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장인물 ]
1. 개요
2003년 영화 올드보이의 줄거리를 정리한 문서.2. 줄거리
2.1. 아파트 옥상
오프닝 크레딧이 끝나면 배경음악이 다이나믹하게 바뀌고 한 사내의 손에 끈이 잡혀있다. 이후 두 사내가 뜬금없이 아파트 옥상에 있는데, 한 사내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질 위기에 있는 다른 사내[1]의 넥타이를 붙잡고 있던 것이다."뭐... 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뭐야... 말투도 좆같고... 당신 도대체 누구야 씨발...?"
"내... 이름은..."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뭐야... 말투도 좆같고... 당신 도대체 누구야 씨발...?"
"내... 이름은..."
2.2. 감금 전
술 마시는 것과 떠들기를 좋아하는 오대수(최민식 분). 스스로 이름을 풀이하길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2]라며 이죽거리는 이 남자는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가진 지극히 평범한 20대 후반 샐러리맨이다. 극 중 오대수의 생년은 1961년으로 추정된다.1988년의 딸의 생일날, 딸 연희의 생일선물로 천사날개를 산 그는 술에 거하게 취해 주정을 부리다 경찰서에 잡혀서 조사를 받으며[3] 행패나 부리더니, 결국 늦은 새벽이 되어서 절친인 주환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2.3. 감금
그렇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딸과 공중전화로 통화를 하다가 주환에게 잠시 전화를 넘긴 사이 보라색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사설 감옥에 감금된다.대수가 갇힌 사설 감옥은 독방 형식으로, 침대 하나에 텔레비전 한 대, 의자 2개와 문이나 창이 없는 개방된 욕실 하나가 있는 전형적인 모텔 방과 비슷해 보이는 곳이었다.[4] 감금 두 달째 되는 장면에서 간수로 보이는 남자가 식사를 개구멍으로 넣어줄 때[5] 여기가 어디고 왜 있어야 하는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라도 알려달라며 사정하는 모습이 애처롭게 비춰진다.
이때 "그때 그들이 15년이라고 대답해줬다면, 버티기 좀 더 편해졌을까. 아니었을까."라고 하는 독백이 압권이다. 평범한 남자 오대수의 모습은 이게 마지막으로, 이후 1년 지난 시점부터 오대수는 점점 미쳐간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6]
감금 1년이 지난 후, 감방의 기괴한 그림을 바라보며 그림 속 웃고 있는 사람을 따라 미소를 짓는 장면부터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이 보인다. 가끔 감금방 관리자들이 수면 가스를 방출[7]하여 수인들을 기절시킨 후 청소나 이발 등을 해주고, 식사라곤 오로지 중국집 군만두만 먹으며,[8][9] 창문도 없는 8평에 갇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텔레비전 보는 게 전부. 텔레비전이 시간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뉴스를 통해 나오는 아내의 피살 소식. 게다가 아내의 살인범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있음[10]을 알아차린 오대수는 급기야 개미가 온 몸을 뒤덮는 환각을 보기에 이르고, 거울을 부수어 자살을 감행하지만 이 곳에선 죽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아 간수들이 살려놓는다.[11][12]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6]
오대수는 자신에게 증오를 품을 만한 사람들과 그 이유가 될 만한 사건들을 모조리 기억 속에서 꺼내 '악행의 자서전'을 기록한다. 일종의 옥중 일기라는 독백이 나오며, 녹색 표지에 사필귀정이라는 한문이 붉은 글씨로 새겨진 공책이다. 그런대로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대수였지만, 직접 적어보니 노트 몇 권을 채울 정도로 분량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착잡한 심경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 감금 6년차 어느 날, 중국집의 실수인지 식사인 군만두와 함께 쇠젓가락 3개를 받게 된다. 대수는 이때부터 감방에서 미쳐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신을 가둔 사람에게 복수할 것을 결심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단련함과 동시에 탈출을 결심하여 쇠젓가락으로 독방의 한쪽 구석을 집요하게 파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1년 단위로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여 더 미치지 않기 위해 공책의 제본에 잉크를 묻혀 피부 아래에 찔러 넣어 문신도 새긴다.
누가 됐든 기다려라. 조금만 기다려라.
머리끝서부터 발톱까지 이 지구상 동서남북 어디서도 네 시체를 찾을 수 없을 거다.
내가 잘근잘근 씹어 먹을 테니까.
벽에 구멍을 파내는 동안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는 것을 연출하기 위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사건(1995년), 홍콩 반환(1997년), 다이애나 비 사망(1997년), 1997년 외환 위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1998년). 2000년 새천년 맞이 행사, 2000 남북정상회담, 9.11 테러(2001년), 2002년 한일 월드컵, 제16대 대통령 선거(2002년) 장면 등이 등장한다. 감금 15년을 맞이하는 해, 마침내 오대수는 건물 밖과 통하는 작은 구멍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는 구멍 밖으로 손을 내밀어 마침 바깥에서 내리는 빗물을 받아 핥으며 소리 죽여 감격한다.[13] 이제 한 달만 더 파내면 밖으로 나갈 수 있겠다며, 군만두만 아니면 뭐든지 좋다며 먹을 것 생각도 하고, 여기가 52층이더라도 떨어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간다며 필사적으로 벽을 파는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하다.머리끝서부터 발톱까지 이 지구상 동서남북 어디서도 네 시체를 찾을 수 없을 거다.
내가 잘근잘근 씹어 먹을 테니까.
이내 수면 가스가 방을 뒤덮고, 황급히 벽을 파낸 흔적을 가린 대수는 최면술사의 환각을 보며 서서히 단잠에 빠진다. 이때 최면술사의 환영은 그가 푸른 풀들이 뒤덮인 들판에서 깨어날 것이라 예견하였다. 이후 이전에 등장한 환영의 말대로 풀들이 돋아난 들판에 놓인 여행용 가방으로 장면이 바뀌며, 그 가방에서 대수가 박차고 나온다.
2.4. 해방
하지만 대수가 깨어난 곳은 들판이 아니었으며, 바로 오프닝 장면의 아파트의 옥상이었다. 푸른 풀들은 사실 아파트 옥상에 무성히 자라난 잡초들. 오랜 시간 느끼지 못한 바깥 공기와 강렬한 햇볕을 느끼고 한참을 바닥에서 헛구역질을 하며 나뒹굴던 대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14] 고급 양복에 시계까지 입혀진 채 밖에 풀려난 오대수는 잠시 머뭇거리며 상황을 파악한 뒤 아파트의 옥상을 거닌다.15년 동안의 수감 끝에 탈옥을 앞두고 세상으로 나오게 된 오대수. 이내 개가 짖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다 처음으로 마주친 사람은 강아지를 끌어안고 투신자살 시도를 하려던 어느 병약해 보이는 사내(오광록 분). 그는 자신을 말리지 말라며 오대수를 경계하며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지려하는데, 오대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간다. 15년 만에 사람을 만난 오대수는 눈물을 흘리며 그 사내를 부여잡고 피부의 감촉을 느낀다.[15]
"아저씨, 내가요...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어도요, 예?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예?"
"아저씨, 내가요,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어도요, 예?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예?"
15년간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못한 오대수는 그저 사내의 말을 부자연스러운 억양으로 따라하고, 투신하려는 남자의 넥타이를 잡아 그를 막은 뒤, 주변을 둘러보는데, 황당하게도 그곳은 15년 전 대수가 납치된 곳 바로 그 자리였다. "아저씨, 내가요,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어도요, 예?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예?"
바로 그 공중전화 골목이다.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렇다고 옥상에 던져 놓다니, 꽤나 고지식한 놈인가보다.
"내 얘기를 해주고 싶다. 조금 있다 죽어라."
"뭐... 요?"
그렇게 15년 만에 인간과 첫 대화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한다. 이후 옥상에 마주 앉아 대수는 사내에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말해준다. 사내는 공감을 해주며 이윽고 자신의 사연을 꺼내려는데, 대수는 15년간 홀로 지내며 공감 능력을 상실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매몰차게 돌아서버리고 사내는 대수에게 자신의 이야기도 들어달라며 서러운 고함을 지른다."내 얘기를 해주고 싶다. 조금 있다 죽어라."
"뭐... 요?"
사내를 무시하고 자신의 옥중일기들을 챙긴 대수는 옥상을 빠져나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오대수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여성과 단 둘이 타게되어 엘리베이터 벽에 딱 붙어서 신음소리를 낸다.
오대수는 다짜고짜 여성의 선글라스를 빼앗아 착용하고 걸어 나온다. 격분한 여자는 경찰을 부르라며 아파트 경비원을 닦달하지만[17] 때마침 아까 옥상에서 만난 사내가 결국 강아지와 함께 투신하고, 오대수의 뒤에 있던 주차된 차량에 떨어진다. 이로 인해 인근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려 대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멈칫하지만 이내 뒤도 안 돌아보며 독방에 걸려 있던 액자의 문구를 독백하며 씩 웃고는 갈 길을 가는 장면이 일품.[18]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2.5. 미도와의 만남
변해버린 세상을 오대수는 정처 없이 돌아 다닌다. 집도 없어졌고, 오대수는 아내를 죽이고 잠적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니 다른 가족들이나 친척 지인들에게 연락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다리 밑 양아치들을 발견하고 싸움 훈련이 실효성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내려가 그들이 태우던 담배를 빼앗아 피우며 시비를 건다. 불량배는 좆방새[19]라는 처음 듣는 욕과 함께 대수를 발로 걷어차 공격하고 대수는 홀로 그들을 일망타진. 감방에서의 상상 훈련의 효과를 체험하며 흡족해한다.길을 거닐다 보인 일식집 앞에서 물고기[20][21] 를 구경하던 대수는 자신을 감금한 자가 보낸 걸로 추정되는 부랑자(이대연 분)에게 난데없이 두둑한 수표가 든 지갑과 휴대폰을 받고, 부랑자는 난 아무 것도 모르니 아무 것도 묻지 말라며 황급히 사라진다.
