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21:58:51

카포

1.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
1.1. 개요1.2. 악인이 아니었던 카포1.3. 미디어에서
2. 현악기에 쓰이는 줄베개(Capotasto)의 줄임말 카포3. Caporegime의 준말4. 유럽 각국 군대의 계급

1.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220px-Bundesarchiv_Bild_101III-Duerr-054-17%2C_Lettland%2C_KZ_Salaspils%2C_j%C3%BCdischer_Lagerpolizist.jpg
나치 점령하 라트비아의 실라스필스 강제수용소에 있던 유대인 카포. 해당 수용소는 아동들을 선별해 생체실험을 가하고 죽인 것 때문에 도살장이라는 악명이 붙었고, 전후 관계자들도 극형에 처해졌기에 이 사람도 무사하진 못했을 것이다.

Kamp Polizei(수용소 경찰), Kapo. 독일어로는 Funktionshäftling. 집결캠프(Konzentrationslager, Concentration Camp)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을 뜻한다.

1.1. 개요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다른 수감자와 동일한 수감자 신분이었으나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받는 조건으로 SS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다른 수감자들을 직접적으로 통솔하고 행정 사무를 처리하는등의 중간관리직 역할을 맡았다. 수용소판 유대인 경찰이라고 볼 수 있다.[1] 1938년 기준으로 수감자 11,000명당 500명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나치 독일이 굳이 자신들의 권한까지 제한적으로 양도해가며 카포라는 신분을 내세운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 사상적으로는 이들을 관리해야할 독일군 입장에서 유대인을 비롯한 수감자들은 '같은 인간인 죄수'가 아닌 말을 할 줄 아는 가축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인간님이 가축따위를 통솔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실리적으로는 이를 통해 본인들의 업무 부담을 나누는 동시에 같은 인종이자 같은 수감자끼리의 갈등을 심화시키도록 하면서 그들이 단합하여 반항할 여지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수감자가 대부분 유대인이기 때문에 유대인이 카포를 맡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폴란드인, 러시아인, 혹은 독일의 법을 위반해 잡혀온 독일인도 수감된 경우가 있었기에 이들 중에서 카포를 맡은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220px-Oberkapo_-_Armbinde.jpg
유대인 카포가 두르던 완장.
여러모로 유대인 경찰과 비슷한 부역자이다.[2]
카포의 방에 들어갔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했단다. 거기엔 롤빵이 있었어! 달걀도! 고기도! 커피도! 식탁 가득 말이지! 그런 걸 봤다는 게 어떤 건지 아니? 이 자의 아침인가 봐. 여기서 이걸 먹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난 보기가 두려웠어. 너무 배가 고파서 다 집어먹을 것 같았거든. 그때 카포가 들어오는 거야. "뭘 기다리고 있나? 어서 앉아서 먹으라구!" 나더러 이 음식을 먹으란 거였어.
블라덱 슈피겔만의 회고

카포는 본인의 능력에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독일군의 눈을 속이고 혁명을 일으킬 여지도 있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카포를 선발할 때에도 신중한 선별 과정을 거쳤다. 많은 수의 수감자들을 데려오긴 했지만 그들 모두에 대한 상세한 이력[3]을 기록해놨기 때문에 이를 꼼꼼히 따지며 살인마나 강도범, 강간범 등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을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는 범죄자인 동시에 독일군들 본인이 통제하기 쉬울만한 인물들이 카포로 선발되었다.

