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02 09:02:51

커뮤체

1. 개요2. 유래3. 특징4. 유행5. 그리는 법
5.1. 자연스럽게 그리는 법5.2. 기본 그림 실력 숙달

1. 개요

커뮤니티 + 그림체

2010년대부터 순정만화 그림체에서 파생되어 여성향 만화, 웹툰 및 동인계에서 널리 쓰이는 데포르메그림체 양식을 의미한다.

2. 유래

어느 작풍이 그러하듯 유래가 명확하지는 않다. 일본에서 상당히 왕성하며 여성향 계열은 하기오 모토, 다케미야 게이코 등 24년조 작가들이 큰 틀을 잡은 이후로 오랜 기간 동안 소위 '반짝반짝한 순정만화'의 작풍이 주를 이뤘는데, 198~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자유연애 사상 또한 활발히 퍼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성의 성욕 또한 조명되었고 여성이 본인의 성욕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성장해 2000년대 초에 등단한 작가들은 이전의 여성 작가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는데, 이전까지의 여성향 계열에서의 미남이라면 주로 24년조 작품에서 흔히 연상할 수 있듯 하기오 모토 스타일의 '백마 탄 왕자님', 혹은 다케미야 게이코 스타일의 '아름다운 미소년' 상 등, 여튼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기보다는 동화에 나올 법한 고전적이고 점잖은 스타일이 주를 이뤘던 데에 비해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미남형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과거 24년조 스타일의 소녀만화의 미남하면 딱 떠오르는 왕방울만한 눈과 비현실적이게 가느다란 몸매와 화려한 제복, 곱슬곱슬한 금발을 가진 왕자님이 아니라 떡 벌어진 넓은 어깨와 적당한 근육을 지닌 성적 매력이 있는 몸매, 실제 길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을법한 깔끔하고 현대적 패션, 혈관이 드러나는 남자다운 큰 손발, 금발이 아닌 적당히 깔끔하게 다듬은 흑발, 오똑한 콧날과 현실의 동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매력적으로 째진 쌍꺼풀이 없는 눈을 지닌, 동화책이 아닌 현대 길거리에 존재할 법한 미남을 자연스럽게 작품 내에 투영하게 된 것.

이런 일본의 사회 조류의 최전선에 있던 작품들이 2000년대 중반 여성향 동인계를 주름잡은 작품들인 최유기,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디 그레이맨, 흑집사 등이고, 덕분에 2000년대 이후 이 작품들을 보면서 꿈을 키운 학생들이 프로로 등단할 나이대가 되자 이러한 그림체를 가진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여성향 동인계는 이런 그림체가 단숨에 주류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 당시 한 세대 이전의 순정만화 그림은 오래된 것으로 치부되며 못 그린 그림 취급을 받았는데, 실제로 동인계 출신 사람이라면 접해봤을 '그림 존못들 특징' 이라며 순정만화체를 까는 게시물이 있었고, 여기에서 설명하는 특징들과 커뮤체의 특징이 완전히 정반대의 노선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 눈이 왜 이렇게 큼지막하고 반짝반짝거리는가? → 복잡하지 않은 눈동자 표현과 눈초리를 강조한 아몬드 모양 눈
  • 코나 입이 왜 이렇게 작은가? → 코, 입을 오똑하고 크게 강조
  • 인체 비례도 안 맞게 목이랑 손발을 바비인형마냥 그려놓는가? → 목을 두껍게 그리며, 손발이 큰 경우가 많음
  • 허벅지나 가슴이 이렇게 반짝거릴수가 있는가? → 전반적으로 단순한 채색 스타일

순정만화가들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받아 예전보다 자연스러운 눈 크기, 크고 남자다운 매력을 자랑하는 손발 등 양측의 화풍이 절충된 형태가 나타났고, 커뮤체 역시 이 영향을 받아 일본풍 미남형 그림체와 순정만화 그림체가 절충된 형태를 갖게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아래의 치즈인더트랩은 이런 소녀만화 베이스의 커뮤체에 가까운 그림. 소위 말하는 모에체가 남성의 욕망을 담아내는 그림이듯 이 커뮤체는 여성의 욕망이 집약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류인 일본에서도 대충 이런 스타일의 여성향 그림을 트위터 출신 작가들이 많이 쓰는 그림체라는 의미에서 '트위터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비슷한 모양이다. 반대로 모에체를 비롯한 남성향 그림은 픽시브 출신 작가들이 많이 쓰는 그림체라는 의미에서 '픽시브체'라고 한다.

