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19 11:39:21

경구수액

1. 개요2. 이론과 역사3. 만드는 법, 먹는 법4. 여담

1. 개요

경구수액()이란, 설사탈수 환자에게 수분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먹이는 용액을 말한다. 이것을 사용하는 요법을 경구수액요법(ORT, oral rehydration therapy)이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수많은 어린이의 생명을 콜레라 등으로부터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굳이 개발도상국이 아니더라도, 여행 도중에 설사가 난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다.

2. 이론과 역사

콜레라장염과 같은 설사병에 걸리게 되면, 체내의 나트륨 등의 전해질이 설사라는 형태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 탈수에 걸리게 된다. 특히 영·유아는 성인보다 체표면적의 비율이 높고 수분 대사량도 성인보다 4배나 많아서 탈수증에 훨씬 취약하며, 탈수가 심해지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탈수로 인해 빠져나간 물과 나트륨을 보충해 주는 수액 요법은 특히 어린이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맥주사를 통한 수액요법은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1] 제3세계에서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돌 때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좀 더 저렴하고 간편한 수액요법이 요구되었다.

1960년콜레라는 장의 점막을 파괴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고, 이듬해에는 소장에서 탄수화물나트륨이 짝을 이루어 함께 흡수[2]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 사실들을 근거로 탈수증 환자에게 주사가 아니라 입을 통해 수분과 나트륨을 공급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1968년 동남아시아 조약기구 콜레라연구소에서 콜레라 환자들을 통해 진행한 임상시험을 통해 경구수액요법이 정맥을 통해 수액을 주입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후 1975년 WHO에서는 영·유아부터 성인의 설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수액제의 조성을 결정하여 전세계에 보급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설사에 의한 사망률이 점차 감소되었다. 덕분에 경구수액요법은 20세기 의학의 중요한 진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1975년 WHO에서 처음으로 경구수액의 전해질 농도를 결정하여 배포한 이래로, 최적의 경구수액 조성을 찾고자 하는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해질(특히 나트륨)의 농도를 이전에 제시된 WHO의 표준보다 낮추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경우에 따라서 포도당 대신 쌀가루 같은 다른 탄수화물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었다. 그 외에도 아연이나 유산균을 첨가하여 설사를 훨씬 빨리 낫게 하는 방안 등이 연구되고 있다.

현재 WHO에서 제시하고 있는 경구수액의 조성은 아래와 같다.[3]

물 1 리터당,
성분질량
염화나트륨2.6 g
함수구연산삼나트륨[4]2.9 g
염화칼륨1.5 g
무수포도당13.5 g[5]

3. 만드는 법, 먹는 법

경구수액은 의사가 처방전을 써 주면 약국에서 구입할 수[6] 있는데, 설사 등의 증상이 있지만 굳이 병원에 가기 싫거나 혹은 가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집에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Rehydration Project에서 소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준비물:
  • 깨끗한 [7] 1리터 이상
  • 소금 반 티스푼 (2.5 g)
  • 설탕 6 티스푼 (30 g)[8]
  • 그 외에 경구수액을 담을 그릇, 소금과 설탕을 떠넣을 티스푼, 떠마실 컵, 손을 씻을 비누 등이 있으면 좋다. 그릇과 식기류는 모두 멸균되어야 한다.
만드는 법:
  1.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가능하면 비누를 사용하여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는다.
  2. 깨끗한 물 1 L당 소금 2.5 g(반 티스푼)과 설탕 30 g(6 티스푼)꼴로 넣고 잘 섞는다.
  3. 만일 물이 뜨거우면,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만약 베이킹 소다(식소다, 탄산수소나트륨)가 있다면, 소금을 반으로 줄이고(1.25 g) 줄인 소금만큼 베이킹 소다를 넣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설탕은 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다만 설탕이나 꿀을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설사가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설탕이나 소금이 덜 들어가서 묽은 것은 괜찮다. 설탕을 넣는 이유는 설탕물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장에서 빠르게 흡수되는데 그러면서 물과 소금을 같이 흡수하므로 물 흡수를 빠르게 촉진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염포도당정[9]이 있다면, WHO에서 제시하고 있는 경구수액의 염화나트륨 조성에 따라서 물 1 L 당 식염포도당 13정을 넣으면 염화나트륨 2,600 mg (2.6 g)과 무수 포도당 5,850 mg을 섭취할 수 있으나 WHO에서 제시하는 무수 포도당 13,500 mg (54 kcal)에는 미치지 못하므로 가게에서 사카린이 함유되지 않은 포도당 분말[10]을 7,650 mg (7.7 g)을 더 추가한다. 즉, 물 1L 당 식염포도당 13정과 무수포도당 분말 7.7 g을 넣고 잘 섞으면 완성시킬 수 있다. 다만, 제품의 용도 및 용법에서는 1일 3 ~ 4회, 1회 1 ~ 2정을 권장[11]하므로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

복용법도 딱히 특별하지 않다. 그냥 물 마시듯이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면 된다. 만약 설사나 구토를 한 상황이면 대략 그 양만큼 경구수액을 마시면 된다. 구토 증상이 심하다면, 1~2분 간격으로 한 숟가락씩 조금씩 떠마시면 된다. 5살 미만 어린이의 경우는 몸무게에 따라서 달라진다. 탈수 증상이 없고 설사만 할 때는, 설사할 때마다 몸무게 1 kg당 10 mL씩 계산해서 먹이면 된다. 탈수가 경증[12]일 때는 처음 4시간 동안 50 mL/kg을, 조금 심하다[13] 싶으면 100 mL/kg을 계산해서 먹이고 그 다음에는 설사할 때마다 먹이면 된다. 토할 때도 토한 양만큼 충분히 먹이면 된다. 5살이 넘은 어린이는 처음 1~2시간 동안은 1분에 두어 숟가락씩만 먹게 하고, 그 다음에는 알아서 충분히 마시게끔 하면 된다. 정 모르겠으면 소아과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도록 하자.

