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6 18:29:15

프리스코어링

1. 설명2. 프리스코어링으로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1. 설명

prescoring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소리부터 먼저 녹음을 하고, 소리에 맞추어 작화를 하는 방식. 선녹음 후작화, 전시녹음라고도 한다. 일본어로는 줄여서 프레스코(プレスコ)라 한다. 반대말은 자주 들었을 법한 애프터 레코딩(アフレコ)

후시녹음으로 영상을 먼저 만들고 더빙을 하는 방식과 비교했을 때, 소리나 음악에 맞추어 생동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내기가 훨씬 좋다. 목소리로 감정 내는 분야에는 전문가들인 성우들이 각본을 읽으며 템포를 주도하고, 이후 녹음된 소리를 바탕으로 애니메이터들이 목소리에 맞춰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후시 녹음에서는 연출이나 작화감독이 대사를 읽으면서 시간을 재고 프레임 배분을 해서 영상을 먼저 만들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어 대사를 해야 하는 성우들에게는 연기에 큰 제약이 생긴다. 프레임을 삐끗하면 성우가 거의 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선녹음 방식이라면 성우가 훨씬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이렇게 녹음된 대사에 맞추어 애니메이션을 그려내면 목소리와 캐릭터의 일체감이 훨씬 높아지고 연기도 자연스러워진다.

단점은 시간과 돈. 장면을 소리에 맞추는 것이 소리를 장면에 맞추는 것보다 훨씬 시간을 잡아먹는다. 입 모양과 발음을 맞추는데 공을 들일수록 더더욱 시간을 잡아먹고, 그만큼 돈을 잡아먹는다. 거기에다 촉박한 스케줄 속에서 만드는 상황이라면 펑크가 나기 딱 좋고, 이는 곧 급조한 결과물로 나오기에 퀄리티의 저하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본과 제작 일정에 여유가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특히 디즈니)에서 프리스코어링을 많이 쓴다. 미국 애니메이션은 극장판 뿐만 아니라 심슨 가족이나 네모바지 스폰지밥,[1] 아처 등의 TV 애니메이션에서도 프리스코어링을 하며, 사우스 파크 같이 상대적으로 저예산인 TV판인데도 반드시 입 모양을 발음에 전부 똑같이 맞춰내기도 한다. 신대륙의 스케일. 그 만큼 미국 방송 시장이 큰데다가 같이 영어를 쓰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남아공 업체와 같이 제작하면 제작비가 절감될 수 있기까지 하니 가능하다.

미국과는 반대로 2D 애니메이션이 지배하는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의 모든 분량이 선녹음으로 만들어지는 일이 TV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OVA나 극장판에도 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오프닝과 엔딩은 노래가 정해진 후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진다. 애니메이션과 음악 제작이 병행되는 경우라면 먼저 가이드를 만든 후 가이드에 맞춰 영상과 노래를 동시에 만든다. 예컨대 이런 식. 8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친 시기에는 주로 극장판이나 OVA에서 작중 나오는 노래 부르는 장면을 프리스코어링으로 제작해 보는 사람에게 신선한 감정을 자아냈다. 이런 식으로 일본에서도 작품 전체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흔하다. 작중 삽입곡의 애니메이션을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스타일로 만들어 넣어서 영상 소프트도 더 팔아먹고 캐릭터 송도 더 팔아먹는 빈도가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 하지만 립싱크 역시 대사 발음에 맞추지 않고 입만 위아래로 움직이는 식으로 간단하게 한다. 이유는 당연히 제작비 문제가 가장 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연출 방식에서는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그걸 크게 신경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이유도 있다. 일본어는 a, e, i, o, u 다섯 모음의 입모양 이외의 입모양이 나오지 않고, 입만 뻐끔거리게 그려도 그리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차이가 적어 굳이 입모양을 맞추지 않기도 한다.

2000년대 넘어온 이후로는 제작환경이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도 프리스코어링 제작상의 여러 난점이 줄어들었으며, 그래서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지는 분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3D 같은 경우에는 문장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입 모양을 맞춰주는 식의 소프트웨어도 있으므로 만들기가 쉬워졌다.

한국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선 연상호 감독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며, 일본 연출가 가운데는 마츠오 코우, 야마사키 미츠에가 프리스코어링을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또한 Wall Su도 이 방법을 이용해서 김근육 시리즈를 제작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애니메이션은 특히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오카다 토시오는 이에 대해 영어는 입 모양까지 보지 않으면 무슨 단어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발음이 많아 입 모양을 관찰하면서 의미를 파악하는 구순 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프리스코어링을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래서 미국에선 일본 애니메이션의 작법에 적응하기 전에는 영어 더빙했을 때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입 모양이 똑같은 형태로 뻐끔뻐끔 움직이는 거에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느끼곤 했다고 한다. 반면 일본어는 그런 일은 적으며 감정을 돌려 말하는 일본 문화에 맞물려 대사보다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출이 발달되었으며, 제작 환경이 열악해 프리스코어링을 안 하고 만드는 애니와 '쿠치파쿠'[2] 연출이 대세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맞춰서 일본은 성우 연기도 입 모양을 안 봐도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 발성으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그 시장도 좁거니와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극히 드물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한국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 1위를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여담으로 루팡 3세 시리즈의 초대 루팡 성우인 야마다 야스오는 프리스코어링 더빙을 할 당시 '영상이 없으면 난 더빙 안 하겠다'고 하며 돌아가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자신을 비롯한 다른 레귤러 멤버 담당 성우들[3]은 연극 배우 시절의 짬이 있으니까 문제 없지만, 게스트 성우들에게는 오히려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해서 그랬던 거였다고 한다.[4]

2. 프리스코어링으로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1] 따라서 도시전설인 징징이의 자살에서 영상이 먼저 있고 성우가 더빙을 했다는 내용이 말이 안된다.[2] 입이 똑같은 모양으로 움직이고 성우가 거기에 맞춰서 후시 더빙하는 것.[3] 나야 고로, 코바야시 키요시, 이노우에 마키오, 마스야마 에이코.[4] 다만 혼자 주장하면 제작진들에게 그리 설득력을 얻지 못 할 것 같아서 제니가타 코이치 역의 나야 고로에게 "그렇죠? 고로 선배. 영상이 없으면 더빙 못 하겠죠?" 라며 동조를 얻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