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선거 시기 민주통합당이 게재한 대선 홍보물.낮은 수준, 극단적인 내용, 전체주의스러운 깨시민 의식이 엿보이는 등 여러 요소 때문에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민주통합당 및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와 표를 갉아먹는 역효과만 가져왔다. 결국 이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을 주는 양상이 되었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선거 홍보 전략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얘기할 정도였다.
2. 내용
2.1. 1: 가화만사승
본래 의도는 '투표는 가장 중요한 권리 행사다'였던 것 같지만, 투표가 가장 중요한 국민의 권리 행사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고 대선 홍보물인 만큼 투표에 참여하라고 권유하는 것 자체도 문제는 없지만, 온 가족이 목청을 높여 아들을 질책하는 강요처럼 묘사되어서 문제가 되었다. 투표는 시민의 권리지, 의무가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한 단순한 투표 권유였으면 그래도 그림이 의도를 잘못 전달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용도 문제였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선거가 승리로 이어진다고 적었는데 선거가 승리로 이어지는 건 민주당(문재인) 관점의 이야기다. 심지어 단순히 투표하라는 정도가 아니라 누굴 찍을지 물어보면서 비밀투표의 원칙을 어겼다. 결국 문재인을 뽑도록 가족들이 강요하는 것으로 읽히는 황당한 내용이 되었다.
2.2. 2: 대선왕따
인'관'관계는 인'간'관계의 오타로 추정된다. 대선 홍보물에 오타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면 왕따를 당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적었다. 지지하는 후보 때문에 왕따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읽힐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문제가 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대한민국에서도 왕따와 집단괴롭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적 신념이 다르면 왕따가 이루어져도 된다는 식의 홍보인데 어떠한 이유에도 정당화해서는 안 될 것을 희화화했다.
2.3. 3: 최후통첩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지 개인 스스로 결정할 권리고 연인을 상대로도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성향이 다르면 서로 힘든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꼭 정치 성향이 같아야만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삶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은 돈, 학벌, 직업, 외모보다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는데 말 자체만으로 보면 틀린 것 같지 않지만 문제는 지지 후보가 다른 점을 삶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과 같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적 호불호는 선명하게 나눌 수 없는 것이고 일생에 걸쳐 정치관은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임에도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방향이 다르다는 거창한 표현을 갖다 붙이는 건 누가 봐도 무리수였다.
2.4. 4: 미래형 펀드
그나마 이건 별로 문제가 없다. 문구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을 강조했기 때문에 이는 문재인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우리에게 투자해 주지 않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식의 진영논리를 교묘하게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 말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관용 표현일 뿐이다.
즉, 다른 포스터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지만 문제가 많은 요소들에 섞여있으니 이 포스터도 곱게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던 요소였기에 대선생활백서의 여러 파트들 중 이 부분만 문재인 1번가에서 이용됐다. 이 포스터에서 이야기한 미래형 펀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이어졌다.
2.5. 5: 메뉴 단일화
당시 야권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는 내용. 정치적인 내용을 배제하고 이야기하면 누가 무슨 취향으로 메뉴를 주문하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이다. 단순히 빨리 온다는 이유로 메뉴를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유럽에서 역시 어느 정당이 이런 식으로 단일화, 합당으로 세를 불린 전적은 있었다.
2.6. 6: 직장동료 포섭하기
개개인의 성격과 특정 후보 지지는 아무 상관 없지만 메신저나 카카오톡으로 누구를 다른 당 지지자라며 소문낸다는 건 정치적인 왕따 행위이며 정치 성향을 개인 인격과 연결해서 단정 짓고 그것을 왕따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물리력을 쓰지 않는 폭행이다. 이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는 꼰대 행위이며 통계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특정 당 찍으라고 하는 상사'를 싫어한다.
2.7. 7: 남친 길들이기
3번과 거의 비슷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게 '젊은 여성층이 문재인 지지율이 높으니 젊은 남성층도 끌어들이도록 만들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애초에 젊은 세대는 문재인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정말로 그런 의도였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18대 대선 결과 분석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성별은 별로 의미가 없고 연령대가 훨씬 더 큰 변수로 나타났다. 즉, 제목이 '남친 길들이기'라도 꼭 여성을 끌어들이려는 것보다는 그냥 '주변 사람을 자신과 같은 사람을 지지하게 끌어들여라'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로 여성이라는 성별을 무기로 투표에 영향을 끼치려 한 것이었다면 이건 굳이 더 설명할 것도 없이 심각한 여성혐오임과 동시에 '남친을 길들인다'는 표현에서 보이듯이 남성혐오로도 문제가 된다.
