) 방식 집중방호구역과는 달리 함수부와 함미부에 대응할 주포탑을 모두 배치할 수 있고 동력기관도 충분히 보호되므로 영국을 비롯한 타국 해군들이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비슷한 개념을 확립하므로서 보편적인 집중방호구역으로 자리잡는다.
3.3. 개량된 터틀백 장갑 구조
|
나가토급 전함의 장갑구조 |
일본 제국처럼 구식 방어구조를 갖춘 군함을 대개장하거나 나치 독일처럼 베르사유 조약등으로 인해 대형 군함 설계 및 건조의 맥이 10여년 이상 단절되는 바람에 집중방호구역 개념을 모르는 경우에 적용되는 방어법이다.
일본 제국의 나가토급 전함은 위에서 보듯이 기존의 구조에서 갑판 장갑을 다층구조긴 하지만 처음에는 총합 100mm까지, 나중에는 196mm까지 두텁게 늘렸다. 이렇게 현측장갑과 갑판장갑을 모두 강화하면서 기존의 벨트 장갑 형상을 유지한 장갑 구조를 개량된 터틀백 장갑 구조라고 부른다. 기존의 터틀백 장갑 구조는 현측에 착탄한 포탄에 대한 방어만 중시하지만 강화된 터틀백 장갑 구조는 갑판의 방어까지 중시하기 때문이다. 구분점은 터틀백 구조의 최대 특징이 남아있다는 것으로 함선 내부에 현측 장갑과는 분리되어 후면에 위치한 경사장갑 구조가 남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렇게 강화를 할 경우에는 특히 갑판방어 측면에서 장갑을 투입한 것에 비해 실제 방어력이 부족해지며 특히 다층방어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로 침입한 포탄이 폭발시에 타격을 막아낼 내부탄편방어 장갑을 제대로 깔기도 어렵게 되므로 내상이 심해진다. 그리고 배수량이 폭증하기 때문에 나가토급 전함도 대개장시에 갑판장갑은 강화했지만 현측장갑은 대개장 이후에도 305mm를 그대로 유지했고 이중 탄약고 부분만 원래의 76mm에 2인치 ~ 8인치를 더 붙여서 최대 305mm + 127mm ~ 280mm으로 강화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고작 14인치 대응방어가 가능한 전함인 테네시급 전함의 측면장갑 343mm와 비등한 수준이므로 사실상 거의 강화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터틀백 장갑 구조를 포기하고 갑판장갑을 단일화해서 두껍게 만들고 위치도 올려서 내부 보호면적을 늘려서 승조원과 시설도 보호하고 내부탄편방어 장갑도 증가시켜서 최대한 외부에서 주포탄을 막아내고 만일 주포탄이 관통해도 폭발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량이 된다. 바로 그 결과물이 야마토급 전함이다. 독자적이긴 하지만 결국 미국과 같은 집중방호구역을 도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비스마르크급 전함의 터틀백 장갑 구조 |
그나마 일본 제국은 전간기에 세계 3위의 해군열강국이라서 강화된 터틀백 장갑 구조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후 나중에는 미국식 집중방호구역과 비슷한 집중방호구역을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서 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나치 독일의 경우에는 앞서 말했듯이 베르사유 조약등으로 인해 대형 군함 설계 및 건조의 맥이 10여년 이상 단절되는 바람에 집중방호구역 개념을 모르는 경우라서 비효율적인 장갑 구조 및 배치를 개선하지 못하면서 단지 배수량만 늘려서 장갑을 증설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래서 비스마르크급 전함이 만재배수량이 50,300톤까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측면 장갑과 주포탑 바벳 장갑이 샤른호르스트급 전함에 비해 약화되는 등의 약점이 발생하며 측면 주장갑의 수면 위의 높이가 낮아지는 원인을 제공한다.