이렇게 선발된 카포에게는 일반 수감자와는 급이 다른 권리가 보장되었다. 독일군과 비교하면 열악하긴 해도 전기가 들어오는 개인실이 제공되었고, 정상적인 식사가 매 끼니 '배불리' 먹을수 있는 양이 제공되었으며 다른 수감자들처럼 일반 노역에 처하지 않았고 경우에 따라 일반 수감자들을 구타하거나 그들의 식사를 빼앗는 등의 가학행위도 허락받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권리는 카포들이 지치지 않고 수감자들을 공포통치하는 것을 유지하기 위한 독일군의 안배였다. 독일군은 이와같은 특혜를 통해 카포들이 일반 수감자와의 차별적인 부분을 끝없이 상기하게 되면서 현재의 권리를 포기하기 어렵도록 '카포'라는 알량한 직위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카포도 결국 수감자였다. 카포가 다 수평적인 관계인 것은 아니었고 간부급 카포나 군인들의 의사에 따라 카포들이 처형당하거나 강등당하는 일도 흔했다. 대표적으로 윌렘 대포가 주인공 배역을 맡았던 영화 트라이엄프(Triumph of the Spirit,1989)[4]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이던 유대계 권투선수 살로모 아로슈[5]는 SS 장교들이 본인들의 여흥을 위해 열었던 권투 경기에서 연전 연승을 했는데, 이 권투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는 실제로 카포든 수감자든 가리지 않고 가스실에 보내지거나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당하는 등 반드시 죽었다. 실제로 잡혀오기 전부터 권투선수로서 쌓아온 피지컬과 기술이 있는 아로슈는 수많은 결투에서 무패를 자랑해 살아남았지만 이는 결국 사실상 자신이 이긴 만큼 사람을 죽는 걸 방조한 격인지라 일생을 이 트라우마 속에 찌든채 정신적으로 고생하며 살아가야 했다.[6][7]
파일:카포 전범 재판.jpg
카포 신분의 한 유대인이 전범 재판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사진. 친위대 장교들에게 복종하고 죄수들의 목에 올가미를 매는 것을 포함하여 카포로서 저지른 전쟁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죗값를 치렀다고 한다.
제3제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대부분의 카포들은 배신자 혹은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공산권에서는 사형 또는 종신형 등의 중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었다. 1950년 이스라엘은 나치와 나치 협조자들을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었고, 이 법을 바탕으로 1951년부터 1964년까지 약 40건 정도의 고발 사건이 있었는데, 피고자는 대부분 카포였다. 1968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총 189건의 살인지시와 살인을 수행한 카포에게 종신형을 내리기도 했다.

1.2. 악인이 아니었던 카포

당연하지만 카포는 상당히 많은 수가 뽑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수라 할 지언정 악인이 아닌 카포도 있었다. 이들은 독일군이 안보는 틈틈이 입소자들을 돕고 격려했으나 이중 상당수는 저 자리를 빼앗고 싶다는 알량한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같은 입소자들의 밀고로 일반 수감자로 강등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이지 저열한 행위가 아닐 수 없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 중에는 이런 일이 흔했다.

다만 소수지만 끝까지 밀고당하지 않고 카포 신분을 유지한 경우도 꽤 있었는데, 주로 나름 가치관이 똑바로 박힌 사람들이 많았던 독일 공산당, 프랑스 레지스탕스, 폴란드 국내군, 스페인 제2공화국 출신의 정치범들이 한번에 같은 곳으로 모이면서 순수한 극악인이 별로 없는 수감소가 되었을 경우였다. 이런 곳에서는 카포로 뽑힌 인물들 중에서 조직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권한 내에서 최대한 다른 카포와 수감자들을 통솔하여 수감자들이 억울하게 죽지 않도록 지키고 더 나가 이들을 통해 수용소 내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자체적으로 해방을 맞이한 사례도 있다.[8]

당연히 이런 도덕적으로 멀쩡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조직력, 카리스마까지 있는 사람들이 수용소 관리역을 맞게 되면 큰일이기에 나치스도 상술한대로 평상시에는 일부러 가치관이 비뚤어진 그냥 평범한 사회였어도 문제 있을 인간들만 골라 카포직을 맡겼지만 장검의 밤 직후, 프랑스 점령 직후, 독소전쟁 개전 직후처럼 포로가 그냥 하루에도 수천, 수만, 수십만 단위로 생겨서 도저히 계획성 있는 수용소 운용이 불가능할때는 독일군도 그냥 떼거리로 사람 우르르 받아서 그 와중에 적당히 조직력 있는 사람한테는 아무나 카포직 부여할때가 없진 않았다. 이런식으로 선출된 양심적인 카포들은 대부분 나치스의 뒤틀린 기준에선 '직무 미달'로 일반 수용인 신분으로 강등,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상술한 부헨발트의 독일 좌파, 폴란드 포로들이나 마우타우젠의 스페인인들 같이 아예 해당 수용소에서 하나의 계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한 경우는 그나마 해당 수용소들에선 비교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굴뚝을 통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아 제발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1.3. 미디어에서

