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5-24 11:13:29

캐서린(베인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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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글로리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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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야 바티스트 복스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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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셀레스트 스카이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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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네일 쏘우 아마엘 앙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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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호크 이드리스 이슈타르 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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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스트럴 케인 켄세이 키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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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깃
정글러
"적 레이너를 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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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브 라임 로나 사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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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오조 이나라
파일:ylva.png파일:joule profile.png파일:koshka profile.png파일:krul profile.png
일바 코쉬카 크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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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 토니 페탈
캡틴
''아군을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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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grace profile.png파일:lyra profile.png파일:lance profile.png파일:lorelai profile.png
그레이스 라이라 랜스 로렐라이
파일:viola profile.png파일:adagio profile.png파일:ardan profile.png파일:churnwalker profile.png
비올라 아다지오 아단 어둠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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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 캐서린 포트리스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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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Cath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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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과 침묵으로 끊임없이 적을 괴롭히는 수호자
캐서린의 사전에 노크 따위는 없습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갈 뿐이죠. 무기 따위는 그녀에게 조금의 위협도 되지 못합니다. 그래도 별로 무섭지 않으시다고요? 폭진을 일으키는 궁극기를 맞아보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가격 파일:glory.png 6000 글로리
파일:ice.png 585 아이스
출시일 정식 출시 영웅
디자이너 캡틴니토 (Captainneato)
성우
영웅 집중 조명
베인글로리 최초의 영웅 7명
캐서린, 아다지오, 글레이브, 코쉬카, 페탈, 링고, 쏘우 크럴
1. 배경2. 대사3. 능력치4. 능력
4.1. 특성 - 경비대의 대장 (Captain of the Guard)4.2. A - 무자비한 추격 (Merciless Pursuit)4.3. B - 경비대의 긍지 (Stormguard)4.4. 궁극기 - 폭진의 강타 (Blast Tremor)
5. 재능
5.1. 희귀 - 친위대의 대장 (Advancing Guard)5.2. 고급 - 재빠른 추격 (Quick Pursuit)5.3. 전설 - 폭진의 충격파 (Shockwave)
6. 평가
6.1. 장점6.2. 단점6.3. 상성
7. 운영8. 아이템/능력 빌드
8.1. 할시온 협곡에서 (3v3)8.2. 왕관 오름에서 (5v5)
9. 스킨
9.1. 희귀 - 기사단장 캐서린 (Queen's Knight Catherine)9.2. 고급 - 전장의 여신 캐서린 (Paragon Catherine)9.3. 전설 - 바다뱀의 가면 캐서린 (Serpent Mask Catherine)9.4. 고급 - 검투사 캐서린 (Gladiator Catherine)9.5. 여름 축제 캐서린(특별판) (Summer Party Catherine (SE))9.6. 해안 경비대 캐서린(특별판) (Surf's Up Catherine (SE))9.7. 안전요원 캐서린(특별판) (Beach Partrol Catherine (SE))9.8. 챔피언 캐서린(특별판) (Championship Catherine (SE))9.9. 겨울 전쟁 캐서린(특별판) (Winter War Catherine (SE))9.10. 겨울 전쟁 캐서린(한정판) (Winter War Catherine (LE))
10. 기타11. 관련 문서

1. 배경

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영웅 이야기
(폭풍경비대 대서사시)
1편 '케스트럴의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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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이야기1.jpg

누구도 파괴된 건물 사이에 마법의 잔향이 짙게 풍기는 저 거대한 옛 도시를 재건하지 않으리라. 겁많은 아이들은 아직도 부서져 내리는 저 건물을 건드려 충격을 줄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케스트럴의 기억의 첫 장엔 충격으로 자리잡은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예전엔 케스트럴이 아니었으나, 하지만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은 기밀에 붙여져 있었다.

케스트럴은 태어나기 전이었음에도 전쟁의 참상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저 멀고도 먼 ‘몽릴’에 계시는 ‘폭풍의 여왕’도 익히 알고 있었다. 현지 사람들이 ‘블랑코로조스’라고 부르는 ‘폭풍의 경비대’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케스트럴은 가족들이 쓰던 사투리와 릴 산 사람들이 쓰는 혀를 많이 굴려 목이 잠긴 듯한 소리로 말하는 언어까지 익혔다. 이동네 아이들은 학교에서 여왕의 깃발에 경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모두 여왕의 이름 하에 적성 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선생님과 학부모는 시험 전 몇 주에 걸쳐 수학, 언어, 지리를 아이들에게 철저히 가르쳤다. 시험에 통과하여 선택받은 아이들의 집안엔 세금이 경감되기 때문이었다.

6살이 되던 해, 케스트럴은 유추, 연산, 수수께끼 풀이, 똑같이 나열된 상자 배열 풀기에 걸친 일련의 시험을 치러 좋은 성적을 거뒀다. 케스트럴은 시험관이 입은 붉은색으로 장식된 말쑥한 하얀색 실험용 가운과 연필을 깎을 때 나는 냄새를 무척 좋아했다. 게다가 이 작은 아이는 숫자를 제대로 배열하는 문제를 풀어내는 걸 좋아했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억양으로 릴 사람들의 사투리를 구사했다.

마지막 시험이 되었다. 시험관은 검은색 상자와 흰색 상자 총 10개를 내밀었다. 케스트럴은 이 시험에서 달콤한 사탕이 검은 상자 밑에 있을지 흰 상자 밑에 있을지를 맞춰야 했다. 첫 번째 문제는 흰 상자 9개와 검은 상자 1개에서 사탕을 찾는 것이었다. 케스트럴은 흰 상자를 선택하여 그 안에 사탕을 당연하다는 듯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두 번째 문제는 검은 상자 7개와 흰 상자 3개에서 사탕을 찾는 것이었다. 케스트럴은 망설이지 않고 검은 상자를 집어 그 안에 사탕을 또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케스트럴은 불균형 색깔 상자 배열 문제를 몇 번 풀면서 얻은 사탕으로 볼이 빵빵해졌다. 그러다 세 번째 문제에서 자신만만했던 아이에게 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6개의 흰 상자와 4개의 검은 상자가 있었는데, 이 작은 아이가 선택한 흰 상자에 사탕이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케스트럴은 머리가 멍해졌다. 오물거리던 입을 멈추고 생각했다. ‘어? 내가 틀렸다고?’

시험관은 다시 상자를 배치했다. 이번엔 검은 상자 5개와 흰 상자 5개였다.

“자, 고르거라.” 시험관이 말했다.

“싫어요.”

“왜? 사탕 먹기 싫은 거니?”

“먹고 싶어요.”

“그럼 골라야지?”

“싫어요.”

“왜 싫은 거니?”

“사탕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시험을 치르려면 골라야 한단다.”

“싫어요.”

시험관은 쭈그리고 앉아 이 작은 소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차분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틀려도 괜찮아. 네가 문제를 맞히면 사탕을 먹을 수 있잖니? 자, 골라보렴.”

“싫어요.”

“이걸 어쩌지? 여왕님께서는 네가 문제를 풀길 바라시는데.”

“싫어요.”

“음, 알았다.” 시험관은 일어나더니 소녀의 팔길이 정도의 나뭇가지를 가져와 케스트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네가 고르지 않으면, 이걸로 손바닥을 맞게 될 거다.”

케스트럴은 두 눈을 부릅뜨고 시험관 선생님이 나뭇가지로 자신의 손바닥을 때리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이곳, 옛 도시에서 어린 나이에 자신이 틀렸기에 겪어야 하는 이 마법과도 같은 충격의 아픔을 마음에 새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아픔이 따끔한 정도로 누그러지는지도 알 수 있었다. 체벌 따위는 그리 아프지 않았다.

아이는 울지도 않았고, 상자를 고르지도 않았다.

다음 날, 폭풍의 경비대원 두 명이 케스트럴의 집에 찾아왔다. 케스트럴은 새총과 새 총알로 무장하고 뒤뜰로 도망쳐 나와 호두나무에 올라가 숨었다. 아이는 저 경비대원 아저씨들이 자신이 마지막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걸 아버지에게 고자질하여 혼날 것을 대비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케스트럴의 부모는 아이를 나무에서 내려서는 꼭 안고 눈물을 흘리며 키스해 주며 말했다. “아가야, 아저씨들이 널 데리러 오셨어. 몽릴에 계시는 분들이 널 계속 가르치고 싶다시는구나. 엄마 아빠하고 있을 시간이 한 시간밖에 없단다.”
2편 '캐서린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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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이야기2.jpg

폭풍 여왕은 캐서린의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망토와 두건 차림을 한 여왕의 어깨엔 까마귀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조명이 모두 꺼진 창문 없는 거실 구석에 앉아 있어 여왕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별도의 통로를 이용하지 않는 캐서린과는 달리, 여왕은 단단하고 굳게 잠긴 정문을 우회하는 자신만의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여왕은 다리를 앞으로 꼬며 가까이에 있는 등잔에 불을 밝혔다. 어깨 위의 까마귀는 자세를 고쳤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들이 근처에 있다 캐서린. 이 방은 안전하다고 봐도 되겠나?"
"네, 그럴 겁니다. 이미 폐하께선 여기 계시잖습니까."

캐서린의 말에 여왕은 슬쩍 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오늘 밤 폭풍경비대를 소집해야 할 거다."

캐서린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면서부터 두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목표가 누굽니까?"

“하나가 아니라 둘이지. 엄청난 마법 능력을 지닌 쌍둥이야. 그대도 내 동생이자 그들의 엄마인 줄리아를 알고 있겠지.”

“동생분은 5년 전에 죽지 않았나요?”

“줄리아가 그렇게 믿도록 꾸민 거지. 우리 쪽 첩보원이 남부 기디아에서 그녀를 찾았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거긴 지금 기술 진영이지 않습니까?”

"영혼이 없는 기계와 기술자들의 중심지지. 줄리아는 그들과 동맹을 맺고, 내 자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 기술자 중 한 명과 결혼을 해서 쌍둥이까지 두었지. 정말 대단하지 않나?"

“쌍둥이 아기라고요?”

“그래. 아이들을 네게 데려오라. 내가 왕족으로 키울테니 말이야.”

“왜 배신자를 바로 목표로 삼지 않으시는 겁니까?”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희미한 빛이 그녀의 두건 속으로 스며들며 원래 눈이 있었던 자리의 꿰맨 자국을 비췄다. 그녀의 두 눈은 태어나자마자 폭풍마법사의 관례대로 자취를 감췄다. “왕실 인사를 제거하는 법이 따로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정당한가는 상관없겠지만 말입니다.” 여왕은 얼음같이 차가운 손등으로 캐서린의 뺨을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부르듯이 말을 받았다. “오, 캐서린. 이번 일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고자 제안을 한다면, 그대를 처형할 수밖에 없어.”

여왕의 속삭임은 귓가에 악마가 유혹하는 소리와 같았다. 캐서린은 말할 수도 없는 중압감에 타는 갈증을 어찌할 줄 몰랐다. 그리곤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어 말을 이었다. “그러면 그냥 아이들만 데리고 오는 겁니까? 여왕님을 죽이려는 그들의 엄마는 그대로 두고요? 여왕님의 동생은 복수할 겁니다. 여왕님께서 명령하신 일은 기디안 사람들이 줄리아를 돕게 할 게 분명하고요.”

“그대의 말이 맞길 기대하지. 폭풍경비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지 않은가. 게다가 기디안 사람들은 기술자를 양성하며 스멀스멀 기세를 뻗쳐 오고 있어.”

“여왕이시여, 다시 전쟁을 벌이길 바라시는 겁니까?”

“오, 그럴리가, 캐서린. 전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전쟁을 일으킬 거야.” 캐서린의 뺨을 어루만지던 여왕이 손을 거뒀다. “때가 되었어. 아직은 기술자들의 군대가 지리멸렬한 상태고, 기디아는 한 때는 빛났던 값싼 장식물들을 모아놓은 골동품 같은 곳이니까. 그들이 제대로 준비를 갖추려면 10년은 걸릴 거고,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쌍둥이 천재들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일 뿐이야.”

“뜻대로 하소서, 여왕이시여.” 캐서린은 대답하며 까마귀의 눈을 응시했다.

“줄리아의 가족은 폼피움 북서부에 있는 농장에 거처를 꾸렸네. 여기 빈이 그대와 동행할 거야.” 여왕이 말을 마치자, 여왕의 눈이자 귀인 까마귀는 조용히 날갯짓을 하며 여왕의 어깨에서 캐서린의 어깨로 이동했다.

캐서린은 어깨를 털어 거추장스러운 까마귀를 뿌리치려는 충동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분부 받들겠습니다, 여왕이시여.”