돈이 생긴 대수는 일식집 <지중해>로 들어가 보조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미도(강혜정 분)에게 살아 있는 음식을 주문한다. 미도는 대수에게 어딘지 모를 낯익음을 느끼고 오랜만에 오셨다고 인사하다가 또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오대수도 분명 처음 온 식당인데 미도가 낯이 익은 것 때문에 의아해한다. 미도가 우리 본 적 있지 않냐고 묻자 대수는 과거 자신이 본 요리 프로그램에 나온 미도를 기억해내고 미도의 이력을 줄줄 읊으며 여자는 원래 손이 더워서 스시를 만들 수 없다고 TV에서 본 잡상식을 줄줄 읊는다.[22] 그때 부랑자에게 받은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누구냐, 너."
"옷은... 마음에 들어요?"
대수는 처음으로 범인과 접촉한다. 범인은 옷은 마음에 드냐며 말을 돌리고, 내가 누굴거 같냐며 답을 피한다. 그에 대수가 의심되는 사람을 하나하나 늘어놓았지만, 범인은 자신이 학자이며 전공은 오대수, 즉 오대수학 학자, 권위자라고 하면서 알 수 없는 말로 대수를 현혹한다."옷은... 마음에 들어요?"
"뭐, 내가 중요하진 않아요. 왜가 중요하지. 잘 생각해 봐요. 인생을 통째로 복습하는 거야.
학교 끝났으니까 이제 숙제를 할 차례잖아. 안 그래요?
명심해요.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예요."
오대수가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냐고 묻자, 범인은 보고 싶으니 빨리 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 와중에 미도는 주문한 살아있는 낙지를 내어오고, 오대수는 자신이 감옥에서 독백으로 범인에게 맹세한 것처럼 머리 끝부터 산 채로 잘근잘근 씹어먹는다.학교 끝났으니까 이제 숙제를 할 차례잖아. 안 그래요?
명심해요.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예요."
한편 낙지를 썰 시간도 주지 않고 짐승처럼 낙지를 씹어먹는 대수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미도는 피식 웃더니 대수의 손을 잡으면서 "전 별종인가봐요. 손이 굉장히 차거든요."라고 한다. 대수가 '얘가 왜 이러지?'라고 의아해하던 순간 그는 갑자기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미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절한 오대수를 자신의 집에 재운다.[23]
다음 날 미도의 집에서 깨어난 대수는 오대수의 짐 속에 있던 악행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이거 다 진짜냐고 묻는 미도로부터 그 공책을 허겁지겁 빼앗고 그걸 베개 삼아서 웅크린다.[24] 미도가 감옥에서 운동도 많이 했다면서 왜 이리 비실거리냐고 묻자 오대수는 햇볕을 오래 못봐서 비타민이 결핍됐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후 미도가 화장실로 가며 문이 고장났는데 음흉한 생각은 하지 말라면서 허튼 수작 부리면 사시미를 떠버리겠다고 호신용으로 회칼을 들고 들어간다. 미도가 변기에 앉아서 속옷을 벗는 그때 오대수가 '15년 동안의 상상훈련.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고 독백하면서 막무가내로 강간을 시도하지만 미도가 휘두른 식칼 자루로 머리를 맞은 다음에 아파하면서 그냥 꽁무니를 빼버린다. 뒤에 이어지는 '없다'라는 독백이 압권. 강간 미수란 걸 생각하면 전혀 웃긴 장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깡패들을 때려잡을 때의 상상 훈련은 10년이라고 했으나 이 짓을 할 땐 15년의 상상 훈련이라고 독백한데다 맞고 주저앉아 아파하다가 바로 다음 컷에서 양말을 신으며 담담하게 "죽을 죄를 지었다."라고 사과하는 대수의 괴악한 행동 때문에 당시 극장에서 헛웃음이 피식 새어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대수가 이러는 이유는 장장 15년 동안 혼자 있다 보니 인간들과 교류하는 방법 자체를 아예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말할 대상이 일기 밖에 없었으니... 미도가 그를 보고 "말투가 원래 그래요?"라고 지적하는데 자세히 보면 그냥 이상한 게 아니라 말투가 아예 문어체다. 일기에만 얘기하다보니 아예 입에 붙어버린 것.
대수는 죽을 죄를 지었다며 미도의 집을 떠나려 하지만 놀랍게도 미도는 오대수에게 당신이 맘에 들어서 데려온 건 맞으나 아직은 아니라며 나중에 본인이 민해경의 '보고싶은 얼굴'을 부르면 관계를 맺기로 얘기를 꺼낸다.[25] 그리고는 누워버린 대수에게 아직도 개미 환각이 보이냐며 얘기를 꺼낸다.
"그쵸. 고독, 하면 무조건 개미죠.
내가 만나본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다 잠깐이래도 개미 환각 겪었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개미들은 항상 떼로 댕기잖아요.
그래서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개미 생각 자꾸 하게 되나봐.
물론, 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지만."
하지만 미도도 이런 말을 하면서 과거 지하철에서 개미의 환각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친다. 미도 역시 외로운 삶을 살아왔으며, 그 때문에 대수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다.내가 만나본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다 잠깐이래도 개미 환각 겪었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개미들은 항상 떼로 댕기잖아요.
그래서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개미 생각 자꾸 하게 되나봐.
물론, 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지만."
2.6. 범인 추적
이후 대수는 미도와 함께 조사에 나선다. 기자로 위장한 미도가 대수가 살던 집 근처의 금은방에 가서 혼자 남겨진 딸이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입양되었다는 사실과 죽은 아내의 무덤의 위치를 알아내온다. 딸에게 전화해보겠느냐, 무덤에 가보지 않겠냐는 미도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길거리를 걷던 오대수는 갑자기 뒤돌아서면서 '아니, 그 새끼 잡아죽이고'라고 독백하며 마치 자신의 감금방에 걸려 있던 예수 그림처럼 우는 듯 웃는 등 기괴한 표정을 짓는다. 그 뒤, 과거에 감옥 안에서 군만두를 먹다 입에 끼인 靑龍(청룡)이라 쓰여진 전표 조각을 빼내었던 걸 기억해내고 감옥을 찾기 위해 15년 동안 먹어온 지겨운 군만두를, 청룡이란 이름이 붙은 오만 중국집을 돌며 토할 때까지 먹게 된다.[26]중국집들을 조사하던 도중 대수는 우연히 미도가 '에버그린'[27]이라는 남자와 온라인 화상 채팅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에버그린이 누군지 같이 채팅을 보는데 캠에 대수의 얼굴이 뜨자 에버그린이 대수에게 잘 있었나요, 오대수씨... '더 넓은 감옥'[28]에서의 삶은 안녕하신지....?[29]라며 말을 건네고 대수는 미도를 수상히 여기며 믿지 못하겠다며 미도의 집에서 장도리를 챙긴 후 떠난다.
그리고 그렇게 중국집을 돌며 군만두를 먹던 오대수는 '자청룡(紫靑龍)'이라는 중국집[30]에서 그 지겨웠던 맛을 찾게 되고 배달원을 추적해 자신을 감금했던 7.5층을 찾아낸다. 엘리베이터의 7층과 8층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7.5층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청룡 배달원[31]에게 주방장더러 군만두에 부추 좀 웬만큼 넣으라고 한마디 하고 7.5층에 진입한다. 배달원이 오대수를 보며 외부인으로 간주해 승강기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잠깐 눈치를 살폈는데, 부추 대사를 듣고 "네."라고 말하며 그제서야 버튼을 누른다. 철가방 내용물도 보지 않고도 배달 메뉴가 군만두인걸 알고 있으며 심지어 그 맛도 알고 있고 이 빌딩에서 군만두를 많이 먹어본 사람이면 직원 아니면 감금된 사람인데, 감금된 사람이 이 건물 위치를 알 리 없으니 제 발로 건물에 왔다면 직원이라 여긴 듯하다.
이후 사설감옥의 주인 박철웅(오달수 분)의 사무실로 쳐들어가[32] "왜 나를 감금했나. 이.... 좆방새야."라고 묻는다. 박철웅이 자기네 사업은 보안이 생명이라고 정보를 주려 하지 않자 생니 6개를 뽑는[33] 고문을 하여 자신의 감금을 의뢰한 범인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테이프를 확보한다.
싸움을 마치고 복도 끝의 엘리베이터로 다다른 대수.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리는데, 안에는 각목과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패거리 여럿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바닥에서 고통스럽게 나뒹굴고 있는 조폭들을 뒤로하고 서 있는 대수를 보고 당황한다. 대수는 피를 주르륵 흘리면서도 이들을 보면서 씨익 웃는다.
이내 장면이 바뀌어 주차장의 엘리베이터 밖. 문이 열리는데 아까 전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패거리들이 일제히 바깥으로 쏟아져 나와 바닥에 쓰러진다. 대수는 이들을 가볍게 밟고 지나가고 장도리는 지하실에 그대로 버린다. 지상으로 올라가며 등에 꽂힌 칼을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 버리는 것도 압권. 이후 거리로 나온 오대수. 상당히 힘겨운 싸움이었던 것인지 피투성이가 된 채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지쳐 비틀거린다.
오늘도 역시, 대충 수습이 안 된다.
난 이제··· 괴물이 돼버렸다.
이 복수가 끝나고 나면, 오대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난 이제··· 괴물이 돼버렸다.
