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7 05:55:00

사전죄

국교에 관한 죄
외국원수폭행등죄 외국사절폭행등죄 외국국기국장모독죄
사전죄 중립명령위반죄 외교상기밀누설죄
형법 제111조(외국에 대한 사전)
①외국에 대하여 사전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금고에 처한다.
②전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③제1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때에는 감경 또는 면제한다. <개정 1995.12.29>

1. 개요2. 역사3. 특징4. 사례5. 구성요건
5.1. 객체5.2. 행위
6. 예비음모죄7. 유사 법률과의 비교8. 타국에서의 사전죄

1. 개요

사전죄()는 외국에 대하여 사전(私戰)하거나 사전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강학상 명칭은 '사전죄'이나, 실제 죄목은 법조문을 따라 '외국에대한사전(죄)'으로 표기된다.

'사전'이란 '사사로이 교전하는 것'으로, 국가의 선전포고나 군대의 전투 명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인(私人)[1]이 외국을 상대로 전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국가 간의 외교관계를 악화시켜 불상사를 초래하거나 군사분쟁을 유도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다.[2] 특히 국민이 외국 군대에 의해 포로로 잡히거나 과실 또는 고의로 외국의 정치인이나 민간인 등을 살상하여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국가 입장에서는 사후처리가 매우 곤란해진다.

2. 역사

대한민국 형법에서 사전죄의 유래는 '외국과의 사전 금지'를 규정한 일본 형법 제93조이다. 사전 금지 조항이 생긴 건 1880년 메이지 구형법 공포 당시부터였는데 메이지 구형법 공포 당시에는 외환의 죄 중 하나로 존재했다.

이러한 조항이 존재하게 된 이유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무시하고 외국과 멋대로 전쟁을 벌이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였다. 에도 막부사쓰마 번영국사쓰에이 전쟁을 벌이고 조슈 번은 영국-프랑스-미국-네덜란드와 시모노세키 전쟁을 일으키는 등 웅번이 막부를 무시하고 외국과 전쟁을 벌어 심각한 외교문제를 빚었는데 폐번치현 이후 중앙정부가 지방의 통제권을 모두 쥐긴 했으나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메이지 구형법을 입법하면서 사전 금지 조항을 넣었다.

이 사전 금지 조항은 1907년 메이지 구형법이 현행 일본 형법으로 개정될 때에도 형법 제93조로 그대로 반영되었으며 일본 형법이 그대로 적용되던 일제강점기 조선은 물론, 광복 이후에도 '구형법'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일본 형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1953년 구형법을 폐기하고 대한민국 형법을 새로 입법하는 과정에서 일본 형법 내용을 대거 의용하면서 대한민국 형법에도 이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다.

3. 특징

형량이 세다. 형기가 같을 경우 징역형이 금고형보다 중형이지만, 형기가 다를 경우 형기가 긴 형이 중형이 된다. 즉, 금고형의 장기가 징역형의 장기보다 길면 그 금고형이 더 중형이다. 각 법조에서 장기와 단기가 명시되지 않았다면 그 죄의 장기는 30년이고 단기는 1개월이 된다.[3] 일반인들은 10년 이하의 징역이 1년 이상의 징역보다 더 중죄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10년 이하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10년을 초과하여 벌하지 말도록 정한 것이며, 1년 이상의 징역은 어떠한 경우에도 최소 1년 이상은 벌하도록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양쪽 모두 감경과 가중은 가능하다.

예컨대, "2년 이하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 폭행죄의 법정형은 1월 이상 2년 이하이며, "1년 이상의 유기 금고에 처한다"라고 명시된 사전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 30년 이하가 된다. 따라서 장기가 2년밖에 되지 않는 폭행죄보다 장기가 30년이나 되는 사전죄가 훨씬 더 큰 중죄이다.

기본적으로 각 법조에서 단기만 명시되어 있고, 장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그 죄는 중죄로 볼 수 있다. 예비, 음모 처벌 규정이 있는 죄도 중죄로 볼 수 있다. 사전죄는 장기가 30년이고, 예비, 음모 처벌 규정이 있는 중죄에 속한다.

