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7 12:03:59

천병희

천병희
千丙熙
파일:천병희 교수.jpg
출생 1939년 3월 12일(음력)[1]
경상남도 고성군 동해면 장좌리
사망 2022년 12월 22일 (향년 83세)
국적
[[대한민국|]][[틀:국기|]][[틀:국기|]]
직업 교수, 번역가, 독문학자
학력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 /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 /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 / 박사)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독문학, 고전 문학 / 수학)
본관 영양 천씨

1. 개요2. 생애3. 번역 스타일4. 주요 번역서5. 외부 링크

[clearfix]

1. 개요

대한민국의 독문학자, 고전 번역가.

본관은 영양(潁陽).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한국 고대 그리스 고전 문학 및 고전 그리스어의 최고 전문가로 방대한 수의 고전그리스어 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한 불세출의 번역가. 개인적으로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는 등 현대사의 파란을 겪어온 역사의 증인이었다.

2. 생애

1939년 음력 3월 12일 경상남도 고성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 석사 학위[2]를 취득했으며, 1986년 2월 동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학위[3]를 취득했다. 이후 독일로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독일 고전문학을 수학했다.

1957년 플라톤의 《향연》의 그리스어 원전 텍스트를 읽었을 때 플라톤이 세계를 보는 눈이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하지 않으면 플라톤 책을 번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 과정부터 석, 박사 과정까지 모두 밟고 독일 유학까지 했던 독문학자이지만 일반 독자들한테는 그리스 고전을 번역하는 번역자로 유명하다.[4] 실제로 독일 북바덴주정부에서 실시하는 라틴어 검정시험과 그리스어 검정시험을 합격하여 해당 언어에 대한 이해 또한 풍부하다. 고전 그리스어, 라틴어 번역에 한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자라 할 수 있다.

1972년부터 번역 활동을 시작했으니 번역계에서도 굉장한 원로로, 2022년까지는 호메로스 원전 번역이 한국에서 천병희 역만 존재했다.[5] 2019년 초까지 혼자서 플라톤의 저서를 완역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편 석사 학위 취득 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전임강사로 근무하던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고 10년 간 자격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자격 정지 기간이 끝난 1981년부터 단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임용되어[6] 2004년에 퇴임했으며, 말년에는 단국대학교 문과대학 명예교수로 있었다.[7]

그가 무엇보다 한국 인문학계와 출판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당시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고대 그리스 고전의 대다수를 그가 직접 번역해냈다는 것이다. 그리스 고전은 고사하고 불문학, 독문학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수입된 일역본을 중역한 경우가 여전히 태반인 형편이었고, 그마저도 오역이나 일부 분량이 누락된 역본이라면 이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고 그대로 읽을 수밖에 없었던 판국이었다. 하물며 서양 고전이야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어서, 일역 중역본을 구해 읽거나 그것도 아니면 대체로 중역조차 되지 못해서 일역 원전을 구해다 읽어야만 했다.[8] 이 와중에 천 교수는 홀로 독일로 건너가 고전그리스어와 고전라틴어를 두루 섭렵하고서는 한국에 돌아와서 여전히 번역의 손길을 타지 못한 수많은 고전들을 작업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 등의 철학명저는 물론이거니와 소포클레스나 에우리피데스, 베르길리우스 등 고전 희곡의 대가들의 작품부터 투키튀데스나 헤로도토스 등의 역사서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고대그리스 고전을 작업하였으니 이는 그 전에 어떤 학자도 감히 시도해보지 못한 대작업이었다. 후세 학문에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런 고전들을 원전 번역한 덕분에, 오늘날 학자들은 이들 고전에 한발 가까이 다가갈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교수직을 정년은퇴한 뒤로는 시간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더욱 가열차게 번역 작업을 진행하였고, 타계하기 직전까지도 고전 번역에 매진할 정도로 평생을 고전 문학을 아끼며 생활하였다.

2022년 12월 22일에 타계하였다.

