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폭탄과 블랙홀 문명[1] |
1. 개요
縮退爐 / Singularity Drive / Degeneracy Drive축퇴로는 SF 장르의 작품들에 주로 등장하는 개념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동력기관을 말한다. SF소설에서 최초로 블랙홀 엔진에 대한 개념을 사용한건 아서 C. 클라크의 지구제국.
공간 상에 어떠한 물질이 일정치 이상 모일 경우 자신에게 가해지는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압괴하게 된다. 원자핵과 전자가 거의 합쳐질 정도로 고압축된 상태를 축퇴 상태라고 하며 고압축된 물질은 축퇴 물질로 부르게 된다. 중성자별의 구성 물질을 생각하면 되겠다. 축퇴로는 고압축 상태의 축퇴 물질에서 에너지를 뽑아 쓰는 언젠간 개발될 것이란 꿈의 동력기관이다.
다만 블랙홀의 축퇴 에너지가 거대한 것은 블랙홀 자체의 질량이 거대하기 때문이지 압축되어있기 때문이 아니다. 지구를 한 점으로 압축시켜봤자 얻는 에너지는 지구전체의 질량에 지구 반지름을 곱한 정도의 양밖에 안된다. 물론 행성단위니 그 에너지도 거대하지만 그만큼 압축시키는데 드는 에너지나 그 에너지를 수송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면 남는 장사일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이걸 우주선 동력원으로 쓴다면 우주선에 행성의 질량을 싣고 다니는 격인데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격이다.
2. 상세
강입자 실험을 통한 마이크로 블랙홀 제어 등의 예를 보자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지만,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행위 자체가 어떠한 연구도 되지 않았고 동력원의 제어 이론은커녕 동력원의 기본 구조 이론조차 성립되지 않은 언젠가 만들어지길 바라기만 하는 동력기관이다.3. 방법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획득하는 수단으로는 우선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물질이 가진 퍼텐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그 효율은 질량의 10~30% 정도이다. 참고로 현재 핵융합 발전의 주요 방법으로 고려되고 있는 중수소-삼중수소 반응의 질량 효율은 0.3%이다. 인위적으로 물질을 블랙홀에 흘러들어가게 함으로써 강착 원반을 생성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복사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이미 활동 중인 블랙홀에 일종의 다이슨 스피어와 비슷한 구조물을 만들어 운용할 수도 있다.물리학자 로저 펜로즈가 1971년 제안한 펜로즈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특이'점'이 아닌, 회전하는 제로두께의 도넛모양 링귤래리티(Ringularity)를 가지는데, 이는 사건의 지평선 바깥에 작용권(Ergosphere) 영역을 가지게 한다. 이 영역은 사건의 지평선 바깥을 감싸는 형태인데, 공간 자체가 힘이 작용하는 영역이라 방향을 맞추면 들인 에너지/물질에 비해 더 큰 회전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이 과정에서 블랙홀은 같은 양의 회전에너지를 잃게 된다.). 방향을 맞추어 빛을 쏘면 더 많은 빛이 나오는 것도 가능한데, 이를 초방사 산란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특별한 소재 없이 블랙홀의 에너지를 뽑아낼 있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회전하는 블랙홀에 대해서만 사용 가능하다. 블랙홀은 회전 에너지를 정지 질량의 최대 약 0.44배까지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질량이 큰 블랙홀에서만 의미있는 수단이며, 이를 모두 추출한 후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SF에서는 블랙홀이 방출하는 열복사선인 호킹 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이용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는 존재이고 또 호킹 복사는 근본적으로 열에너지를 가진 열복사선이므로, 그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 펜로즈 프로세스를 이용한 동력기관이 회전하는 블랙홀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한다면, 호킹 복사를 이용한 동력기관은 열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호킹 복사의 양은 블랙홀의 질량이 증가할수록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의미있는 수준의 에너지 생성을 위해서는 마이크로 블랙홀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블랙홀은 우리 우주에서 발견된 바 없고 존재하기도 힘들다.
한편 상기한 두 아이디어 이외에도 블랙홀의 중심부에서 발생되는 가스 분출을 이용한 추진기관이라는 아이디어도 있긴 한데, 이쪽은 동력기관이 아닌 추진기관에 블랙홀을 이용하는 것인지라 축퇴로로 보기는 좀 애매하다.
