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4 14:02:23

맥락

1. 개요2. 질적 연구법 중 하나
2.1. 생태학에서의 맥락2.2. 인류학에서의 맥락
2.2.1. 고맥락 문화2.2.2. 저맥락 문화2.2.3. 오해
2.3. 심리학에서의 맥락

1. 개요

脈絡/context

사물들이나 대상이 연결된 관계.

2. 질적 연구법 중 하나

텍스트를 분석함에 있어서 그 텍스트와 결부된 상황적 배경과 역사적 의미에 보다 주목하는 연구방법론. 양적 연구법에서 맥락이라는 단어는 (상기 별도로 적힌 몇몇 분야의 용례를 뺀다면) 거의 보통은 쓰일 일이 없다. 즉 어떤 연구에서 방법론을 설명하는데 "맥락" 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면 이 연구법은 질적 접근을 일부 혹은 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이 관점에서는 어떤 연구의 대상이 그 자체로서 외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시간, 수많은 상호작용, 거대시스템(megasystem) 등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존재하고 있다고 본다. 즉, 지나가다 툭 던진 한 마디 말이라 할지라도, 결국 그 전후 배경을 전부 훑어보면 맥락적 의미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말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역사학, 민속학, 민족지학, 정치학, 심리학(일부 분야), 사회복지학, 커뮤니케이션학, 종교학, 신학(일부 분야) 등에서 종종 발견될 수 있다.

2.1. 생태학에서의 맥락

각 유기체들이 처한 환경과 조건들이 서로간에 갖게 되는 의미. 생태학은 본질적으로 주관성과 같은 질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데, 여기서 맥락이라는 의미는 연구의 대상이 되는 유기체 "입장에서의" 환경적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인접 학문들 중에서 생태학적 접근법을 수용하는 경우 이 관점을 배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발달심리학 같은 경우는 별도로 생태학적 발달이라고 해서 브론펜브레너(U.Bronfenbrenner)의 이론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맥락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 경제적 특성(economic characteristics):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맥락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역 특산물이 영 홍보가 신통치 않고 관광업도 부진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재정이 어려운 중소도시는, 그만큼 교육 분야에도 교육환경 개선이나 기자재 구입, 도서관 장서 확보 등등을 지원하기 힘들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도시의 어린이들의 학업수행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 서비스적 특성(service characteristics): 예를 들면 공공보건 서비스가 더 우월한 나라의 경우 그렇지 못한 나라에 비해서 더 많은 노인들이나 지체장애인들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 사회적 특성(social characteristics): 예를 들면 비행청소년 문제가 개인 내적인 문제 혹은 가정사 문제 외에도 사회해체로 인한 지역사회의 서포트가 부족한 결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물리적 특성(physical characteristics): 소음공해 문제나 녹지의 부족으로 인한 열섬 현상, 일조량, 거주 환경 등을 포괄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고층아파트 입주민이 건강이 쇠약해졌다면, 아파트라는 물리적 환경에서는 외출에 많은 무리가 있을 것이므로 요양을 하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맥락의 구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직관적이며 이해하기 쉽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어느 특성 하나 버릴 것 없이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도 그 가치를 더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비판도 존재하는데,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맥락 연구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리고 직관적인 대신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분류기준으로써 2개의 차원을 만들어서 2 by 2 매트릭스 형태로 정한다면 모를까, 이것은 그냥 일개 연구자가 자기 되는대로 뚝뚝 잘라서 유형화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것.

2.2. 인류학에서의 맥락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T.Hall)은 의사소통의 이론을 정리하면서 "고맥락(high-context) 문화와 저맥락(low-context) 문화가 존재한다"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 검증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또한 기계 번역에서 가장 큰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런 맥락 부분이다.[1]

2.2.1. 고맥락 문화

고맥락 문화는 별도로 명시된 바 없이 같은 문화권 내에서 그것이 자명한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부분이 많으며, 비언어적이고 상황 중심적인 메시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고맥락 문화는 소통이 더 효율적이고 빠른 편이다. 다만 다수를 점하는 구성원과 출신, 성별 등의 배경적 요소가 다른 구성원이 있을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소요되므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서, 실제로는 공동체 내의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그나마도 주된 구성원 간에서도 오해가 잦은 편이며, 이로 인해 고맥락 문화권은 대체로 서로 묻고 따지지 않는 눈치 문화가 발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는 수업 중 교수자가 질문을 받겠다고 하여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현상.

네덜란드 심리학자 Geert Hofstede는 이 구분을 집합주의(collectivism) 대 개인주의(individualism)의 구도와 많이 비슷하다고 여겼다.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 인도 등은 맥락성이 높고 집단 중심의 비즈니스적 대화를 하며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고맥락 문화권은 일본, 한국, 중국동아시아권, 아랍, 남유럽,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정도가 거론된다.