“실수 없이 해내리라 믿지.”
3편 '끝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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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이야기3.jpg

선술집 안쪽, 탁자 위를 비추는 한 줄기 촛불은 두꺼운 두건을 쓰고 홀로 앉은 여인의 정체를 드러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여인은 따뜻한 찻잔 안을 빙빙 도는 찻잎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릴 때 방랑자 무리와는 어울리지 말라는 주의를 셀 수 없이 받으며 자랐다. 주름 가득한 노파들이 기괴한 팔찌를 차고 어리숙한 고객들을 찻잎 점으로 현혹하는 그런 무리 말이다.
그렇게 점술에 발을 들여놓지 않도록 격리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줄리아는 실제로 점을 썩 잘 쳤다.

캐서린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손님들 모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붉고 흰 제복은 온데간데없었지만, 그녀가 걸친 칙칙한 두건 달린 망토는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차가운 감각을 거둬내진 못했다. 그러한 묵직한 느낌은 탁자를 이리저리 피해 줄리아의 자리로 와 웃음을 건네는 캐서린의 모습에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캐서린이 망토를 벗자, 이 지방의 복색에 딱 맞는 맵시 있는 원피스가 드러났다.

이윽고 주문을 받으러 어린 소년이 다가왔다. 좌중을 압도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소년의 목소리는 오뉴월의 갈대처럼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어... 어서 오세요... 뭘 좀 드리면... 뭘 도와 드릴..."

캐서린은 소년을 빤히 내려다보면서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할 말을 다 끝내길 기다려주었다. "포도주 부탁해."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는 뭘 드릴까요? 차를 더 내올까요? 어? 줄리아 님 아니..."

캐서린은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소년의 턱을 손가락으로 치켜 들어 억지로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게 하고는 소곤거렸다. "적포도주 부탁한다니까?"

줄리아는 시종이 어리둥절한 상태였던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건 몰랐다는 듯 캐서린의 원피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캐시, 멋진 위장술인데? 그냥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지그래. 숨는 건 취향에 맞지 않나 보지?"

캐서린은 상처받은 체하며 코웃음을 쳤다. "너무하는 거 아니야? 난 이 정도 변장이면 꽤 만족스러운데. 여기 달린 단추들 좀 봐!" 그녀는 두 팔을 벌려 단추를 드러내며 윙크를 날렸다.

줄리아는 거슬리는 소리로 웃으며 흐느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단추야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듯한걸."

주문한 포도주가 나올 때까지 두 여인은 침묵을 지켰다. 포도주 잔을 앞에 두고 캐서린이 몸을 숙이며 넌지시 말했다. "여왕이 쌍둥일 데려오래, 리아. 애초에 이 전쟁을 이겨놓고 시작하려는 속셈이지."

줄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기디아에서 날 도와줄 거야."

캐서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언젠가 때가 되면 말이야. 하지만 폭풍 경비대가 여기 왔어. 이번 여정 내내 여왕의 까마귀 '빈'이 나와 동행해서 네게 말을 전할 수 없었어. 녀석이 네 가족을 감시하는 동안 겨우 떼어놓고 온 거야." 캐서린은 줄리아의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경비대는 오늘 밤에 임무를 수행할 거고 네 아이들은 나와 함께 몽릴로 갈 거야."

줄리아는 캐서린의 손을 홱 뿌리치고는 거미줄이 깔린 선술집 구석으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안 돼."

캐서린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 어떤 경우라도 여왕의 명령은 거역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넌 선택권이 없단 말이야. 리아, 아이들은 내가 잘 보살필게. 약속해."

"안 된다고!" 줄리아가 강한 어투로 말했다. "여왕, 아니 언니는 우리 셀레스트를 자신처럼 폭군으로 만들 거야. 네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캐서린은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바닥을 펴며 말했다. "그래서 뭘 어쩔 작정인데? 설령 내가 합세해도 너랑 아단은 폭풍 경비대를 물리칠 수 없잖아. 농장은 경비병들이 에워싸고 있고, 폼피움 외곽 길가란 길가엔 나머지 녀석들이 방벽을 세웠어. 줄리아, 우린 임무만 끝내면 사라지는 거야. 날 믿어야 해."

"폭풍 여왕과 너의 관계처럼 말이니?"

캐서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줄리아, 우린 어릴 때부터 친구였어."

"우리 셋 모두 어릴 때부터 단짝이었잖아." 두 친구 사이를 깊게 짓누르는 긴 침묵이 다시 찾아왔다. 한참 후에 줄리아가 탄식하더니 긴 침묵을 깨며 말했다. "폭풍 경비대가 가까이 왔으니 아단에게 조심하라고 전할게.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일상을 시작할 거야. 아무것도 이상해 보여선 안 돼. 그리고 네가 임무를 수행할 때, 아단이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칠 거야."

"뭘 들은 거니? 폭풍 경비대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순 없다고!"

"방법이 있어. 죽음이 목줄을 죄는 순간에 마법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지는 법이니까. 네가 내 목숨을 취할 때, 그이에게 내 모든 마력을 전해주겠어. 아단이라면... 그라면 내 모든 것이 담긴 그 '선물'을 자기 걸로 취할 수 있을 테니까."

캐서린은 포도주잔을 꽉 쥐면서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캐시, 내 죽음을... 최대한 화려하게 해줘. 소란을 피워야 남편과 아이들이 도망갈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캐서린의 눈망울이 가득 고인 눈물로 반짝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못해."

"그런 다음 도망쳐. 몽릴에서 너한테 더 볼 일은 없을 거야. 폭풍 경비대가 아단을 쫓을 테니 넌 기디아에 있는 친구들한테로 몸을 숨겨야 해."

그 순간 탁자에 캐서린의 손아귀에서 산산이 부서진 포도주잔 파편이 와르르 쏟아졌다. 선술집은 일순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의 캐서린을 응시했다. 캐서린의 손아귀에서 떨어지는 피는 유리 파편과 뒤섞여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너나 네 언니나 내게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하는지 생각조차 못 하는구나." 캐서린은 눈을 질끈 감아 떨어지지 않는 눈물을 털어내며 간신히 말했다.

줄리아는 목구멍에 걸린 슬픔을 삼켜냈다. 줄리아는 아이들의 엄마로 살며 터득한 인내의 손놀림으로 피 흘리는 캐서린의 손을 잡았다. "네가 매사에 얼마나 올곧고 헌신적인지 잘 알아. 하지만 난 왕녀야, 알잖아?" 줄리아는 친구의 손에서 유리 조각을 뽑아내면서 단조로운 말투로 속삭였다. "내 아이들을 언니에게 데려가면, 언니는 내 딸을 괴물로 만들고 내 아들을 전장으로 내몰아 기디아를 자기 손아귀에 넣을 거야." 줄리아가 캐서린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모아 쥐자 핏방울과 포도주 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줄리아는 할시온으로부터 마력을 끌어와 치유 마법으로 캐서린의 상처를 감쌌다. 그 은은한 녹색 빛을 바라보며 줄리아는 힘들게 입을 땠다. "끝내야 할 일에 죄책감 따윈 갖지 마. 그리고... 그..." 줄리아는 더듬거리더니 이내 말을 멈췄다.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캐서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줄리아의 어깨가 푹 꺼졌다. 그러더니 상처를 치유한 캐서린의 손을 놓아 주었다. 두 여인은 미끄러지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들 사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과 슬픔이 자리 잡고 말았다.

캐서린은 억지로 미소를 띠며 손을 뻗어 줄리아의 뺨을 어루만졌다.

"안녕, 나의 리아." 캐서린이 마지막인 듯 조용히 말했다.

"안녕, 나의 캐시." 줄리아도 조용히 대답했다. 줄리아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으로 목이 메어왔다.

캐서린은 자세를 곧추세워 단호한 눈빛으로 돌아와 줄리아의 뺨을 만지던 손을 거뒀다. 캐서린은 줄리아에게 인사하고 망토를 집어 들고 자신이 흘린 피를 즈려 밟으며 아직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자신을 응시하는 손님들을 지나쳤다. 그렇게 그녀는 선술집 문을 열고 자신을 기다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4편 '그녀의 활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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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이야기4.jpg

"정말 그녀로군."
케스트럴은 아래 덤불에서 소곤거린 여검사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날렸다. 폭풍 경비대원이라면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입도 뻥끗하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잘 알지 않는가. 그날도 여인네들은 치즈와 젖을 제공해 줄 염소를 낡은 수레에서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지역 농가의 바쁜 일상은 계속되었지만, 오늘 줄리아는 유령이 되어야 했다.

아낙네가 목줄을 끌어당기자 염소는 어린아이 같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케스트럴은 벌써 뒤얽힌 올리브 나뭇가지에서 몇 시간 째 경비대 대장인 캐서린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다리의 감각이 무뎌진 상태였지만, 그녀는 강철로 된 활시위를 정면에 겨누고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로 할시온의 힘을 조정하면서 신중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오늘 밤은 할시온의 화살을 쏘지 않고 임무를 끝낼지도 모른다. 이 강철 활시위를 최대한 당기면 유리창쯤이야 박살 낼 수 있지 않던가. 멀리에 있는 폭풍 경비대도 이곳으로 넘어온 후로는 마법을 쓰지 않았다. 기디안의 기술자들은 태생적으로 마력을 혐오했다. 연기와 기계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굳이 마법을 사용해 쓸데없는 관심을 끌 필요는 없었으리라.

혀로 볼을 밀어 장난을 치면서 케스트럴은 망원경을 통해 여왕의 동생을 주시했다. 쌍둥이를 보살피느라 줄리아의 몸놀림은 전보다 부드러워졌고, 눈가에 잔주름이 늘었지만 그녀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줄리아가 안으로 들어간 후, 케스트럴은 발가락을 오므렸다 펴며 무뎌진 다리의 감각을 회복시켰다. 오른쪽 어깨를 돌려 나무에 걸터앉아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는 올빼미 소리를 내어 신호를 보냈지만 캐서린은 휘파람으로 대기하라는 신호로 응수했다.

해가 지자 염소는 더 크고 더 구슬프게 울어댔다. 주위 덤불과 나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집 안에선 줄리아가 기디안 반란군에 속한 것치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편과 말다툼을 해댔다. 쌍둥이들은 잠옷을 입은 채로 술래잡기를 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남자아이는 땅을 울리는 고함을 질러댔다. 석양은 밝아졌다가 이내 그 빛을 감췄다. 마법의 아이인 케스트럴은 침묵 속에 골똘히 생각했다. 여왕께서는 쌍둥이들이 다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케스트럴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어 이불을 덮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침실에서 멀리 떨어진 앞 창문의 왼쪽 가장자리를 겨냥했다. 그리고는 준비 완료 신호를 다시 보냈다. 캐서린은 대기하라는 휘파람 소리로 답했다.

밤이 깊어지자 몽릴에서 볼 수 없는 밝은 별빛이 머리 위를 찬란하게 밝혔다. 집 안에 있는 남자가 렌치로 조이는 시늉을 했다. 줄리아는 문을 쾅 닫았다. 염소의 비명은 케스트럴의 신경을 건드렸다. 필요하다면 밤새도록 위치를 사수할 그녀였지만, 기다리는 매 순간이 뭔가 잘못될 것만 같았다.

그 남자는 한쪽 팔에 건틀릿을 꼈다. 작전 개시를 재촉하는 분대장들의 신호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캐서린은 다시금 대기하라는 휘파람 소리를 보냈고 염소는 또다시 울어댔으며 뭔가 이상했다. 원래대로라면 한 시간 전에 공격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거야?" 근처에서 대기하던 여검사가 투덜거렸다. 케스트럴은 단독 임무 수행에 익숙했다. 이렇게 많은 경비대원과의 공조 임무는 그녀에겐 짐이었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궁사에게 염소의 울음과 다른 이들의 투덜거림은 방해가 될 뿐이지 않은가. 그녀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기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케스트럴은 그렇게 활을 날렸고, 염소는 울음을 멈췄다.

맛있는 간식을 앞에 두고 보채던 아이의 칭얼거림 같이 뒤엉켰던 신호가 잦아들었다. 덤불 숲에 누군가가 숨죽여 조소를 날렸다. 케스트럴은 활시위에 다시 활을 걸었다. 집 안에 남자가 반사적으로 동작을 멈추더니 이상하다는 듯 창문 밖을 살폈다. 그러더니 집 안을 가로질러 줄리아에게 내달렸다.

"쳇, 눈치챘군." 나무 아래 여검사가 나직이 말하더니 검을 앞으로 내밀고 튀어나왔다.

스르륵. 올리브 숲 전역에 검을 뽑아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딘가에서 퍼런 마법 도깨비불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거렸다. 퍼런 방패가 빛을 내며 활기를 찾았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집 안에 남자는 갑옷을 입느라 몸부림쳤고, 그의 아내는 죔쇠를 조이며 남편의 무장을 도왔다. 작전 개시 시간이었다. 공격대 모두가 공격 개시를 알리는 캐서린의 휘파람 소리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던 휘파람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케스트럴은 물러났다. 그리고는 활시위에 세 손가락을 걸고 관자놀이에 손마디를 얹고 어깨뼈가 척추에 닿도록 신중히 활시위를 당겼다. 극도로 팽팽하게 당겨진 그녀의 활시위 사이로 할시온의 힘이 요동쳤다. 그녀는 심호흡하고는...