맛은 쓴 맛을 제거한 약맛인데 대부분의 알약에서 베이스가 유효성분을 제외하면 포도당과 식염, 고체로 만들기 위한 전분이니 그럴 만도.

만약 탈수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14], 8시간 이상 오줌이 나오지 않았거나, 의식이 없거나 하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4. 여담

경구수액요법은 탈수 증상에만 도움이 될 뿐, 설사의 양이나 설사 기간 등을 줄이지는 못한다. 사실 (급성) 설사는 뱃속의 세균이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인체의 방어 작용이기 때문에, 보통은 약을 써서까지 설사를 멈출 필요는 없다. 다만 인체가 그렇게 방어 작전을 펼치는 와중에 보급이 딸려 환자가 영구적인 신체 손상이나 사망에 이르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정맥주사나 경구수액으로 꾸준히 수분을 공급해 환자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이 설사 대처의 핵심이다. 다만, 구토 증상은 탈수가 호전되면 같이 나아질 수 있다.

설사 때문에 경구수액을 먹는 중이라도, 처음 4~6시간이 지났으면 가급적 굶(기)지 말고 영양 공급을 조금씩 계속 하는 것이 좋다. 그러는 것이 장 세포의 재생 촉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카리스웨트게토레이 같은 이온음료는 경구수액을 대신할 수 없다. 이런 이온음료는 나트륨 농도는 매우 낮은 데 비해 당분 농도는 매우 높아 탈수 교정용품으로 적절하지 않다. 농도도 높은 편이다. 상기했듯 경구수액의 농도는 대략 1리터 당 나트륨 2g, 당분 13g의 비율이 필요한데 포카리스웨트 분말은 74 g짜리 제품 기준 당류 70 g, 나트륨은 0.5 g이다. 당분과 비교하면 나트륨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만일 적절했다면 음료수가 아니라 의약외품으로 분류됐을 것이다. 실제로 마라톤 같이 정말로 탈수 가능성이 있는 운동은 그냥 시판 이온 음료도 아니고 나트륨 비율이 더 높고 농도는 낮은 물건을 나눠주기 때문에 묘하게 일반 소매점에서 파는 이온음료랑 다르게 짜면서도 맛이 민숭맨숭하다.

물론 이온음료에 나트륨염을 따로 첨가하고 농도를 낮춰서 먹으면 대체 가능[15]하며, 탈수 증세가 심각한 게 아닌 이상 일상적인 범위의 운동이나 설사 증세 정도에 대해서는 이온 음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 링크


[1] 의사간호사 같은 전문의료인력도 필요하고, 주사바늘이나 소독솜 같은 것은 모두 일회용품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IV 카테터를 일정 개수 이상 소모하면 비급여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부담이 더하다. 또한 정맥주사를 통해 몸 속에 직접 들어가는 수액은 단순한 생리식염수조차 엄격한 기준에 의해 멸균 및 순도가 보증되어야만 하는 전문의약품에 속한다. 신흥국 중에는 아직 가장 단순한 생리식염수 수액제재조차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어서 수입하는 나라도 많다.[2] 최적의 흡수 비율은 포도당과 나트륨이 1:2일 때이다.[3] https://www.who.int/medicines/publications/pharmacopoeia/Oralrehydrationsalts.pdf[4] [math(\rm Na_3COH(COO^-)(CH_2COO^-)_2\cdot2H_2O)][5] 이상의 조성의 삼투을 계산해보면 약 243 mmol/L이다. 이는 등장액의 삼투몰인 약 300 mmol/L에 비해 약간 낮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현행 WHO 기준이 과거에 비해 농도를 낮추었기 때문이다.[6] 비보험으로는 1통에 7,500~10,000원 정도 한다.[7] 가능하면 끓인 물이 가장 좋다.[8] 이상의 조성의 삼투은 약 173 mmol/L이나, 설탕은 장내 수크라아제에 의해 신속하게 포도당 1개 분자와 과당 1개 분자로 분해되므로, 이를 고려하면 약 261 mmol/L이다. 수액의 농도가 등장액의 삼투몰보다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이 낫다. 왜냐하면 고장액을 마시면 삼투압에 의해 탈수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갈증이 났을 때 바닷물을 마시면 그 갈증이 더 심해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계량 오차가 쉽게 발생하는 가정에서 경구수액을 조제할 때에는 등장액의 삼투몰인 300 mmol/L보다 낮은 값을 목표치로 정해서 조제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9] 천혜당제약사의 식염포도당을 기준으로 한 정당 염화나트륨 200 mg과 포도당 450 mg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겠다.[10] 사카린이 있으면 상당한 단맛으로 기호성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영양학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은 거의 없다.[11] 하루 최소 3정에서 최대 8정의 양이다.[12] 체액소실량 3~5%.[13] 체액소실량 6~9%.[14] 체액소실량 10% 이상.[15] 포카리스웨트 기준 2배의 물에 희석하고 그 후 1리터 당 2g 정도 소금을 넣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