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6 23:21:02

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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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attachment/1_15trench.jpg
야전용 참호
파일:중대전술기지1.jpg
중대전술기지의 참호+진지망 모형

1. 개요2. 설명3. 명칭4. 역사5. 유사품6. 기타7. 공략법8.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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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Trench

야전에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땅을 파고 병사와 장비를 배치한 인공 구덩이를 말한다. 유사한 개념으로 해자가 있다.

2. 설명

전쟁사적으로 유래가 깊은 구조물이며, 특히 1차 대전 이후의 전쟁 매체에서 혹은 대한민국 육군대한민국 해병대 전투병 출신이라면 진지공사와 훈련 때 지겹도록 봤을법한 구조물이기도 하다.

재료는 해당 지점의 중요도나 부대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콘크리트벽돌을 재료로 한 영구진지형이 있는가 하면, 빈 식용유 깡통이나 드럼통 혹은 타이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오래 가진 않지만 구하기 쉬운 나무나 빈 마대자루 혹은 쌀포대에 흙을 채워넣고 길게 판 참호 벽면에 맞춰 차례대로 쌓기도 한다.[1]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땅만 깊이 파놓는 경우도 있다.

여담으로 위에 언급된 재료가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것을 혼용하거나 대체하는 일도 흔하다. 예를 들면 식용유 통을 밑에 쌓고 그 위에 마대자루를 얹는 식으로. 간혹 같은 벽돌이라도 보급이 시원찮으면 행보관이 병사 몇명과 닷지를 타고 부대 밖으로 나가 사제 벽돌을 사비로 구매해 싣고 오기도 한다.

파일:201408271182716180_mortarr.jpg
물론 아무 재료나 써도 된다지만 대놓고 쓸 수 없는 재료도 있는데, 예컨데 위처럼 자잘한 바위나 돌멩이들을 쌓아 구축하면 위험하다. 우선 포탄, 폭탄 등이 일대를 충격하면[2] 주변 바위들이 대포알처럼 튀어오르고, 또한 잔여 파편들도 추가 비산해 산탄 효과까지 낸다. 보통 폭발물이 폭발 그 자체보다 파편에 의해 살상력이 만들어진다는 걸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로, 그래서 전방 진지들은 대부분 비산이 덜 되는 콘크리트로 만들거나[3] 아니면 잘게 부서지도록 내구성이 약한 나무나 흙벽돌, 마대자루로 매년 유지보수중이다. 그래도 돌 자체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에 하단부에 은근슬쩍 섞어 짓는 것도 사실.

어쨌든 각종 폭발이나 총격 같은 전장의 위험으로부터 보병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재료가 어떻든 상관은 없으나, 내구성과 병사들의 안전을 고려하면 튼튼한 재질을 쓰되, 비좁고 구불구불 꺾여있고 깊을수록 좋다. 또한 수류탄이 참호 안에 던져질 경우를 대비해 수류탄용 그물을 앞에 설치하거나 이를 집어 던지거나 차 넣을 수 있는 구멍 또는 구덩이인 수류탄 방지공(Grenade sump)[4]도 있다면 금상첨화. 게다가 참호 위를 나무나 판 등으로 덮어놨다면 포격이나 폭격에 의해 공중으로 비산하는 파편으로부터 안전해지기 때문에 육군 교범에서는 이 덮개 여부에 따라 무개호(無蓋壕)와 유개호(有蓋壕)로 나눌 정도로 중시한다.

실제 포격이나 폭격 시 개활지 등에 있는 폭로표적, 특히 보병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지만, 만약 엎어져 있으면 생존률은 급증하며, 참호에 틀어박혀 수그리고 있으면 인명 손실은 거의 없어진다. 당장 엄폐물 없이 지상에 있을때 포탄 몇발이 떨어지면 폭발과 파편 때문에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지만, 참호를 만들고 깊숙히 파서 틀어 박힐수록 일부러 참호 밖으로 나서지 않는 한 파편을 맞을 일도 적어질 뿐더러, 설령 운 없게도 포탄이 참호 안에 직격해도 그 부분/인원만 피폭될 뿐이다.