이 복수가 끝나고 나면, 오대수로 돌아갈 수 있을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즈음 결국 대수가 휘청거리더니 쓰러지는데, 지나가던 한 남자가 오대수를 부축해주고 손수건을 꺼내 피도 닦아준 다음에 택시를 태워주고 택시비를 내준다.[35] 이에 오대수가 고맙다고 말하자 남자가 "에이 뭘요. 저, 그럼... (창문 사이로 몸을 들이밀곤)잘 가라, 오대수."라고 말하며 씩 웃음 짓고, 대수는 차창으로 돌아서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 사나이가 자신을 납치, 감금한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다음날 대수는 절친한 친구인 노주환이 운영하던 PC방에서 그와 눈물의 재회를 한다. 처음엔 아무 자리에서나 앉아서 하면 된다고 심드렁하게 대응하면서 컵라면을 먹던 주환은 대수를 알아본 후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대수와 함께 카세트테이프를 듣는다.[38] 누군지 짐작이 가냐는 말에 260명의 가스나들의 남편 이름을 자기가 어떻게 다 알겠냐고 농담을 하면서 과거 오대수의 여성편력이 심했음을 암시한다. 오대수는 주환에게 자기가 정말로 말이 너무 많았냐고 자조적으로 묻지만 주환은 대답을 피하며 범인을 주변 인물 중에서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며 말을 돌린다. 주환의 도움으로 네이트온 아이디를 만든[39] 오대수는 미도의 채팅방에 나타났던 에버그린이란 자를 찾으려 하지만 에버그린 닉네임이 너무 많아서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의 에버그린이 먼저 오대수에게 접근해오면서 살인 공소시효 15년이 지났다고 축하해해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40][41]
오대수는 주환에게 에버그린의 신상을 캐달라고 부탁하는 한편 아무도 믿지 않기로 결심하고 에버그린과 채팅하고 모르는 남자를 대뜸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미도가 에버그린과 한 패라고 여겨 미도의 아파트로 돌아가 미도를 침대에 묶어놓고 "처음 보는 남자를 집에 끌어들이는 너는 대체 누구야!"라고 심문하지만 미도는 "그럼 넌 누구야, 이 나쁜 놈아!"라고 울부짖으면서 대수의 손을 물어뜯는다. 그러나 대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미도가 놀라 울먹거린다.
이때 주환에게서 에버그린의 이름과 소재지를 파악했다는 전화를 받은 오대수는 에버그린의 이름이 '수대오'이고[43] 그의 주소를 듣는데, 그걸 립스틱으로 미도의 배에 받아 적다가 그 주소가 미도의 아파트 맞은 편 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뛰쳐나가 건너편 아파트의 빈집에서 마침내 범인과 조우한다.
2.7. 범인과의 조우
복수심으로 들끓는 오대수에게 범인은 너무나 여유롭게 자신의 정체를 알아 맞혀보라면서 닷새 뒤인 7월 5일까지 알아내지 못하면 미도를 포함해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하며 당신이 자기 여자 못 지키기로는 유명하지 않냐고 조롱한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오대수가 범인의 목을 조르며 칼을 들이대자 범인은 말리려는 실장을 제지하며 역시 당신은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이라면서 지금 자신을 죽이면 '왜'를 알 수가 없지 않냐고 한다.그러자 오대수는 박철웅에게 했듯이 범인의 이빨을 뽑으며 고문하기 위해 의자에 앉으라고 하지만 범인은 자신이 과거에 심장 수술을 받아 심장에 모터를 달고 있으며, 자신이 의사에게 돈을 더 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위치만 누르면 모터가 꺼져 고통 없이 자살할 수 있다고 하며 대수가 고문을 하려 하면 그 전에 먼저 자살하겠다고 협박한다.
대신에 자신이 오대수를 가둔 이유를 5일 안에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고 하며 실장을 데리고 나가고 이때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하지만, 복수가 다 이뤄지고 나면 어떨까? 아마 숨어있던 고통이 다시 찾아올 걸?"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스포일러]
이때 나가다 말고 고개를 내밀며 "쟤 너무 오래 묶어 놓은 거 아니에요? 문도 열어 놓고 온 거 같던데?"라면서 미도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알린다. 대수는 미도의 집으로 달려갔지만 미도는 상의가 반쯤 벗겨져 오른쪽 가슴이 노출된 채 철웅의 패거리한테 성희롱을 당하며 붙잡혀 있었다. 이때 미도가 "살려주세요 아저씨!"라고 하는데 오대수는 속으로 '내가 죽게 생겼다...'라고 하는 것이 깬다...[45] 철웅이 생니를 뽑힌 복수를 하러 찾아온 것. 뽑힌 이 대신에 온통 금니를 박아넣은 철웅이 똑같이 복수해준다며 자신이 금니를 맞춘 치과의 명함을 건네주며 대수의 생니를 뽑으려고 한다. 그가 생니를 뽑으려는 시늉에 오대수가 겁에 질려서 비명을 지르자 철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있잖아, 사람은 말이야.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지는 거래. 그러니까, 상상을 하지 말아봐. 존나 용감해질 수 있어. 이번엔 진짜 간다."
곧바로 철웅이 대수의 이를 뽑으려는 순간 대수가 갑자기 실성한 듯 웃기 시작한다. 대수의 소매에 칼 한 자루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 대수가 칼자루를 잡고 칼을 뽑으려는 그 때 갑자기 철웅에게 웬 전화가 오고 곧 아까 봤던 범인의 경호실장이 와 철웅에게 거금을 내민다. 철웅은 돈을 받고선 대수를 야구 배트로 한 대 패고는 물러난다.[46] 미도는 쓰러진 오대수에게 "이래도 날 못 믿어. 이 나쁜 놈아!"라고 울부짖는다.
대수는 미도와 화해하게 되고, 미도는 범인이 '자신의 정체를 못 알아내면 미도를 죽일 것'이라고 한 걸 알게 되었고, "내가 아저씨가 사랑하는 여자라서 죽는 거예요?" 라고 물으며 울다가 노래를 부르며 오대수와 관계를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대수는 결국 모텔로 들어가 그녀와 몸을 섞는다.[47]
둘이 알몸으로 껴안고 잠든 사이 범인이 방에 수면 가스를 뿌린 후 방에 들어와 미도의 몸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둘의 모습을 잠시 내려보던 그는 그들이 깨어났을 때 바로 열어볼 수 있도록 테이블에 보라색 선물 상자를 두고간다.
깨어난 두 사람이 열어본 선물 상자 안에는 다름아닌 철웅의 왼손이 들어있었다. 대수는 철웅에게 손을 자르겠다고 했다는 점을 범인이 알고 있으며, 이것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세지임을 깨닫는다. 대수는 이 지독한 비밀을 풀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 미도를 잃지 않기 위해 5일간의 긴박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야 한다.
2.8. 계속되는 추적, 그리고 진실
대수는 감금 시절 뉴스에서 본 도청 장치 관련 인터뷰를 기억해 한 상인을 찾아가 옷과 구두 속에 있는 도청 장치를 제거하고, 인터넷에 에버그린이라고 치면 나오는 모든 홈페이지를 보던 중 '에버그린 올드보이즈'라는 '상록고등학교' 동창회 홈페이지를 발견한다. 상록고등학교는 대수와 주환의 모교였고, 연관성을 느낀 대수는 미도와 상록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된다.상록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뒤져서 범인의 얼굴을 발견한 대수[48]는 그의 이름이 '이우진'이라는 것과, 자신의 몇 년 후배라는 것, 졸업 후에 미국에 유학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어떠한 이유로 원한을 사게 되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던 대수는 주환에게 전화로 이우진에 대해 묻지만 주환 역시 이우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에 주환은 학생 생활기록부를 찾아 보라고 제안을 한다.
그러던 중 상록고의 생활기록부에서 보라색 포장지로 포장된 웬 미장원의 전단지가 나온다. 역시 이우진이 남긴 흔적으로, 대수는 조사를 계속한다. 그러다 이우진이 '재학중 누나를 여의고 우울증세를 보인다'는 기록을 발견하여 그의 누나 '이수아'에 대해 알게 된다.[49] 이수아는 대수와 같은 학년의 여학생이었지만 대수는 역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없었고, 학교에도 그녀에 대한 정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주환에게 이수아에 대해 물어보는데, 주환은 이수아가 3학년 때 자신과 같은 반이었다며 그녀를 기억해낸다. 이수아는 집이 엄청난 부자였으며 대수가 서울로 전학 간 이후 죽었다며,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대수에게 해준다.
주환: 가스나 그기 합천댐인가 뭔가 그 얄궂은 데 지 혼자 가가꼬 물에 빠져가꼬 디짔는기라 이기. 어? 야, 시체가 한 일주일 후에 물에 팅팅 불어가꼬 나타나따 안 하나.
대수: 어떤 애였니?
주환: 허허, 고거? 고거 완전 걸레였다 아이가 걸레. 그거 이따 아이가. 겉으론 새침하이 요조숙년데, 이기 속으로는 완전 걸렌기야 이기. 어? 개나소나 씨바 안 따먹은 놈이 없따꼬 학교에 소문이 쫙 퍼짔다 아이가. 캬, 내가 그때 뭐했나 몰라. 씨, 히히. 여하튼, 가시나 저 그 집이 또 엄청스리 부잔기라 이기, 어? 공부도 억수로 잘했어. 근데 결정적으로 고기 그리 헤펐다는 거 아이가, 하하, 참 내... 야, 진짜 옛날 얘기다, 옛날 얘기야.
대수: 어떤 애였니?
