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09:46:27

와일드 로봇/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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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길 잃은 로봇3. 생존과 알4. 새끼 기러기5. 여우와의 만남6. 보금자리와 양육7. 진실8. 비행 연습9. 떠날 시간10. 눈보라11. 숲 침공12.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13. 쿠키 영상

1. 개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장편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의 줄거리를 정리한 문서.

2. 길 잃은 로봇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을 비추며 영화가 시작된다.

태풍을 만나 한 해변가에 상자째로 분실된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1]의 흰색 로봇. 조난당한 로봇은 미동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고, 이를 근처에 있던 해달 가족이 처음으로 발견해 접근한다. 이 중 새끼 해달이 냄새를 맡다 실수로 머리 쪽의 전원을 눌러 로봇을 깨우고, 스스로를 로줌 유닛 7134라고 소개하며 기동하는 이 로봇에 기겁해 해달들은 물속으로 달아난다.
Hello! Bonjour! Guten Tag! Hujambo! ¡Hola!
Congratulations on your purchase of a universal dynamics robot.
I am Rozzum Unit 7134! A Rozzum always completes its task. Just ask.

안녕하세요! 봉쥬르! 구텐탁! 후잠보! 올라!
귀하의 유니버설 다이나믹스 로봇 구매를 축하드립니다.
저는 로줌 유닛 7134라고 합니다. 로줌은 언제나 임무를 완수합니다. 그저 말만 하세요.
밝은 어투로 인사를 건네며 임무를 요청하는 로줌 7134를 수달들은 그저 경계하며 바라본다. 재차 그들에게 임무를 달라는 로줌 7134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레 덮쳐온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로줌 7134는 절벽에 내팽겨쳐진다. 가공할 높이로 다시 다가오는 파도에 로줌 7134는 대응 방식으로 무작정 절벽을 오르려 하나 실패하고, 그러다 우연히 옆에서 절벽을 옆으로 기어 올라가는 게의 동작을 흉내내서 정상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다.

절벽을 올라온 후, 재빨리 게를 집어 바라보는 로줌 7134. 게를 '잠재적인 고객'이라 분석한 로줌은 도움이 필요하느냐고 물으나, 그 순간 갈매기가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서 게를 낚아채 가버린다. 이후 일어나 앞을 바라보자 야생 그 자체인 거대한 숲이 보이고, 로줌은 자신만만하게 몸통을 고쳐세운다.
Ready to receive my first task!
저의 첫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앞에 펼쳐진 숲에 들어가는 로줌 7134의 뒷모습을 비추며, 본작의 타이틀이 스크린을 메운다.

짜여진 코드대로 고객 응대를 하듯 자기 소개를 이어나가는 로줌 7134. 난생 처음 보는 외형과 낯선 목소리를 가진 그녀를 보고 섬의 야생동물들은 하나같이 기겁하며 달아난다. 오소리, 사슴, 스라소니, 다람쥐, 비버를 포함한 동물들을 조우하며 로줌 7134는 알고 있는 모든 인간 고객 대응방식으로 그들에게 접근하지만 돌아오는 건 야생 동물의 자기 방어적 행동들 뿐.[2] 서로 먹고 먹히는 동물들이 자신 위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도 로줌 7134는 내재된 갈등 해결 전략을 내세우며 중재를 시도하지만 스컹크에게 생화학 공격을 맞는 등 고생을 거듭한다.

내재된 다양한 언어 데이터뱅크에 동물들의 언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 로줌 7134는 곧장 학습 모드를 가동하고는 섬의 한자리에 틀어앉는다. 많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해석되기 시작한 섬 주민들의 언어들.[3] 기체 위로 수풀이 가득 쌓일만큼 오랫동안 웅크려 있던 로줌 7134는 드디어 금속 몸체를 일으켜 많은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 초원으로 걸어들어가 다시금 앞서 말한 자기 소개를 반복한다. 그러나 동물들의 반응은 여전했고, 로줌 7134는 말코손바닥사슴의 공격을 받아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어나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동물들은 괴물이라고 부르며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흩어져버린다. 그렇게 텅 비어버린 초원에 홀로 남은 로줌은 절 주문하신 분 없냐고 물어보지만, 이내 날씨가 다시 안 좋아지면서 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본다.

폭우와 번개가 몰아치는 깊은 밤, 로줌은 산꼭대기의 절벽에 올라가 자신을 주문한 이를 한 번 더 찾는다.
Did anyone...order me?
절 주문하신 분... 안 계세요?
...Anyone??
... 안 계신가요??
...Delivery unsuccessful. Return to factory.
...배송 오류 판정. 공장으로 복귀함.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해서 주문한 것이라 여겼던 로줌 7134는 결국 자신이 잘못된 곳에 배송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공장 복귀를 위해 머리 윗부분의 반송 송신기를 켜지만, 곧장 송신기에 내리친 번개로 7134는 숲으로 떨어져 기절하고 만다.

3. 생존과 알

시스템이 재부팅되면서 다시 정신을 차린 로줌. 그러나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내부 장비 손실을 알리는 에러 메세지가 잇달아 울리고, 뒤이어 그녀는 자신의 오른쪽 눈과 왼손이 사라지고 몸통은 헤집어져 열려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다수의 라쿤 떼가 그녀의 금속 기체에 침투해 각종 부품을 약탈하고 있었던 것. 재빨리 왼손 파츠를 가동시켜 하나 둘 빼앗긴 파츠를 회수하고, 몸통 안에 있는 나머지를 꺼내기 위해 팔을 집어넣고 몸을 빙빙 돌리면서 라쿤들을 온 사방으로 흩뿌린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핵심 전력 장치의 와이어를 물고 달아나려는 라쿤과 씨름을 벌이다가 기동력을 책임지는 코어에 손상을 입고 만다.

이제 몸 안의 라쿤을 정리했으니 다시 송신기를 작동시키나, 송신기에서 불빛이 번쩍거리는 것을 본 라쿤들은 저거 가져오라며 떼거지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이들을 피해서 뒤에 있는 나무로 올라가지만 신호 전송 직전에 나무 위에 있던 또 다른 라쿤이 송신기를 뺏어가버리면서 로줌은 그 라쿤과 추격전을 벌인다. 그러다 한 동굴로 숨어든 라쿤을 따라잡지만 무슨 이유인지 라쿤은 송신기를 두고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치고, 7134는 그러거나 말거나 동굴 안의 송신기를 집어드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섬의 유일한 불곰이자 최상위 포식자인 토른의 거처였다. 불청객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쫓기 시작하는 토른을 따돌리기 위해 도주하는 7134였지만, 얼마 못가 발을 헛디뎌 나무로 우거진 절벽 일대로 나가떨어진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7134는 애써 사수한 송신기와 본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주변 동태를 살핀다. 추락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한 기러기 가족의 둥지를 파괴한 것을 알아낸다.[4] 그리고 여기저기 널브러진 알 껍데기들 사이로 보이는 온전한 알 하나를 7134는 유심히 바라보고, 열화상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자 곧 알을 깨고 나올 아기 기러기의 모습이 보였다.

아침이 되어 손에 알을 들고 조심스레 굴리며 송신기를 번갈아 보는 로줌 7134. 평화로운 순간도 잠시, 무언가가 알을 훔쳐 수풀 속으로 빠르게 달아난다. 다시 열화상 모드로 전환하여 숲을 둘러보니 한 여우가 알을 입에 물고 도망치고 있었다.
May I confirm that is yours?
그게 당신 것이 맞는가요?
로줌은 여우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추격전 중 여우는 로줌을 낭떠러지로 이끌어서 저 아래로 떨어지게 만드나, 되려 오른손을 길게 늘려서 그래플링 훅 삼아 손쉽게 다시 올라온 뒤 여우를 낭떠러지 위 통나무로 몰아붙인다.

겁에 질린 여우는 알을 내려놓으면서 가져가라고 말하는데, 그의 말을 들은 로줌이 손을 내밀어 알을 집어들려 하는 순간 알을 입 안으로 삼켜버린다. 로줌은 목을 움켜쥐어서 알을 밖으로 빼내고 잡아보려 하지만 놓치며, 그 사이 여우는 날쌔게 로봇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 점프해서 알을 확보한다. 그러나 우연하게 바로 밑에서 지나가던 호저의 등가시에 착지하면서 그 고통에 알을 놓쳐버리고, 마침내 알은 다시 로줌의 품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몸통에 알을 안전하게 넣은 로줌은 여우에게 다가간다. 호저는 무서워하면서 잽싸게 자리를 피하고, 여우는 얼굴에 가시가 박힌 채로 그르렁거리며 위협하다가 목덜미를 잡혀 들어올려진다. 그러곤 로줌이 오른손을 날카로운 전동기로 변형시켜서 여우의 얼굴에 들이밀자 깨갱거리면서 공포에 질리는데, 이내 절단기 가운데서 작은 핀셋이 튀어나와 얼굴에 있는 가시를 뽑아준다. 그렇게 빠르고 고통스러운(?) 가시 제거 작업이 끝난 뒤, 로줌이 여우를 놔주자 다시 태세를 전환하여 분하다는 듯 위협적인 표정으로 그르렁거린 뒤 도망간다.

4. 새끼 기러기

그때 로줌의 몸 안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알을 꺼내 손 위에 놓고 살펴보자 기러기가 알을 깨고 나오려 하고 있었다. 깨지기 시작하는 알을 보고 반사적으로 등 뒤의 부속지 파츠까지 꺼내 알의 금을 메우려는 7134. 허나 알 속의 새끼 기러기는 이내 부화를 무사히 마치고, 놀란 눈으로 눈 앞의 로봇을 바라보다가 기쁜 표정으로 얼굴을 부비부비한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로줌의 몸은 분홍색으로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집게로 기러기를 살포시 들어 땅에 놔준다.
Was this task accomplished to your satisfaction?
제 임무 수행이 귀하에게 있어 만족스러웠나요?[5]
On a scale of one to ten, where ten is most satisfied and one is least, how would you rate my performance?
1부터 10까지의 지표에서 1을 최하, 10을 최고 점수로 쳤을 때, 저의 수행 결과는 몇 점으로 생각하세요?[6]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고 판단한 7134는 보류한 복귀 작업을 개시하나, 신호가 약해 잘 잡히지 않아서 높은 지대를 찾으러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기러기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그런 그에게 로줌은 지낼 곳이 필요하냐며 주위에 있는 작은 나무 통을 주거나, 휴가 계획 짜는 데 도움이 필요하냐며 플로리다 여행 계획서를 건네는 등의 행동을 한다.
I do not understand this response..?
이런 반응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기러기가 왜 자신을 따라오는지 파악을 하지 못하는 로줌 7134. 급기야 새끼 기러기는 애써 신호가 잡힌 송신기를 부리로 쳐 망가뜨리기까지 하고, 로줌은 자신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새끼 기러기와 깨져버린 전송기를 손에 들고 번갈아 보면서 당황해한다.