3. 특징

파일:치즈인더트랩.유정.jpg
파일:치즈인더트랩.4부 45화.홍설.jpg
치즈인더트랩[1]
파일:232322.png
트럼프[2]


대부분의 그림체가 그렇듯 그리는 사람마다 차이점은 있으나 커뮤체로 꼽히는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 원형보다 아몬드형에 가깝게 좌우로 길게 그리며, 미간은 좁게 그린다.
    • 눈동자는 복잡한 채색 방법을 써 기교를 부리기 보다 간결하게 그린다. 모에체에 비해 눈동자를 작게 그리며, 삼백안이나 사백안이 많다. 또한 눈에 정교한 채색을 사용해도 다른 채색은 단순하게 묘사된다.
    • 속눈썹은 위나 아래나 확실하게 그린다.
  • 체형
    • 전체적으로 등신비가 높고, 늘씬하고 슬림한 체형으로 그린다. 신체의 볼륨감은 남자나 여자나 거의 없다.
    • 이목구비 표현이 뚜렷하다. 특히 코를 오똑하게, 입을 크게 그리며 턱선이 날카롭다.
    • 손, 발이 눈에 띄게 크고 길다.
  • 채색
    • 피부를 제외하고 원색 계열의 색을 주로 사용하며, 피부색은 흰색에 가깝다.
    • 명암 표현은 아예 하지 않거나 아주 간결하게 한다. 보통 2톤 명암을 넘지 않는 편.
  • 기타
    • 선의 밀도는 대체적으로 낮기 때문에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림의 밀도가 낮기 때문에 개성적인 특성을 주지 않는다면, 캐릭터가 아름다운가 아닌가를 떠나서 자칫 단순하고 식상하게 보일 수 있다.
    • 인물, 특히 얼굴에 비중이 집중되어 있으며, 배경이나 사물에 대한 묘사는 다소 부실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캐릭터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시간대에 무얼 하고 있냐'를 표현하기 보다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심정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가'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 중안부가 길다.

4. 유행

위 특성 때문에 굉장히 입문이 쉬우며 빠르게 그릴 수 있고, 굉장히 간략하기 때문에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이 그려도 단점이 가려져 예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장점 덕분에 그림 커뮤니티와 트위터를 중심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대중화되었다. 트위터 등지에서는 커뮤체를 선호하거나 자주 그리는 사람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고, 현 세대 프사, 웹툰, 그림 커뮤니티의 트렌드이다.

입문이 빠르고 그리기 쉽다는 점에서 커뮤체를 사용하는 웹툰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작업하고자 정말 필요한 부분만 표현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생략하게 되는, 매주 마감을 맞춰야 하는 인터넷 연재 등의 웹툰에 최적화된 그림체이다 보니 보통 주간으로 연재되는 특성상 세이브 원고를 풍족하게 마련해 놓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빠르게 작업할 수 있어야 하기에 커뮤체의 등장 빈도가 높은 것이다. 웹툰 업계는 인체 비례 등 정밀성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으므로 단조롭거나 인체 비례가 어긋나거나 하는 문제가 있어도 운이 좋다면 채용되는 경우가 꽤 잦다.

5. 그리는 법

입문은 쉽지만 보기 예쁘고 자연스러운 그림으로 발전시키기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입문은 쉬우나 마스터하긴 어려운 그림체다.

5.1. 자연스럽게 그리는 법

  • 선의 밀도가 낮고 채색도 단순히 하는 만큼 빠르게 그릴 수 있지만, 단순하니만큼 기본적인 그림 스킬이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으면 대충 그린 낙서 수준의 그림으로 보일 수가 있다. 웹툰의 경우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 퀄리티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 한 장, 특히 채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컨셉아트나 일러스트의 경우에는 독이 된다.
  • 이목구비가 뚜렷한 만큼 얼굴을 입체적으로 연상해야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입체적 드로잉 실력이 부족해 얼굴형을 평면적으로만 생각해 그린다면 얼굴은 평면인데 이목구비는 입체적인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입체적 드로잉을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려면 평소에 잘 그려보지 않은 얼굴 각도를 하나 떠올려서 그려보면 된다. 뒤틀린 얼굴이 나온다면 입체 드로잉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것은 얼굴의 이목구비 배치를 입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커뮤체의 간략한 표현만 접하다 보니 서너가지 얼굴 각도 이외에는 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각도가 나오더라도 얼굴형이 뒤틀려있는 경우가 많다. 극화체를 제외한 다른 그림체의 경우 이목구비를 다소 뭉개는 식으로 어느정도 완화하는데, 이목구비의 표현이 뚜렷한 편인 커뮤체에서는 기괴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 높은 등신비와 슬림한 몸매에 너무 집착하다가 인체 비율이 지나치게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등신을 높인답시고 머리를 지나치게 작게, 또는 몸을 지나치게 길게 그려 얼굴이 주먹만해지는 그림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이렇게 인체 비율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령대에 따른 신장 차이 표현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 빠르고 간단하게 그리는 데 특화된 그림체인지라, 디테일을 세세하게 파던 그림쟁이가 커뮤체에 입문할 경우 균형을 잡기 어려워 어느 한 부분만 부각되어 있는 그림체가 된다. 단순한 것이 커뮤체의 특징인데, 캐릭터의 특성을 부각한답시고 세세한 디테일을 지나치게 살리면 전체적 밸런스가 깨진다. 주로 머리카락, 눈동자, 속눈썹, 주근깨 등 인물의 얼굴에 나타나는 특성에 이러한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 그림의 밀도가 낮아 느낌이 단순하고, 박력있는 효과를 내기가 힘들어 액션, 하드보일드 등 일부 장르에서 표현력의 한계가 온다.[3][4]

