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브레인 게임 4》.
1. 동조
Conformity(출처)
(실험실에 6명이 들어서고 실험자가 그들을 원탁에 앉힌다. 6번 참가자를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는 사전에 실험자와 공모하여 거짓을 말하기로 하였다.)
실험자: 자, 여기 선분들이 보이십니까? (기준으로 주어진 선분 A, 그리고 비교할 선분 1, 2, 3. 이 중에서 2는 A와 길이가 같지만, 1와 3는 명백하게 길이가 짧아 보인다) 좋아요, 이제 여러분은 앉은 순서대로 어떤 것이 A와 길이가 같은 선분인지 답해야 합니다. 1번 참가자분부터 시작할까요?
1: (자신만만하게) 3번입니다!
6: (황당하다는 표정) ......?
실험자: 흠, 그렇군요. 2번 참가자 분은?
2: 제가 보기에도 3번입니다.
실험자: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3: 3번이 맞는 것 같습니다.
4: 저도 3번이 정답인 것 같네요.
6: ......??! (황급히 다른 사람들을 둘러본다. 다들 태평하고 진지한 표정.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미간을 찌푸리고,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5: 저 역시... 3번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실험자: 자, 좋습니다. 다들 3번을 정답으로 선택하셨던데, 6번 참가자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1~5: (일순간 모든 참가자들이 6번 참가자에게 슬쩍 시선을 던진다)
6: ......3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험자: 자, 여기 선분들이 보이십니까? (기준으로 주어진 선분 A, 그리고 비교할 선분 1, 2, 3. 이 중에서 2는 A와 길이가 같지만, 1와 3는 명백하게 길이가 짧아 보인다) 좋아요, 이제 여러분은 앉은 순서대로 어떤 것이 A와 길이가 같은 선분인지 답해야 합니다. 1번 참가자분부터 시작할까요?
1: (자신만만하게) 3번입니다!
6: (황당하다는 표정) ......?
실험자: 흠, 그렇군요. 2번 참가자 분은?
2: 제가 보기에도 3번입니다.
실험자: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3: 3번이 맞는 것 같습니다.
4: 저도 3번이 정답인 것 같네요.
6: ......??! (황급히 다른 사람들을 둘러본다. 다들 태평하고 진지한 표정.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미간을 찌푸리고,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5: 저 역시... 3번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실험자: 자, 좋습니다. 다들 3번을 정답으로 선택하셨던데, 6번 참가자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1~5: (일순간 모든 참가자들이 6번 참가자에게 슬쩍 시선을 던진다)
6: ......3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조는 집단의 압력이 실제로 혹은 상상의 차원에서 발생함으로 인해 자의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또는 태도의 변화이다. 이것은 단순히 타인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명백히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것이 바로 동조다.
집단심리학자 체스터 인스코(C. Insko)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수에 의해 동조하게 되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1] 첫째로는 경험적으로 다수가 옳았기 때문이다. 곧 그들 다수에게는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정보가 있어서일 것이고, 소수는 그 정보의 잠재적 가치를 인정하여 다수에 합류하게 된다. 둘째로는 집단으로부터 배척되는 것을 피하기 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발생하는 동조는 특히 사춘기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서 흔히 관찰된다.
위에 인용된 실험은 1955년의 저 유명한 애쉬(S. Asch)의 동조 실험으로, 심리학 역사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대중적 실험이 되었다.[2]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실험에 매료되었으며 온갖 별의별 후속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중간에 누군가가 돌출행동을 하여 만장일치를 깨게 한다 하거나, 피험자의 지위를 바꾸어 보거나, 동조 실험에 필요한 공모자의 수를 늘리거나 줄여 보거나, 동조에 대해 보상이나 처벌을 가해 보거나 등등... 연구자들은 비단 선분 길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상생활에서의 현실성이 높은 다른 주제들, 예를 들어 치실을 사용한다거나 하는[3] 등으로 주제를 확대해 보기도 했다. 현대에는 고스란히 "동조" 단어를 쓰기보다는 "다수 영향력"(majority influence)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쓰인다. 물론 최신 추세 중에는 그에 대응하는 "소수 영향력"(minority influence) 개념도 활발히 연구 중. 예로 한 연구[4]에서는 전체 중 5%의 반항도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한다.[5] 그 외에도 로봇들의 잘못된 대답에도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도 수행되고 있다. #
동조 실험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애쉬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것을 듣는 것이 나을 것이다.