활시위를 놓았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앞 창문이 깨지던 그때, 케스트럴은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다리를 관통하는 찌릿함은 따위는 무시하고, 몸을 숙여 귀신처럼 빠르게 그 집으로 접근했다.

한쪽 어깨에 활을 걸고 한 손으로 창틀을 잡은 케스트럴은 뒤를 흘깃 돌아보았다. 마법과 강철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사이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경비대를 지휘하며 폭풍처럼 몰아쳐야 할 캐서린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캐서린의 손에는 여왕의 감시자인 까마귀 '빈'의 주검이 들려 있었다.
5편 '그날 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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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보. 염소 한 마리 사는데 당신 허락까지 받아야 해요?" 줄리아가 투정을 부렸다. "염소가 있으면 우유도 짤 수 있고 그걸로 치즈도 만들 수 있다구요."
이들은 저녁 내내 부부싸움을 할 판이었다. 아단은 허리를 굽힌 채 파워 아머에서 분리한 철판의 모서리를 사포로 문지르고 있었다. 집 밖 마당에선 이 부부싸움을 초래한 염소가 달빛 한 줌 없는 어둠을 향해 태평스레 울음소리를 냈다. "저놈의 염소 냄새와 울음소리는 정말 지독하단 말이오." 아단이 투덜거렸다. "한 시간이나 저러고 있는데 셀레스트와 복스가 어디 편하게 잠이나 자겠소?"

"그게 아니라 여보. 애들 교육에도 좋단 말이에요. 아이들은 교감할 수 있는 애완동물이 필요... 어맛 당신! 지금 내가 아끼는 의자에 쇳가루 흘린 거예요?"

"그렇다면 그 치즈란 놈은 누가 만들 거요? 고귀하신 분께서 치즈를 만들어 보신 적이나 있으신가?"

"흥, 나도 치즈 만들 수 있거든요!" 줄리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쿵쿵거리며 방을 나서더니 남편 보란 듯이 침실 문을 쾅하고 닫았다.

문 소리에 잠이 깬 셀레스트가 아장아장 걸어나오더니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빵? 엄망 왜 그래요?"

영리한 셀레스트는 엄마가 화났을 때 어떤 어조인지 벌써 알고 있었다. 아단은 미소를 지으며 한쪽 팔로 사랑스러운 딸을 안고는 뺨에 뽀뽀하며 말했다. "엄마가 지금 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니 삐지셨나 보구나."

"망도 안 되는 소리가 먼데요?"

"엄마가 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 염소를 집으로 데려왔거든. 그래서 그렇단다."

"난 염소 쪼아." 셀레스트에 이어 복스도 깨어나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복스는 비몽사몽에 아단의 다리를 꼬옥 껴안았다. 아단은 아이들을 달래고는 침대에 다시 눕혔다.

"우리 복스, 염소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우리 가족 중엔 염소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 없는데 어떡하지?"

셀레스트가 반쯤 잠든 상태로 말했다. "아빠, 바께서 아가가 울어요."

"저건 그냥 염소란다, 우리 딸." 아단이 셀레스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때 잠결에 웅얼거리던 복스가 물끄러미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염소가 무섭대. 혼자 이써서 그런가 봐."

"하하. 염소는 괜찮단다. 어휴, 녀석이 암컷이면 좋겠는데... 아니면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들려는 네 엄마의 꿈은..."

그때 불현듯 등 뒤에 서늘함이 감돌았다. 아단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신경을 곤두세우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단의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둘 다 조용히 있어야 한다. 방문은 절대 열지 말고. 알았지?"

아이들을 단속하고 난 뒤 아단은 침실로 내달렸다. "여보, 줄리아." 그는 심각한 어조로 침실 문 앞에서 말을 이었다. "그들이 왔소."

줄리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침실 문을 열었다. "지, 지금요?"

"이미 포위된 것 같소."

아단의 갑옷은 수리 중인 상태로 거실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리 먼저." 아단이 급하게 강철 발가리개에 발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줄리아는 잠옷 바람으로 무릎을 꿇고는 남편의 무장을 도왔다. 파워 아머의 묵직함 때문에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윽고 갑옷의 제어판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더니 기계음이 들려왔다. "시스템. 오프라인." 그 소리를 들은 아단은 주먹으로 제어판을 세게 쳤다. "제길... 고물단지 같으니라고!"

"쉿! 계속해봐요." 줄리아의 하얀 손은 기름때로 까맣게 변했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엔 검은 얼룩이 가득했다. 갑옷과 발전기의 연결 부위를 조심스레 살피며 그녀는 집 주변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염소 울음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바람 소리도 없는 적막이 흘렀다. "여보, 정말 그들이 여기... "

"시스템. 온라인."

갑옷이 작동하는 그 순간, 거실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아단은 옆으로 몸을 틀어 날아온 강철 화살을 피했다. 그의 관자놀이를 스치고 지나간 화살은 반대편 벽 깊숙이 꽂혔다. 아단은 욕지기를 내뱉고는 몸을 가눴다. 거실 나무 바닥이 아단의 갑옷 무게에 삐걱대며 비명 소리를 냈다. "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현관을 지키리다."

"무기도 챙겨야죠!"

"여기서 쓰면 집을 날려버릴 거요. 내 뒤에 바짝 붙으시오."

줄리아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어 마법을 시전했다. 녹색 구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난 당신을 지킬게요." 줄리아가 꿈결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줄리아의 마력이 몸속으로 스며들자 아단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력이 주는 그 기묘한 느낌은 기계만을 알고 살아온 그에겐 영 어색했다.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소, 걱정 마시오.” 그가 굳은 목소리로 아내에게 대답했다.

이윽고 적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궁수 하나가 창문 너머로 슬쩍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집 안으로 재빠르게 잠입했다. 장검을 꼬나쥔 검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은밀한 행동 사이로 얼핏 보이는 문장들... 그들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상황은 최악이다.

"뿌드득... 폭풍경비대!" 아단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하지만 줄리아는 무아지경 상태로 마력을 끌어올리느라 남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두껍디두꺼운 파워 아머. 공격력과 방어력은 뛰어나지만 이 녀석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그 무게. 아단은 그래도 경비대의 급습 직전에 고물 같은 갑옷이 작동하다니 다행이라 여겼다. 침입자들은 저마다 가진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아단의 힘, 그리고 줄리아의 마력을 흡수한 갑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낸 아단은 그대로 궁수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끈 떨어진 연처럼 날아가는 궁수의 얼굴엔 화상 자국이 아로새겨졌다.

이를 신호로 아단 부부와 폭풍경비대는 본격적인 전투를 개시했다. 아단은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날뛰었고, 쥴리아의 마법도 경비대원 상당수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때 가족의 따스함이 가득하던 거실엔 침입자들의 피와 부스러진 무기 그리고 찢긴 육편이 날아다녔다. 숫자로는 중과부적이었지만 아단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는 침입자들과 소중한 가족 사이를 막는 단 하나이자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진의 강타가 휘몰아쳤다.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한기가 감돌았다. 아단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충격파가 직격한 그의 속은 뒤집혔다. 비명을 지를 수도, 눈을 깜빡일 수도 없었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과 장식이 사방으로 흩날렸고 아단의 갑옷은 미친듯한 경고성을 내뿜었다. 사방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폭풍경비대원들이 가득했다. 아단의 부릅뜬 눈동자에 비치는 인영 하나. 박살 난 현관문으로 마치 자신의 집인 양 유유히 걸어들어오는 공포의 존재. 집안으로 발을 들인 그녀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나마 성한 경비대원 두 명에게 셀레스트와 복스를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단이 이들을 막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의문의 침입자는 비비적대는 아단을 지나치더니 줄리아에게 다가갔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얼어버린 그녀에게...

"캐서린, 너구나." 줄리아가 겨우 입술을 떼었다.

"유감이군." 캐서린이 줄리아의 가슴에 칼을 지그시 대며 속삭이듯 말했다.

순간 아단의 시간은 무채색으로, 천천히 흘렀다. 거실 한쪽에서는 명령을 받은 경비대원들이 공포로 시퍼렇게 질린 쌍둥이를 안고 캐서린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충격에 정신을 잃었던 다른 대원들도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었다.

다른 한켠에는 그의 아내 줄리아가 캐서린의 칼에 찔리기 직전이었다.

시간이... 없다!

찰나의 순간, 그는 잔인한 선택을 해야 했다.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소중한 아이들을 구할 것인가?

고민은 짧았고 그는 마지막 힘을 모아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캐서린의 검이 처절하게 줄리아의 가슴을 가르는 그 순간,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단어는 바로 남편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마력이 일순 믿을 수 없는 힘을 아단에게 주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그녀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 힘으로 아단은 순식간에 경비대원 둘을 제압하고 쌍둥이를 안아 들었다. 부서진 창문으로 탈출하는 그에게는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줄 시간도 없었다.

아단은, 화살에 목이 꿰뚫려 더 이상은 그의 신경을 거슬리는 울음소리를 낼 수 없는 염소를 지나쳐 어둠 속으로 내달렸다. 똑똑한 쌍둥이는 눈앞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광경에도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스산한 밤공기만이 맴돌았다.
6편 '내가 찾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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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해 봐!" 살아남은 괴물이 덤불과 등나무가 반쯤 자란 포탑의 둥근 강철 입구에 고함을 질렀다. "내 몸에 구멍 하나 내보라고! 날 날려버리란 말이야!"

먹히면 좋을 텐데...

포탑에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는 방금 전에 터진 폭발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누군가 또 장전 중이겠지... 누군가 암석 철옹성이었던 이 난장판을 지나 포탑 아래 관문에 미니언들을 불러들이고 있겠지... 그 너머에 누군가 그가 찾는 걸 가지고 있겠지.

거의 다 됐다...

크럴은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저릿한 마력의 통증을 달래며 왼쪽 다리를 절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제 세상을 잃었다. 소환의 잔내가 암석을 뒤덮을 정도로 진동해 이가 갈릴 정도였다. 미니언들이 더 오는 것이리라. 더러운 잡종들, 그저 싸울 줄만 아는 것들. 크럴은 찌릿한 다리를 두드리며 통증을 가시게 하면서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전 존재에게서 비롯된 습관이리라. 공기가 새어나와 차디 찬 강철이 옥죄인 가슴팍 파인 상처 사이로 흘러들어 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스러웠지만 크럴은 세차게 달렸다. 멍청한 데다가 거대한 미니언을 덥석 잡아 재빨리 짓눌러 버리고는 고통을 물리쳤다. 또 고통을 물리치고 물리치길 반복했다... 미니언의 뱃대지를 찢어놓는 기분 그 하나만 괜찮았다. 매 순간 두려움을 자극하는 처참함에서 비롯된 혼란스러운 기분이 그를 무너뜨렸다. 미니언들의 어두운 기운이 그의 손에서 미끈거리는 듯했다. 미니언들의 배때기는 거미줄같이 흩어지고, 다리는 파리 날개처럼 떨어져 나갔다. 크럴은 미니언들의 낯짝에 고함을 질렀다. 침이 사방에 튀었다. 그의 광기 어린 조소가 전장에 메아리쳤다. 미니언들의 영혼은 죽어 나자빠진 몸뚱어리에서 빠져나가 크럴의 영혼을 채웠다. 크럴의 유일한 욕구를 채워준 것이다.

그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피가 튀고 처절한 고통의 울부짖음이 사방에 퍼졌다. 크럴의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에 한때 살아 숨쉬던 생물이 뜯겨 나갔다. 그 순간 크럴은 요새의 폐허 꼭대기에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인간의 형상을 한, 키가 큰 그녀는 아침 햇살처럼 싱그러웠다. 암석 틈 사이에 검 한 자루를 묻어둔 그녀의 눈은 무표정했다. 그의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화색이 돌았다.

"어이, 예쁜이!" 그가 그녀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암석 사이에 끼워 놓은 검 한 자루를 천천히 꺼내들었다. 검신에서 빛이 환하게 퍼져 나왔다.

"그거론 날 못 막을 텐데!" 크럴이 낮게 응수했다. "지금 도망치라고 내가 따라가 줄 테니... 그 검신 박살 내기 전에 말이야."

그녀는 검을 정면으로 겨누고 뛰어올라 크럴을 세차게 밀어붙였다. 마치 벌떼처럼 마력의 울림이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고도의 훈련된 전사였다. 한때 크럴은 그녀를 존경했었지 않은가. 그녀는 몇 차례 검을 휘두르며 반쯤 죽은 그의 살덩이를 공격했다. 크럴은 악마의 숨소리를 거칠게 내쉬며 그녀를 공격했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저 그녀의 공격을 열심히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검을 거꾸로 잡더니 검자루로 크럴을 세차게 내리쳤다. 이때다. 크럴은 고통에 고함을 지르며 거리를 좁히려 그녀에게 돌진했다. 크럴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목덜미를 노렸고 그녀는 용맹의 외침을 내질렀지만 허사였다.

