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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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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미2. 중요성3. 오용
3.1. 사실 가치 구분 문제3.2. 맥락 및 의미의 문제
3.2.1. 관련 문서
3.3. 검증의 문제3.4. 논증의 문제
4. 팩트 오용의 위험성5. 온라인에서의 오남용6. 여담

1. 의미

Fact. ‘사실’.
  • 주장/의견의 반의어로 팩트가 사용되면 '근거'(논거).
  • 허구의 반의어로 팩트가 사용되면 '지어낸 것이 아닌 사실'(논픽션).
  • 당위/필연의 반의어로 팩트가 사용되면 '실재하는, 경험적인 것'.

굳이 한국어 '사실'이 아닌 영어 '팩트'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언론학계에서 쓰이던 전문용어가 인터넷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얘기하면 한국의 언론학(저널리즘)은 결국 미국의 저널리즘 직업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고 교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의 저널리즘 스쿨에서 유학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그대로 전문용어로 사용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국어 '사실'이라고 해도 충분히 뜻이 통하는데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인터넷에서 팩트라는 용어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진보 쪽 매체와 인사들이 자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다. 당시 진보 계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딴지일보 등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팩트라는 표현을 자주 쓰기 시작했고(# # #) 나중에는 MBC 100분 토론 등에서도 패널들이 이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2. 중요성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정확한 사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이것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곳이라면 아마 과학과 역사, 그리고 언론일 것이다. 특히나 언론에게 있어서 사실만큼 중요한 건 없으며 이는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 실적만을 위해 기사를 써대는 기자들을 사회에서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3. 오용

파일:1000030334.jpg

논증은 주장과 근거의 결합, 즉 주장과 그 근거로 된 진술이다. 팩트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팩트는 잘못된 논증을 타당하게 만들 수 있다.

팩트만 가져왔다고 전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전혀 상반된 결론이 도출되기도 하며 팩트의 기반이 되는 자료 자체의 진위나 과장, 오류 가능성들을 전부 따져보지 않고 그대로 믿는 경우, 독자연구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3.1. 사실 가치 구분 문제

'가치 판단'과 '팩트'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식으로 오용되고는 한다. 팩트는 주관이 들어가지 않은 건조한 사실 그 자체일 뿐,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주장은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팩트가 아니다. 예시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24년에 공식 경기 통산 900골을 달성했다'는 '팩트'이지만[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1세기 최고의 골잡이이다'는 '가치 판단'이며, 아무리 타당하게 느껴진다고 한들 팩트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오용은 대개 특정 가치판단을 팩트로 호도하여 부당한 권위를 부여하려는 의도를 가진다. 단순히 화자가 무지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오용도 있지만, 이들은 정말로 자신의 주관이 팩트와 동일한 수준의 객관성을 가진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경계해야한다.

3.2. 맥락 및 의미의 문제

요즘 사람들은 의미(意味)보다 팩트(fact)를 중시한다. 그래서 흔히 "팩트만 말하라"고 한다. 물론 그들 주장대로 팩트 없는 의미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의미 없는 팩트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 가령 팩트로만 보면 밥은 똥의 재료일 뿐이며,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일 뿐이며, 책은 기름때 묻은 종이일 뿐이며, 조용필의 노래는 고막을 흔드는 진동일 뿐이며, 고흐의 그림은 굳은 물감 자국일 뿐이며, 어머니의 눈물도 수소와 산소와 염분의 화합물일 뿐이다. 하지만 삶에서는 백 가지 팩트보다 한 가지 의미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이에 반하는 '팩트 지상주의'는 필요에 따라 의미를 독점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박남일, 《어용사전》中.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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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 팩트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있는 사실을 변형하는 것만이 조작은 아니다. 자료의 선택과 배열, 이를 통해 '컨텍스트'(맥락)를 만드는 작업 또한 조작이다. 컨텍스트를 고려하지 않는 팩트의 위험성을 위의 사진이 잘 보여준다. 가운데 사진은 전체 맥락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한쪽 병사가 다른 군복을 입은 포로로 보이는 군인에게 총을 겨누고 있고, 다른 병사가 포로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이 사진을 가운데로 잘라서 왼쪽만을 보여주면 마치 포로를 잔악하게 처형하는 군인의 모습으로 사람들은 인식할 것이다. 반대로 오른쪽 사진만을 보여주면 포로에게 물을 먹여주는 군인의 인간다운 모습을 인식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그저 일부만을 잘라내어 보여주었다는 점. 단지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보여주었을 뿐인데 악당과 영웅을 가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시사가 중요한 점은 논쟁 및 검증 과정에서 한 쪽이 '팩트'라고 들고 온 데이터가 주장하는 편에 걸맞도록 편집된 데이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실이지만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위 사진에는 총구도 등장하고 물통도 등장한다. 모두 사실, 즉 팩트다. 하지만 총구라는 팩트를 보여주냐, 아니면 수통이라는 팩트를 보여주냐에 따라 우리가 취할 태도는 바뀐다. 총구와 수통 모두 보여주는 것이 좋지만 사람은 이해관계가 엮이면 하나만 보여줄 수도 있다.