하지만 교전이 치열해질수록 시신과 각종 파편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기 십상이고, 상대적으로 저지대이기에 우기시 빗물이 여기로 흘러들어 고이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평야를 전국적으로 파나가던 1차 대전 참호전 당시엔 지하수가 흐르는 곳까지 파들어가(…) 일대가 물바다가 되는 꼴이 자주 생겼다. 심지어 비가 많이 오고 토사를 받쳐줄 옹벽도 없다시피 하면 진흙이 참호로 흘러내리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일제히 쏟아져 병사들을 덮칠 수 있기에 참호를 장시간 쓴다면 나무라도 양 면에 받쳐놓아야 한다. 또한 흙탕물 속에 발을 오래 담그고 있다 보면 참호족이라는 병도 생긴다. 실제로 1차 대전 참호전에 가세한 미군은 이거에 걸리기 싫어서 빈 쇠고기 통조림 깡통들을 참호 바닥에 깔아버리는 위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빈 깡통으로 참호를 덮을 수 있었던 미군의 우월한 보급능력을 상징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3. 명칭

후술할 명칭은 참호라는 개념에 모두 포함되지만, 용도와 규모에 따라 부르는 말도 제각각이니 유의.
  • 트렌치(trench)
    땅을 길게 굴착한 일반 참호를 총칭하는 말. 국군 교범상에선 (방호 효과를 위해) 1미터 이상 깊이에, 꼬불꼬불하게 굴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돌산이라 깊이 팔 여건이 못되거나 또는 장시간 관리를 받지 않으면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 참고로 후술할 교통호와 역할이 겹치기도 하나[5] 교통호는 일단 안전한 이동을 위해 판 호다. 여담으로 트렌치 코트의 트렌치가 바로 이 단어이며, 트랜치 코트 자체가 참호에서 입을 수 있는 짧은 코트가 민간에서 유행한 경우이다.
  • 더그아웃(dugout)
    (참호가 집중 포화를 맞으면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이 덮힌) 방공호, 대피호.
  • 폭스홀(foxhole)
    많아봐야 2~3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1~2인용 개인호로, 여우가 파놓은 조그만 구덩이 같다 하여 이런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주변에 엄폐물이 없을시나 얼차려의 일환으로 팔 수 있으며, 파면서 나오는 흙을 주변에 둘러쳐서 산병호나 공용화기 진지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수많은 공격에 노출되므로 더 좋은 재질과 수류탄 방지공도 파줘야 한결 안전해진다. 또한 한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거나 나뭇가지나 천자락을 덮어 위장한 걸 비트로도 부른다.
  • 산병호
    1~3명의 보병이 사격을 하기 위해 구축한 진지로, 화망을 펼치기 위해 전방 부근에 나뭇가지 뻗듯 조성된다. 참고로 사격진지는 포나 전차가 포격하기 위한 차호다.
  • 교통호(Communication trench)
    각지의 참호나 공용화기 진지들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만든 호. 다만 포격이나 공습시 안으로 뛰어들어 포복으로 엄폐하거나 그 상태로 이동할 걸 상정하고 파놨기에 일반 참호에 비해 얕은 편이다. 또한 고지 위의 교통호들은 일반 참호의 역할도 겸한다.[6]
  • 차호
    차량이 안에 들어가 전차헐 다운 전술을 할 수 있게 만들거나 일정 부분 엄폐할 수 있게 만든 호. 운용하는 차량이나 부대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차호 자리 혹은 주변을 파서 나온 흙을 그대로 혹은 모래주머니에 담아 주변에 쌓거나 아니면 철근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구축할 수도 있다.[7] 게다가 형태도 삼면을 둘러쳐 안전성을 높인 ㄷ자와 신속한 입/출이 가능해 쏘고 빠지는 게 용이한 =자로 나뉜다. 다만 "전차호"는 전차용 해자이니 유의.
    • 전차호
      전차용 차호.
    • 화포호(혹은 대포호)
      자주포, 견인포포대를 넣는 차호.
    • 차량호
      위 범주에 들지 않는 기타 차량(트럭이나 지휘차량 등)을 넣는 차호.

