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20 00:34:46

현아(그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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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계》 주요 등장인물
상준 (작중 행적)
<colbgcolor=#4b0082> 현아 유리 <colbgcolor=#ff0000> 우비
괴물 (피 묻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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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color=#fff><colcolor=#000> 파일:그세계 현아 탈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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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on-ah
성우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이은조
성별 여성
테마곡 그녀의 세계
회운몽 (보컬)
나이 20 ~ 23살[1]
특기 나이프 무술, 악력
좋아하는 것 상준, 이상해씨, 상준의 도시락
싫어하는 것 혼자가 되는 것
자기야...
아무도 없는 세계에서 만난 누나
듬직하고 잘 챙겨주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는 모양이다.
1. 개요2. 인물
2.1. 성격2.2. 능력
3. 작중 행적
3.1. 그녀의 세계
3.1.1. 멸망한 세계3.1.2. 현아의 세계3.1.3. 우비의 세계3.1.4. 유리의 세계3.1.5. 기억의 파편3.1.6. 기억의 저편
3.1.6.1. 첫 번째 현아 루트3.1.6.2. 두 번째 현아 루트
3.1.7. 기억의 허상3.1.8. 사건의 지평
3.1.8.1. 진실을 끄집어내다
3.1.9. 그녀의 세계3.1.10. 에필로그3.1.11. 서브 스토리: 현아
3.2. 후속작에서
4. 캐릭터 송5. 기타
5.1. 전작 히로인들과의 유사성

1. 개요

그녀의 세계의 메인 히로인.

2. 인물

주인공이 멸망한 세계에 떨어지고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인물로, 일단은 본인 주장으로 연상이다. 매우 긴 장발, 굽이 달린 워커, 저고리가 달린 특이한 복장을 고수하는 독특한 외형을 하고 있으며, 그 이미지 덕에 상준은 길가다 마주치면 시선이 쏠릴, 기묘한 분위기의 사람이라고 평했다.
병원 세계의 병실에 거주하고 있으며, 본인이 말하길 가끔 멸망한 세계로 잘못 들어온 사람들을 내보내 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현아 본인은 세 히로인 중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멸망한 세계에 들어온 인물이 아니며, 오히려 탈출구가 한계점으로 막혀버린 탓에 이곳에 갇혀버린 처지다. 상당히 오랬동안 홀로 살아남은 덕에 생존에 대한 지식이 빠삭한 편이다.

2.1. 성격

멸망한 세계에서 오랬동안 홀로 살아남은 탓에 굉장히 어른스러운 태도를 갖추고 있다. 각종 위험상황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성숙한 분위기를 유지할 정도. 여기에 괴물을 신발굽으로 미친듯이 짓밟거나, 나이프와 무술로 도륙내버리는 걸 보면 적에게 무자비한 면모도 갖추고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그 용감한 상준도 처음 만났을 땐 현아를 고분고분 따랐다.
다만 위험한 세계에서 오랜 산 탓에 각종 스트레스에 크게 시달리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을 아주 오래 보지 못한 탓에 외로움을 크게 타며, 그나마 타인을 볼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이 낙이라고 말할 정도. 이곳에 사람처럼 생긴 것들은 전부 사람으로 위장해서 공격하려는 괴물들 뿐이기에, 꿈에서 깨자마자 현실을 직시할 때마다 엄청난 절망감에 빠진다고 한다.
그리고 외로움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경계심도 매우 높다. 사람으로 위장하는 괴물들 때문에 상준이 평소와 다른 시간대나 루트로 오면 크게 경계하며, 아예 괴물이라 생각해 나이프를 휘두른 적도 있다.
항상 어른스럽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지만 동시에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자주 드러낸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장난기가 다분하거나,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 예. 장난 면에서는 상준을 유혹하는 장난을 자주 치고, 귀신 흉내를 내거나 한다.[2] 평소에는 장난을 쳐도 말투나 언행은 성숙하게 유지하려 하지만, 잠이 부족해 피곤한 상태면 말투도 어린아이같이 애교로 중무장한 귀여운 투로 바뀐다.
어린아이같은 성격의 일환으로 중2병스러운 기질이 있다. 상준과의 첫만남에서 헤어질 때 오글거리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고, 빛 덩어리를 파편이라고 부르는 등.[3] 그리고 상준이 없는 틈을 타 과감하게 치렁치렁한 차림으로 돌아다니다가 딱 걸리기도 했다.
또한 자신감 쪽에서는 특히 자신이 예쁜 걸 아는지 외모 관련해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과 찍은 사진을 자랑하고 다니라 하고, 상준 또래에 자기만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여자가 어딨냐고 당당하게 말하거나, 자기가 있으니 폐허 라이프도 괜찮지 않냐고 묻기도 하는 등. 심지어 유리가 자신을 스토킹했다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유리가 자기가 이뻐서 스토킹한 것으로 생각하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또한 상준이 현아보고 30대 같아 보인다고 말하자 노골적으로 표정이 썩기도 했다.[4] 참고로 상준은 현아가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매우 설득력있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성격임에도 부끄러움을 꽤 탄다. 특히 본인이 당하는 쪽에 약한데, 잠결에 실컷 애교를 부려놓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엄청 부끄러워하거나, 중2병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다 걸리자 상준의 등 뒤로 숨어버린다던가. 또한 츤데레스러운 성격도 있어서 상준을 과하게 걱정하다가 상준이 괜찮다는 게 확인되면 머지않아 본인이 되려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기에 사소하게 얼빵한 모습도 자주 보여줘 첫만남 시의 고고한 분위기는 얼마 못가 와장창 깨져버리고 만다. 물론 본인은 연상의 위엄을 유지하겠다며 기강을 잡으려 하지만, 상준은 결국 현아를 유리 다음 가는 허당으로 생각하게 된다.
상준을 어렸을 때부터 쭉 지켜보며 자랐고, 하필 상준의 성격이 완전 취향이었던 탓에 상준을 천생연분으로 바라볼 정도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가 처지인 만큼 걱정이 상당히 많아서 상준이 발길을 끊는 걸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상준이 세 번째로 찾아오자 아예 감정이 복받쳐올라 울어버리고, 나중에는 상준이 사라져버리는 악몽을 꿔서 한숨도 못 자는 지경에 이를 정도.
그런데 상준에 대한 사랑이 도가 지나친 나머지 얀데레 수준으로 발전한다. 상준이 피 묻은 발에 상처를 입자 격통을 견뎌가면서까지[5] 비 오는 세계에 홀로 진입해 똑같이 복수를 하고, 중반부터는 아예 상준과 단둘이 이세계에 영원히 갇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로, 첫만남 때 상준이 떠나는 게 두려워 아예 상준의 손목을 잘라 평생 보관하는 걸 죽도록 고민했다며 섬뜩하게 웃는 등 매서운 얀데레 포스를 좔좔 내뿜는다.[6]
천생연분답게 상준과 성격이 비슷하다. 도움을 청하는데 서툴며, 자신이 불행해지는 상황이라도 상대를 위해서라면 자기희생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 다만 마지막 순간까지 상준을 속여가며 이런 태도를 보였기에, 상준은 제발 까놓고 본심을 말하라며 소리쳤다.
아주 어릴 적부터 사이비와 이세계 때문에 사회랑 격리된 탓에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 면전에서 대놓고 나이프를 빙빙 돌리는 것이 예시. 에필로그에선 비밀번호를 푼 폰을 경계 없이 건네주거나, 개통한지 얼마 안 된 폰이 대량의 스팸 문자에 먹혀버린다.

