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9:25:33

판(그리스 신화)

판 (Pan)
자연과 목축의 신
파일:external/www.panflutejedi.com/pandaphnis71.jpg
그리스어 Πάν
라틴어 FAVNVS[1]
그리스어 라틴문자 표기 Pan
1. 개요2. 설명3. 창작물에서4. 기타

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자연과 목축의 신. 어원은 '모든 것'.

2. 설명

사튀로스의 히나로, 직립한 염소 또는 산양이 인간의 얼굴과 상반신을 지닌 모습이다.[2]

이름에 관한 전설은 헤르메스가 어느 님프[3]와의 사이에서 판을 낳았는데, 아이의 모습이 하도 흉측해서 님프는 아이를 버렸지만 헤르메스는 외려 그 아기를 포대기에 감싸 아버지 제우스, 이복누나 아테나와 아르테미스, 이복형 아폴론, 백부 포세이돈 등 올림포스의 다른 신들에게 보여주었다. 신들의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었고, 신들 중 하나가 "너는 참 재미있는 걸 가졌구나."라며 그 아이의 이름을 이라 지어주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온 해설에 따르면 '판(Pan)'은 "모든"이라는 뜻으로, 현대에도 특정 지역이나 종류를 아우르는 영어 단어 앞에 'pan-'이라는 접두사가 붙곤 한다.[4] 다시 말해 "인간의 모습과 짐승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구나"라며 붙여준 이름인 셈.

다만 헤르메스가 신화적이 아닌 역사학적으로 보면 판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리스 신화 이후의 판과 이전의 “판”은 다르기 때문이다. 판이 숭배된 지역은 아시다시피 아르카디아지역으로 이 지역은 거의 그리스 지역에서 나온 문명 중 제일 오래되었다. 인공적으로 건축된 사원이 달랑 1개이며 그 나머지들은 동굴에서 숭배되었다. 그리고 원시 인도유럽 신화에서 판의 기원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신이 있는데, 이름이 [ PÉH2USŌN ][5]으로 판 말고도 '푸샨'이라고 알려진 인도의 신[6]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신이다.

이 푸샨이라는 신은 리그베다 경전에 의하자면 기원전 1700년 전에 나타난 신이기에 만약 판도 비슷한 연도에 등장했다고 가정한다면, 기원전 1600년 전에 등장했다고 알려진 그리스의 미케네 문명보다도 100년 더 일찍 등장했다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런데 이 위의 “판”은 그리스 신화 이전의 판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판의 유래 자체는 그리스 신화에 헤르메스가 여행과 모험, 목축을 관장하면서 “판”에게서 갈라져 나오고 원래 그 영역을 관장하던 “판”은 숲, 야생을 관장하던 신인 판으로 축소되었다는 이론이 있다. 이 때문에 '헤르메스'는 사실 판의 칭호 중 하나였다는 가설도 있다. 만약 이 가설을 따르면 헤르메스는 팬 플루트의 유래를 얘기할 때 가지고 있지 않은 아들의 이름을 써서 자신의 연애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 된다.

신화에서 판의 이미지는 좀 상반되게 나타난다. 한 쪽에서는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놀라게 하여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악의어린 모습으로 나타나고,[7] 다른 한 쪽에선 목축의 신이란 위치와 아래에도 나오는 팬 플루트 이야기 등을 통해서 조용하고 목가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팬 플루트는 그의 이름에서 딴 것으로 그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전설이 있는데, 판은 '쉬링크스'라는 이름의 님프를 좋아해서 뒤쫓아 다녔지만, 쉬링크스는 아르테미스의 추종자로 판을 아주 혐오해 도망치는 사이였다. 어느 날 그런 도주에서 판에게 잡힐 것 같자 쉬링크스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리쳐 도움을 요청했고, 그러자 그녀의 몸은 가날픈 풀 갈대로 변했다고 한다. 그 풀을 안은 판은 아무리 풀일지라도 자기 것으로 하겠다고 하여 변한 풀을 잘라 피리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팬 플루트다.

...라고 백개의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에게 헤르메스가 말해주는데... 문제는 헤르메스가 그 판의 아버지란 전설이 있는 신이다. 아들의 슬픈 연애사를 플루트의 유래랍시고 말해주는 아버지라

아폴론다프네 에피소드와도 유사하다. 판도 이 팬 플루트를 가지고 아폴론한테 음악 대결을 했다가 졌는데, 유일하게 미다스 왕만 판을 편들었다가 화가 난 아폴론이 미다스의 귀를 잡아당겨 당나귀 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에로스에게 소박맞은 프쉬케한테 나타나, 에로스는 기분파라면서 금세 후회할 거란 위로를 해 주기도 했다.