로줌은 자신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아기 기러기와 깨져버린 전송기를 손에 들고 번갈아 보면서 당황해한다. 그러다 앞의 저편에서 무언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가까이 가 보니 커다란 분홍잎 나무 옆으로 새끼 7마리를 등에 업고 가는 주머니쥐 어미가 있었다. 새끼들이 서로 말다툼하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로줌은 기러기를 집어 어미의 등 뒤에 놔주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기러기에 주머니쥐 새끼들은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본 어미는 웬 아기 기러기가 있는 걸 보곤 두 손으로 집어들면서 엄마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 그 순간 바로 옆의 나무 안에서 로줌이 얼굴을 슬며시 내미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친 어미와 새끼들은 괴물이라고 소리치며 죽은 척 쓰러지는 연기를 한다. 그러나 새끼들이 쓰러지면서도 서로 자기가 죽은 이유(뇌수막염, 광견병, 패혈증 등등)을 떠들어대느라 수포로 돌아가고, 어미는 "죽은 동물은 자기가 죽은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며 이러다 진짜로 다 죽게 생겼다고 야단을 친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그들은 아직까지 죽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주머니쥐 가족은 나무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엔 머리와 팔다리를 몸통 안으로 집어넣어 공처럼 몸을 말은 로줌,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는 새끼 기러기가 있었다. 로줌에게 다가간 어미는 해치지 않는다고 기러기를 진정시킨 후 자신을 핑크테일이라고 소개하며 얘가 그쪽 아이 맞냐고 질문한다.

그녀의 질문에 로줌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며, 이 기러기는 자신을 쫓아다니면서 소음을 내고 간단한 임무를 복잡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핑크테일은 새끼 기러기는 처음 본 대상을 엄마로 생각하기에 이제 당신이 얘 엄마라고 말해주나, 로줌은 자긴 엄마가 되도록 프로그래밍되지 않았다며 아무 임무가 없으니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대답하면서 떠나려 한다.
I do not have the programming to be a mother.
제게는 엄마 역할에 대한 프로그래밍이 탑재되어 있지 않아요.
No one does. We just make it up.
다들 그래. 그냥 닥치면 하는 거지.
Without an assigned task, my next priority is to return to factory.
임무가 없는 제게 있어 다음 우선순위는 공장 복귀에 있답니다.
Taking care of him is your task now.
이제 이 아이를 돌보는 게 네 임무야.[7]
Task Acquired. Return mode delayed. A Rozzum always completes its task.
임무 접수 완료. 복귀를 보류하겠습니다. 로줌은 언제나 임무를 완수하니까요.
그러자 핑크테일은 이젠 이 아이를 돌보는 게 당신 임무라 말하고, 그녀의 말에 로줌은 바로 임무를 수락한 뒤 반송 모드를 연기하고는 다시 돌아온다.

핑크테일은 로줌에게 아이가 하나라서 다행이라며 자신처럼 아이를 여럿 가지고 있으면 진짜 정신없다고 약간의 한탄을 한다. 로줌은 기러기를 돌보는 데 쓸만한 정보가 있냐고 묻고, 그녀의 질문에 핑크테일은 먹이고 헤엄치는 건 물론 겨울이 오기 전에 떠나야 하니 가을까지 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이고[8] 가장 중요한 건 인내라 답한 후 자신의 새끼들과 함께 나무를 떠난다.

5. 여우와의 만남

다시 숲으로 돌아온 로줌. 이번 임무의 세 가지 요소를 명심하고 본격적으로 아기 기러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Eat. Swim. Fly by Fall.
먹기. 헤엄치기. 가을 전까지 날기.
하지만 이제껏 수행한 적 없는 임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행동에 옮기는 7134. 갓난아기에 불과한 기러기 입에 솔방울을 먹으라며 쑤셔넣고, 헤엄쳐보라며 같은 솔방울을 보트 삼아 물 위로 기러기를 띄우며[9], 날아보라며 손의 펌프로 새끼 기러기를 공중으로 날려올려버리는 기행을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일전에 추격전을 벌였던 여우.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다가온 여우는 자신을 이 구역의 기러기 전문가인 핑크라며 통성명을 한다.

당연히 행적을 보고 포식자 유닛이라며 경계하는 7134지만, 여우 핑크는 이 기러기만은 안 잡아먹는다면서 능청을 떤다. 곧장 그 말만을 믿고 기러기를 자신 앞에 놓는 7134의 행동에 핑크는 설마 타인의 모든 말을 믿느나며 7134를 떠보고, 그렇다고 하자 심봤다는 표정으로 좋은 정보라고 응수한다.

기러기를 잡아먹으려는 행동이야 여우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왜 자신을 굳이 도와주었냐고 질문하는 핑크에게 7134는 자신 역시 로봇다운 일, 고객의 니즈 충족을 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자기 역시 니즈가 차고 넘친다는 핑크에게 7134는 기러기 전문가로서 새끼 기러기 양육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말하고, 핑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선 먹는 것부터 시작하자며 입맛을 다신다.

갯벌에 도착한 로줌 일행. 로줌은 물 속에서 손으로 조개를 건져내어 기러기에게 준다. 그러나 먹으려는 순간 입을 닫아버리는 조개에 부리, 발, 꼬리, 머리가 찧여버리고, 로줌은 이건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손으로 빨아들인다. 그때 핑크가 한번 봐본다며 자기한테 주라고 하는데, 되려 조개를 자기가 먹어버리곤 맛있기만 하다며 만족스러워한다. 그때 그의 머리에 한 가지 다른 생각이 스친다.

일행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꿀벌 집이 있는 나무. 핑크는 로줌에게 곰 흉내 좀 내 보라고 한 후, 곰처럼 자세를 취하는 그녀의 머리 뒤에 숨어서 곰 목소리를 흉내내어 "오늘은 점심으로 꿀을 먹겠다"고 소리쳐서 어그로를 끈다. 뒤이어 벌들이 전부 로줌을 공격하는 동안 핑크는 벌집으로 올라가서 꿀을 맛있게 먹고는 기러기에게 꿀 덩어리 하나를 던져주나, 너무 커서 꿀에 철푸덕 하고 묻혀버린다.

이후 강가에 도착한 일행은 튀어오르는 물고기를 먹으려는 토른에게 다가가더니, 물고기를 낚아채 도망간다. 머리 끝까지 화난 토른에게 쫓겨 도망가는 동안 로줌이 "다른 아기 기러기들도 이렇게 하냐"고 묻는 건 덤.

그렇게 하루종일 핑크에게 실컷 이용만 당한 로줌. 다시 갯벌에 도착한 일행은 물웅덩이에 조개를 넣고, 로줌이 손에서 뜨거운 레이저를 쏴 물을 끓이면서 조개 찜을 해 먹는다. 그녀는 핑크에게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하나, 이미 배 터지게 먹고 이젠 또 누워서 조개를 집어먹는 핑크는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는데 뭔 소리냐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배가 고파서 울먹거리는 기러기를 보곤 무심하게 옆의 흙을 앞발로 슥 파주며, 그 안에서 갯지렁이가 여럿 나오자 기러기는 신나서 맛있게 집어먹는다. 이제 로줌은 첫 단계인 먹기를 완료했다고 말하나, 핑크가 애들은 하루 종일 먹고 또 먹으니까 그건 내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식사를 이어가는 핑크에게 7134는 자신의 손상된 핵심 전력 장치와 송신기를 보여주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태양광 전지판과 보조 배터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핑크는 다른 로봇이 보이면 그를 죽인 후 대체용으로 필요한 것들을 빼앗자고 제안하나, 7134는 자신의 제어 행동 프로그램은 의도적으로 다른 이를 해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대꾸한다. 이에 핑크는 현재 자신들이 처한 곳은 야생의 환경이고, 그런 야생의 섭리를 따라 배워야 한다며 친절은 좋은 생존 전략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한다.[10]

배가 차자 새끼 기러기를 떠맡은 경유를 묻는 핑크에게 7134는 본인이 기러기의 온 가족을 몰살시켰다고 덤덤하게 말하는데, 핑크는 애를 위해서라도 그런 이야기는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좋을거라 조언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7134는 기러기가 자립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묻는데, 핑크는 어차피 지금의 새끼 기러기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가족의 몰살이 없었어도 동족 중 최약체이기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매한가지이므로 정 줘서 이로울 게 없다는 것. 그러나 결심을 굽히지 않는 7134의 반응에 못 이긴다는 듯이 동의하며 핑크는 새끼 기러기 양육에 동참하게 된다. 자신을 포함한 다른 누군가가 아이를 잡아먹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핑크. 이에 7134는 주변에 널린 큰 나뭇가지들을 골라 적당한 장소로 옮기기 시작한다.

6. 보금자리와 양육

숲을 지나는 7134 일행 눈에 들어온 건 섬에서 제일 큰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매일같이 갉아대는 비버 패들러. 꽤 많은 동물들이 구경 삼아 나무에 몰려들어있지만 패들러는 아랑곳 않고 본인 일에 집중한다. 저게 누구냐는 7134의 질문에 핑크는 이 섬 제일 가는 웃음거리[11]라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다. 핑크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패들러를 돌아이(weirdo)라고 조롱하며, 기왕 집을 짓는 거 그의 집을 몰래 가져가 새 보금자리의 모델로 쓰자고 제안한다.

장애물이 없는 넓직한 곳에 도착한 일행. 기러기와 핑크는 물론 자신까지 전부 들어가야 했기에 보금자리의 크기를 크게 잡는다. 이후 수월하게 집을 짓기 시작하는 7134 옆에서 새끼 기러기는 그를 따라하듯 나뭇가지를 모은다.
No task is impossible for Rozzum 7134.
로줌 7134에게 불가능한 임무란 없어요.
Ross, sev, one... three four?
로ㅈ, 7, 1... 3, 4?
But you can call me Roz.
하지만 넌 날 로즈라고 불러도 돼.
Roz! Roz, Roz, Roz, Roz...
로즈! 로즈, 로즈, 로즈...
아기라 발음이 서툰 기러기의 편의를 위해 스스로의 개체명을 간단히 로즈라고 재명명해주는 7134. 겨우내 말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된 새끼 기러기, 핑크와 소소하게 장난을 치고 만담을 나누는 사이 비효율적인 도움도 받으며 로즈는 집을 가까스로 완성한다.

마무리를 위해 추가 작업을 하던 와중 핑크는 넌지시 새끼 기러기의 이름을 뭘로 정해줄 건지 묻는다. 이에 대한 로즈의 대답은 '기러기 유닛 0001'. 핑크는 정말 거지 같은 이름이라며 내면의 아이디어를 늑대의 하울링처럼 불러내보라고 한다. 그러나 감정 없는 기계처럼 하울링을 하는 로즈를 본 핑크는 한숨을 쉬면서 재밌는 이름으로 한번 만들어보라 말한다. 이에 그녀가 다시 지은 이름은 '기러기 유닛 0186'으로, 숫자의 순서를 맞추지 않았으니 정말 재밌지 않냐며 영혼 없는 가짜 웃음을 내뱉는다.

이렇듯 상품 바코드에나 붙을만한 일련번호를 이름이랍시고 대는 로즈를 보고, 핑크는 이름에 숫자가 들어가니까 환영받지 못하는 애 같다면서 애정을 담아 고유한(personal) 이름을 지어주라고 재촉한다.
Processing Personal.
고유 이름 도출 중.
Bright. Bill. Brightbill. Is that name satisfactory?
반짝이는. 부리. 그러니 브라이트빌. 이 이름이 만족스럽니?
Brightbill? Processing, beep, beep, boop, boop. Satisfactory.
브라이트빌이요? 평가 중, 빵빵, 뛰뛰, 만족스러워요.

