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근대 이후의 소설의 진행방법 중에서 사건을 연결하고 구성하는 작법론이다.3막 구조인 '발단, 전개, 결말'에서 시작되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5막 구조로 변형되었다. 동양에는 유사한 것으로 4단계로 이루어진 기승전결이 있다.
2. 5막 구조
구조 | 핵심 | 5막 구조 |
발단 | 사건의 실마리 | 인물과 배경이 소개되고 사건의 실마리가 제시된다. |
전개 | 사건의 출현과 갈등의 발상 | 사건이 전개되고 갈등이 발생한다. |
위기 | 갈등의 심화 | 새로운 사태가 일어나고 갈등이 심화된다. |
절정 | 갈등의 최고조 | 이야기의 전환점으로써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
결말 | 갈등의 해결 | 갈등이 모두 해소되고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된다. |
5막 구조란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이 어떤 갈등을 겪고 발전하는가를 나타내는 플롯이다. 원래 기본은 '발단, 전개, 결말'이지만 그 중 '전개' 단계를 이야기의 재미와 극적 갈등의 추구를 위해 두어번 뒤틀어서 위기 단계와 절정 단계까지 추가한 것이다. 그래서 위기 단계와 절정 단계의 극적 흐름은 전개 단계의 극적 흐름과 거의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자세한 것은 아래 문단들을 참고.
2.1. 도입(導入, Prolog)
필수적이진 않지만 작가의 취향, 기호, 의도에 따라 발단 단계 전에 선행하기도 하는 단계다. 하지만 보통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입을 제외한 나머지 단계로 5막 구조를 구성하고 있다.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어떤 강렬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스릴러에서는 누군가가 살해당한다든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1편에서는 갑자기 마법사들이 몰살당하는 장면 등이 있다. 혹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 중 한 장면을 미리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프롤로그 단계는 작가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 어떤 장면을 보여줄지 각양각색이다. 주인공의 독백이나 시를 쓰는 경우도 있다.
2.2. 발단(發端, Exposition)
발단은 인물과 배경을 소개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잘 짜인 발단은 독자에게 이야기의 방향성과 주요 사건의 기초를 제공하며, 전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1. 인물의 소개
인물 소개는 독자가 이야기와 주인공에 감정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매력 있는 발단은 주인공을 얼마나 흥미롭고 공감할 수 있게 그리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동정심이나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일수록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쉽다.
예를 들어, 소설 <노인의 전쟁>에서는 주인공이 노환으로 죽음을 앞둔 노인으로, 그의 평생의 반려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장면이 등장한다. 이처럼 주인공의 상실감과 슬픔을 강조하는 도입부는 독자가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이입하도록 한다.
이야기 속 인물은 일반적으로 주동인물, 반동인물, 주변 인물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 주동인물은 주인공과 그의 협력자로, 이야기의 중심 갈등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 반동인물은 주인공과 대립하거나 갈등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 주변 인물은 이야기의 배경을 풍부하게 하거나 주동·반동인물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은 보통 초목표(Super-Task)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의미한다. 러시아 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제안한 이 개념은 주인공의 행동 동기를 구체화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인공의 초목표는 대개 욕망이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열망으로 설정된다.
특히 인물의 소개는 중요한데, 바로 주인공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인물의 소개는 주인공이 어떤 문제나 위험에 처해있는지부터 쓰면 상황을 확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나 위험이 바로 사건이 실마리가 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 문제나 위험이 바로 구체적인 사건으로 실현된다.
2. 배경의 설정
배경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환경을 정의하며, 시간적, 공간적, 장르적 배경으로 나뉜다. 배경 설정은 독자가 이야기의 무대와 분위기를 이해하게 하며, 주인공의 행동과 갈등이 어떤 환경에서 전개될지를 보여준다.
- 시간적 배경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대적 맥락을 나타낸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시점을 기반으로 하는지가 결정된다.
- 공간적 배경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도시, 마을, 학교, 병원, 숲 등 실질적 공간이 이에 해당한다.
- 장르적 배경은 이야기가 속한 장르적 분위기와 설정을 의미한다. 예컨대 SF, 판타지, 미스터리와 같은 장르적 요소가 배경에 반영된다.
3. 사건의 실마리
사건의 실마리는 이야기의 중심 사건과 갈등을 암시하거나 예고하는 계기이다. 이 단계에서 독자는 앞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인지 감지하게 되며, 주인공과 반동인물의 대립 구도나 주요 갈등의 뿌리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가 거북이를 느리다고 놀리는 장면은 사건의 실마리이다. 두 인물 간 대립의 예고이다.
사건의 실마리는 이야기의 전반적인 방향성과 장르적 특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주인공이 어떤 능력, 목표, 혹은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지를 예측하게 된다.
4. 단계의 유연성
물론 모든 이야기에서 항상 이야기의 첫 장면으로 '발단 단계'가 집필되는 건 아니다. 작품에 따라서 전개 단계부터 집필하는 경우도 있다. 즉 사건부터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단 단계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을 먼저 집필하고,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발단 단계를 집어 넣는 것이다.
소설 마션에서는 첫 장면부터 주인공이 욕설과 함께 자신이 어떤 사건에 빠졌는지 보여주면서, 그 후 왜 이런 사건에 빠지게 되었는지(사건의 실마리),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인지(인물 소개), 이곳이 정확히 어떤 환경의 장소인지(무대 소개) 등등을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자세하게 알려준다.