역시 판이 쫓아다닌 피튀스(Pitys)라는 님프도 있는데, 이 님프는 판을 피하기 위해 소나무(혹은 전나무)로 변한다. 이에 판은 그녀를 기리기 위해 그녀가 변한 나무의 가지로 만든 관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토속신들이 이렇게 피해다니는 것과는 별개로 에코와의 사이에서 잉크스[8]와 이암베[9]라는 두 딸을 보았고, 갈라테이아의 연인으로 유명한 아키스도 판과 '쉬마이티스'라는 토속신의 자식이다.

또 한편으로는 달의 여신 셀레네를 좋아해 그녀에게 소 떼를 선물했다거나, 양 가죽을 뒤집어쓰고 애교를 떨었다는 일화가 있다.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Faunus), 실바누스와 동일시되었다.

3. 창작물에서

아서 매컨의 중편 호러소설 '위대한 신 판'에서 미지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교적 악신으로 묘사되었다. 판이 악마적이고 위험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이 소설을 비롯한 빅토리아 시대의 판에 대한 묘사에 기원한다는 평가가 있다.

판의 미로(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소녀 오필리아에게 나타나 그녀의 전생이 지하왕국의 공주였다는 것과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통과해야 할 세 가지 관문을 알려주는, 지하 왕국의 신하로 묘사된다.

컬드셉트 세컨드 익스펜션의 지속성 크리쳐로 나왔다. 컬드셉트/지속성 크리처 문서의 문단 참조.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소설)에서도 등장. 그로버를 포함한 사티로스들이 찾아다니는, 사티로스들 사이의 선지자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중후반에서 퍼시 잭슨 일행이 만나게 되지만, 사실 판은 오래 전에 죽은 상태였다. 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관장하는 야생, 즉 자연이 너무나 많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오래 전 자신을 따르는 사티로스에게 자신의 죽음을 전하게 했지만 사티로스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그 믿음으로 인해 판은 일종의 사념체로 남아 있었던 것. 퍼시 일행들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은유적으로 제시해 주고, 그로버에게 자신의 의지를 남긴 뒤 성불(?)한다. 여담으로 노래를 하는 도도새인 '디디'를 데리고 있었다.

RWBY에서는 파우누스라는 종족이 존재한다.

구스타프 말러교향곡 3번 1악장 도입부의 부제가 판이 깨어난다(Pan erwacht) 였다. 과거형인 이유는 작곡자 본인이 출판 시에 부제를 명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

4. 기타

패닉이란 단어의 유래이기도 하다.

피터 팬(Peter Pan)은 판에서 유래한 이름이며, 캐릭터 역시 판에서 속성을 따온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리스와 로마 조각상에서는 대체로 양물이 우뚝 솟아있고 무척 큰 편으로 묘사된다. 이는 판이 정력의 신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당시 그리스는 생식기가 작으면 더 지적이고 문명인이고 생식기가 크면 이성이 없는 짐승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풍조가 있었다. 이 풍조가 그대로 로마로 이어져서 판이 야성과 비이성의 신으로 그려졌다. 심지어 판이 염소와 수간을 시도하는 조각상도 발견되었다.

문서 상단 이미지의 조각상은 조각가가 미상으로 워낙 출처가 불분명하고 최초발견지도 불명이나 조각상의 기술적 흔적으로 볼때 그리스 시대에 저각된 대리석상으로 추정된다. 옆에 있는 소년은 판의 연인인 다프니스로 유추된다. 반인반수인 신이 소년의 옆에 딱 달라붙어있는 점이 인상적이어서 동성애적인 장면에 간간히 얼굴을 비춘다. 대표적으로 베르세르크(만화)의 등장인물인 게논 총독그리피스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대표적.

토성위성 중 하나인 , 데스티니 차일드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1894년 독일 베를린에서 결성된 예술 운동 '판의 모임'의 이름도 판이 향락의 신으로 여겨지는 데서 유래한 것이며, 메이지 시대 말기 일본에도 동명의 청년 예술인 친목 모임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용각류 공룡 브라키트라켈로판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러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화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목동이기 때문이다.[10]


[1] 중세 이후 표기로 FAUNUS[2] 머리에 염소 또는 산양의 뿔이 나 있다.[3] 어머니에 관해서는 님프 드리옵스나 페넬로페, 또는 칼리스토라는 설이 있고, 어린 제우스의 유모 역할을 한 아말테이아처럼 염소 또는 산양의 모습을 한 님프라는 설도 전해진다.[4] ex:Pandemonium, Pantheon 등.[5] 발음상 페트후선, 편의상 "판"이라고 명칭한다.[6] 야생, 목축, 여행을 관장하는 신으로 거의 헤르메스랑 일치하는 신이다.[7] 공황, 혼란을 뜻하는 패닉(panic)이 판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는 학설이 있다.[8]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제우스에게 먹였는데, 제우스가 이오와 눈이 맞는 바람에 헤라의 진노를 사서 새가 되었다.[9] 엘레우시스의 왕비 메타네이라의 하녀로, 매우 현명했다고 한다.[10] 종명은 발견한 목동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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