4. 역사

원래 참호가 출현한 시기는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길다. 기록 상으로 보통 묘사되는 참호는 현대의 참호와는 달리 그 자체를 방어선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병력을 숨기는 위장용이나 중요 방어지역을 연결하거나 적의 성곽이나 진지의 공격을 위한 교통용 및 통로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8]

로도스섬 공방전 당시 오스만군이 이렇게 참호를 이용했으며 이 당시에는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더 유리한 냉병기의 특성상 맨땅에 참호를 파봤자 방어력은 큰 의미가 없었고 차라리 목책이나 토루 등의 장애물이 더 효과적이었다. 17세기 이후 포병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되자 현대의 참호처럼 방어적인 측면이 두드러지게 되는데, 강력한 적의 요새포를 피해 공성시 참호를 파며 공성을 했다. 기본적으로 적 요새에 대한 공세용이었지만 대포알이 날아다니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지면 아래로 감추는 방법을 강구한것이다.

목책이나 높은 토루는 강력하고 정교한 포격의 표적이 될 뿐이었고, 고대나 중세시대 때의 공성시 방어를 위해 커다란 방패나 목책을 사용하던 것이 근세 이후엔 참호로 바뀌게 되었다. 성형 요새 또한 성벽뿐만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설계된 둔덕으로 보호를 받았는데 차폐도(Chemin couvert)는 낮은 둔덕으로 보병을 보호하며 적의 포격도 보호하는, 현대의 참호의 기능을 하였다. 이후 화력의 발전에 따라 교통호로서의 참호는 방호를 위한 참호로서의 기능이 더해지게 되었고, 방어를 위해 참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방어 목적의 참호가 전면적으로 등장해 대중들에게 참호를 각인시킨건 제1차 세계 대전부터였다. 화기가 등장하면서 병사 한 명한 명이 기존보다 짧은 시간의 훈련만 거쳐서 원거리에서 위력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반면, 그 화기를 방어해낼 수단은 그만큼 발달하지 못해서 엄폐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하지만 지상의 자연 지물도 화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해법은 땅을 파고드는 것 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제국주의 시절 화기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식민지 원주민을 상대할 때는 전혀 부각되지 않았으나, 국제 질서의 불균형으로 터진 1차 세계 대전에서는 그동안 별다른 고민을 해본 적 없던 화기가 자신들을 향해 발사되는 상황이 발생되자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참호에 틀어박혀서 전쟁을 했다고 하여 참호전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특히 독일군과 영프(+ 미)연합군의 교전이 펼쳐진 서부전선에서 극심하게 나타났다. 방어측은 참호에서 모래주머니로 엄폐된 채 총구만 빼꼼 내놓은 기관총으로 돌격해오는 적들을 끔살시킬 수 있었던 반면, 공격측은 발사할 때마다 장전손잡이를 당겨야 하는 볼트액션식 소총을 들고 그저 자기한테 기관총탄이 안 날아오길 빌면서 죽어라 뛸 수밖에 없었다. 기관총 덕에 방어자가 엄청나게 유리해졌고, 공격자 입장으로서는 단 몇 m를 진격하려면 수천 명의 사상자를 일단 감수해야 했고, 병적 자원에도 한계가 있었기에 결국 양측 모두 참호만 죽어라 파나갔다.

이후 전차가 등장하고 장갑차의 험지돌파력 개선 및 각종 화기의 등장으로 참호전은 1차대전 때보다 덜 벌어졌지만, 현대전에서도 보병들의 방어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전차나 장갑차가 기동하기 힘든 산악, 늪지대의 경우 참호는 보병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방어전술로 사용되며, 이는 다른 나라들도 공통이라 아직도 보병들의 필수품 중 하나가 참호 구축에 사용되는 야전삽.

전차 또한 방어시에는 근처 (전)차호에 들어가지만, 만약 인근에 이것이 없다면 지면을 전차 크기로 파나가면서 여기에서 긁어낸 흙을 모래주머니까지 동원해 일대에 쌓아 급조하기도 한다.

5. 유사품

비슷한 것으로 구덩이를 파서 적의 진격을 방해하는 공호나 그 구덩이에 물까지 채워 넣는 해자가 있다. 하지만 이쪽은 적의 진격을 막는 것이고 참호는 그 안에 병력이 들어가서 적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참호와 같이 진지구축을 하는 시설로는 벙커/토치카 등이 있다.