2.3. 전개(展開, Complication/Development/Rising action)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일련의 갈등이 나타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단계에서 이야기의 긴장감이 높아지며, 인물들이 여러 갈등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드러난다.2.3.1. 사건
사건은 이야기의 첫 번째 변곡점이자,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사건은 일상을 뒤흔드는 식으로 등장 인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발단 단계에서 암시된 사건의 실마리가 전개 단계에서 구체적인 사건으로 발전하며, 이는 주인공의 초목표를 방해해서 갈등의 원인이 된다.1. 사건의 정의와 범위
사건은 단순히 뉴스에 나오는 사건사고 같은 외적인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부적 요소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주인공이 외압을 통해 일으킬 수 있다. 가령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참다 못해 우발적으로 해친다던지.. 이렇듯 사건은 등장인물의 내적 변화(생각, 감정 등)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더 나아가, 더욱 더 광의의 의미로써는 전개 단계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 역시 사건의 연장선으로 간주될 수 있다. 후술하겠지만, 갈등이란 애초에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과, 사건의 대리자인 반동 요소에 맞서는 것이기에, 갈등이 진행될 수록 사건이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넓게 보자면 갈등 또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건은 이야기에서 플롯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2. 사건의 역할
- 갈등의 시작점: 사건은 주인공이 여러 반동 요소와 마주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발단 단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점순이가 전개 단계에서 전쟁이라는 사건을 맞닥뜨린다면, 점순이는 그로 인해 전쟁 속에서 다양한 문제(군부와의 대립, 도덕적 기준 상실, 마을 주민들과의 충돌 등)를 겪게 될 것이다.
- 변곡점: 사건은 이야기의 첫 번째 변곡점으로, 평범하거나 정적인 상황을 흔들어놓는다. 예를 들어,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는 초반에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사건이 발생하며 모든 것이 급변하고 긴박해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3. 사건의 유형
사건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 외적 사건: 재난(지진, 화재 등), 사고, 모함, 실연, 따돌림, 파산, 임무 실패 등.
- 내적 사건: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 부끄러운 일의 폭로, 우발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범죄 등.
4. 작가의 관점에서 사건 구상
작가는 사건을 구상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 사건이 주인공에게 어떤 갈등을 만들어낼 것인가?
- 사건을 통해 주인공은 누구와, 무엇과 싸우게 될 것인가?
2.3.2. 갈등
갈등은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이 사건 혹은 사건의 대리자인 반동 요소와 맞서는 대립적 상황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에 맞서는 것이고, 사건 혹은 반동 요소는 대립자로서 주인공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기에, 이들 간에 대립적인 상황과 마찰이 빚어지는 것이다.그래서 갈등은 이야기의 밀도와 개연성을 높이며, 플롯의 진행을 가능하게 한다. 전개 단계는 갈등에 의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며, 주인공이 갈등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1. 갈등의 역할
- 스토리의 깊이: 갈등은 사건 해결을 단순히 빠르고 쉽게 끝나지 않게 만든다. 갈등이 없다면 이야기는 금세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갈등은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하여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든다.
- 개연성의 확보: 갈등은 이야기의 현실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소방관 주인공이 화재 현장에서 가족을 구출하려 한다고 하자. 이 과정에서 화재로 인한 열기, 연기, 구조물의 붕괴 등 방해 요소가 없다면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는다.
2. 갈등의 유형
갈등은 크게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으로 나뉜다.
- 내적 갈등: 인물의 심리적 갈등으로, 도덕적 선택, 가치관 충돌, 공포나 절망 등.
- 외적 갈등: 인물과 환경, 사회, 다른 인물 간의 갈등으로, 전투, 대립, 생존 등.
3. 갈등의 예시
발단에서 평범한 가장이자 소방관인 주인공이 있다고 하자. 전개 단계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아파트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때 주인공은 단순히 가족을 구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갈등을 겪을 수 있다.
- 열기와 연기에 의한 물리적 장애(환경과의 갈등).
- 무너지는 건물과의 싸움(위험 요소와의 갈등).
- 공황 상태의 주민들과의 충돌(사회적 갈등).
2.3.3. 전개의 구조
주인공의 대응과, 대립자의 방해는 갈등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다. 주인공은 사건 해결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응을 해야 하며, 대립자는 주인공의 목표를 막아서는 방해를 통해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이야기는 논리적 개연성과 흥미를 유지해서 위기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1. 전개 단계의 진행 형식
- 전개의 흐름: '사건이 발생(문제의 구체화)한다. → 주인공은 이를 해결하기로 결심해서 행동(대응)한다. → 그런데 대립자가 주인공을 방해한다. → 주인공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방해에 맞서 대응한다. → 대립자가 더 세게 방해한다. → 주인공도 다시 방해에 대응한다. → ...(반복)...' 이 과정이 반복되다가, 전개의 마지막은 주인공이 대립자의 방해에 끝까지 대응하며 마무리된다. 물론 이 형식은 절대적인 규칙이 아니라, 갈등을 전개하는 데 참고하기 좋은 '기준'이며, 갈등이 진행되는 '리듬'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소설과 영화가 이런 주거니 받거니 리듬을 기반으로 플롯을 전개한다.