심지어 주장하는 측에서 이미 한 쪽으로 편집된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근거로 들이대어 자신과 상대를 동시에 속이는 비극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했다고 인터넷 이용 중 언론 플레이에 방심할 수 있지만 선동 기술이 퇴화된 것은 아니다. '팩트라도 믿을 수 없다. 완전히 믿을 수 있는 미디어는 없다. 그래도 그나마 믿을 건 미디어다."라는 모순 속에서 최대한 정보를 많이 취득하여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해 스스로 객관성을 세울 수밖에 없다. 만약 논쟁 중인 상황이라면 결론은 정보전이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팩트라는 이름 속의 '발화자의 의도(=의미)'를 파헤치는 것이 정답이다.

교과서적인 표현인 '정보의 홍수'에서 '팩트'를 접한 사람들 중 일부는 팩트에 매혹되어 팩트를 근거로 극단주의를 드러낸다. 이들이 말하는 '팩트'는 조작되어 있거나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짜깁기 되어 있다. 거르고 걸러서 나온 밍숭맹숭한 담론은 이들의 열성적인 갈등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유명 연예인 A가 유명 연예인 B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는 상황을 가정한다. 이는 엄연한 사실, 팩트이며 당연히 여론의 비난은 A로 흐른다. 그러나 B가 이전에 A의 부모를 구타했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이 사실이 발견된다면 곧 여론은 B의 죄로 반전될 것이다. 심한 욕설도 분명한 죄지만 타인의 부모를 구타한 죄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A가 B에게 심한 욕설을 한 '팩트'가 사라지는 않는다. 이 때 A의 안티 팬들이 A가 B에게 심하게 욕설을 한 사실, 팩트만 퍼날라 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퍼뜨린다면? A는 엄연히 따지면 피해자임에도 애먼 B를 괴롭힌 죄인이 되어 '팩트만 알지 사건의 전말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물론 이후 진실이 밝혀지면서 수습은 되겠지만... 이 동안에 여론은 휘둘리고 A는 더욱 피해를 입는다. B의 죄가 밝혀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나마도 B의 폭행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면 A는 불한당이 된다. 결론은 정보전이며 그 정보를 수집하고 공표하는 사람들의 역량과 의지에 달린 것.

3.2.1. 관련 문서

3.3. 검증의 문제

팩트를 밝히는 것 자체는 훌륭한 일이지만 그것을 검증하려는 풍토가 없다면 (의도적이든 아니든) 어떤 이에 의해 왜곡된 자료가 마치 사실인 양 돌아다니게 될 수 있다. 그러한 팩트들이 대중들에게 흘러들어가 일부에게 사실처럼 흘러가게 된다면 팩트 제시하는 것 자체의 의미가 사라진다. 주장하는 '팩트'란 것이 공신력없는 정보라면 의심부터 해보는 것이 좋다.

정치적 논쟁에서 이 단어를 오용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심지어 팩트를 비판의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운 완전무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보인다. 리얼 팩트니 뭐니하는 거창한 수식어를 덧붙여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객관적인 자료를 오용하는 것은 철이 덜든 짓.

3.4. 논증의 문제

옳은 전제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제가 팩트여도 논리적 오류가 있는 논증의 오류는 치유되지 않는다.

매개념부주연의 오류, 인신공격의 오류, 피장파장의 오류, 발생학적 오류, 문맥을 무시한 인용, 의도확대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거짓 원인의 오류, 공통원인 무시의 오류, 인과 전도의 오류등은 팩트인 전제에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또는 옳은 전제와 잘못된 전제를 섞을 수도 있다. (이 때는 잘못된 전제가 숨은 전제가 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 모 정당은 윤민석의 곡을 당가로 사용한다. 윤민석삐리리다. 따라서 모 정당은 삐리리다.

