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위악(僞惡 / false evil)이란, 본심과는 다르게 일부러 자신을 남에게 악하게 보이도록 드러내는 태도 및 행위. 위선과는 정 반대인 개념이다. 위악을 행하는 사람을 위악자라고 한다.해당 단어는 전통 한문에서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용례가 확인되는 한자어다. 이는 인간이 선을 꾸며낼지언정 굳이 악을 꾸며내는 일은 매우 드물 것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1]
2. 스스로 악하게 포장하는 경우
“악역은… 이제 익숙하니까..”
대중적인 위악자
본디 인간은 평판에 민감한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좋은 평판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이득이 많기 때문에 자진해서 위악자 행세를 하는 일은 드물다. 물론 위악자 행세를 하면서도 호평을 받는 긍정적인 유형의 군기반장들도 있긴 하지만 이런 유형의 군기반장은 흔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들조차 하급자들에게는 원망과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현실뿐만 아니라 매체에서도 위악자의 평판은 대개 바닥을 긴다. 그러나 가끔씩 이러한 악평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위협하려는 의도에서 그렇다. 역사상 몽골군은 실제로도 극악무도한 학살을 일삼았지만, 그러한 악평을 더욱더 나쁜 방향으로 표현하여 적을 위협했다고 한다.대중적인 위악자
때로는 기존 제도가 위선적일 때 위악을 내세우기도 한다. 조조의 예가 그러한데, 그가 내건 인재등용문이 아직도 회자된다. 유재시거 재능이 있다면 천거하되 불효불인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십상시의 양자출신인지라 내시의 아들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태어나, 내시의 천거로 중임을 맡았지만 후한의 문벌귀족들은 물론, 재야의 청류파에게선 은근히 멸시를 받았다. 그의 생애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원소는 사세오공이라 불리는 문벌귀족의 대명사였고 또한 노비 출신의 어머니를 가진 서자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번도 치르기 어려운 삼년상을 두번이나 치르는 초강수로 원씨의 적통이라는 명분을 확실시하고, 재야의 청류파 인맥까지 흡수한 걸 생각하면 조조는 저런 모습이 모든 게 못마땅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자손,죽은 사람을 위한 제사가 국정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걸 획득하는 명분이 되는걸 보니 못마땅하여 그러니 대놓고 불효불인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국가 제도 자체가 위선적인 형태로 짜여져 있다면 그걸 깨부수길 위해선 악으로 보여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수 있다.
인간관계를 불가피하게 악화시키거나, 천재지변이나 기타 안 좋은 일에 직면하여 현실에서 완전히 절교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재이다. 예를 들어 신파극 같은 데서 남성이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그는 자신의 앞날을 알고 나서부터 갑자기 연인에게 불성실한 태도를 취한다. 독설을 퍼붓는다든지, 다른 여자가 생긴 척 한다든지, 연락을 일부러 받지 않는 척 한다든지, 일부러 권태기인 척 한다든지…. 그가 그러는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가 헤어지고 난 후 자신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은, 고담의 희망인 하비 덴트가 타락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하비 덴트의 범죄 행각을 스스로 뒤집어 쓰고 거짓 악당이 되어 고담의 추적을 받는다. 배트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영웅적 희생이자, 슈퍼 히어로 영화 최고의 엔딩으로 평가 받는다.
그 외에 악역을 자처함으로써 내부의 적들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자신을 적으로 삼아 조직이 결속하게 하여 붕괴를 막는 등의 경우도 있다. 소년만화 같은 데서도 은근히 자주 쓰이는 소재로, 동료였던 녀석이 별 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파티에서 이탈하는데 알고 보니…. 혹은 적으로 대치하던 녀석인데 사실 알고 보니…. 기타 등등. 결국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며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가 클리셰적으로 붙게 된다.
프로필에 써놓은 위악적인 행위를 하는 인물로는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카도야 츠카사 정도가 있다.
픽션에서야 독자가 해당 인물의 속사정을 알 수 있어 매력적인 인물로 받아들이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리 선의 혹은 대의를 위한 위악적 행위라도 상대의 본심을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는 이상 완벽히 알 길이 없으므로 선술했듯 대외적 평판은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 더불어 행위자 입장에서 선의로 행한 일이라지만 그 의도를 상대방과 제 3자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더 이상 위악이 아니라 악행에 불과하다.[2]
실용적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다. "굿 캅 & 배드 캅" 이론에 따라 나쁘게 대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사소하게 편들어줘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팀 중에 한 명이 위악의 위치에 서서 팀의 다른 인원들의 이미지를 높이고 대상이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것이다. 긍정적인 유형의 군기반장들이 좋은 예시. 훈련소 교관도 일부러 훈련병들을 사악하게 갈궈서 자신을 증오하게 하고, 훈련병들끼리 뭉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경우 지나치면 상관 살해로 팀킬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잘 활용해야 한다.
3. 무의식적으로 악함을 과시하는 경우
말 그대로 선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쁜 행동을 하며 위악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누가 이런 미친 짓[3]을 할까 싶을텐데, 의외로 많다. 현실에서는 이쪽이 주류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기선제압. 집에서는 가정적인 아버지요 회사에서는 신뢰 받는 상사인 동네 아저씨가 자동차 접촉사고 하나에 통제불가능한 헐크로 돌변하는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은 대개 정말로 싸움이 벌어지면 어쩔 줄을 몰라하며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이는 적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없는 흉포함을 억지로 끌어냈기 때문. 물론 의도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으나 본인은 정말 자기가 필요하면 악당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도 많다. 간단히 말해 '난 이만큼이나 악당이야!'라며 스스로 강하다고 자위하는 것. 군대나 회사 등 권위적인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마가 되는 사람들도 이에 해당한다. 물론 현실은 진짜 악인들의 밥일 뿐이다.해당 항목의 위악자는 1번 항목의 위악자와는 달리 위선자와 매우 친한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본인 스스로가 위선자를 겸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이는 어디까지나 무의식적인 필요에 의해 위선과 위악을 행하기 때문. 간단히 말해 전형적인 인간의 행동양식이다.
4. 관련 문서
[1] 성선설의 대표격으로 자주 인용되는 맹자도 무조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만 가르치지는 않았다.[2] 한 예로 심야괴담회의 맹신에 나온 사연자의 할머니가 그러한 걸 잘 보여주는데 할머니는 “손녀에게 악귀가 붙어 몸이 약해졌으니, 손녀가 30살이 될 때까지 모질게 대해야 산다”는 무당의 어이없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손녀를 학대했다. 당연히 학대를 견디지 못한 사연자는 성인이 되자마자 사실상 손절하다시피 집을 나갔다. 이후 할머니가 병으로 몸이 악화되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손녀가 찾아오자, 할머니는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며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녀딸을 악귀로부터 지켜내서 뿌듯했기에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가 잘못된 맹신으로 자신을 괴롭혔다는 것에 치가 떨린 사연자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소리 치고 병실을 박차고 나갔지만, 할머니는 떠나는 사연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한숨을 쉬었다. 사연을 들은 시청자들은 당연히도 잘못된 맹신으로 수십년간 손녀를 학대한 할머니를 비난했다.[3] 상술했다시피 악당이라 광고하는 행위는 대부분 평판을 깎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