- 이야기 속 갈등의 의미: 앞선 설명에서는 갈등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주인공을 가로막는 여러 방해 요소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갈등이란 단순히 주인공을 가로막는 장애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상, 주인공을 가로막는 요소와 주인공이 이에 대응하는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립적 상황 자체'가 갈등이다. 또한 구체화된 사건이 "갈등을 발생시키는 도구"라면, 갈등은 사건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과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주인공은 사건이나 사건의 대리자와 이야기 내내 지속적으로 싸우는 것이다.
- 구조화: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전개의 형식은 사실 간단하다: "사건이 발생한다 → 주인공이 맞서서 대응한다 → 대립자가 등장해 방해한다 → 주인공이 다시 맞선다 → 대립자가 등장해 더 세게 방해한다 → ...(반복)..."
- 갈등의 방향성과 긴장감: 갈등의 전개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대립자의 방해는 단순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마찰과 긴장감을 점점 더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대응 역시 자신의 목표(사건 해결)를 향한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대립자의 방해가 점점 더 강해지거나 복잡해지지 않으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대처는 목표와 연관되지 않으면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지고 산만해질 수 있다. 즉, 갈등은 사건 해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심화되고 고조되어야 하며, 이는 독자가 주인공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2. 주인공이 대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인공이 대응한다는 것은 사건이나, 대립자의 방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건이나, 대립자의 방해를 마치 풀어야 할 시험 문제라고 비유한다면, 주인공의 대응은 문제를 풀고 답을 적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낸 답이 '정답'인지는 이야기의 결말 단계에서 판명된다.
이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풀어야 할 문제(사건)가 있다 → 주인공이 답을 낸다(대응) → 대립자가 나타나 제출을 막는다(방해) → 주인공이 이를 돌파한다(다시 대응) → 대립자가 또다시 나타나 더 세게 방해한다..." 이러한 흐름이 반복되며 전개 단계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대응은 무작정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 해결이라는 목표와 방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주인공이 목표를 잊고 무작위로 움직이면 이야기는 논리적 개연성을 잃고 혼란스러워진다. 예를 들어, 독자들은 주인공의 목표와 관계없는 행동이 반복되면 "○○를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 그런데 왜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따라서 주인공의 대응은 사건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3. 대립자가 등장해 방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립자는 흔히 반동인물로 불리며, 사건의 대리자이자 여파로 작용한다. 그래서 갈등이 진행될 수록 사건이 구체화된다. 대립자가 등장해 주인공을 '방해'한다는 것은 대립자 등의 문제가 되는 요소가 나타나 주인공의 행동을 가로막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인공이 사건의 해결로 나아가는 흐름을 멈추거나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러한 방해는 외부적 요소(적의 공격, 자연재해 등의 외적 갈등)나 내부적 요소(두려움, 도덕적 갈등 등)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개 단계에서 갑작스러운 전쟁(사건)에 휩쓸린 점순이가 있다고 해보다. 그녀는 서둘러 집으로 도망친다. 대응한 것이다. 그런데 포탄에 맞아 부서진 집에 부모님은 사망했고, 점순이는 패닉에 빠져 그대로 주저앉는다. 이 부분이 바로 대립자가 등장해 방해한 것이다. 여기서 대립자라고도 부르는 문제적 요소는 '부모님을 사망시킨 포탄'이다. 차단된 주인공의 행동이란 '부모의 사망으로 인해 주인공이 패닉에 빠져 주저앉은 상황'이 된다.
다만, 막연히 아무 방해나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긴장감과 마찰을 점점 더 키우는 방향으로 방해가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개연성 있는 방해여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재가 난 상황을 생각해보자.
- 첫 번째 방해는 화재로 인한 열기일 수 있다.
- 이어서 방해는 점점 심화되어, 지독한 연기가 생겨나거나 건물의 구조물이 붕괴하는 상황이 된다.
4. 방해 설계에서 주의할 점
- 방해는 주인공의 목표(사건 해결)를 가로 막는 데에 중심을 둬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립자가 주인공에게 새로운 임무나 퀘스트를 부여하는 방식을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네가 이걸 원한다면, 내 부탁을 먼저 들어줘야 한다"는 식의 방해는 주인공이 초목표에서 벗어나 중간 퀘스트에 매몰될 위험이 있다. 이는 이야기의 중심을 흐트러뜨리며, 독자에게 산만한 인상을 줄 수 있다.
- 방해는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도전적인 것이어야 한다. 방해가 매번 같은 강도나 성격으로 반복되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예컨대, 화재 상황에서 첫 번째 방해가 열기라면, 이후 방해는 더욱 치명적인 연기와 구조물 붕괴 같은 더 큰 위험이어야 한다.
