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24:19

로카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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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Lokasenna by Lorenz Frølich.jpg
《말싸움을 하는 로키》
W. G. Collingwood 作, 1895년

1. 개요2. 상세
2.1. 연회를 망치다2.2. 플라이팅2.3. 토르가 오다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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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Lokasenna

북유럽 신화에서 벌어진 말다툼 사건. 고대 노르드어로키의 말싸움(Loki's Verbal Duel)이라는 뜻이다.

2. 상세

2.1. 연회를 망치다

여느 때처럼 바다 거인 에기르의 집에서 신들의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히미르로부터 얻어 온 마법의 술독도 있으니 토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신들, 그리고 로키 또한 참석하게 되었다.[1]

피마펭과 엘디르라는 발 빠른 시종들이 술과 음식을 나르고, 반짝이는 이 불꽃처럼 궁전을 환히 밝혀주는 웅장하면서도 평화로운 연회였다. 신들은 정중히 시중을 드는 에기르의 시종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이게 모든 일의 화근이 되고 만다. 로키가 이를 듣고는 괜시리 배알이 꼴린 나머지 갑자기 피마펭을 살해해버린 것이다.[2]

그러자 신들은 방패를 흔들며 로키에게 성을 냈다. 분위기를 잡친 로키는 결국 연회장에서 쫓겨나 숲에 내던져지고, 험악해진 분위기를 잊으려는 듯 신들은 다시 술 마시기에 집중했다. 로키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 마침 밖에 나와있던 시종 엘디르를 만난다.
난 여기서 한 발짝도 안 물러날 거란다, 엘디르.
영광스러운 신의 아드님들께서는 지금 무슨 이야기로 술자리의 꽃을 피운다니?

신들과 엘프들을 넘어 무기와 전쟁에서 발휘하시는 힘에 관해서 담소를 나누고 계십니다. 친구 없으신 분이시여.

참나, 에기르의 궁전에 다시 들어갔다간 봐라.
내 기꺼이 연회에 모인 신들을 위해 재앙증오를 가져다 주고,
그들이 마시는 벌꿀술에 독을 섞어 놓을테다.

또 들어가시겠다니, 비방과 악의가 신들께 뿌려지겠군요.
그 분들께서 당신을 한 번 더 내쫓기 전에 다시금 생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로키가 엘디르에게 나랑 같이 신을 모욕하면 금을 주겠다며 유혹하나 엘디르는 거절의 의미로 답하지 않으니 별 수 없이 그냥 억지를 써서 연회장으로 들어온다. 로키가 들어선 순간 다시 한번 에기르의 궁전은 침묵에 휩싸이게 되며, 이에 로키는 분위기를 휘어잡으려는 듯 외친다.[3]
목이 타서 이 연회장으로 왔소!
나, 긴 여행에서 돌아온 자 롭트(Lopt, from a journey long)가 신들께 청하는 바이오.
제일 좋은 벌꿀술 한 잔 따라주구려.
왜 아직도 잠잠히 계시기만 하는 거요?
어째서 아직도 대답이 없소? 자부심 가득한 신들이여.
연회장에는 내가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소.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지도 않나?

그러자 시와 웅변의 신 브라기가 신들이 준비한 연회의 장에 로키가 앉을 자리는 없고, 연회에서 그가 뭘 찾는지 신들은 훤히 알고 있다고 답하며 대놓고 퇴짜를 놓는다. 이에 로키는 서글픈 듯이 오딘에게 말했다.
오딘, 옛날에 우리가 피로서 형제의 연을 맺은 걸 잊은 거냐?
에일도 같이 마시기 전까진 잔에 따르지도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

오딘은 마지못해 비다르를 시켜 로키를 다시 연회장으로 들인다. 비다르는 로키가 원래 앉던 자리로 안내하고 그에게 술을 따라준다. 로키는 술을 마시기 전 신들에게 건배사를 나눈다.
신들과 여신들에게 건배를! 떼지어 모인 군중에게도 건배를!
저기 저 의자에 앉아있는 브라기는 빼고 말이지.