5.2. 기본 그림 실력 숙달

간단히 요약하자면 커뮤체는 모에체와 같이 극한의 데포르메를 추구하는 그림체라고 볼 수 있다. 데포르메의 경우 작가가 그림에 대한 이해도와 숙달력이 높아야 어느 그림체던 간에 어색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를 피할 수 있고, 이런 점을 주의하고 잘 다듬지 않으면 주화입마에 빠져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기 쉽다. 만약 기초가 튼튼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이런 잘못 그려진 커뮤체 그림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기 쉽다. 괜히 그림 입문서에서 인물의 신체 구조를 제일 먼저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커뮤체는 웹툰, 그림 커뮤니티, 2차 창작물 제작이 한계다. 더군다나 국내 웹툰도 액션, 하드보일드, 스릴러, 이세계물 등 박진감 있는 장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커뮤체로는 이러한 장르를 소화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커뮤체로 먹고살고 싶다면, 꾸준히 실사 인체, 다른 그림체에 대한 공부를 해야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업계에서 먹고 살고 싶다면, 다양한 연령대의 얼굴형과 체형의 캐릭터를 그려야 한다. 즉 내가 정말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기본적인 미술실력과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2010년대 초중반 이후 작품을 향유하는 대중들이 요구하는 그림 실력은 더욱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모에체도 그렇지만, 커뮤체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예외라면, 90년대~00년대부터 그림체가 변화하지 않았으나 예로부터 완성도 높은 스토리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현대에도 그림 실력을 논외로 쳐주는 만화 작가의 경우이다. 또는 옛날부터 만화를 그린 적이 없고 그림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작가도 독자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그것을 만회할 수 있을 만큼 만화의 스토리나 다른 부가적인 요소가 더욱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현대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긴 하다. 만회한다는 게 더 힘들지만... 물론, 그림 실력이 동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다른 분야에서 엄청난 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예외다.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커뮤체는 그저 자기만족 취미 활동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웹툰의 트렌드를 보면 알겠지만 커뮤체는 인터넷 커뮤니티 그림 게시판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일러스트 업계에서는 커뮤체와는 완전히 반대의 노선인 풍부한 선과 다채로운 색감이 무기며, 이 경우 그림의 신체 비율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채색이나 소품, 배경 등에 더욱 신경을 써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게임 원화가 같은 경우 커뮤체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람은 없는데, 그림 한 장에 작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특징 때문에 커뮤체가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다. 선 몇 개가 전부라 가벼워 보이고 화면에 비어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화면 전체를 활용하는 고밀도의 그림과는 승부하기가 힘들다.

결국 스타일이 스타일이다 보니 그림으로 먹고 살기엔 수요가 상당히 적고, 비슷하게 그리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서 업계에서 이 스타일은 메리트가 없다. 회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내봐야 커뮤체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다만 일러스트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게임 업계만 있는 곳도 아니다. 문구 업계같은 경우에는 키치풍, 복고풍의 단순한 그림체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나타나며 커뮤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진출도 꽤 보이는 편. 물론 이 쪽에서 보이는 커뮤체들도 망가체 특징이 들어간 짬뽕이 주류이긴 하다. 즉 "당신 같이 그리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습니다."라는 시선을 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것.


[1] '커뮤체'라는 그림체를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사용한 첫 작품이자 대표주자로 인식된다. 그러나 후술할 양산형 커뮤체처럼 보고 베낀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가가 정립한 데포르메였기에, 연재 초기에만 해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그림체라는 반응이었다. 이후 트위터 등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팬들 사이에서 트렌드가 되며 '커뮤체'가 정립됐다. 다른 선발주자들로는 둥굴레차!이런 영웅은 싫어 등이 있다.[2] 2011년부터 연재했으므로 치즈인더트랩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고 채색 방식 또한 차이가 크지만, 특유의 탐미적인 작화로 주목받았던 일종의 커뮤체이기 때문에 첨부. 굳이 말하자면 상술한대로 일본식 미남 작화의 영향이 크다.[3] 그래서 커뮤체를 사용하며 액션물을 그리고자 할 때는 다른 그림체의 화풍을 조금 빌려와야 한다. 한국 웹툰 장르에 섞여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많이 보는 만화의 극화체를 주로 끌어서 접목시키는 편.[4] 커뮤체 만화의 선발주자격인 이런 영웅은 싫어에선 무투파 캐릭터의 액션신을 그릴때 마치 서예를 할때 쓰는 붓의 질감을 넣어 박진감을 살리는 기법을 사용했다. 다만 그럼에도 작가가 작화 특색의 한계를 넘지 못해 전투씬이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마찬가지로 학원/로맨스물에 히어로물을 접목시킨 잉여특공대 역시 기본 그림체가 커뮤체 만화인 탓에 히어로물의 상징과도 같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매우 부족한 탓에 비판을 많이 받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