6. 기타

참고로 트렌치 코트의 트렌치가 바로 참호 또는 해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서, 1차대전 중 바닥에 물이 고인 진흙탕 참호에서 속에 입은 옷을 덜 더럽히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지급된 영국 육군코트에서 유래돼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모직 재질[9]로 된 데다 방수 기능은 커녕, 진창 속에서 물에 불고 진흙까지 붙어서 최대 3배까지 무게가 늘어나 착용자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7. 공략법

7.1. 맞참호

1차 세계대전 때 참호전의 개념이 정착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인 전략. 일단 적군의 참호를 발견하면 우리도 맞참호를 파나가며 밑의 백병전도 병행한다. 다른 대응수단에 비해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고 야전삽을 지닌 알보병만 있어도 적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맞참호와 백병전, 포격이 합쳐지고 거기에 전선교착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양측 모두 양쪽으로 계속 참호가 확장되고 확장된 곳까지 동일하게 교착되면서 1차대전의 끔찍한 참호전이 벌어지고 말았기에, 맞참호와 맞돌격에 포병 준비사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각국 군대는 대규모 기병및 기갑세력까지 동원하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야 뚫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산 위에 참호를 지어놓는 한반도에서는 전차로 직접 참호를 넘으며 공세를 펼치는 방식은 사실상 못 쓰기에 한반도에서는 기갑전력은 박격포를 보유한 기계화보병과 사거리가 긴 K9 자주포같은 장거리전이 가능한 포병, 전투기들의 엄호 하에 우회하여 바로 종심을 유린하고, 대기갑전을 하는데 집중해야 하며 참호타격및 돌파/점령은 보병들과 공격헬기, 공군 전투/공격편대들이 해야 한다.

7.2. 백병전

기관총포격에 의한 인명 손실을 감수하고 돌격으로 참호 안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치른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양 진영의 군대가 이 방식을 고수하여 일진일퇴를 거듭하였다. 공격 측은 공격시간을 정해 포격 지원 속에서 수류탄을 던져가며 상대의 기관총을 피해 참호에 뛰어들려 하고, 방어 측은 수류탄용 그물을 참호 앞에 설치하고 기관총으로 최대한 화망을 펼쳐 수를 줄이려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격 측은 엄폐를 거의 하지 않고 상대방의 화망 앞으로 달려오기에 상당한 사상자를 야기하며, 가까스로 점령에 성공해도 방어 측은 자기네 참호의 형태와 위치, 취약점을 뻔히 알고 있다. 또한 피로해진 몸을 추스르고 점령된 진지를 보수할 시간을 주면 탈환에 불리해지기에 가급적 빨리 탈환을 기도할 것이다.

7.3. 터널

적 참호 밑까지 땅굴을 파나간 뒤 폭약을 채워 일대를 충격하고 지면을 함몰시킨다. 유명한 사례가 바로 60고지 전투.

과거 공성전 시절부터 한번쯤 시도된 유서깊은 전술이긴 해도 전략적 요충지가 아닌 곳에 이걸 대규모로 하는 건 돈과 시간 낭비라[10] 자주 애용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땅굴을 파는 행위 자체가 진동과 소음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상대방이 그걸 알아차릴 경우 땅굴을 무너뜨려 생매장을 시켜버리거나 출구지점을 파악하여 화력집중할 준비를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다만 양측 참호가 10미터 이내 수준으로 아주 가깝게 마주보는 지역의 경우, 아군의 참호에서 인력으로 몰래 땅을 파고 적의 참호에 진입로를 만들어 연결하는 공략들은 자주 행해진 편이다. 아군의 참호를 가까운 적의 참호와 연결해 소규모 통로를 만드는 전술이라 비용과 시간이 크게 들지 않고 실패해도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낮아 자주 시도된 편이다. 그래서 최전방 참호에선 청진기 등으로 적이 몰래 아군 참호와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는지 주기적으로 감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7.4. 전차

전차탱커가 되어서 적에 참호로 돌격한다. 사실상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나 전차만 간다면[11] 대전차화기 앞에 불타는 관짝 신세이므로 보병과 함께 돌파한다. 제1차 세계 대전 같은 참호전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이 공략법의 경우 독소전쟁 당시 마땅한 대전차 무기가 적었던 독일군 참호를 돌파하는데 소련군이 애용했다.

또한, 대전차참호라 해서 전차를 통째로 빠뜨려 돈좌시키는 참호가 존재하기에 여기에 대응하고자 결국 교량전차와 같은 퍼니전차가 탄생하기도 했으며, 일부 경우 전차가 지나가던 도중 뒤쪽으로 고꾸라져 빠지게 하는 경우도 존재하여 1차대전 당시 르노 FT로 시작된 초창기 경전차들은 트렌치 스키드라는 것을 뒤꽁무니에 달고 다니기도 했다.[12] 물론 체급이 좀 큰 애들은 트렌치 스키드나 추가바퀴같은 물건따윈 필요없고 그냥 스무스하게 잘 건너다닐 수 있었지만.