5. 여정에 대한 스토리
여정이란 많은 작가들이 플롯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특정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구조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며, 추격, 추리, 판타지, SF, 공포, 재앙, 일부 코미디와 액션이 없는 로맨스 장르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예를 들어, 소설 및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주인공이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운명의 산으로 떠난다. 간달프의 부탁, 정의감, 반지의 능력에 대한 두려움, 삼촌에 대한 걱정 등 수많은 외압 및 내압에 의해 결국 여정에 오른 사건이다. 영화 샌 안드레아스에서는 지진이라는 사건 속에서 딸을 구조하려는 주인공이 그녀가 있는 도시로 이동한다. 많은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서는 어떠한 사건 때문에 보물을 찾거나, 복수를 하거나, 성장을 위해 여정을 떠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여정은 보통 액션 요소를 통해 무료함을 극복하고 긴장감을 유지한다. 여정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전투와 갈등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주인공의 목표를 향한 여정에 현실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단, 여정과 액션의 균형을 유지하며 이야기가 초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여정과 액션의 혼합
여정 스토리의 큰 과제는 이동 과정의 무료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단순히 주인공이 이동하는 모습만 반복되면 독자는 흥미를 잃게 된다. 흥미로운 정보나 배경 설명을 여정 중간에 배치하는 기법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은 제한적이며, 자칫하면 소설이 아니라 세계관 설명문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정에 액션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액션은 갈등과 긴장을 만들어 독자의 몰입을 유지하게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기차를 타고 이동 중이라면, 단순히 기차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적들이 기차를 습격하는 상황을 넣어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 여정+액션 구조의 형식
여정과 액션이 결합된 플롯의 구조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형식이 된다: '사건이 발생한다. → (대응)주인공이 목적지를 향해 여정을 떠난다. → (방해)악당이 나타나 주인공을 공격한다. → (대응)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르고 승리한다. → (방해)전투의 여파로 길이 막히거나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 (대응)주인공이 새로운 길을 찾아 여정을 계속한다. → (방해)다시 악당이 나타나 공격한다. → (대응)주인공이 다시 맞서 싸우고 승리한다. → (방해)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 새로운 길을 찾는다. →...' 이 과정이 반복되다가 여정의 끝에 이르러 마무리된다. 이 구조에서 악당은 주 대립자로, 길을 막는 상황은 보조 대립자로 작용한다. 이 두 요소가 반복되며 긴장감과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 여정 속 액션의 목적
여정 중간에 삽입되는 액션은 단순히 이야기의 분량을 늘리거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액션은 여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그로 인한 긴장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이 여정을 떠났는데 단순히 길을 걷거나 기차를 타는 모습만 묘사된다면, 독자는 쉽게 흥미를 잃을 것이다. 반면, 이동 중간에 적과의 전투를 추가하면 이야기에 긴박감이 더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전투가 끝난 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다.
- 전투와 여정의 리듬
전투가 끝났다고 해서 "적들을 모두 물리쳤으니, 다시 슬슬 이동합시다" 같은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긴장감이 단절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투의 여파로 길을 막는 문제를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전투로 인해 다리가 파괴되거나 산사태가 발생하면,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때 주인공이 시간에 쫓기고 있다면, 긴박감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전투와 여정의 진행은 끊임없는 갈등과 문제 해결의 반복으로 구성되며, 주인공의 이동 자체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주요 축이 된다.
- 실질적 사례
이렇듯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순간, 수많은 갈등이 피어나며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이를 실제 출판된 소설의 사례로 살펴보자.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에서 주연 중 한 명인 데이비드의 서사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발단: 데이비드는 대학 교수로, 그의 연인 수잔은 암호학자이다. 어느 날, 수잔의 상사로부터 한 가지 임무를 부탁받아 스페인으로 떠난다.
- 전개: (사건 발생)데이비드는 스페인에 도착해 물건을 찾으려 하지만, 물건이 이미 사라져버렸다. → (대응)데이비드는 물건의 행방을 찾기 위해 CCTV 영상을 조사하고, 당시 물건이 있었던 곳에 있던 인물을 찾아 병원으로 이동한다. → (방해) 병원에서 데이비드는 해당 인물을 빨리 만날 수 없도록 막는 대기열이라는 방해 요소를 마주한다. → (대응) 데이비드는 대기열을 우회하기 위해 병원 접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인물을 찾는 데 성공한다. → (방해)데이비드가 인물을 만나지만, 그 인물은 데이비드가 기자로 오해하고 대화를 거부한다. → (대응)데이비드는 자신의 신분을 속여 인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 (방해) 데이비드가 정보를 얻는 순간, 간호사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데이비드를 방해한다. → (대응) 데이비드는 의료진의 방해를 피해 거리로 도망친다. → (방해)데이비드가 얻은 정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유의미한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 → (대응) 데이비드는 정보를 알 만한 업체에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알아보기 시작한다. → (방해) 하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 (대응) 업체들의 거절을 곱씹다가 힌트를 발견한 데이비드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 추적에 나선다....(계속)...
이렇듯 데이비드는 사건(수잔의 상사가 부여한 임무)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을 겪는다. 사라진 물건, 대기열의 방해, 대화 거부, 간호사의 개입, 추상적인 정보, 업체들의 거절 등 연속적인 갈등이 이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각의 갈등은 데이비드가 사건 해결로 나아가는 여정을 방해하지만, 그를 더 강하게 몰아붙이며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게 한다.
2.4. 위기(危機, Crisis/Climax)
위기 단계는 새로운 도전이 발생하고 갈등이 '심화'한 단계다. 새로운 도전이란 이야기의 두 번째 변곡점이며, 전개 단계에서 쌓여온 갈등들이 드디어 폭발한 사태로, 주인공이 바라던 사건의 해결을 결국 실패시키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 사태에 한층 더 긴박하게 맞서기 때문에 갈등이 한층 더 강화된다.1. 위기 단계의 사태란 무엇인가?
사태는 이야기의 반전으로, 한층 더 '거대한 일'을 뜻한다. 반전이란 지금까지 진행되던 상황을 뒤집거나, 주인공이 예상치 못한 도전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말한다.