슬슬 시비를 제대로 걸기 시작하는 로키가 다시 연회를 망쳐서는 안 되니, 브라기는 로키를 달래려 자신이 가진 것 중에 제일 좋은 말과 검, 반지를 주겠다며 화를 풀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로키는 이미 작정하고 깽판을 치려 마음 먹은 상태였고, 돌아온 것은 브라기를 향한 욕설이었다. 그 뿐일까, 연회장에 모인 모든 이들을 향한 욕설이 로키의 입에서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2.2. 플라이팅[4]

로키는 고작 말과 반지로는 부유하다고 할 수 없으며, 브라기가 전쟁에서 용맹하지 않은 데다 그렇다고 멀리서 활을 잘 쏘지도 못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브라기는 머리가 붙어있고 싶다면 이만 여기서 끝내라고 경고했다. 언젠가 그 거짓말에 대가를 치를 거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물론 그런다고 멈출 로키가 아니었다.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누구보다도 용맹하신 분이셔.
결코 일어서서 나서는 법은 없지만 말이야.
브라기, 의자 위에 올려진 장식같은 놈!
나가서 싸우자니까? 영웅은 화날 만한 일을 그냥 안 넘어가는 법 아니야?

그러자 브라기의 아내, 이둔이 싸움이 번지려는 것을 막으려 나섰다. 연회에서 얼굴 붉히고 싸워봤자 좋을 게 없다면서 로키에게 아예 말을 걸지 말라며 말이다. 하지만 로키에게 있어 이둔은 중재자가 아니라 또 다른 물어뜯을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조용히 해라, 이둔! 너처럼 정욕에 미친 년이 어디 있다고.
네 오라비를 죽인 놈[5]의 목에 윤이 나는 팔을 두르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이둔은 그냥 묵묵히 싸움을 회피했다. 그냥 에일이나 마시면서 무시하고, 싸움이 사그러들길 바랄 뿐. 대지의 여신 중 하나인 게피온(Gefjon)은 로키가 여기저기 시비를 걸어대는 꼴을 보고는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조롱을 잘 하기로 유명한 로키라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게피온은 로키가 운명에 놀아나 속은 것 뿐이라며 동정했지만, 로키는 그런 그녀에게도 꼬투리를 잡아댔다.
거기 있는 게피온, 네 년도 입 다물고 있어라.
널 부정한 삶으로 이끈 게 누군지 여기서 말해주마.
예쁘장한 사내아이가 빛나는 목걸이를 준다니까 홀랑 넘어가서 다리를 벌려줬다지?[6]

오딘은 점차 험악해지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로키를 혼내려 끼어들었다. 자신처럼 정해진 운명과 미래를 보는 게피온을 화내게 해서 좋을 거 하나 없으며, 로키의 플라이팅에는 재치가 없다고. 로키는 이번에도 타겟을 옮긴다.
닥쳐, 오딘! 인간의 운명을 정하는 건 너잖아!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서 포상을 엉뚱한 놈에게 주는 주제에!
상을 받을 자격도 없는 놈이 얼마나 자주 네 선물을 받았는지 기억하고 있나?

오딘은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기는 했다. 그러나 로키가 한때 소젖 짜는 아낙네마냥 땅 속에서 여덟 번의 겨울을 넘긴 적이 있으며 그동안 새끼까지 치지 않았냐며 반격을 했다. 이는 사내답지 못한(Ergi)#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가만 듣고 넘길 로키가 아니었다.
아가리 여물어, 넌 삼세이[7]에서 세이드를 배우며 마녀처럼 어기적대고 남의 집 문이나 두들기고 다녔으면서!
그것도 모자라 인간들 사이에서 미래를 보는 점쟁이처럼 구셨지?
자, 이제 사내답지 못한 쪽이 누구시더라?