소박한 나름의 보금자리가 완성되었으나, 자신의 집 도안을 훔쳐 만든 걸 보고 찾아온 패들러는 어디 사는지 알았으니까 두고 보자고 벼른 후 사라진다. 다소 공포스런 그의 퇴장에 브라이트빌은 울먹이며 집을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그런 그를 달래고 재우기 위해 핑크는 귀찮아하면서도 로즈와 함께 즉석의 거짓말로 빚어낸 동화를 들려주기 시작한다.[12]
Once there was this island with a little gosling.
옛날 어느 한 섬에 작은 아기 기러기가 살았대.
Brightbill?
브라이트빌이요?
And he was all alone.
그리고 그 애는 철저히 혼자였지.
Because the rest of his family was destroyed.
왜냐하면 나머지 가족이 다 죽어버렸거든.
Not yet. And what this little gosling needed was a mother. So he looked up the stars and asked the brightest one if he could send him one of their extras.
아직 아냐! 어쨌든 이 아기 기러기에겐 엄마가 필요했어. 그래서 기러기는 별들을 바라보며 가장 빛나는 별에게 남는 엄마가 있으면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빌었지.
Funny thing is, there’s this beautiful robot that happened to be sitting on the edge of that star. And she hears him.
웃기게도, 한 아름다운 로봇이 그 별 위에 앉아있었다지 뭐야. 그리고 그 소원을 들었대.
Which is impossible, since sound does not travel through the vacuum of space.
이건 불가능해요. 우주의 진공 속에서 소리는 전달되지 않으니까요.
Ughh, but she still heard him, because she was listening with a different part of herself.
아 어쨌든 소원을 들었다고! 왜냐하면 로봇이 스스로의 전혀 다른 곳으로 네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A part that up to that point, she didn’t even know she had. Her heart.
그때까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 마음으로 말이지.
How did my mom come to me even so far away?
어떻게 우리 엄마가 그렇게 먼 곳에서 온 거래요?
Who cares?
무슨 상관이야?
Huh?
네?
I mean, she’s trying to see you.
내 말은, 널 보고 싶었다고 해.
Me?
날요?
And she falls off that star and lands on the beach just a little ways from here.
그래서 그녀는 별에서 뛰어내려 여기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로 내려왔어.
But she lands pretty hard, and a lot of stuff she knew just kind of fell out.
하지만 너무 세게 떨어졌는지, 많은 기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지.
Oh no!
아 저런!
So it’s a little weird what she knows and what she doesn’t. But she remembers one thing: you.
그래서 뭘 모르고 뭘 아는지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난거야. 바로 너.
And when she finally sees you, she feels…
그래서 널 드디어 보게 되자, 느낀 거지.
Crushing obligation.
막중한 책임감을.
Very lucky to be a mother.
네 엄마라서 운이 좋다고!
Mama.
엄마!
And I will not leave until I have completed this task, which has delayed me, damaged me, and violated my protocols, potentially avoiding my warranty.
그래서 난 이 일을 끝내기 전엔 떠나지 않을 테지만, 이 임무가 날 지체시키고, 손상시키고, 내 강령을 어기게끔 했어. 이제 난 정품 인증도 아마 안될테지.
Which is robot for, She loves you very much.
이 말은 로봇 식으로, 널 매우 사랑한다는 뜻이야.
이야기 덕에 브라이트빌은 잠자리에 들고, 핑크는 한숨 돌렸다며 오글거림을 이기지 못해 자기 침대로 가 눕는다. 어떻게 사랑과 같이 스스로도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지 로즈가 묻자, 핑크는 무언가가 없이 크면 그걸 생각하며 자라게 된다고 말해준다.[13] 전력 손실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기동 정지 모드에 들어가는 로즈. 이내 브라이트빌과 핑크는 그런 그녀의 곁에서 같이 잠이 든다.

7. 진실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듯 나무에 새긴 브라이트빌의 그림이 점점 커지다 화면이 전환되고, 어느덧 어엿한 성년 기러기로 자라난 브라이트빌. 친구를 사귀기 위해 로즈의 말투와 행동거지를 흉내내며 다양한 동물들과 친분을 맺어보러 시도하지만 매번 죽을 쑤기 일쑤다. 다들 도망가고 비명만 지른다고 푸념하는 그에게 공감하는 로즈.[14] 사실 이 날은 본격적인 브라이트빌의 수영 훈련이 있는 날이었고, 로즈, 핑크, 브라이트빌 본인은 물론 핑크테일과 그 아기들까지 익사 구경을 위해 참여한다.

호기롭게 도전하며 간이 보트에 오른 브라이트빌이었지만, 이내 겁을 집어먹고 시도를 포기하려는 그를 핑크가 매몰차게 강으로 밀어버린다. 모두가 그 광경에 즐거워하는 마당에 브라이트빌은 나름 수영에 성공하는 듯 보였고, 그런 그를 로즈는 칭찬하며 헤엄치기에 성공했다고 임무 체크리스트를 업데이트 한다. 브라이트빌에 어설픈 수영에 보는 모든 이가 걱정을 하지만[15] 정작 브라이트빌은 의기양양하게 강을 헤치며 다른 기러기 떼가 가득한 강 한가운데로 흘러들어간다.
They are me...I am them!
다들 나랑 꼭 닮았네...나랑 똑같이 생겼어!

반가운 마음이 앞서 브라이트빌은 늘 그랬듯 로줌의 인사치레를 따라하며 기러기들에게 다가간다. 그 중 하나가 브라이트빌을 알아보는데, 여기서 밝혀지는 사실은 여타 기러기들이 브라이트빌을 괴물이 키워낸 짝퉁 기러기로 알고 있던 것. 뒤이어 그에게 다가온, 몸집이 상대적으로 큰 몇몇의 동족 기러기들은 브라이트빌을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되려 왜소하고 헤엄도 잘 못치는 그를 물리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런 가운데 내심 그를 우려해 왼손의 파츠를 가동시켜 상황을 엿보던 로즈는 다급히 브라이트빌을 찾아 강으로 들어오고, 기러기들은 황급히 로즈를 피해 날아가버린다.

기러기들이 자리를 피하기가 무섭게 방심한 브라이트빌을 무언가가 물속에서 끌어내린다. 거대한 민물꼬치고기 록마우스의 소행임을 간파한 핑크는 로즈에게 브라이트빌을 구해내라고 외치고, 로즈는 그를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달려가다가 오른쪽 발이 돌에 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 손으로 물에서 돌을 건져내어 록마우스에게 던지고, 왼손 파츠로 브라이트빌을 잡아먹으려는 물고기를 저지하며 그를 물에서 건져낸다.

여전히 왜 자신을 공격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브라이트빌에게 어느새 돌아온 기러기들은 바로 그가 최약체이기 때문이라고 차갑게 쏘아붙인다. 그것도 모자라 브라이트빌이 엄마라 부르며 따르는 로즈가 사실은 그의 진짜 엄마를 죽인 원흉임을 본인 말고 모두가 안다고 폭로하자, 열받은 핑크는 입을 놀린 대가라며 이들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려 달려들지만, 로즈가 그를 저지한다. 기러기들의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진 브라이트빌은 로즈에게 그만 가자고 하고, 로즈는 그저 네가 동족들과 교류하길 원했다며 타이르지만 그가 크게 화를 내면서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어쩔 수 없이 따른다.[16][17] 한편,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을 보며 나무를 깎던 패들러는 로즈의 고장난 오른쪽 발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집으로 돌아온 로즈 일행. 처연한 분위기 속에서 로즈는 고장나버린 오른쪽 발을 빼고, 아까의 말에 혼란스러워하는 브라이트빌은 로즈에게 진실을 말해달라며 핑크와 로즈를 추궁한다.
브라이트빌: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진실을 말해줘요.
로즈: 사고가 좀... 있었어.
브라이트빌: 당신이 그랬나요?
로즈: 그래.
핑크: 로즈 잘못이 아냐.
브라이트빌: 왜 말 안 했어요?!
로즈: 그 정보가 네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어.
브라이트빌: 그걸 당신이 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이걸 순진하게 믿었다니... 당신이 진짜로 제 가족인 줄 알았어요.
로즈: 그랬...니?
브라이트빌: 너무 뻔하게 보였는데, 몰랐던 내가 멍청했지...
로즈: 내가 잘못 계산했어. 네 감정 주파수를 고려했어야 하는 건데.
브라이트빌: 그래요? 그 죄책감 때문에 절 키운 거예요?
로즈: 난... 임무가 필요했어.
브라이트빌: 제가 임무라서 참 다행이네요.
로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을 의도한 건 아니었어.
브라이트빌: 제 형제자매들이랑 진짜 엄마에게도 그렇게 말해봐요! 살아있었다면 전 평범하게 살고, 헤엄치고 날 수 있었다고요! 전 뭐죠?
로즈: 넌 오늘 만족스럽게 헤엄쳤어. 계속 그렇게 연습하기만 하면...
브라이트빌: 그래도 전 여전히 왕따겠죠.
로즈: 이해했어.
브라이트빌: 당신은 이해 못 해요! 아무 감정도 못 느끼잖아요! 내 진짜 엄마도 아니면서...
결국 로즈는 모든 진실을 시인하면서 널 이해한다며 그를 달래보려 하지만, 감정이 폭발한 브라이트빌은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길러낸거냐며 따진다. 크게 당황한 로즈와 묵묵부답인 핑크를 두고 브라이트빌은 진실을 숨긴 채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로즈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에 어릴 적 침대 삼던 바구니를 신경질적으로 치고 나가버린다.

장면이 바뀌고, 자신이 처음 기동을 시작한 그 바닷가에서 브라이트빌의 아기 시절 침대 바구니를 배웅하듯 바다로 흘러보내는 로즈. 그러다 오른편의 해변 동굴 쪽에 버려진 로줌 로봇 상자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포함한 각기 다른 모습의 여러 로줌 로봇들이 그려진 설명서를 본다. 동굴 쪽으로 가자 태풍에 분실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된 다른 로줌들의 부품이 있었으며, 로즈는 그곳에서 부품들을 하나둘 수거하기 시작한다.

녹이 슬고 염분에 닳아 엉망인 된 로줌 머리 파츠를 들고 로즈는 유니버설 다이나믹스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시청한다. 원래 의도대로 인간 사회에 녹아들어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로줌들의 모습이[18] 담긴 영상 속에서 로즈는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고 생각에 잠긴다.

이내 그녀는 수거한 이들 중 그나마 온전한 모양새를 갖춘 한 기종을 가동시키고, 해당 로줌은 자신을 유닛 6262라고 소개한다. 번호가 들어간 이름은 안된다며 로즈는 6262호를 '러미지'[19]라 재명명하고는 그에게 자신의 임무를 돕는다는 임무를 입력한다. 하지만 정작 로즈는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긴 글렀다며 불평을 하며, 로줌 특유의 순차적 업무 처리 방식을 대입하면 된다는 러미지의 말을 끊어가면서까지 현재 자신의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My responses to problems increasingly rely on improvised solutions.
점점 문제 대응 방식에 있어 즉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The processing that used to happen here is now coming more from here.
이곳에서 주로 처리하던 사고가 이제는 여기에서 더 자주 이뤄지고 있어.[20]
...Can you explain again what we are doing?
...저희 할 일이 뭔지 다시 설명해주시겠어요?
I don’t know. I’m just making stuff up. I don’t know what I’m doing. And I have to. I have to because he’s relying on me.
나도 몰라. 그냥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니까?? 내가 뭘하는진 몰라도 일단 해야 해. 브라이트빌이 나에게 의존하니까 해야만 한다고.