주환: 허허, 고거? 고거 완전 걸레였다 아이가 걸레. 그거 이따 아이가. 겉으론 새침하이 요조숙년데, 이기 속으로는 완전 걸렌기야 이기. 어? 개나소나 씨바 안 따먹은 놈이 없따꼬 학교에 소문이 쫙 퍼짔다 아이가. 캬, 내가 그때 뭐했나 몰라. 씨, 히히. 여하튼, 가시나 저 그 집이 또 엄청스리 부잔기라 이기, 어? 공부도 억수로 잘했어. 근데 결정적으로 고기 그리 헤펐다는 거 아이가, 하하, 참 내... 야, 진짜 옛날 얘기다, 옛날 얘기야.
그런데 주환의 맞은편에서는 이우진이 앉아서 주환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우진에게 도청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낸 대수가 우진이 설치한 도청기를 다 없애버리는 바람에 직접 주환의 PC방에 들러 두 사람의 통화를 엿듣고 있던 것.
주환의 발언에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우진은 컴퓨터에서 CD를 꺼내 부러뜨려 가장 날카로운 조각을 챙기고 주환의 입을 틀어막은 후[50] 분노의 괴성을 토하며 CD 조각으로 주환의 가슴을 마구 찔러 살해한다. 놀란 오대수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우진은 주환의 헤드폰을 받아들고 분노에 차 부들부들 떨면서, 마치 오대수가 이수아에 대해 오해를 하면 안 된다고 호소하듯이 처절하게 소리친다.[51]
"오대수 씨, 오대수 씨? 우리 누나는요, 걸레가 아니었어요. 예? 그건 정말 알아주셔야 돼요. 당신이 도청 장치를 다 없애버려가지고 여기까지 왔잖아요. 응? 엿들으려고요. 그러니까 노주환 씨는... 당신 때문에 죽은 거예요. 오케이?"
이 말을 마치고 우진은 죽은 주환이 꽉 잡아 놓아주지 않는 넥타이를 풀고 헤드셋을 벗은 후 자리를 뜨고, 그 뒤로 대수의 목소리가 이어지다 끊어진다.[52]격노한 대수는 운전을 하는 내내 울부짖고 고함을 지르며 짐승처럼 날뛰고, 한편 이우진은 헤드폰을 끼고 요가를 하다가 눈물을 흘린다.[53][54]
이후 대수와 미도는 박철웅이 자기가 금니 한 곳이라 추천한 치과를 찾아간다. 청소 중이던 간호사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니 1시간 후에 찾아오란 말을 하지만 "생니 6대 뽑혀서 금니 해 박은 사람 소개로 왔습니다."라며 묶어두고, 박철웅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서 미도와 함께 그를 찾아간다. 철웅은 새로 이사한 감금방과 새 텔레비전을 보여주면서 좋아서 이제 안 나가려는 놈들도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대수가 돈을 내밀자 적의 적은 친구라면서 돈을 사양한다. 미도가 철웅의 잘린 손에 있던 반지를 돌려주자 철웅은 "정희 엄마...! 나쁜 놈의 새끼들... 내가 가만 두나 봐라."라고 부들부들 떤다. 대수는 미도를 감금방에 두고 철웅에게 7월 5일이 지나도록 자신이 오지 않으면 미도를 그냥 내보내주라고 한다.[55]
7월 3일, 대수는 생기부에서 나온 미용실 전단지 주소를 찾아간다. 그곳의 주인인 영자는 오대수의 동창이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기도 했고, 감금생활로 인해 거의 다른 사람이 된 오대수였지만 영자는 대번에 학창시절의 대수를 기억해낸다. 대수는 그녀에게서 자살한 이수아는 헤프기는커녕 매우 깔끔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니까 이수아는 연애 중인 남자는 있었지만 결코 헤픈 여자는 아니었고, 무엇인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자살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영자는 이수아가 만나던 남자가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나 정확히 누구인지는 몰랐고, 다른 친구 춘심이에게 연락한다. 그런데 춘심은 자기도 주환에게 얘기를 들었으며 대수가 가장 잘 알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에 대수와 영자 둘 다 의아해한다.
그러면서 대수의 눈길이 중간중간 영자의 무릎에 가는데, 미용실로 들어온 한 여학생의 무릎을 보고 문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그제서야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과거 고등학교 시절, 활기차고 철없는 고3 대수는 서울 전학을 준비하고 있었고, 전학가는 날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교사인 수녀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이를 나무라는 수녀에게 오늘 전학간다며 "신경 끄세요, 미스 김~"이라고 깐족대며.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이수아가 나타나서 오대수 근처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56]
미녀를 밝히던 오대수는 괜히 이수아 근처에서 평행봉을 하면서 주접을 떨며 추근거리는데 이수아가 먼저 오대수를 알아보고 "니가 오대수제? 여자애들에게 그리 인기가 많다대?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한다메? 함 해봐라."라고 호감을 표시한다. 오대수는 반색하면서 이미지가 하나로 고정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수아에게 뭔가 농담을 해주려는데 시계를 본 이수아가 나중에 보자면서 자리를 뜬다.
김이 빠진 오대수는 이윽고 자신의 학급 칠판에 작별인사[57]를 적던 중 우연히 이우진이 급하게 어디론가 급하게 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를 추적하다가 우연히 이우진[58]과 이수아(윤진서 분)가 사진을 찍으면서 놀다가 눈이 맞아서 애무까지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59], 엿보던 대수를 수아와 우진이 거울로 발견하고는 장면이 넘어간다. 집으로 돌아간 오대수는 이사 준비를 마무리하면서 그를 돕던 주환에게 이 일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는 이수아와 이우진이 남매인 걸 몰라서 '주환의 반에 있는 예쁜 여자애가 웬 남자랑 있더라'라는 사실 정도만을 두루뭉술하게 말한다. 주환은 대수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 갑자기 서울 가서 보자며 대수를 보내고 춘심이를 만나러 떠나자 대수는 어디 가서 얘기하면 죽는다고 엄포를 놓는다.[60]
하지만 주환이 춘심이에게 얘기하고 그것이 결국 학교 전체에 퍼지게 되고, 결국 이수아는 합천 댐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만다.[61]
결국 오대수는 아는 여자애가 학교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것을 보고 별 생각없이 제일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은 것일 뿐이었다. 이후 대수는 바로 전학을 갔으니 본인이 여기저기 소문을 퍼뜨렸다고 볼 근거도 없다. 결정적으로 주환에게 "니 딴 데 말하면 죽는다!"라고 엄포를 놓는 걸로 봐서 일부러 소문을 낸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작 소문을 퍼뜨린 것은 주환이란 얘기가 되는데, 이사를 도와준 뒤 춘심에게 간다는 대사를 보면 본격적으로 소문을 퍼뜨린 건 주환과 춘심일 것이다. 성인이 된 대수는 이수아를 전혀 기억 못한 반면 주환은 그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 걸로 봐서도 설득력이 있다. 춘심은 현재시점에서 만난 영자가 전화해본 또다른 친구로, 자기도 주환에게 들었고 대수가 더 잘알지 않겠느냐고 한 걸 보면 대수→주환→춘심 순으로 퍼진 듯.
다만 이우진의 입장에서는 '모래알이든 바위든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다'는 말처럼 잘못이 크든(문란하다고 소문을 냄) 작든(아는 여자애가 야한 짓을 학교에서 하더란 걸 베프한테만 살짝 얘기함) 그 결과(이수아의 자살)가 같다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즉, 이우진 입장에서는 오대수가 뭘했든 그 결과로 누나를 잃었기 때문에 오대수는 불구대천의 원수인 셈. 실제로 그 잘못 자체는 별로 큰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 말을 들은 미도가 "말도 안 돼... 그게 그렇게 큰 죄야?"라고 경악하고, 오대수가 이우진의 위 모래 발언을 언급하며 이우진의 생각을 설명한다.
여기서 대사를 곰곰이 눈여겨보지 않으면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오대수는 주환에게 '이수아가 웬 남자애랑 야한 짓을 하더라'라고만 했지 '이수아가 근친상간을 했다'라고 정확하게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오대수는 이 당시 후배였던 이우진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 장면을 보고도 근친상간인 줄은 몰랐고, 주환에게 이수아가 학교에서 남자랑 그러고 있더라는 말만 했기 때문에 남매 중에서 이수아만 소문이 난 것이다. 근친상간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이우진도 똑같이 매장당했을 것이다.