우선 학계 레벨에서 논의는 되고 있는 기술이다. 관련 문서로는 Crane, L., & Westmoreland, S. (2009). Are black hole starships possible. arXiv preprint 등이 있다.
만약 외계인이 축퇴로를 사용한다면 감가속 단계에서 중력파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등에서 측정을 시도해볼 순 있다. 현재 측정장비들이 거대블랙홀 관측을 위해 낮은 주파수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를 좀 더 높은 주파수 영역으로 튜닝할 필요는 있다. 왜냐면 축퇴로를 사용하는 외계문명이 있다면 거대블랙홀보단 수백만톤급의 소행성 규모의 마이크로 블랙홀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 창작물에서
창작물에서 등장하는 에너지원들을 통틀어 기술적 단계나 에너지량은 언제나 톱클래스로 묘사되지만 유폭이나 폭주 등의 사고가 날 경우 핵은 가볍게 발라먹는 우주구급 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블랙홀을 이용한다는 걸 제외하면 기초적인 이론은 커녕 개념조차 없어 각 작품별로 등장하는 형태나 활용법이 제각각이기도 하다. 묘사에 따라 아래처럼 최종결전형 로봇을 움직이는 정도부터 타디스 같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함선을 운용할 수도 있다.- ∀건담 - 턴에이 건담과 턴 엑스
- 나이트런 - 블랙홀 엔진, 블랙홀 엔진함
- 닥터후 - 타디스
- 슈퍼로봇대전 - 휘케바인[2], 에그젝스바인[3], 그랑존[4]
- 시드 마이어의 알파 센타우리 - 유닛 설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동력로 중 최고 레벨로 등장하는 것이 축퇴로(The Singularity inductor)이다. 핵분열(원자력) 반응로-> 핵융합 반응로-> 양자 반응로-> 축퇴로 순서로 등장한다. 다만... Singularity를 잘못 해석했는지 비공식 한글판에서는 '단일 반응로' 라고 번역된 것이 흠이다.(The fusion inductor 역시 융해 반응로라고 번역되었다...)
-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 - 야마토(우주전함 야마토)를 비롯한 지구연방 함선 대부분 [5] [6]
- 카운터사이드 - 카운터사이드/도감/함선을 보면 여러 함선들이 존재하는데, 세계관내의 통상적인 차원함들이 이터니움 드라이브로 기동하는 반면 중장갑함 엔터프라이즈는 이터니움 드라이브 외에 블랙홀 드라이브까지 탑재돼있다.
- 파운데이션 - 명시적으로 블랙홀 엔진이라고 하진 않으나, 제국의 우주선들이 워프를 할 때에 중앙의 엔진 부분이 현재의 최신 블랙홀 모습과 거의 동일하게 표현된다.
- 포탈 - 포탈건
- 헤일로 시리즈 - 선조들은 동력원 중 하나로 주변 시공간의 양자 변동이나 포획된 원시 블랙홀들에서 동력을 얻는 변환기라는 동력 장치를 사용했다.
4.1. 가이낙스 작품의 축퇴로
톱을 노려라!에 처음 등장한 가공의 동력원.
아이스세컨드[7]가 중력붕괴를 일으킬 때에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원천으로 작동하는 동력기관이다.
이 동력기관의 개발을 통해 인류가 외우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해줄 항법인 워프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인간이 발명한 물건 중에서,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양으로 봤을 때 최고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동력기관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워프 항법을 통해 외우주로 진출한 인류는 공포스러운 적 우주괴수와 조우하게 되고, 초병기 건버스터를 만들고 목성을 통째로 폭탄으로 만들어 터트리는 처절한 사투 끝에 칼네아데스 계획의 성공으로 그들을 저지하는데 성공하지만 우주괴수를 불러들이는 워프 기술과 축퇴로 또한 봉인하게 된다.
이로인해 속편인 톱을 노려라2!에서는 축퇴로 기술은 완전히 실전된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었으며, 심지어 과학 기술의 집결체인 버스터 머신에조차 축퇴로가 탑재되지 않는다. 덕분에 워프가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전작의 우주괴수에 해당하는 변동 중력원이 눈을 떴을 때 버스터 머신들이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줄줄이 당하는 굴욕적인 모습도 보이게 된다.