이에 프리그가 옛 일은 묻어두고 연회에나 집중하라며 말렸다. 모든 게 아니꼬워 보이는 로키는 신들의 여왕마저 헐뜯는다.
프리그, 표르긴의 여자[8]야.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다.
네 욕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랴?
비드리르[9]의 아내가 베와 빌리[10]를 한꺼번에 품에 안은 일은 알고 있겠지?

옛날의 수치스러운 일이 드러난 것에 화가 난 프리그는 발드르가 여기 있었더라면 네가 꼼짝도 못했을 거라며 탄식하나, 로키는 여기서 자신이 발드르를 죽게 만든 원인이라고 떠벌린다.[11]
드디어 이걸 말하게 되는구나, 입이 근질거렸는데.
그래, 발드르를 죽인 건 내 책임이 맞다.
그 놈은 더 이상 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몸이 되고 말았지!

죽은 아들에 대한 모욕까지 당하게 된 프리그를 위해 프레이야가 대신 화를 내주었다. 프리그는 그런 간통을 벌일 여자가 아니고 로키는 잘못을 저지른 걸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미친 놈이 틀림없다고. 프레이야 또한 로키의 성희롱에 놀아나게 되지만 말이다.
네 조임에 걸려들지 않은 신과 엘프가 어디 있겠냐, 프레이야?
여기 있는 모든 남자가 네가 올라타 봤던 애인들 아니냐?

프레이야는 로키의 맹렬한 인신공격을 담은 노래가 죄다 거짓을 담고 있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모든 신과 여신들이 분노하며 로키는 슬픔만 안고 집에 돌아가게 될 거라고 협박을 하기도 했지만 로키는 멈추지 않았다.
이 사악한 년, 수많은 죄악이 뒤섞여 있는 마녀 주제에!
네 오라비와 붙어먹고 있을 때 신들이 들이닥치니까 방귀를 뀐 년이 말도 많구나!

뇨르드는 딸을 위해 나섰다. 남편이나 연인과의 관계, 혹은 둘 다 누리는 약간의 불륜이나 근친은 비단을 두른 여자에게 문제될 게 없으며,[12] 여자도 아닌 주제에 남자 몸으로 아기를 낳은 신이 여기 있는데 더 놀랄 일도 없다고 말했다. 로키는 아랑곳않고 뇨르드 또한 욕한다.
조용히 굴어라, 뇨르드. 동쪽[13]에서 온 인질 주제에.
히미르의 딸들의 똥오줌을 받아먹는 뒷간같은 놈이 잘난 척 하지마라.[14]

그러자 뇨르드는 인질이라 해도 매우 좋은 대접을 받고 있으니 문제없으며, 아들 프레이도 모든 신들이 사랑하는 뛰어난 신이라고 뽐내며 대응했다. 물론 자랑질에 욕설을 멈출 로키가 아니었다.
자랑할 게 안 되지 않냐, 뇨르드.
네 누이와 같이 붙어먹다보니 너보다 못한 아들을 낳은 거면서.

티르가 나서서 프레이의 변호를 하기로 했다. 프레이는 용감하고 여기 있는 신들 중 최고인 자이며, 하녀나 인간의 아녀자를 해하는 게 아니라 단지 족쇄를 풀어주는[15] 신이라며 말이다.
시끄럽다, 티르! 우정이란 건 허깨비에 불과해.
그러고보니 펜리르가 네 오른손을 빌려간 일이 떠오르는구나?

신들 중 유일하게 펜리르를 길러주다시피한 티르는 잘린 오른손의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었다. 그는 신들의 몰락을 기다리는 괴물이 된 그를 묶어두기 위해 오른손 하나 잃은 것쯤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덕분에 펜리르도 목숨을 연명하게 되었다고 하나 로키는 다른 부분에서 지적을 한다.[16]
내가 네 아내랑 붙어먹었는데 넌 그것도 모르는군.
나중에 태어날 애는 네 애가 아니라 내 아이라고!
아무리 험한 꼴이 되어봤자 동전 한 푼도 제대로 못 받아챙길 만큼 모자란 가엾은 놈 같으니.