또한 영자의 대사를 살펴보면 처음에 주환과 춘심이 퍼뜨린 소문은 "이수아가 걸레였다"는 자극적인 소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자는 대수->주환->춘심을 거쳐 초기 소문을 들은 사람인데 이수아가 '요조숙녀인 척하는 걸레'가 아니라 "이수아는 매우 깔끔한 아이였지만 만나던 남자가 있다"로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즉 최소한 이 단계까지는 단순히 이수아가 남친이랑 학교에서 애정행각을 하더라 수준의 소문이었겠지만 누군가가 여기에 살을 붙이면서 겉잡을 수 없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62]
2.9. 대면
진실을 알게 된 대수는 미도를 찾아가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말해준다. 미도는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사람을 15년이나 가두냐고 어이없어 하지만 대수는 이우진에게 죄의 경중은 관계없다고 말한다. 미도는 이제 왜 갇혔는지 진실도 알아냈으니 그냥 복수를 포기하고 이우진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달아나자고 하지만 대수는 복수심이 이미 자신의 성격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미도와 작별의 포옹을 하고 나선다. 미도는 이우진이 대수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게 해달라고 기도하겠다고 한다.[63][64]대수는 약속된 날짜, 7월 5일에 우진의 펜트하우스로 찾아간다. 오대수는 이우진이 인용했던 성경구절로 이우진의 위치를 유추하는데,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는 구절이 잠언 6장 4절에 나오고, 잠언은 영어로 MAXIM, 또 에버그린은 자기가 높은 탑에 산다고 했으니 6장 4절은 층수일 거라고 추측해낸다.[65] 하지만 문제의 맥심 빌딩은 이십몇층 정도이고 맨 꼭대기에 펜트하우스가 있었다. 이에 오대수는 에버그린이 자신이 높은 성 위에 산다고 했으니 펜트하우스에 있고, 64가 비밀번호일 것이라고 생각해 6과 4를 조합하여 다양한 비밀번호를 시도해보고 과거 7.5층 감금실 때처럼 6과 4를 동시에 눌러보기도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오대수가 엘리베이터 하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한 엘리베이터에 낑겨서 탄 사람들이 로비에 내려오면서 오대수를 기웃거리는 와중에 이우진과 실장이 나타나서 오대수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그리고 실장이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비밀번호는 0까지 들어가서 0604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대수는 우진에게 "넌 누나와 잤다."라고 폭로하고 이우진은 즉답을 피하며 실장의 눈치를 한번 살핀[66] 다음에 올라가서 얘기하자고 한다. 대수가 이우진의 펜트하우스에 들어오자 우진은 2명의 부하에게 "물어!"라고 지시하고 부하들이 대수에게 덤벼들지만 대수는 미도의 감금방에서 가져온 칫솔을 부러뜨려 한 명의 눈에 칫솔 반쪽을 꽂아버리고 나머지 한 명의 가슴에 칫솔을 쑤셔박아 간단하게 이들을 처치하고 실장에게 덤벼든다. 하지만 실장은 서있다가 다가오는 오대수를 지긋이 바라보곤 "말로 하세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대수는 공격을 멈추고, 실장은 시신을 처리하고 청소를 하는 사이 우진에게 자신의 추리를 말한다. 대수는 자신이 소문의 근원지라는건 맞췄지만, 그 뒤 이수아의 자살에 관해선 "누나를 임신시키자 무서워져서 니가 죽인 거 아니냐?"고 평하고, "기억을 지우고 알아 맞히라고 했으니 너는 비겁하다. 내가 이겼으니까 약속대로, 이제 죽어라."라고 요구한다.
이에 우진은 대수가 그 날을 기억 못하는 이유는 진짜 말 그대로 그냥 잊어버린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대수에게 소문이 퍼지고 난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얘기한다.
오대수가 얘기한 것[67]이 점점 불어나면서 학교엔 수아가 임신을 했다는 헛소문까지 돌게 되었고, 소문에 점점 빠져들던 수아는 결국 상상임신을 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진짜 임신이라고 오해한 수아는 결국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7월 5일 합천댐[68]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자식인 동시에 조카를 임신한 소녀의 기분을 생각해 봤어?
알겠어요? 당신의 혀가 우리 누나를 임신시켰다니까?
이우진의 자지가 아니라, 오대수의 혓바닥이."
즉, 올드보이에서 일어난 사건은 누나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소문의 진원지인 대수를 향한 우진의 복수극이었다. 그러나 우진의 복수는 대수를 15년 동안 가둔 상태에서 그의 아내를 죽이고,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대수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알겠어요? 당신의 혀가 우리 누나를 임신시켰다니까?
이우진의 자지가 아니라, 오대수의 혓바닥이."
2.10. 이우진의 진짜 복수
대수는 자식인 동시에 조카를 임신시킨 소년의 심정 역시 생각해봤다면서 두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이수아를 죽였을 것이라는 자신의 추리를 말한다. 이우진이 코웃음을 치면서 비웃자 대수는 이수아가 죽은 날(1979년 7월 5일) 합천댐에서 찍힌 이수아의 사진을 가지고 '이수아가 혼자 합천댐에서 자살했다면 이 사진은 뭐냐'며 추궁하자 우진은 잠깐 정색하더니 재미없다며 말을 돌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한다.[69]우진은 대수에게 걸었던 최면은 감금방에서 풀려나자마자 미도가 일하고 있는 일식집 '지중해'로 향하라는 것과 대수가 풀려나면서 받은 휴대폰의 전화벨이 울리면 발신자에게 "누구냐, 너."라는 말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실은 대수가 풀려나기 전에 미도에게도 최면을 걸어 놓았다는 사실도 말한다. 즉, 대수와 미도의 만남은 우진에 의해 계획된 만남이었다. 최면을 통해 미도에게 걸린 암시는 "누구냐, 너."라는 말을 한 사람의 손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수에게 걸린 암시는 하나 더 있었다. 미도가 손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것. 이렇게 기절한 대수를 미도는 자기 집으로 데려왔고, 두 사람의 관계도 중간에 삐걱대긴 했지만 다정한 연인 사이로 발전해 나간 것이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자, 다시?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 줬을까... 요?'"[70]
이우진
그리고 우진은 레이저 포인트로 자기 책상 위의 보라색 상자를 가리킨다. 대수가 연 그 상자 안에는 보라색 앨범 하나가 들어 있었다. 대수가 앨범을 펼치자 첫 페이지엔 대수 부부와, 해외로 입양됐다는 대수의 어린 딸이 함께 찍힌 가족 사진[71]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대수의 딸이 점점 커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딸의 모습이 점점 미도와 닮아가더니, 어느 순간부터 오대수와 함께 있는 미도의 사진이 나오고, 둘이 같이 있는 사진이 나오고, 마지막 페이지에선 미도가 웃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자, 다시?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 줬을까... 요?'"[70]
이우진
미도는 바로 대수의 딸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미도의 사진과 함께 거울이 붙어 있는데, 사진 속의 과거가 아닌 현재의 오대수의 흔들리는 눈빛을 비추며 '그 눈으로 똑똑히 쳐다보라'며 꾸짖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명연출이다. 그 위에 몇 차례 언급된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라며 감금방 시절 초상화의 글이 적혀 있는 것은 덤이다. 이는 결말에서 최민식이 짓는 표정에 대한 복선으로 볼 수 있다. 초반에 대수의 딸이 에바란 이름으로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의사네 집으로 입양가 자랐다는 언급이 나오지만 사실은 우진이 혼선을 두기 위해 자료를 속인 것이다. 딸의 본명은 원래 '연희'이지만 우진이 복수를 위해 어릴 때 '미도'라는 이름으로 개명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여담으로 외국 선진국으로 딸을 입양보낸다는 설정은 후속작 친절한 금자씨에서 진짜로 연출된다.
이우진은 미도가 4살 때부터 뒤에서 보호해왔다고 언급했다. 즉 대수가 처음 감금방에 갇혔을 때 미도는 아직 4살짜리 아기였고 따라서 아빠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나이였다. 그리고 우진은 대수의 아내를 살해한 뒤 천애고아가 된 미도를 뒤에서 보호하고 후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미도가 자신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자신을 도와주는 손길이 있었다고 회상했는데, 아이러니하게 그녀와 아버지 대수의 철천지 원수인 우진이 그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것이 우진이 하고 싶었던 진짜 복수, 즉 대수가 딸과 근친상간을 하게 만들고, 그 사실을 대수의 면전에 알려 그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대수가 미도와 연인 사이가 되려면 미도가 성인[72]이 되어 있어야 했으므로 대수를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둬놓았던 것이다. 한편 감금방에 있는 미도의 짐에서 무언가가 나오는데, 다름 아닌 15년 전 오대수가 딸의 생일선물로 샀던 천사 날개. 어리둥절하며 천사 날개를 맨 미도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본다. 오대수가 영화 시작부분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릴 때 딸 아이에게 줄 천사 날개를 차고 몸을 흔드는 모습과 똑같다. 미도 본인은 모르지만 관객에게 오대수와 미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연출이며, 이후 오대수는 차마 자기 딸이라고 말하진 못하면서 겁에 질린 미도를 달랜다.
그 사실을 알고 패닉에 빠진 오대수는 절규하며 이우진을 죽이려고 가위를 들고 달려드나 실장에게 막혀 제압 당한다. 그러나 오대수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경호실장의 귀에 가위를 찔러 넣고, 이에 실장은 이성을 잃고[73] 대수를 목졸라 죽이려 한다. 우진은 그런 실장을 잠깐 제지하려 하나[74] 결국 데린저를 꺼내 실장의 뒤통수에 대고 쏴 살해해버린다.[75]
이어 감금방의 미도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본인 앞으로 보라색 상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 상자를 가져온 자는 철웅으로, 미도의 앞에 앉아 있었다. 그 상자의 크기와 모양이 감금방 주인인 박철웅의 손이 들어 있던 것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미도는 심하게 겁에 질린다. 이 상자 안에는 마찬가지로 미도와 대수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들어 있었다.
사실 철웅과 우진은 한패로, 대수는 철웅이 우진에게 팔을 잘렸으니 원한을 품었을 거라 짐작하여 우진을 만나러 가기 전에 미도를 철웅에게 맡겼지만 사실 우진이 철웅에게 새 감금방 건물을 주는 대가로 그 손목을 받아온 것이었다.[76] 이것을 보고 다시 대수가 철웅에게 협력을 요청하리란 것도 우진의 그림대로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손쉽게 자기 계산으로 행동한 오대수에게 우진은 난 미도가 성인될 때까지 잘 지켜왔는데 당신은 이게 뭐냐면서 거의 앙탈을 부리는 수준으로 한심해하며 "이 븅신아"라고 비웃는다. 미도는 겁을 먹고 상자를 열지 못하고 있었다.
대수는 미도에게 상자를 열면 절대로 안 된다고 울부짖다시피 경고한다. 미도에게 말하는 태도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빠가 절박하게 딸을 달래는 듯한 태도로 바뀌는데 초반부의 납치 되기 직전 술에 취한 오대수가 딸에게 공중전화하는 장면과 겹쳐진다.[77]
이우진은 그렇게 매달리는 대수를 보며 손수건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고 소리가 내어나오지 않게 비웃는다.[81] 그러다가 대수의 입에 손수건을 구겨넣어 출혈을 막고 철웅에게 전화를 걸어 상자를 닫으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오대수의 머리에 호신용 권총을 들이밀면서[82] 이제 자기는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냐며 독백하듯 묻는다. 우진이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한 대수는 권총을 잠깐 두려운 눈으로 곁눈질 하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체념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우진은 권총을 거둬들이고 자신의 심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했던 리모컨을 던져준다.
