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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麻立干신라에 있었던 군주의 칭호.
2. 뜻풀이
경주 김씨의 왕위 독점과 중앙집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내물 마립간 때부터 6대에 걸쳐 약 150여년 간 사용되었다. 의미는 아래에서 자세히 서술하지만 간(왕) 중의 으뜸, 즉 왕중왕과 비슷한 의미로 보이며, 이전에 쓰이던 이사금이 연장자, 현자라는 정도의 애매한 권위만 있던 칭호[1]란 것을 감안하면 이전보다 왕권이 강해졌음을 환기시키기 위한 의도의 명칭 변경인 듯 하다.태평어람에 인용된 차빈의 《진서》에서 382년 전진에 사신을 파견한 '신라국왕(新羅國王) 누한(樓寒)'이 언급되는데, 누한(樓寒)은 내물 마립간의 이름이 아닌 마립간을 다르게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개토대왕릉비, 충주 고구려비, 울진 봉평리 신라비에서는 신라왕을 '매금(寐錦)'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를 마립간과 연관짓기도 한다. '寐錦'의 조선시대 한자음은 'ᄆᆡ금'이며, 중세 한국어에서 'ᄋᆡ'는 반모음 [j]로 끝나는 이중 모음이었으니, 'ᄆᆡ금'은 '마립간'과 비슷한 발음이었다는 설이다.
그러나 삼국시대 당시에 쓰인 후기 상고한어(LOC; 1~3세기)와 전기 중고한어(EMC; 4~7세기) 기준으로 寐의 독음은 각각 /mis/, /mjij/이기에 이중 모음이 나타나지 않는다.[2] 또한 '금'의 경우 '간'보다는 '이사금(LOC /ṇi.ṣi.kɨm/)', '임금(<님금)'의 '금'과 같은 어휘로 추정된다. ## 寐의 LOC 재구음 /mis/가 이사금의 '니사'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3] 매금은 오히려 이사금의 다른 표기일 가능성도 있다.
일본서기의 진구황후 관련 기록에도 '매금'이 나오며, 가마쿠라 시대에 편찬된 주석서 《석일본기》에서 덧붙인 독음은 무키무(ムキム)이다.
'매금'이 신라왕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멸칭이라는 설도 있다. 광개토대왕릉비와 충주 고구려비, 일본서기 진구황후조에서 고구려인이나 일본인, 즉 신라 외부인의 시각에서 신라왕을 매금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 주장이다.
하지만 524년에 세워진 울진 봉평리 신라비에서는 법흥왕을 훼부 모즉지 매금왕(喙部 牟卽智 寐錦王)이라 기록하고 있으며, 통일신라 최치원이 지은 봉암사 지증대사비에는 편두하신 존귀한 매금([ruby(遍頭居寐錦之尊, ruby=편두거매금지존)])이라는 서술이 있다. 상식적으로 자기 나라 왕을 멸칭으로 부를 리는 없으므로, 매금은 군주의 여러 칭호 중 하나일 뿐 멸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를 예시로 들자면 군주의 정식 칭호는 한자어 '왕'이었지만 순우리말 '임금(님)'도 자주 통용되었고, 아랫사람들이 왕을 부를 때 '전하', '상', '주상' 같은 칭호도 병행되어 사용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봉평리 신라비가 발견된 게 1988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멸칭설은 더 오래 전에 있었던 주장이다.
그리고 2017년 11월에 시행된 2018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역사 1차 2번 문제('동부여'를 물어본 문제)에 매금의 뜻을 '마립간을 부르던 당시의 명칭'이라고 정의한 각주가 제시됐다. 사실상 멸칭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 외에도 일본서기에서 4세기 중반 탁순국의 왕으로 나오는 말금한기의 '말금(末錦)'과 동계어로 보기도 한다.
3. 의미
의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설이 있다. 《삼국사기》 〈눌지 마립간〉의 기록에 남아있는 각주에 따르면 "김대문이 말하길, 마립(麻立)은 신라 방언으로 말뚝을 일컫는 말이며, 말뚝은 협조(諴操: 자리를 정하여 둠)를 뜻하는데 이것은 위계(位階)에 따라 계급을 정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왕의 말뚝이 기둥을 뜻하고 신하의 말뚝은 그 아래를 지탱하는 것을 나타내며 이때문에 왕의 명칭으로 마립간이라고 사용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말뚝의 옛말인 '맗'은 ㅎ 말음 체언이었으므로 고대에는 ㄱ으로 끝났을 것이라 재구되어, ㅂ으로 끝나는 '마립'과 다소 차이가 있다.[4]앞서 거서간에도 들어갔던 '간(干)' 자는 우두머리를 뜻하는 북아시아 유목민족의 호칭 칸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마립간 말고도 신라 상대의 금석문이나 삼국사기, 일본서기 등 여러 사료에서 진한, 변한 지역의 군주 혹은 관료가 무슨무슨 간(干)으로 칭해지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금석문에서는 '~간지' 혹은 '~간기'라고 써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지'는 支 또는 岐로 표기되며, '~님'과 같은 의미의 존칭 접미사로 해석된다.