2.2. 능력

이쪽도 상준 못지않게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홀로 가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흘러들어오는 기억과 상준을 관찰하는 것을 통해 각종 격투기를 익힌 것으로 보이며,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은 덕에 실전 경험이 매우 풍부하다. 주로 다루는 무기는 나이프로, 현란한 나이프 솜씨를 가지고 적들을 무찌르고 다닌다. 상준이 말하길 나이프 동작이 숙달된 것도 모자라 팔 길이보다 훨씬 긴 사거리를 휘두를 수 있다고.
단순 맨손 격투도 뛰어난지 상준과 격투를 벌였을 땐 호각으로 다투기도 했다. 나이프를 다루면서 동시에 맨몸 격투도 수행하며, 주로 나이프 동작 사이사이에 섞어쓴다. 격투 기술로 그 다루기 어렵다는 브라질리언 킥을 보여줬는데, 상준의 머리 높이까지 차는 걸 보고 상준마저 놀란다.
또한 근육 하나 안 보이는 호리호리한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상당히 센 것으로 보인다. 근육질 성인 남성인 상준과 순수 깡힘이 맞먹는다고 하니 대단한 수준.[7] 특히 악력이 강하다는 묘사가 자주 나오는데, 체감 악력이 무려 70이라 이거 하나는 체육관에 몸담은 아저씨들보다 강하다고. 때문에 현아가 어깨를 양손으로 짓누르자 상준도 무력하게 자세를 낮추게 된다. 이 악력이 인상 깊었는지 상준이 현아가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물론 현아 본인의 반응은 질색.

요리 실력은 처음엔 파멸적이었지만, 상준이 알려주니 곧장 잘 따라했다는 걸로 보아 재능이 없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기 실력도 제법 출중하다. 한번은 얀데레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 상준이 연기인 걸 알고 봐도 쫄았을 정도. 현아도 이 점을 살려 자신의 목적을 감추기 위해 연기를 자주 선보인다. 물론 눈치가 빠른 상준에게 대다수가 간파당하는 신세지만.[8]
과거를 재현하던 우비나, 간신이 두세 명 정도 만들어 내던 유리랑은 차원이 다르다.
이곳에서의 현아 씨는 신이나 마찬가지인가?
현아는 이쪽의 메인 세계인 병원 세계의 주인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한계점을 만들고 있는 유리와 우비처럼 자신의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과거를 보여주거나 보여주지 못하는 정도까지만 할 수 있는 우비, 그리고 자신이 학교 세계의 주인임을 안 이후 그림자들을 약간씩 조종할 수 있게 된 유리에 비해서 워낙 경력이 긴 탓인지 ,아예 거대한 손을 만들어내 물리적으로 건물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고 멸망한 세계 그 자체의 의지(눈)보다는 약하다. 다만 세계 그 자체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심상을 구현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눈은 현아에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학교 세계의 조종권은 사실상 완전히 별개의 인격인 유리에게 넘겨줬다고 봐야 하겠지만, 비 오는 세계 쪽은 병원 세계나 마찬가지로 현아가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아가 무의식적으로 비 오는 세계에 더이상 가기 싫다고 생각해버렸을 때, 우비의 의지와 관계없이 비 오는 세계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모든 입구가 막혔다. 그리고 우비가 사라지고 나서도 비 오는 세계는 존속했다.

3. 작중 행적

본 문단은 전체 줄거리를 현아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이기에, 전체적인 줄거리와 스토리 해석을 보고 싶다면 상준/작중 행적 문서를 참고 할 것.