  • 아트 슈피겔만만화 에는 주인공인 블라덱 슈피겔만아냐 슈피겔만 부부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줬던 카포 세 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 첫 번째는 블라덱이 머물게 된 건물을 관리하던 카포였는데, 그는 폴란드인이나[9] 독일어를 잘해 카포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독일이 전쟁에서 패할 것 같자 영어를 공부해 살아남으려고 블라덱으로부터 영어를 배운 뒤, 그 대가로 블라덱에게 사이즈에 맞고 상태가 양호한 의복을 제공하고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편의를 베푼다. 또한 캠프 내에서 블라덱에게 생존과 직결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고, 죽을 수 있는 위험한 과업에는 빼주는 등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당시 수용소에서는 노동 가능한 인력이라도 체력이 다 소진되면 가스실로 직행이었으나, 수용소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특기(전기, 용접, 가스, 배관, 수리 등)가 있는 사람들은 전문 인력이었으므로 어지간하면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았다. 블라덱에게는 거의 생명의 은인 수준이다.
    • 두 번째 카포는 블라덱과 음식을 나눠가지던 폴란드인 카포로, 언뜻 보면 앞의 카포와 헷갈릴 수 있지만 수염이 없고 마른 편이다. 성격은 더 온화하게 묘사되고, 블라덱은 이 카포와는 거의 친구처럼 지내며 서로 농담까지 주고받았다.[10] 같이 있을 때는 꽤 잘 지낸 듯 하다.
    • 세 번째는 비르케나우에서 아냐를 담당했던 여성 카포를 다루고 있다. 폴란드인으로[11] 전형적인 악질 카포였다. 아냐는 이 카포 때문에 비르케나우에서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빵을 하나 더 받았다고 덤터기를 씌워서 맞는다던가, 아냐가 체구가 작고 약해서 식사 시간 때 수프 통을 제대로 나를 수 없는데도[12] 계속 그 일을 시키면서 수프를 엎지를 때마다 아냐를 발로 차며 폭행하였다. 하지만 아냐가 카포의 떨어진 가죽 장화를 블라덱에게 보내 수선해 준 뒤 태도가 변했다. 식사 시간 때 아냐에게 국통을 들게 하는 대신 그건 너에게 무거우니까 자신의 방에서 쉬고 있으라고 말할 정도. 허나 그 뒤에도 아냐가 이 카포 때문에 고생하게 된 적도 있었는데, 한 번은 아냐가 철조망 사이로 블라덱이 던져주는 빵을 몰래 받을 때 마침 그 카포에게 걸려서 점호 시간 때 카포가 이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졌고 결국엔 모두가 기합을 받아야 했다.[13]