"예쁜 것 같으니." 크럴은 꿈틀대는 그녀의 뺨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그는 쨍강 소리를 내고 돌덩이에 떨어진 그녀의 검을 멀리 차 버렸다. 검 맛은 충분히 보지 않았던가. 그는 그녀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마지막 숨결은 날아가 크럴에게 세어 들어갔다. 크럴은 쓰러진 그녀의 몸뚱어리를 넘어 포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다 됐다...

포탑으로 가는 그를 막을 자는 없었다. 포탑에 화약과 마력을 채워줄 누군가도, 두툼한 목덜미를 가진 잡종들을 소환할 누군가도 없었다. 그의 오른쪽 발은 가는 길에 핏 발자국을 남겼고, 그의 왼쪽 다리에 붙은 미니언들의 찌끄레기는 관문을 통해 요새 넘어 우물까지 이어졌다.

생명을 잃은 그 우물까지...

한때 언젠가 이 우물은 수정의 힘을 채워주곤 했었다. 언젠가 영웅들이 이 우물을 지키곤 했었다. 언젠가 크럴도 한때 이곳에서 구원을 찾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우물은 비어 있었다. 그저 부서진 수정 조각만이 있을 뿐 우물은 비어 있었다. 지켜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곤 찾기가 힘들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세계가 그에게 찾아왔다. 곤충들의 찌지직 소리가 음률처럼 들러왔다. 새들이 조잘댔다. 한기가 그의 근육에 스며들어 영겁의 상처 주위로 몰려와 그를 옥죄었다. 그를 숨쉬게 하는 그 무언가가 익숙하지 않은 한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그 느낌은 고통스럽고 혐오스러웠다.

크럴은 덤불로 성큼 걷기 전에 크게 고통으로 얼룩진 비명을 질렀다. 그곳에 다른 길이, 할시온 협곡으로 가는 길이, 이제 그가 가야 하는 길이 보였다.
7편 '방패와 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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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지? "

한 소녀가 훈련장 중앙에서 나무 방패를 들고 자신의 스승과 마주 서 있었다. 태양이 서쪽 작은 언덕 뒤로 그 빛을 감출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고된 훈련이었지만, 소녀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계속 훈련을 이어나갔다. "마르셀 교수님이시잖아요..."

스승의 무딘 장검의 칼날은 소녀가 스승의 움직임을 눈치채기도 전에 소녀의 왼쪽 뺨에 선명한 빨간 상처를 남겼다.

"실제 전투에서는 교수 따윈 없다. 이름도 없지." 스승은 그녀 주위를 빙빙 돌았고, 소녀는 스승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소녀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래도 스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남편도 형제도 자매도 친구도 없다." 마르셀 교수는 다시 칼을 휘둘렀고 그의 칼날이 뻗어 나간 곳엔 새로 상처가 돋아났다.

"아.. 알겠어요, 교수님." 소녀는 상처를 느끼며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스승이 방향을 바꾸자 발에 힘을 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내가 누구지? "

"교수님은... " 스승과 제자 사이에 검이 휘둘러지고 소녀가 든 나무 방패에 쾅하고 부닥쳐 나무 파편이 사방에 튀었다. "... 검이에요."

"그럼 너는 누구지?"

다시 검이 휘둘러졌다. 스승의 손에 있는 날카로운 칼날이 소녀의 방패를 다시 강타했다. "저는 방패에요."

"다시!"

"저는 방...패에요." 스승의 공격은 더 빨라졌다. 원호를 그리며 부딪혔다. 소녀는 작은 팔로 방패를 들어 올리기가 힘들 정도였음에도 자비란 없었다. 소녀가 느리게 움직일 때면 그 여린 피부엔 쓸린 자국과 멍이 피어올랐다.

"다시!"

"저는 방패라고요!" 방패에 부딪히는 무딘 칼날이 소녀의 팔에 충격을 가했다. 소녀의 눈에는 땀이 흘러내렸고, 촉촉한 눈망울에 맺힌 눈물과 엉켜 뺨을 타고 흘러 목을 지나 옷깃을 적셨다.

"누구라고?"

" 방패입니다!" 소녀는 흐느끼며 나무 방패를 머리에 들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방패요! 저는..."''

"... 방패입니다!"

캐서린은 장군의 천막에서 간신히 쏟아지는 잠을 참아내며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찬 공기가 서늘한 밤이었음에도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캐서린 옆 남자의 가슴에 마법 화살이 튀어나오더니 어둠 속에 푸른 빛이 반짝였다.

"케스트럴 너구나." 캐서린은 나지막이 그 이름을 내뱉었다.

그녀가 일어나자 죽은 그녀의 연인이 죽어 넘어진 자리의 모피가 피로 얼룩져 갔다. 소리를 죽인 필요가 없었지만, 그녀는 소리도 없이 옷을 걸쳤다. 그들이 살려두고자 했기에 캐서린은 목숨을 부지한 것이었다.

야영지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에겐 그러한 선택권이 없었다. 어둠 속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는 밖으로 몸을 뺐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음에도 그녀는 발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형 보병 천막들은 마법 화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한기가 죽음의 핏빛 냄새를 감추고 시간을 멈췄다. 마치 태양이 다시는 뜨지도 않을 듯, 죽은 자들이 절대 썩지 않을 듯, 따뜻한 봄이 혹한의 전쟁을 끝내지 않을 듯이 보였다. 그녀의 코와 손가락은 감각이 없고 분홍빛이 되어갔다. 마치 그녀가 자신의 최종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 듯했다.

야영지 중앙에 친숙한 군복을 갖춘 서른 명의 낯선 여성들이 불 속에 나뭇가지를 쑥 들이밀었다. 그녀들은 군인이라고 하기엔 젊었다. 전쟁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이들로 메우지 않던가. 여섯 개의 장검, 두 개의 도끼,두 개의 단검, 두 개의 장창, 아홉 명의 마법사, 여덟 개의 방패와 하나의 활이 그 자리에 있었다.

“안녕, 케스트럴." 캐서린이 모습을 드러내며 앞에 있는 눈더미에 방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캐서린!" 활을 든 케스트럴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환한 미소를 피워올리며 반겼다. 케스트럴은 눈밭을 천천히 헤치고 와 캐서린의 손을 꽉 잡았다. 방패 옆에 자신의 활을 내려놓으며 케스트럴이 말했다. "이것 숫제 좌천이나 마찬가지잖아. 널 국경 분쟁 지역에 처박다니 말이야."

"보수는 괜찮아."

케스트럴은 캐서린의 견갑 날개장식에 손가락을 대고 두들겼다. 툭툭툭 "검은 침상에 두고 온 거야?"

"그럴 수밖에." 캐서린은 모닥불을 지나 위치로 이동하는 폭풍경비대원을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거의 박살 내놨던데."

케스트럴이 능글맞게 웃었다. "소문엔 네가 죄책감에 검을 버렸다던데."

"내게 검이 필요 없다는 걸 곧 알게 될 거야."

"하긴 뭐... 다들 그냥 서슬이 퍼렇네. 이 주둔지 전체가 성가신 적을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난 것 같아."

캐서린은 방패 위에 손을 놓으며 말했다. "너답지 않게 말이 많구나."

"그냥 얘기하는 하는 거지 뭐. 우리 이런 지 오래됐잖아." 케스트럴은 왼손으로 활을 살짝 잡았다. 그녀의 오른손엔 네 발의 마법 화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닥불 건너편에선 다른 대원들이 흰 모피 후드를 젖히고 무기를 들었다. 화염과 서리와 마력이 마법사들의 손바닥에서 활활 타올랐다. 캐서린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더미에서 방패를 들어 올렸다. 이 순간 대화를 나누던 캐서린과 케스트럴은 이제 없었다. 자욱한 안개와 같은 여명이 하늘에 피어올랐다.

혼란이 밀려오기 전 그 순간, 산들바람이 죽은 병사들로 가득한 천막 주위에 눈송이를 날려 올렸다. 모닥불 위로 불똥이 터졌다. 방패가 일어섰다. 활시위에 마법 화살을 드리운 활은 화살을 끌어 올렸다. 케스트럴은 활을 겨눴다.

그리고 그녀가 캐서린의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할시온의 힘을 담은 마법의 화살이 얼음과 불꽃을 갈랐다.
8편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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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이야기8.jpg

케스트럴의 마법 화살은 불의 바다를 유유히 지나 찬란한 불꽃을 피우며 허공을 갈랐다. 허공을 가르던 불꽃 화살은 두 여검사 사이의 좁은 공간을 미끄러지듯 통과하여 까마귀의 몸뚱어리를 관통했다. 폭풍 여왕의 까마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퍽 떨어지며 하얀 가루눈을 날렸다.
"너희들도 하고 싶은 대로 해." 케스트럴이 다른 경비대원들에게 말했다. "내 화살은 우리 편 죽이는 데 쓰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어이가 없었다. 폭풍 여왕의 최정예 대원들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를 갈구하며 전율하는 그들의 무기가 갈 곳은 어디인가. 그들의 시선은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밝힌 케스트럴에게서 멀어져 저기 우뚝 서 있는 캐서린에게로, 죽음의 공포로 눈도 감지 못하고 하얀 눈 밭에 떨어진 검은 까마귀에게 향했다. 케스트럴이 캐서린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나자, 하얀 장갑을 낀 대원들은 경계 태세를 취하며 무기를 든 손을 다시 움켜쥐었다. 방패 뒤로 방어 태세를 취한 캐서린의 반짝이는 눈에는 옛 동료가 보여준 마음에 힘도 났지만, 다른 동료들의 난처한 기색에 마음이 쓰렸다. 아득한 정적의 그 순간, 캐서린의 눈에 흰색과 붉은색 제복 뒤로, 서슬 퍼런 칼날에 그들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한때 자매 지간만큼이나 친했던 동료들이지 않은가.

그때 정적을 깨고 최정예 대원이 보호 마력을 깨뜨리더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퍼런 섬광을 번뜩이며 슉슉 앞으로 돌진해 왔다. 케스트럴의 코앞까지 내달려 온 이 최정예 대원의 칼날이 그녀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거칠게 몰아붙이며 그녀가 말했다. "캐서린은 폭풍경비대가 아니야. 케스트럴, 이제 너도 마찬가지군."

"아니라고, 리비아? " 케스트럴이 아픈 가슴을 누르며 겉으로는 히죽 웃어 보였다. "라이오네에서 벌어진 마지막 전투에서 널 측면에서 공격하던 남자의 눈알에 화살을 박아 넣은 게 나 아니었니?" 그때 퍽 튀는 소리가 나더니 케스트럴이 서 있는 자리에 연막이 피어 올랐다. 리비아는 케스트럴이 시전한 은은히 빛나는 연막에서 튀어 올라 연막을 벗어나며 방어 자세로 단검을 말아 쥐었다. "너랑 함께 전장에서 싸우며 네 목숨 얼마나 많이 살렸는지 그새 기억이 안나시나 보네?" 엷게 피어오르는 연막 속에서 터벅터벅 걸어 나오며 말을 잊는 케스트럴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울렸다.

"우린 명령을 받았다. 명령을 지키는 게 폭풍경비대의 의무야." 최전선을 지키는 방패지기가 말했다.

"그래... 맞아, 마렐데. 우린 명령을 받으면 복종해야 한다고 훈련받았지. 그 명령이 옳던 그르던 생각하지 않고 말이야." 시위에 화살을 다시 장전하고 모습을 드러낸 케스트럴이 말했다.

"여덟," 마렐데가 속삭였다.

"그리고 거기 너, 에이미스." 케스트럴의 화살이 푸른 빛의 터질듯한 마력 구체를 손에 들고 상황을 주시하던 마법사의 이마를 겨눴다. "북부에서 벌어진 반란 이후, 네가 밤마다 악몽에 잠 못 이룰 때, 저기 저 캐서린이 밤새 네 곁을 지킨 거 기억나? 그리고 너 이베트, 캐서린이 너한테 바쁜 시간 쪼개서 릴 언어를 가르쳐 줬었잖아." 이베트는 고기를 끄덕이며 어깨에 걸친 도끼를 내려놓았다. 마치 캐서린에게 도끼를 겨눌 자신이 없는 듯, 이베트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았다.

"흥, 전 캐서린하고 그런 동료애 나눌 일이 없었으니 다행인 건가요? 이베트한테 말을 가르쳐줬건 말건 지금 무슨 상관이죠?" 대원들 중 가장 어린 엘레나가 조롱하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반역자 따위한테 무슨... 캐서린님은 명령을 어겼어요. 임무를 엉망으로 만들고 폭풍경비대의 명예에 먹칠한 거라고요!" 엘레나는 자세를 낮추고 장창을 거머쥔 손에 분노를 심었다.

