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의 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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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 프레이야 · 굴베이그 · 뇨르드 · 네르투스 | |
기타 | 볼바 · 솔과 마니 · 알파두르 · 헬 · 에기르와 란 · 디스 |
볼바 Vǫlva / Wala |
《An engraving showing two völvas》 Carl Larsson 作, 189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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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예언자 혹은 마녀.2. 이름
고대 노르드어로는 '월와'(Vǫlva)라고 하며, 왈라(Vala)라고 불리기도 한다. 고대 노르드어의 지팡이(vǫlr)에서 비롯된 단어로 그 의미는 '지팡이를 든 자'로 추정된다고 한다. 범용적인 영어 혹은 독일어식 표기인 볼바라는 발음이 더 잘 알려있지만, 고대 노르드어식 발음은 월와(/ˈwɒl.wa/)에 가깝다. 세이드코나(Seiðkona, 세이드를 행하는 여인)나 스퍼코나(Spákona, 여성 예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볼바라는 칭호 대신 그 특성을 따라 여성 예언자나 마녀로 옮기기도 하며, 샤머니즘적인 성질을 바탕으로 무녀나 여사제로 번역할 때도 있다.
3. 특징
마녀이자, 예언가들이다. 아주 먼 옛날 세계의 탄생부터 세계와 신들의 종말에 이르기까지의 과거와 미래의 모든 사건과 일, 신과 인간의 모든 혈통, 아홉 세계에서 구석구석 일어나는 모든 일을 모조리 알고 있는, 가히 엄청난 지식과 지혜를 지니고 있는 지혜의 원천이라 부를만한 존재들이며, 뿐만 아니라 용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마법도 가지고 있다.사실상 전지 혹은 그에 가까운 수준의 엄청난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라서, 자칫 이 세계의 질서에 커다란 위협을 줄 수가 있었으나, 다행히도 이들은 이미 죽었거나 혹은 죽은 듯이 아주 깊이 잠들어 있는 탓에 이 세계의 일에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 큰 위험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큰 지식과 지혜가 이승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 에다에서는 이미 죽은 뒤에 영혼으로 나오는 일이 잦지만, 딱히 죽어야만 볼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아이슬란드계 사가에서는 살아있는 볼바들이 등장해서 방랑하며 마법을 부리거나, 아예 마을의 지도자로 행세하기도 한다.
실제 게르만족 사회에서도 볼바들의 영향력이 작지 않았는지, 로마인들의 기록에는 벨레다(Veleda), 알브루나(Albruna), 간나(Ganna), 왈루브루그(Waluburg) 등의 여성 선견자들이 등장하며, 전세를 예측하거나 드루수스의 죽음을 예언했다는 이야기도 있다.[1] 스칸디나비아에서는 볼바를 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무덤들이 여럿 발굴되기도 했다. 무덤 안에선 의식용 도구, 환각성(혹은 최음성) 약재, 희생물로 쓰인 동물 혹은 사람의 뼈, 지팡이, 장신구 등이 발견됐으며,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귀부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신들 중에서 마법, 특히 세이드로 유명한 여신 프레이야가 볼바들에게 가장 많이 숭배받았는지, 프레이야처럼 커다란 목걸이를 착용한 조각상이 부장품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4. 전승
고 에다 중 4편의 시[2]가 이들이 부르는 예언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죽은 볼바의 영혼을 불러내서 지혜를 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며, 오딘은 이들을 불러 깨우는 마법을 알기에 종종 볼바에게 예언을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딘이 라그나로크에 대해 알고 대비하는 것도 이들의 예언을 들어서이며, 발두르의 악몽을 해몽하기 위해 찾아가기도 했다. 이때 만난 볼바는 정황상 앙그르보다라고 추측된다. 프레이야 또한 자신의 숭배자이자 애인인 오타르에게 지식을 전해주기 위해 요툰 볼바인 힌들라를 깨우기도 했다.볼바들은 함부로 예언을 하여 미래가 누출되는 걸 거부하지만 번번히 어쩔 수 없이 예언을 해주고 도망치듯 사라진다. 힌들라 역시 프레이야의 요청에 짜증이 났는지 지식을 읊는 내내 "잘 알겠냐? 이 멍청한 오타르야!" 하면서 원흉(?)인 오타르를 디스한다.
반면 그로아의 영창(Grógaldr)에 등장하는 볼바 그로아(Gróa)는 자신을 깨운 스비프다그가 친아들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언쟁 없이 기꺼이 아홉 가지 마법의 노래를 불러서 아들에게 축복을 걸어준다. 이 그로아는 신 에다에서도 생전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용사 아우르반딜(Aurvandill)의 아내다. 흐룽니르와 싸우다가 머리에 숫돌 조각이 박힌 토르는 그로아를 찾아가서 조각을 제거해주길 부탁했고, 그로아는 마법의 노래를 불러서 치료를 시도했다. 그로아의 마법이 잘 듣는 것 처럼 보이자, 토르는 고마운 마음에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는 그녀의 남편 아우르반딜이 곧 돌아올 거란 희소식을 전해줬는데, 정작 이걸 들은 그로아가 너무 기쁜 나머지 주문을 까먹은 바람에 결국 치료는 실패했다고 한다.
붉은 머리 에이리크의 사가에서는 그린란드 정착지의 수장 토르켈이 정착지의 운명과, 자신들의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작은 볼바" 토르뵤르그(Þorbjǫrg lítilvǫlva)를 집으로 초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토르뵤르그는 먼저 염소젖으로 만든 죽과, 정착지 주변에 사는 모든 짐승들의 심장을 요리한 음식을 대접 받아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 자신의 의식을 도와줄 지원자를 찾는다. 주민들 중에 양어머니로부터 보호의 마법 노래(Varδlokkur)를 배웠던 구드리드가 선택받았고[3], 둘은 함께 의식이 치러질 제단 주변에 보호의 원을 그린다. 그리고 구드리드가 마법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토르뵤르그는 닭의 깃털이 채워진 쿠션이 놓인 높은 의자에 앉아서 미래를 읽어내고 결과를 말해준다. 이후 토르뵤르그가 말하길 구드리드의 아름다운 노래 덕분에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영혼들도 기꺼이 협조해줬다고 하며, 그 대가로 구드리드에게 "그대는 그린란드에서 아주 명예로운 남자와 맺어지지만 이 결혼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니,[4] 이유인 즉슨 그대의 운명은 아이슬란드로 향하기 때문이다. 훗날 그대는 아주 훌륭한 후손들을 보게 될 것이며 그 가문원들의 앞날에는 밝은 빛이 비출 것이다." 이라는 예언을 해준다. 레이캬비크의 사가 박물관(Saga Museum)에는 여기서 묘사된 토르뵤르그의 복장을 재현한 인형이 있다.#
5. 기타
- 일부 해석에서는 노르니르를 발라와 동일시 한다.
[1] 물론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인지는 애매하다.[2] 무녀의 예언, 발드르의 꿈, 그로아의 영창(스비프다그의 노래), 힌들라의 노래[3] 다만 구드리드 얼마 전에 기독교로 개종했던 탓에 도우려하지 않았지만, 토르뵤르그의 설득과 토르켈의 재촉 때문에 의식에 참여한다.[4] 이후 구드리드는 붉은 머리 에릭의 아들이자, 레이프 에이릭손의 동생 토르스테인과 결혼하지만 사별하고 토르핀 카를세프니와 재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