  •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는 수용소 내의 유대인들이 집결했을 때 그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점호를 하는 등의 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 영화 사울의 아들에서는 주인공이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카포들도 여러 명이 나온다. 주인공의 작업반 담당 카포는 나름 유화적이고 죄수들과 협력하여 봉기를 준비 하는등 꽤 정상인으로 나오지만 다른 카포들은 유대인들을 줘패는 건 기본이고 지나가던 주인공을 끌고 와서 강제로 일을 시키질 않나, 돈독이 올라서 뇌물을 밝히질 않나 독일군보다 더 악랄한 인간 말종처럼 나온다.
  • 폭풍속의 씨앗이라는 회고록으로 유명한 SS 출신의 헤르베르트 브루네거도 전쟁 전 독일 정치범 수용소에서 근무했는데, 이 때 자신들은 그냥 경계 근무만 서고 대부분의 수감자 통제는 카포들에게 위임했다고 회고했다. 카포들은 일부러 SS 경계병들에게 잘 보이려고 수감자들을 필요 이상으로 괴롭혔는데, 이를 보다 못한 브루네거 (당시) 이병은 결국 한여름에 고된 노동으로 탈진해 쓰러진 노인 수감자를 마구 구타하던 카포 1명을 고의적으로 노동력을 저하시켰다는 죄목으로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카포의 수감 번호를 적어갔다. 심지어 이 카포는 대놓고 자신이 잘 보이고 싶어하며 SS 경계병들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그의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다.
  • 실화를 영화화한 TV 영화 <소비보 탈출>에선 카포들이 악랄하게 나온다. 오죽하면 여주인 유태인 여성이 같은 유태인을 이리 대하냐고 하자 한 카포는 "나에겐 어머니와 가족이 있어... 내가 이런 짓 하는 덕분에 어머니는 식사를 대접받고 잘 지내고 있지..."라고 그도 양심에 찔려하는 듯이 말한다. 그래도, 여기 나오는 카포들은 유태인들과 소련군 포로들이 탈출 무장 작전을 꾸미는 걸 알고도 협조하여 다 같이 나오지만 그 과정에 이들도 총에 맞아 연이어 죽는다. 마지막에 숲으로 달아난 카포 한 사람은 이후 유태인 나치 저항조직에 들어가 싸우다가 결국 전사하고 만다는 후일담이 나레이션으로 나온다. 다만 이 영화는 각색이 꽤 되어 있는데, 악랄한 교도관인 바그너는 이 영화에서 유태인 재봉사에게 칼에 맞아 죽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 달아나서 시몬 비젠탈의 집요한 추적으로 잡혔다. 하지만 그는 재판을 기다리던 도중에 비젠탈을 비웃는 유서와 같이 음독자살했다. 그리고... 위에 서술하듯이 카포는 성격으로 보아 뽑았듯이 이렇게 양심있어 하는 카포는 애시당초 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아예 없었던건 아니다. 사람이란게 워낙 예측불가능한 생물이다보니깐 그냥 악인이었는데 수용소에서 그냥 평범한 사회에서 '악'을 초월하는 뭔가를 구경하고 인간이 바뀐 경우도 있었고, 위에 나오듯 나치들의 주먹구구식 운영정책 때문에 순식간에 특정 정치, 민족 집단 출신 수용자들이 떼거리로 생겼을땐 저리 섬세하게(...) 일부러 악인들만 골라 카포 맡기는게 불가능했던지라 멀쩡한 사람들이 카포 되는 경우도 아예 없었던건 아니다.

