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7 17:25:13

우주에서 온 색채



1. 개요2. 줄거리
2.1. 프롤로그2.2. 오래전 과거2.3. 진실2.4. 결말
3. 영상화4. 매체에서

그것은 우주에서 온 색채다.

1. 개요

The Colour Out of Space

1927년 3월에 집필, 같은 해 9월 <어메이징 스토리스>에 발표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소설.

대한민국에서는 황금가지에서 2009년에 번역 출간한 <러브크래프트 전집> 2권과 현대문학에서 2014년 번역 출간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에 실렸다.

이 소설에서는 '실체화된' 공포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여기서 나오는 공포의 존재는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에서 나타나게 된 괴상한 색채이다. 주인공이 아캄의 한 시골 농촌에 도착하여 농촌 한가운데에 있는, 사방이 온통 잿빛인 '마의 황무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 황무지가 만들어진 계기가 된 사건의 목격자인 '아미 피어스'라는 노인에게서 듣는 것으로 진행된다. 즉,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는 첫부분과 끝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화자인 아미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인색한 평을 내리던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이 작품을 아주 맘에 들어해서 자신의 소설 중 이 작품을 최고로 쳤다고 하며,[1]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의 오마쥬격인 작품 《토미노커》(The Tommyknockers)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 소설 속의 대사를 형편없는 대화문의 예시로 인용했다. "러브크래프트 같은 외톨이는 마치 자기 모국어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것마냥 생기없고 뻣뻣한 대화문만 써내기 마련인데,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대화 장면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기가 대화문 형편없게 쓰는 줄을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아마 더 잘 알았을 것"이라고 깠다.[2]

그리고,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이 작품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고 최고라고 자평했듯이, 평단과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러브크래프트 사후까지 따로 출간은 되지 않았지만, 미국 대표 단편집을 비롯해 여러 선집에 실리기도 했다. <어메이징 스토리스>에 실릴 무렵에는, SF의 전기를 마련했다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평가를 받은 이유는 분명하다. 크툴루의 부름 이후 후기 작품의 중요한 특징인 자리잡은 공포와 SF의 결합이 본격화되고 정점에 오른 소설이었기 때문. 어느 날 불쑥 우주에서 찾아든 색채는 순박한 농부 나훔과 가드너 일가를 파멸시켰으며, 색채는 나훔의 파멸에 대해 아무런 이유를 설명해주지도 않으며,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럴듯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나훔과 그의 가족이 어떠한 이유로 농장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뿐, 이를 통해서 러브크래프트는 냉정하고 잔혹하며 거대한 우주와 상대적으로 나약하기 이를데 없는 인간 사이에 색채라는 실체 없는 분위기를 주입하는 것으로써 긴장감을 끌어가는데, 러브크래프트의 말대로 "분위기"로 승부를 보고, 성공을 거둔 작품인 것이다.

2. 줄거리

2.1. 프롤로그

아캄의 황무지 지역에 저수지를 만들기 전, 그 장소를 조사하기 위해 수질 조사원이 찾아오고, 그가 마의 황무지를 조사하려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사를 위해 황무지 지역으로 향하던 그도, 그 곳이 저주 받은 곳이라는 소문은 들었으나, 그저 미신이겠거니 하며 개의치 않아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자 마치 선이 그인 듯 순식간에 풍경이 역변한 황무지를 그는 새삼 그런 미신이 도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며 놀라워하며, 그에 대한 감상으로 마치 산성물질을 들이부은 것 같다, 수많은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황야의 원본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다 집터로 보이는 곳의 우물가에서 무언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기이한 색깔을 목격하게 된다.

미심쩍어하면서도 조사를 위해 황무지를 떠나고, 아직 인근에 남아있는 주민들을 조사해봤지만 주민들은 황무지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난감해하던 중 황무지 가장자리에 살고 있는 아미 피어스라는 노인에게는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게 되고, 이에 흥미를 느껴 찾아가 이야기를 듣게 된다.