3.1. 그녀의 세계

3.1.1. 멸망한 세계

《멸망한 세계 #1》
멸망한 세계에 도달한 상준을 보는 장면으로 첫등장한다. 다만 이 때는 인사도 없이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고, 상준은 현아의 존재를 거의 눈치채지 못했다.
이후 상준이 슬라임들에게 당하고 있을 때 나타나 상준을 구해준다. 섬뜩한 표정으로 슬라임들을 통굽으로 짓밟기 시작한 뒤, 이내 나이프를 꺼내들더니, 상준을 죽일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상준도 순간 자신이 현아에게 죽는다는 것을 직감하는데, 상준은 습관처럼 벤 사과 멘트를 자신도 모르게 던져버린다. 현아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나 곧바로 나이프로 촉수들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이후 상준의 가슴팍까지 나이프를 들이대는데, 현아는 뭔가를 참는 듯한 갈등을 한 뒤 한숨을 쉬며 나이프를 거둔다. 그리고 현아는 상준을 일으켜 세운 다음, 다짜고짜 달릴 수 있겠냐고 묻는다.
현아는 뒤를 가리키는데, 상준이 뒤를 보자 아까 붉은 글씨가 쓰여있던 방엔 어느새 커다란 촉수가 상준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얼떨결에 현아와 함께 달리게 된 상준은 뒤를 돌아보자, 거대한 촉수가 아까 그 슬라임들을 빨아들이는 걸 목격하게 된다.

《멸망한 세계 #2》
그녀는 자신을 현아라고 했다.
그리고, 나보다 누나라고.
자신을 현아라고 밝힌 여자는 이후 상준이 자기를 찌르는 것으로 오해했다고 말하자 삐진 상태였다. 나이프에 묻은 점액을 상준 옷에 벅벅 닦던 현아는, 상준이 자신을 귀신으로 오해하자 한번 더 삐져 말이 끊긴다. 그리고 진짜 귀신 흉내를 내 상준을 놀래킨 다음, 자긴 평범한 사람인데 어떻게 귀신 취급할 수 있냐고 나무란다. 그리고 어린 것이 버릇이 없다며 혀를 차는데 상준은 대학생인 자기가 어려 보이냐고 어이없어 한다.[9] 그리고 그쪽이 몇 살이냐고 묻는데 현아는 흥미있어 하는 얼굴로 자기가 몇 살 같아 보이냐고 묻는다.
* 10대라고 말하면 현아는 술집에서 신분증 검사받을 외모라는 사실에 크게 좋아한다. 현아가 신분증 검사당한 30대 같은 반응을 보이자 상준은 10대 아니냐고 묻는데, 현아가 호칭을 '오빠'로 바꾸며 애교를 부린다. 상준이 발언을 철회하자 현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찌그러지라고 말한다. 그걸 듣고 상준은 보기보단 나이가 좀 있는 동안이라고 확신한다.
* 20대 동년배라고 말하면 현아는 어딜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거냐며 상준에게 바싹 다가와 얼굴을 올려본다. 그리고 동기 중에 자기 만큼의 얼굴과 몸매를 가진 사람이 있냐며 자신감 있게 묻는다. 상준이 살짝 당황한 투로 좀 예쁘다고 막 들이대는 거 아니라고 지적하자, 현아는 '좀' 예쁘냐고 살벌하게 말한다. 상준이 '많이' 예쁘다고 정정하자 다시 싸늘하게 웃으며 긍정한다. 그리고 상준은 저런 얼굴로 들이대면 말발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 30대+를 고르면 3까지 말하려다 현아가 썩은 표정으로 질책해버려 끊겨버린다. 현아가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자 상준은 지지 않고 30대라고 말하려 하는데, 현아는 맞고 싶냐고 말한다. 그리고 한번 쳐보라며 몸에 힘을 빡 주자, 현아는 활짝 웃으며 상준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그리고 상준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겨 다시 똑바로 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상준이 죄송하다 하자 현아는 일단 너보단 훨씬 많다는 소리와 함께 삐진듯 뒤를 돈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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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20대다. 에필로그에서 대학생인 상준보다 연하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

