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24 14:45:43

투표 억압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68회 방영분 발췌.
투표 억압에 대한 상세 설명(허핑턴포스트코리아)
미국의 투표 억압

1. 개요2. 역사3. 수법

1. 개요

/ voter suppression

미국에서 히스패닉, 흑인, 아메리카 원주민민주당을 압도적으로 많이 지지하는 소수인종/민족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제를 의미한다.

2. 역사

미국에서는 유권자 관리, 투표 실시 등 선거 관련 업무가 모두 주 정부의 역할이다. 연방 단위의 선거 위원회가 있지만 하는 일이 주요 선거의 통계 집계, 선거자금 감시 등에 불과하다. 이렇게 모든 선거관리를 주 정부에 위임하는 것은 비대한 연방정부를 바라지 않았던 건국의 아버지들의 이념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예제가 시행되았던 몇몇 지역에서는 이것이 흑인들의 투표권을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되었다. 비록 노예제는 없어지고 흑인들에게는 참정권이 주어졌지만 몇몇 지역의 주들은 유권자 관리 및 선거 진행에 대한 권한이 주에 있는 것을 악용해 흑인들의 투표를 가로막는 법을 제정하였고[1] 참정권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는 흑인들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노출되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이 활발해지자 몇몇 지역의 주들의 흑인 참정권 억압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에 연방의회는 1965년에 연방 투표권법을 통과시켜 주와 지방 정부로부터 선거 자격을 한정하거나 투표에 필요한 요건, 표준, 관행, 또는 절차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 법의 중요한 집행 수단으로 역사적으로 흑인 참정권을 방해했던 주들이나 군들이 선거법이나 정책을 변경하려 할 경우 연방 법무부나 연방법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두었다. 동시에 수정헌법 제24조를 제정해 인두세 등의 조세 납부 여부를 통한 투표권 제한 역시 불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흑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민족의 정치 참여로 인해 기득권을 잃을 것을 우려한 몇몇 지역의 일부 정치인들은 연방 투표권법과 수정 헌법 제24조를 우회해 소수 인종/민족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려고 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민족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기에 투표권 억압은 주로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 소수 인종/민족의 투표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거마다 다르지만 흑인의 민주당 투표율은 80~90%, 히스패닉은 60% 이상이다.[2]

물론 연방 정부 기관에서 각 주 정부에게 유권자 억압을 하지 말라고 세세한 지시사항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행정부의 수반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선거 위원회를 개점 휴업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울러 2013년에 연방투표권법 중 역사적으로 흑인 참정권을 방해했던 주들이나 군들이 선거법이나 정책을 변경하려 할 경우 연방 법무부나 연방법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아 몇몇 지역의 주정부와 지방정부들이 법 개정을 통한 투표 억압을 하는 게 더 자유로워졌다.

2020년 미국 대선 및 연방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친트럼프 성향을 강하게 띈 대부분의 주 의회에서 투표를 어렵게 하려는 법안들이 줄줄히 발의되었다.

2021년 3월 조지아주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조지아 주를 비난했고 MLB는 애틀란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1년 올스타전을 다른 곳에서 개최했다.