주어와 목적어가 곧잘 생략되는 한국어, 일본어 등의 언어에서도 이 맥락의 중요성 및 높은 맥락 의존도를 확인할 수도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한국어/문법 참고.

2.2.2. 저맥락 문화

저맥락 문화는 모든 전달되어야 할 메시지들이 언어 또는 서면으로 확실히 정리되어 있어야 하며, 문화 내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복합적인 의미 전달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저맥락 문화권의 언어 중 하나인 영어는 보통 방금 언급했던 대상이라도 짧은 시간이 지나서도 그 대상을 다시 언급해야 하지만, 일본어나 한국어처럼 고맥락인 언어는 그 대상에 대한 전재가 길게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지만 이러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대중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저맥락 문화권은 영미권, 독일, 네덜란드 정도가 거론된다.

2.2.3. 오해

어떤 이는 높은 맥락의 문화권이 언어의 중의성 때문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거의 대부분의 언어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한 가지 잘못된 예로 "나는 너에게 익숙하다"라는 문장을 보면, 이게 곰곰이 생각하면 '내가 너를 익숙하게 생각하는지, 네가 나를 익숙하게 생각하는지' 불분명하다. "나는 무섭다"라고 하면 이게 '내가 남들에게 무서운 사람인지(I'm scary) 내가 무서움을 느끼는지(I'm scared)' 불분명하다. 영어로 예를 들자면 "It smells"는 "냄새가 난다"나 "그것이 냄새를 맡는다"일 수 있으며, "This robot sells"은 "이 로봇이 판다 (장사를 한다)"나 "이 로봇이 팔린다"일 수 있다. 이러한 모호성은 그 언어의 문화적 맥락성과 거리가 멀다.

또한 문화의 맥락성은 대상을 자세히 설명하려는 의지와도 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영어는 한 가지 대상의 의미가 잘 전해지지 않으면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의 성격과 설명에 대한 의지의 문제이며 문화적 맥락성과 거리가 동떨어져 있다.[2]

2.3. 심리학에서의 맥락

어떤 대상이나 정보 자체와는 별 관계가 없지만, 그것이 제시되거나 자극으로 기능할 때 함께 제시된 바 있는 다른 대상이나 정보.

예를 들어 동창회에서 "그때 우리 기억나? 수학여행으로 간 제주도에서 한 명이 사라져서, 다들 찾아다니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그게 누구였었지?" 라는 말에는 기억해내지 못하다가, "그 수학여행에서 네가 팬티를 안 가져왔었지" 라고 말하자 문득 "아, 이제 기억났다, 김XX 찾으러 갔었지!" 라고 말을 돌리는 뒤늦게 회상(recall)해내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어떤 기억을 인출(retrieve)하기 위해서는 그 기억과 함께 제시되었던 전후 맥락적 단서(contextual cue)들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지각심리학에서도 맥락은 굉장히 중요해서, 특히 시각적 정보들의 맥락이 이상하게 구성될 경우에는 오지각을 일으켜서 사실과 다른 지각을 하거나, 있는 걸 없다고 보거나, 없는 걸 있다고 보는 경우가 생긴다. 인간의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할 때, 인간의 가 맥락을 감안해 가면서 정보를 다룬다는 것.

인지심리학의 의사결정 관련 파트에서도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언급이 있다. 예를 들어, 값이 싼 대신 질도 안 좋은 로마산 비단이 있고, 값이 비싸지만 질은 확실한 중국산 비단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상황에서 가상의 상품을 하나 더 고려해서, 가격도 로마산보다 비싸고 질도 로마산보다 떨어지는 아프리카산(?!?) 비단이 있다고 가정하자. 로마산과 중국산 사이에서 로마 시민들은 어떤 비단을 사야 할지 갈등을 겪게 되겠지만, 아프리카산 비단이라는 제3의 상품이 맥락으로써 작용하게 되면, 이것보다는 적어도 확실히 우위인 로마산 비단을 구매하는 것이 어째 중국산 비단보다도 더 합리적인 구매결정이라고 느껴지게 된다고 한다. #


[1] 단, AI의 학습 능력은 때때로 인간의 맥락 파악 능력을 뛰어남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 기계 번역에 국한한 문제점이다. 예를 들어 야민정음 처럼 문자를 파자하여 암호처럼 문장을 만들더라도 AI는 이를 올바른 문장으로 해석할 수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2] 알기 쉬운 예시를 들자면 똑같은 영어권 국가라도 영국은 고맥락 국가, 미국은 저맥락 국가로 분류되는데, 이는 곧 언어적 특징이 맥락의 높고 낮음을 대변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