이후 현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준의 안부를 묻는다. 아까 죽을 위기에 처했던 것을 걱정한 것인데 상준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걸 잊고 있었다는 걸 실감한다. 그리고 현아가 긴장을 풀어주려고 나이 관련 농담을 친 것임을 눈치채고 자신이 오랜만에 배려를 받는 쪽이 되었다는 것에 감격한다. 그리고 현아가 손을 잡아끌어 자기가 있으니 괜찮다며 위로한다. 상준은 꾸벅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현아는 이제야 말을 잘 듣는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은 상준은 아직 현아에 대해 잘 모르고 방금 그 칼날이 자기를 찌르려 한 것인지의 여부는 모른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상준은 아까 자기를 공격한 그것들은 무엇인지와 여기가 어디인지를 묻는다. 현아는 상준이 여기가 어디냐고 물은 것에 기특한 듯이 웃는다. 그 이유는 대개는 무슨 사고가 터진 줄로만 알지 자기가 다른 세계로 옮겨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줄 안다며 펑하는 제스처를 장난기있게 취한 뒤, 일단 돌아가게 해줄 테니까 따라오라고 말한다.
설명을 하나도 안 해주고 따라오라고 말하자 상준은 이를 지적하는데, 현아는 손가락 끝으로 입을 막는다. 순간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고 뒤로 빠지려 하지만 이젠 상관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가만히 있는다. 현아는 상준이 돌아가면 이곳에 돌아올 일이 다신 없으니 굳이 알 필요 없고, 그럴 바엔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낫다며 웃는다. 상준이 따지려 들자 현아는 생명의 은인한테 대드는 거냐며 생색을 내고, 상준은 구해줬으면 책임을 져보라며 일부러 째째하게 굴어본다.
그 말에 현아는 은근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이대는데, 상준이 당황하자 현아는 웃으면서 뒤로 물러난다. 상준은 현아가 미인계를 남발하는 걸 보고 외모에 자신있어 한다는 건 눈치채지만, 실제로 예쁜 사람이었기에 딱히 부정은 하지 못한다. 그 다음 현아가 살벌한 표정으로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면 못 돌아갈 수 있다고 쏘아붙이는데, 상준은 진짜로 병원의 실험실 같은 거라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순순히 따른다.
이후 상준은 현아를 따라 복도 여기저기를 걷는다. 그리고 현아에게 얼이 빠져있다가 순간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폰을 꺼내보다가, 이후 확인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고 다시 꺼버린다. 현아는 이 세계에 오게 된 경위를 묻는데, 상준은 자기의 행적을 되짚어보다가 엘리베이터를 탑승한 것이 그 근원임을 깨닫고 말해준다.
현아는 어떤 병실 문을 닫으면서 상준의 경우는 흔한 케이스라고 답해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이상한 곳으로 연결되니 상준이 겪은 방식은 흔하다고 말하는데, 상준은 엘리베이터가 이상한 곳으로 연결되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지적한다. 현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상준의 손을 잡고, 손목을 주물럭거리며 엘리베이터가 탑승자 모르게 조작되었을 수 있다며 웃는다. 그리고 외국의 살인마는 이 수법으로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웃는데, 상준이 여긴 외국이 아니라고 따지자 현아는 웃으면서 돌아선다. 그리고 상준은 현아에게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냐고 묻자 현아는 크게 긍정한다. 오랜 친구인 거마냥 손목을 아직도 조물딱거리면서 웃는 현아를 보고, 상준은 너무 만지는 거 아닌가 싶지만 분위기를 봐서 뿌리치지 않는다.
이후 둘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나, 상준은 묘하게 현아가 같은 곳을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은 길을 몰랐기에 잠자코 따라가는데, 이후 복도를 가로막는 거대한 문을 마주한다. 상준이 현아를 앞서가서 먼저 문을 열자, 현아는 살짝 당황한 투로 뭘 알고 연거냐고 묻는다. 그 말에 상준은 자신의 버릇이 튀어나온 것을 직감하고 얼타는데, 현아는 그런 상준을 탁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 상준은 다시 앞장서려 하나, 어째선지 눈앞에 같은 문이 또 있는 걸 본다. 그리고 두 번째 문은 아래쪽에 알아보기 힘든 빨간 자국이 찍혀있었다.
이런 문이 2연속으로 있다는 것에 의아해하며 두 번째 문을 열려는 순간, 현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상준의 뺨을 붙잡으며 막는다. 뺨을 꼬집는 현아를 보고 상준이 따지려 들자 현아는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방금 열었던 문을 누가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상준이 살짝 올려다보니
파일:그세계3.png
그곳엔 거대한 머리가 둥둥 떠있었다. 눈코입에서 검은 액체가 줄줄 흐르는 그것은 이마로 문을 들이받으며 상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상준을 '자기야'라는 호칭으로 부르는데, 상준은 그 목소리가 두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아했던 목소리임을 눈치채고 크게 동요한다. 그리고 머리가 빨리 열라고 보채자 상준은 순간 당황하지만, 이후 저것이 자신이 아는 사람과 얼굴이 같아도 그 사람이 아니라는 직감에 안심한다.
이후 머리는 빨리 열지 않으면 헤어질 거라며 협박하고 상준은 다시 동요하기 시작한다. 현아는 그런 상준을 누르며, 자긴 무슨 말이 들리는지 모르나 절대로 대답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머리가 계속 상준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내자 결국 참지 못한 상준은 얼굴을 직시한 다음, 결국 너는 그 사람도 아닌 주제에 따라하면서 시비거는 거냐고 따진다.
현아는 그런 상준의 뺨을 잡아 멈춰세운 다음, 놀란 거 감추려고 화내지 말라고 진정시킨다. 상준이 자기 심리를 눈치챘냐고 묻자 현아는 표정만 봐도 뻔하다는 말과 함께 껴안는다. 그리고 현아는 그 사람은 신경쓰지 말고 전부 자기에게 맡기라며, 상준을 따뜻하게 쓰다듬는다. 그 사이 문을 두드리던 머리는 점점 액체로 녹아버려 형태를 잃고 만다.
현아가 쓰다듬는 감각이 어쩐지 익숙하다고 생각할 무렵, 현아는 상준을 이끌고 두 번째 문으로 향한다. 그런데 아까까지 있었던 두 번째 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고, 상준은 한번 더 당황한다. 이후 복도를 걸으며 현아는 이 세계에서 절대 아무 문이나 함부로 열지 말라며 경고한다. 상준이 그 이유를 물으려 하자 현아는 상준의 손을 꽉 잡으며, 문이 문이 아닌 가짜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짜 문을 열면 어디로 가냐고 묻자, 현아는 섬뜩하게 웃으며 가짜 문이 사라진 곳의 천장을 가리키는데, 그곳엔 뭔가가 잡고 매달린 듯한 커다랗고 새까만 손자국 두 개가 남아있었다.