4. 전환
전간기 말기부터 군함들의 공격력이 급상승하면서 집중방호구역으로도 내부의 바이탈 파츠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되자 함선 설계 관계자들로부터 전투력을 유지하는 수준의 방어력이라는 수정된 개념이 나오게 된다. 이는 군함들이 채택한 어뢰 방어체제인 방뢰체제에서도 먼저 나왔던 말과 같지만 워낙 공격력이 강력하니 완전한 방호는 어렵고 피탄시 관통은 피할 수 없지만 내부 구조를 강화해서 적어도 럭키샷 1 ~ 2발에 함선이 유폭하면서 격침되는 것은 막고 피탄이 지속되어 피해가 누적되면 침몰하지만 그 때까지 상대방과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방어력만 추구하자는 것이다. 야마토급 전함 3번함인 시나노와 그 이후의 A-150 전함이 장갑을 오히려 대부분 10mm ~ 30mm 감소시키고 A-150 전함에 한해서 측면장갑만 460mm로 늘린 것이 460mm와 510mm 주포에 대응하는 대응방어가 사실상 어렵고 과잉방어라고 생각해서 16인치(406mm) 주포탄에 대한 대응방어 수준으로 낮춘 결과였다.제2차 세계 대전의 실전 경험은 집중방호구역의 개념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전투시 수십년 간의 기술 발전으로 집중 방호 구역 밖에 둔 전자 시설들과 광학 조준 장치 및 기타 시설들이 너무 귀중해진 문제가 생긴다. 즉,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영국 해군이 처음에 착각했던 '고폭탄으로 상부 구조물을 쓸어버리면 바이탈에 장갑을 둘러봤자 소용없는 거 아니냐'는 개념이 갑자기 실전성을 획득해 버린 것이다. 이 흐름은 현대까지 이어져서, 해군 군함에서 최고로 가치가 높은 시설물의 자리를 레이더가 꿰차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달카날 해전의 2차전에서 사우스다코타급 전함 1번함 사우스다코타가 겪은 일로 수리시 안전수칙 위반으로 전기시설이 고장나서 그냥 움직이는 표적 상태로 일본군에게 노출되어 집중사격을 맞는 일이 발생한다. 장갑구조는 튼튼하여 공고급 순양전함 4번함 키리시마가 5km 라는 초근접거리에서 쏜 91식 철갑탄은 충분하게 막아냈지만 3식 통상탄 및 키리시마의 호위 함선들이 쏜 중구경탄과 소구경탄이 상부구조물에 집중적으로 명중하여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의 손실이 막대했던 것이다. 해전은 노스캐롤라이나급 전함 2번함 워싱턴이 키리시마를 9km 거리에서 개박살냄으로서 종료되었지만 사우스다코타는 침몰 위험은 없고 자력항해는 가능하고 승조원 피해도 크지 않았지만 전투력을 상실하여 수리를 위해 전장을 이탈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해결이 어려웠다. 목표의 탐지와 추적을 위해 함선 내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장비에 중장갑을 도입할 수가 없고 장갑을 둘러봤자 작은 구조물의 경우 전함급 주포탄이 명중하면 통째로 뜯겨져나가며 여러 단점을 무시하고 실제로 중장갑을 달아놓을 경우 무게중심이 급상승해서 함선이 급선회만 해도 배가 뒤집어질 수 있다. 덤으로 안테나 같은 돌출부는 아예 장갑을 달 수가 없다. 굳이 해결법이 있다면 우월한 레이더와 사격통제장치를 쓰고 호위함을 동원해서 적이 근접하기도 전에 집중타격해서 제거해버리는 방식이 유용하며 대공방어의 경우에는 양용포를 쓰고 VT신관을 동원하여 적 항공기를 일부는 격추하고 일부는 쫓아내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5. 말로
냉전이 도래하며 전함같은 중장갑 군함들이 퇴출되면서 해당 부위에 대응방어가 가능할 정도의 중장갑을 두르지는 않고 직접적인 방어력보단 피탐회피를 우선시하는 것이 현대 군함의 주요 요소가 되었다.하지만 전투정보실등의 주요 구획에는 사소한 타격에 큰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교적 장갑을 더 두르는 정도로 집중방호구역의 개념을 일부분 사용한다.
6. 기타
- 이를 구현한 게임은 월드 오브 워쉽과 워 썬더가 있는데, 전자는 체력제 게임이라 집중방호구역을 관통당하면 해당 탄종의 최대대미지를 바로 뽑아낼 뿐만 아니라 운이 없으면 유폭까지 당하는 수가 있다. 후자는 모듈제인 게임 특성상 탄약고가 관통당하면 무조건 대폭발 확정. 단, 현재는 월드 오브 워쉽에서 탄약고 유폭이라는 개념이 삭제된 상태이므로 탄약고 대폭발은 워 썬더에서만 볼 수 있게 됐다.
[1] 코닝 타워(conning Tower)라고 부른다. 참고로, 일본 자료나 서브 컬쳐에서는 주로 장갑 함교, 제3함교라고 칭하고, 함교(Bridge)를 항해 함교나 제2함교, 사격지휘소(GFCS)를 제1함교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