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천 년 동안 단 하룻밤만 별이 보인다면, 어떻게 인간이 신의 존재를 믿고 숭배하며 수많은 세대 동안 천국에 대한 기억을 보존할 수 있겠는가!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1]
Nightfall.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1]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1941년에 단편소설로 발표된 작품으로, 1990년에 로버트 실버버그와의 공저로 같은 이름의 장편소설로도 개작 발표되었다. 단편은 미국 SF 작가 협회가 선정한 1964년 이전(네뷸라상 제정 이전) 최고의 단편으로 선정되어 "SF 명예의 전당" 1권에 수록되었다. 한국에서는 1995년에 장편 버전이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이트폴"로 번역 출간되었고 2010년에 단편 버전이 "전설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오멜라스 출판사의 "SF 명예의 전당" 번역본에 실렸다. 이전까지 본인에게나 업계 대부분으로부터나 3류 작가 취급이었던 아시모프가 본격적으로 톱급 작가로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단, 한참 후에 개작된 장편소설 버전은 앞뒤로 사족만 붙었다며 평가가 좋지 않다.
소설의 아이디어는 위의 에머슨의 글에서 따 왔다.
2. 스토리
전문(한글번역)6중성계(6개의 태양이 서로의 중력중심을 돌고 있는 다중성계)의 밤이 없는 행성 라가시에서 2049년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개기일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가시에서는 언제나 6개의 태양 중 적어도 하나는 떠 있기에 언제나 낮이며, 사람들은 본능적인 어둠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2][3]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태양빛으로 인해 가려졌을 뿐 달도 존재하며 2049년에 한 번, 유일하게 떠 있는 태양을 가리게 되어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이 일식이 지난 수천 년 동안 주기적으로 사회 붕괴 및 재건이 반복되었다는 고고학적 증거들과 관련되었을 것으로 의심하지만 그들의 경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일식이 일어난 당일, 과학자들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일식으로 행성 전역이 깜깜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라가시는 늘 낮이기 때문에, 밤 하늘의 별을 본 적이 없는 라가시 인들은 우주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주에 다른 태양이 있을 거란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4][5] 그런데 사실 라가시는 거대한 성단 한가운데에 있었다. 라가시의 밤하늘에는 지구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3,600개의 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3만개의 별들이 지구보다 훨씬 밝게 비치고 있었다[6]. 2000년만에 밤을 맞은 행성 라가시의 차갑고 황량한 풍경과 대조되는 밤하늘의 비인간적인 아름다움, 자신의 행성이 우주에서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라가시 사람들의 어둠에 대한 공포와 더해져 사람들은 미쳐가게 되고, 밤하늘의 별을 몰아내기 위해 지상에 계속해서 불을 지르지만 당연히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과학자들은 비로소 고대 문명이 남긴 이상한 그림들의 의미와 어떻게 라가시 문명이 2000년마다 멸망과 재건을 반복하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후 단편소설은 '전설의 밤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라는 문장과 함께 끝을 맺는다.
과학소설계의 거물이자 SF 잡지 편집자였던 존 W. 캠벨은 에머슨의 위의 글과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인간은 미쳐버릴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고, 아시모프가 이에 따라 쓴 글이 이 작품이다. 아시모프는 이 작품으로 처음 잡지 '어스타운딩'의 표제작으로 실리고 지금까지 쓴 글 중 가장 높은 보너스를 받았다고 하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최후의 질문을 꼽았다.
3. 의의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에 나온 가상의 행성 라가시 사람들이 연구한 '절멸주기설'을 일부 천문학자들이 지구를 기준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가시는 2000년에 한번 있는 '일식'이 문명의 멸망과 재건을 야기하지만, 지구에서는 대량 멸종 현상이 2600만년에서 3000만년마다 일어나며, 그 원인을 오르트 구름에 있는 장주기 혜성들의 안정성이 영향을 받아 혜성이 지구에 부딪칠 확률이 현재보다 높아지는 것을 근거로 든다. 그리고 혜성 증가 원인으로 태양이 쌍성계로 아직 발견하지 않는 적색 왜성이나 갈색 왜성의 영향[7], 행성 X의 영향, 태양계의 은하 디스크면 통과의 영향[8] 등의 가설이 있다. 이러한 멸종 현상과 이를 주기화한 부분, 그리고 종 다양성 변화까지는 어디까지나 통계적 결과이므로 연구 결과를 무조건 그르다고 할 수 없지만, 멸종의 주기에 대한 내용은 아직 가설 단계에 불과하다.이 작품은 SF소설에서 상상한 가설이 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분야(생물의 절멸주기와 절멸원인 파악)에 대한 영감을 실제로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소설 투명인간이 투명인간 연구의 원동력이 되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다른 작품 아이, 로봇에서의 로봇 3원칙이 기술 발전에 따라 서서히 현실화되었던 것이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나온 스카이넷에 대한 인류의 감정이 AI 산업의 발달로 정말로 현실화되는 것처럼 느껴져 공포로 여기는 단계가 왔다는 것처럼 말이다.
리딕 시리즈의 첫 영화인 에이리언 2020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중국의 SF 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소설)가 유사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삼중항성을 도는 행성의 외계인이 등장하며 항성의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인해 멸망과 부활을 반복한다. 다만 그 이외의 설정상 공통점이나 전개상 비슷한 점은 별로 없다.
[1] 소설의 서문으로 인용되는 문구이다.[2] 현실의 인류도 어둠에 대해서 본능적인 공포심을 가지고는 있으나 이는 어둠 그 자체보단 어둠속에 있을지 모르는 위협에 대한 공포이다. 어둠 자체에 공포를 가지고 있다면 잠 조차도 제대로 못잘것이다.[3] 작중에서 박람회에서 인기 있었던 어트렉션을 언급하는 데 이 어트렉션이라는 게 그냥 길고 어두운 터널을 한 번 지나가는 미니열차였다. 짧은 어둠에 노출되는 것이였는데 엄청난 공포감을 유발해서 사망자까지 나오자 탑승 전 건강상태를 진찰하는 의사까지 배치해야했고, 체험 이후 극심한 폐소공포증을 앓는 부작용이 보고되어 결국 운행중지 되었다.[4] 과학자와 기자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나는데, 우주에 12개의 태양이 더 있다는 가정을 해보자는 과학자가 환상 소설을 쓰는거 같다고 쑥쓰러워 하고 기자는 그걸 어린애 숙제에 나올법한 소리라면서 놀린다.[5] 또한 항성이 6개기 때문에 중력이 불규칙하게 작용하여 만유인력의 법칙 또한 뒤늦게 발견되었다는 언급이 나온다.[6] 6중성계라는 설정 자체가 지구보다 근처에 훨씬 항성들이 많다는 특징과 잘 부합한다.[7] 이것이 네메시스 가설이다.[8] 태양이 은하를 공전할 때는 은하의 디스크 면을 위아래로 통과하는 형태로 공전한다. 태양의 은하면의 수직적 위치의 변화에 따라 디스크를 통과하거나 나선팔을 지나가는 시점은 주기가 있는데, 이 시기에 은하 디스크 또는 나선팔을 구성하는 성간물질이나 항성들, 또는 디스크를 구성하는 암흑물질과 태양 사이에 조석력이 발생한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