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 누군가를 돕겠다는 것은 헛소리다. 누구도 자기 아닌 다른 이를 돕지 못해! 제 앞가림이나 잘해서 남에게 폐나 안 끼치면, 그게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부일뿐이야. 흔히 남을 돕겠다는 놈들을 보면 결국 남을 괴롭히는 것이 고작이다! 자신은 즐거워하면서 말이지. 세상에는 그런 웃기는 놈이 많지.
"나는 나, 그대는 그대. 사람 하나하나가 자신의 길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굳이 다른 이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마라. 내 사부가 늘 이렇게 말했지. 지금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해."
- 『화정냉월』에서 유월은이 생전에 했던 말을 삶의 척도로 삼은 봉무진이다.
풍종호 무협소설 『화정냉월(花情冷月)』의 명콤비인 두 주인공 중 일인으로, 임천생과는 전혀 다른 성격과 사고를 가지고 있다. 별호가 냉혈도(冷血刀), 피가 흐르기는 하는 모양이지만, 뱀보다 더 차가운 피가 흐를게 분명, 사리(事理) 따위는 관심도 없이 기분 나는 대로 아무나 척척 베어 죽이는 잔혹한 성격, 청룡단(靑龍團)을 홀로 무너뜨릴 만큼 강폭(强暴)하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릴 생각도 할 수 없는 패륜(悖倫)적인 희대의 칼잡이로 세상에 소문이 난다.- 『화정냉월』에서 유월은이 생전에 했던 말을 삶의 척도로 삼은 봉무진이다.
사부는 괴상한 성격과 기행들로 유명한 개방(丐幇)의 십장로인 광인십걸(狂人十傑)의 천생대적이라 알려진 '능당십걸(能當十傑)'의 천중일괴(天中一怪) 유월은이다. 봉무진이 갓난아기 때부터 유월은이 거두워 키웠기에 그에게는 사부이면서 아버지와 같다. 더욱이 산속에서 둘만 살았기도 해서 그는 유월은의 말을 거의 맹신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성격도 고대로 닮아 매우 실리적이고 냉철하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소문에 부합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아무나 베어 죽이지는 않는다.
2. 행적
아래는 소설의 봉무진의 행적을 시간 순으로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전반적인 소설의 내용은 『화정냉월 - 줄거리』를 참고하자.
2.1. 출도
봉무진은 사부가 죽은 이후 출도한 어린 나이부터 무림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 시작이 7년 전, 화산(華山)의 검귀(劍鬼)라는 흑호자(黑虎子)를 말 한마디 잘못 오고 간 탓에 단칼에 베어 죽인 일이다. 6년 전에는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동해(東海) 배월도(排月島)로 건너가 배월도주 및 12인의 휘하 고수를 패배시킨다.[1] 5년 전에는 장강(長江) 전역을 오르내리며 수적질로 악명을 떨치던 청룡단의 단주와 24인의 고수를 하룻밤 사이에 베어버린다. 이 일이 그의 소문이 널리 퍼지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딸을 청룡단에게 잃어 복수에 미쳤었던 아비가 우연히 지나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봉무진을 청룡단으로 오인(誤認)하여 돌을 던진 일이 발단이 되어 일어난 사건이다.[2] 그리고 2년 전에는 동정호(洞庭湖)의 쌍귀자(雙鬼子)를 척살하였다.2.2. 동정호(洞庭湖)
한가로이 경치 좋은 은거지에서 안락함을 즐기던, 이제는 20대 후반인데도 동안이라 더 어리게 보이는 봉무진은 갑자기 찾아온 철불(鐵佛) 풍범릉으로부터 임천생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는 임천생과 얽힌 일을 풍범릉에게 전해 듣고는 부탁을 받아들여 무림에 나선다. 그런데 은거지에서 나오자마자 그를 죽이려는 이들이 있었다. 먼저 금쇄사랑(金鎖四狼)이 스승으로 여기는 과산객(過山客)을 두들겨 팼던 일을 복수하려고 찾아온다. 귀찮았던 봉무진은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들의 공격을 간단히 피해 서로 죽이게 만든다.이어 자세한 속사정을 알아보지도 않은 채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온 번휘가 온갖 함정으로 그를 죽이고자 한다. 차마 그녀를 죽일 수 없었던 봉무진은 손발을 묶어 함정용으로 파놓았던 구덩이에 집어넣는다. 금쇄사랑과 번휘를 데려온 추종객(追踪客) 주용성[3]에게 항주로 앞질러 가서 임천생에 대한 조사를 해주길 부탁하고, 그는 신양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2.3. 신양(新梁)
봉무진이 신양에 다다랐을 때, 절벽 위에서 떨어져 자살을 시도한 번서향을 구해준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남편이 죽었다 여기고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봉무진은 남편인 풍범릉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간의 사정을 들은 그는 임천생이 단순한 색마(色魔)가 아니라 오히려 납치된 번서향을 도와줬으며, 이면에 다른 음모가 있음을 눈치챈다. 그래서 우선 번서향의 안전을 파면객(破面客) 위상에게 맡긴 뒤에 신양 일대를 돌아본 다음, 풍범릉의 고용주였던 엄자추의 집에도 잠입한다. 그곳에서 엄씨 형제의 이야기를 몰래 듣고, 성무장이 대반산(大般散)을 이용한 뒷공작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과 엄자추가 이러한 성무장에 대항할 힘을 키우려고 나한간고첩(羅漢看苦帖)을 노렸음을 알게 된다.엄자추의 집을 나온 후에 봉무진은 위상의 은신처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으며, 번서향도 다시 납치된 상황이었다. 죽기 전의 위상에게 사정을 확인한 봉무진은 가까운 나루터에 있는 조씨 의원의 집으로 빠르게 달려가 납치범들인 수적들을 찾아내 결과적으로 한 놈만 남겨놓고 모두 베어 죽인다. 포로에게서 번서향이 맹일부의 집에 있다는 것과 엄자추가 주동자임을 다시금 확인한 봉무진은 먼저 번서향을 구한 뒤에 엄자추의 집에까지 즉각 쳐들어간다. 홀로 쳐들어온 봉무진을 성무장에서 파견한 무사로 착각한 엄자추는 막무가내로 덤벼드는데, 그의 칼날 아래 무사할 수는 없었다. 신양에서의 일을 마친 봉무진은 구출한 엄자후 부부와 번서향을 데리고 항주로 향한다.