"충분한 지적 능력과 판단 능력을 갖춘 젊은이들조차도 기꺼이 흰 것을 검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우리의 교육 방식과 우리의 행위를 이끄는 가치관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할 수밖에 없다."
원문은 이렇다.
" That we have found the tendency to conformity in our society so strong that reasonably intelligent and well-meaning young people are willing to call white black is a matter of concern. It rises questions about our ways of education and about the values that guide our conduct."
- Solomon E.Asch, Opinions and Social Pressure (1955).
- Solomon E.Asch, Opinions and Social Pressure (1955).
애쉬가 우려했던 문제는, 결국 그 이후 밀그램의 복종 실험을 통해 다시 한 번 대두되었다.
2. 응종
Compliance공적으로 암시된 어떤 요청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 속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 요청과 일치되게 행동과 태도를 바꾸는 것을 응종이라고 한다. 화장을 귀찮아하는 여성이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나갈 때마다 화장으로 예의를 차린다면 그것은 응종의 아주 좋은 사례이다. 사실, 판촉 사원들의 가가호호 방문 목적은 어찌 보면 잠재적 소비자들을 응종시키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을 노린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 Cialdini)가 쓴 《설득의 심리학》 이라는 책은 전세계의 세일즈맨들의 고전이 되었다.
2.1. 응종시키려면?
보통 이하의 기법들에 당한 사람은 "끄응..." 하면서 씁쓸함을 삼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응종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 (foot-in-the-door technique)
우선 거부당할 가능성이 낮은 작은 것부터 요구한 뒤, 그것을 수용하면 이후 점점 더 큰 것을 요구하는 기법. 작은 것을 수용하면서 상대방은 "그런 요청에 대해 들어주는 친절한 사람"이라는 자기지각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나중에 정말 중요한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이 일관된 자기지각을 깨기가 어렵기 때문에 거부하기가 힘들어진다. 뒤늦게 속았다는 듯한 기분을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응종한다. 즉, 누군가로 하여금 무엇을 사게 하거나 무엇에 참여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선 특정 대선후보를 응원하는 배지를 달도록 요청한 후 이를 승낙하면 선거유세 현장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등...
-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 (door-in-the-face technique)
위와는 거꾸로다. 우선 명백히 거부당할 것으로 보이는 어마어마한 것을 요구한 뒤, 그것을 거부하면 타협안인 것처럼 하면서 처음 자신이 원하는 요구를 제시하는 기법. 큰 것을 거절하면서 상대방은 "초면부터 이렇게 매몰찬 거부를 보이다니, 나는 나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몰라"라고 은연중에 느끼게 되는데, 이 점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위의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보다는 약간 약빨이 안 받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요청이 특히 대의명분이 있거나 공익성이 있을 경우에는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자연보호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은 많은 돈을 기부할 것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면 보다 라이트한 옵션을 제시하는 등...[6]
- 낮게 날아오는 공 기법 (low ball technique)
전형적인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기법.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고 일부를 숨김으로써 승낙을 얻어낸 후, 말했더라면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뒤늦게 공개하더라도 이에 반발하여 승낙을 철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한 방법이다. 이름이 하필 "낮게 날아오는 공 기법" 인 이유는, 야구에서 낮게 날아오다가 중간에서 갑자기 확 솟아오르는 구질을 보면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예를 들면 어떤 실험에 자원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시간만 제외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한 뒤, 상대방이 승낙하면 뒤늦게 실험이 아침 7시에 시작한다고 덧붙이는 등...[7]
- 끝이 아닙니다 기법 (that's-not-all technique)
홈쇼핑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하나로 묶어서 상품을 판매할 경우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면, 그것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놀라셨다고요? 잠깐, 끝이 아닙니다! 더 드립니다! 이 모든 것을 단돈 39,800원이면 한 번에!"와 같은 방식으로 선심 쓰듯이 판매하는 기법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함께 묶어서 팔았더라면 느낄 수 없었을 "특별한 혜택"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주고, 그 판매 자체도 굉장히 예외적이고 특수한 사례로 여기게 유도한다.
엄밀히 말해 응종이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일즈 현장에서 고객을 낚아올리는 다른 수법들로는 "썩은 애피타이저 흔들기 기법 & 보물 흔들기 기법", "공포 이후 안도 기법"(fear-and-relief technique) 등이 있다.