2. 현악기에 쓰이는 줄베개(Capotasto)의 줄임말 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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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aporegime의 준말

마피아의 지부장 혹은 행동대장을 의미하는 카포.

4. 유럽 각국 군대의 계급

일본군 계급으로 따지자면 오장과 같은 계급인데 대한민국 국군 계급으로 따지자면 상병에 해당된다.


[1] 굳이 비교하자면 유대인 경찰은 말 그대로 민간사회(그러나 어디까지나 유대인 관리 구역)에서의 경찰, 카포는 유대인 수감소의 교도관이었던 셈이다.[2] 굳이 비교하자면 유대인 경찰은 말 그대로 민간사회(그러나 어디까지나 유대인 관리 구역)에서의 경찰, 카포는 유대인 수감소의 교도관이었던 셈이다.[3] 가족관계나 학력은 물론 사상이나 범죄기록 등에 대한 것도 전부 추적되고 있었다.[4] 한국에서도 1989년 개봉했으며 비디오도 나왔고 1995년 6월 23일 저녁에 SBS에서 더빙 방영했다. 극중 살로모 성우는 유강진. 그리고, 1996년 현충일에 오후에 재방영.[5] 그리스 국적으로 유럽 챔피언에 오른 실제 권투 선수이다. 1923~2009[6] 영화에서는 개인의 목숨만이 아니라 같이 잡혀온 약혼녀까지 저당잡힌 신세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더더욱 처절하게 싸웠으며 약혼녀도 아로슈가 승리 보상으로 받아온 식량을 처음엔 좋아라 했으나 뒤이어 이 식량을 평범한 수감자였을 아로슈가 어떻게 배급받았는지 눈치채자 울면서도 아로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씹어 삼키는 장면이 나온다.[7] 다만, 살로모 아로슈에 대하여 논란이 있는데, 그는 전쟁 끝나고나서 권투선수로 복귀하여 10년이나 링에 올라왔다. 게다가, 아로슈가 사기꾼이라고 소송을 건 유태인이 있었으니 야코 라존(Jacko Razon, 1921~1997)이었다. 그도 그리스계 유태인으로 나치에게 잡혀 수용소에서 목숨을 건 권투를 해야 했고 전쟁끝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권투선수를 그만둬야 했다. 라존은 아로슈가 쓴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내 이야기를 표절했다면서 허구성을 따졌는데 난 수백여명을 패눕혀야 했고 그들이 울며불며 사형장으로 끌려나가는 것을 보고 구토해야 했고 밤에 악몽으로 그들이 날 원망하는 꿈에 잠도 못잤다며 링에 오르자니 그 악몽을 떨칠수 없어 은퇴했다는 것. 그런 지옥을 겪은 난 이랬는데 전쟁이 끝나자마자 권투선수로 복귀하여 10년이나 아무렇지 않게 링에 오른 아로슈가 수상하다고 따졌다. 결국, 영화 개봉당시 소송을 제기하며 영화는 제대로 개봉하지도 못하고 12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영화는 고작 40만 9천달러 정도 벌고 막내려야 했다. 소송도 합의로 마무리지었는데, 자세한 여부는 불명이 된 셈. 사실. 유태인 권투선수들은 홀로코스트에서 이랬던 것이 허다했다. 튀니지계 유태인 권투선수 빅토르 페레즈(1911~1945)도 이랬고. 결국 그는 견디다 못해 다른 유태인들을 구하려다가 총살당했다.[8] 대표적인 사례가 부헨발트로 미 육군이 진주하기 전부터 이미 수감자들이 독일 공산당과 사민당 폴란드 레지스탕스들로만 꽉꽉 채워져 있었다. 한마디로 말도 통하고 언제든지 나치 독일에 반기를 들 의욕이 충만한 인물들이었다. 그 외에도 마우타우젠등 비슷한 사례가 적게나마 존재한다.[9] 다만 작품 해설지인 「메타마우스」에 실린 녹음 내용에는 오버슐레지엔독일인이라고 나왔다. 하지만 정작 만화에는 다른 폴란드인들처럼 돼지로 표현되는데, 실레지아/슐레지엔은 200년 넘도록 독일폴란드의 영토 갈등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였던데다 양 측 민족인 독일인과 폴란드인이 섞여 살아서 독일에 소속감을 느끼는 폴란드계나 폴란드에 소속감을 느끼는 독일계도 더러 있었다. 베르사유 조약 이후 오버슐레지엔 지역은 폴란드 2공화국령으로 떨어졌다가 독소 폴란드 침공 시기 독일 영토에 그대로 병합되는지라 일단은 폴란드 정체성에 가까운 쪽으로 표현한 듯 싶다.[10] 일례로 블라덱이 제화공 작업실에 들어가고 싶어서 "제가 어렸을 적부터 제화공이었다는 걸 아시죠?"라고 이 카포에게 말하는데 카포는 바로 "넌 그냥 함석장이잖아"라고 맞받아친다. 그 뒤 블라덱이 제 얼굴에 써놓고 다녀야 하냐며 묻는 건 덤.[11] 다만 블라덱과 아티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서는 각각 체코계 유대인, 독일인 카포라고 블라덱이 설명한다. 블라덱의 증언이 정확하지 않아서 아티가 재조사 후 수정한 부분으로 추정된다.[12] 블라덱도 이 통은 자신에게 무거웠다고 할 정도였다.[13] 카포는 빵을 건네받는 것은 봤지만 아냐의 얼굴을 보지 못한데다, 친구들도 그동안 아냐가 음식을 나누어 준 것 때문에 아냐를 고발하지 않아서 아냐가 카포에게 빵을 건네받은 것은 들키지 않았다. 그 덕에 모두 기합을 받아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