현아는 이후 아까 문 너머로 누구의 얼굴이 보였냐고 묻는다. 상준은 이제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얼버무린다. 현아는 살짝 화가 풀린 듯한 말투로 혹시 머리 괴물의 위쪽은 봤냐고 묻는다. 상준이 못 봤다고 말하자 현아는 머리가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안 봐서 다행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현아는 따뜻하게 웃으면서 무서웠냐고 물으며 다가온다. 그리곤 무서웠으면 달래주겠다고 하는데, 상준이 달래주는 방법을 묻자 현아는 바닥에 있던 작은 빛 덩어리를 줍는다. 그리고 상준의 손에 쥐여준 다음 그 손을 상준의 가슴팍으로 미는데, 그 순간 빛 덩어리가 상준의 몸 속으로 흡수된다. 상준이 놀라면서 빨리 꺼내라고 말하자 현아는 섬찟하게 웃으며 그게 있어야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상준이 빛 덩어리의 정체를 묻자 현아는 답하지 않고 다시 길을 걷는다. 그리고 곧 돌아갈 사람이 알 필요 없다며, 알고 싶으면 여기 남기라도 할 거냐고 말한다. 상준은 자신을 내보내려는 투의 말을 하는 현아의 표정이 어쩐지 자신에게 매달리는 듯한 표정임을 눈치챈다.
《멸망한 세계 #3》
우선, 현아 씨를 믿어보기로 하자.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한 그녀를.
빛 덩어리를 주으며 앞으로 가던 상준은 엘리베이터가 두 대나 있는 풍경을 목격한다. 한쪽은 아까 타고 온 것처럼 녹이 슬고 아래에 빨간 손자국이 찍혀 있었고, 한쪽은 주변 풍경이랑 이질감이 들 정도로 새 것 같은 생김새였다.
현아는 둘 중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는지 묻고, 상준은 기억을 되새겨 낡은 쪽을 고른다. 현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며, 진지한 표정으로 정말 맞냐고 되묻는다. 상준은 현아의 진지한 태도에 다시 한번 기억을 차근차근 되새기고, 이 엘리베이터가 맞음을 확신한다. 현아는 이런 당장이라도 추락할 거 같은 엘리베이터를 왜 탔냐며 웃는데, 상준은 그런 현아가 억지스럽게 웃는다는 것을 눈치챈다.
이후 엘리베이터에 상준이 타려고 하자, 현아는 옷자락을 붙잡는다. 현아는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이후 고개를 들고 웃어 보이며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냐고 묻는다. 상준이 어리둥절해하며 자신이 돌아가면 큰일이 나냐고 묻자 현아는 그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소 섬뜩한 표정으로 정말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
상준은 그 순간 돌아가면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떠올리고 잠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무심코 폰을 확인해버린다. 그리고 현아는 그런 상준에게 돌아가면 뒷수습을 해야 하지 않냐고 섬뜩하게 묻는다. 그리고 현아는 살벌한 표정으로 오늘 사귀던 사람이랑 헤어졌고, 죄책감에 도망치지 않았냐고 말한다. 상준은 자신의 사정을 꿰뚫어보는 건 둘째치고, 헤어지자고 말한 건 여친 쪽인데 자기가 왜 죄책감을 느끼냐고 따진다.
하지만 현아는 여친이 헤어지자고 말한 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건 알지 않았냐고 묻는다. 현아 말대로 실제 상준의 여친은 헤어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연애 주도권을 잡는 스타일이었고, 그런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살아오던 상준은 여친이 화난 이유가 아주 사소해도 항상 자신이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다.[11] 하지만 수도 없이 그 말을 듣고 살아온 상준은 오늘 헤어지자는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폭발해버려 진짜 이별을 통보했고, 그 죄책감에 거리를 방황하다 병원까지 온 것이었다.
현아는 연애라는 건 밀고 당기는 건데 상준이 지나치게 오냐오냐해준 탓에 여친 쪽의 버릇이 나빠졌고, 결국 상준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현아가 미묘하게 쌓인 걸 털어내는 듯 화난 표정으로 말하자 상준은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남의 연애사에 왜 참견이냐고 화를 낸다. 그런데 현아는 뭔가 씁슬한 표정으로 네 쪽에서 보면 처음이 맞겠다고 중얼거린다.
화를 내던 상준은 문득 현아가 자신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상준이 추궁하자 현아도 무언가 실수한듯 낭패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상준은 스토킹이라도 당한 심정에 섬뜩함을 느끼고 빠르게 뒤로 물러난다. 현아는 당황한 듯 해명을 시작한다. 바로 폰에 커플 사진이 달려있던 것, 그럼에도 연락을 받을 생각이 없는 거마냥 폰을 꺼놓은 것, 무심코 몇번 폰을 들여다보려 했던 것을 종합해 '애인에 잡혀 살던 사람이 방금 헤어졌다'는 추측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병원에 온 것은 헤어진 다음 멘탈 깨져서 아무데나 방황하다가 우연히 들어온 것이라 추리했다고 해명한다. 상준에게 접수증이 없었던 것을 보아 본인이 진료받으러 온 것은 아니고, 입원실은 옆 건물이기에 병문안을 온 것일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그 증거.[12] 여기에 아까 그 머리 괴물은 가장 괴로운 기억을 모방하는 것이기에, 아까 머리가 애인의 얼굴을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상준은 지지 않고 어떻게 자신의 사정을정확히 알았냐고 묻는다. 마치 추측으로 결론을 뽑아낸 것이 아닌 결론을 가지고 추측을 갖다붙인 듯한 태도에 의아해하던 중, 순간 현아가 준 빛 덩어리로 자신의 사정을 읽힌 것이라 생각한다. 그 때 머리카락을 꼬고 있던 현아는 희미하게 웃더니, 이후 말을 할 때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닌 목적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그 말에 순간 당황한 상준은 이후 현아에게 밀쳐져 반대쪽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버린다. 사실 현아가 상준을 당황시킨 건 이 엘리베이터로 들어가게 만들기 위해서였으며, 일부러 뒷걸음질 치게 만들어 다른 엘리베이터 바로 앞까지 가도록 유인했던 것. 상준이 현아의 의도를 깨닫자마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린다. 그리고 현아는 밖에서 이곳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자 망각의 저편이고, 도망치고 싶어서 왔겠지만 여긴 낙원이 아니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직접 대화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는 말을 하며, 닫히는 문을 잡고 있는 상준을 뒤로 한다.
그 때 다시 현아가 뒤돌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자신이 나쁜 생각을 할 것 같다며 슬프게 웃는다. 상준은 현아의 말과 표정의 의도를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걸 막지 못한다. 이후 엘리베이터 불빛이 붉은 색으로 바뀌더니 크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후 홀로 아까의 세계에 남아있던 현아는 홀로 슬프게 독백한다.
그야 알지...
얼마나 바란 일인데...
하지만
...
그렇다고 내가 널 가지러 들면... 안 되는 거겠지?