참호 앞에 각종 대전차지뢰대인지뢰 등을 섞어 지뢰밭을 만들어 두었을 경우에도 전차가 보병과 함께 진입하기 힘들다. 이런 경우엔 지뢰제거전차MICLIC(미클릭) 등의 각종 지뢰제거장비를 이용하여 진입로부터 미리 확보하고 들어가야 한다.

7.5. 포격 & 폭격

포병과 공군이 공격준비사격을 실시해 상대 측 방어시설들을 박살내는 것으로, 이걸 실시하고 돌격하면 안 하고 돌격했을 때보다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상대 병력들이 참호 안에 짱박히면 살상력은 제한되며, 이들의 생존율만큼 성공 확률은 줄어든다.

그래서 물리적 파괴보다는 살상력과 화재에 중점을 둔 소이탄을 병행해 쓰면 보다 수월하게 무력화가 가능하다. 다만 이걸 쓰면 한동안 잔여물이 남아있어 아군 보병이 들어가기 곤란해진다. 그리고 요즘 21세기 포병은 20세기 초중반하곤 또 달라서 핀포인트로 정밀 포격이 가능하다. 옛날엔 참호 내부에 포탄이 직격하는 게 "운이 없는 일" 이라면 오늘날엔 컴퓨터를 위시한 전산의 발달과 자동화, 정밀화로 인해 상황에 따라선 포탄 다수가 참호 내부에 직격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는 상황도 있기 때문.

7.6. 화생방

독가스세균 등을 퍼부어 일대의 적을 죽여버리거나 후퇴를 강요한다. 다만 적이 방독면이나 제독 장치를 갖고 있으면 효과가 줄어든다. 설령 점령했다 하더라도 잔류하는 독 때문에 계륵이 될 수 있다.

1차세계대전 시절엔 참호전에서 자주 사용되었으나 피해가 서로 막대하여 결국 국제법상 화학병기 제약이 걸리고 사용이 금지되었다. 인권문제를 떠나 일단 화생방 공격을 해버리면 이후엔 상대방 국가도 보복공격으로 화학무기를 마구 퍼붓기 때문에 상부에서 사용금지시킨 경우가 대다수이다. 심지어 최루탄 조차 사용을 금지당하는 경우가 많다.

7.7. 불도저

불도저나 공병전차로 흙을 밀어다가 참호 채로 보병을 생매장 해버린다. 2차대전기부터 걸프전까지 미군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보병도 제거되고 참호도 박살나지만 어디까지나 적의 주력을 때려부숴놓고 참호에 틀어박힌 잔당을 청소할 때나 가능한 방법. 왜냐하면 만약 적의 주력을 때려부수지 않고 무턱대고 돌진시켰다간 불도저는 몇 분 내로 고철덩어리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병전차라고 해도 적이 대전차 화기, 대전차 지뢰를 동원한다면 결과는 다를 게 없다.

7.8. 포위 & 보급 끊기

시가전마냥 일대를 포위해 비축 물자를 소진시키는 방법. 아무리 지형적으로 유리해도 보급이 끊어지면 탈출이든 항복이든 참호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7.9. 우회기동전