위 논증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검증/논파 가능하다.
  • #1
    • 모 정당은 삐리리가 지은 곡을 당가로 사용한다.
    • 숨은 전제: 삐리리가 지은 곡을 당가로 사용하는 정당은 삐리리다.
    • 따라서 모 정당은 삐리리다.
    • →숨은 전제에 인신공격의 오류/연좌의 오류가 있으므로, 이 논증은 잘못되었다.
  • #2
    • 모 정당은 삐리리가 지은 곡을 당가로 사용한다.
    • 숨은 전제: 삐리리가 지은 곡을 당가로 사용하는 것은 삐리리적인 행동이다.
    • 따라서 모 정당은 삐리리적인 행동을 하는 집단이다.
    • →숨은 전제에 의도 확대의 오류가 있으므로, 이 논증은 잘못되었다.
  • #3
    • 모 정당은 삐리리가 지은 곡을 당가로 사용한다.
    • 숨은 전제 1: 삐리리가 지은 곡은 삐리리적인 이념을 담고 있다.
    • 중간 결론 / 숨은 전제 2: 삐리리적인 이념을 담고 있는 곡을 당가로 사용하는 것은 삐리리적인 이념을 지지하는 것이다.
    • 따라서 모 정당은 삐리리적인 이념을 지지하는 집단이다.
    • →숨은 전제 1, 2에 각각 발생학적 오류, 의도 확대의 오류가 있으므로, 이 논증은 잘못되었다.

이런 검증/논파의 핵심은 모 정당이 삐리리가 지은 곡을 당가로 사용한다는 것, 당가의 작곡가가 삐리리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는 팩트인데, 팩트를 기반으로 한 논증이 잘못된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아니 왜 다 삐리리야

4. 팩트 오용의 위험성

팩트는 선동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시각을 애써 주입할 필요가 없다. 미국놈들 나쁜 놈이라고 애써 홍보할 필요가 없다. 위컴이 "한국민들은 들쥐 속성을 지녔다."고 한 말, 팀 스피리트 훈련 때 미군이 임신한 여교사를 강간한 사건, 그것을 사실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주고 폭로하라. 폭로하고 또 폭로하라. 그리하여 모든 사실들을 대중에게 알려 주라. 그 때 우리의 선동은 지금보다 수백 배, 수천 배나 수월하게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선동은 폭로로부터 시작된다.
강석진, 『대중선동론』, 아침, 1989. 22쪽. (강조 표시는 인용자가 한 것)

팩트는 종종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6월 항쟁의 계기가 된 것이 그 예다. 팩트는 분노를 일으킬 수도, 공포를 일으킬 수도, 혐오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힘이 있는 팩트를 사용한 선동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을 뿐더러 그럴싸한 명분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논증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그 효과가 매우 빠르고 강력하다. 선동의 메시지(주장)에 들어 있는 숨은 전제에 오류가 있거나 논증의 오류가 있어도 숨기기 쉽다. "모 정당은 윤민석의 곡을 당가로 사용한다. 윤민석은 빨갱이다. 끝." 하면 팩트만 제시하였으므로 상대방은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럼 모 정당은 빨갱이들이네?"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은 팩트를 읽은 독자이고, 논리적 오류를 일으킨 것도 독자이지 주장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5. 온라인에서의 오남용

보통 인터넷 상에서의 팩트란 토론, 논쟁에서 사실 그 자체를 직시하는 증거자료의 의미를 가지며 사실에 기반하여 상대방의 논리를 논파할 수 있는 승리의 필수요소로 사용되어 왔으나 2016년 들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아몰랑 등의 안들려 모드로 일관하는 정상적인 논쟁이 불가능한 상대가 늘어나자 이들을 비꼬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자세한 사항은 팩트폭력 문서로. 반대로 불합리한 사실의 정당성을 논하기 보다 팩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용도로 쓰이는 경우 또한 많아지게 되었다.
예시: 비겁하게 팩트를 들고 오다니,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2]

팩트라고 이름 붙이기도 부족한 자신의 편견이나 망상을 갖다대고 ~~한 것이 팩트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많다.

아예 드립의 목적으로 팩트)다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은 팩트) 출처 XXX에 따르면 YYY는 ZZZ다.라고 써야 맞지만, 그냥 우격다짐으로 아무 근거도 설명도 없이 팩트)다. 라고만 써 둠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사례 심지어는 의문문에도 쓰이는 경우가 있다. # 아니면 팩트) 뒤에 헛소리를 써 놓아서 평균 드립과 비슷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6. 여담

  • 일본 인터넷에서도 팩트와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정론(正論)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에서의 정론은 자주 쓰지 않아 학술적인 단어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일본에서는 굉장히 일상적인 단어다. 한국어에서 팩트를 쓰는 곳에 정론을 넣어주면 어감이 굉장히 비슷하다.

    예시: この国で正論を言うな 이 나라에서 정론을 말하지마
  • 2017년 여름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팩트너무아프고라는 표현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문장이 더 이어질 것 같지만 안 이어지는 묘한 표현이어서 인기를 끌었다. 구글 검색 결과


[1] 극단적으로 접근하면 자연과학 수준으로 건조한 사실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주제를 벗어난 내용이기에 서술하지 않는다.[2] 바로 윗 문단 인용문에서 나오듯 팩트와 선동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고, 오히려 밀접하게 관련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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