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2 19:47:32

마녀의 빵

1. 개요2. 줄거리3. 각색4. 기타

1. 개요

Witches' Loaves. 오 헨리의 소설이다.

2. 줄거리

빵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마더 미첨. 2000 달러의 예금을 모아둔 성공한 자영업자지만, 40세의 나이에도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이 고민거리이다.[1]

마더의 가게에는 독특한 단골 손님이 있는데, 매번 묵은 빵 두 덩어리를 사가는 허름한 옷의 독일계 중년 남자이다. 마더는 남자의 손가락에 묻어있는 물감 자국을 보고는, 매번 딱딱하게 굳은 묵은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난한 화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미첨은 경매에서 좋은 그림을 사다 걸어놓고 예술에 관심이 많은 척하며 그가 화가가 맞는지 확인해보았는데, 남자가 그림의 원근법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확신하게 된다.

그에게 호감이 생긴 마더는 아직 주목을 받지 못한 천재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 가난한 화가를 부유한 자신이 후원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에게 잘보이기 위해 비단 옷을 입고 마르멜로 씨앗과 붕소로 만든 화장품으로 준비하곤 했지만 하지만 좀처럼 이 화가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마더는 어느 날 묘안을 생각해낸다. 여전히 남자는 가게의 값비싼 케이크나 과자류가 아니라 묵은 식빵만을 사가고 있었는데, 남자가 바깥을 지나가는 소방차에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묵은 빵을 갈라 버터를 듬뿍 발라 놓은 것.

자존심 강한 가난한 예술가에게 이것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빵에 바른 버터를 발견하는 남자를 상상하며 즐거워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안 가 그 남자와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가게로 온다. 그 남자는 마더를 보고 독일어로 마구 화를 내더니, 영어로 소리친다. "이 마녀같은 여자야, 당신은 날 망쳐 놓았단 말야, 알겠어? 이 주제넘은 늙은 고양이 같으니라고!"

영문을 몰라 당황한 마더에게, 성난 남자를 문 밖으로 끌어보낸 젊은 남자가 말했다. 사실 그 중년 남성은 가난한 천재 화가가 아니라 건축가였으며, 새 시청사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원래 건축가들은 설계도를 그릴 때 연필로 초안을 그리고 잉크로 선을 딴 후, 정교하게 연필 자국을 지워내야 한다. 하지만 고무 지우개는 잘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더 쓰더라도 하루 묵은 식빵을 쓰곤 했는데, 하필이면 오늘 막 잉크 선따기를 완성한 건축가는 늘 그랬듯 식빵으로 연필 선을 지웠다가... 결국 설계도가 완전히 버터 범벅이 되면서 3개월에 걸친 건축가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것이다.

모든 진상을 알게 된 마더는 비단 옷을 낡은 갈색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품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3. 각색

이원복사랑의 학교(만화)에서 이 이야기를 '버터 바른 빵'으로 각색했으며 여기서는 빵집 주인이 그냥 젊은 아가씨로 나오고 미국을 배경으로 했다. 빵은 검은 빵이며 미술대회 출품용 목탄화로 바꾸었다. 여기선 이 둘이 나중에 결혼했다는 말이 나오는 걸로 보아 원본보다 희망적인 결말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4. 기타

주요섭의 단편소설 '아네모네의 마담(1936)'의 구성이 본작과 유사하다. 시기적으로 볼 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카페 아네모네를 운영하는 영숙은 매일같이 찾아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악'을 요청하며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대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도 자신에게 연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숙은 대학생의 눈길을 끌어보려 화려한 귀걸이를 달고 오고, 그가 오자 신청을 받기도 전에 먼저 미완성 교향악의 레코드를 틀었는데... 갑자기 대학생이 광분하며 난동을 부리고는 뛰쳐나간다.
이후 같이 왔던 대학생의 친구가 대신 사과하며 설명하길, 그 학생은 사실 교수의 아내와 은밀히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그 교수 부인이 병으로 입원해 있었다.
그 대학생이 미완성 교향악을 부탁한 것은 그 음악이 둘 사이에 어떤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2], 영숙이 있는 카운터를 내내 바라본 것도 영숙을 본 게 아니라 영숙의 뒤에 걸려 있던 모나리자 복사본 그림 때문으로 그가 연인인 교수 부인을 부르는 애칭이 모나리자였다고 한다. 날마다 왔던 것도 미완성 교향악을 신청할 수 있는 카페는 많지만 그 중 모나리자를 걸어둔 곳은 영숙이 일하는 아네모네뿐이라, 그 모나리자를 보며 미완성 교향악을 듣는 것으로 문병조차 못 가는 그리움을 달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교수 부인이 결국 병이 악화되어 사망했고, 슬픔으로 정신이 나간 그 대학생을 친구가 겨우 설득해 아네모네에 데려왔는데 그런 사정을 모르는 영숙이 미완성 교향악을 튼 바람에 자극을 받은 그가 난동을 부린 것이었다.
영숙은 다음날 모처럼 했던 귀걸이를 빼고 출근한다.[3]

용의 전설 레전더에선 이 소설을 패러디한 장면이 브루노멜리사 부부에 대한 이야기로 등장한다. 차이점이라면 브루노는 빵 부스러기를 먹을려고 얻은 것이기에, 오히려 둘의 사이가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1] 40대이면서 결혼을 못 하는 여성이 부정적으로 간주된 건 맞지만, 영미권은 이미 18세기부터 불균형한 성비와 여성의 재정적 자립, 사실혼 증가, 가치관 변화 등등의 이유 때문에 40살 이상의 독신여성들이 존재했다. 다만 독일에서 1980년대까지도 25~30살이 넘으면 Frau 호칭을 붙여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관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현대 한국에서 미망인이라는 단어가 과부보다 빈번히 쓰이는 것을 보면 Frau 호칭을 붙인다고 해서 그 단어 자체의 뜻을 알고 사용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미국은 여성의 사회진출은 빠른 편이라지만 어느 면에서는 유럽보다 더 보수적인 문화도 있고.[2] 대학생의 친구가 직접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는 나도 모르지만 뭔가 사연이 있는 모양이었다'라고 말한다.[3] 마더 미첨이 옷을 갈아입고 화장품을 버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