여담으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라는 운동을 주도한 적이 있었는데 적지 않은 페미니스트들이 지지했다. 당연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여성성을 상품화하고 무기로 전락시키는 행동이라서 큰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기여하였다.
2.8. 8: 아버지 설득하기
자기 편을 만들기 위해 지연, 학연, 혈연을 적극 활용하라는 반민주적 발상에 부모 세대를 우민으로 조롱하고 그들의 보수 성향을 교화 대상으로 매도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정책 공약이나 인물을 보고 뽑으라는 기본 개념도 없다. 나이 지긋한 아버지의 판단력과 정치관을 '고향 옆에서 군 생활 한 것, 5촌 당숙부와 같은 초등학교 다닌 것, 귀가 닮았다는 등의 이유로 후보를 찍는 수준'으로 묘사하면서 심각하게 깔아뭉갰다. 이는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는 걸 비꼰다고 보기에도 너무 괴이하고 그냥 부모 세대를 정상적 사고조차 못하는 인간으로 조롱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또 위 모델의 포즈나 표정, 붓글씨로 써 놓은 '한 일(一)', 제목의 아버지 설득하기'1' 을 볼 때 '노인=1번만 찍는 꼰대'로 묘사했으며 개인의 자유이자 생각의 차이로 인정할 보수적 정치관을 '반드시 교정할 오류'로 몰아갔다.
게다가 '청중년층들은 당연히 민주통합당에 투표하고, 장노년층들은 당연히 새누리당에 투표할 것'이라는 깊숙이 뿌리 박힌 고정관념도 내포되어 있다. 우선 이것 자체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긴 하다. 어디까지나 실제 선거 결과나 설문조사 등을 보면 연령대별 차이가 나타나는 게 사실이라는 뜻이지만, 민주당은 과거에 정동영이 막말했다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겪어봤을 건데 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이런 걸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편견과 선입견에 휩싸였다는 뜻밖에 안 되고 보수적인 청년층이나 진보적인 중, 노년층 같은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였다. 심지어 후자는 자신들의 지지층이었는데도.
3. 종합
대한민국 헌법 제17조 :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 :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 :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대선생활백서는 대선 홍보물로는 명확한 수준 미달이었던 데다가 헌법과 민주주의의 근본마저 부정했으며 이 홍보물의 제작자들이 다른 후보를 찍는 유권자를 동등한 시민이 아니라 교정할 우민 내지는 짓밟아야 할 적으로 보는 국개론적 인식을 지니고 있었음을 명백히 드러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고 왕따를 종용하고, 직장 동료를 윽박지르고, 부모 세대와 적대감을 조장하고, 심지어 가장 소중한 공동체인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불신을 부추기는 절대로 정상적인 행동 지침이 아니다.
문제는 이게 일부 극렬 지지층이 벌인 독단적인 작업물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심사를 하고 민주통합당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시된 대선 홍보물이었다는 것이다. 기안 작업부터 최종 결재까지 관여한 민주통합당 내부 인사 중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볼 때 문제가 심각한 이 홍보물에 대해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음[1]을 알 수 있다. 대선생활백서가 인터넷에 퍼지고 사태 파악을 뒤늦게 한 민주통합당 측에서 부랴부랴 게시물을 내렸지만 그는 이미 늦었다.