오대수는 뒤돌아 떠나는 이우진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심장을 멎게 만들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지만, 그 리모컨은 우진의 심장 박동을 돕는 모터를 멎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 테이프를 재생시키는 리모컨이었다. 버튼이 눌림과 동시에 대수와 미도가 성관계를 갖고 있었을 때 두 사람의 교성을 녹음한 소리가 재생되고, 대수는 틀어막힌 입으로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괴로워한다. 마지막까지 괴로워하는 오대수를 보며 복수를 마무리한 이우진은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말한다.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 이우진[83]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 이우진[83]
2.11. 복수의 완성
▲ 이우진의 회상 |
수아는 표면적으로는 합천댐에 혼자 가서 투신한 걸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우진도 그날 댐에 따라갔었다.[84] 누나가 그날 죽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 같다. 수아가 댐 아래로 떨어지려고 하자 우진은 울면서 수아의 손을 붙잡는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것인지, 아니면 우진 스스로도 내심 누나와의 잘못된 관계를 영영 덮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수아를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때 수아는 웃는 얼굴로 우진이 목에 걸던 사진기로 자신이 투신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유언을 남긴다.
"우진아, 나... 꼭 기억해줘야 돼. 알았지? 난 후회 안 한다. 너는?"[85]
어느 순간부터 어린 우진과 현재의 우진의 모습이 교차하기 시작하며, 현재의 우진이 손을 놓아버리며 수아는 댐의 물 속으로 사라진다. 누나를 놓은 그 손은 무언가를 쥐듯 변하더니 철컥 하는 장전 소리가 들린다.
2.12. 결말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 오대수
사건이 끝나고 백발 머리가 되는 등 피폐하게 변한 대수는 (혀가 잘려 말을 할 수 없으므로) 우진의 청탁을 받고 자신과 미도에게 최면을 걸었던 그 최면술사 유형자(이승신)에게 그 동안의 이야기를 편지로 적어서 기억을 지워달라고 도움을 청한다.최면술사는 "솔직히 내가 그쪽 부탁을 들어줄 이유는 없죠."라고 운을 뗐지만 이후 "근데 말이죠... 이 마지막 문장에 마음이 움직였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마지막 문장은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87]였다.
이에 형자는 "기억이 잘못돼서 막 엉클어질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요?"라고 묻는다. 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형자는 대수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최면을 시작하는데, 다음과 같다. 참고로 아래의 대사는 대본 기준으로, 위에 링크된 실제 극장판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내가... 선생을 도울 이유는 없죠, 안 그래요?
(숙인 채 고개 끄덕이는 대수)
근데 말이죠, 이 마지막 한 줄에 맘이 움직였어요.
(편지를 들고 소리 내어 읽으며)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잘못 돼서 기억이 막 엉클어질지도 몰라요.
(숙인 채 고개 끄덕이는 대수, 닭똥 같은 눈물 한 방울)
....준비되셨으면 정면에 나무 하나를 응시하세요.
(대수,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고)
....나무가 서서히 콘크리트 기둥으로 변합니다.
(시점 - 나무가 기둥으로 변하며)
여기는 이우진의 펜트하우스 안입니다. 적막한 밤이네요
(시점 - 패닝하면 펜트하우스. 초점이 맞춰지면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빌딩 숲)
창가로 걸어가는 당신의 발소리가 실내를 울립니다. 실내등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시점 - 유리에 반사된 램프가 하나씩 꺼지면서 상대적으로 선명해지는 대수 얼굴)
이제 내가 종을 울리는 순간 당신은 이제 두 사람으로 나뉩니다.
'비밀을 모르는 당신'의 이름은 '오대수',
'비밀을 간직한 당신'의 이름은 '몬스터'예요.
종이 또 한번 울리면 몬스터가 뒤돌아 걷기 시작합니다.
(유리에 반영된 오대수의 시점 - 돌아서는 분신의 뒷모습)
한 걸음에 일년씩 늙어갑니다.[88]
결국 몬스터는 일흔살에 죽게 됩니다. 걱정할 건 없어요, 매우 편안한 죽음이니까요.
행운을 빕니다.[89]
(숙인 채 고개 끄덕이는 대수)
근데 말이죠, 이 마지막 한 줄에 맘이 움직였어요.
(편지를 들고 소리 내어 읽으며)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잘못 돼서 기억이 막 엉클어질지도 몰라요.
(숙인 채 고개 끄덕이는 대수, 닭똥 같은 눈물 한 방울)
....준비되셨으면 정면에 나무 하나를 응시하세요.
(대수,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고)
....나무가 서서히 콘크리트 기둥으로 변합니다.
(시점 - 나무가 기둥으로 변하며)
여기는 이우진의 펜트하우스 안입니다. 적막한 밤이네요
(시점 - 패닝하면 펜트하우스. 초점이 맞춰지면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빌딩 숲)
창가로 걸어가는 당신의 발소리가 실내를 울립니다. 실내등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시점 - 유리에 반사된 램프가 하나씩 꺼지면서 상대적으로 선명해지는 대수 얼굴)
이제 내가 종을 울리는 순간 당신은 이제 두 사람으로 나뉩니다.
'비밀을 모르는 당신'의 이름은 '오대수',
'비밀을 간직한 당신'의 이름은 '몬스터'예요.
종이 또 한번 울리면 몬스터가 뒤돌아 걷기 시작합니다.
(유리에 반영된 오대수의 시점 - 돌아서는 분신의 뒷모습)
한 걸음에 일년씩 늙어갑니다.[88]
결국 몬스터는 일흔살에 죽게 됩니다. 걱정할 건 없어요, 매우 편안한 죽음이니까요.
행운을 빕니다.[89]
두 사람이 껴안고, 미도가 "사랑해요, 아저씨."라고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오대수는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을 짓는다.[90] 그렇게 프레임 안에 대수의 묘한 표정이 가득한 채로 화면이 어두워지고, 이후 두 사람이 설원의 산맥 뒤에서 지는 해를 보는 동안 미도의 테마곡이자 올드보이의 대표 OST인 The Last Waltz가 흘러나오면서 영화가 마무리 된다.
[1] 강아지를 안고 있다.[2] 이 부분은 일본어 더빙판에서 "今日適度に過ごそう"(쿄오 데키도니 스고소우)라고 원본을 죽이지도 않으면서 위화감 없이 적절히 번역되었다.[3] 술김에 여성에게 추근대다 시비가 붙어 서에 왔는데 이후에도 옆 사람에게 계속 시비를 건다. "남자가 술이 꽐라가 되어 주정을 부리는 장면"은 1980~1990년대에는 흔한 일이라 국내 관객들은 술버릇 나쁜 사람 정도로만 봤지만, 이런 문화가 없는 서구권에서는 오대수를 사회 밑바닥 계층으로 잘못 해석한 리뷰도 많았다.[4] 방의 한쪽에는 창문이 하나 있는데, 창 밖 풍경은 그냥 그림이다. 한마디로 가짜 창문.[5] 카메라가 개구멍만 보이게끔 앵글을 잡은 상태에서, 간수가 신발로 개구멍을 열고 닫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진다. 사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어떠한 취급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섬뜩한 연출이다.[6] 대수의 감방에 걸려 있는 그림은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의 1891년작인 '슬퍼하는 남자 Man of Sorrow'(사람에 따라 약간 징그러움 주의)라는 작품이다. 눈물을 흘리며 웃는 이 기묘한 남자는 바로 다름아닌 예수다. 그림 밑에 써있는 시구는 미국의 시인 엘라 윌콕스가 쓴 '고독(Solitude)'의 첫 두 줄이다. 물론 원작 그림에는 이런 글이 써 있지 않다. 고독의 전문에 대한 좋은 해석은 여기를 참고하자.[7] 작중 독백으로는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때 사용한 '밸리엄 가스'라고 언급하지만 실제 사건 때 사용한 물질은 펜타닐이다.[8] 해외에서 재미있는 해석 하나가 나왔는데, 군만두는 어지간해선 독립적으로 먹는 주요리가 아니고 다른 요리에 딸려 나오는 경우가 많다. 즉 이런 군만두만 줬다는 것은 "너는 이 복수극의 주인공이 아니다"라는 의미라는 해석. 박찬욱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맞아떨어진다.[9] 물론 이렇게 365일 삼시세끼 군만두만 먹이다가는 영양결핍으로 죽을수가 있다. 설사 꾸역꾸역 살아있다 한들, 오대수가 몸을 만들기란 힘들다.[10] 잠든 오대수에게서 피를 뽑은 뒤 오대수가 사용한 유리컵을 집에 가져다 두고, 아내를 죽인 뒤 집에서 가족 앨범을 가져가서 오대수가 아내를 죽인 것처럼 꾸몄다. 게다가 도난품으로 앨범을 언급한 뉴스 기사는 영화 최후반부 반전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11] 이때 처음 뉴스가 나올 때는 마치 자기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무심히 듣다가 아내가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팔에서 개미 한 마리가 피부를 뚫고 기어나온다. 오대수는 이 개미를 그냥 손가락으로 튕겨버리지만, 살해 용의자로 자신의 사진이 나오는 시점에는 얼굴 전체를 개미 떼가 뒤덮으며 절규하는 식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되었다.[12] 리메이크인 올드보이(2013)에선 그냥 뉴스를 보고 우는 식으로 평범하게 묘사되어 두 영화의 수준을 비교하는 장면으로 거론되기도 했다.[13] 나중에 밝혀지지만 감금방 내부는 CCTV로 감시당하고 있었다. 즉 오대수가 구멍 파던 걸 감시자들은 10년 가까이 뻔히 보고 있었던 것. 사실 앞서 오대수가 자살을 시도했을 때마다 바로 와서 치료 해줬다는 거에서부터 CCTV가 없다고 생각 못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우진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둔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14] 이 장면에서 갑자기 점프 스케어가 나오는데, 15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갑자기 마주한 강한 햇빛에 오대수의 동공이 급격히 작아지는 짧은 씬에서 큰 효과음이 난다.