2.2. 오래전 과거

원래 마의 황무지는 아미의 지인인 나훔 가드너라는, 과수원과 목축을 하던 농부의 땅이었다. 어느 날 나훔의 밭 한가운데에 운석이 떨어졌다. 나훔은 약 9피트 정도 되는 운석이 떨어졌다고 마을에 알리고, 미스캐토닉 대학의 교수들을 불러와 조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 시간 동안 9피트는 돼보였던 운석이 7피트 정도로 줄어있었고, 여전히 열기는 식지 않았다. 교수들이 연구를 위해 운석을 채취하려 했지만 플라스틱이 더 단단할 정도로 물러 운석이라고 치기엔 신기한 물질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교수들이 운석 표본을 들고 대학으로 돌아간 후, 밤 중에 나훔의 마당엔 벼락이 여러번 내리쳤는데, 나훔은 마치 운석이 에너지를 흡수하려는 듯 벼락을 끌어당긴 것 같았다고 한다.

조사 결과 운석은 이상하게도 점점 작아지는 특성을 띄었으며, 어떤 수용액에도 녹지 않았고, 실험 이후 가만히 놔뒀더니 열을 내면서 증발하여 사라졌다. 보관을 위해 엄중히 관리하던 운석도 열지도 않은 비커 속에서 사라졌다. 결국 그나마 남은 운석을 조사하던 중, 이 운석의 분광 스펙트럼을 분석해보게 되는데 그 결과 이 운석에는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색채(Color)'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나훔 일가는 '밭에 운석이 떨어진 사람' 등으로 잠시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나훔의 땅에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수확철이 되자 나훔은 농작물들의 크기를 보고 엄청난 풍작이라 생각해 기뻐했으나, 정작 작물들은 과실 속에서 쓰고 역겨운 맛이 나 먹자마자 토기가 올라올 정도라서 폐기해버렸다. 이런 이상현상은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젖소에게 짜낸 우유의 맛에 토기가 섞이는 걸 시작으로 개들과 고양이, 쥐들이 도망갔다.[3]

그나마 아직 오염되지 않은 듯한 목초지로 젖소를 옮기자 다시 우유의 맛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잠시 뿐이었다. 닭, 거위, 돼지 등 가축들은 신체 한 군데가 찌그러져 메마르는 기이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괴상한 색을 띄며 거대하게 부풀어오르며, 가축들은 서서히 끔찍한 외형이 되다가 종국엔 바스라져 죽어버렸다. 당연히 그 고기는 먹을 수도 없었고, 수의사를 어렵사리 불러오긴 했지만 이를 본 수의사는 경악하면서도 당황스러워 할 뿐 방도가 없었다. 식물들도 괴상한 색깔과 모양으로 변해서 정원의 꽃들은 전부 잘라버렸으며 작물들도 이내 푸석한 잿빛으로 변해 부스러졌다.

농경지에서도 이상이 생겨났다. 하루는 세 아들 중 둘째인 새디어스가 바깥의 나무가 바람도 불지 않는데 움직인다고 말했다. 본래 주변에 살던 짐승들은 지역 자체에 엄청난 공포감을 보이며 땅에서 벗어나려 들었고 애초에 접근하려 들지를 않았다. 설령 어찌 잡아왔다 해도 이미 극심한 공포에 미쳐버려 결국 사살해야만 했다. 나훔의 땅 외곽에선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짐승이 잡혔고 주변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은 모두 기괴할 정도로 컸으며,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이를 본 나훔은 이미 땅이 오염되어 정상이 아님을 알았지만, 대처할 방도가 없어 그저 이 괴상한 식물들이 땅에 퍼진 독기들을 전부 흡수해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가 무색하게 기이한 일들은 계속되었다. 나중엔 괴상하리만큼 커다란 나비들도 발견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가축 및 작물들처럼 서서히 메마르다 푸석한 재가 되어 시들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나훔의 땅은 이상할 정도로 눈이 빨리 녹았는데, 가끔 부지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도 목격되었다.

이쯤 되자 마을 사람들은 나훔의 땅에 아무도 가지 않게 되었다. 나훔은 이런 심각한 상황을 세상에 알리려 직접 잡은 나비를 동봉해 근처 신문사에 제보했지만, 신문사는 그런 제보를 그저 시골 사람들의 착각이나 호들갑이란 식으로 조롱하는 기사를 올리는 것에 그쳐 애꿎은 조롱거리가 되어버렸다.

결국 도움을 받지 못하고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게 된 나훔 일가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바깥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게 일상이 되었고, 자식들은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다. 그저 오염되어 괴상한 맛이 나는 물을 떠다 먹고 형편 없는 식사와 의미라곤 없는 잡다한 일들만 하며, 그렇게 나훔 일가는 서서히 파멸해갔다.