물론 실제로는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 처벌되는 법조의 양형기준 상 가중 영역조차 5년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30년은 어디까지나 이론 상의 이야기고, 실질적으로는 그다지 무거운 범죄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실무적으로는 장기가 조금 짧더라도 단기가 긴 범죄가 중죄로 취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실제로 사전죄가 적용되어 처벌될 가능성은 낮은데 만약 사전 과정에서 단 한 명이라도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전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설령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 또는 방화죄여도 마찬가지이며, 그 밖에도 사전 과정에서 무기징역의 선고가 가능하거나, 장기가 같아도 단기가 사전죄보다 더 긴 범죄 또는 장기와 단기가 모두 같아도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범죄를 수반한 경우에는 그 법조의 형으로 처벌한다.[4] 사전죄는 1년 이상의 유기금고로 처벌되지만, 살인죄는 무려 사형,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죄가 본죄가 되려면 최소한 살인 행위가 없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기징역, 혹은 유기징역이라도 단기가 1년을 초과하는 범죄를 단 하나라도 수반해서는 안 되는데, 이는 사전죄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미수죄로도 처벌은 가능하기에 기수가 아니라면 사전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있다.

4. 사례

  •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에 가담한 17살 소년을 대상으로(한국 청소년 이슬람 국가 가담 사건 문서 참조) 사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적 검토가 나왔다. 테러조직에 단순 가담한 것도 사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테러조직이 국제법상 교전권이 없다고 할지라도, 테러의 결과로 타국 정규군과 교전을 벌일 가능성이 충분하며, 조직원들은 최소 그 사건의 공범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 소년은 만일 전투 중 자유시리아군이나 쿠르드군, 이라크군의 포로가 되고 자의로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조건 하에 한국으로 넘겨지면 여행금지국가 입국 및 사전죄로 처벌받게 된다.
  • 반면 쿠르드족 인민수비대에 가담해 이슬람 국가와 맞서 싸운 한국인 강모씨는 정상을 참작하여 사전죄는 적용되지 않고 여권 압수로만 그쳤다.#
  • 2022년 3월에는 이근 예비역 해군 대위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발발로 인해 실정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팀을 꾸려 우크라이나행을 택하여 논란이 되었는데, 그가 위반할 소지가 있는 법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서에서 다루고 있는 사전죄이다. 만약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의 명령 없이 개인 자격이나 교전권이 없는 단체 소속으로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이면서 러시아군, 특히 고위 장성 등을 사살하거나 어떤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러시아와의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경우 위에서 언급한 한국 청소년 이슬람 국가 가담 사건이 불러온 결과보다도 더욱 심각한 국익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가 개인 혹은 그에 준하는 자격으로 교전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입국 후 사전죄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잘못된 예측이 나왔다. 관련 기사

위의 사례들에 대한 이런 초기 주장들은 '사전죄'의 의미나 연혁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지배적인 해석이었고, 검사가 그렇게 기소하지도 않았다.

'사전(私戰)'의 연혁적 의미…'타국간 전쟁에 개인 참전(參戰)'이 아니라 '개인이 정부 뜻에 반해 상대국에 대해 개전(開戰)'하는 것에 가깝다고 보고있다. 무다구치 렌야??
이 교수는 "법전문가라도 사문화된 사전죄에 대해선 배우지도 않고 해서 잘 모를 수 있는데 '사전'의 의미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 '사전'의 의미로 해석을 내놓으니 '이근에 대해 사전죄를 적용해야한다'느니 하는 이상한 설명이 나돈 것"이라며 "이씨를 사전죄로 처벌하게 되면 실제 교전에 참여한 프랑스 외인부대나 미군 소속 한국인들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이근 '우크라' 전쟁 참전했다는데..'사전죄' 처벌 못한다?

즉, 사전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사문화된 법에 대한 이해없이 잘못된 해석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이상한 설명과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인이 더 이상 의용군으로 참전하지 않도록 말리려는 의도에서 '사전죄' 운운했다면 당시 상황논리론 이해는 되지만 정식 편제된 우크라이나 군에 소속돼 참전한 이근씨 사례는 어떻게 살펴봐도 사전죄로는 처벌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사전죄 처벌'은 해당 형법 조항이 생긴 연혁을 살펴보면 이근 사례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전죄', 일본서 메이지 형법에 넣은 취지…"에도막부 말기처럼 지방정부가 중앙 통제 없이 외국 공격하는 것 막자"

사전죄는 일본 메이지 형법서 유래돼 한국 법에 이식된 법조항으로, 일본에서도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다. 중앙정부인 막부가 아닌 지방정부 들이 '사전'에 나서 곤란해졌던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형법이 그대로 이식되어 '사문화'되어 있으나 아직 남아있다가 이근 사태와 같이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에 가담한 김모 군과 이근의 차이라면 테러조직과의 대 테러전과 정규전으로, 김모 군과 이근의 사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테러조직 가입은 유엔 차원에서 제재를 결의하였으며,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테러방지법으로 규제를 받게 된다.