[15] 즉 맨 첫 장면은 이곳의 일을 잠시 스핀오프한 장면인 것이다.[16] 해당 역을 맡은 사람은 농구선수 한기범의 아내인 안미애이다.[17] 엘리베이터 안에서 왠지 패닉 상태일 땐 선글라스를 쓰지 않았다가 나온 뒤에는 여자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여자에게서 선글라스를 뺏는 그 과정에서 또 무슨 짓을 했는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18] 숨은 설정으로 이때 뒤에서 검은색 밴이 지나가는데, 이우진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자살남 역시 이우진에 의해 조종당했을 것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19] TV는 욕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욕도 15년 만에 처음 들었다며 신선해한다.[20] 이 때 구경하던 물고기는 돌돔으로 오대수는 독백으로 이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한다.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돌돔의 새끼를 이렇게 칭한다 라고 설명하려던 찰나 부랑자가 오대수의 옆으로 다가오고 대수는 그가 풍기는 이상한 냄새 때문에 설명을 멈춘다. 참고로 경상남도에서 돌돔의 새끼를 부르는 이름은 '뺀찌'다.[21] 감금방안에서 할게 없으니 텔레비전을 많이 보았고 다큐멘터리를 보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다.[22] 사실 둘이 낯이 익은 것이 결말의 핵심 복선이지만 미도가 텔레비전에 출연했던 경력으로 여기서 이렇게 퉁 치고 넘어간다.[23] 처음 영화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뜬금없이 자기 집에 재우는 거지?'라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 상식적으로는 119를 부르는 게 맞겠지만, 이건 사실 복선으로 이미 오대수와 미도 모두 최면이 걸려 있었다.[24] 원래 최민식이 공책을 빼앗은 다음에 바로 이부자리에 풀썩 누워야 하는 장면인데, 실수로 이부자리 옆에 있는 책상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다음 누워서 극도로 아픈 나머지 머리를 손으로 부여잡으며 누워버렸다. 메이킹 필름으로 공개되었는데, 컷한 뒤 촬영장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최민식도 자기 머리가 돌대가리라 괜찮다면서도 창피함과 고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감독은 최민식이 정말로 아파하면서도 창피해 하는 표정이 상황과 잘 맞아서 NG임에도 넣었다고 한다.[25] 참고로 원작 만화에서는 이 시점에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벌써 섹스를 한다. 그것도 주인공은 생각도 없었는데 여주인공이 목욕한 후 가운만 입고 나와 유혹하며 심지어 이때 여주인공은 숫처녀였다.[26] 초기 각본에서는 군만두의 맛이 아니라 '악행의 자서전'에 적었던 사람들을 단서로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오대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감금을 청부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증오의 대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들은 사실 오대수 때문에 피해를 입은, 오대수가 오히려 미안해해야 할 사람들이다.[27] 상록(常綠), 즉 오대수의 모교인 상록고등학교를 의미한다. 사실 여기서 범인은 자신의 정체를 다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범인이 가명으로 피해자 고등학교 이름을 사용한다? 어렵지 않게 범인이 누군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대수가 너무 헤매는 것도 재미가 없으므로 큰 힌트를 준 셈. 단, 오대수가 고교 시절 사건을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잊어버렸다는 문제가 있었다.[28] 이 말 그대로 오대수에겐 더 넓은 감옥에 불과했다. 기껏 풀려났지만 그토록 보고 싶었던 딸을 보러 가지도 못했고 아내의 무덤에 가보지도 못하고 다른 가족이나 친척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평상시 원하던 다른 걸 하지도 못했고,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도 못한 채 감금방에서처럼 오직 군만두만 억지로 먹으며 누가 자신을 감금시켰는지 알아내기 위해 처절하게 복수를 위해 발악하는 신세.[29] 이때 채팅에 몽테크리스토가 언급된다.[30] 자청룡의 자 자는 자주색 할 때의 그 紫 자가 맞다. 뜻은 맞는데 풀이하면 자주색 푸른 용이라서 대수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백이 있다. 사실 이것도 이우진의 흔적인데, 이우진은 작중 오대수에게 흔적을 남길 때 보라색 물건을 많이 사용한다.[31] 참고로 이 사람은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감독으로도 유명했던 용이 감독이다. 희한한 일이지만 박찬욱 감독의 또 다른 연출작인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짜장면 배달부가 등장하는데 여기선 그 사람이 바로 류승완 감독.(...)[32] 여담으로 이때 철웅이 "경호원 붙어있는 사람은 (납치를) 못하고요, 그런 건 전문으로 하는 애들 있으니까 걔들 시켜야 되고요, 그냥 좆밥일 경우 저희가 합니다. 6개월 이상인 경우 데려오는 비용은 서비스루다가..."라고 하는데, 메이킹 영상을 보면 대본 리딩 당시 '좆밥'으로 지칭된 최민식이 여기서 빵 터졌다.[33] "내 15년 고스란히 갚아주겠다. 1개씩 뽑힐 때마다 1년씩 늙는 거야."라는 대사를 해서 15개를 뽑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뽑힌 치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6개만 나오고 후에 대수가 철웅이 소개해 준 치과에 가서 "생니 6대 뽑혀서 금니 해박은 사람 소개로 왔습니다."라는 대사를 한다. 원래는 15개 뽑을 작정이었으나 중간에 철웅이 자백해서 6대에서 그쳤을 수도 있다. 사실 생니를 의학적 조치없이 한번에 15개나 뽑아버리면 무조건 죽는다.[34] 해당 장도리 격투 롱테이크는 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준 장면 중 하나로, 하나의 장면을 수십 컷으로 나누며 대역을 쓰고 편집으로 그럴듯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액션 연출과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연출이었다. 이후, 이 장면은 영화계는 물론이고, 드라마, 게임 등에서도 수없이 오마주되었다. 이후 제작된 좁은 복도에서 벌어지는 일대다의 원테이크 무쌍 액션은 이 장면에서 파생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세한 내용은 올드보이(2003)/명장면 항목을 참고하자.[35] 이때 딱히 오대수가 미도의 집주소를 가르쳐준 적이 없음에도 미도의 집주소를 알고 거기로 데려다달라고 부탁한다.[36] 범인이 "오래 갇혀있으면 미치지 않나요?"라고 문의하자 철웅은 그럴 경우 약물을 투여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약물만으로 미치는 걸 막는 방법은 없으므로, 15년간 군만두만 먹은 사람이 멀쩡히 생존할 뿐 아니라 인간흉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적 허용인 듯 하다.[37] 철웅의 반응을 본 범인이 나지막하게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38] 반면 대수는 완전히 무감각한 표정으로 덤덤히 있다. 나중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대수가 주환을 소중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감금방 생활 때문에 복수와 관련된 감정 외엔 다른 감정이 거의 닳아버린 것이다.[39] 아이디가 몬스터다.[40] 이때 이우진의 펜트하우스가 비춰지는데 실장이 이우진을 대신해서 채팅을 쳐주고 있다.[41] 영화가 개봉한 2003년 당시에는 살인죄에 15년의 공소시효가 존재했었다. 이후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인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연장되었고, 2015년 7월 일명 태완이법의 시행으로 인해 2000년 8월 1일 이후 살인 사건, 1998년 6월 20일 이후 강간 살해 사건에 한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완전히 폐지되었다.[42] 잠언 6:5[43] 당연히 가명이다. 그냥 봐도 알 수 있듯이, 오대수의 이름을 거꾸로 한 것이다. 이때 주환이 수씨도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데 매우 희귀한 성씨지만 수씨도 있긴 있다.[스포일러] 이는 오대수 뿐만 아니라 후에 복수를 이루고 자살하는 이우진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된다.[45] 대수 앞에서 미도의 오른쪽 가슴을 노출시킨 장면은 우진과 수아가 함께 사랑을 나누던 씬이 연상된다.[46] 그냥 가려다 분이 안 풀려서 졸개가 들고 있던 배트를 뺏어 오대수를 패고 진짜 가려고 하려는데 오대수가 철웅의 손을 잘라버리겠다며 "그 손으로 미도 유방 만졌잖아!"라고 괜히 한소리 한 탓에 쫄따구들에게 더 맞았다. 오대수의 이 대사는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47] 이때 대수는 거의 말이 없는 반면 미도는 말도 많고 거의 흐느끼듯이 신음 소리를 낸다. 이게 나중의 복선이 된다.[48] 이때 당번 선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제 문 닫아야 하는 시간이라고 난색을 표하는데, 미도가 싹싹하게 부탁하자 미인계에 넘어가 헛기침하면서 컴컴한데 불 켜고 보라고 하고 사라진다. 당번 선생을 맡은 배우는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이다.[49] 이수아가 3학년, 이우진이 1학년인 1979년에 이수아가 죽어 이우진이 우울증상을 보였다는 내용이 생기부에 있는 것으로 보아 이우진의 생년은 1963년으로 추정된다.[50] 갑작스럽게 살해되는 바람에 발언이 끊기긴 했지만 잘 들어보면 이때 주환이 근데 이 얘기 대수 네가 해준 거 아니었냐고 막 말하려던 참이었다. 나중에 춘심이가 주환에게, 주환은 다시 대수에게 들었다고 밝혀지는 것의 복선.[51] 미국판에선 다짜고짜 차 타고 찾아와서 "우리 누나가 창녀였다고?"라고 화내고 죽여버리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싱거운 연출이 됐다. 