어느 날부터 나훔의 아내 내비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다가 그 무언가가 사방에 있다며 결국 네 발로 기어다닐 정도로 완전히 미쳐버려서 나훔이 다락방에 가뒀고, 둘째 새디어스도 어느 날 우물 속을 들여다 본 뒤 서서히 정신을 놓다가 완전히 미쳐서 똑같이 다른 방에 가둬버렸다. 막내 머윈은 땅에 만연한 극심한 공포심과 새디어스와 어머니가 소리를 질러대며 날뛰는 상황에 정신적인 이상이 생겼다. 오죽하면 땅에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말을 끌고 잠시 나훔을 찾아온 아미가 애써 달래줘야 했다.

그 후 첫째인 지나스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렸고, 결국 머윈 또한 밤 중에 등불과 양동이를 들고 물을 뜨러 나갔다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실종되었다. 나훔이 밤새 찾아다녔지만, 우물가에서 녹아내린 양동이 손잡이와 등불의 잔해만 찾을 수 있었을 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터부시된 나훔의 농장은 아미만이 그나마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다 아미가 한 동안 농장을 방문하지 않게 되었고, 어느 날, 아미가 집을 비운 사이 나훔이 찾아왔다. 너무 놀라 식겁한 아미의 아내에게, 나훔은 농장의 소식을 아미에게 전해달라며 농장의 근황을 말해주는데, 둘째는 이미 죽어 어딘가에 묻어줬고 머윈도 실종되었으며 만일 자신에게 일이 생기면 첫째 아들과 아내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다.

이후 아미는 나훔의 농장을 찾지만 이미 메말라버린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농장을 수색하다가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달은 아미가 결국 경찰을 불러올 생각을 하는데, 집 안에서 간신히 의식이 남아 있던 나훔의 얼굴과 비슷한 알록달록한 얼룩으로 변해버린 나훔을 발견한다. 그것은 있지도 않은 지나스에게 불을 지피라 지시하고, 지나스는 우물에 산다며 헛소리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아미는 이런 나훔을 두고 다른 가족들을 찾지만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2층으로 올라가 나훔의 아내가 감금되어 있던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던 찰나, 이상한 증기가 몸을 통과하고 다시 보니 집 전체가 그 기이한 색채로 물든 것을 본 후 다락방에서 다급하게 빠져나온다. 그 와중에 기괴하게 무언가를 빨아먹는 소리와 무언가가 우물에 떨어지는 소리, 둔탁하게 뭔가를 질질 끌어오는 소리를 듣는다. 2층에서 내려오자, 나훔은 그 짧은 시간에 더욱 메말라버렸고,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냐며 자초지종을 묻자 그에게서 아미는 사건의 내막을 듣게 된다.

2.3. 진실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아니야... 색깔이 모든 것을 태워... 차갑고 축축하지만... 뭐든지 태워버려... 우물에 살고 있지... 작년 봄에 피었던 꽃들 색이랑 똑같다네... 밤마다 우물이 빛을 뿜어냈어... 메르니랑 제나스, 살아있는 건 모두 붙잡아서 남김없이 빨아먹었어... (이하 생략)"
운석은 사실 사악하거나 불길한 무언가 정도가 아니라, '살아'서 농지의 모든 것들을 향해 포악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모든 이변의 원인은 이 색채가 나훔의 집 뒤편에 있는 우물에 눌러앉은 뒤 우물을 시작으로 농지의 모든 것을 산 채로 빨아먹고 생명을 태워버렸기 때문.

물론 우물물을 마신 나훔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훔이 눈치챘을 때는 이미 아들들이 전부 우물의 녹이 된 상태였다.[4] 색채는 그런 기운찬 아이를 먹어서 더욱 강해졌을거라고 체념한 듯 말하고, 아내에게 오랜 시간 먹을 것을 주지 못했다며 오락가락하다가 색채에 대한 경고를 남긴 다음 더는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부스러져 버린다.

망연자실하던 중 아미는 집이 색채로 물들어 빛나는 것을 보았다. 서둘러 집 밖으로 나서다 문득 시선이 우물가에 닿았고, 처음에 소리를 들었을때는 말이 미쳐 날뛰며 우물을 걷어찼거나 돌멩이가 우물 속에 빠졌다고 생각했으나,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 공포스러운 무언가가 나훔을 먹어치우고 우물 속으로 들어간 소리임을 깨닫는다. 서둘러 돌아와보니 걱정으로 실신할 듯한 아내와 경찰이 있었다. 아내를 달랜 후, 경찰에 신고하나 경찰로부터 나훔의 집으로 같이 가야한다는 말을 듣고 절대 가지 않는다며 버텼지만 결국 나훔의 농장으로 다시 반강제로 찾아가게 된다.