3. 수법

  • 특정 집단 유권자가 많이 사는 지역에 투표소 적게 설치
    소수 인종/민족들은 자동차가 없는 등의 이유로 투표소 이동을 위해 도보나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미국 대중교통은 아주 열악하기 때문에 투표소 변경이나 감축은 특정 집단의 참정권 행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이 경우 선거날 대기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어져 예상 투표시간이 당일 자정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열받아서 포기하면 땡큐라는 식.
  • 경범죄자의 선거권 박탈
    미국은 흑인경범죄 검거율이 백인의 경범죄 검거율보다 높기에 흑인 중에 경범죄 전과자가 많다. 그렇기에 이런 것도 투표 억압 효과를 낸다. 특히 아이오와, 켄터키, 플로리다는 범죄 기록만 있어도 선거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더욱 이런 경향이 심하다. 또 성범죄자, 특히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의 투표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것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한 목소리로 찬성하는데[3] 이런 것도 투표 억압의 효과를 갖는다.
  • 신분증 지참 제도
    19세 이상의 국민이면 최소한 주민등록증 하나는 당연히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과는 달리 미국은 한국과 같은 전국민에 강제된 신분증이 없다. 발급받으려면 따로 발급신청이다, 수수료다, 방문수령 등등 이거저거 귀찮은 게 많은 데다 이런 신분증을 주로 발급하는 DMV는 미국에서도 느린 일처리로 악명 높다. 그래서 속편하게 휴가를 몇 번 쓸 수 있는 직장에 다니지 못하거나, 일을 쉬면 생계에 타격이 가는 경우가 많은 흑인, 히스패닉 등은 자연스럽게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투표소에서 신분증 제시를 강제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투표 억압 방법이 될 수 있다. 신분증 확인은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서거나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므로 막을 명분이 낮으며 이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부정선거 방지를 이유로 든다. 현실적인 대책은 느려터진 신분증 발급속도나 여러 번 왔다갔다 해야 하는 절차를 개선하는 것 정도.
    다만 이런 제도가 투표율에 끼치는 영향은 물론, 명목상의 목적인 부정선거 방지 효과조차 작다는 주장도 있다. 논문 1, 논문 2
  • 유권자 등록 절차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선거를 위해 별도의 유권자 등록(Voter Registration)을 해야 하고 이것을 대부분 매 선거마다 선거일 전에 미리 해야 한다. 이 유권자 등록은 온라인으로 가능하면 다행이고 아직도 평일에만 문을 여는 관청을 찾아가 직접 등록해야 하는 주들이 태반이다. 이 경우 생계에 바쁜 빈민 혹은 소수인종들은 따로 휴가를 내서 관청에 찾아가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없으므로 투표도 못 하게 된다. 관련 기사
  • 사전투표와 우편투표의 제한 및 금지
    한국과 달리 미국은 선거일이 평일이고 공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거일 당일에 투표하려면 잠시 휴가를 내서 투표해야 한다. 대신 미국은 오래 전부터 사전투표와 우편투표가 도입되어 많은 미국인들이 이 방식으로 투표하는데 이걸 제한해 버리면 많은 유권자들, 특히 휴가 내기 어려운 빈민과 소수인종이 투표하기 어렵게 된다.
  • 임의로 유권자 명단 삭제
    미국에서는 특정 집단의 유권자가 유권자 명단에서 삭제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알려진 사례만 해도 2016년 선거 당시 위스콘신주의 밀워키 지역을 위주로 대량의 흑인 유권자 명단이 삭제되었고 2018년 조지아 주지사로 출마한 브라이언 켐프가 당시 주 국무장관 직위로 수만 명의 유권자(흑인 위주) 명단을 삭제한 바가 있다. 이건 그나마 눈가리고 아웅이라도 할 수 있는 위의 방법들과 달리 직접적인 선거권 박탈이나 다름없다.


[1] 대놓고 가로막는 것은 흑인의 참정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4조에 위배되기 때문에 우회적인 방식이 사용되었다. 세금을 내는 사람만이 참정권을 갖게 함으로써 가난하여 인두세를 못 내는 흑인들의 투표권을 사실상 박탈하거나 투표할 때 문맹검사제를 도입해 흑인에게는 어려운 문제를 내고 백인에게는 한없이 쉬운 문제를 내 흑인들을 문맹으로 판정하여 투표를 못하게 하는 등 방식은 주마다 다양했다. 이런 방식 말고도 아예 투표장을 찾은 흑인들을 린치하는 경우도 잦았다.[2] 다만 피델 카스트로쿠바 혁명 이후 공산정권에서 탈출해서 미국으로 넘어온 쿠바 출신 히스패닉들은 당연히 반공 우익 성향이 매우 강하다. 대부분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대략 200만명 정도의 쿠바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 중 하나로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다른 히스패닉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특혜를 받아 왔다. 강경좌파 성향인 우고 차베스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피해 플로리다로 이주한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히스패닉들도 반공 우파 공화당 지지 성향이 매우 강하다. 플로리다가 우경화된 것도 이들이 많이 이주했기 때문이다.[3] 아예 플로리다세인트피터즈버그라는 도시에는 미성년 성범죄자들을 몰아넣고 살게 만든 트레일러촌도 있다. 당연히 오후 5시만 넘어가도 아무도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순찰을 도는 경찰들과 봉사하는 일부 교회, 단체뿐. 지역 주민들은 이런 걸 매우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