여러모로 미국판의 너프된 연출 중 하나.[52] 이때 들어보면 우진은 이미 헤드폰을 내려놓고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데 작게 오대수가 "야, 이 개새끼들! 이 개새끼야! 넌 내가 죽여 버릴 거다! 넌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다!"라고 격노하는 소리가 들린다.[53] 이때 오대수는 시종일관 무표정이거나 가벼운 분노, 혹은 고통에 신음하는 정도의 감정표현만 하던 평소와 달리 우진이 주환을 살해한 걸 알아채자 노발대발 격분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환은 이 시점에서 감금 전 대수의 삶과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아내는 죽었고 딸은 먼 외국에 있어 언제 볼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고 다른 동창들과는 그리 친하지도 않은 상황에(미용사 동창인 영자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의 귀환에 눈물 흘리며 기뻐하던 절친까지 사라져버린 것이다.[54] 이우진 역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시종일관 여유있고 능글맞은 모습만 보여주다가 누나에 대한 험담을 듣자 갑자기 이성을 잃고 격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역시 이 둘의 사이가 보통 이상이었고, 대수에 대한 원한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55] 이때 철웅이 딱히 대답을 하지 않는데 철웅이 실제로 우진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게 복선일 수도 있다.[56] 참고로 이 책은 미국의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이다. 그런데 실비아 플래스는 평생 우울증을 앓았으며, 사랑의 열정과 광기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해버린 사람이다. 이후 수아의 행적을 보면 여러모로 복선이라고 볼 수 있는 소품.[57] '잘 있거라! 3학년 3반 씹탱구리들아!'라고 적었다.[58] 과거 시점의 아역으로 유연석이 나왔다. 당시에는 본명인 안연석으로 활동하였다.[59] 이우진과 이수아는 친남매다.[60] 주환은 정말 이 사실을 말하게 되어 죽게 된다.[61] 사회자체가 경직되어 있던 1970년대에는 고등학생이 이성교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문란하다는 꼬리표가 달리기 십상이었다. 애초에 남녀공학 자체가 드물어서 연애를 하기 힘든 시대이기도 했다. 그런 시대에 학교에서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기 딱 좋은 행동이었다. 다만 상록고등학교는 설정 상 천주교 계열 남녀공학으로 묘사된다.[62] 예를 들어 이 소문을 들은 누군가가 "학교에서 저런다고? 이거 완전 걸레 아냐?"했는데 그 소문을 들은 또다른 이가 "걸레라니? 누가?" "이수아" "이수아가 걸레라고?" 라는 식으로 살이 계속 붙여졌을 것이다.[63] 대수는 다음엔 더 젊은 남자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농담한다.[64] 결국은 반대로 오대수가 이우진 앞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게 된다.[65] 참고로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을 의미하는 잠언이 아닌 구약성경 중 하나인 잠언은 영어로 'Proverbs'라고 한다. 게다가 이우진이 말한 구절은 구약성경 잠언 6장 4절이 아닌 5절이다.[66] 이때 실장이 이우진의 눈을 피한다.[67] 웃긴 건 저 당시 소문을 처음 퍼뜨린 것이 주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앞 장면에서 나오듯이 주환 본인도 돌고 돌아 살이 붙을대로 붙은 소문('이수아는 걸레라 안 따먹은 놈이 없다')을 믿고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둘 다 이수아에 대해 둘이 직접 나눈 대화에 대해선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뜬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68] 해당 시점의 작중 배경은 1979년이지만, 실제 합천댐은 1988년에 완공되었다. 아마 당시 합천 지역에 있던 저수지를 합천댐이라고 칭한 듯.[69] 극중에서 이우진이 당황하는 유일한 장면이다.[70] 여기서 이우진이 설명하며 옷을 입는 중 옥에 티가 하나 있는데, 이우진이 커프 링크스를 꺼내기 위해 서랍을 열기 전 장면에 이미 커프 링크스가 채워져 있다는 것.[71] 작중 극초반에 오대수가 파출소에서 주정을 부리며 경찰들에게 보여준 사진이다.[72] 극중 미도의 나이는 만 19세(한국 나이로 20세)이고 한국에서는 만 19세부터 성인이다.[73] 영화 내에서 눈을 깜박거리면서 어지럼증 표현을 보면, 귀 내부 전정 기관이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후에 우진이 실장을 향해 외치는 것이 영화에서 먹먹한 울림으로 들리는 것도 이를 표현한 듯하다.[74] 실장을 향해 소리지르지만 실장은 대수에게 귀를 다쳐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이것이 먹먹한 사운드로 표현된다.[75] 일부 관객들은 우진이 실장을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여기기도 하는데, 사실 우진은 애초부터 그를 죽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일단 첫번째로 우진은 대수가 죽는 것보다 살아있기를 바랐다. 아직 복수의 내막을 전부 다 이야기하지 못한 것도 있고, 리미트가 풀려버린 실장을 말리기엔 너무 늦었던 것도 있다. 무엇보다, 실장은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대수를 통해 '누나와 잤다'는 우진의 치부를 들어버렸다. 그 장면 직후 우진이 실장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일종의 복선이었던 셈. 수십년 전 대수의 말을 전해들은 주환이 더 큰 소문을 만들어낸 것처럼 우진은 또 다른 소문이 퍼질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76] 중간에 우진이 펜트하우스에 돌아왔을 때 전기 커터 도는 소리가 나고 재갈을 문 채 고통을 참는 철웅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복선.[77] 자세히 들어보면 미도를 포함한 모두에게 딱딱한 문어체, 해라체(베프였던 주환 포함)를 쓰던 대수가 오프닝 씬 이후 처음으로 다정하고 인간적인 말투를 쓴다.[78] 자신을 감금한 범인을 만나면 해주겠다고 15년 동안 벼르던 그 말로 이우진을 협박했다.[79] 사실 혀를 자르는 장면은 원래 스스로 거세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쇼킹한 데다 배역을 맡은 최민식이 '오대수가 퍼뜨린 소문이 이수아가 자살한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혀를 자르는 것이 더 이치에 맞다'면서 감독에게 제안했고 이를 감독이 받아들였다. 최민식의 배역에 대한 이해도를 알 수 있는 부분. 만약 거세하는 장면을 넣었다면, 이는 이우진에 대한 굴종이 아니라 미도와의 근친상간에 대한 죄책감의 표시로 여겨져서 개연성이 틀어졌을지도.[80] 감독이 오대수라는 이름이 오이디푸스에서 왔다고 밝힌만큼 이 장면도 오이디푸스의 내용과 일치하는 점이 있는데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내 이오카스테가 자신을 낳은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무지함을 원망하며 스스로 눈을 찌른다.[81] 카메라가 옆에서부터 우진의 웃는 얼굴을 찍기 시작해 정면으로 이동하는데, 측면만 보면 마치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82] 이때 장면을 보면 대수의 왼쪽 관자놀이에 권총을 대고 오른쪽 관자놀이에는 자신의 머리를 댄 모습이다.[83] 2003년 11월 씨네21에 수록된 박찬욱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영화를 본 송강호가 이 대사야말로 이 영화를 응축한 한 마디라고 말했다고 적혀있다. 이에 박찬욱 감독의 반응은 "당신 참 똑똑한 배우야."[84] 그날 댐에서 찍은 이수아의 사진은 2장 존재했는데 하나는 투신 전의 사진과 하나는 댐에 가득한 물 위로 확대 사진처럼 찍힌 수아의 모습이었다. 당시 1970년대엔 카메라에 확대 기능이 없기에 초근접한 정도가 아닌 이상 확대 사진 급으로의 촬영이 불가능하다. 즉, 수아가 투신하는 상황 속에 찍혔던 것. 이 점을 토대로 대수가 추궁하자 우진이 잠깐 정색하던 걸 볼 수 있다.[85] 참고로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서인지 이수아는 회상신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썼는데 여기서는 약간 억양이 느껴질듯 하긴 해도 표준어를 쓴다. 또한 최민식이 사투리를 이때는 전혀 못할 때라 그런진 몰라도 경상도 사투리 한마디 하는 이우진과 달리 오대수는 꿋꿋하게 표준어만 쓴다.[86] 우진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그 시절의 우진과 현재 시점의 우진이 번갈아 나오는데, 난간에 매달려있던 누나의 손을 놓는 것은 현재의 이우진이었다.[87] 참고로 이 대사는 오대수가 풀려나고 처음 만난 사람(오광록)이 자살하기 전에 꺼낸 말이었다.[88] 오대수가 펜트하우스를 걸어가기 시작하고, 화면이 암전되는데 최민식 배우가 걷는 속도를 계산해서 세보면 이까지 약 15걸음, 즉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왔던 15년을 걸어간다.[89] 이후 출간된 시나리오북에는 최면술사가 이우진과 만나 말하길 오대수가 기억을 지우기 위해 그녀를 찾아올 것이란 회상 장면이 있고 실제로 촬영도 했다. 여기서 이우진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게 말해주세요. 행운을 빈다라고." 즉, 이것조차도 이우진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나 박찬욱은 극이 너무 이우진의 의도대로만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불만스러워 이 장면을 편집했다고 한다.[90] 앞서 감금방에 있었던 울며 웃는 사람의 초상화, 그리고 거기와 앨범에도 적혀 있던 문구가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미국판에서도 비밀을 봉인하는 결말이지만 주인공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티만 남기고 일방적으로 결별하는, 즉 뭔가 관객에게 떠먹여주는 모양새라서 훨씬 아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