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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트렌치 클럽은 제1차 세계 대전때 참호전에서 사용되었던 급조 무기이다. 한마디로 참호 철퇴. 전장에서 악마의 나이프로 불렸던 트렌치 나이프처럼, 이 무기도 악마의 무기로 악명이 높았다. 만드는 것도 단순하여 그냥 적절한 크기의 몽둥이[1]에 쇠징이나 못을 박거나 철조망을 빙빙 둘러 감으면 완성. 여기서 더 나아가 중세 시절에 쓰이던것이 아닐까 싶은 수준의 제대로 구색을 갖춘 흉악한 철퇴, 중장비 부품이었던 묵직한 강철 톱니바퀴를 자루에 박거나, 끄트머리에 볼트나 강철추를 고정시킨 굵은 강철 와이어 밧줄에 자루를 단 물건들도 존재한다. 사실 딱히 정형화된 제작 방법이 없어 재료나 사용자 취향대로 만들면 된다. 네일배트의 전쟁터 급조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
그래서 근접전이 판을 치는 참호전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무기가 되었고, 공격자와 방어자가 서로 트렌치 클럽을 들고 맞붙는 경우도 많았다. 정식 제식무기가 아닌 만큼 처음에는 사병들이 알아서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지만, 곧 그 효용성이 입증되며 장교들까지 애용하게 되었다. 독일 제국 진영은 독가스를 쓸 때 아직 살아남은 적군을 편히 보내주려고 트렌치 클럽을 사용했다는 일화가 있다.
2. 왜 사용했는가?
당시 군인들의 개인화기는 긴 볼트액션 소총 끝에 긴 총검을 달았는데, 당연하지만 좁고 좁은 참호에서는 너무 길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때문에 양측 장병들은 냉병기로 야전삽, 휴대용 곡괭이, 손도끼, 트렌치 나이프, 아니면 총에 착검을 하지 않고 그냥 총검 자체만 썼고 보조무기로는 리볼버나 수류탄을 썼다. 구글링해서 봐도 알겠지만 참호는 상당히 좁다. 그래서 참호전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이런 근접전이 자주 일어났고 이 와중에 탄생한 무기가 바로 트렌치 클럽이다.
근접전이면 트렌치 나이프 같은 단검이 더 낫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수도 있는데, 사람의 몸은 아드레날린이 도는 전투상황에서는 단검 같은 소형 날붙이에 의한 자상과 창상에 상당히 버티는 저항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설령 찔리거나 베여도 즉각 전투불능으로 만들기 어렵다. 물론 트렌치 나이프는 방한용구(트렌치 코트 등)도 관통해서 상대를 절명시키는 게 가능했지만, 전쟁(특히 백병전)에서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기에 보기에도 살벌한 트렌치 클럽 쪽이 공포감을 주거나 상대를 위축시키는 데엔 더 효과적이었다. 게다가 방탄모를 쓴 상대에게도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는 차별성이 있었기에 트렌치 클럽은 전쟁 상황에서도 매우 애용되던 무기였다.
다만 이러한 냉병기들의 실용성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평가되기도 하며, 실제로 프랑스군의 1916년~17년의 전쟁 사상자 통계에서 냉병기에 의한 사망자는 1% 미만이었기에 이를 통계에서 제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