5. 구성요건

5.1. 객체

본죄는 외국에 대하여 사전함으로써 성립한다. 사전의 상대방은 외국이다. 여기서 외국이란 외국의 국가권력을 의미하므로 외국인 또는 그 일부 집단을 상대로 한 전투는 본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외국은 한국이 국가로 승인한 나라임을 요하지 않는다.

5.2. 행위

사전이란 국가의 전투명령을 받지 않고 함부로 외국에 대하여 전투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의 의사와 연결된 때는 국가의 공격이고 사인에 의한 공격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사전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폭력행위의 정도로는 족하지 않고, 외국에 대하여 무력에 의한 조직적인 공격이 있을 것을 요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 국가의 정규군 혹은 그에 준하는 교전단체(프랑스 외인부대 등)에 제대로 된 형식을 거쳐 정식으로 편입되어서 그 신분으로 교전하는 경우에도 사전죄가 성립하는지는 불분명하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발발로 인해 우크라이나 측에서 공개적으로 외국인 의용군을 모집하는 상황임에도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법조계 전문가들은 '의용군에 지원하여 교전하는 행위' 자체가 사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이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법 제·개정 자료집 내 1953년 6월 29일 형법 제정 당시의 국회 속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국회의원 한 명이 사전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의하자 엄상섭 법사위원장 대리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사로운 전쟁… 국가적으로 어떤 대한민국의 명령을 받어 가지고 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자의로 외국과 전단을 일으켜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런 행위로 우리 국가의 의용군이라고 해서 외국 전쟁에 참가해 가지고 외교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있습니다. 그것을 사전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이의 없소”하는 말이 나왔고, 윤치영 국회부의장이 “그러면 그대로 통과입니다”라고 말했다. 즉 대한민국은 1953년 형법을 입법할 당시부터 의용군에 지원해 참전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보았다는 뜻이다. 또한, 이러한 사전죄의 입법취지를 볼 때, 국가의 전투명령은 대한민국 정부의 명령에 한정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단, 이근 사례의 반론부분에서 말했듯 2020년대에는 사전죄가 사문화된 상황이라 1953년의 이 기준도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어차피 사전죄가 아니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많다. 살인죄, 폭발물사용죄, 현주건조물방화죄, 공용건조물방화죄, 강도죄, 총기소지죄, 절도죄, 특수상해죄 등등... 사전 과정에서 일으킨 다른 범법행위만 수십 가지가 될 수도 있다.

6. 예비음모죄

외국에 대하여 사전할 목적으로 예비·음모함으로써 성립한다. 사전할 목적을 요하는 목적범이다. 본죄는 예비·음모를 특별구성요건으로 규정한 독립된 예비음모죄가 아니라, 일반적 예비·음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본죄에 대한 방조는 성립할 수 없다.

7. 유사 법률과의 비교

  • 중립명령위반죄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 쪽은 한국이 기본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제3국간의 전쟁에 무단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물론 중립명령위반죄와 사전죄를 동시에 적용시킬 수는 있다.
  • 군형법에서는 이와 비슷한 조항이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지휘관이 불법으로 전투를 개시하거나, 휴전이나 강화와 같이 교전을 중지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지속하는 행위는 범죄로 규정한다. (제18조 불법 전투 개시, 제19조 불법 전투의 지속) 해당 범죄자는 사형에 처하는 중범죄이다.

8. 타국에서의 사전죄

  • 일본에도 사전죄가 있으나, 이제껏 단 한 번도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한국법과의 차이는 기수범, 미수범에 대해서 처벌 규정이 없고 예비음모죄만 3월 이상 5년 이하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만약 실제로 사전행위에 참가한 사람이 나온다면 살인과 같은 기타 범죄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의 사전죄에 대한 견해는 다음 기사를 참조하는 것도 좋다. #


[1] 자연인 또는 법인인 개개인을 말한다. 일개 인물 또는 단체 등이 모두 포함된다.[2]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일본과 정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일개 개인이나 사사로운 단체가 자의적으로 '일본을 공격한다'며 무기를 들고 침공을 하게 되면 이를 원인으로 양국의 관계가 파탄날 수 있다.[3] 단, 최대 50년까지 가중할 수 있다.[4] 무기징역/선고 가능한 죄 문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