묵묵히 있던 프레이가 나서서 혀를 그만 놀리지 않는다면 침으로 강이나 만드는 펜리르, 즉 로키의 아들마냥 족쇄를 채워버리겠다고 협박하나, 로키는 프레이마저 조롱한다.
기미르의 딸을 돈으로 사서 데려온 주제에 참 잘났구나.
알아서 적을 쓰러트리는 칼까지 팔아넘겼다지?
무스펠의 아들들이 미르크비드르[17]를 타고 오면 무기 없이 그들을 상대해야 겠구나.

프레이의 시종, 비그비르[18]가 주인을 대신해 분노를 표한다.
내가 잉구나르 나으리(Ingunar-Freyr)처럼 높으신 분이었다면
댁 골수를 부숴줄텐데 말입니다, 쫑알대시는 분아.
그리고 댁을 산산조각 냈겠죠.

여기 뽈뽈 기어다니는 쬐그만 놈 좀 봐,
코를 킁킁대면서 뭐든 물어뜯으려고 하고 있네?
프레이의 귓가에서나 찾아볼만한 놈아,
방앗간에서 투덜거리기나 하지 그러니.

내 이름은 재빠른 비그비르요!
신과 인간들이 인정했지.
흐롭트[19]의 모든 아이들이 에일을 마신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자요.

그럼 네 주제나 알거라, 비그비르!
진짜 사내들을 위한 고기는 네 몫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영웅들이 나가 싸울 때 짚 깔린 바닥에나 숨는 놈아![20]

평소부터 로키를 경계하던 헤임달이 로키가 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꼴을 보고는 혀를 찼다. 지나치게 들이키는 술은 혀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만든다고 여기는 그는 거나하게 취한 로키를 쫓아내려고 애를 썼다.
헤임달, 혐오스러운 삶을 살 놈아!
언제나 뻐근한 등뼈[21]로 서 있어야만 하는 박복한 삶이 널 기다린다!
백날천날 하늘을 감시하는 게 지겹지도 않냐?

이제 스카디가 로키에게 최후 통첩을 하러 나온다. 신들이 마련한 바위 위에 로키의 싸늘히 식은 아들에게서 뽑아낸 내장으로 묶어놓을 것이라고. 그럼에도 로키는 정신을 못 차렸다.
그래서 뭐 어쩔건데? 네 애비 트야치를 죽일 때 제일 앞장선 신이 나인건 기억하지?

스카디는 바로 그것 때문에 자신의 저택과 영지에서는 언제나 로키를 위한 차가운 대접이 준비되어 있다고 냉랭하게 답한다. 뒤에 이은 로키의 말 때문에 말문이 막혔지만.
라우페이의 아들[22]에게는 더 다정하게 말하던 년이.
우리가 침대를 같이 썼던 나날에 대해 낱낱이 밝혀볼까?

보다못한 토르의 아내 시프가 로키의 유리잔[23]에 벌꿀술을 가득히 부어준다. 더 마시고 취해서 자빠지거나 자신만큼은 욕하지 말아달라는 뜻이었지만, 일단 본심을 감춘 시프는 로키에게 아주 상냥하게 대했다.
반가워요, 로키. 여기 오랫동안 숙성한 벌꿀술 한 잔 받아요.
내가 결백하다는 건 당신이 잘 알지요?

모든 사내들이 부끄러워하며 날 피할 때 당신 혼자 남아있으니 결백한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군.
하지만 흘로리디[24]에게만 두르던 팔을 누구에게도 둘렀는지 나는 알지![25]

시프에게도 기어코 조롱을 해대자[26] 프레이의 시녀인 베일라[27]가 토르가 돌아오는 것 같이 산이 흔들리고 있다며 경고한다. 이 정도쯤 하면 로키도 슬슬 입을 닫지 않을까 싶지만 끝끝내 로키는 또 욕을 하고 만다.
비그비르, 마누라 단속 좀 하거라! 베일라가 시끄럽구나!
그런 말을 한들 토르는 코빼기도 안 보인단다, 이 더러운 년아![28]

2.3. 토르가 오다

하지만 한 발 늦게 토르가 도착하자 분위기는 반전된다. 토르는 이런 난장판을 만든 로키에게 말한다.[29]
이 사내답지 못한 놈아, 조용히 하지 못해? 묠니르를 맞고 싶나 보지?
아니면 어깨에서 머리통이 달아나길 바라는 거냐?