참고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도 나온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뉴 노틸러스호의 메인 동력원으로 나온다. 톱을 노려라와의 상관 관계는...
나디아와 톱을 노려라에 나오는 축퇴로는 둘 다 우주전함 야마토에 나오는 파동엔진의 패러디이지만, 기체의 축퇴로를 직접 뽑아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건버스터가 사용하는 축퇴로에는 겟타로보의 겟타 노심[8]의 패러디도 포함되어 있다.
- 엑셀리온, 엘트리움 등, 제 3~4세대 과학기술로 제작된 워프가 가능한 함선들(톱을 노려라!)
- 버스터머신 1, 2호, 3호[9](톱을 노려라!)
- 레드노아[10], 뉴 노틸러스호(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 버스터머신 7호(톱을 노려라2!)
- 버스터 머신 군단(톱을 노려라2!) - 후술한 19호의 축퇴로는 이놈들 중 하나로부터 강탈한 것이다. 수천만, 수억이 넘는 숫자의 병기가 다 축퇴로를 장착하고 있다는 흠좀무한 경우.
- 버스터머신 19호(톱을 노려라2!)[11]
5. 관련 문서
[1] 쿠르츠게작트의 영상.[2] 블랙홀 엔진을 탑재. 명칭만 다를 뿐 실제로는 축퇴로다. 단 초대 휘케바인은 블랙홀 엔진 테스트 중 엔진이 폭주해 기지를 통째로 날려 버린 '휘케바인 사건'으로 인해 008R이 소실, 008L은 이후 봉인되며 009 및 후계기들은 아예 블랙홀 엔진을 탑재하지 않게 된다.[3] 전술한 009의 개수형인 엑스바인의 추가 개수형. 블랙홀 엔진과 트로니움 엔진을 병용 탑재한다.[4] 초기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한정. 알파 및 OG시리즈에서는 EOT를 그냥 활용한 블랙홀 엔진이 아니라 이를 응용해 제작한 대소멸 엔진을 사용한다.[5] 모든 것의 이론에 근거한 차원파동엔진을 탑재한다. 차원파동엔진의 기본 원리는 11차원의 우주 중 우리가 사는 4차원을 제외한 7개 차원은 플랭크 길이의 관측 불가능한 상태로 겹쳐져있으며, 따라서 이를 관측 가능하게 원래 크기로 되돌린다. 그러나 7개 차원은 전개 이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지니는데 이로 인해 특이점에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고 이 중 중력을 사용하여 마이크로 블랙홀을 전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이크로 블랙홀은 크기가 매우 작아 막대한 양의 호킹 복사를 방출하며[12] 이 열복사선을 추진력과 기타 동력원으로 활용한다.[6] 엄밀히 말해 차원파동엔진은 축퇴로보다 훨씬 발전된 기술이며 블랙홀은 단순히 에너지를 원하는 형태로 변환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지만 블랙홀을 사용하므로 일단 축퇴로라 볼 수 있다.[7]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상온에서 축퇴 현상(국내 물리학 용어로는 겹침 현상)을 일으키는 물의 동위원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8] 만화판 겟타로보 후반부와 진 겟타로보 대 네오 겟타로보의 초반부에 토모에 무사시가 겟타 1의 겟타 노심을 뽑아 자폭에 사용했다.[9] 3호의 경우는 목성을 3만분의 1로 압축해 축퇴 연쇄로 은하 중심부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블랙홀 폭탄이라 사실상 그 자체가 초거대 축퇴로라 볼수 있다. 우주괴수의 공격으로 기폭을 일으킬만한 축퇴 연쇄를 일으킬수 없게되나, 건버스터가 직접 진입해 1호의 축퇴로를 기폭제로 삼아 축퇴 연쇄를 일으켜 기폭하게 된다.[10] 작중 직접 언급된 건 아니지만 그린노아나 블루노아에도 축퇴로가 탑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11] 최초건조시 탑재 - 어느 시점에서 소실("수 천년도 전에 잃어버렸다"라 묘사됨) - 최종화에서 강탈의 형식으로 재탑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