메마르고 부스러졌어도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는 2층과 1층의 시신을 보고 경악한 경찰들과 함께 아미는 다시 농장을 조사하게 되는데, 조사 도중 아미가 나훔과 우물의 일과 그리고 나훔이 우물을 두려워했다는 사실을 진술하자 경찰들은 끔찍한 악취가 나는 우물물을 모조리 퍼올렸고 우물 바닥에선 보이지 않았던 나머지 나훔 일가의 뼈와 희생된 다른 동물들의 뼈가 발견됐다. 더 깊이 조사하려고 했지만 막대기를 아무리 깊게 꽂아넣어도 우물 바닥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 아무것도 걸리질 않고 잡히지 않아 경찰은 조사를 멈추고 올라온다. 딱히 무언가를 찾지 못해 아미와 경찰들이 집 안에 모여 회의하던 사이, 갑자기 색채가 우물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를 본 경찰과 마부의 말들은 사생결단을 낼 듯 미쳐날뛰다 아예 마차를 부순 뒤 어디론가 도망갔지만, 튼튼하게 메어놓아 도망치지 못한 아미의 말은 농지 전체를 집어삼킬 듯 뿜어져 나오는 빛에 끔찍하게 울부짖다가 죽는다. 이 재앙에 아미 일행은 아미의 인도에 따라 뒷문을 통해 간신히 집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진 언덕까지 가까스로 도망친다.

그렇게 나훔의 집과 농지는 잿빛으로 변해 쓰러졌다. 집터 상공에 마치 우주의 공간과 연결된 것 같은 구멍이 열리자, 우물과 일대에서 솟아오른 거대하고 기괴한 빛깔이 거칠게 요동치며 구멍으로 사라졌으며, 색채가 빠져나간 그곳은 폭탄이라도 터트린 듯 완전히 박살났고, 나훔의 땅은 그저 흔적만 남고 현재의 황무지처럼 변해버렸다.

이러한 괴기한 재해를 목격한 일행들과 공포에 질려 도망치던 와중에, 아미는 우연히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이 때 폐허가 된 나훔의 집터에서 자그마한 색채가 솟구쳐나와 다시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한다.

2.4. 결말

색채의 일부가 다시 우물 속으로 들어간 탓인지, 나훔의 집이 있던 6천 평에 다다를 정도로 거대한 마의 황무지는 소설 속 현재 시점에서도 매 해마다 3cm씩 작지만 서서히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황무지 경계선의 나무는 제멋대로 흔들리며 황무지에 가까운 식물들은 썩어들어가다 결국 푸석하게 시들어 죽어버리고, 기괴한 꽃과 나비가 출몰하는가 하면 처음 보는 듯한 괴상한 짐승들도 발견된다고 한다.

그 날 아미와 같이 황무지를 찾아갔던 마부와 경찰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다들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에 색채가 다시 우물로 떨어진 것은 오직 아미 혼자만이 목격했던 터라, 그 후에는 아미는 다른 자들보다도 더 공포에 질려 차마 다시 우물 안을 들여다보긴커녕 찾아가지도 못했다.

문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그 동네를 찾아간 이유가 상술했듯 조만간 그곳에 댐이 지어져서 마의 황무지가 물에 잠겨 저수지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목격한 우물의 기괴한 색깔이 아미가 얘기하던 바로 그 색채임을 깨닫고, 바로 자기가 하고 있던 저수지 관련 일을 그만 두고 다시는 아캄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물론, 이 양반도 아미도 곱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미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죽을 거란 암시가 뜨고[5] 주인공은 이야기 마지막에 아미의 생존에 대해 공사 진행자에게 편지로 계속 알려달라고 당부한다. 악몽 속에서 아미가 죽은 채 나오는 것을 보기 싫다, 오늘도 악몽을 꾼다 등의 대사를 보면 주인공도 인지를 초월한 공포를 인지해버려 죽을 때까지 악몽에 시달릴 듯하다.