4. 등장 배경
86세대에서부터 이어진 친민주당, 깨시민층은 자기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을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후손이자 독재 정권 기득권 세력'과 '지지하는 사람들을 우민들'이라고 주장하다가 결국 본인들이 그걸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자는 어떠한 수단이라도 동원해서 파괴해야 할 존재로, 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섭 및 교화 내지는 비하의 대상으로 규정했다.'포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개 간첩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인데 이런 부정적인 뉘앙스에 가까운 표현을 당당히 선거 홍보물에 썼다. 대선생활백서처럼 지지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홍보물이라면 지지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뉘앙스의 표현을 골라서 쓰게 마련이지만 일반인들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고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보통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는 포섭을 선거 홍보물에 써서 일반인의 정서와 심각한 괴리를 보얐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고 여야 간에 평화적 정권 교체가 두 번이나 이루어질 정도로 최소한 제도적 민주주의는 상당히 진전되었다. 설령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해봐야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도권 정치, 합법적인 정치활동의 폭이 넓어졌는데 이들은 아직도 적과 아군을 명확하게 가르고 비합법, 반합법적인 방식으로 독재정권타도를 외치면서 투쟁하던 시절의 '586 운동권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비판은 중도 개혁 세력 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계속 나왔다. 본인들이 주장하는 소위 '보수 기득권 세력'을 완벽하게 끌어내리지 못했다고 이들은 믿고 있으며 1987년 6월 항쟁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아직도 상대 진영을 수구세력이라고 선동하며 그들에 대한 탄압에만 혈안이 된다는 것이다. 6월 항쟁 이후 세대들도 이런 정서를 계승한 것은 똑같으며 때문에 아직도 스스로를 머리띠 매고 거리를 누비던 운동가로 착각하면서 그 시절의 경험과 정서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화석처럼 되어 버렸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양극화, 비정규직, 갑질, 국민연금, 부동산 등에 대해선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데 86세대가 민주화에 기여하기는 했어도 나이를 먹으면서 경제적 기득권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홍보물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인권 의식이 허접한지 보여주기도 했다. 애초에 정치적 신념의 자유는 자신에게 혐오스럽지 않은 사상만 관대하게 봐주는 것이 아니다. 설령 김정은이나 전두환을 찬양하더라도 그 자체는 존중받아야 할 신념이다. 물론 그 신념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자유지만 수단과 방법이 상당성을 벗어나서는 안 되며 생각할 자유마저 억압하는 것은 폭력이다. 이 홍보물에 나온 수단들은 비록 직접적 사상 억압 수단은 아니지만 사적이고 거칠지 않은 폭력에 가깝다. 평소에 다원주의를 주장하면서 막상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주장이 나오면 용납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적대하는 두 정치적 진영이 격렬한 정치적 구호로 싸우지만 정작 정치적 진영끼리의 정책의 차이는 크지 않고[2] 이념적으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국민이나 국익, 탈이념, 중도, 실용 따위의 표현을 아주 선호한다는 점이 어떤 이유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운동권 출신의 민주당계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대다수가 정치 경제적으로 급진적인 것도 아니며 다르게 말하면 중도진보나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졌기에 제도권 정치인이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계급적 위치도 높으신 분들인 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었으면서도 본인들이 지니고 있던 약자를 대변한다는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사리분별 못하고 주워먹은 과격운동권단체들부터 거기 찬동하는 대다수들이 전통 보수 우파 진영에게 기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더 큰 어그로를 벌이게 된다는 정치학적 분석이 많다. 민주당계 정당에서 노동자, 계급, 신자유주의 비판, 진보주의, 반군국주의, 반제국주의 같은 담론을 온건하게나마 거론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소수에 불과함에도 친노, 민주당계 정당의 정치인들이 서민을 위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비판 대상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비관용적인 태도, 마녀사냥적인 주장들은 많은 정치·사회적 논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어떤 극단주의적인 생각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대상으로 집단따돌림이나 조리돌림을 하면서 존재를 말살하려고 한다면 비록 직접적인 폭력이나 범죄를 수단으로 한 것은 아닐지라도 결코 올바른 인권 의식과 민주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절대적인 악의 무리나 글러 먹은 사상이 없지는 않으니 그런 것들을 사라지게 하려 하는 것도 개인의 소중한 신념이며 역시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수단은 인권과 자유의 원칙에 적합해야 한다. 정치에서 적합한 수단은 토론, 선거, 여러 종류의 운동이 일반적이고 경우에 따라서 비폭력적 시민 불복종 운동, 폭력적 저항권, 혁명까지 가능하지만 이 대선생활백서에는 그 어느 것도 정당화될 부분이 없다.
5. 반응
이런 걸 홍보물로 채택한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 반응이었다. 비지지층에서는 조롱과 냉소를 보냈고 지지층에서도 이게 무슨 짓이냐며 제작자와 당 고위부를 욕했다. 당 지도부는 여론이 나빴던 걸 확인하고 뒤늦게 선거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지만 이미 박제되어서 인터넷에 나돌았다. 너무 명백한 흑역사이기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언급되기조차 싫어하고 보수 진영에서는 몇 년 동안 요긴하게 사용되었다.이후 민주당은 손혜원 등을 영입해서 홍보 방식을 개선했고 박근혜가 탄핵 당하면서 보다 일찍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1번가로 대표되는 대폭 수정된 홍보와 마케팅으로 문재인이 당선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로는 이와 비슷한 2찍 논쟁이 시작되었다. 2찍은 대선생활백서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홍보 마케팅은 아니지만 19대 대선때 홍보를 맡은 손혜원이 만든 2찍 영상이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이자 대표인 이재명이 2찍이냐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는 등 상대 진영 투표자를 비하하는 식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