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물건을 파는 아주 작은 가게.시골이나 동네 골목길에 있는 ○○슈퍼나 ○○상회, 드물게는 ○○마켙(마켓)이라는 이름의 간판을 달고, 7평 안팎 되는 좁은 공간에서 간단한 식료품이나 공산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초소규모 슈퍼마켓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통칭으로 '연쇄점'[1]이나 '점방'(점빵)이 있다.
2. 어원
구멍가게라는 명칭에서 '구멍'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로는 6.25 전쟁 이후에서 유래됐다는 설인데, 전쟁 당시 워낙 치안이 좋지 않다보니 가게들이 도둑맞기 십상이었고, 이에 물건을 몰래 사고 팔기 위해 방 문이나 창호지 등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틈으로 거래를 했다하여 구멍 가게라 불렸다는 설이다. 그러나 해당 6.25 전쟁 유래설의 경우 40여 년 앞선 1910년대 신문에서도 '구멍 가게'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 만큼, 시기상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설이다.
- 두 번째는 '점방'의 한자를 곡해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먼저 과거에 경상도에서는 '가게'를 앞선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점빵"이라고 불렀는데, 이 점빵은 전방(廛房) 혹은 점방(店房)[2]이라는 한자어가 발음이 바뀌어 불리게 된 단어이다. 이 때 '점'자를 店이 아닌 點자로 알아듣고 그렇게 불렸다는 설이 있다.
- 세 번째는 재러 한인 독립운동 단체인 권업회의 기관지인 "권업신문"의 1914년 3월 8일자[3] 신문에 "권연갑(담배갑)이나 성냥가치나 벌려놓은 움 같은 구멍가게로야 백년 간들 무슨 지식이나 경험이 늘며 이익이 생기리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당시에도 구멍 가게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부터 사용하던 용어인데, 앞서 이야기한 성냥가치나 담배갑, 움 같은 구멍가게, 이후에 나온 (그런 자잘한 것들을 팔아) 무슨 지식이나 경험, 이익이 생기느냐는 대목을 보아 구멍마냥 '작은 가게'라는 의미로 불렸을 것이란 설이다.
어느 설이 정설인지 알 수는 없으나 3가지 설 모두 공통점은 '조그맣다'는 의미의 구멍을 뜻하기에, 구멍 가게의 속 뜻 자체는 '동네 작은 가게'를 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3. 특징
이름에서부터 느껴지겠지만 가게의 크기는 보통 조그맣다. 허름하거나 임시일 경우 간판조차 영 없는 곳도 태반이다. 이 경우 가정집이 아니라 가게인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안팎에 먹고 마실 식품들이 진열되어 있거나 출입문에 담배 표지판이 붙었는지 살피는 것이다.[4]파는 물건의 개수도 제한적이다. 간혹 계란, 햄, 두부 정도의 간단한 음식 정도는 취급한다. 수요가 적다보니 없는 게 많다. 마을사람들에게 입맛에 안맞거나 생소한 제품이다 싶으면 들여와 봐야 잘 팔리지도 않으니 그냥 취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흔하게 보이던 것도 이곳엔 없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동안 영업을 한 가게라면 먼 과거에 단종된 공산품이나 음식들이 여전히 포장된 채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생활용품이나 통조림, 증류주나 유리병, 깡통에 담긴 음료들은 온전히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자료나 수집 용도로 구입해 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도시의 구멍가게는 대체적으로 1층에 가게를 낼 공간을 겸한 주택 건물이 많은 편이다.
과거 구멍가게 옆에는 간혹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느 장소에 있는 공중전화와는 다르게 관리가 안 되어서 고장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대부분 철거되었다.
최근 세대는 당연히 구멍가게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꽤나 연로하신 분들이 운영하는데, 이런 점을 노려 대놓고 강도 짓을 해서 담배나 물건을 상자채 털어 가는 일이 자주 생긴다. 또한 노인들이 지폐를 잘 살필 줄 모르는 것을 악용, 위조지폐를 가지고 물건을 사면서 진짜 돈으로 바꿔가는 경우도 있으며[5], 그 외에도 나이를 잘 분별하지 못하고 신분증 검사를 잘 안 한다는 점을 악용해서 불량한 학생들이나 미성년자들 양아치들이 노안인 동급생을 시켜서 몰래 술, 담배를 사 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구멍가게'란 통칭과 다르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곳도 많았으며, 지금도 농어촌에는 간단한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술과 안주를 그 자리에서 제공하는 가게가 있다.[6] 시골의 버스정류장 근처 구멍가게에서는 시외버스 표를 팔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는 구멍가게가 동네에서 매우 중요한 상점이었고,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구멍가게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날이 갈수록 구멍가게의 수가 줄어가고 있다.
우선, 구멍가게보다 크고 아름다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할인점 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 구멍가게의 쇠퇴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편의점으로 예전엔 할인마트가 있더라도 간단하게 라면을 산다거나 술, 담배를 사오는 것 정도는 아직 수요가 있었지만 골목에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그러한 수요를 전부 뺏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구멍가게는 편의점의 하위호환으로 완벽하게 전락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소비자가 굳이 구멍가게를 찾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일부러 이색적인 체험을 하지 않는 이상.