무슨 임무길래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추론장치와 축적된 모든 인간지식을 결합시킨 알파 113 프로세서가[21] 교란되었느냐고 묻는 러미지에게 로즈는 무미건조하게 애가 생겨서 라고 답한다. 러미지는 이에 원래 로줌은 아무것도 느껴서는 안된다며 세부 진단을 제안하고, 로즈는 스스로가 느끼기에 상태가 정상이라 대꾸하면서도 진단을 맡긴다. 소스라치게 놀란 듯 진단을 마친 러미지는 혹시 프로그래밍을 강제 제어했느냐고 질문하는데, 로즈는 최근 몇 개월간 코드를 강제 제어한 것이 사실이며,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밝힌다.
This is serious. You are defective. You are in the wrong place, and you have become the wrong thing. You must return to factory. Take this. They will fix you. 7134, that is where you belong.
이건 심각하네요. 당신은 결함이 생겼어요. 잘못된 장소에 와서 잘못된 존재로 변질되어 버렸군요. 공장으로 복귀해야만 해요. 이걸 받으세요. 저들이 당신을 고쳐줄 겁니다. 저곳이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이에요, 유닛 7134.[22]

8. 비행 연습

다시 장소를 옮겨 섬의 높은 꼭대기 위. 대체 어디 갔었냐는 핑크에게 로즈는 우리가 모든 걸 망쳤다며 한탄하고[23] 자신이 받은 작동 가능한 송신기를 보여준다. 송신기로 자신을 만든 이들을 부를 수 있고, 그러면 비로소 원래 가야 할 곳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로즈. 그곳에선 적어도 자신을 필요로 하며, 마찬가지로 자신을 원하는 작은 존재 또한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24] 그 때 하늘 위로 나타난 기러기 떼를 보고 핑크는 이제 브라이트빌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로즈를 재촉한다. 한시라도 빨리 비행하는 법을 익혀야 하지만, 로즈는 이제 브라이트빌이 절대로 우리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곧 송신기를 도로 넣고 우리 말에 따라줄 것이란 핑크와 함께 브라이트빌을 다시 찾아가지만... 결과는 명약관화. 브라이트빌은 여전히 감정이 상한 채 둘의 도움을 거부한다. 수영하는 법도 모르는 둘이 나는 법을 무슨 수로 가르치느냐며 브라이트빌은 로즈에게 임무고 뭐고 이제 그만 됐으니 떠나도 좋다고 말한다.[25] 이대로 포기할 수 없던 로즈는 브라이트빌에게 네 생존에 있어서 타협은 없으며, 만약 성공한다면 우리 둘 모두 있어야 할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해 설득시킨다.
You really think we can do this?
정말 우리가 할 수 있을거라고 봐요?
A Rozzum always completes its task.
로줌은 언제나 임무를 완수하거든.[26]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 기러기 하나를 스캔한 로즈는 빌이 비행 동작을 익히는데 몰두하기 시작한다.[27] 부족한 속도로 곤두박질쳐 여타 기러기들에게 비웃음을 사건 말건, 훈련에 여념이 없는 로즈와 브라이트빌. 그러나 무릎 위까지의 관절부를 억지로 발 길이까지 늘려 겨우 걷는 상태인 로즈는 주변의 불안정한 지형에서 제대로 뛰지 못 하고, 이에 야심한 밤에 주변의 크고 작은 바위들을 있는 대로 모아 쌓아서 이착륙, 질주가 용이하도록 평평하게끔 한 간이 활주로를 만든다. 그리고 그런 로즈에게 다가와 본인이 통나무를 손수 깎고 로즈가 잃어버린 오른발 부품에 결합해서 만든 의족을 채운 후 무릎 연결부에 나무 볼트를 끼워 고정하는 패들러. 뜻밖의 호의에 로즈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마워하고, 패들러는 그저 "그럼 됐군."하고 응수하며 사라진다.

그렇게 완성된 활주로 위에서 훈련에 임하는 로즈와 브라이트빌. 로즈는 의족을 통해 다시 무시무시한 속도로 뛸 수 있게 되었고, 빌은 로즈로 도움닫기를 해 겨우 뜨는 것까지는 성공하지만 막상 하늘로 올라간 이후에는 로즈와 핑크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없었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바람에 휩쓸려 추락하고, 그런 그를 로즈는 몸을 던져서까지 받아낸다.[28]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통 기러기보다 짧은 날개 크기의 한계로 자포자기하는 브라이트빌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핑크와 로즈는 자기네가 닿을 수 없는 하늘에서도 빌을 지도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보기로 한다.
You can't be up there with him.
네가 빌과 함께 날 순 없잖아.
Then we'll find someone who can.
그럼 그럴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봐요.

그 길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둥지에 찾아가 제안을 하나 하러 왔다고 말하는 핑크와 로즈. 이들이 비행 교관이라고 찾아낸 이는, 다름아닌 매 썬더볼트였다. 또 어디서 허접한 작자를 섭외했냐고 지레 질색하는 브라이트빌의 투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썬더볼츠는 능숙하고 위엄있게 날아와 로즈 곁에 앉고, 브라이트빌의 마음가짐부터 바로잡는다.
So you think small wings to be a disspointment. Small wings are teeth, the claws of the sky.
작은 날개가 실망스럽다고? 작은 날개는 하늘의 이빨이자 발톱이다.
Those are different things..
그 둘은 다른 건데요..
Show me your teeth![29] Beautiful. Begin!
네 이빨을 보여봐라! 멋지구나. 그럼 시작해볼까.

썬더볼트가 먼저 시범을 보이러 날아가자 로즈는 주눅이 든 브라이트빌에게 저 새가 할 수 있는 건 너도 할 수 있단 걸 명심하라며 격려하고, 브라이트빌은 그 길로 썬더볼트를 따라 날아오른다. 물론 말은 그렇게 했으나 핑크에게 이대로 괜찮을까 되묻는 로즈. 하늘 위에서 썬더볼트는 브라이트빌의 날개가 똑바로 활공하는 데에는 불리하지만 회전과 급강하엔 유리하다며 곧바로 강하를 보여준다. 이에 호응하듯 준비한 목재 비행 훈련용 고리를 활주로에 박아주는 로즈. 높이 날아올라 급강하를 하는데도 무리없이 따라하는 브라이트빌을 보며 썬더볼트는 기러기치고 제법이군이라며 흡족해하고, 잇따라 중간중간 피드백을 주며 점점 비행에 재미와 자신감을 갖는 빌을 계속해서 훈련시킨다. 그런 둘을 계속 응시하며 지켜보는 로즈의 뒤로 한 늙은 기러기가 다가온다.
You should be commended.
자넨 칭찬받아 마땅해.

느닷없는 칭찬에 감사를 전하는 로즈에게 롱넥이라 소개를 하는 늙은 기러기는 이번 기러기 대이주의 지도자 중 하나였고, 남모르게 로즈와 브라이트빌 둘을 꽤 긴 시간 지켜봐왔다고 말한다. 다른 기러기와 다른 정중함에 놀라는 로즈에게 롱넥은 본디 기러기 자체가 천성이 괴팍하고 모든 것에 의심을 품는 데다, 대화는 잘할지언정 남 뒷담화가 일상인 지루한 종이라고 푸념한다. 개중에 흥미로운 개체는 브라이트빌뿐이라는 평가도 하지만 그 어떤 다른 기러기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롱넥에게, 로즈는 조심스레 비행이 언제 이루어지냐고 묻는다. 그의 대답은 고작 일주일 뒤.

브라이트빌의 합류가 가능하냐는 로즈의 질문에 롱넥은 인내심이야말로 답이라고, 빠듯하게 훈련해야 하며 해돋이부터 일몰 사이에 땅에 발이 안 닿도록 훈련하라고 조언한다. 명심하겠다는 로즈에게 첨언을 이어나가는 롱넥.
Brightbill was never supposed to get this far. You know that.
자네도 알듯이 브라이트빌은 이토록 오래 살아남진 못할 팔자였네.
It is more dangerous for him than anyone else. But he has a chance. If where his wings end, his heart can pay the balance.
누구보다도 큰 위험이 따를 테지. 하지만 녀석에게도 희망은 있어. 연약한 날개를 강인한 심장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브라이트빌이 고작 48mm에 불과한 심장을 가졌다고 덧붙이는 로즈에게, 롱넥은 자기가 보기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면의 힘이 강한 아이라며 인내심을 거듭 강조하고는 날아간다.[30] 그렇게 충고대로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브라이트빌. 끼니 때에 맞춰 로즈가 든 먹이 그릇에 입을 대는 것을 제외하곤 말 그대로 온종일 하늘에서 날갯짓으로 버틴다. 중간에는 힘이 부친 나머지 거의 땅에 내려오기 진전까지 가나 로즈, 핑크와 함께 브라이트빌을 감독하던 핑크테일의 단호한 일침으로[31][32] 재빨리 돌까지 발에 쥐고 다시 공중으로 떠오른다.[33] 이렇도록 계속 야심한 시간까지 훈련에 몰두하는 로즈와 브라이트빌을, 어느새 다른 동물들마저 바라보고 응원하기까지 이른다.[34]

9. 떠날 시간

마침내 다가온 대이주의 그날. 비록 많은 시간을 같이했지만, 진정한 화해는 않고 닥쳐온 목표 달성을 위해 수련했을 뿐이기에 아직도 어색한 로즈와 브라이트빌의 관계를 핑크는 지적하고,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로즈도 인정한다.[35] 리더인 롱넥의 연설에 모인 기러기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가족 단위로 조를 짜 출발하라는 지시가 끝나자 롱넥은 곧 브라이트빌을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넨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브라이트빌이 놀라자 롱넥은 로즈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브라이빌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자신의 조에 합류할 것을 제안한다.

둘의 대화를 듣는 둥 마는 둥 땅만을 응시하는 로즈를 바라보며, 롱넥은 브라이트빌에게 이 비행은 로즈가 네게 주는 선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자기도 안다고 하는 브라이트빌에게 롱넥은 '넌 모른다'며 주변 기러기 중 너만큼 작은 이가 보이냐고 되물어 브라이트빌의 처지를 상기시킨다.[36]
The accident that killed your family, saved you.
네 가족을 죽인 그 사고가 널 구한 거란다.
I never thought of it that way.
그런 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Funny, how life works.
정말로, 삶이란 알 수 없지.

이내 로즈는 브라이트빌을 챙겨주어 고맙다는 감사를 롱넥에게 건네고[37] 롱넥도 자신 역시 로즈를 만나 영광이었다며, 분명 동족들이 로즈의 행적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 치하한다. 그러기엔 산전수전 다 겪어 너덜너덜해진 현재 모양이 볼품없다고 말하는 로즈에게 자기에겐 마치 새것처럼 빛난다는 찬사를 마지막으로, 롱넥과 다른 기러기 떼들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일제히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작별을 해야만 하는 로즈와 브라이트빌.
Well, I guess it’s time.
그래서, 결국 시간이 됐네요.
Yes.
그래.
Will you be here when I get back?
제가 돌아올 때도 있을 건가요?
No. I’m glad you’re going where you belong.
아니.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게 되어 다행이야.

Roz, I..
로즈, 전..
(무언가 더 말하려는 빌을, 롱넥이 부른다.)

I could use a boost.[38]
띄워올려주면 좋겠어요.

둘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숨기고,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39]
Ready?
준비됐지?

I guess I have to be.
그래야만 되겠죠.

