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5-15 21:37:01

화소도


火燒島 / Island Of Fire

1. 개요2. 줄거리3. 평가 및 여담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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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홍콩에서 개봉한 액션 영화. 성룡, 홍금보, 유덕화 주연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 및 개봉했지만 공식적인 주연은 양가휘[1]이다. 다른 셋은 조연이라서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야 나오고 그마저도 허무하게 죽는다.[2]

탈옥을 소재로 해서 빠삐용의 장면과 설정을 그대로 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 '정체불명의 교도소에 잠입수사'한다거나 각 주연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마지막에 하나로 귀결되는 등 본작만의 개성도 나름대로 갖추고 있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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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들이 중국어 원판, 홍콩판, 미국판 등으로 모두 다른데, 한국어판은 홍콩판을 바탕으로 번역됐다.

경찰로 근무하던 왕위(黃偉 / Andy, 양가휘)는 어느 날 자신의 장인인 경찰청장이 암살자에게 살해당한 걸 목격하고 암살자를 뒤쫓지만, 그 암살자가 자동차로 도망치려다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에 죽자 의구심을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 동료와 함께 시신에서 나온 손가락 지문을 조회해 보니 이미 어느 교도소에서 몇 달 전에 처형된 범죄자였다. 이에 왕위는 일부러 술집에서 범죄자들을 두들겨패고 문제의 교도소에 수감되는데, 들어가자마자 경찰로 의심받고 죽을 뻔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이 교도소에서 조연급인 여러 범죄자들을 알게 된다.

먼저 아룡(大槌 / Steve, 성룡)은 원래 여자친구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카드 도박을 하던 한량이었는데 사기 의심을 받고 다른 도박사들과 싸우다가 그를 죽이는 바람에 교도소에 잡혀오고, 살해당한 도박사의 형제였던 강주(鋼珠 / Iron Ball, 유덕화)가 복수를 위해 자신도 범죄를 저지르고 문제의 교도소에 들어온다. 한편 존(劉世傑 / Fatty John, 홍금보)은 그 몸집답게 살갑고 어리숙해 보였지만 아들을 보기 위해 몇 번이고 탈옥한 전력이 있었고, 소주(朱家貴 / Charlie, 탁종화)는 허약한 안경잡이이긴 해도 왕위의 룸메이트로서 그를 잘 챙겨준다.[3]

아룡과 강주의 대립은 날이 갈수록 격화됐으나, 오랫동안 독방에 갇혔던 철대형(桂老大, 왕우)이 나오면서 일순간 바뀐다. 철대형은 거물급 범죄자이면서도 죄수들간의 의리와 화합을 강조했기에 그가 나오던 날은 온 교도소가 잔치 분위기였다. 철대형은 가장 말이 많았던 아룡과 강주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서 싸움의 원인을 따진 후, 칼로 자신의 팔을 대신 긋고는 "내가 대신 피를 흘렸으니 이 일은 이걸로 끝이다"라고 마무리한다. 왕위는 철대형에게 감화되어 그가 밥솥의 밥을 혼자 다 먹어야 하는 벌을 받았을 때도 끼어들어 도와줌으로써 다른 죄수들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철대형 역시 도로 보수작업 때 왕위의 말을 들어준다. 죄수들을 괴롭히기로 악명 높은 간수장이 '해 지기 전에 일 끝내면 나를 돼지라 불러도 좋다'고 했는데, 왕위가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누군가는 돼지가 된다'고 말하자 철대형을 비롯한 모든 죄수들이 힘을 합친 것. 결국 살수차의 물이 먼저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철대형과 다른 죄수들은 간수장을 보고 "야 저기 돼지가 화낸다"고 비웃는다.

그렇게 훈훈한 일상이 벌어지던 차에, 아들을 볼 겸 철대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존이 꾀를 낸다. 작업 중에 똥을 싸러 간다면서 갈대밭으로 가고 간수장이 일부러 총을 쏘자 식겁하여 여기 있다면서 갈대를 흔들었으나, 어느 틈에 거기를 벗어나 경찰차를 훔쳐 철대형을 태우고 도망간 것. 하지만 얼마 안 가 잡힐 게 뻔했던데다 철대형은 처량한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보고 교도소로 돌아가자고 한다. 마침 간수장을 비롯한 간수들이 그들을 잡으러 왔지만, 어째서인지 간수장은 철대형을 현장에서 죽여버리고 존에게 시체를 들고 감방 한가운데까지 가게 하여 자비를 베푸는 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존은 결국 또 탈옥을 시도하다 간수를 죽여버리는 바람에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구심점을 잃은 죄수들이 다시 혼란과 불안에 빠지자 간수장은 철대형의 오른팔 급이던 왕위도 죽이기 위해 어느 죄수를 포섭하여 왕위의 방에 있는 전구에 함정을 파 두지만, 불행히도 왕위보다 먼저 소주가 방에 들어가는 바람에 불타 죽고 만다. 격노한 왕위가 그 죄수를 구타하며 누가 그랬냐고 따지자 그 죄수는 간수장을 쳐다보고, 이에 아룡이 간수장을 쫓아가 구타하면서 폭동이 시작된다. 난리통 속에서 왕위는 끝끝내 간수장을 죽여서 소주의 원수를 갚지만, 그 책임을 물어서 왕위는 물론 아룡과 강주 역시 모두 처형된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그들은 어째서인지 비행기 안에서 깨어나는데, 알고 보니 교도소장이 사형되어 신분이 말소된 자들을 흑색 작전에 써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망자 처리가 된 왕위, 아룡, 강주, 존 4명은 '청룡대'가 되어 필리핀의 거물 마약상을 처리하러 파견되는데, 마약상을 죽이는 데엔 성공했지만 워낙 군벌들의 수가 많았던 탓에 아룡, 강주, 존 3명은 활주로에서 도망치다 죽고 먼저 비행기에 탔던 왕위만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렇게 동료들을 잃고 침울해진 왕위는 교도소장에게 약속받은 돈을 받으러 가지만, 사실 필리핀 마약상은 교도소장과 한패였고 교도소장은 입막음을 위해 왕위 역시 죽이려 한다. 영화 초반에서 청장도 교도소장의 비리를 거의 밝혀낼 뻔했으나 교도소장이 고용한 사형수에게 살해당했고, 그 사형수도 교도소장이 설치한 자동차 폭탄에 죽어서 처리된 것.