3.1.2. 현아의 세계

《현아의 세계 #2》
후회하긴 늦었지만,
다리는 빠르게.
현아는 멸망한 세계에 재방문한 상준을 구해준다. 상준은 유리의 방해로 검은 것들과 대치를 하다가 기절했다가 방금 막 깨어났는데, 현아는 상준 몸에 박힌 유리 조각들을 빼내고 있었다. 현아가 유리 조각들을 하나씩 뺄때마다 상준은 따갑다며 소리치자 현아는 엄살이 심하다면서 웃는다. 그 모습에 상준은 유리 조각 박혀본 적 없냐고 묻고 현아는 해맑게 긍정한다.[13]
아무튼 상준은 주변을 둘러보는데, 병실 내부는 물통을 비롯한 이런저런 생활 용품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이 현아가 거점으로 쓰는 것임을 직감한 상준은 이후 자신의 스마트폰도 놓여 있는 걸 깨닫고 빠르게 회수한다. 누가 보지 않았을까하며 걱정하는데, 현아는 그런 상준을 보고 시치미를 때듯 휘파람을 분다.
현아의 간호가 계속되자 상준은 자기가 치료 하겠다며 거절하려 한다. 하지만 현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자기가 해주는 게 싫냐고 살짝 애교를 부리는데, 상준은 결국 현아에게 치료를 맡긴다.

《현아의 세계 #3》
다시 한번 그 사람을 만났다.
그냥 그게 기뻤다.
웃으면서 치료하던 현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바뀌며, 왜 다시 돌아온 거냐고 캐묻는다. 이곳에서 하고 있던 일이 아닌, 이곳에 온 목적부터 묻는 현아의 태도에 의심을 품은 상준은 현아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서 호기심에 돌아왔다고 답한다. 현아는 어이없다는 투로 겁대가리를 상실했냐며 따지는데, 상준은 자신의 호기심이 겁대가리보다 중요하다며 지지 않는다.
현아는 이곳은 일부러 돌아올 만한 장소가 아니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상준은 마음도 심란했겠다 자아 찾는 여행을 하던 김에 왔다고 밝히고, 현재는 후회 중이라며 반성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참에 세계의 정보에 대한 걸 다시 묻는데, 현아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며 고민하다가
막상 진짜로 오니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 그냥 확...
이라고 중얼거린다. 이후 현아는 화가 난 표정으로 다가와 상준 앞에 주저앉고 한숨을 쉰다. 상준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냐고 묻는데, 현아는 곧바로 세 가지라고 말한다. 상준이 세 가지나 잘못했냐고 묻자, 현아는 그 뜻이 아니라 세 가지의 질문만 받아주겠다고 답한다. 고민 끝에 알려주기로 한 이유는 호기심 때문에 또 혼자 멋대로 사고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그 대신, 현아도 상준에게 질문을 하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알려줄 것이 딱히 없던 상준은 의문을 표하지만, 현아는 당당하게 자신이 상준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상준이 당황하자 현아는 이곳에 굳이 다시 들어온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고, 의심스러운 상준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생겨서라고 해명한다. 그 다음 뭘 기대했냐고 웃으면서 주저없이 양손으로 상준의 뺨을 감싸더니 얼굴을 들이댄다. 상준이 여유를 가지고 유혹에 안 넘어갔다는 걸 보여주듯 웃자 현아는 재미없다는 듯이 표정을 구긴다.
그 다음 현아는 왜 이렇게 자신을 경계 안 하냐며 화난 티를 낸다.[14] 상준은 두번이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경계할 수 없다고 말하자 현아는 살짝 부끄러운 티를 내더니 의심 좀 하라고 잔소리를 날린다.

