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30 19:03:40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1. 개요2. 상세3. 줄거리4. 등장인물5. 평가6. 작가의 말7. 기타

1. 개요

대한민국소설. 저자는 성석제.

2. 상세

소년을 스쳐 간 운명의 장난
작가 성석제가 들려주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
어린 시절 미술보다 축구를 좋아했던
백선규는 자라서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는데······.

3. 줄거리

소설은 '0'과 '1'로 구분되며 이 문서에서는 둘다 '나'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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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말해야 했을까? 아니, 모르겠어. 다시 그때가 된다면 내 입으로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것도 몰라. 내가 아는 건 내가 말할 수 있었지만 말하지 않은 그 일 때문에 내 삶이 달라졌다는 거야. 그래, 달라졌어.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다른 직업을 가졌겠지. 남을 속이는 교활한 장사꾼? 명령에 충실하게 따르는 군인? 뭘 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않겠지.
'나'는 그림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다. 아무도 내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 혼자만 내 재능을 의심한다. 그날 그 일이 있은 뒤부터 그랬다. 이것은 오직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일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된다. 담임 선생님은 천수기 선생님으로 선생님의 아버지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졸업생이 스무 명도 안되는 학교의 동창으로 두 사람은 그 졸업생 중 가장 친한 친구였다. 한 사람은 교사가 되었지만 한 사람은 자신이 되고 싶어 하던 화가가 되지 못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되었다. 졸업한 이후 각자 서른 살이 되기까지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를 잊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는 염소를 팔러 나간 길에 장터에서 선생님과 십수년 만에 마주쳤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선생님이 아버지를 어린 시절 친구와 대조해보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선생님이 지켜보는 동안 아버지의 염소가 팔려서 손에 돈을 들고 읍내에 하나밖에 없는 화방으로 갔다. 그걸 보고 선생님은 아버지가 어린 시절 친구임을 확신했다. 군 전체 인구가 20만명, 읍내에 사는 인구가 5만명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 화방까지 가서 그림 재료를 살 사람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아버지를 뒤따라 화방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두 사람은 어린 시절처럼 친하게 대화를 나눈다. 여기서 두 사람은 서로의 직업과 사는 곳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와 선생님은 각각 친구가 아들의 담임선생님이라는 사실과 제자 중에 친구의 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한테서 "읍에서 네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그 사람이 아버지 친구더라. 그렇다고 너를 다른 아이들보다 잘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오히려 이 아비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으려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조회가 끝난 뒤에 선생님이 나를 부르고는 복도에 세워 놓은 채 말했다. "네 아버지가 내 친구라는 걸 들었겠지? 그렇지만 선생님은 친구의 아들이라고 봐주지는 않는다. 뭐든지 더 열심히 해야 해. 알았느냐?." 나는 두 사람에게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대답했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공차는 것, 즉 축구였다. 나는 축구를 좋아해서 아이들과 같이 공을 차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놀다가 집까지 십 나 되는 길을[1] 여우를 만날까 도깨비를 만날까 무서워하며 달려가는 일이 매일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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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림을 좋아해. 오늘도 미술관에 나와서 전시된 그림을 보았어. 유명한 전시회가 열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어쩌다 한 번 가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화랑과 작은 미술관이 즐비한 거리를 돌아다니지. 걷고 또 걸으며 돌아다니다 눈과 다리가 아프면 찻집 '고갱과 고흐'로 가곤 해. 여기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창문 밖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얼굴빛과 하늘의 색깔을 비교해 보지. 사람의 배경이 되는 나무줄기의 빛깔과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에서 무슨 느낌을 얻기도 해.
'나'는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을 좋아한다. 나는 그림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화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화가는 가는 시간을 화폭에 담아서 잡아 놓고 다른 사람의 시간은 마냥 흘러가도 모른 척하는 사람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고도 시치미를 뚝 떼고 "난 잘못한 게 없소"할 인물이다. 그 사람. 백선규.

나는 '백선규'와 같은 고향출신이자 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상이란 상은 다 받고 다니더니 결국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다. 이 찻집 '고갱과 고흐'에도 백선규의 작품이 걸려 있다. 진품은 아니고 몇 년 전 어느 대기업의 달력에 인쇄된 그림을 오려서 액자에 넣은 것이다. 그 사람의 값비싼 작품이 이런 작은 찻집에 걸려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나는 백선규의 작품을 보며 그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그릴 수 있는지 상상했다. 나는 인쇄된 작품도 저렇게 잘 그렸는데 그의 진품을 어떨지 상상이 안되었다. 진품이 생산되는 작업실은 아마 무균실 같은 곳일 것이다.

4. 등장인물

  • 0의 서술자
이름은 백선규. 남성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가다. 그의 재능은 모두가 인정하며 그의 그림은 값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는데...
  • 1의 서술자
여성으로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을 보며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애호가이다. 특히 초등학교 동창인 '백선규'의 작품이 가장 관심을 갖는다. 그 이유는...

  • 백선규의 아버지
    아들 백선규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재능이 있었으나 가난한 농사꾼인 아버지가 반대한다. 그는 집을 나가려고 했으나 아버지가 쓰려지는 바람에 꿈을 포기한다.
  • 천수기
    백선규의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문예반 선생님이다.

5. 평가

우연한 사건 이후 달라진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명의 서술자가 교차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으로 또한 현재-과거-현재 순으로 서술하며 같은 사건은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이끌어 가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6. 작가의 말

작가는 책에 이런 말을 남겼다.
누구에게나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 기회는 대체로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준다. 그러니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벗, 이웃이 금쪽같이 소중하다!

7. 기타

  • 미래엔에서 발간한 중학교 2힉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 시험 문제도 많이 나온다.

[1] 대략 4km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