위기 단계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곧 주인공이 사건의 해결을 실패했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주인공은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존 사건을 해결할 수 없기에, 이제는 사태에 더욱 긴박하게 맞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개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다양한 대립자의 방해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위기 단계에서는 사태라는 대립자와 싸우는 데에 집중한다. 이로 인해 위기 단계의 마지막도 주인공이 끝까지 사태에 맞서는 행동(대응)으로 마무리된다.
2. 위기 단계에 대한 <디지털 포트리스> 사례
댄 브라운의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에서 주인공 데이비드를 예로 들어보자.
- 전개 단계: 데이비드는 수많은 방해에 대응한 끝에 결국 원하는 물건을 찾아낸다. 이제 그는 이 물건을 수잔의 상사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임무가 끝날 상황이다.
- 위기 단계: 그러나 위기 단계에서 새로운 사태가 발생한다. 갑자기 암살자가 나타나 데이비드를 위협한다. 이 암살자는 새로운 대립자이자, 데이비드가 물건을 전달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이다. 데이비드는 도망치며 싸우고, 여러 페이지에 걸친 추격과 전투 끝에 결국 암살자를 처치한다.
3. 위기 단계의 특징
- 새로운 도전의 등장: 사태는 이야기에 반전을 가져오는 또 다른 변곡점이다. 이는 전개 단계에서 주인공이 벌인 갈등이나 업보가 쌓여 폭발하면서 발생한다.
- 긴장감의 강화: 주인공은 기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웬 사태에 집중해야 한다. 사태는 주인공의 행동을 강제로 멈추고, 갈등의 강도를 높인다.
- 주인공의 더욱 극적인 대응: 전개 단계가 다양한 대립자의 방해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위기 단계는 사태라는 새로운 대립자와 싸우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 과정은 주인공의 잠재력을 시험하며, 이야기의 절정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다.
- 위기 단계의 마무리: 위기 단계의 끝은 주인공이 사태에 끝까지 맞서는 행동으로 마무리된다. 이를 통해 주인공은 다시 기존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5. 절정(絕頂, Climax/Falling Action)
절정 단계는 이야기의 전환점이 제시되고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단계로, 결말로 이어지는 분기점이다. 이 단계에서 주인공은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사건, 사태, 갈등 )에 대한 원인인 또 다른 사태를 마주하며, 이후 모든 걸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최후의 행동(대응)을 실행한다.1. 전환점
절정 단계에서 전환점이란 위기 단계에서 일어났던 사태의 해결마저 실패시키는 또 다른 사태가 발생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사태는 지금까지 발생하고 겪은 상황(사건, 사태, 갈등)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일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전환점에 맞선다. 이를 최후의 갈등이라 하며, 긴장감이 최고로 치솟는다.
그래서 절정 단계도 전개와 위기 단계처럼 흐름의 끝은 주인공이 전환점에 마지막까지 대응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지만,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해결책이 직접 등장한다는 소소한 차이점이 있다. 해결책은 주인공이 전환점을 마주친 절망 속에서 최후의 행동을 준비하던 순간에 떠올리거나 마주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주인공은 절정 단계에서 모든 것을 거는 것이다.
2. 사례 분석
(1)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
* 위기 단계: 암살자를 물리친 데이비드는 현장에서 탈출한다.
* 절정 단계: 그런데 또 다른 암살자라도 있는 것인지 그는 갑작스럽게 총을 맞고 쓰러진다. 데이비드가 총을 맞은 이유는 아군이 어떠한 이유로 그를 보호하기 위해 벌인 행위였다. 이때 아군은 데이비드에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작업을 요구한다. 데이비드는 이 해결책을 실행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이후 결말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 위기 단계: 암살자를 물리친 데이비드는 현장에서 탈출한다.
* 절정 단계: 그런데 또 다른 암살자라도 있는 것인지 그는 갑작스럽게 총을 맞고 쓰러진다. 데이비드가 총을 맞은 이유는 아군이 어떠한 이유로 그를 보호하기 위해 벌인 행위였다. 이때 아군은 데이비드에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작업을 요구한다. 데이비드는 이 해결책을 실행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이후 결말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2) 영화 패신저스
* 발단: 주인공은 우주 이민을 위해 동면 중이었으나, 도착했다는 알림에 깨어난다.
* 전개 단계: (사건)하지만 혼자만 깨어난 것이었고, 도착은 아직 90년이나 남았다. 그래서 주인공은 혼자만의 고립감을 견디다 못해 다른 사람을 깨우고 함께 우주선의 삶을 즐긴다.
* 위기 단계: 주인공이 일부러 다른 사람을 깨운 사실이 밝혀져 미움을 받는다. 그는 최선을 다해 사과한다.
* 절정 단계: 갑작스러운 우주선 중력 고장이 발생한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고장의 원인이 동력 엔진의 문제임을 발견한다. 이 해결책을 바탕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동력 엔진을 고치고, 이후 결말 단계에서 행복하게 우주선의 삶을 살아간다.
* 발단: 주인공은 우주 이민을 위해 동면 중이었으나, 도착했다는 알림에 깨어난다.
* 전개 단계: (사건)하지만 혼자만 깨어난 것이었고, 도착은 아직 90년이나 남았다. 그래서 주인공은 혼자만의 고립감을 견디다 못해 다른 사람을 깨우고 함께 우주선의 삶을 즐긴다.
* 위기 단계: 주인공이 일부러 다른 사람을 깨운 사실이 밝혀져 미움을 받는다. 그는 최선을 다해 사과한다.