아무튼 첫 번째 질문으로 이곳이 어디인지와 검은 것들의 정체를 묻는데, 현아는 단칼에 둘 다 모른다고 답한다. 상준이 어이없어 하자 현아는 정말로 모르고 있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알 거라 생각한 이유를 묻는다. 상준은 현아가 이전에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굴어서 그랬다고 말하자, 현아는 자길 의심해서 난동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일부러 아는 척했다고 밝힌다.[15]
그러면 상준은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지기 직전, 오글거리는 말투로 이곳이 어딘지 설명한 건 왜 했냐고 말한다. 현아가 그 질문을 듣자 부끄러운 듯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그땐 다신 안 볼 줄 알아서 그랬닥느 자그마하게 말한다. 허세를 부렸다는 것이 들통나자 현아는 고개를 돌리고, 허둥거리면서 변명을 시작한다. 자긴 그저 이곳에 오래 있었고 우연히 들어온 타인들을 내보내 주는 봉사를 하고 있을 뿐이지 자세한 정보들은 모른다고.
상준이 하찮다는 투로 그럼 아무것도 모르냐고 묻자 현아는 헛기침을 하며 있다고 소리친다. 그건 바로 이 세계는 우리가 살던 세계와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곳이고 이상한 것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건 상준도 알고 있었고, 현아가 알고 있다고 말한 게 이게 전부였다는 것. 이쯤되자 상준은 그런 현아를 보고 단순히 허둥거리는 건지, 아니면 모른 척하기 위해 일부러 얼버무리는 건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무튼 현아가 말한 미묘하게 다른 세계라는 건, 주변의 거리나 지형은 현실과 거의 일치하되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상태라는 것이다. 즉 한마디로 말하면 이세계라고.[16]
이제 현아가 질문하기 시작한다. 현아가 물어본 것은 이곳으로 돌아오는 방법이었는데, 자긴 많은 사람들을 여기서 탈출시켰지만 다시 돌아온 건 상준이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준에게 멸망한 세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한번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올 거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냐고 묻기도 한다. 상준이 하나도 모른다고 말하자 현아는 어이없다는 투로 모르면 어떡하냐고 말하고, 장갑을 벗은 뒤 상준의 손목을 꾹꾹 주무른다.
상준은 일단 자긴 어제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곳에 도착했다고 말한다. 현아가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봤다고 말하려다가 급하게 얼버무리는데, 상준은 무언가 잘못 말한 듯 시선을 피하는 현아를 이상하게 여기며 다시 말을 잇는다. 아무튼 자기는 여기 다시 돌아오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들락거리다 정각이 되는 타이밍에 성공했다고 알려준다.
현아는 그 소리에 뒷목을 잡으며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다가, 들어오는 순간 특이사항이 없었냐고 묻는다. 상준은 어젠 4층 버튼을 눌러서 왔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는 걸 떠올리고, 돌아가는 법이 사라진 거 아니냐며 걱정한다. 현아는 살짝 겁을 주지만, 어제랑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나갈 수 있다고 안심시킨다. 4층 버튼을 눌러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들어와야 4층 버튼이 생기는 거라고.
그 때 현아가 아무튼 질문 세 개 끝났다고 단정짓는다. 모른다고 넘긴 게 두 개나 됐기에 상준은 억울해하는데, 그런 상준을 보고 현아는 재밌어 죽으려 하는 표정을 짓는다. 상준은 속으로 현아의 인성 문제를 거론하지만 별 반항은 못한다. 다행히 현아가 장난이라며 제대로 대답해주겠다고 말하는데, 다소 진지한 얼굴로 그 대신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부탁한다.
현아는 이후 상준의 얼굴을 멍하니 보더니, 상대가 억지 주리는 거 알면서도 다 받아주는 타입 아니냐고 말한다. 여기에 그러니 연애하면 고생한다고 덧붙이다가, 다시 질문을 받기 시작한다.
*왜 지난번에 다른 엘리베이터로 밀쳤던 건지 물어본다: 현아는 의외로 쿨하게 인정하더니 자긴 도와준 건데 말투가 왜 그러냐며 따진다. 그러자 상준은 자신이 엘리베이터에 혼자 남았을 때 빨간 옷을 입은 누군가를 봐서 무서웠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교복이 아닌 빨간 옷을 본 것이 맞냐고 재차 묻는다. 현아가 보여준 적 없는 살벌한 분위기를 뿜자 상준은 당황하는데, 현아는 무표정인 채로 천천히 시선을 돌리더니 말이 헛나왔다며 사과한다. 상준은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임을 짐작하나 개인사정인 것 같아 넘어가기로 한다.

아무튼 현아는 자신이 상준을 밀친 이유는 처음 타려고 했던 녹슨 엘리베이터가 가짜 문이었기에 그랬다고 말한다. 원래 가짜 문은 아래 빨간 손자국이 찍혀있어야 하는데, 이전 엘리베이터는 녹이 슨 나머지 자신이 눈치채는데 한발 늦었고, 눈치챘단 걸 들키는 순간 가짜 문 쪽에서 반응하기에 일부러 티 안나게 다른 엘리베이터로 유도한 것이라고. 해명을 듣자 상준은 현아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나중에 같이 나가면 치킨이라도 사줄 생각을 한다.

그 때 아까 검은 것들에게 쫓기던 중 정문으로 고개를 내미니 학교에 잠시 들어왔던 걸 떠올리고, 이를 현아에게 말해준다. 현아는 잠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티를 내다가 상준이 마치 물 속으로 고개를 집어넣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해주자, 현아는 크게 놀란다. 그리고 안 아팠냐며 걱정하더니 아무런 문제 없이 특정한 구역을 넘은 것이 맞냐고 재차 묻는다. 이후 흥분을 가라앉힌 현아는 너라면 가능하겠다며 중얼거린다. 상준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현아는 답하지 않고 얼버무린다.

*날 어떻게 구해낸 건지 물어본다: 현아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냥 검은 것들 사이에 들어가서 거기 기절해있던 상준을 끌고 나왔다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상준은 검은 것들이 그렇게 무섭게 덤벼놓고 아무것도 안 한 것에 어이없어 하나, 현아는 검은 것들이 원래 상준을 잡아먹을 수 있는 괴물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상준을 공격한 건 단지 상준이 병원에 온 타이밍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참고로 검은 것들은 가끔 대량으로 나타나서 가짜 문으로 들어가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현아는 여기서 가짜 문으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상준이 가짜 문 내부에 뭐가 있냐고 묻자 현아는 살벌하게 위험하다고만 말한다. 또한 적어도 한번 들어간 검은 것을 다시 본 적은 없으며, 그럼 가능성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바로 아예 다른 곳에서 나오거나, 아예 다른 모습으로 나오거나인데, 상준은 오싹한다.

