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1 20:41:06

영변화


1. 개요2. 영변화와 영형태3. 예4. 유사 개념
4.1. 공형태4.2. 영음소
5. 참고문헌

1. 개요

/ Zero modification

언어학에서 형태론의 개념 중 하나. 파생의 일종으로, 접사 혹은 굴절 없이 품사가 바뀌는 것을 말한다.

영파생(zero derivation)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결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어디에서 어느 쪽으로 파생한 것인지 파생의 방향을 알기 어렵기에 영변화라는 말도 자주 쓰이고 있다. '영변화파생'라고도 한다.

"같은 형식이지만 품사가 다른 두 형태 A와 B가 있다"라는 관점에서는 영파생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동일한 C가 두 가지 품사로 쓰인다고 해석한다면 "품사 통용(品詞通用)"이라는 용어로 지칭하게 된다. 김한샘(2014) "품사 전성(品詞轉成)"이라고도 하나, 국어학에서 '전성'은 "품다" > "품는"과 같이 일시적으로 기능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에 ("전성 어미 '-'" 식으로 지칭하듯) 한정하여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2. 영변화와 영형태

영파생을 인정한다고 해서 영형태인 접사, 즉 영접사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영형태(零形態, zero morph)인 무언가가 붙어서 영파생이 되긴 했지만, '영접사'라는 명확한 문법 기능을 하는 문법 형태소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러는 영파생까지는 인정하면서도 '영형태인 무언가'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간에 언어학에서 '형태가 없는' 영형태를 인정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없는 것을 있다고 간주하게 되면 어떠한 이론에 따라 실제로는 없는 것을 끊임 없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고립어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고립어에서 등장하는 비율이 높다.
  • 영어굴절이 마모된 영향인지 흔히 볼 수 있다. 'water'가 명사 ''도 되고, 동사 '물 주다'도 되는 것이 그 예이다. 사실 영어의 어지간한 명사는 동사로도 쓰일 수 있고 신조어라도 예외는 아니다. [예: Google은 '(구글로) 검색하다'라는 동사로도 쓰인다. 굳이 동사형으로 만든 것이 Googling이다.] 다른 인도유럽어족 언어에서는 그냥 명사에 동사형 어미를 붙여 동사를 만든다.
  • 중국어고립어답게 거의 모든 형식들이 명사로도, 동사로도 쓰일 수 있다.[1] 중국어의 이런 특징은 의미형태소만을 주로 응축시킨 한자라는 문자가 현대까지 쓰이는 데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한국어는 동사가 기본적으로 어미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현될 때에는 명사와 동사의 형식이 동일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러한 영변화 논의에서는 '-'와 같은 어미는 제외하고서 '' - '신다'와 같이 동사의 어간과 명사를 비교했을 때 같은 것을 예로 든다. 한국어에는 명사와 부사를 겸하는 단어들이 많다. 특히 시간 관련 어휘들, '오늘', '아침' 등은 대다수가 명사도 되고 부사도 된다. (예: '오늘은 행복하다', '오늘 집에 갔다.')

4. 유사 개념

4.1. 공형태

언어학에서는 '-'(, empty)과 '-'(, zero)를 구분하고 있으므로 공형태(empty morph)라는 별도의 개념도 있다. 이것은 '기능이 비어있는' 것을 의미한다. 영변화에서는 설령 영형태를 상정하더라도 어쨌거나 '품사 변화'라는 실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공형태로는 볼 수 없다.

공형태의 예로 언급되는 것으로는 '서툴다', '서투르다'에서 나타나는 '-으-'와 같은 형식이 있다. '서투르다'에서 '서툴다'로 탈락하는 것이 설명하기 용이하기에 공시적으로는 "'서툴다'는 '서투르다'의 준말이다"라고 짧은 쪽이 긴 쪽의 준말이라 기술하지만, 간혹 역사적으로 짧은 쪽이 더 먼저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 '기능은 없지만 형식은 있는' 형식에 대하여 논의해야 할 때가 있다. 이현희(1987)에서는 이를 "의미와 통사 범주를 바꾸지 않는 접미사"라고 불렀다.

한편 공형태는 선어말 어미 '-느-'와 같이 과거에는 기능이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기능이 사라져버린 것을 지칭하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그러한 경우 역사적으로는 기능이 실재했던 일반적인 어미/접사가 의미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앞선 단락에서 다루었던 것보다는 덜 특이한 예로 볼 수 있다.

4.2. 영음소

음운론 분야에는 영음소(zero phoneme)라는 것도 있다. 음운론적 휴지(pause)를 '음성적 성질을 전혀 지니지 않은 음소'로 해석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인정한다면 현대 한국어 한글 표기의 을 영음소로 볼 수 있다.[2] 몇몇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해주기는 하지만 '없는 걸 있는 것처럼 간주하는' 데에서 오는 이론의 추상화 문제는[3] 영형태와 유사하게 발생한다.

반면 이에 대응되는 '공음소'(empty phoneme) 같은 것은 없다. 형태소의 구별 기준은 "의미 변별의 최소 형식"으로 '의미'가 포함되지만, 음소는 음성적 실체(와 최소대립쌍의 존재)만 있으면 될 뿐 의미는 있든 말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phoneme'이라는 단어의 'p'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애당초 의미가 담겨있지 않으니 비어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개념을 상정하는 의미가 없다.[4]

5. 참고문헌

  • 이현희(1987), "중세국어 '둗겁-'의 형태론", <진단학보 63>.
  • 김한샘(2014), "한국어교육학 : 품사 통용 교육 현황 분석 연구 -문법 기술과 사전 정보의 분석을 기반으로-". <새국어교육 100>, 249.

[1] 중국어의 경우에도 명사로만 주로 쓰이는 것, 동사로만 쓰는 것의 차이가 나타나기는 한다. 아무튼간에 형식의 차이는 그다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2] 한편 중세 한국어은 특정 상황에서 음성적 성질을 어느 정도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존재한다.[3] 있다는 물리적 증거가 없는데 특정 상황의 필요에 따라 상정한 것이므로 편의적으로 설정한 Ad Hoc적 개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4] 이렇듯 소리 하나하나에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표음문자의 기본 원리이다. 반면 표의문자는 각각의 글자에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며, 때문에 역으로 (여타 표의문자 글자들과는 달리) '의미가 비어있는 글자'를 상정하는 것이 유의미하다. 가령 (카드 가)와 같은 음역자, 같은 의성어 글자들은 마치 표음문자처럼 음만 있고 뜻은 비어있는 글자들이다. 다만 언어 외적으로 특정 소리에 의미나 힘이 들어있다는 언령과 같은 믿음이 나타나는 경우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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