참호선에 정면돌격하는 대신 참호가 없는 지역을 빠른 속도로 우회해서 돌파해 참호 자체를 전술/전략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참호에 상당수의 병력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라면 다른 지역의 방어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공격측의 돌파 이후에는 참호선의 후방에서 보급을 끊고 무력화 시키거나, 전면과 후면을 동시 포위해 압박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프랑스의 마지노 선을 우회해 본토로 파고 들어간 프랑스 침공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 반면에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프랑스를 치기 위해 제3국인 벨기에를 침공하는 시도는 있었으나, 아직 차량이 군용으로 널리 쓰이지 않던 시절이라 간선 보급은 철도/지선 보급은 우마차에 의존하다보니 공격 병력의 기동성이 떨어지고 방어 측에선 공격 경로를 예측하기 용이했다. 결국 우회 기동의 속도와 돌파력이 참호선 자체가 측면으로 확장되는 것보다 느린 상황에 직면했고, 협상/동맹국 모두 상대가 돌아가는 것을 방어하려 참호선을 좌우로 계속 확장하다 보니 대서양 해안에서 프랑스-스위스 국경까지 참호선이 쫙 깔리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반도의 참호들 같은 경우는 대개 산 위에 소대, 커 봐야 중대단위로 구성되는 편이고 대대 혹은 그 이상급이 하나에 다 들어가는 규모의 진지는 그리 흔하진 않다. 또한 각 참호는 다 서로 하천이나 계곡, 지방도로나 주요 간선도로 등으로 지형적으로 떨어져 있고 이들 간의 연결 참호도 없는 편이며 서로간의 연락용으로 전술도로 정도만이 구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틈새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파고든 기갑세력에 순식간에 종심부터 유린당하는 수가 있으며, 그로 인해 최전방지역에 다수의 대전차장애물이 설치되어 있고, 그 주변 일대나 그외 소대~중대단위 진지 사이 길가나 전차가 다닐만한 틈새마다 대전차조와 공용화기 매복진지가 쫙 깔려있다. 그리고 이들을 뚫고 들어가 종심을 유린하는 게 남북한 양측 기갑부대가 공통적으로 갖는 임무이며 공격헬기와 포병, 공중세력 및 기계화보병 세력이 항상 이들을 엄호해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에서는 개전 초기 하늘에서는 공격헬기와 공군 전투기 및 폭격기(북한공군 전술폭격기 보유)들이, 지상에서는 전차와 보병들, 대공화기들이 뒤섞여 한동안 난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저러고도 다른 차량화보병 및 일반보병부대를 지원 가능한 기계화보병 부대가 추가로 필요한 건 덤. 그것 때문에 양측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쉽게 돌파 가능한 돌파 지원 혹은 돌파수단으로서 전후방 곳곳에 난사할 요량으로 대량의 화학무기를 갖고 있고[13] 북한은 그걸로도 모자라 생물학무기핵무기까지 만들어 냈다.

7.10. 열압력화기

대 참호 궁극병기. 화생방처럼 정치적, 물리적으로 공격자를 방해하지도 않으면서 참호를 청소하는 능력은 저 병기들 이상인 그야말로 대참호 최종병기. 뒷처리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개량형 폭탄 수준의 인식이라 국제적 비난도 전무하기 때문에 각종 정밀유도장비가 달린 폭탄이 흔해진 현대전에서는 제공권을 빼앗긴 측의 참호의 방어력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7.11. 드론 병기

2010년대 이후로 시장에 저렴하게 보급된 멀티콥터를 무기화하여 참호에 박격포탄, 대전차유탄따위를 떨어뜨리거나 기관총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참호나 경비 초소를 공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선의 기대와 달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참호 돌파에 있어 별로 효율적인 무기가 아니다.
  • 4km 내외의 신호반경
    드론 운용병력은 무선 무인조종을 하지만 짧은 작전반경 때문에 전선에 근접해 있어야 한다.
  • 30분 내외의 작전시간
    전지기술의 한계로 출격부터 회수까지 허용된 시간은 30분 내외이다.
  • 환경요소의 제한
    야간투시장비를 설치할 여유가 부족하고, 체급이 작아 일반적으로 풍속 6m/s 정도면 못 띄운다.
  • 페이로드의 제한
    체급이 다양하지만 아무리 큰 멀티콥터여도 유탄 6발 정도가 폭장량의 한계이다.
  • 투발수단의 한계
    수직폭격이기 때문에 공격하려면 반드시 저고도에서 정지표적을 상대로 떨어뜨려야 한다.
  • 방호수단의 한계
    장갑을 설치할 여유가 없으며, 회전익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 화력의 한계
    참호는 포격 방호 수단으로, 시한신관 유탄 몇 발에 영향을 받는 방어선이 아니다.
  • 비용 문제
    상용 드론은 정비성이 나빠 야전에서 빠르게 소모된다. 병사들에게 수시로 보급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14] 다만 드론을 소모성 탄약처럼 취급한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전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월간 1만대의 드론을 소모하며 전선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멀티콥터를 사용하게 된 목적은 달성할 수 있기에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 경계 부담 강요
    적의 경계 부담을 심화시키며, 지상이 조용하더라도 언제든지 수직폭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 취약한 목표물에 유효
    깊게 판 참호와 유개호에 타격을 주기는 어렵지만, 산개해 있는 개인호와 크레이터에 엄폐한 보병을 쉽게 압박할 수 있다.
  • 인력 손실 부담 완화
    참호 수색을 무선 조종 장비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인력 손실 부담이 줄어든다.
  • 작전 정보의 보존
    폭격을 하든 정찰을 하든 모든 멀티콥터는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어 작전 상황을 녹화하고 전선 평가에 사용할 수 있다.