* 절정 단계: 갑작스러운 우주선 중력 고장이 발생한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고장의 원인이 동력 엔진의 문제임을 발견한다. 이 해결책을 바탕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동력 엔진을 고치고, 이후 결말 단계에서 행복하게 우주선의 삶을 살아간다.
3. 주의할 점
- 해결책의 개연성: 해결책의 정체는 다양할 수 있지만, 개연성 있는 등장이 중요하다. 해결책이 지나치게 우연적일 경우,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고 소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된다. 해결책은 이전의 갈등과 사건에서 축적된 결과로 자연스럽게 도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야기의 논리적 완결성이 유지된다.
- 주인공의 최후 행동: 주인공의 최후 행동은 반드시 선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주인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행동이 선하거나 악한 선택이 되더라도, 이는 이야기의 주제와 부합해야 한다.
- 주제와의 일관성: 희망을 주제로 한다면, 주인공은 선한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비판한다면, 주인공이 더 추악한 수단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절충적 접근에선, 주인공의 행동이 선과 악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이야기는 "과연 이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
이렇듯 절정 단계는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라고 한다. 지금까지 일들의 모든 원인인 최후의 사태를 마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맞서서 대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해결책도 등장하며, 주인공은 이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러나 해결책의 개연성과 주인공의 행동이 이야기의 주제와 일관되게 설계되지 않으면 작품은 설득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적절히 설계된 절정 단계는 이야기를 감정적, 극적으로 완성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2.6. 결말(結末, Conclusion/Resolution/Denouement)
이야기의 결과로, 주인공이 절정 단계에서 벌인 최후의 행동에 의해 정말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는지 보여주고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한다. 때론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상황이, 실패한 사건을 도로 해결하는 상황으로 그려지기도 한다.그런데 만약 결말에서조차 갈등이 전부 해소되지 못한다면 배드 엔딩이 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모두 끝난 줄 알았던 갈등이 도로 일어나면서[1] 주인공은 진정한 절망에 빠진다. 또는 결말에서 갈등이 모두 해소된 후, 주인공은 초목표를 향해 달려갔지만, 결국 초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인물들 간의 관계가 망가지는 식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면 중과부적 엔딩이 된다.
이렇듯 결말은 갈등(행동)의 결과가 어떤 지에 따라 혹은 다른 인물들의 평가가 어떠한 지에 따라 최종적인 결과가 결정된다. 게임으로 치면 해피 엔딩/배드 엔딩의 여부나 최종 통계를 내는 단계다.
"결정"된다고 강조한 이유는 문서에서 몇 번 언급했듯 독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말이 주인공의 욕망과 관계가 있었는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부분은 없었나?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했는가? 이는 작품 외적인 면에서 더욱 중요한데,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악한 수단을 썼는데 행복해졌다'처럼 사회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만한 전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단적인 예로 개봉 당시 모방범죄까지 우려되었다는 영화 조커가 있다.
3. 영미권과의 비교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Exposition, Inciting Incident, Rising action, Climax, Falling action, Conclusion으로 나눈다. 이때 우리나라의 플롯 단계와 대응하면 다음과 같다.- Exposition: 발단
- Inciting incident: 사건
- Rising action: 전개
- Climax: 절정
- Falling action: 전환
- Conclusion: 결말
이렇게 Exposition은 우리나라의 문학론과 동일한 '발단' 단계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Inciting incident에서부터 1대1 대응이 조금 곤란해진다. Inciting incident는 바로 '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전개 단계의 시작을 알리는, 다시 말해, 전개 단계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요소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Inciting incident를 Exposition과 Rising action을 잇는 분수령으로 여기며, 보통은 Exposition의 마지막에 일어나는 요소로 여겨,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한다.
또한 영미권에서는 우리나라 플롯에서 제시하는 위기 단계를 Rising action의 일부분으로 판단해 별도로 분리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플롯에서는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최고조의 갈등과 이에 대한 해결을 절정 단계로 묶어버렸다. 그러나 영미권에서는 Climax에서 최고조의 갈등이 일어나고, Falling Action에서는 결말로 향하도록 모든 것을 정리한다.
그렇게 마지막 Conclusion에선 정말 모든 것들이 해결되었는지를 나타낸다.
그래서 3막 구조로 배분할 때도 미묘하게 다르다. 영미권의 1막에서는 Exposition과 Inciting incident를 제시하고, 이야기의 대부분의 길이를 차지하는 2막에서는 Rising action과 Climax를, 마지막 3장에서는 모든 것을 해결하고 정리하는 Climax와 Conclusion이 있다.