2.2. 응종의 한 종류: 복종
Obedience응종 중에서도 명백히 직접적으로 요구된 명령이나 지시가 존재할 경우에는 그것을 복종이라고 한다. 사실, 군대에서 복종이란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하급자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더라도 명령 불복종을 할 것이 아니라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야만 군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도 복종은 굉장히 자주 발견된다. 타인을 자신의 뜻대로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을 소유한 사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권위"를 소유한 사람이 요구할 경우 사람들은 매우 쉽게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복종이 갖는 영향력, 특히 "맹목적"인 복종이 갖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가 바로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다. 해당 실험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는 해당 항목을 볼 것. 아무튼 밀그램은 자신의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이 복종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8]에 대한 폭넓은 연구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는 현실 세계에서도 확인되었는데, 도덕이나 이성을 제쳐놓고 맹목적인 복종을 보인 우스꽝스러운 현실의 사례는 넘쳐나고 있다.
이비인후과의 한 의사가 오른쪽 귀에 중이염이 있는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처방을 내리도록 간호사에게 지시하였다. 의사의 처방전에는 "오른쪽 귀에 투약할 것"이라는 의미로, "R ear 투약" 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처방전을 읽은 간호사는 "항문(Rear)에 투약" 이라고 잘못 이해하고는, 아무런 이상하다는 생각 없이 환자의 항문에 약물을 투여했다.[9]
애쉬의 실험이나 밀그램의 실험이나,[10] 동일한 것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이며 도덕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일순간 그 모든 것을 저버릴 수 있다는 잠재적 위협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교육과 건강한 양육을 통해 얻어진 모든 윤리와 신념과 이성이 한순간에 압도당할 수 있다니? 하지만 실제로 현실이 그렇기도 하다. 당장 가장 극명한 사례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고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홀로코스트 뿐만 아니라 9.11 테러의 용의자들도 댈러스 공항 보안대를 통과할 때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매우 공손한 태도로 여성들을 대했으며, 테러를 주도한 인물 역시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착하고 우수한 인재"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동안, 어쩌면 2010년대 지금까지도, 이들 실험들은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역사 전체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실험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3. 수용
Acceptance수용이란 사회적 압력이나 직접적 명령이 존재할 때, 그것이 개인이 보기에도 옳다고 생각되어서 태도와 행동을 기꺼이 일치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간인을 학살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군인이 상관의 명령에 동의하고 따르고 있다면 그것은 수용으로 부를 수 있고, 만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학살 명령에 따를 경우에는 복종으로 부를 수 있다.
다른 말로는 순종 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보통 종교적인 의미로 수용을 뜻할 때 주로 쓰인다.
4. 관련 문서
[1] Insko et al., 1983; 1985; Deutsch & Gerard, 1955.[2] 당초 애쉬가 이런 실험을 기획한 이유는, 그 이전까지의 동조에 대한 연구들은 "정답이 모호한" 상태에서 동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애쉬는 1+1=2인 것처럼 정답이 누가 봐도 명확하다면 그래도 동조가 일어날지에 대해 연구해 보기로 했고, 그 결과 전세계 심리학 교과서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3] Schmiege, S. J., Klein, W. M., & Bryan, A. D. (2010). The effect of peer comparison information in the context of expert recommendations on risk perceptions and subsequent behavior.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5), 746-759.[4] Dyer, J. R., Johansson, A., Helbing, D., Couzin, I. D., & Krause, J. (2009). Leadership, consensus decision making and collective behaviour in humans.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Biological Sciences, 364(1518), 781-789.[5]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흘러나오던 여러 통계 중에서는, 국민의 3.5% 이상이 지속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면 그 정권은 예외없이 무너지고만다는 통계가 있었다. 사실 이건 지속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3.5% 이상이라는 거라 약간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말이다.[6] 이 기법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 과거 미국 정치계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이 있다.[7] 이 기법이 아주 잘 묘사되는 창작물로는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있다.[8] 희생자가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밀그램 본인이 참가자의 곁에 직접 서서 요구할 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명령에 합당한 인물이라고 간주될 때, 복종에 항의하는 타인이 존재하지 않을 때, 약한 전기충격에서 강한 전기충격으로 조금씩 높여 갈 때 복종의 가능성이 높아진다.[9] Cohen & Davis, 1981, Medication errors: Causes and prevention.; Cialdini, 1989, Agents of influence: Bunglers, smugglers, and sleuths[10] 뒤에 짐바르도(P. Zimbardo)에 의해 수행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까지 세트로 함께 묶이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