왕위는 분노해서 교도소장을 죽이려 했지만 영화 초반에 동료의 말대로 선을 지키기로 맹세한지라 단순히 '네 말은 다 테이프에 녹음됐다'고만 하고, 교도소장이 체포되는 걸 지켜본 후 조용히 경찰 생활로 돌아간다.

3. 평가 및 여담

줄거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가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혼란스럽다. 줄거리가 혼란스럽다기보단 거물급 배우들이 너무 많아서 분량을 나눠주기가 굉장히 까다로웠다고 해야 할 듯. 특히 일방적으로 쫓고 쫓기는 관계였던 성룡과 유덕화의 경우는 다른 조연배우로 퉁치고 넘어가든지, 줄거리에서 아예 빼 버려도 무방할 수준이다. 성룡이야 원래 의협심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페이크 최종보스인 간수장에게 달려드는 게 적절했지만, 유덕화는 별로 얼굴도 안 보이다가 같이 죽었다는 식으로만 나와서 뭔가 짬 처리(…)당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줄거리 자체도 상술한 탈옥의 고전 빠삐용 혹은 폴 뉴먼 주연의 폭력탈옥(Cool Hand Luke, 1967)을 베꼈다고 추정된다.

사실 제작자 란에 왕우가 들어 있고 성룡이 자신의 소속 문제로 삼합회까지 끼어든 상황에서 실제로 삼합회와 연줄이 닿은 걸로 알려진 왕우가 성룡을 구해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품 내에서 왕우의 위상이나 성룡의 비중이 왜 이렇게 됐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세한 것은 각 배우 문서 참고. 어쨌거나 국내 평점은 줄거리에 대해선 굉장히 말이 갈리긴 해도 배우와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이 자자하고, 성룡이 죽는 영화로 꽤나 유명했고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주연배우 전원이 삼합회의 협박으로 강제로 출연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양가휘는 당시 연인에 출연중이라 베트남에 머물고 있었는데, 출연을 거부하자 가족들을 감금하고 자신도 필리핀에 감금당하기까지 이른다. 결국엔 그의 아내가 삼합회와 직접 협상하여 내 남편은 지금 해외영화 촬영중이니 그 영화 촬영일정이 끝나면 출연하겠다고 담판을 지어 가족 전체가 목숨을 잃을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양가휘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연인' 촬영 기간동안 베트남 군인들을 대동한 삼합회 일당들에게 강제로 대만에 끌려다니며 억지로 출연했어야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 자신도 지쳐버린 나머지 홍콩에 도착하여 공항안 전화박스에서 가족들에게 울면서 전화했다는 일화가 있다.[4] 유덕화는 처음에 출연을 거부했지만, 삼합회 일당들이 시나리오와 총탄을 같이 건네며 출연하지 않으면 네 머리통에 이걸 넣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 어쩔수 없이 출연하게 되었다. 영화판에 삼합회가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며 그들과 최대한 싸우려 했던 홍금보도 삼합회의 무서운 협박에 의해 출연했다... 홍콩 배우들을 삼합회가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는 비하인드가 담긴 대표적인 영화이다.
[1]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그가 등장한다.[2] 이 영화 개봉 당시 한국에서의 양가휘의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지라 인지도가 아주 높았던 세 배우들이 주연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막상 세 배우들이 모두 죽고 양가휘가 끝까지 살아 내용을 전개하다보니 그가 이유없이 욕을 먹기도 했다. 얼마 후 프랑스 영화 '연인'이 세계적으로 대 성공을 거두며 한국에서도 양가휘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신작'신용문객잔' 홍보차 잠시 방한했었는데 기자회견장에서 '화소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단답으로 넘어가기도 했다.[3] 모종의 사건 때문에 왕위가 독방에 처박히게 됐는데, 소주가 자신이 배급 담당이 되자 왕위를 위해서 몰래 감자와 고구마를 잔뜩 넣어준다.[4] 이런 이유로 배우생활을 그만하자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