"영원한 충성을." 탄식 섞인 목소리로 폭풍경비대 구호를 왼 캐서린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래, 나도 제군처럼 충성을 맹세했지. 하지만 난 전쟁에 나설 때면 명령을 내린 여왕에게 충성한 적은 없다. 난 그저 내 옆을 지키고 나와 함께 싸우는 제군에게 충성을 다 하려 노력했다. 칼에서 피가 흐르고 화살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내겐 몽릴의 안위 따윈, 통일된 이븐타이드 따위는 안중에 없었어. 목숨을 걸고 나와 함께 전장에 나선 제군이 죽어 나자빠지는 일이 없도록 사력을 다해 함께 싸운 것뿐이다. 내겐 제군이 여왕이었다."

캐서린의 말을 들은 리비아가 절규하며 말했다. "그럼 왜 우릴 버리고 겁쟁이처럼 도망친 거죠?"

캐서린은 리비아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폭풍경비대엔 겁쟁이란 없다, 리비아. 난 내 소중한 친구를 죽이는 명령은 따를 수 없을 뿐이야. 언젠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제군은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할 날이 있겠지. 하지만 난... 난 말이야. 너를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수치심에 셀 수도 없는 세월을 버텨냈어, 케스트럴."

"그럼 이제 내게 만회하면 되겠네 뭐." 케스트럴이 겨눈 활을 내리며 말했다. "타이젠 관문에서 줄리아의 가족들을 발견했어. 잘살고 있더군. 다행히 그들은 기디안 사람들의 도움으로 탈출했어."

캐서린이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렇다면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군. 자, 선택해라 제군. 여왕의 저주받은 까마귀가 우릴 찾아내기 전에 말이다. 어떻게 할 텐가?"
9편 '다리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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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겨울 전쟁 케스트럴.jpg

얼어붙은 툰드라 지대 사이로 울창한 침엽수림이 펼쳐졌다. 하루가 급한 폭풍경비대지만 살인 까마귀들의 매서운 감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밤에만 이동했다. 나라 전체가 전쟁의 업화에 휩싸였고 폭풍 여왕의 군세가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하지만 케스트럴과 캐서린은 여왕의 살벌한 추격보다, 눈을 뜰 수 없는 눈보라와 뼈에 사무치는 추위가 더 걱정이었다. 케스트럴은 겨울 제복이 지켜주는 한 줌 온기에 새삼 감사했다.
"아직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군." 국경을 넘기 전 마지막 날 밤, 캐서린이 케스트럴 근처로 와 중얼거렸다.

"고마울 거까지야." 케스트럴이 군장 가방을 앞으로 고쳐매고는 야간투시경을 벗으며 대꾸했다.

"어느 누가 왕좌에 오르는지 난 털끝만큼도 관심 없어. 하지만 세 살짜리도 기디아가 폭풍 여왕의 군대과 영토를 공격할 거란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지."

캐서린은 답하지 않았다. 밤하늘에 추위만큼이나 차가운 새파란 달이 떠 있었고, 도망자들의 발걸음 소리와 그들의 입에서 나온 햐얀 숨결이 동토에 퍼졌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케스트럴의 귀에 세차게 흐르는 물살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여 근처 고지대에 올라 조심스레 전방을 정찰했다. 그들 앞에 강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다리. 이 다리야말로 지난 '겨울 전쟁'에서 파괴되지 않은, 국경을 건너는 유일한 통로였다. 바로 폭풍경비대가 나아가야 할 길... 다리를 발견한 케스트럴이 휘파람으로 신호를 보내자 다른 폭풍경비대원들도 모여들었다.

"다리 위는 적들로 가득하다. 얼핏 봐도 강 이쪽과 건너편에 20명씩, 그리고 다리 위에 추가로 경계 서는 인원이 10명에 달해." 케스트럴이 걱정했다.

"뭐, 한 번에 하나씩 차근차근 처치하면 안 될 것도 없지." 캐서린이 말했다.

"방심은 금물이야. 저들은 설인까지 부리고 있어." 케스트럴이 경고했다.

케서린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그녀의 경고를 들은 방패수 이벳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함께 다리를 내려보았다. 곧 그녀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다리 위의 경비병들 사이로 새하얀 털을 한 거대 얼음 괴수가 어림잡아 열 마리는 서 있었다. 설인의 커다란 뿔은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여 있었고, 강철 투구 사이로는 뾰족한 어금니가 섬뜩하게 빛났다. 설인들의 어깨 위에는 적 궁수들이 활을 들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저게 설인이군요.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유인해서 잡아먹는다는 북극의 괴물..." 에이미가 그녀의 마법 망토를 단단히 조이며 걱정했다.

"저놈들은 내가 처리하지." 케스트럴이 심호흡하고 신중히 활을 꺼내며 말했다.

"전원 명심하라. 적을 모두 처치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목적은 전투가 아니라 국경을 넘는 것이다." 캐서린이 방패에서 칼을 끄집어내며 환기했다.

"일단 전투에 돌입하면 각자 행동한다. 그대들의 실력과 판단을 믿겠다." 캐서린이 신호를 하자 케스트럴을 필두로 폭풍경비대원들이 이동했다. 그들의 귀에 급류 소리가 크게 들리고, 더욱 가까워지자 설인들이 으르렁대는 괴성도 들려왔다.

모습을 가려주던 짙은 수풀이 자라지자 케스트럴은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른 대원들도 방패병, 전사, 마법사로 조를 짜 신중히 전진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예외였다. 그녀는 모피 외투를 휘날리며 보무도 당당히 나아갔다. 경비대의 정찰 불빛이 그녀를 비췄고, 곧 시끌벅적한 소란이 다리 위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허겁지겁 출동한 병사들에게 캐서린이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케스트럴이 사라진 자리에는 마치 물이 흐르는듯한 잔상이 떠 있었고, 캐서린이 시선을 끄는 동안 그녀는 다리 위의 설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는 설인의 덩치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다리를 흔들 정도였고, 튼튼한 갑주는 빈틈없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버거워 보이는 적이었으나 이제 와서 물릴 수는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공격해야 한다! 캐서린이 굳은 표정으로 방패를 들어 올리는 순간, 설인 하나가 케스트럴이 설치해 둔 연막으로 들어갔다.

적들이 캐서린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어, 케스트럴의 화살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쉽게 괴물의 눈알을 꿰뚫었다. 설인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부림쳤고, 어깨 위에 탄 경비병들도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졌다. 당황한 근처 경비들이 다른 설인을 독려하여 케스트럴을 공격하려 했을 때, 이미 그녀는 시야에서 다시 사라지고 없었다.

케스트럴의 공격을 시작으로 모든 폭풍경비대원이 각자 자신이 점찍은 목표로 돌격했다. 칼과 마법이 허공을 갈랐고, 소환된 불사조는 끔찍한 열기로 다리 위의 경비들을 덮쳤다. 겁에 질려 풍비박산인 경비들 사이로 케스트럴은 설인 하나를 다시 연막으로 꾀어내 할시온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는 설인의 갑주가 거의 유일하게 보호하지 못한 겨드랑이를 노렸다. 화살에 맞은 녀석은 아픔과 분노에 울부짖으며 케스트럴을 찾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런 공격을 반복하며 케스트럴이 경비대와 설인들의 혼을 빼놓는 사이, 적진 한복판에 있던 캐서린에게서는 빛의 구가 거창하게 차올랐다. 경비대의 긍지를 상징하는 그녀의 보호막에 쏟아진 각종 화살과 마법은 공격자에게 되돌아갔다.

이제는 전투에 종지부를 찍을 차례. 케스트럴은 폭풍경비대원들이 싸우는 틈을 타 내달렸다. 군데군데 얼어붙은 핏물을 피해 다리 반대편에 도착한 그녀는 부대장 앞에 나타났고, 그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빛나는 화살이 장교의 코끝을 겨냥했다.

"까꿍, 그대도 우리가 누군지 알겠지?" 케스트럴이 윙크했다.

"포, 폭풍경비대." 장교는 케스트럴이 듣기에 생소한 어조로 더듬거렸다.

"길 좀 빌리지." 어느새 다가왔는지 캐서린의 끈적끈적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손은 케스트럴의 어깨를 든든하게 감싸 쥐었고, 다른 폭풍경비대원들도 저마다의 목표를 정리하고 뒤에 도열했다.

"순순히 내주면 피차 좋은 일 아니겠어."

부대장이 한숨을 쉬며 무장 해제 명령을 내리자 캐서린의 눈동자에 안도의 눈빛이 서렸다. 경비대가 날뛰는 설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혼란 도가니 사이로 폭풍경비대는 신속히 다리를 지나 국경을 건넜다. 마지막 폭풍경비대원이 다리를 건널 때까지, 케스트럴은 어둠 속에서 화살을 겨누고 엄호했다.
10편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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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이야기10.jpg

칠흑 같은 방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수술실처럼 차갑게 밝은 빛이 중앙에 있는 유리 탱크를 비추고 있었다. 유리 탱크 안,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의 한 여성이 물결에 좌우로 흐르면서 활처럼 휜 모습으로 둥둥 떠 있었다. 야윈 배는 가장 높은 위치로 둥둥 떠 있었고, 삭발한 그녀의 머리는 마치 포복절도한 듯 뒤로 젖혀져 있었다. 유리 탱크 내 뱀처럼 구불구불 엮여 있는 여러 개의 관과 관을 잊는 교점이 그녀의 가슴과 관자놀이로 이어져 있었다. 흉부에 깊게 파인 상처는 꿰매져 하얀 붕대로 동여매 있었다. 낮은 음색의 노랫가락은 화학 약품의 냄새와 어우러져 그녀의 가슴에서 느리게 뛰고 있는 심장 박동과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눈부신 빛줄기 아래, 방 한쪽 구석에는 여성의 형체를 한 머리 없는 로봇이 놓여 있었다. 이 기괴한 로봇의 옆에는 두꺼운 고글을 쓴 드워프가 의자에 앉아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드워프는 손에 든 전기 천공기를 켰다가 껐다가 하면서 방 안을 굉음과 잔음으로 가득 채웠다.

그러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놀라 백색의 방어구를 살짝 흠집 낸 드워프는 긁힌 자국을 문지르면서 욕지기를 퍼부었다. 제길... 누가 왔든 상관없었다. 그저 드워프는 작업을 방해한 자들에게 짜증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눈먼 폭풍 여왕과 그녀를 호위하는 두 명의 경비병들이었다. 여왕은 유리 탱크에 다가와 살며시 손을 댔다. 여왕의 어깨에 자리한 까마귀는 주인이 손을 대고 있는 유리 안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은혜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폭풍 여왕이 굳은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내가 없으면 뭐가 되었겠나? 할머니들이 여자아이한테 항상 말하는 그런 여자의 삶을 살았을 주제에...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이나 하고 애들 낳고 평범하게 말이야. 그런 너저분하고 평범한 삶에서 구제해 준 줄도 모르고...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삶의 목적에 새로운 가족까지 줬건만 내게 돌아온 건 뭐지?"

두 명의 폭풍경비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유리 탱크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돌아왔어..." 한 명이 말을 했지만, 폭풍 여왕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중얼거리길 멈추지 않았다.

"배신자들. 소설 같은 생각일 뿐이라니. 제국을 건설하고 다스리는 것은 눈곱만큼도 모르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흥, 떠들어보라지. 하지만 아이야, 넌 특별하단 말이다." 폭풍 여왕은 아이에게 볼을 비비는 듯 유리 탱크에 볼을 대며 말했다. "아이야, 넌 그 어느 전사보다도 강해질 거란다. 지치지도 않을 거란다. 절대 날 배신하지도 않을 거란다. 넌 그럴 수가 없으니 말이야."

"그 말인즉슨 이 아이를 조립할 승인을 받은 거로 생각해도 된다는 거요?" 프랭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쑥 끼어들었다. "내일이면 머리를 잘라 방어구에 연결해 설정을 완료할 수 있을 거요."

"좋아." 폭풍 여왕이 대답했다. 여왕은 수조를 등지고는 냉혹한 얼굴에 소름 끼치는 미소를 띠고는 두 명의 폭풍경비대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친애하는 대원들이 아이의 힘을 시험할 수 있도록 그대를 도울 걸세."
11편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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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캐서린 케스트럴 알파 이야기11.jpg

—— 어이, 예쁜이…

프랭키와 베일을 쓴 여왕은 흙먼지가 가득한 훈련장에 펼쳐진 광경을 천천히 돌아보며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다. 귀환을 선택했던 두 명의 폭풍경비대원, 리비아와 엘레나의 시체는 흙먼지와 피딱지로 얼룩져 있었다. 가면과 갑옷에 흠집 하나 없는 알파는 생명이 없는 것처럼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이거 잔인하군..." 프랭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한 실험이었네." 여왕이 대답했다. "게다가 정말 인상적이군. 이 세계의 그 어느 누구도 저들 중 단 한명도 꺾을 수 없을텐데, 그대의 창조물이 순식간에 저들을 끝장내다니 말이야."