3. 번역 스타일

기본적으로 가독성을 우선시하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문장의 장단과 호흡이 현대어와는 완전히 다른 고전 그리스어/고전 라틴어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친숙해지도록 큰 공헌을 하였다. 또한 호메로스플라톤 저작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번역자 최고의 자질이라 할 수 있는) 원전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각별한 것도 장점으로, 혼자서 대화편 전집을 완역해냈을 정도이다.[9]

단, 기존 관습적 번역어를 존중하여 많이 사용하는 이런 문학적 가독성을 우선시하는 스타일 때문에, 자신의 번역에 전공자들의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바뀐 번역어들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근의 전공자들이 내고 있는 그리스/라틴 고전 번역과는 다른 면이 있다. 특히 천병희 교수는 본직이 독문학자이고 그리스/라틴 고전 번역은 부차적으로 시작한 것이라, 연구자 수준의 정밀한 1차 직역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천병희 교수의 번역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10]

한편 외래어표기법의 경우, 고전 그리스어 아티케 발음을 좇아 υ를 [y]로 쓴다. 예를 들면 오디세이아를 오'뒷'세이아로 번역하고, 아이스킬로스를 아이스'퀼'로스, 기게스[11]를 '귀'게스라고 번역한 것 등이 있다.

4. 주요 번역서

5. 외부 링크



[1] 양력 5월 1일.[2] 석사 학위 논문 : Holderlin und Grichentum.[3] 박사 학위 논문 : 휠덜린의 핀다르 受容에 관한 硏究 : 특히 그의 後期讚歌의 形式問題와 관련하여(횔덜린의 핀다르 수용에 관한 연구 : 특히 그의 후기찬가의 형식문제와 관련하여).[4] 다만 독문학자답게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저서 '나의 생애와 사상'을 번역하기도 했다.[5] 다행히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2022년에 김기영 번역 오뒷세이아가 나오고 2023년에 이준석 번역 일리아스가 나오면서 상황이 매우 양호해졌다.[6] 미래에는 공권력에 의한 폭력으로써 무죄로 방면하였으나 여하튼 당시에는 공안사건으로 옥고를 치렀기 때문에 전직이자 공공기관인 서울대로 복귀할 수는 없었다.[7] 단국대는 사립대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투자가 많기로 유명했다. 예컨대 사학과에서는 당시 스타 학자였던 무하마드 깐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시기에 부도처리 후 경기도로 이전하며 과거의 명성은 현재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8]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금서에 가까웠던 사회주의 인문학서의 경우 번역본을 구하기 어려운 독어 원전 또는 노어 원전, 불어 원전 등은 일역본을 구해 읽는 것이 흔했다.[9] 2023년 기준으로, 이는 원전번역 대화편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전집이 완간된 것이다.[10] 천병희 교수 본인 역시도 스스로가 전공자가 아님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천병희 역 대화편의 경우 어지간하면 대안 번역어 대신 관습적 번역어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이런 면을 엿볼 수 있다. 가령 aretē의 경우 관습적 번역어는 '미덕(美德)'이지만, 사실 aretē는 도덕적 의미 뿐 아니라 온갖 기준에서의 훌륭한 상태를 의미한다.(예: "후라이드 치킨의 aretē는 바삭한 맛이다") 그렇기에 고전 전공자인 박종현 교수가 번역한 《국가》에선 aretē를 '훌륭함' 내지는 '훌륭한 상태'로 옮긴다. 반면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국가》에선, 관습적 번역어를 존중하여 '미덕'으로 옮긴다. 천병희 교수 역시도 관습적 번역어들이 원문의 뜻을 전달하는 데 무리가 있음을 모를리가 없었지만, '연구자'가 아닌 '번역가'이기에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을 보인 것이다. 반면 플라톤 연구자인 박종현 교수의 경우, 연구자로서 '훌륭함'이라는 대안 번역어가 원전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을 확신했고, 학계에서 이 대안 번역어를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학자로서 과감하게 번역어를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이다.[11] 플라톤국가에서 나오는 이야기인 기게스의 반지로 유명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