그러자 로키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채 말했다.
여어, 대지의 아들 아니신가.
왜 그렇게 시끄럽게 위협을 하시나?
만물의 아비를 삼킬 늑대와 싸우려면 좀 진중해야 할텐데.

여전히 사내답지 못하게 구는군, 이 강력한 망치에 쳐맞고 동쪽 끝까지 날아가고 싶은 모양이구나.

동쪽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나나?
장갑 엄지쪽에 숨어 자기가 토르라는 것도 잊은 채 벌벌 떨던 거 말이야.

흐룽그니르를 죽인 오른손에 곤죽이 되고 싶나 보군. 모든 뼈를 부러트려주마.

스크리미르의 배낭 끈을 못 풀었던 일은 또 어떻고?
그 힘세다는 네가 못 풀어서 고기도 못 얻어먹고 쫄쫄 굶어야 했잖아.

묠니르가 지금 네 주둥아리 가까이에 와 있다, 이 놈아.
죽은 자들의 문 앞으로 보내서 네 딸을 만나게 해주랴?

로키는 그제서야 토르와의 말다툼을 멈추고 떠나려고 한다. 다른 신들이 자신을 화나게 하는 와중에 토르가 자신만큼 말싸움을 잘 했다는게 이유라고는 하는데, 사실 원전에서 토르가 묠니르로 뚝배기를 깨버리겠다는 구절만 지나치게 반복했단 걸 생각해보면 이마저도 플라이팅에 무력을 동원하는 바보라거나 말재주가 없다는 뜻으로 한 비꼼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모든 신들이 한두번 만에 나가 떨어지는 반면 끝까지 기죽지 않고 자신과 말다툼을 해준 토르가 즐거웠거나. 아니면 상대가 토르라서 진짜 쫄아버린 거거나

마지막으로 로키는 연회의 주최자인 에기르까지 까면서 로카센나의 종료를 알린다.
에일 잘 빚는 에기르, 이제부터는 이 같은 연회도 더는 못 열 거요.
이 곳에 있는 모든 재물과 네놈의 등뼈도 불타버릴 거거든.

그 후 로키는 프라낭의 폭포(Franang's waterfall)라는 외딴 곳으로 도망친다. 그 곳에서 연어로 변해 신들의 눈길을 피하지만, 곧 잡혀 스카디가 위협한 그대로의 형벌을 받게 된다. 그와 더불어 그녀가 준비한 독사에게서 흘러나오는 독액을 얼굴로 받게 되었는데, 전처 시긴이 독을 어느 정도 받아내주면서 처벌이 경감됐다. 다만 시긴이 독을 버리러 가는 사이에 얼굴에 독액이 떨어져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게 되었는데, 로키의 몸부림을 북유럽 사람들은 지진이라고 여겼다. 로키가 결박에서 풀려나서 뱀을 죽임으로서 지진이 끝나는 날은 앙그르보다가 예언한 라그나로크의 전조가 된다.

3. 기타

로키의 무분별한 인신공격과 끝도 없는 비난을 소재로 삼았지만, 자세히 보면 대부분 사실에 기반한 모욕밖에 없다.[30] 이후 신들이 이에 대해 최종적으로 반박을 하지 못하고 결국 무력을 사용하는 토르가 로키를 제압하려 한다는 결론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북유럽 신화의 신들도 다른 나라의 신들 못지 않게 치졸하다는 점만 느끼게 되는 독자들이 많다. 다만 티르와 같이 딱히 본인의 성격 결점이나 잘못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선행까지도 인신공격한 부분도 있다.