"알파를 막을 자는 없을 거요." 프랭키가 알파의 무릎 관절을 점검하며 말했다. "기억 저장 공간에 오류가 있어 작업을 좀 했소이다. 싸우는 기술만 빼고 모든 기억을 날리는 게 쉽진 않더이다. 자동 재시동으로 오류를 잡아내긴 했..."

"그래서 준비는 모두 끝난 건가?"

"크흠... 그렇소이다. 임무도 전송해 두었소."

~

——그거론 날 못 막을 텐데!

연기를 뒤로한 채 화르르 퍼져 버리는 불처럼, 이븐타이드의 빼곡한 도시 전역에 폭풍경비대가 여왕을 배신했으며, 기계 괴물이 불복종한 폭풍경비대원들의 뒤를 쫓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폭풍 여왕에 대항해 반란을 꾀했던 두 옛 귀족 가문엔 이 소식이 너무 늦게 알려져 화를 피할 길이 없었다. 6명의 난도질 당한 전 폭풍경비대원들과 귀족 가문의 일원들은 차가운 거리로 끌려 나와 여왕의 충성스러운 까마귀들의 밥이 되고 말았으니...

~

——예쁜 것 같으니...

타이젠 관문 옛 찻집 밖에는 곡선형 검을 소지하고 복면을 한 경비병들이 나란히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 찻집 안엔 세 명의 사령관들이 6명의 전 폭풍경비대원들과 낮은 탁자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이들의 손바닥은 이 지역 전통에 따라 탁자 아래로 향해 있었다.

"폭풍경비대가 이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알려졌지 않소." 손과 찻잔을 탁자 위에 걸친 똥배에 올려둔 곰의 모습을 한 2등 사령관이 말했다.

"폭풍경비대는 이제 몽릴의 후계자를 위해 일합니다." 마렐데가 대답했다.

"이제 우린 어떤 여왕이 이븐타이드를 다스리든 상관 없소이다. 우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이오." 1등 사령관의 홀로그램 영상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마렐데가 손가락을 구부려 뚜둑 소리를 내면서 지휘관들의 눈을 응시했다. "여왕의 야망이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어 도가 지나친 행보를 보인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공주님'의 행방을 알려주면 가서 죽여버리려는 더러운 수작 아니오? 그대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어디 밝혀보시지?" 음침한 미소를 띤 채 조용히 있던 3등 사령관이 물었다.

마렐데는 다른 폭풍경비대원들에게 곁눈질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흘긋 보는 것만으로도 타이젠 관문 대표들에겐 나약하게 보일 수 있었다. 게다가 캐서린도 말하지 않았던가. 최전선을 담당하는 방패지기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그녀는 탁자로 손을 올리더니, 이 지역 전통을 깨고 보란 듯이 손바닥을 위로 했다. "당신들 신임 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지요. 최대한 상황을 가늠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아아악!" 갑자기 밖에서 강철이 부닥치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이들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폭풍경비대원들은 낮은 탁자를 박차고 일어나 세 명의 마법사를 둘러싸고 방어 태세를 취했다. 2등 사령관이 놀라운 속도로 일어나더니 곰으로 변신했다. 1등 사령관의 홀로그램은 깜빡이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3등 사령관은 전통 의상을 풀더니 작은 단검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조끼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무력 행위 금지 좋아하시네." 손가락을 튀겨 푸른 불꽃을 폭발시키던 마법사 한 명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직이야.” 마렐데가 말을 꺼냈다. 마력이 타이젠 관문 전역에 감지될 것이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의 최후의 방어선이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캐서린?'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마렐데는 캐서린의 안위를 걱정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이미 멀리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방패도 없었다.

밖에서 끊임없이 들리던 비명 소리가 뚝 끊겼다. 문이 열리더니 밤을 노래하던 새소리와 무거운 여름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지금이야!" 마렐데가 우렁찬 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육중한 검이 찻집의 천장과 벽지를 내리 가르고, 쏟아져 나가는 마력의 울림이 이 처절한 현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곤 드디어 미지의 존재, 기계가 찻집 안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반짝이는 푸른 마력이 사방으로 분출하고 2등 사령관의 우레같은 고함이 터져 나갔다. 그 기계는 멈추지 않고 돌진하더니 자신의 전 사령관을 베고, 마력 화살을 튕겨내더니, 3등 지휘관의 검을 자신의 갑옷으로 쳐 내버렸다. 몇 분 새, 알파는 번쩍이는 눈으로 전투 후의 적막 속에서 현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섯 명의 대원들은 알파의 발밑에 모두 박살 나 피 흘리고 있었다. 두 명의 사령관은 구석에서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곤 알파는 눈에 들어온 검은 탁자와 마렐데를 두 동강 내 버리고 말았다.

——지령 완수
12편 '내 이름은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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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베인글로리 알파1.jpg

''데이지는 훈련장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소녀의 맨발은 매트에 깊게 박혀 있었고, 여기저기 멍든 팔에 낀 두꺼운 가죽 복싱 장갑을 들어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이 소녀보다 한 살 많은 15살의 케스트럴은 이리저리 빈틈을 파고들어 데이지를 사각지대로 몰고 있었다. 데이지가 팔을 내려 방어를 조금이라도 풀면, 케스트럴의 공격이 턱과 관자놀이로 들어왔다. 데이지의 부어오른 눈에서 눈물이 흘러 얼굴에 뭍은 피와 섞이고 코에선 콧물이 흘러 내렸다. 복부를 파고든 케스트럴의 주먹으로 데이지의 얼굴을 일그러지고, 입에서는 헉소리가 터져나왔다.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케스트럴은 놀라 장갑을 낀 손을 들어올렸다. "여기요! 데이지가 정신을 잃었어요!"

교관은 가만히 다가와 녹초가 되어 쓰러진 소녀를 노려보았다. "움직임이 겨우 그거밖에 안 되는가!" 교관은 차가운 말투로 데이지를 꾸짖었다. "평소의 훈련에서 멍들고, 터지고, 쓰러지는 만큼 실전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늘어난다!"

케스트럴은 시퍼렇게 멍든 눈으로 데이지에게 윙크를 날렸다. "일어나. 다음엔 네 차례니까."

"난... 못하겠어." 데이지가 울먹거렸다. "난 못해."

"네 마음 속 고통을 조절해야 해." 케스트럴은 다른 가죽 장갑으로 코를 닦으며 말했다. "내가 숫자를 세 줄게."

데이지는 움찔하더니 케스트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면 될까?"

케스트럴이 어깨를 으쓱했다. "일어나. 해 보자."''

~

"방금 소리 들었어?"

비행선 격납고 꼭대기에서 폭풍경비대의 마지막 생존자들은 죽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케스트럴과 캐서린은 착륙장에서, 나머지 네 명은 아래 관제실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에이미스는 손끝에서 뻗어 나오는 파란 마력으로 귀여운 고양이 형상을 만들며 긴장을 풀었다. 그녀는 왕실 거처의 첨탑 주위에 물아치는 깜빡이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치는 소리?"

이베트는 창문에 코를 박고는 한숨을 쉬며 콧김으로 창문에 김을 서렸다. "타이잔 관문 사령관들은 멍청하기로 악명이 높았는데 말이야. 우린 여왕의 살인 집단으로 알려진 거네."

거처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종소리가 다시 한번 더 크게 울렸다.

경비병들이 엘리베이터를 빼곡히 채우고 첨탑을 올랐다. 여검사는 자신의 날이 넓은 검을 휙 던지더니 탁 받아들곤 말했다. "자, 제군. 우리 앞에 나타나는 자들이 폭풍경비대 잔당들일 수 있다. 조종사나 다른 일꾼들은 죽이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온다." 에이미스가 속삭였다. 긴장을 푸느라 그녀의 손끝에서 뻗어나오던 마력을 사라지게 하고는 소리쳤다. "캐서린 님!"

"너무 늦었어." 방패지기가 낮게 읍소하고는 엘리베이터로 내달렸다. 그녀의 방패가 화염을 내뿜으며, 눈앞에 나타난 기계를 정면으로 가격하며 건너편 벽으로 밀어붙였다.

"하나." 기계가 외마디를 던졌다.

방패지기는 엘리베이터에서 튀어 나와 바닥을 따라 유리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의 방패와 몸통은 완벽하게 절단되어 바닥을 피바다로 물들였다.

"이 녀석, 고철로 만들어주마!" 이베트가 결의에 차 말하더니 앞으로 돌진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기계는 이베트의 공격을 금속 팔로 받아냈다. "둘." 기계의 차디찬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기계는 이베트를 밀쳐냈다. 이베트는 손잡이가 둘로 갈라진 도끼를 잡고 뒷걸음질 치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의 머리에서 선홍색 피가 새어 나왔다.

처참했다. 세 번째 폭풍경비대원이 관제실 제어판과 의자 위로 휘청거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날이 넓은 검을 십자 모양으로 해 자신을 방어했다. 하지만 기계는 한 손으로 그녀를 잡아 들더니 창문으로 내던져 버렸다. 유리는 박살이 났고, 그녀는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에이미스는 분노로 가득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튕겨 마력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몰아치는 고통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길 보라고!” 에이미스는 기계의 주위를 끌고자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손끝에서 파란 마력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날개의 모양을 갖추더니 에이미스의 양팔에 거대한 불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가라!" 에이미스가 명령하자 불사조는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발톱으로 기계를 덥석 잡아 엘리베이터로 끌고 갔다.

"셋." 기계가 말하더니 "넷, 다섯, 여섯"을 연달아 외쳤다. 에이미스는 기계를 쫓으며 폭발하는 마력 구체를 연달아 쏘아댔다. 불사조는 기계를 엘리베이터에 쳐넣고는 기계의 머리 방어구를 쪼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

"에이미스의 불사조야." 케스트럴은 네 발의 마력 화살을 불러일으키며 내달렸다. 캐서린은 계단으로 돌진하더니 방패를 바닥에 쾅 찍었다. 그러자 착륙장의 콘크리트 바닥이 분출하더니 온 사방으로 폭발했다. 기계는 지붕으로 도약하더니, 엘리베이터 전선을 끊어 자신의 검에 동여맸다. 위기였다. 전선이 끊어진 엘리베이터가 에이미스가 있는 첨탑 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기계의 오싹한 가면이 케스트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신원 확인 중. 목표 0-2-3. 폭풍경비대. 제거."

케스트럴이 연속으로 발사한 세 발의 마력 화살이 기계의 무릎과 목부위를 관통했다. "일곱. 여덟. 아홉." 기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또 숫자를 읊펐다.

케스트럴은 활시위에 마력 화살을 걸다 잠시 멈칫 했다. 어디선가 들어보던 소리가 아닌가.

그때 뒤에서 캐서린이 전광석화와 같이 튀어나와 둥근 방패로 기계의 후방을 가격했다. 그리고는 숨을 고르더니 옅게 빛나는 둥근 마력 방패를 불러 일으켜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기계의 움직임을 살폈다. 기계는 캐서린의 공격으로 이상이 온 듯 말을 더듬거렸다. "여...여... 열. 시... 신원 화...확인. 목표 0-0-1. 폭풍경비대. 제... 제거어." 기계의 검이 허공을 가르더니 캐서린을 감싼 마력 방패를 갈라버렸다. 캐서린의 마력 방패는 산산이 조각나 에너지 파편이 쏟아졌다. 마력 방패를 가격한 충격과 파편으로 기계가 비틀거렸다. "오류 발생. 오류 발생."

"캐서린, 기다려!" 케스트럴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케스트럴의 목소리를 들은 캐서린은 옆으로 자리하더니 무릎을 숙이고 방패를 높이 들어 올리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저 앞에서 기계가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케스트럴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케스트럴은 기계의 으스스한 얼굴 뒤에 가려진 눈을 향해 마력 화살을 쏘았다.

"열일곱." 기계가 다시 입을 땠다. 마력 화살이 산산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고장난 인형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공격 당한 횟수를 세, 세어야..." 그녀의 기계적인 음색이 사라졌다. "난... 못하겠어. 예쁜 것 같으니. 데이지가... 데이지가 정신을 잃었어요. 난 못하겠어... 케스트럴 언니?" 이 말과 함께 기계의 손에서 검이 툭 떨어졌다.

"도대체... 여왕이 네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케스트럴이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처절하게 외쳤다.

캐서린은 방어 태세를 유지한 상태로 케스트럴 앞을 가로 막고 말했다. "함정일 수도 있어."

"아니야. 저건 데이지야, 캐서린." 케스트럴은 기계에 다가가 주먹으로 얼굴을 쳐 가면을 벗겨내고 그 안에 숨겨진 충격적인 얼굴을 확인했다.

"여기 어디야?" 데이지가 주먹을 꽉 쥐며 낮게 말했다. "아파. 너무 아파. 도와줘... 케스트럴 언니. 도... 도... 도와...줘..." 그녀의 눈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더니, 꼭 쥔 주먹이 풀려 늘어지고 말았다.