팔을 벌리고 질주하는 로즈의 어깨에서, 마침내 날아올라 멀어져 가는 브라이트빌을, 로즈는 애처롭게 바라본다. 그와 동시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되는 세가지 지침 중 마지막인 가을 전까지 날기. 하지만 도저히 이대로 보낼 순 없는지 로즈는 겨우 따라온 핑크도 뒤로 한채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낭떠러지 끝 나무에 한 팔로 의지하며 멀어져만 가는 기러기 떼를 그저 응시한다. 이런 그녀를 보고 롱넥은 로즈와 빌을 배려해 일부러 편대의 방향을 잠시 되돌려 로즈의 곁을 지나쳐 날고, 그렇게 브라이트빌과 로즈는 정말 마지막인 것만 같은 시선을 주고받는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기러기 떼에게서 날아온 깃털을 잡고는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한 로즈. 로즈는 이후에도 한참 동안 같은 절벽에서 힘없이 앉아있기만 한다.

겨울이 임박했음에도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않는 그녀에게 핑크는 이제 한숨 놓았겠다며 다가온다. 브라이트빌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지금, 더 이상 같이 있을 이유도 함께 사라진 둘은 애써 웃으며 모든 것이 잘됐다고 억지로 흥을 높인다. 그럼에도 침울한 마음을 숨기질 못하는 둘. 핑크는 딱히 상관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가버릴 필요도 없지 않냐며 로즈를 떠본다. 로즈는 아마 저들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라며 응수하고, 핑크도 네 프로그래밍 때문이냐고 묻자, 로즈는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못해 핑크는 겨울이나 나러 굴을 파야겠다면서 뒤돌아 가려 하지만, 로즈는 핑크를 다시 불러세운다. 핑크는 같이 지낼 마음이 들어서 그런줄 알고는 신이 나서 다시 돌아오나, 담담히 이어지는 로즈의 질문.
How do you know if you love something? Someone.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죠? 누군가를요.

If you do, you should probably tell them.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게 어때?

What if it is too late?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면요?

I wouldn’t know.
그건 모르겠네.
그리곤 어느새 사라진 핑크. 점점 심해지는 추위와 눈보라에 핑크를 비롯한 섬의 다른 동물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 각자 보금자리를 잡고는 몸을 숨긴다. 더 이상 곁에 남은 이 하나 없이 쓸쓸하게 로즈는 또다른 높은 절벽으로 걸어가고, 절벽에 걸터앉아 임무 완수라 중얼거리며, 드디어 보류하던 복귀를 위해 송신기를 가동시킨다.

10. 눈보라

송신기의 빛이 반짝이며 장면이 전환되고, 유니버설 다이나믹스 사의 본부로 추정되는 시설 내부를 비춘다. 여러 패널의 화면 중 하나로 로즈의 조난 신호가 접수되고, 다시 씬 전환. 앞서 출발한 기러기 떼들은 쉴 틈 없이 날며[40] 대이주를 이어나가고, 롱넥은 생각에 잠긴 브라이트빌에게 무슨 고민이라도 있느냐 묻는다. 할 말이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고 대답하는 브라이트빌을 위로하는 롱넥.
Maybe they heard it anyway. Sometimes hearts have their own conversations.
말 안해도 알 거야. 때로는 마음만으로도 대화를 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비행 도중 험한 폭풍우를 만나면서 기러기 떼들은 마침 근처에 있던 유니버설 다이나믹스 본부의 실내 농장으로 잠시 대피하며, 환풍구를 타고 농장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인간과 로봇에게 들키지 않도록 농작물 속에 몸을 숨긴다. 브라이트빌은 다른 기러기들에게 장거리 이동이 참 힘들다고 말하면서 말을 걸지만 그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이들은 애써 무시하며 자리를 피하고, 빌은 이제는 익숙한지 ”참. 니들 나 싫어하지.“ 하고 질려하며 관둔다.

그때, 농작물 사이로 쿵쿵 걸어가는 로줌 로봇의 발이 보인다. 로즈를 떠올린 브라이트빌은 서둘러 나와 여긴 웬일이냐고 말을 걸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시간이 없었다면서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로즈와 똑같이 생긴 다른 로줌 로봇이었다. 그 직후 다른 로줌 로봇들이 다가와 그를 '오염 물질'로 취급하고, 컨트롤 룸에 있던 인간들은 경보를 발령하여 로줌들에게 새를 잡으라는 임무를 내린다.

이내 농장은 현장에서 도망치기 위한 기러기들과 그런 그들을 잡으려는 로줌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다. 롱넥은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라고 외치지만 별 소용이 없는데, 로줌의 행동원리에 빠삭했던 브라이트빌은 로줌 유닛은 고의로 생물을 해칠 수 없다고 외치며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런 그를 본 롱넥은 넌 저것들과 함께 자랐으니 로봇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기러기라며, 지금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기러기가 무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같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패닉 상태에 빠진 기러기들은 비행 장치를 손상시켜 농작물 배송 차량을 시설에 충돌시키는 대형 사고를 치고, 결국 무기가 달린 보안용 로봇 RECO 유닛이 투입되어 기러기들에게 에너지 포를 난사하기 시작한다. 롱넥은 다른 기러기들에게 브라이트빌 너를 따르라고 할 테니 이들을 이끌고 탈출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그렇게 선두를 맡게 된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곤 기러기들을 이끌며 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곡예비행을 선보이며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사격을 피하는 브라이트빌. 롱넥은 오래 산 보람이 있다며 그를 칭찬하고는 자신이 시간을 벌어볼 테니 기다리지 말고 탈출하라면서 혼자 아래로 내려간다. 그렇게 계속해서 비행을 하던 브라이트빌은 이내 로봇의 사격으로 유리 돔에 구멍이 난 것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최대한 빠르게 향한다. 그러나 거의 다 왔을 때 즈음 RECO 로봇이 최선두의 지휘 개체인 브라이트빌을 정밀 조준하는데, 그 순간 롱넥이 날아와 쏘지 못하도록 방해하지만 결국 레이저가 발사되고 만다.
한편, 보금자리에서 다급하게 브라이트빌을 외치며 깨어나는 로즈. 그녀의 바로 옆에 있던 핑크는 화들짝 놀라 자빠진다. 이후 일어나 로즈가 다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곤 여긴 웬일이냐며 반가워하는데, 로즈는 내가 송신기를 꺼버린 거 같다고 둘러대고는 손가락의 토치를 켜서 집 중앙에 있는 불쏘시개에 불을 지핀다. 브라이트빌은 자신이 여기 있길 원치 않더라도 그녀는 그가 잘 갔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핑크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줄 알았다며 규칙을 깬 그녀의 행동에 놀라워하고, 로즈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친구를 다시 보니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겨울임에도 핑크가 아직 깨어있는 것에 의아해한 로즈는 왜 깨어있냐고 물어보며, 핑크는 밖이 너무 추워서 나갈 수가 없다면서 이렇게 지독한 눈보라는 난생 처음이라 말한다. 그러자 로즈는 다른 동물들도 위험에 처해있냐고 다시 물어보고, 그런 그녀의 물음에 대답을 망설이는 핑크. 이내 자신을 내려다보는 의심의 눈초리에 결국 그렇다고 말한 뒤 잽싸게 도망치려 하지만 목덜미가 잡혀버린다.

거센 눈보라를 뚫고 동물들을 찾으러 나선 로즈와 핑크. 가는 동안 핑크는 내년이면 이 섬이 우리 차지가 될 것이라며 로즈를 회유하려 든다. 왜 그렇게 섬의 동물들을 죽게 내버려두고 싶냐고 로즈가 물어보자, 그의 대답은 단순히 "자신을 싫어하니까". 이에 로즈는 자신도 똑같이 모두에게 미움받지만 지금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우리 뿐이라며 삶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41]

하는 수 없이 핑크는 로즈를 따라서 눈보라에 갇힌 동물들을 구출하기 시작한다.[42] 자신을 싫어하는 오소리와, 브라이트빌을 잡아먹으려 한 록마우스는 물론, 나무 안에서 추위에 벌벌 떠는 채로 죽길 기다리던 해달, 핑크테일 가족[43], 다람쥐, 스컹크[44], 썬더볼트, 패들러, 수달 가족[45] 등등 섬의 동물이란 동물은 최대한 구하여, 유일하게 불이 켜져 따뜻한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데리고 온다. 이미 죽어서 못 구하는 동물도 있었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색한다.[46]

그렇게 자신의 부품을 훔쳐간 라쿤들까지도 구해 돌아온 로즈.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험하게 구른 탓인지, 전력이 부족하여 몸의 라이트 색깔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목소리도 깨져 나온다. 슬슬 힘에 부치는 목소리로 로즈는 핑크에게 전부 구한 거 맞냐고 물어보고, 그는 마지못한 표정과 말투로 한 명 더 남아있다고 말해준다. 로즈는 얼마 안 남은 힘을 짜내어 밖으로 나가 마지막으로 남은 한마리를 구해 온다.

하지만 그 사이, 보금자리는 어느 새 투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동물들이 죽도록 싸워대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서로 싸우느라 정신없는 도중 로즈가 마지막 남은 한마리인 불곰 토른을 데려오고[47] 마침내 한계에 부딪힌 로즈는 비틀거리면서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후 핑크에게 무슨 상황인지를 물어본다. 구조를 위한 최선이었다곤 하나 포식자와 먹잇감을 한 곳에 몰아넣은 탓에 현재의 사단이 난 것.[48]

로즈는 핑크에게 저들을 도와달라고 힘없이 말하고, 핑크는 맘에 안 들어하면서도 그녀의 말을 따른다. 그는 모두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중앙의 불가로 가서 조용히 하라고 크게 소리치지만 서로 싸우느라 다른 동물들은 전혀 듣지 않았는데, 바로 옆에 있던 새끼 수달이 쉿 하자 그 즉시 모두들 싸움을 멈추고 조용해진다. 이후 새끼 수달은 핑크를 가리키면서 이 재수탱이(jerk)가 할 말 있다고 말하며, 핑크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말을 전한다.
Most of you hate me, and I hate most of you. Everyone in here hates someone else. But here we are. And here’s the deal. First one that walks out that door is dead, and if we can’t keep it together in here, everyone’s dead. We all got one chance to see next spring. Because of her. The thing. The monster. Well, her name is Roz. And while you all ran from her and stole from her and made fun of her, all she’s been trying to do is raise her kid, the little one that no one gave a chance. Including me. She’s the one who got you out of the storm, built this place. And despite my suggestion that she let you all freeze, she risked everything to bring you here.

너네들 대부분은 날 싫어하고, 나도 너네들 대부분이 싫어. 여기 있는 모두들 전부 누군가를 싫어하지. 하지만 이제 이렇게 되어버렸어. 밖에 나가면 나가는 녀석만 죽지만, 여기서 서로 잘 지내지 못하면 전부 죽을 거야. 우리가 내년 봄까지 살 기회를 얻은 건, 쟤 덕분이야. 너네가 무서워하는 그 '괴물' 말이지. 쟤 이름은 로즈고, 너희들이 로즈에게서 달아나고, 훔치고, 비웃는 동안, 쟤는 그저 자기 아기를 키우려고만 했었어. 이곳의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기회를 주지 않은 아이를 말이야. 로즈가 눈보라에서 너희들을 구했고, 이 장소를 지었지. 내가 그냥 너흴 얼어죽게 내버려두자고 했는데도, 로즈는 모든 것을 걸고 너네들을 이곳으로 데려왔어.
이어서 로즈가 말한다.
I know. You all have instincts that keep you alive. But sometimes, to survive, we must become more than we were programmed to be. Before I shut down, I need you to promise me one thing. A truce. Just while we are in here.