3. 영상화

  • 저주 (The Curse) (1987년)
    파일:TheCurse1987.jpg
    영화배우인 데이빗 키스(David Keith)의 감독 데뷔작. 데이빗 키스는 이 영화 이후 겨우 두 편만 연출했을 정도로 감독 커리어가 잘 풀리지 못했다.
  • 컬러 프롬 더 다크 (Colour from the Dark) (2008년)
    파일:colourfromthedark.jpg
    이탈리아의 호러 영화 감독 이반 주콘(Ivan Zuccon)이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 원작과 달리 피칠갑 영화가 되어서 평이 매우 안좋다.
  • 더 컬러 (Die Farbe) (2010년)
    파일:diefarbe.jpg
    독일의 영화 감독 후안 부(Huan Vu)가 연출한 독일 영화. 이전작들과 달리 흑백으로 촬영되어 색이라는 요소를 잘 살렸다. 영화 자체의 평은 가장 좋은 편이다.

4. 매체에서

  • 삽화, 코믹스, 영화, 게임 등 크툴루 신화를 이미지와 영상으로 시각적 구현을 한 작품들은 지금도 무수히 나오고 있지만, 본작에 나온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 색은 이미지화는 커녕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니만큼 추상적인 표현 방식을 요구한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구현할 때 일반적으로는 여러가지 색을 기묘한 조합으로 그래디언트하는 방식이나, 그냥 현존하는 색 하나를 사용하되 분위기를 기괴하게 조성하는 방식을 채용한다.흑백영화로 찍고 색채를 컬러로 하면 되지 않을까 보드게임 아캄 호러에서 사용된 일러스트는 후자를 채택해서 그냥 초록색에 가깝게 표현되었다.[8]
  • 이 소설이 원작은 아니나 모티브를 가져온 듯한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에서는 미지의 존재를 비눗방울 막이나 기름막 같은 무지개빛 굴절로 나타냈다.
  •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조디 베릴의 고독한 죽음(The Lonesome Death of Jordy Verrill)는 이 소설을 모티브로 집필되었다. 여기서 색채의 역할은 기괴한 잡초가 대신한다. 그의 단편 모음집 영화 크립쇼로 영화화했는데 킹 본인이 조디 베릴을 연기하여 꽤 호평을 받았다. 제목처럼 나훔과 달리 조디 베릴은 아무도 없는 외딴 집에서 쓸쓸하게 죽는다.
  • PC 게임 다키스트 던전의 세번째 DLC인 광기의 색채(Colours of Madness)의 모티브가 되었다. 색채 관련 물건을 표현하는 주요 색깔은 하늘색 계열의 형광색이다.
  • 웹소설 괴담 동아리에서 1회차 때 이와 관련된 현상이 발생한다.
  •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에 등장하는 색채라는 존재의 모티브인데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스러운 무언가이며,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온 실사 영화처럼 보라색을 주 색깔로 하고 있다.
  • 후지타 카즈히로의 만화 쌍망정은 부숴야 한다도 본작을 오마쥬했다. 쌍망정은 우주에서 운석처럼 떨어져 온 어느 악의적인 존재로 인해 오염되어 형형색색으로 변하던 물의 색에 반한 화가 데이도가 그 물로 그린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죽음의 저택이다.
  • 일본 록 밴드 닌겐이스가 우주에서 온 색채를 소재로 곡을 만들었다.

[1] 그리고 에리히 잔의 선율도 러브크래프트 자신이 생각해서 가장 잘 쓴 작품이라고 자평했다.[2] 황금가지판과 현대문학판에서 표준어로 번역된 나훔의 대사는 원본에서는 사투리이다. 유혹하는 글쓰기에 인용된 대사 역시 사투리로 번역되었다.[3] 이미 도망간지 오래였지만 고양이를 챙겨주던 유일한 사람인 나훔의 아내가 미쳐서 아무도 몰랐다.[4] 색채는 제나스를 서서히 무너뜨린 뒤 우물로 유인해 잡아먹었고, 새디어스는 우물 속을 본 뒤 미쳐버려 결국 나훔이 다른 다락방에 가뒀지만 2층에서 빨아먹혀 나훔이 농장 어딘가에 안장했다. 머윈은 아예 우물에서 직접 튀어나와 산 채로 잡아먹었다.[5] 애당초 나훔이 아미에게 버텨봤자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말하며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았다.[6] 도중에 강판되어 존 프랑켄하이머로 교체되었다.[7] 이는 마젠타가 가시광선 스펙트럼에 포함되지 않은, 뇌에서 만들어내는 색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8] 공포체크 실패시 정신력이 4나 깎인다. 꽤나 무섭게 생긴 괴물도 정신력 감소는 3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치명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