"데이지, 데이지! 무슨 일이지?" 어쩔 줄 모르는 케스트럴이 소리쳤다. "죽은 거야?"

"시스템 재가동. 대기." 데이지가 평온하고 단조로운 음색으로 말했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안 돼! 안 돼! 재가동이라니!" 케스트럴이 데이지의 뺨을 때렸다. "정신 차려, 데이지."

데이지가 눈을 뜨더니 슬프게 입을 땠다. "내... 내가 그들을 죽였어... 내가 다 죽였다고. 내가 왜 그런 거지?"

"네 잘못이 아니야." 케스트럴이 자신의 품으로 기계를 안고 다독였다.

"멈출 수가 없어. 그게 다시 살아나. 느낄 수 있어. 내가 다 죽였어. 어서 도망가. 가라고. 가. 내가 끝낼게. 언닌 도망쳐야 해. 막을 수가 없어요. 대기. 멈춰. 끝낼 수 있어. 도망가요. 도망가라고... 목표 0-2-3. 제, 제발 도망가요... 목표 0-0-1. 예쁜 것 같으니. 말살 목표 지정 완료. 묵시록 가동."

데이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딸각 소리가 나더니, 데이지 주위에 에너지 장막이 피어올랐다. 캐서린은 케스트럴의 팔을 잡아 끌어 데이지에게서 떼어놨다.

케스트럴이 애처롭게 말했다. "데이지를 도와야 해, 캐서린." 하지만 데이지의 갑옷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새어나오자 캐서린은 케스트럴을 멀리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저기로 가!" 캐서린이 허공에 떠 있는 비행선의 굉음에 맞서 소리를 지르며 저 멀리 하늘의 섬을 가리켰다. 갑판에서 내려온 줄사다리를 잡은 캐서린은 케스트럴을 위로 던져 올렸다. 거대한 폭발 충격이 첨탑을 강타하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폭발 충격이 비행선을 가르며 쏟아졌고 케스트럴은 줄사다리에 매달려 목숨을 부지했다. 케스트럴의 발아래 도시는 파괴되고, 그녀의 머리 위, 저 멀리에 할시온 협곡이 한 줄기 어둠의 섬처럼 눈에 들어왔다.

캐서린은 떨리는 몸을 가눴다. 그녀의 둥근 방패는 그을려서 검게 변해 버렸다. 한숨을 쉬며 방패를 던져 버리고 캐서린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빙빙 돌며 이 모든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던 여왕의 까마귀였다.

#~$ 시스템 재가동…

스토리에서 처음 등장한 영웅. 그리고 아단의 아내를 살해했다.

스토리가 더 전개됨에 따라 캐서린이 줄리아를 죽인 것은 캐서린의 의지가 아니라, 둘은 사실 단짝친구 사이었으며, 자신의 자식들이 폭풍 여왕에게 폭군으로 길러지는 것이 싫었던 줄리아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한 것임이 밝혀졌다. 캐서린이 줄리아를 죽이는 동안 이 폭풍 여왕의 손아귀에서 도망쳐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죽기 전에 마력을 아단에게 전해주려고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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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사

가만히 있을 시
* "단추를 잠그라고? 단추 따윈 자신없는 애들이나 잠그는 거야!"
* "으하하하하하 겁쟁이들."
* "항상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지."
* "세상은 분명 나아질 거야."
* "세탁소를 바꿔야겠군. 주름이졌잖아"
* "지옥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이동 시
* "서두를 필요 없잖아?"
* "누굴 먼저 쓰러뜨릴까"
* "음... 문제없어."
* "이끄는 대로."
* "한 걸음씩 확실하게."
* "물론."
* "내 혈관은 할시온이 흐른다."
* "뛰어봤자 벼룩이지."
* "도망치지 말라고 했지?"
* "별로 걱정은 안되는군."
기본 공격
* "마지막 숨을 내쉬어라."
* "난 멈추지 않아!"
* "후후. 도망쳐보라고."
* "경비대의 긍지."
* "빠를 수록 좋아."
* "문제는, 바로 너다!"
능력 사용

무자비한 추격(A) 사용 시
* "멈춰!"
* "나는 폭풍 경비대"
* "네가 있을 자리다."
* "날 똑바로 봐라!"

경비대의 긍지(B) 사용 시
* "최선을 다해 덤벼."
* "공격이 통하지 않을거다"

궁극기 레벨 처음 올릴 시
* "폭진의 힘을 보여주마!"
* "입도 뻥끗 못하게 해주마!"

폭진의 강타(궁극기) 사용 시
* "침묵하라!"
* "거기까지!"
* "끝내지."
사망
* "일생의... 과업이..."
* "마가... 끼었구나..."
매력 도발
* "하하하하하하하 간지러워."

3. 능력치

공식 영웅 능력치
파일:hero_offense.png 공격(근접) 2/10
파일:hero_defense.png 방어: 7/10
파일:hero team_utility.png 팀 보조: 7/10
파일:hero_utility.png 기동: 2/10
난이도: 쉬움
유형
파일:captain.png
캡틴
구분 기본 능력치 최종(12레벨) 능력치
체력 808 (+169.55) 2673
체력 재생 4.06 (+0.35) 7.91
에너지 200 (+24) 464
에너지 재생 1.33 (+0.16) 3.09
타격력 74 (+6.09) 141
공격 속도 100% (+3.3%) 136.3%
방어 20 (+3.64) 60
저항 20 (+3.64) 60
사정거리 1.5
이동 속도 3.6

전체적인 능력치는 다른 캡틴 영웅들과 비슷하나 1레벨 에너지 수치는 캡틴 중에서 가장 낮다. 에너지 수치가 낮으므로 초반에 스킬을 신중히 사용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가 금방 바닥나 아군의 보조 능력도 낮아지고 자신의 생존력도 현저히 저하되기 때문.

4. 능력

4.1. 특성 - 경비대의 대장 (Captain of the Guard)

파일:external/22aeqb1ndrnn3j0r8k2b47j2.wpengine.netdna-cdn.com/CatherineP.png 캐서린이 적 영웅에게 침묵이나 기절을 걸 때마다 1의 방어와 저항을 얻습니다.

캐서린의 탱킹을 보조해주는 패시브.

적 영웅에게 기절(무자비한 추격)이나 침묵(폭진의 강타)을 먹일경우 방어와 저항이 공짜로 올라간다는 심플하지만 좋은 패시브다. 다만 캐서린의 스킬 쿨타임이 상당히 긴 만큼 한타 교전때 기절, 침묵을 2-3번정도 거는게 고작이라 어지간한 장기전이 아니면 잘 쌓인게 20-30 안팎이고, 이는 1티어 방어 아이템 정도의 증가량 밖에 안된다. 어디까지나 보조해주는 패시브일뿐 이걸 믿고 체력 아이템만 구매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게임이 40분이 넘어가면 패시브로 방어, 저항이 80,90이 넘어간다 근데 그러기가 힘들다.

4.2. A - 무자비한 추격 (Merciless Pursuit)

파일:external/a1326f6842ddf3e6eb540ae2ac18069edfd14db152594d4ee3db1898edd6441a.jpg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가 증가하며 다음 기본 공격은 적을 기절시킵니다.
▶ 능력을 사용하면 기본 공격 대기 시간 초기화
파일:cooldown.png 16 / 15 / 14 / 13 / 12 파일:energy.png 30 / 40 / 50 / 60 / 70
추가 피해: 35 / 60 / 85 / 110 / 135 (100% 수정 계수)
속도 증가 지속: 1.5
기절 지속 시간: 0.7 / 0.7 / 0.7 / 0.7 / 0.9

캐서린의 아이덴티티.

사용시 방패에서 칼을 뽑아들고 달려가는 모션을 취하면서 이동속도와 평타 사거리가 약간 증가하며, 이후 일정시간 이내에 기본 공격을 할 경우 상대를 기절시키는 강력한 스킬이다. 적에게 달려가서 기절을 먹여 아군과 함께 공격하거나, 강제로 이니시를 여는 용도로 쓰인다.

또한 적 영웅의 채널링 스킬을 사용하는 도중에 기절을 먹여서 스킬을 끊어 버릴 수도 있는데, 아다지오의 심판의 언령(궁극기), 아단의 결전의 투기장(궁극기), 그레이스의 중재(궁극기) 스킬과 같은 한타에서 매우 중요한 스킬들을 끊어버림으로 팀에 더 유리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동속도 증가 시간과 기절 가능 시간에 차이가 있어서 이동속도 증가가 끝나더라도 방패가 빛나는 잠깐 동안은 기절을 먹일 수 있다. 또 일부러 눈에 보이는데 지뢰를 깔아두고, 제거하러온 상대에게 스턴을 걸어 지뢰 피해를 주거나 이동속도 증가를 이용해 도주하는 등 활용폭이 넓은 스킬이다.

이 스킬로 증가한 이동속도와 신발의 사용효과는 중첩이 되지 않는다. 둘이 동시에 쓴다고 더 빠르게 날아가서 적 딜러를 물어버린다든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의하자. 쓴다면 신발을 먼저 사용하고 그 다음에 이 스킬을 사용하여 기절을 먹이자. 전쟁 걸음과의 궁합이 좋다.

4.3. B - 경비대의 긍지 (Stormguard)

파일:external/1a07cd6ca3f87422006eec3e044b7a7aeca8b8e6bc9b52518783e1c9b7fc234d.jpg 자신을 신성한 보호막으로 감싸 적에게 피해를 주고, 강력한 공격을 반사합니다.
기본 체력 7.5% 이상의 피해 반사
파일:cooldown.png 7 / 6.5 / 6 / 5.5 / 5 파일:energy.png 40 / 50 / 60 / 70 / 80
지속 시간: 4초
피해/초: 40 / 60 / 80 / 100 / 120 (50% 수정 계수)
추가 반사 피해: 0% / 5% / 10% / 15% / 25%

폭딜러들이 캐서린을 주의해야하는 이유.

사용시 보호막이 생기며, 주변에 붙은 적들에게 대미지를 주며, 또한 설명에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경비대의 긍지가 발동되는 동안, 받는 대미지를 감소시키는 부가효과가 있다.

이 스킬의 매커니즘은 대미지를 받으면, 캐서린은 77 + (레벨x7)의 대미지만 받고, 남는 대미지는 주변 적에게 나누어 반사시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번에 일정수준 대미지만 받고강화 보호막 나머지를 반사시켜 버린다. 이 때문에 일정 이상 대미지를 아예 빼버리기 때문에 한 방이 강력한 스킬은 캐서린에게 소용없다. 잘 큰 레이너가 홀로 캐서린을 때리면 자기가 더 아프다. 특히 바론과 같은 한방이 강력한 영웅이 멋모르고 때리다간 반사피해가 400이상씩 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바론같은 영웅은 절대로 캐서린이 보호막을 사용하는 도중에 공격하면 안 된다. 반사는 금광부, 크라켄, 유령 날개, 검은 발톱의 공격도 포함되니 오브젝트 확보할 때도 상당히 유용하다. 캐서린이 방어 아이템을 충분히 붙여놓고 경비대의 긍지를 쓰면 상대방 포탑 주변에서의 한타도 가능하다.캐서린을 때렸는데 체력이 닳는게 안 보이는 공포 단, 포탑 대미지는 반사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행여나 모르고 경비대의 긍지를 쓰고 포탑으로 돌진했다가 죽지는 말자.

역으로 상대 영웅의 공격 속도가 빠르거나, 난사 스킬을 가진 영웅이 있을 경우 대미지도 잘 들어오고 실드 지속시간도 빠르게 감소한다. 가령, 스카이의 무차별난사 스킬은 경비대의 긍지를 사용해도 딜이 거의 그대로 들어오니 피하자.

참고로 반사 대미지는 수정 대미지로 계산되어 영혼수확기 아이템을 간다면 내 피는 차오르는데 상대는 죽어버리는 기적을 보일 수도 있다.

4.4. 궁극기 - 폭진의 강타 (Blast Tremor)

파일:external/5bd47f11e85d877565895fc4d1163ce8209688ffb1e23efd2fdda53756546b46.jpg 캐서린이 땅을 내려찍어 전방 원뿔 범위 안의 적에게 피해를 주고 침묵을 겁니다.
파일:cooldown.png 70 / 60 / 50 파일:energy.png 120 / 140 / 160
범위: 11
피해: 350 / 500 / 650 (130% 수정 계수)
침묵 지속 시간: 2초 / 2.5초 / 3초

한타를 알리는 캐서린의 다중 CC기.

사용시 방패를 높이 올렸다가 내리찍고, 그 방향의 30도 정도의 부채꼴 모양 범위 안에 있는 적에게 대미지와 함께 침묵을 건다.

부채꼴 모양 범위인지라 지근거리 범위가 좁아서, 가까이에선 조금만 빗겨나도 범위 안에 안 들어온다.