알아요. 여러분 모두에겐 생존에 필요한 본능이 있죠. 하지만 때로는 살아남으려면, 프로그래밍된 자신을 뛰어넘어야 할 때도 있어요.[49] 제 전원이 꺼지기 전에, 여러분 모두 한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휴전을요. 그저 우리가 여기 있는 동안에만요.
그러자 숙연해진 분위기 속 토른이 먼저 침묵을 깨고 그 말이 옳으며, 이 안에서는 아무도 해치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하고는 옆의 작은 비버 한 마리를 껴안고 얌전히 잠을 청한다.[50] 처음엔 모두들 망설이고 당황하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포식자와 먹잇감이 전부 하나 되어 평화로이 잠자리에 든다. 핑크테일의 새끼들도 이 안에서는 죽은 척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연다. 핑크테일은 전원이 꺼져가는 로즈에게 다가와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임무를 완수했다[51]는 그녀의 대답에 정말로 완수한 거 맞냐고 다시 물어본다. 로즈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후, 결국 전원이 꺼져버리고 만다.[52] 핑크테일과 핑크는 전원이 꺼진 로즈의 곁에서 잠을 청하고, 그렇게 섬의 동물들은 로즈 덕분에 따뜻한 보금자리 안에서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난다.

11. 숲 침공

어느덧 햇볕이 내리쬐는 봄이 찾아온 섬. 몸에 잡초가 자라날 정도로 오래 꺼져 있었던 로즈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원을 회복하여 다시 멀쩡하게 기동하며 눈을 뜬다. 서둘러 초원으로 달려나간 그녀는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기러기 떼를 목격하며, 브라이트빌을 찾아 기러기들을 마구 스캔한다.

그리고 브라이트빌의 반짝이는 부리를 빛내며 착지하는 걸 발견하고 기뻐하며 말을 걸려 했지만, 그 직전에 기러기들이 브라이트빌을 칭찬하면서 어울리는 걸 보고는, 자기가 낄 수 없는 자리라고 여겼는지 그만두고 물러난다.

동료 기러기들과 귀향을 기뻐하던 브라이트빌은 핑크가 달려들자 가족인 그와 재회를 기뻐하며 해후를 나눈다. 브라이트빌은 조심스레 로즈는 잘 떠났냐고 묻지만, 핑크는 로즈가 섬에 남았다고 알려준다. 이에 브라이트빌은 뛸 듯이 기뻐하며 어딨냐고 묻고, 핑크는 분명 좀전까지 같이 왔는데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Rozzum 7134, I presume?
로줌 유닛 7134가 맞지?

낯선 로봇 하나가 비행선을 이끌고 활주로에 착륙해 내려온다. 신원 확인을 위해 문제의 로줌 7134호임을 재확인하는 유니버설 다이나믹스 사의 본트라는 이어 자기소개를 하고[53] 그런 그녀의 다소 발랄한 어투를 의아해하는 로즈. 본트라는 회사의 인간들이 구조 및 회수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타깃 로봇들을 잘 구슬리려는 목표로 자신을 이런 식으로 프로그래밍했다고 설명하며, 겉면의 쾌활함과 달리 자신은 감정도 타협도 없고, 도덕적으로 중립인[54] 기체라 말하며 소름끼치게 웃어댄다. 자신 한 명만을 태우기엔 타고 온 배가 조금 크다고 말하는 로즈에게, 본트라는 그야 네가 유별나게 중요한 개체이고, 태풍으로 인해 소실된 로줌 6기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려준다.[55] 드디어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된 경위를 알게 된 로즈. 본트라는 연이어 말을 이어간다.
You were not easy to find. Moments after receiving your signal, we lost it again. Almost as if a certain Rozzum unit shut it off.
널 찾기는 꽤 어려웠어. 네 구조 신호를 받았는데, 곧 신호가 꺼져 버렸지. 마치 어떤 로줌이 고의로 꺼버린 줄로 알았다니까?[56]

로즈가 만든 간이 활주로를 보고 아주 바빴나 보다고 비아냥대는 본트라에게 로즈는 자신은 그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대답하나, 본트라는 지금의 자신 역시 마찬가지라며 대체 그 무엇과도 말이 통하지 않는 이런 장소에서 어떻게 수행할 임무를 찾았느냐며 질문을 건넨다. 그저 사연이 복잡하다고만 얼버무리는 로즈를, 본트라는 그 사연을 빠짐없이 듣고 싶다고 말하고는 수리를 위해 어서 비행선에 타라고 로즈에게 권한다.
Come aboard, 7134. We'll fix you right up.
어서 타, 7134호. 우리가 널 금방 고쳐줄게.

My name is Roz.
내 이름은 로즈야.

Is something keeping you? Roz?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니? 로즈??

아무것도 아니라며 비행선에 본트라와 함께 오르는 로즈. 그러나 그 순간 핑크가 달려와 돌아온 브라이트빌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꾸물거리지 말고 자기와 같이 가자고 조른다. 망설임 없이 비행선에서 뛰어내리는 로즈에게 본트라는 "넌 당장 이 비행선에 타야한다"며 재촉하지만, 로즈는 뭔가 잊은 것이 있다, 어댑터 비스무리한 것을 저쪽에 두고 왔다며, 금방 가져오겠다 하고는 그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에 함께 도주하는 핑크가 거짓말이 선수급이라며 로즈를 칭찬하고[57] 음성 스트레스 수준을 탐독해 거짓말인 것을 진작 눈치챈 본트라는 도주한 로즈를 잡기 위해 6기의 RECO 유닛을 풀고, 야간 시야를 밝힐 목적으로 조명탄을 펑펑 발포한다.

날아드는 조명탄 빛 아래로 로즈와 핑크는 계속 달리고, 이들 앞을 가로막는 개울의 나무들을 토른이 치워주며 같이 갈거지?라며 손을 내밀어준다. 너나 할거 없이 일제히 조명탄을 위협이라고 인지한 모양인지 이윽고 섬의 모든 동물들이 함께 로즈와 달리며, 모두가 초원에 집결한 그때 브라이트빌이 로즈의 어깨로 착지한다. 주고받을 말을 나눠보기도 전에 수색을 개시한 리코 부대가 나무를 치우며 섬 동물들과 대치하고,[58] 이들은 '순순히 복귀 명령에 협조하라'며 로즈를 압박한다. 불안해하며 저들이 뭐라 말하는 건지 묻는[59] 브라이트빌의 질문에 로즈는 자기들을 따라오라는 뜻이라고 순화해 풀이하고, 곧이어 날아온 썬더볼트는 여기가 이미 네 집이라고 전하라며 부추긴다. 로즈에게 입은 은혜를 잊지 않은 섬 동물들은 일동 로즈를 가호한다.
I'm already home, thank you.
난 이미 집에 왔어. 말은 고맙네.

You do not belong here. This is a wilderness.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여긴 야생의 땅이다.

And I am a Wild Robot!
그리고 나는 야생의 로봇이다!
그러고는 로즈와 섬의 모두들이 일제히 하울링을 한다.[60]

우릴 죽이러 온 것이냐 묻는 작은 토끼에게[61] RECO 유닛은 곧바로 에너지 포를 펼쳐 겨누나 말코손바닥사슴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아[62]전투 불능에 빠지고, 그렇게 시작된 RECO 수색대와 섬 일동 사이의 전투. 동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나둘 RECO를 제압하는 사이, 로즈도 그 동안 섬에서 모방한 모두의 행동 양식을 십분 활용해 자신을 힘껏 쫓는 RECO 로봇들을 따돌린다.[63] 그 중 하나에게 뒤를 잡혀버린 순간에도, 핑크테일의 아기들이 일러주는 대로 활성등을 끄고 축 늘어져 죽는 시늉을 해 RECO를 순간 당황하게 만드는데, 그 틈에 핑크가 쓰러진 다른 기체의 에너지 포를 치켜들어 쏘아서 쓰러뜨린다.[64]

그렇게 손쉽게 승리를 차지하나 싶더니, 이내 본트라는 로봇들을 원격자폭시켜서 로즈를 나가떨어지게 하고는 거대한 자석으로 비행선에 끌고 간 후 본부로 향한다. 설상가상으로 자폭한 로봇들로 인해 숲은 시뻘겋게 타오른다.

이제 로즈를 구하기 위해 브라이트빌이 이끄는 기러기 떼와 썬더볼트가 출동하여 비행선을 쫓는다. 비행선 안에서 로즈를 고정시킨 본트라는 널 수리해서 교대업무에 투입시킬 거지만, 우선 그 전에 네 머리 안에 있는 기억부터 꺼내야겠다고 말한다. 로즈가 숲에서 축적한 데이터들은 유니버설 다이나믹스에 매우 귀중한 자산이 될 거라는 것. 로즈는 제발 기억을 하나라도 간직시켜 달라고 부탁하나, 본트라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 후 그녀의 머리에 기계를 꽂은 후 작동시킨다.

그때 기러기 떼가 비행선을 감싸기 시작하고, 본트라는 서둘러 조종간으로 와서 회피 비행으로 전환한 뒤 비행선 아래에 있는 캐논포를 작동시킨다. 그러는 사이 브라이트빌은 높이 날아올랐다가 조종간 유리에 수직으로 내리꽂아서 유리를 부수고 비행선 안으로 들어오지만, 그 충격으로 날개를 다쳐 당장 다시 날 수가 없게 된다. 기러기 떼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던 본트라를 뒤로 한 그는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로즈를 찾으러 다닌다.

마침내 어느 방에서 로즈를 찾은 브라이트빌. 그러나 그녀는 죽은 것처럼 전원이 꺼진 채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브라이트빌은 그녀의 어깨 위로 올라가 슬퍼해하며 말한다.
What happened was not your fault. But what you did to try and fix it is everything. I love you. Mom.
그때 일어난 일은 당신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걸 고치려고 한 게 더 중요했던 거라고요. 사랑해요... 엄마.

그런데 뒤이어 로즈에게 불이 조금씩 들어오더니, 다시 완전히 켜지게 된다. 그러고는 브라이트빌에게 말한다.
I love you too.
나도 널 사랑해.

다시 만난 둘은 기뻐하며 얼굴을 부비고, 로즈는 빌에게 집에 가자며 자신을 고정시킨 기계를 풀고 방을 탈출한다. 로줌 유닛 탈출 경고음이 울리고, 본트라는 이를 보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경악한다. 한편 동물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길을 피해 어디론가 달려가고, 가는 방향을 묻는 핑크를 태운 토른은 이걸 막을 수 있는 동물은 단 하나다라며 섬의 제일 큰 나무로 전속력을 낸다. 그리고 당도한 나무 아래서 여전히(...) 작업에 한창인 패들러를 토른이 부르고, 핑크가 뒤이어 네 위업에 우리 모두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며 그의 관심을 돌리려 한다.
Male bovine excrament![65] You’re in trouble and you need my tree.
개똥 같은 소리 하네! 다들 곤경에 처하니 이 나무가 필요해진 것이겠지.

Yes, yes we do.
맞아. 바로 그거야.

Everyone that made fun of me and mocked my project, admit you were wrong.
지금껏 날 놀리고 내 작업을 비웃었던 너희들 전부, 잘못을 인정하라고.

Oh, we’re so sorry.
(일동) 아, 정말 미안해.

Now you.
이젠 네 차례야.

I already did.
난 이미 했는데?

Now say I’m cool and don’t lie.
이제 내가 멋있다고 말해. 거짓말 말고!