의외로 로키가 까지 않은 유일한 상대는 다름아닌 비다르다.[31] 다른 신들이 나서지 않는 가운데 술자리로 안내해주고 술까지 따라준 유일한 신이니 당연한 거겠지만, 벙어리로 착각할 만큼 과묵한 신이라고 하니 로키에게 꼬리잡힐 만한 말실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라그나로크에나 활약이 묘사되는 젊은 신에 묵묵히 자기 일만 한지라 다른 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못난 짓을 덜 한 것일 수도 있고.

아동용 학습만화인 만화로 보는 북유럽 신화에서는 통째로 삭제되어 아예 나오지 않는 에피소드다. 로키가 던지는 막말의 수위가 장난 아닌 것도 있지만[32] 어린이에게 알려줄 만한 교훈거리를 찾기 힘든 이야기이기 때문. 다른 아동용 북유럽 신화 만화에서는 로키가 피마펭을 죽이고 신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다며 토르에게 온갖 도발을 날리는 모습으로 짤막하게 나오긴 했는데 신들을 모욕하고 도발하는 그런게 아니라 로키가 얼마나 사악해졌는지를 보여주는듯한 분위기다.

그동안 로키가 수많은 사고를 치고 다녀도 신들이 용서해주고 다시 받아줬는데 반해, 이 로카센나만큼은 신들조차 용서하지 못하고 끝내 로키를 영원히 추방하고 저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말로 모욕하는 것도 폭력만큼이나 큰 상처를 입힌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33]