물론 엄밀히 구조를 하나하나 분리하며 따지면 대응이 곤란하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어차피 '순서'는 똑같다. 다만 기준이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물, 배경을 소개한 다음에 사건을 일으키고 갈등을 벌인다. 다만 이를 발단(인물, 배경 소개), 전개(사건과 갈등), 위기 단계...등 으로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영미권에서도 똑같이 인물, 배경을 소개한 다음에 사건을 일으키고 갈등을 벌인다. 다만 이를 Expositon(인물과 배경 소개, 사건), Rising action(갈등과 위기 단계)... 등으로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4. 예시
#1 | <릭 앤 모티> |
발단 | 릭의 가족들은 평범한 식사 중이다. |
전개 | 집에 외계 기생충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기생충들을 선별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기생충들이 기억을 침투해서 혼동을 준다. 그래서 기억을 골라내려고 서로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사하지만 그럴 수록 기억 침투가 더 거세진다. |
위기 | 집에 기생충들이 가득 차게 된다. 그래서 계속해서 기억을 떠올린다. |
절정 | 다들 기생충에게 잠식 당하려는 때, 가족 중 한 사람이 기생충들의 약점을 알아내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사냥한다. |
결말 | 기생충들을 모두 무찔러서 가족은 정상화된다. |
#2 | <그래비티> |
발단 | 나는 우주인이다. 미국 위성을 고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위성이 폭발했다는 경고를 듣는다. 그래서 피할 준비를 한다. |
전개 | 경고 대로 러시아 위성 파편이 날아온다. 나는 일단 피한다. 러시아 위성 파편들은 거의 해일처럼 밀려오고, 나는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이때 동료의 도움을 받고 함께 파편을 헤쳐 나간다... |
... | ...생략... |
결말 |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
#3 | <우투리> |
발단 | 우투리가 태어난다. 그는 신묘한 힘을 가졌다. 마을 사람들을 돕고 산다. |
전개 | 그런데 왕이 찾아오고 임무를 내린다. 그래서 그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임무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왕의 명령이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전투를 벌이며 임수를 완수하고 돌아간다. |
위기 | 그런데 왕이 우투리를 배신했다. 우투리는 살해당한다. 우투리 부모는 우투리의 무덤을 짓는다. |
절정 | 왕이 우투리 마을을 공격한다. 그때 우투리가 부활해서 왕과 그의 군대를 무찌른다. |
결말 | 우투리는 진정한 영웅으로써 천상에 간다. |
#4 | <콩쥐팥쥐전> |
발단 | 콩쥐에겐 계모와 이복누이 팥쥐가 있다. |
전개 | 그런데 계모와 팥쥐는 콩쥐를 괴롭힌다. 콩쥐는 계모와 팥쥐의 괴롭힘을 견디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계모와 팥쥐는 더더욱 콩쥐를 괴롭힌다. 콩쥐는 이를 악물며 참는다. |
위기 | 그런데 급기야 그들은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시킨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한다. |
절정 | 그런데 시간이 늦었다. 독에 물이 채워지지 않는다. 콩쥐는 이겨낼 수 없어서 좌절한다. 그때 동물들이 나타나 콩쥐를 도와준다. 선녀의 명령을 받은 동물들이었다! |
결말 | 선녀는 계모와 팥쥐에게 벌을 준 다음, 콩쥐와 함께 천상에 간다. |
#5 | |
발단 | 나는 평범한 마을 청년이다. |
전개 | 그런데 어떤 일을 계기로 보물 탐사를 결심한다. 그래서 사원을 찾아가서, 보물을 탐색하며 악당들과 사투를 벌이며 보물에 점점 가까워진다. |
위기 | 그런데 보물은 존재하지 않고, 동료들은 악당들에게 붙잡힌다. 청년은 혼자 겨우 탈출한다. |
절정 | 그런데 웬 세력들이 나타나 청년을 붙잡는다. 청년은 알고 보니 자신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들과 함께 동료들을 구한다. |
결말 | 보물을 얻으러 간 악당들은 사원이 무너지며 모두 잔해에 깔려 죽는다. 주인공 일행은 사원 잔해에서 진짜 보물을 찾는다. |
#6 | <별주부전> |
발단 | 자라가 사는 바다엔 용왕이 병이 걸려서 위독하다. 의사가 토끼의 간을 먹으면 병이 치료할수 있다고 했다. |
전개 | 자라는 용궁 측에서 토끼를 데려오란 임무를 받는다. 그래서 자라는 육지로 가서 토끼를 만나고, 토끼를 속여서 용궁으로 데려온다. |
위기 | 그런데 토끼가 간은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토끼와 함께 육지로 간다. |
절정 | 토끼는 자라를 배신하고 떠난다. 자라는 토끼를 찾아 헤맨다. |
결말 | 자라는 결국 토끼를 찾지 못해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해 말라 죽는다. (이 외에 여러가지 결말이 있다 여기참고.) |
5. 플롯의 연결 방식
플롯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거나 플롯에서 대적하는 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서로 다른 플롯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여러 서브플롯을 어떻게 이어붙이냐에 따라서 플롯의 종류가 달라진다.- 단일구성: 단일구성은 이름 그대로 한가지 주제, 한 명의 주인공이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한 명의 적과 대적하여 '발단~결말'의 5막으로 구성된 플롯을 한 번만 사용한다.
단일구성으로 소설의 전개를 늘릴 때는 전개, 위기, 절정의 내용을 이루는 각각의 일련의 행동을 더욱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해서 내용을 늘린다.
- 복합구성: 주인공의 플롯에 더해 다른 주역의 플롯까지 집필한다. 즉 단편 소설이 주인공 하나가 한가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며 한가지 갈등에 처한다면, 복합구성은 주인공 외의 주연급 캐릭터도 저마다의 목적이 있고 갈등이 있으며 이들을 가로막는 적들도 다르다. 영화나 보통의 장편 소설에서 많이 사용한다.
