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4 13:24:05

파에스토스 원반

1. 개요2. 특징 및 고고학적 미스터리
2.1. 문자 기록 방식2.2. 문자 해독의 미스터리
3. 진위 여부4. 창작물에서의 등장

1. 개요

Phaistos Disc

파일:Phaistos_Disk.jpg

그리스 크레타섬 파이스토스 지역에서 발굴된 고대 유물. 크레타섬에는 기원전 3600년부터 기원전 1120년까지 흥성했던 고대 문명인 미노스 문명의 대표적인 유적인 미노스 궁전이 존재하는데 이 유물은 1908년 파이스토스 지역의 제1 미노스 궁전의 지하 사원 저장소에서 이탈리아 고고학자 루이지 페르니에르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유물은 점토에 구워 만들었는데 지름 15cm, 두께 1cm 가량인 원반 모습으로 원반 양쪽 면에는 상형 문자들을 나선형순으로 빼곡히 새겼다. 제작 연대는 약 기원전 1700년으로 추산된다.

2. 특징 및 고고학적 미스터리

2.1. 문자 기록 방식

파에스토스 원반의 상형 문자들은 원반 바깥에서 안쪽으로 시계 방향으로 나선을 그리며 새겨졌는데 학자들이 조사해 보니 원반의 문자들은 당시에 당연하게 쓰이던 '젖은 점토에 직접 새겨 넣는' 방식이 아니라 상형 문자 각각의 모양을 새긴 도장을 먼저 제작한 다음 그 도장들을 젖은 점토에 대고 눌러 찍은 후 불에 구워 만들었음을 알아내었다. 이 방식은 현재 학계에서 인정하는 인쇄의 개념과 완벽히 일치한다. 따라서 이 원반은 지금까지 서구 역사상 최초의 활자 인쇄물로 알려진 11세기Prüfening Abbey 고문서[1]보다 적어도 2500년에서 3000년 정도 앞선 역사상 최초의 인쇄물인 셈이다. 특이한 것은 미노스 궁전 유적에서 출토된 다른 유물들은 물론이고 크레타 문명이나 이후의 고대 문명들에서 이런 인쇄 방식으로 제작된 기록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총, 균, 쇠》에서 이 원반을 구텐베르크의 활자 주조법 발명과 비견해 역사적으로 잘못된 시기에 발명된 발명품의 예로 들고 있다.[2] 즉, 발명 자체는 획기적이었으나 당시 사회가 이 발명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상용화할 레벨이 아니어서 묻혀버렸다는 것. 이와 비슷한 예시로는 고대 로마에서 2000년 전에 발명된 증기 기관, 일명 '아에올리스의 공'이 있는데, 이 역시 사회적 상황/여건상 활용되지 못하였다.[3]

2.2. 문자 해독의 미스터리

파에스토스 원반에 기록된 상형 문자 수는 총 241개이고 서로 다른 상형 문자 45종류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원반에 기록된 상형 문자들은 크레타 문명선형 A선형 B 문자와는 다른 별개의 문자로 판명되었다. 이 명문들을 해석하고자 여러 고고학자언어학자/암호학자들이 달려들었지만 어떠한 단서나 설명도 없고 다른 명문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전혀 해독되지 못했다. 현재 고고학/암호학 분야에서 보이니치 문서로혼치 사본과 함께 최고의 난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어, 아나톨리아 지방의 언어 등으로 보는 시선이 있고, 고대 이집트어 혹은 바스크어로 해석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해석한 내용들이 학자마다 다르다.

2014년에 내용을 해석했다는 기사가 나왔으나 10년이 지난 2024년까지도 정확한 해석은 오리무중이다.

3. 진위 여부

앞서 명시된 기록 방식의 특이성이나 그 시대를 초월하는 획기성, 문자 해독의 난해성 등으로 말미암아 발굴 이후부터 계속 이 원반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 원반이 조작되었단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현 고고학계에서는 진품으로 보는 의견이 대세이다.

4. 창작물에서의 등장

  • 카토 모토히로의 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권에서 이 파에스토스 원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작중에서 설명하는 해석 불가능성의 이유는 '샘플이 너무 적기 때문'과 '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45개의 서로 다른 문자를 구성하는 상형 문자가 241자밖에 안 되니 어찌어찌 문자를 끼워 넣으면 말이 되는 해석을 얻을 수는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어떻게든 말이 되는 해석이 나오고 같은 단어여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자마다 해석한 내용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파에스토스의 원반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답 후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원히 해석할 수 없는 문자가 되는 것이다.
  • SCP 재단 창작물 <SCP-271>은 파에스토스 원반의 외형을 하고 있다.
  • 어째서인지 이 원반에 새겨진 문자들이 유니코드에 등록되어 있다.
  •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서는 크노소스 궁전에 미노타우로스가 봉인되어 있는 미궁의 열쇠로 등장, 오파츠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이달로스가 만들었다는 미궁은 이수 종족이 만든 미궁이며 파에스토스 원반은 그 미궁을 열 수 있는 열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게임 내에는 파에스토스 원반 이외에도 이수 유적이나 건물을 열 수 있는 원반형 열쇠가 여럿 등장한다.
  • 몬타나 존스에서도 크레타 섬을 무대로 한 29화에서 크노소스 궁전의 보물을 찾는 열쇠로 등장한다. 적혀 있는 문자들은, 미궁을 통과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현실에서는 아직까지도 해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해석불능인 문자이지만 작중에선 어째선지, 크레타 섬에서 주인공들이 우연히 들렀던 구멍가게에서 각 문자의 뜻을 해석한 장신구가 있는 걸 발견하고, 전부 사버려서 해독해버렸다… .
  •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스킬 성장재료로 쓰이는 오파츠 중 하나로 등장한다.


[1] 동양에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처럼 더 오래된 인쇄물도 있다.[2] 이 시기에 제대로 된 기록 매체는 점토판이었고 부피와 무게가 종이에 비해 매우 크다.[3] 증기 기관의 경우 유지와 관리·연료 공급·고급 기술자를 필요로 하며, 그나마도 성능이 산업 시대의 증기 기관보다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노예라는 훌륭한 대체재가 있어 사장되었다. 또한 고대 로마의 증기 기관은 산업용이 아니라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증기 기관의 출현 당시에는 방적기나 탄광의 지하수 배출 펌프 등 동력을 사용하는 기계류가 이미 완성형으로 존재했다. 뉴커먼이나 와트의 증기 기관은 그러한 기계류에 기존에는 풍력·수력·축력 등 장소나 상황에 구애받던 동력 대신 장소나 상황에 구애 없이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동력을 결합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산업적인 가치를 갖는 것이다. 즉, 증기 기관의 성공에는 그 기술이 지속될 수 있는 인프라가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