이런 패들러가 매우 고깝다는 듯이 입을 떼지 못하는 핑크를 모두가 질타하며 재촉하는 사이에, 썬더볼트는 사방에 난사를 가하는 비행선 하부의 에너지 포로 쏜살같이 날아 포를 발로 들어올려 다음 사격을 기체에 직격시킨다. 연이은 사격에 동체가 펑펑 뚫려 무너져 내리는 비행선. 탈출구를 찾아 달리던 로즈와 브라이트빌을 본트라가 막아서며, 휴대용 총을 의족에 발사하고 겨눠 그녀를 저지한다. 위기 속 빌에게 침묵을 요하는 로즈.
Universal Dynamics cannot afford their Rozzums going off script. Modifying their code, forming connections with things they should not.
유니버설 다이나믹스 사는 휘하 로줌 기기들의 일탈을 용납하지 않아. 스스로 코드를 바꾸질 않나, 교감의 대상이 아닌 것과 유대를 맺질 않나..!

Brightbill has nothing to do with this. Please, at least let me return him.
브라이트빌은 이 일과 관련이 없어. 적어도 얘만큼은 돌려보내게 해줘.

Oh, I’m bringing you both back for study. Neither of you needs to be in one piece to do that.
오, 난 너희 둘 다 연구용으로 데려갈 거야. 하지만 굳이 너희가 온전한 상태로 있을 필요는 없지.

위험천만한 이때 본트라는 로즈의 오른손 파츠가 사라진 것을 알아채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해당 파츠가 거대 자석 가동 레버를 내려버리자 본트라는 부품별로 부수어진 채 자석 바닥에 쳐박힌다. 마지막 순간까지 본트라는 너흴 잡기 전까지 우린 계속 찾아올 것이다라며 발악하고, 이 말의 의미를 묻는 브라이트빌을 로즈는 들을 거 없다며 안심시킨다. 완전히 본트라가 파괴되자, 레버를 원위치로 돌린 후 오른손 파츠를 회수하는 로즈. 함선 천장마저 버티질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하자 로즈는 힘으로 비행선 바닥을 뜯어내어 바깥을 향하는 구멍을 만든다. 빌은 지금 자신은 날지 못한다고 다급하게 말하지만 로즈는 너는 날 필요 없다며 그대로 그를 품에 안고 폭파하는 비행선에서 뛰어내린다.
Don't be afraid.
겁먹을 필요 없어.

이 순간, 빌이 아기 시절부터 자라온 과정이 주마등처럼 로즈의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는 동체를 열고 동력핵을 뜯어내버리는 로즈.
Woah, woah, woah, don't you need that?
아니 아니 잠깐만요. 그거 필요하지 않아요??

I have everything I need. All power to exterior.
내게 필요한 건 다 있어. 외부로 전 동력 집중.

그렇게 동력핵을 뜯어내어 빈 가슴 안에 브라이트빌을 넣고, 사지와 머리도 몸체로 넣어 구 형태로 비상 충돌 자세를 취한다. 같은 시각, 섬의 제일 가는 나무 밑동 아래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무를 밀고 있는 상황. 다급한 패들러는 동물들에게 외친다.
You call yourselves animals? Let’s go!
이러고도 너희가 짐승을 자처하냐? 힘들 내라고!!

For the island! For Roz!
이 섬을 위해! 로즈를 위해!!

토른의 함성이 끝나자 마침내 모두의 노력으로 나무는 쓰러져 개울의 흐름을 바꾼다. 빠르게 쏟아지는 물길에 꺼져가는 산불을 뒤로, 로즈는 취한 자세 그대로 강에 낙하한다.

12.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

무사히 낙하한 강에서 나와 브라이트빌을 내려놓은 로즈. 어느새 섬 동물 일동은 로즈와 빌 주변에 도착해있다. 이윽고 빌에게 말을 건네는 로즈.
On a scale of one to ten, how would you rate my performance?
1부터 10의 지표에서 제 수행 결과는 몇 점으로 생각하시나요?

로즈의 관례적인 질문이 끝나자 모두가 환호하고, 서로의 공로를 나눠주고 받으며 승리를 자축한다. 로즈는 불이 휩쓸고 지나가 재가 되어버린 보금자리를 한번 만져보고 난 후, 저들은 날 잡을 때까지 계속 찾아올 것이라 중얼거린다. 동물 일동은 '얼마든지 오라고 해라, 필요한 만큼 전부 싸워 내쫓아주겠다'고 말하나 로즈는 뒤돌아 그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설마 떠날 작정이냐는 핑크. 로즈는 이에 수긍하고, 섬의 모든 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로즈를 브라이트빌이 만류한다. 기억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로즈의 정체성 그 자체를 가져갈 것이라는 브라이트빌에게 로즈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Remember when you talked to me on the ship? They cut my power, but I still heard you. Because I was listening with a different part of myself. Wherever that is, that’s where I keep me. And I promise, they’ll never, ever find it.

함선에서 네가 말을 걸었던 때 기억나니? 놈들이 전원을 껐지만, 난 여전히 네 목소릴 들었어. 왜냐하면 전혀 다른 곳으로 네 말을 듣고 있었거든. 그곳이 어디든, 거기에 내가 있는거야. 그리고 약속하는데, 그들은 절대 이곳을 찾지 못해.

그러자 아기 스컹크가 다가와 로즈가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싸워준 자신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로즈는 말을 이어간다.
But we fought so hard for you to stay.
그치만 우리 모두 로즈를 남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싸웠잖아요.

You did. And you gained far more than just saving me. You came together as an island. When I do this, you will all be safe from them. Forever.
분명 그랬지. 그리고 그럼으로서 너흰 날 구한 것 그 이상을 얻었어. 모두가 섬의 주인이라는 깨달음 말이야. 제가 이 일을 마치면, 여러분 모두 영원히 안전할 거에요.

브라이트빌은 로즈에게 제발 이러지 말라 애원하고, 이어서 핑크도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But, uh... you’re my friend. And, and I never had one before. And I need you. What if I get lost? Or he’s hurt? Or what if I need to tell you something? And you’re not here?

그, 그렇지만, 넌 내 친구잖아. 그리고, 난 여태 친구가 없었단 말이야. 그래서 네가 필요해. 내가 길을 잃으면 어쩔거야? 브라이트빌이 다치기라도 하면? 그게 아니면 내가 너에게 해야할 말이 있을 때 네가 없으면 어떡하라고?

말하며 감정이 북받쳐 서럽게 흐느끼는 핑크를, 토른이 그때 슬며시 잡으며 그럴 땐 내게 말해도 좋아라고 위로한다. 핑크테일도 똑같이 핑크를 매만지며 위로하고, 패들러 역시도 꼭 필요할 때만 그러라며 같은 위로를 건넨다. 그렇게 모두와 포옹을 하는 로즈.
This is my migration. And when it is time, I promise I will find my way home.
이건 곧 저의 대이주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반드시 집에 돌아올거라 약속해요.

그렇게 이번엔 모두가 한뜻으로 거들어 잿더미가 된 로즈의 보금자리를 복구하고,[66] 로즈는 약속대로 스스로 송신기를 가동해 본사의 비행선을 호출한다. 로즈를 태운 비행선을 배웅하는 핑크, 토른,[67] 그리고 브라이트빌.

섬에 또 다시 찾아온 겨울. 동물들은 로즈의 보금자리에서 평화롭게 지내며 추운 겨울을 달랜다.[68] 패들러는 로즈를 포함한 섬의 주요 인물들을 나무로 조각하고, 어린 동물들은 섬에 버려진 로줌 유닛의 머리를 가져와서 토른을 쿠션 삼아 위에 올라가고는 핑크테일의 지도 하에 머리에서 나오는 영상을 TV처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핑크테일은 화면 닳겠다며 머리의 전원을 꺼버리곤 핑크에게 이야기 시간을 넘겨준다.

모두 토른 옆에 착석하고, 핑크는 로줌 유닛 사용 설명서를 그림책 삼아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Once, there was an island with all sorts of animals. And they fought and they ran and they hid. But mostly, they were scared. But then, a robot fell right out of the sky. Roz. She had some strange ideas. Thought kindness was a survival skill. And you know what? She was right.

옛날 옛적에, 온갖 동물들이 모여사는 섬이 있었어. 그들은 서로 싸우고 도망치고 숨었지만, 대부분은 두려움에 떨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로봇이 하늘에서 떨어졌어. 로즈였지. 로즈는 좀 이상했어. 살아남으려면 친절해야 한다고 말했거든. 그런데 말야, 그게 사실이었어.
그때 한 어린 스라소니가 로즈는 지금 어딨냐고 물어보고, 이에 핑크는 로즈가 끝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말해준다. 그러자 다른 어린 동물들과 토른도 로즈가 다시 돌아올 것이냐고 묻자, 핑크는 대답한다.
글쎄. 하지만 로즈라면, 분명히 돌아올 계획을 세우고 있겠지. 그리고 로줌은 늘 임무를 완수하거든.

한편, 유니버설 다이나믹스 본사로 돌아온 로즈는 수리를 받은 후 다른 로줌 유닛들과 함께 과수원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시 평범한 로봇 말투로 직원에게 자신을 로줌 7134라고 소개하면서 모든 기억이 지워진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하늘 저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그때 뒷편의 수풀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로즈는 그곳을 바라본다. 수풀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브라이트빌. 그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천천히 로즈에게 다가오며, 로즈는 그를 두 손으로 들어올리곤 이렇게 말한다.
넌 그냥 로즈라고 불러도 돼.
그렇게 감격의 재회에 엄마아들이 기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서로를 꼭 끌어안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13. 쿠키 영상

패들러와 핑크가 섬의 가장 큰 나무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새 나무를 심는다. 곧 그 자리에 찾아온 다람쥐를 핑크가 솔방울을 던져 날리며 쿠키 영상 종료.[69]