베인글로리에선 평타 중심의 딜러라도 스킬의 비중이 상당한데다, 사용 아이템까지 불능으로 만들어 한타에서의 영향력이 크다.침묵을 당하면 2초동안 뚜벅이 신세 다만 선딜레이가 정말 끔찍하리만치 길어서 대놓고 쓰면 타이밍이 안맞거나, 캐서린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완갑으로 막기 쉽다.

선궁으로 쓰려면 부쉬에서 쓰거나 아예 적들이 도망치지 못하는 좁은 곳에서 써야한다.

스킬 의존도가 높은 셀레스트스카프의 카운터. 많이 맞출려고 안해도 스턴-궁으로 한명은 무조건 맞출 수 있으니 스킬딜러를 노리도록 하자.

캐서린은 탱커지만 이래 봬도 궁극기라 대미지가 나쁘지 않고, 범위도 꽤나 길어 종종 도망치는 적을 마무리하는데도 쓰인다.

광역 CC기이기에 패시브 스택도 잘만 하면 대량으로 쌓을 수 있다는 건 덤.

5. 재능

5.1. 희귀 - 친위대의 대장 (Advancing Guard)

파일:캐서린 희귀재능.png 경비대의 대장(특성)으로 30초간 임시 타격력과 수정력 획득
▶ 지속 시간 30초

게임 시간이 짧은 총력전이나 배틀로얄에서는 중첩을 쌓을 시간이 많이 부족하기에 재능 레벨이 낮다면 타격력/수정력 증가 효과가 게임내에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레벨이 높다면 상당히 쓸만한 재능인데, 연쇄충격기와 쿨감 아이템으로 무장한 캐서린이 무자비한 추격(A)을 자주 사용하면서 공격하게 되면 이미 캡틴이 아닌 메인 딜러가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상대 입장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가 되어 버린다.

5.2. 고급 - 재빠른 추격 (Quick Pursuit)

파일:캐서린 고급재능.png 경비대의 긍지(B) 사용 시 기본 공격하면, 무자비한 추격(A)과 폭진의 강타(궁) 대기 시간 감소
▶ 무자비한 추격 감소 10% (+1.5%)

5.3. 전설 - 폭진의 충격파 (Shockwave)

파일:캐서린 전설재능.png 폭진의 강타(궁)가 적을 밀쳐내고 기절. 침묵 삭제
▶ 대기 시간 70% (-7.5%)

6. 평가

군중제어기, 단단한 몸, 이속 증가 등 캡틴의 기본 소양을 충실히 갖추고 있는 영웅.

캡틴의 기본을 익히기 좋은 영웅.[2] 강력한 CC기와, 빠른 기동성, 최상급의 자체 탱킹 능력을 갖고 있어 초보자가 다루기에도 매우 쉽다. 다만 스킬 쿨타임이 전체적으로 길어 막 쓰기 곤란하고, 스킬이 빠지면 아무것도 할게 없기에 스킬 배분을 잘 해야한다.

캐서린의 탱킹력은 현존하는 베인글로리 영웅들 중에서 당당하게 이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는 탱커다운 기본 스탯, 방어/저항 영구 상승 패시브의 조화와 더불어 엄청난 탱킹능력을 자랑하는 경비대의 긍지 덕분이다. 때문에 한타 때 보호막이 켜진 캐서린은 왜 이렇게 안 닳느냐고 별 욕이 다 나온다. 다만, 이는 보호막이 켜져있는 상태에 한해서일뿐 보호막만 꺼지면 탱킹 능력이 다른 캡틴들과 비슷한 수준이고,비슷한 수준이지 낮지는 않다는 함정 캐서린은 상술했듯 스킬 쿨타임이 길어 기절 한번 침묵 한번이면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는 고깃덩이가 되므로 이 특성을 잘 알고 있다면 캐서린의 스킬을 최대한 뺀 다음 딜러를 집요하게 노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캐서린이 시계장치를 갔다면 어떨까?

시간이 지나면서 적딜러가 강해질수록 캐서린의 탱킹력은 하늘을 찌른다.[3]만약 영혼수확기를 갖춘 상태에서 만렙의 경비대의 긍지를 발동하면 때린 쪽이 더 아픈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6.1. 장점

  • 캡틴으로서의 다양한 유틸성
    무자비한 추격(A) 스킬에는 상대를 기절 시키며, 폭진의 강타(궁극기) 스킬은 상대 영웅에게 광역 침묵을 건다. 다양한 CC기를 보유함으로 한타에서 상대 영웅의 발을 확실하게 묶을 수 있다. 또한 경비대의 긍지(B) 스킬로 상대 폭딜러가 마음껏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6.2. 단점

  • 스킬들의 긴 대기시간
    무자비한 추격(A)과 폭진의 강타(궁극기)로 한타에서 교전을 벌일때 만약 아군 딜러가 제대로 호응을 해주지 못한다면 스킬들의 긴 대기시간으로 인해 캐서린은 잠깐 동안 적을 방해하지 못하고 보호막만 있는 고기방패로 전락한다.
  • 지속 딜을 넣는 영웅들에게 취약함
    캐서린은 경비대의 긍지(B) 스킬로 상대 딜러의 폭딜을 반사시켜 줌으로 아군을 보호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킬의 특성은 반대로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피해에는 취약하다는 말인데 페탈의 뮤니언들이 공격하는 상황이나 스카이의 무차별 사격(A)의 대미지는 막지 못하고 피해가 그대로 들어온다. 또한 스카프의 불똥(A)은 반사할 수 있지만 불똥으로 인한 불꽃으로 끈적이(B)의 도트 대미지는 막지 못하는게 캐서린의 취약점이다.

6.3. 상성

  • 아군과 잘 맞는 영웅
  • 상대하기 쉬운 영웅
    • 누킹형 영웅
    • 궁극기나 스킬등의 주요스킬 캐스팅을 끊을수 있는 영웅
주요스킬들의 캐스팅 시간이 긴 영웅들은 캐서린의 A 스킬로 끊을수 있다.궁극기를 끊을수 있다.b와 궁극기를 끊을수 있다.아이러니 하게도, 캐서린의 궁극기를 카운터 칠수있는건 캐서린의 A스킬이 가장 좋다.

7. 운영

게임 초반 중앙 수액 괴물 장로 앞에서 양 팀간 한타 싸움이 벌어질 경우 캐서린이 무자비한 추격(A)으로 적 캐리에게 스턴을 걸어 집중 공격을 하여 한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긴 스킬 쿨타임 때문에 캐서린은 한동안 기본 공격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리므로 확실하게 상대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몸을 사리는 게 좋다.

레인에서 아군 캐리를 도와 라인전을 진행할 때, 수풀에 숨어있다가 불쑥나와 무자비한 추격으로 상대 캐리를 기절시킨다. 경비대의 대장(특성) 효과로 추가 방어/저항도 얻고 갱킹을 노리거나, 상대를 압박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상대편쪽 수풀 시야 확보도 없이 무작정 들이댄다면, 오히려 갱킹을 엿보던 상대 정글러에게 역으로 당할 수 있으니 시야 확보가 되면 하는 게 좋다.

경비대의 긍지(B)는 아군에게 큰 피해를 주는 스킬들을 차단하는데 아주 좋다. 케스트럴의 절명시(궁극기)나, 그웬의 비장의 카드(궁극기)같이 단일 논타겟 스킬들에 특히 효과가 좋다.

슬슬 아이템도 갖춰지고, 궁극기의 레벨도 높아지는 후반에는 캐서린의 무자비한 추격을 궁극기를 끊거나, 아군 캐리에게 쇄도하는 적 영웅을 자르는데 사용된다. 다른 영웅들과 달리 캐서린의 무자비한 추격은 단일 대상으로 가장 쉽게 기절을 먹일 수 있는 스킬이다. 이니시를 거는 적 캡틴의 궁극기를 끊거나, 아군 캐리에게 쇄도하는 적 영웅을 끊기에도 베인글로리 내에서 가장 좋은 스킬이라고 볼 수 있다.

8. 아이템/능력 빌드

8.1. 할시온 협곡에서 (3v3)

파일:captain.png 캡틴 로머
아이템 빌드
시작 파일:베인글로리 경비대의 계약서.png 파일:베인글로리 떡갈나무 심장.png 파일:베인글로리 수호자의 계약서.png 파일:베인글로리 떡갈나무 심장.png
주요 파일:베인글로리 재생의 분수.png 파일:베인글로리 도가니.png 파일:베인글로리 수호령.png 파일:베인글로리 전쟁 걸음.png
상황별 파일:베인글로리 거인의 견갑.png 파일:베인글로리 척력장.png 파일:베인글로리 만능 허리띠.png
능력 빌드
능력 1 2 3 4 5 6 7 8 9 1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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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external/1a07cd6ca3f87422006eec3e044b7a7aeca8b8e6bc9b52518783e1c9b7fc234d.jpg
파일:external/5bd47f11e85d877565895fc4d1163ce8209688ffb1e23efd2fdda53756546b46.jpg M

8.2. 왕관 오름에서 (5v5)

파일:captain.png 캡틴 로머
아이템 빌드
시작 파일:베인글로리 경비대의 계약서.png 파일:베인글로리 조명탄총.png 파일:베인글로리 조명탄총.png 파일:베인글로리 가죽 신발.png
주요 파일:베인글로리 재생의 분수.png 파일:베인글로리 도가니.png 파일:베인글로리 수호령.png 파일:베인글로리 전쟁 걸음.png
상황별 파일:베인글로리 거인의 견갑.png 파일:베인글로리 척력장.png 파일:베인글로리 강화 부표.png
능력 빌드
능력 1 2 3 4 5 6 7 8 9 10 11 12
파일:external/a1326f6842ddf3e6eb540ae2ac18069edfd14db152594d4ee3db1898edd6441a.jpg M
파일:external/1a07cd6ca3f87422006eec3e044b7a7aeca8b8e6bc9b52518783e1c9b7fc234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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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스킨

9.1. 희귀 - 기사단장 캐서린 (Queen's Knight Catherine)

파일:기사단장 캐서린.jpg
평행세계 이야기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1000 정수
파일:ice.png 599 아이스
출시일 2015년 7월 1일

9.2. 고급 - 전장의 여신 캐서린 (Paragon Catherine)

파일:전장의 여신 캐서린.jpg
평행세계 이야기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2500 정수
파일:ice.png 1199 아이스
출시일 2015년 8월 6일

9.3. 전설 - 바다뱀의 가면 캐서린 (Serpent Mask Catherine)

파일:바다뱀의 가면 캐서린.jpg
평행세계 이야기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5000 정수
파일:ice.png 2599 아이스
출시일 2015년 8월 6일

9.4. 고급 - 검투사 캐서린 (Gladiator Catherine)

파일:검투사 캐서린.jpg
평행세계 이야기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2500 정수
파일:ice.png 1199 아이스
출시일 2017년 3월 1일

9.5. 여름 축제 캐서린(특별판) (Summer Party Catherine (SE))

파일:베인글로리 여름 축제 캐서린.jpg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5000 정수
파일:vainglory opals.png 500 오팔
출시일 2018년 8월 9일

9.6. 해안 경비대 캐서린(특별판) (Surf's Up Catherine (SE))

파일:해안 경비대 캐서린.png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5000 정수
파일:vainglory opals.png 500 오팔
출시일 2018년 8월 9일

9.7. 안전요원 캐서린(특별판) (Beach Partrol Catherine (SE))

파일:베인글로리 안전요원 캐서린.png
출시일 2018년 8월 9일

여름 시즌 한정 퀘스트인 서머 피날레 챌린지를 클리어해야 얻을 수 있다.

9.8. 챔피언 캐서린(특별판) (Championship Catherine (SE))

파일:챔피언 캐서린(특별판).jpg
관련 정보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5000 정수
파일:vainglory opals.png 150 오팔
출시일 2017년 12월 17일

2017년 베인글로리 World Champion Ship을 30분 이상 시청하면 얻을 수 있었던 스킨이다.

9.9. 겨울 전쟁 캐서린(특별판) (Winter War Catherine (SE))

파일:겨울 전쟁 캐서린(특별판).jpg
평행세계 이야기
가격 파일:vainglory essence.png 5000 정수
파일:vainglory opals.png 500 오팔
출시일 2016년 12월 15일

9.10. 겨울 전쟁 캐서린(한정판) (Winter War Catherine (LE))

파일:겨울 전쟁 캐서린(한정판).jpg
평행세계 이야기
출시일 2016년 1월 13일

10. 기타

11. 관련 문서




[1] 이 이야기에서 겨울 전쟁 캐서린 스킨이 나왔다.[2] 게다가 한때 최저가인 800글로리여서 부담없이 살수 있었으나, 6000글로리로 인상되었다.[3] 물론 경비대의 긍지(B)가 발동될 동안의 얘기지만 후반가면 B스킬의 쿨타임도 금방 돌아오니 괜찮다. 또한 패시브 중첩도 나중에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