- 국내 드라마나 웹소설, 웹툰에서는 복합구성과 피카레스크를 융합시킨 변형 복합플롯을 사용한다. 기존 복합플롯에서 주역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느라 주인공과 다소 떨어져 있는 반면, 한국식 복합플롯에선 주인공이 다른 주역의 스토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전체 갈등을 이끌어나간다.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같은 영화 시리즈는 권선징악이라는 대주제만 동일하고 각 편마다 다른 주역과 적의 갈등을 다루는 복합플롯이다. 케빈 파이기가 초를 잡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피니티 사가를 구성하는 영화들은 많지만, 큰 틀에서 보면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 해당하는 줄기이고 나머지 영화는 주조역 히어로 개개인의 내러티브를 만든다.
어벤져스(영화) 이전까지의 솔로 무비들을 통해 소개된 히어로들끼리 어벤져스라는 명칭 하에 동맹을 맺는 것이 발단이 되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해결하면서 히어로들의 팀워크가 공고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다가, 히어로들 간의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발발하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라는 절정[2]최악의 사태를 맞이한다는 점에서도 "절정"이라고 볼 수 있다.]-다시 말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지만, 결국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여러 과정을 거쳐 굿 엔딩으로 결말을 내는 흐름.
그리고 인피니트 사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드게임은 이후 사가를 진행하기 위한 새로운 발단이 된다. 승리의 비결을 얻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났더니 그 시점의 로키가 탈주하면서 새로운 드라마의 발단으로 작용한다던가.]
- 피카레스크식 구성: 하나의 주제, 한 명의 주인공이지만 플롯이 여러개다. 즉 주인공이 대적하는 적과 갈등이 매번 달라진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은 수사물이나 의학 드라마다. 수사물에선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다른 범죄를 해결해야 하고, 의학 드라마에선 에피소드마다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 수사물과 의학드라마의 문법을 많이 차용하는 대부분의 서구권 드라마에서 사용한다.
- 고전 대서사시는 피카레스크 형식을 많이 따른다. 큰 흐름은 이어지더라도 에피소드/챕터마다 다른 강적과 대결한다. 또한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액자식 구성 등의 방법으로 어떻게 나열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여기서 메인 갈등이 달라지는 지점을 기준으로 서브플롯을 구분한다. 분량이 짧다면 하나의 에피소드로 소설의 전 영역을 커버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갈등 곡선이 단 하나의 봉우리(절정부)만을 그린다. 요즘 소설은 다중 에피소드 방식이 대세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갈등 곡선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승하는 산맥 모양을 그린다.
- 옴니버스식 구성: 하나의 주제, 여러 주역들로 에피소드마다 다른 플롯을 전개한다. 주로 개그물이나 호러물에서 사용한다.
- 액자식 구성: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두는 방법이다.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혹은 피카레스크식으로 에피소드를 나눠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중심 이야기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만든다. 즉 1번 에피소드의 발단은 중심 이야기의 발단, 2번 에피소드의 발단은 중심 이야기의 전개... 이런 식이다. 그리고 다시 각 에피소드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야기를 세분화한다.
6. 글쓰기 조언
- 에피소드들의 나열과 배열에 따라 캐릭터들의 행적과 인간관계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캐릭터 붕괴가 일어나기 때문에, 본문 위에서 언급했던 '사건-캐릭터 네트워크'를 보며 복기하는 것이 좋다. 이 작업이 너무 귀찮고 복잡하다면, 다 잊어버리고 하나만 생각하라. 소설은 치밀하게 계획된 연극 무대이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는 배우이며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그렇다면 대본 작가가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하는 것은 배우다. 대본이 마음에 안 들면 배우가 출연을 거부하듯이, 당신의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 보자. 당신 소설 속에 캐스팅된 모든 가상의 배우가 자기 배역에 만족하는가?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독자들도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다.
- '주제' 문서에 초보 작가에게 추천하는 방법으로 에필로그와 시놉시스를 먼저 쓰라는 조언이 있었다. 주제를 잡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거기서 언급한 에필로그는 바로 5막 구조에서의 결말부에 해당한다. 즉 플롯을 작성할 때의 순서는 프롤로그부터가 아니다. 에필로그-클라이맥스-프롤로그-나머지 순서로 플롯을 작성한다. 에필로그, 클라이맥스, 프롤로그를 합쳐서 요약한 게 바로 시놉시스다. 시놉시스와 영화의 티저 예고편은 전혀 다른 것이니 착각하지 말 것! "웬 난동 피우는 드래곤 때문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박살 났다. 이에 분노한 용사는 검게 그을은 검을 들고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데..."라고 끝맺으면 티저 예고편[3]이고, 여기에다가 모든 스포일러 다 포함시키고 결말까지 쓰면 시놉시스가 된다. 주제가 목적지라면 시놉시스는 여행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 전문용어를 전부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설의 목적지를 정하고(에필로그), 주인공의 최종 성장을 정하고(클라이맥스), 주인공의 시작 상태를 정하고(프롤로그), 그리고 시작 상태에서 최종 성장까지의 여정을 정하라는(나머지) 것이다. 반대로 하면 상술한 대로 결말을 찾지 못해 방황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소설작법에 번역된 '픽사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22가지 법칙들'의 7번을 참고할 것.
[1] 혹은 모두 한 번에 일어나기도 한다.[2] 정확히 말하면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블랙 팬서 같은 히어로들이 합류하면서 대단원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절정이라고 볼 수 있고, 소설의 구성단계라는 관점에 따라[3] 영화의 예고편 영상을 생각해 보자. 결말은 쏙 빼놓고 이야기의 도입부와 쾅쾅 터지는 클라이맥스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