[1] 회사명을 보면 알겠지만 본작의 배급사인 유니버셜 픽쳐스에서 따왔다. 원작에서는 테크랩社(사)라는 명칭으로 불린다.[2] 만나는 동물들마다 플래시를 터뜨리며 코드가 쓰인 스티커를 나눠주는데, 당연히 그 용도를 모르는 동물들은 그대로 붙이고 있거나 찢어버리고 도망간다.[3] 처음에는 무작위의 기호들로 표시되던 언어가 점차 알파벳으로 치환되는 것을 로줌의 시각으로 보여준다.[4] 시신을 대놓고 보여주진 않지만, 숨이 끊어진 어미 기러기의 날개를 살짝 들춤으로서 간접적으로 사건의 경위가 파악된다.[5] 갑작스레 얼굴을 들이미는 그녀의 행동에 새끼 기러기가 놀라 비명을 내지르는 게 개그 포인트이다.[6] 기러기가 그냥 삐약 거렸을 뿐인데도 7134는 무성의하게 그걸 10점으로 등록하고는, 일전에 그랬듯 플래시를 터뜨리고 스티커를 준다.[7] 사실상 로줌 유닛 7134의 정체성 전환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8] 직접적으로 죽는다고 말하는 대신, 아까처럼 죽은 척 쓰러지는 연기를 하는 자신의 새끼들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걸 또 따라하는 로줌은 덤.(...)[9] 이때 물에 빠져 가라앉는 기러기를 비버가 주워 구해서 내 연못에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며, 이건 무단투기에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하고는 꼬리로 쳐서 로줌에게 던져버린다.[10] 이런 와중에 새끼 기러기에 접근하려 들던 게를 보지도 않고 끓는 물에 던져 즉석 찜(...)으로 만들어 다리를 뜯어 먹는 노련함을 보인다. 개그스럽지만 야생 동물로서의 냉혹함이 돋보이는 연출.[11] 원문은 local laughing stock. 자막은 동네 바보형(...)[12] 자기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돌로 내리쳐 잠을 재워보겠다고 실제로 시도까지(...) 하나 당연히 로즈가 저지한다.[13] 아까 자기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브라이트빌을 돌로 내리쳐 재우려 한 장면과 함께, 핑크의 성장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14] 너무나도 서로를 닮은 둘이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며 거들던 핑크는 한두번 해본 게 아닌듯 순전한 재미를 위해 로즈에게 섬 동물들 흉내를 시킨다.[15] 누가 봐도 빠져죽는 시늉(...)으로 밖에 안보이는데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수영에 팔을 쓰고 있는 사람의 자세를 토대로 모의 연습을 했으니, 날개를 가진 기러기에겐 전혀 맞지 않는 원리였던 것.[16] 로즈가 얼마나 공통점을 강조하건 기러기들은 빌이 자신들의 동족이 아니라며 철저하게 배척한다.[17] 로즈와 빌의 만류에도 핑크는 여전히 분이 안 풀렸는지 기러기 떼들에게 저녁 때를 기대하라며 협박을 날린다.[18] 짧게 묘사된 것만 해도 수영장 청소, 바텐더, 정원사, 테니스 매치 보조 등 다양하다.[19] 러미지(Rummage)는 '샅샅이 뒤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즈가 이 기종을 찾아낸 과정을 생각하면 꽤 적절한 개명인 셈.[20] 로봇인 탓에 아무것도 못 느낀다는 브라이트빌의 지적과는 달리 로즈 스스로가 감정을 깨닫고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21] 알 사람은 알겠지만 감독 크리스 샌더스의 모교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의 유구한 이스터 에그 A113를 이용한 설정이다.[22] 스스로의 정상적인 송신기를 떼서 건네고, 해당 대사를 마치자마자 러미지는 기동을 정지해버린다.[23] 정확히는 로즈가 도맡아 망친 거라는 핑크에게 로즈도 핑크 역시 '기러기 전문가'가 아니지 않느냐고 대꾸한다. 기러기 맛은 적어도 잘 안다는 핑크는 덤.[24] 이러면서 스스로의 몸통, 사람으로 치면 쇄골 부위를 매만지는데, 이는 아기 시절 브라이트빌이 잠을 청하던 곳과 똑같다.[25] 와중에 핑크는 문자 그대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를 시전한다.[26] 이전까진 형식적인 소개 문구에 가까웠던 이 대사를, 로즈는 여기서 마치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감 있게 말한다.[27] 해당 씬부터 본작의 중간 가창 삽입곡 'Kiss the Sky'가 흘러나온다.[28] 로즈 본인은 괜찮다고 무시하나, 의족을 단 부위에서 유압액이 흘러나오는 걸 보여주며 이러한 훈련이 현재 로즈에게 있어서도 고된 임무란 사실을 암시한다.[29] 당연히 새는 이빨이 없다. 좀전에 날개는 이빨과 마찬가지라고 했으니 날개를 보여 달란 뜻.[30] 인내심이라고 번역되었으나, 맥락상 오히려 또 다른 의미인 지구력을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자막판은 아예 극한 훈련이라며 못을 박는 느낌.[31] 어디서 꾀를 부려? 썩 다시 올라가지 못해?![32] 육아하는 엄마라면 이런 응원은 일종의 기술이라며, 로즈도 곧 배울거라는 건 덤. 생각하면 핑크테일은 로즈나 핑크보다도 더욱 엄마다운 엄마이기에 이런 면모를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33] 몰래 이를 지켜보는 롱넥도 잘하고 있구나라며 중얼거린다.[34] 배경으로 흐르는 트랙 'Kiss the Sky'는 이 시점에서 끝난다.[35] 기러기 떼들은 여전히 브라이트빌이 대체 왜 여기에 섞여 같이 가려 하는 것이냐고 뒷담화를 한다.[36] 빌을 나무라는 게 아니다. 기러기들의 일방적인 비방과 다르게 롱넥의 발언은 온전히 로즈가 브라이트빌을 위해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상기시켜주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 무게 자체가 다르다.[37] 로즈는 이때 브라이트빌을 자신의 아들(my son)이라고 말할 뻔하다 멈칫하고, 이름으로 정정해서 부른다. 자기도 모르게 빌을 진정 자식으로 여길 만큼 로즈의 인격이 사람다워졌음이 드러난다.[38] 해당 씬에서 흐르는 트랙의 제목이기도 하다.[39] 곁에 있던 핑크도 "너답게 날아. 남들 따라하지 말고."라면서 빌을 배웅한다.[40] 여러 장관이 지나가지만, 그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침수된 금문교 위로 헤엄쳐 지나가는 수염고래 무리. 아무래도 세계관 상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매우 상승했으며, 그 중에서도 서부 샌프란시스코 해안 일대는 거진 야생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짐작된다.[41] 브라이트빌이 떠나기 전 롱넥이 그에게 한 말을 다시 돌려주었다.[42] 두껍게 쌓인 눈 속에서 현실 여우가 취하는 동작으로 파묻힌 이들을 찾아낸다. 본래라면 사냥에 쓰이는 자세를 구조에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 섬 동물들의 거처를 꿰고 있고, 짐승 특유의 후각도 보유한 핑크의 보조가 없었다면 로즈 혼자서는 동물들을 못 찾았을 것이다.[43] 로즈와 친분이 있는 핑크테일은 바로 로즈를 알아보고 아이들에게 이제 우린 괜찮을 거야라며 안심시킨다.[44] 눈 속에 묻힌 자신을 발견한 핑크를 보자마자 여긴 왜 왔냐며 그를 재수탱이(jerk)라고 부르는데, 이에 기분이 팍 상한 그는 이런, 얘는 죽어버렸네(...)라 외치면서 눈으로 다시 덮어 죽게 놔두려 한다. 물론 로즈는 즉시 스컹크를 꺼내주면서 방금 말은 하나도 안 웃기다고 정색한다.[45] 거센 파도에서 떠다니는 빙판 하나에만 의존하던 중, 눈의 라이트를 켜고 머리를 360도 돌리며 등대 역할을 해준 로즈 덕분에 육지를 찾아 올라간다.[46] 시체가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고 로즈와 핑크가 구덩이를 파던 중 뭔가를 발견하는데 핑크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곳을 찾아보자는 장면을 통해 얼어죽은 시체를 발견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47] 이미 싸움이 한창이었기에 핑크는 "망할, 갈수록 태산이군."이라며 조소한다.[48] 물론 동물 중 어느 하나라도 밖으로 내놓는다는 선택지는 고려할 수조차 없기는 했다.[49] 로봇인 자신에게 내재된 일련의 프로그램 뿐만이 아닌, 야생 동물들의 유전자 속 각인된 본능 자체를 모두 일컫는 중의적인 표현인 것.[50] 사실상 섬의 제일가는 포식자가 먼저 모범을 보인 덕에, 나머지 동물 일동이 그를 수월하게 따라하기 시작한다. 토른이 끌어안은 비버는 로즈의 말대로 휴전에 협조한다곤 하나 상대가 상대인지라 여전히 공포에 떨며 떨떠름하게 토른을 어루만진다.(...) 문자 그대로의 적과의 동침인 셈.[51] 극초반 인간 언어를 바탕으로 한 갈등 해결 중재 전략이 씨알도 먹히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야말로 로즈는 상황에 걸맞게 성공적으로 중재를 한 셈이다. 가히 기적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업적.[52] 그간 동체에 누적된 피로도 있고, 완전히 힘 빠진 모습이었기에 마치 죽는 듯한 연출이지만, 주동력핵이 손상되어 전력을 잃었을 뿐 다음 장면에서 태양에너지로 보조동력을 충전하고 도로 쌩쌩해졌다.[53] 문제 로봇 관리 및 감시 회수국, Virtual Observational Neutralizing Troublsome Retrieval Authority의 약자라고 한다. 로줌도 리코도 약어가 아닌데, 이름이 약자인 로봇 캐릭터는 작중에 영화 오리지널 캐릭터인 본트라뿐이다. 약자는 소리를 우선하고 의미는 대충 끼워맞춘 모양인지, 영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지은 것처럼 대단히 어설프다.[54] 도덕적 중립이라 함은 도덕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즉 선악 개념조차 없다는 뜻이다.[55]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본트라는 손상 정도를 세밀히 파악하기 위해 의족과 송신기를 포함한 로즈의 부품들을 스캔해가며 자세히 살펴본다.[56]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은근한 협박성 어투가 공포스럽다.[57] 다소 순화된 것으로 원문은 "Lying your butt off back there"로, 아주 쌩구라를 까던데? 정도의 번역이 딱 어울리는 표현.[58] 얼떨떨하게 쟤들이 설마 네 부모냐(...)고 묻는 핑크가 개그. 리코가 로줌과 달리 전투용임을 꿰뚫어본 토른은 자기는 포식자로서 포식자를 알아볼 수 있는데, 저들은 분명히 포식자라고 주장하며 이빨을 드러낸다.[59] 놓치기 쉬운 연출이다. 섬 동물들이 로즈의 말을 알아듣는 건 로즈가 언어 분석을 끝내고 동물들 말로 소통하기 때문이며, 작품 외적으로 모두 영어로 들리기에 관객은 동물과 로봇 대사를 구분 없이 알아듣지만 섬 동물들은 로즈 외 다른 로봇의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60] 초반에 기러기 이름을 지어줄 때는 뚝뚝 끊기는 바보스러운 하울링을 선보였는데, 자기 말마따나 야생의 로봇이 다 된 지금은 허리를 곧게 펴고 고개를 치켜들며 늠름하게 하울링을 한다.[61] 영화 초반에 로즈를 처음 봤을 때에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62] 총을 본 토끼가 죽이러 온 게 맞대요! 라고 외치자마자 말코손바닥사슴이 기다렸다는 듯이 RECO에게 돌격해 들이받아버린다.[63] 로봇이 자신을 잡으러 점프하자 손을 변형해서 두더지처럼 땅을 파고들어가 도망친 후, 다시 나와서 스컹크처럼 초록색 유압액을 내뿜어 무력화한다.[64] 핑크 왈, 아이고 실수. 와중에 토끼 한 마리의 이 로봇 고기 다 같이 나눠먹자(...)는 말에 소름이다 라며 질색하는 건 덤이다.[65] 눈치챘겠지만 Bullshit을 고풍스럽게 그대로 풀어 쓴 말이다(...)[66] 마무리로 섬의 모두를 끌어안은 로즈 자신을 표현한 목재 판화를 걸어놓는다. 브라이트빌의 성장 과정을 그린 그림과 동일한 레이저 조각 기법을 쓴듯.[67] 토른은 내일이면 널 다시 쫓아다닐 것이라며 핑크에게 살벌한 농담을 날린다(...). 헤헤, 장난이야[68] 사실상 처음 휴전이 이루어진 이래로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은 모양. 집 바깥 멀지 않은 곳에서 아기 수달들은 로즈의 모습을 딴 눈사람까지 짓고 있다.[69] 이때 핑크가 (Ha! squirrels!)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자막으로 다람쥔상 이라고 표기하는 초월번역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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