[1] 토르는 세상의 동쪽으로 가서 거인들을 잡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연회에 제때 참석하지 못했다. 단순히 애시르, 바니르 신족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엘프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한다.[2] 그나마 에기르의 집에서 벌어진 일이라 당장에 아작이 나지 않았지 피가 흘러서는 안 되는 아스가르드에서 이런 짓을 했다면 바로 아작이 났을 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아스가르드에서 죽지는 않았지만 뒤에 나올 모욕들을 하기도 전에 아스가르드 밖으로 끌려가서 박살이 날 것이다.[3] 접대의 관습을 요구한 것이다. 이미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서 쫓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주장하는 데서 로키의 뻔뻔함을 알 수 있다.[4] Flyting. 북유럽의 바이킹과 중세 영국인들이 하던 일종의 랩배틀. 서로를 향한 욕설이 난무하지만 운율에 맞춰서 욕해야한다는 규칙이 있었다.[5] 이게 브라기라는 설도 있고 정체불명의 누군가라는 설도 있다.[6] 브리싱가멘과 이를 만들어 준 드워프들과 잠자리를 함께 했다던 프레이야가 떠오르는 구절이다. 게피온 또한 프리그처럼 프레이야와 동일시되는 여신이거나, 원래는 남편인 오드 하나만 바라본다던 정순한 이미지를 갖춘 프레이야에게 문란한 게피온의 일화가 덧씌워진 것일 가능성도 있다.[7] Samsey. 덴마크에 위치한 섬으로 현재는 삼쇠(Samsø)라고 불린다.[8] 번역에 따라 표르긴의 딸, 혹은 표르긴의 아내로 갈린다.[9] Vidrir. 오딘의 여러 이름들 중 하나다.[10] Ve, Vili. 오딘의 두 형제. 인간 창조에 도움을 주었지만, 오딘 몰래 프리그를 공유한 일로 인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11] 발드르의 죽음에 관한 파트가 없는 판본도 있다. 이 경우는 아직 살아있는 발드르의 고결함 자체를 까거나, 바로 프레이야가 나서는 구절로 넘어간다.[12] 고대 다신교 신화에서 신들은 애인을 여럿 두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고, 서구권의 상류 계층은 워낙에 정략혼이 많아 결혼은 가문 간의 동맹을 위해 하고 사랑은 정부와 하는 일이 비교적 '문명화'된 후에도 많았다. 뇨르드가 로키에게 '어차피 고귀한 신들이 다들 하는 짓인데 내 딸이 저 좋다는 자와 사귀는 것도 못 하느냐'라고 반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듯.[13] 바니르 신족은 아스가르드의 동쪽에 있는 바나헤임에서 산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동부 지역인 스웨덴이나 핀란드 계통에서 숭배받던 신들로 추정된다고.[14] 뇨르드가 항해와 뱃사람을 주관하긴 하지만 바다의 신이기도 하니, 뇨르드를 모든 물(오폐수 포함)이 모여드는 바다에 비유해 육변기나 다름없는 말로 조롱한 것이라 볼 수 있다.[15] 당대의 여자라면 칼같이 지켜야 할 정절을 지키는 의무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는 의미인 듯.[16]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티르의 선행이나 행적에 대해 호구 같다고 인신공격한 것에 가깝다. 뭐 호구 같은 행동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17] Myrkviðr. 어두운 숲이라는 뜻이다. 그냥 평범한 숲을 뜻하기도 한다. 현대 독일슈바르츠발트는 바로 이 고대 노르드어에서 따온 지명이다.[18] Byggvir. 보리를 뜻하며 맷돌이나 방앗간을 상징한다. 또 다른 시종 스키르니르처럼 인간, 엘프 둘 중 하나로 추정된다.[19] Hropt. 오딘의 다른 이름 중 하나.[20] 여태까지 조롱한 묘사를 보면 비그비르는 같은 외모나 성격을 지녔던 모양이다.[21] 번역에 따라 땀이나 진흙으로 축축해진 등으로도 나온다.[22] 상술한 롭트와 함께 로키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23] 바이킹들이 자주 쓰던 뿔잔이라는 묘사도 나오는 등 술잔의 형태에 관해서는 묘사가 오락가락하는 편이다.[24] Hlóriði. 시끄러운 기수(the loud rider)라는 뜻으로 토르의 다른 이름 중 하나다.[25] 시프가 로키 자신과 불륜을 했다는 뜻이나, 이는 로키의 거짓말로 해석된다. 시프를 간통을 저지른 여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처럼 삭발해버린 전적이 있는 로키다 보니 이런 식으로 돌려말하는 성희롱을 한 것. 발두르와 함께 반박불가의 잘못을 로키가 저지른 사례이다.[26] 토르의 아내라서 못 건드렸다거나, 계속 기분좋게 술을 따라주니 시프만큼은 욕하지 않았다는 판본도 있다.[27] Beyla. 암소, , 을 뜻하며 땅을 비옥하게 하는 비료를 상징한다. 앞서 나온 비그비르의 아내다.[28] 원전에서는 왜 베일라더러 더럽다고 했는지 정확한 이유가 나와있지 않다. 아마도 그녀가 상징하는 비료의 재료 특성 상 더럽다고 한 것이 아닐까.[29] 보통은 토르가 오자마자 로키가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판본이 많다.[30] 유이하게 로키가 반박불가의 잘못을 한 부분은 발드르의 죽음과 시프를 모욕할 때 부분이다. 발드르가 다른 신들과는 달리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아서 로키로서도 치부를 들춰내서 공격하진 못했다. 그리고 시프 경우에도 앞서 말했다시피 로키가 거짓말한 것이다. 또한 이렇게 신들의 잘못을 까다보니 반박하는 신들 역시도 로키의 치부를 들춰내어 공격한다.[31] 공격하기 힘들다는 시프나 발드르도 판본에 따라 거하게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한다.[32] 거기다 이 만화에서의 로키는 친근한 말썽꾸러기에 아끼던 처자식을 잃은 불쌍한 아버지 이미지로 나왔으니, 이런 소재를 함부로 넣었다간 동심파괴가 따라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덤으로, 로키가 했던 욕설 대부분이 이미 전에 다뤘던 에피소드들과 겹쳐서 했던 말 또하는 구조가 되기도 쉽다.[33] 물론 엄밀히 말해 다른 사고들은 결국 로키가 수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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