요즘 사람들의 주거 형태 역시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 그것도 1인 가구 위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 구멍가게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먹고 살 길을 찾으려고 편의점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지만 편의점 자체가 포화상태고 영세 업체에 지나지 않아 이나마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정부에서 나들가게 사업을 시행했지만 영 효과가 없었고 결국 2021년부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이 외에도 복권판매를 겸하거나 아예 복권판매점으로 변경하는 곳도 있다.
서울 변두리 지역이나 지방 소도시, 또는 시골로 가보면 아직까지도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구멍가게도 재개발의 여파로 가게를 팔아서 없어지거나 편의점으로 바뀌는 등 사라지는 추세이다. 사실 그나마 남은 곳도 상기했던 구멍가게보다 약간 큰 곳이다. 시골에 가면 아직은 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웬만하면 마을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고 읍내에 차를 타고 나가서 장을 봐온다거나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기 때문에, 정말 읍내를 드나들기 힘든 지역 혹은 초등학교 앞에서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이다. 그 외에 카드 결제 거부[7], 가격 표시 없음,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의 부재 등 여러모로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다.
4. 해외
- 일본은 도시 변두리 골목길에 이러한 작은 가게가 종종 남아있다. 대형마트와 경쟁에 밀려 점점 사라지는 양상은 한국과 비슷하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데,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환경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일본의 특성상 구멍가게나 영세한 가게들이 사라지면 자가용 운전이 불가능한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인도나 많은 교통사정이 좋지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구멍가게가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인도에서는 구멍가게가 유통업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있으며, 케냐의 엠페사 에이전트처럼 금융거래까지 맡고있는 경우도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구멍가게가 아직까지 건재하다. 북한의 구멍가게는 운영형태는 국가에서 직영하는 곳과 일반 상인들이 위탁운영하는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은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익의 일정액을 지방정부에게 월세비로 내주고 남는 돈은 상이들이 가져가는 식이다.
- 의외로 중국이나 구소련권에서 민영 구멍가게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길거리 매점조차도 국유화하여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소련에서는 소련 붕괴 전후로 국영상점이 사유화되거나 돈벌이를 하려고 구멍가게라도 차리는 경우가 많아 한 동안 구멍가게가 성업하던 때가 있었지만 자본주의가 활성화되기 전의 잠깐 동안의 일이다. 이후 대형 유통체인이 사세를 확장하며 시골이나 소도시를 제외하면 쇠락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큰 차이는 없다.
재미있는 점은 소련과 마오쩌둥 집권기 당시 중국의 유통구조가 중앙집중적이라 당대에 비판을 많이 받았기에 사유화되면서 이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대형유통체인점이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다시 중앙집중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유통되는 물자의 질이나 양, 운영형태, 가격(...)은 차이점은 있기는 하다.
- 필리핀에서는 이런 구멍가게를 싸리싸리스토어라고 명사화하고 있다.
5. 여담
- 간혹 편의점에서 구멍가게인 양 외상을 하려 드는 노인들이 있지만 편의점은 구멍가게와는 다르다. 물론 가게가 작고 동네 곳곳에 한곳은 있으며 간단한 식료품이나 공산품을 판다는 공통점은 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구멍가게였다가 편의점으로 업종전환을 한 경우도 많다.[8] 그러나 편의점은 운영형태가 규격화되어 있고, 김밥이나 도시락같은 일일배송식품도 같이 취급하며 때때로 사람들이 와서 간식을 사서 먹거나 끼니를 때우기 때문에 점주입장에서 구멍가게보다 운영하기 빡세다.
- 일본 만화 바라카몬은 격오지 고토 열도 중에서도 외곽 시골을 배경으로 하기에 이런 구멍가게가 종종 나온다.
[1] 다만 연쇄점은 체인점과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라 의미 면에서는 살짝 다르다.[2] 한자 전(廛)과 점(店) 모두 '가게'라는 의미의 한자라서 어떻게 부르든 가게를 지칭하는 단어이다.[3] 독립기념관 사이트#에서 이 신문을 볼 수 있으나, 아쉽게도 모든 발행물을 볼 수는 없고 현재는 1914년 3월 8일자 포함 서버 문제나 서버 관리 문제인지 참조할 수 있는 일부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4] 왜 굳이 담배 표시인가 하면 이런 소규모 소매점에서 담배가 제일 매출이 잘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구멍가게의 계승자인 편의점도 전체 매출의 40% 가량을 담배가 차지하고 있다.#[5] 유명한 77246 위조지폐 유통사건의 범인도 이랬다.[6] 여기서 파생된 지역 문화가 바로 그 유명한 전주시의 '가맥'이다.[7] 무조건 현금 아니면 계좌이체[8] 반대로 영세 슈퍼 였다가 편의점으로 바꾼 사례도 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