무슨무슨 간의 예를 들어보면, 삼국사기 신라본기 파사 이사금 23년조에 나오는 '음즙벌주(音汁伐主) 타추간(陀鄒干)'의 사례이다. 또한 경주의 성읍국가 사로국이 영역을 가진 고대국가 신라로 발전하면서 행정 조직을 정비할 때, 촌(村)의 유력자에게 간(干)이라는 칭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마립'이라는 말은 머리, 대청마루, 고개마루 등의 용례에서처럼 '으뜸', '우두머리'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5] 따라서 마립간이라는 호칭의 의미는 '간들의 우두머리', 곧 '간 중의 간'이 된다. 이는 타 문화권에서도 종종 쓰이는 왕중왕과 같은 형태이고, 이전의 이사금이라는 호칭과 비교할 때 무게감이 압도적으로 다르다. 신라가 점차 발전함에 따라 '간 중의 간'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우두머리에게 필요해진 것이다.
'간 중의 간' 마립간이 다스리는 영역 국가로 자리잡은 신라는 도시국가 시절처럼 여러 씨족이 돌아가며 우두머리를 해먹는 사례가 사라졌고, 한 씨족이 지배하는 '왕조 국가'로서 존속하게 된다.
4. 마립간 칭호를 사용한 군주
- 17대 내물 마립간 - 삼국사기에는 이사금, 삼국유사에서는 마립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 18대 실성 마립간 - 위 내물 이사금과 같이 삼국사기에는 이사금, 삼국유사에는 마립간이다.
- 19대 눌지 마립간
- 20대 자비 마립간
- 21대 소지 마립간
- 22대 지증 마립간 - 마립간으로 즉위해 재위 중 군주의 칭호를 중국식 왕(王)으로 바꾸었다.
- 23대 모즉지 매금왕 - 사서에서는 마립간이 아닌 왕으로 되어있지만 봉평비 등 금석문에서 '매금왕'으로도 칭해지는데 이 말은 마립간과 같은 말일 가능성이 있다. 아직 지증왕이 칭호를 바꾸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혼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 51대 매금지존 - 한자로는 寐錦之尊으로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에서 발췌. 모든 신라왕을 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5. 가상매체
5.1.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 나오는 군주의 칭호
어원은 당연히 위 항목에서 따왔다. 아라짓 왕국이 무너진 이후 성주, 영주, 족장 등과 더불어 군웅의 한 축으로 묘사된다. 다만 역사상 존재했던 마립간의 위상과 달리, 소설속에서는 일정한 지역을 지배하는 가문의 지배자로 나오며 역사상 마립간보다는 권력이 약한 모습으로 나온다. 즉, 소설의 설정에서 마립간이 있는 지역은 마립간이 속한 가문이 공식적인 지배자이고, 마립간은 그 가문의 대표일 뿐으로 나오며, 만일 가문에서 마립간을 내치거나 제재를 가해도 가문 내의 일이라 왕을 제외하면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 (물론 작중 설정에서 권능왕 이후 북부에서는 왕이 없는 관계로 사실상 누구도 뭐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중에 마립간이 대표로 나오는 지역은 자보로, 판사이가 있고, 지그림 자보로와 베미온 굴도하가 마립간으로 나온다.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아라짓 제국에 합병되지 않은, 통일의 반대자인 림츠의 마립간 쿨리산 시그린트가 있었고 본래는 아들인 페온 시그린트가 오를 예정이었으나 원시제의 개입으로 쿨리산의 조카인 스레빈 시그린트가 마립간에 올랐다. 이후 림츠는 아라짓 제국에 편입되고 스레빈 시그린트는 림츠 후의 후작이 된다.
역사상의 마립간보다 서양 판타지의 공국을 현지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1] 단, 이는 어디까지나 김대문의 어원 설명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므로 실제 의미는 달랐을 수도 있다. 현대에는 삼국사기 지리지에서 노사화현(奴斯火縣)이라는 지명이 자인현(慈仁縣)으로 개칭된 점을 바탕으로 하여 '노사'와 발음이 비슷한 이사금의 '니사'를 자비롭다는 뜻의 고대 한국어 어휘로 상정하고, 이사금을 "자비로운 임금"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제기된다. 물론 이쪽도 "왕중왕"보다는 권위가 비교적 덜하긴 하다.[2] 후기 상고한어 재구음은 Schuessler(2007), 전기 중고한어 재구음은 Baxter(1992)의 표기를 기준으로 했다. 조선시대의 중세 한국 한자음은 후기 중고한어(LMC; 8~12세기)를 기반으로 형성됐다는 것이 언어학계의 다수설이므로, 삼국시대 차자표기를 해독할 때 LOC나 EMC 재구음보다 우선시되기는 어렵다.[3] 초성이 ㅁ과 ㄴ으로 다르긴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우박의 중세 한국어 '무뤼'가 현대 방언형 '누뤼' 및 표준어 '누리'와 대응하거나, 표준어 '맵다'가 경기 방언 '내웁다'와 대응하고, 표준어 '미끼'가 제주 방언 '니껍/느껍'과 대응하는 등 어두 ㄴ과 ㅁ이 혼용되는 양상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므로 이와 유관할 수 있다.[4] 이사금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김대문의 어원 설명은 민간 어원설에 가까워 신빙성이 낮다. 마립간이 이런 뜻이라고 이해하기보다는, 이사금과 마찬가지로 세월에 따라 원래 어원이 잊혀졌기 때문에 지어냈다고 이해하면 된다.[5] 중국 사서 《태평어람》에 실린 〈진서(秦書)〉에서는 내물 마립간의 왕호를 '누한(樓寒)'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간'과 '한'은 음운적 유사성을 보이므로 '마립'과 '누(樓)'가 대응 관계를 이루게 된다. 여기서 '누(樓)'는 '마루'를 의미하는 한자이며, '마립'은 당시 신라어로 '마루'를 일컫던 단어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