2.4. 항주(杭州)
객잔에 투숙한 엄자후 부부에게 번서향을 맡긴 봉무진은 미리 의뢰를 넣었던 주용성을 만나 최근에 도박장은 물론 옥화방(玉花幇)에 몰래 드나들고 있는 임천생의 행적을 확인한다. 봉무진은 옥화방으로 이동하여 수향에게서 심형도(心炯刀)로 쉽게 임천생이 다녀가고 있음을 파악한다. 인근에서 강남쌍웅(江南雙雄)과 투닥이며 임천생이 작은 소동을 일으킨 것까지 두 눈으로 본 봉무진은 옥화방에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그와 첫 대면한다.봉무진의 날카로운 기도에 놀란 임천생은 여자 소리와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며 잽싸게 도망치고자 한다.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는 이상한 짓거리에 봉무진은 칼로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임천생을 은인으로 여기고 있는 사가보(史家堡)의 안주인 도하운이 몸으로 가로막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옥화방주 녹화(綠花)가 돌아왔고, 사가보의 사람들까지 다 모인 상황에 사장보, 수향, 도하운의 증언으로 지금까지 임천생이 벌인 기행의 진실이 드러난다.
2.5. 성무장(聖武莊)
하남(河南) 일대를 벗어난 임천생의 경로를 예측한 봉무진은 미리 함정을 준비해서 끝내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그는 임천생을 함정에서 바로 꺼내 주지 않은 채 앞에 떡하니 의자를 가져와 편히 앉아 자신이 알아낸 그동안의 일들을 일장 연설하는 것으로 쌓인 것을 복수한다. 봉무진은 은거지에 있는 풍범릉에게 가서 오해를 풀자고 하나, 임천생은 선남선녀를 구하는 일이 더 급하다며 되려 봉무진을 이끌고 성무장으로 향한다. 겉모습도 변장하고 이름도 임의행, 봉진생으로 바꾼 두 사람은 오릉을 지원해 성무장에서 열리는 성무회에서 우승하게 한다. 덕분에 강제로 헤어질 뻔한 오릉과 주소의는 결혼하며, 봉무진과 임천생은 기쁜 마음으로 두 사람을 떠나 풍범릉에게로 향한다.풍범릉을 만나 오해는 풀었어도 어처구니없게도 봉무진이 임천생과 결탁하여 성무장을 속였고, 오릉과 주소의는 죽였다는 괴소문이 떠돌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둘은 다시 성무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개방의 인물들인 매천향, 십장로, 방주인 풍개(瘋丐)까지 만난다. 성무장이 겉보기와는 달리 사악한 집단임이 드러나 개방의 도움까지 얻은 봉무진과 봉진생으로 가장한 임천생은 곧장 안으로 돌격한다. 성무장의 장주인 성무인왕(聖武仁王) 주세흥이 몇 년 전 자신의 손에 괴멸당한 청룡단의 단주임을 알아챈 봉무진은 그를 농락한 뒤에 도망치는 것까지 쫓아가 단칼에 목을 자른다.
3. 무공
- 투안신이통(透眼神耳通): 청시법(聽視法)의 일종이다. 엄자추의 집에서 몰래 형제의 대화를 들으려고 봉무진이 사용한다.
- 심형도(心炯刀): 유월은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와 그로 인한 동물들의 소란까지 잠재울 목적으로 고안한 도법이다. 이 심형도에는 섭혼(攝魂)의 효능이 있어서 봉무진이 옥화방의 수향에게 쉬이 임천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4]
- 칠보탈명(七步奪命): 얼핏 보기에는 허술한 움직임 같은 봉무진을 대표하는 일곱 걸음의 운보법(運步法)으로, 상대 기예의 발동을 사전에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이를 곁가지나마 조금 익힌 오릉이 비무에서 화진무의 나한오수권(羅漢五獸拳)의 공세를 무위(無爲)로 돌리는 데 성공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 비무를 본 주세흥은 이 칠보탈명을 알아봐 봉진생이 봉무진임을 눈치챈다. 나중에는 나름의 파해법을 만들어 봉무진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1] 봉무진이 한 일로 알려졌을 뿐, 실제로는 마해(魔海)의 살수가 그들을 죽인다. 봉무진이 그 살수를 죽여 복수해준 고마움에 죽기 전 배월도주가 마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2] 봉무진의 말로는 돌을 던지는 것보다 더한 위협을 했다고 한다.[3] 청룡단에게 딸을 잃은 아비가 그였다. 청룡단을 없애준 은인인 봉무진을 매우 정중히 대한다.[4] 이 모습을 지켜본 사항선은 도법의 유래를 물으며 섭혼도법(攝魂刀法)을 생각해낸다. 그런고로 유월은이 유씨 가문의 후손이라 유마구절도법(劉魔九絶刀法)에서 새로이 심형도를 창안한 것이 아닐까 예상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