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9-04 13:50:43

아비달짐

Abi-dalzim

TRPG 체계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세계관 중 하나인 그레이호크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마법사.

D&D 계열의 게임이나 TRPG를 한 사람들이라면 설령 아비달짐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도, 그가 창조한 주문인 '아비달짐의 끔찍한 고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흑암자(黑暗者)'라는 별명이 있는데 아마 '검고 어두운 자'라는 뜻인 듯싶다. 성향당연히 혼돈 악(Chaotic evil)

본래 이름은 그저 '달짐(Dalzim)'이었다. 황량한 불모지를 떠도는 유목민의 자손으로 태어난 그가 강력한 마법사로 거듭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달짐은 가까운 도시에서 유명한 마법학교에서 사악한 마법을 연구하다 쫓겨난 센샤이라는 마법사를 만나게 되고, 그를 스승으로 모시며 도제(Apprentice) 과정을 밟으며 폭발적으로 실력을 키웠다. 이렇게 마법 실력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그가 타고난 천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고대 선조들로부터 이어진 혈통 때문이라고도 한다.

센샤이는 지니들과 교류하며 고대 마법을 익히고 달짐에게 전수해줬다. 하루는 어떤 지니가 마법의 대가로 달짐의 이름을 아비달짐(Abi-dalzim)으로 개명하기를 요구해서 그때부터 이런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청년으로 장성한 아비달짐은 스승인 센샤이와 짝은 이뤄 케스터(Kester)라는 지방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약탈하기 시작한다. 이런 유랑 생활 중 그는 어떤 네크로맨서를 알게 되는데, 이 네크로맨서가 아비달짐에게 센샤이가 가르쳐주지 않았던 진정 사악한 마법인 사령술(Necromancy)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다. 이에 크게 깨우친 아비달짐은 이후 사령술로 전향하기로 맘먹고 그 시작이자 증거로 이때까지 자신을 길러주고 가르친 스승 센샤이를 죽여 버린다.

사령술에 손을 대면서 흑마법의 비술에 흠뻑 빠져 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던 아비달짐의 악명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이렇게 사령술을 연구하던 가운데 탄생한 주문이 대기 중의 수증기를 증발시키는 그 유명한 주문, 바로 그의 이름이 붙은 '아비달짐의 끔찍한 고사'이다. 아비달짐은 주문을 완성하고 시험 삼아 자신이 약탈하고 있던 케스터 지방의 어느 도시에 시전했는데 그대로 도시민 전체가 몰살당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기에게 거치적거리거나 맘에 안 들면 뭐든지 일단 까고 보는 타고난 악당 유형이다 보니 모든 이들이 증오하는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1]

악당들의 최후가 그러하듯 아비달짐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오늘은 무슨 악행을 저지를까?'하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던 아비달짐과 그의 똘마니들은 그들을 때려잡기 위해 조직된 위저드+몽크+클레릭 대규모 부대와 조우하는 불운을 맞이한다.(...) 아비달짐은 미친 듯 싸웠지만 결국 중과부적으로 사로잡히고, 근처 마을로 호송해 재판이고 뭐고 간에 즉결처형하기로 결정해서 사지를 찢어 죽였다고 한다. 사지를 찢겨 죽어가는 와중에 그의 곁에 있었던 자들은 평범한 병사 몇 명과 마을 주민들뿐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성장기와 전성기 때와는 대조적이다. 때문에 사실은 아비달짐이 추격을 떨치기 위해 일부러 잡혀서 죽은 척하는 것이라고 시나리오를 짜는 던전 마스터들도 있다.

규칙책에 나와 있는 아비달짐의 능력을 보면 변환술(Transmutation) 계열 마법을 특화한[2] 21레벨 마법사다.

그레이호크 세계관에서 킹왕짱 먹는 모덴카이넨이 27레벨이고 그와 필적하는 텐서가 21레벨이라는 것을 참고하면 거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 수준에 올랐으니 진정한 천재였을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건 여섯 가지 능력치 중 지능이 무려 39나 된다는 것이다. 모덴카이넨의 지능이 27인데 무려 12나 더 높다. 이는 그가 지능과 매력에 +8 보너스를 주는 터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여기에 D&D 3판 기준으로 소원으로 +5, 21까지 레벨을 올리면서 +5를 받았다 치면 레벨1 시점의 본디 지능은 21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1레벨 지능 상한인 20보다 1 높은 것으로, 그런대로 납득할 만한 수치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공공의 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인회(Circle of Eight)의 일원인 래리와는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지식과 경험을 교류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엄청난 인맥을 자랑하는 래리의 마당발 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


[1] 단, 예외적으로 악한 신들과 그의 추종자들에게는 대환영. 원래 악한 신들이 하는 일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혼돈과 악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런 만큼 이런 일들을 스스로 해주고 있는 아비달짐은 총애까진 아니어도 호의를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2] 아비달짐이 네크로맨서로서 유명하고 그의 간판 주문인 끔찍한 고사 역시 사령술 계열이라 좀 이상하다 여길 수 있겠으나, 그가 사령술을 접하게 된 게 어느 정도 마법사로서의 기틀이 잡힌 후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름 납득은 가는 능력이다. 후에 사령술을 파고들긴 했지만, 아비달짐의 본디 스승인 센샤이가 원소술사(Elementalist)였기에 그에게 배우면서 아비달짐도 기본적으로 원소술사로 성장했던 것이다. 게임 작동 구조적으로 말하자면 사령술 특화 재주를 찍기는 했지만 재훈련해서 아예 네크로맨서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