8. 관련 문서


[1] 어떤 의미에선 이 재료 가지고도 부대 특징이 잘 드러나곤 한다. 기갑 부대에선 전차 탄약통을 활용하기도 하며, 탄통을 쓰는 곳도 있다. 가장 압권은 해군의 기지 방어용 개인호인데, 여기 벽면은 단단한 원통형 플라스틱 재질인 소노부이 껍데기로 된 경우가 많다.[2] 물론 틈새마다 시멘트를 채워넣을 수 있지만 사계절에 따른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다 보면 균열이 여기저기 생기고, 이 상태에서 맞게 된다면 시멘트 파편까지 날리게 된다.[3] 한번 만들면 매년마다 단체로 찾아와 유지보수할 필요가 없지만 일단 이걸 만들려면 산 중턱이나 정상부 한켠을 삽과 곡괭이로 깊게 판 뒤 여기까지 자재들을 노새처럼 실어나른다. 그리고 어느정도 굳어질 즈음 거푸집을 떼고 위장을 위해 흙을 쌓거나 덮는데, 이 과정이 워낙 고역이고 유사시 역이용 가능성도 있다 보니 북쪽을 향해 배치된 토치카나 지휘용 간이 벙커 말곤 하지 않는다.[4]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면 배수구가 이 역할도 한다.[5] 영단어 역시 교통호를 따로 일컫지 않는다.[6] 일단 저지대에서 적이 몰려온다면 허리 깊이라도 충분히 엄폐할 수 있으니.[7] 이 경우는 요충지 길목을 보다 오래 사수할 수 있게 구축했거나 몇 발 쏘고 수 초만에 빠지는 게 불가능한 견인포 진지에서 안전하게 계속 포격하거나 짐을 다 꾸릴 때까지 포와 병사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심심찮게 보인다. 게다가 이왕 만들 거 천장까지 콘크리트로 덮어 유개호로 만든 곳도 있다.[8] 사실 화기가 발달하기 전에 참호처럼 땅을 판 경우에는 보통 참호로 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해자로 쓰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병사들의 몸을 숨기기보다는 적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썼던 셈이다.[9] 모직물은 만 기르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데다 방한 기능이 있어 의외로 2차대전기까지도 군용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군복 재질이 현대화된 것은 2차대전 후 석유화학의 발달로 신소재들이 많이 나오면서부터이다.[10] 애당초 지하에서 폭발해봤자 토사에 가로막혀 살상력도 제한되고, 무엇보다 함몰된 지형은 불도저나 인력으로 메꿀 수 있다.[11] 사실 전차가 보병보다 튼튼하긴 해도 시야가 제한되어 사각지대에서의 공격, 특히 대전차 무기 앞에 무력화되기 쉽고 무엇보다 숨을 곳이 많고 각종 잔해들로 기동이 제한된 시가전 같은 상황에선 생존성이 매우 떨어진다.[12] 자세히 보면 전차 후방에 꼬리같이 생긴 철판이 장착되어 있는 녀석들이 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트렌치 스키드, 즉 참호돌파용 썰매다.[13] 남한은 반쯤은 화학 무기인데 화학 무기로 분류되지 않는 백린탄을, 북한은 진또배기 화학 무기를 대량으로 보유 중이다. 물론 남한도 이전에는 화학 무기를 보유했었고, 화학 무기 보유를 포기한 지금도 막대한 석유화학 공업력을 갖고 있다. 만약 선제 화학 공격을 당한다면, 무기화까지 다소의 시간은 필요하겠으나 화학 공업력을 화학 무기화해 되갚아 줄 가능성이 크다.[14]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민간 공여품을 활용할 수 있어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나, 군에서 전적으로 부담해 조달하게 된다면 널리 보급하기는 어려운 고가의 군수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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