아무튼 현아는 그 검은 것들에 관해서는 완전 꿰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하고, 상준은 그런 현아에게 감사를 표하며 나중에 밥이라도 한 끼 사줄 걸 약속한다. 현아는 그 말을 듣더니 데이트 신청이냐면서 재밌다는 듯이 웃다가, 그게 가능하면 자기도 참 좋겠다면서 씁슬하게 웃는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그렇게 여유로운지 물어본다: 현아는 단순하게 자긴 고였으니까 그렇다고 시큰둥한듯 말한다. 굳이 이런 곳에 오래있는 이유를 묻자 현아는 너도 다시 이곳에 오지 않았냐고 묻는다. 이곳은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피폐한 현실에서 벗어난 일탈 체험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상준도 그건 공감하지만 그래도 막상 돌아오니 후회했다고 말한다.

그 말에 현아는 공포란 건 무서워도 그것이 도파민 때문에 호감으로 바뀌기 쉬운 감정이라고 알려준다. 그 때 상준을 벽으로 밀치더니 옆에 나이프를 꽃아넣고, 갑자기 사귀자는 말을 건넨다. 당황하지만 곧바로 고백을 받는 상준에게 현아는 폰을 뺏어서 커플 사진을 찍고,[17] 이제 헤어지자고 말한다.[18]

영문 모를 염장질에 당황한 상준을 보자 현아는 얼굴 옆에 나이프가 꽃이는 무서운 상황이 설렘으로 바뀐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이것이 아까 말한 공포가 호감으로 바뀌는 과정이라 말하고, 멸망한 세계도 똑같다고 한다. 상준도 자신이 완전히 갖고 놀아졌으나 어쩐지 기분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그 때 현아가 부끄러운 듯한 얼굴로 혹시 자기가 선을 넘었냐고 묻는다. 그 이유는 자신이 장난을 치다가 선을 넘어버리는 행동을 종종 해서라는데, 상준은 오히려 포상이었다고 소리친다.

아무튼 상준은 현아 말대로 자신이 멸망한 세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맞다고 확신하고, 다시 나가도 또 들어오기 위해 애쓸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상준은 자신의 예상을 단순히 원래 했던 생각을 가지고 낸 것인지, 아니면 현아에게 유도된 것인지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그런 상준을 현아는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정보들을 정리하던 상준은 아직도 멸망한 세계는 영문 모를 것들 투성이지만, 그래도 여기를 완전히 현실과 분리된 별도의 세계라고 인식하게 된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완전히 폐허가 된 풍경인데 수도와 전기가 나오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 현아도 완전히 폐허가 된 세상인데 멀쩡히 나오는 게 신기하고, 그 덕에 살기 좋다고 알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매점에는 음식 같은 것이 안 썩고 있다고.[19]
마치 이 세계가 현실을 모방하도록 꾸며진 것처럼 만들어졌다고 현아는 말한다. 그 다음 상준의 손목을 잡다가 수상하게 웃으며, 아예 나가지 말고 여기서 살 것을 제안한다. 상준은 당연히 단칼에 거절하는데, 현아는 당당하게 자기가 있는데도 싫냐고 묻는다. 그 말에 상준은 현아야말로 여기서 숙박까지 하면서 뭘 하는 거냐고 묻는다.
그 때 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잠시 굳는다. 그리고 상준이 오해를 했고, 그렇기에 여태 말이 안 맞았다며 쓸쓸하게 웃는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마디를 건넨다.
나.. 여기 갇혀 있는 거야.

《현아의 세계 #4》
처음으로 보게 되는 이 곳의 풍경.
그 끝에는...
현아와 상준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다. 하지만 상준 혼자 탈 때와 달리 엘리베이터는 현실 세계로 바래다 주지 않았고, 현아가 현실 세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상준이 엘리베이터로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상준이 특이했던 것이기 때문.
아무튼 둘은 병원 옥상에 도착한다. 병원 옥상은 부서졌지만 테라스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난간으로 시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시내는 여기저기 붕괴하고 찌그러지고 안개를 머금고 있었으며, 현아는 이런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상준을 데려온 것이었다. 상준은 마치 세상이 멸망했다는 절망감보다는 마치 영화를 볼 때처럼 신기한 기분만을 느낀다. 그 이유는 이 세상이 창작물을 보는 것처럼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아니라는 은연 중의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아도 동의하듯, 우리가 살던 세계가 무너진 것이 아니기에 상준 같이 위화감을 느끼기 마련이고, 이것이 여기가 다른 세계라는 증거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준은 이 세계가 영화처럼 이끼같은 식물이 뒤덮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의아해한다. 마치 인위적으로 누가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보존해 놓은 듯한 풍경이었기 때문.
파일:그세계7.png
상준이 현아가 이곳에 갇혔다는 말을 꺼내려 하자, 현아는 난간 밖의 풍경을 보라며 주의를 돌린다. 상준이 본 시내에는 어느새 나타난 어마어마한 크기의 네 발 짐승이 지나가고 있었다. 현아 말로는 저 짐승은 가끔 나타나며, 자세히 보면 눈도 달려있고, 병원 쪽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인식하면 어떻게 될 거 같냐며 살짝 겁을 주더니, 상준도 살짝 겁을 먹고 말없이 난간 뒤로 몸을 숨긴다.
현아는 옆에 쏙 들어와 어깨를 붙이고 있다가, 괜찮다고 다독이며 상준을 일으켜 세운다. 그 다음 상준이 무언가 말하려하자, 현아는 또 말을 자르듯 부서진 난간 쪽을 향해 걸어간다. 현아는 이렇게 장관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상준에게 보여주려는 듯 시내의 끝자락을 가리킨다. 그리고 시내의 끝자락에는 안개가 벽을 이루듯 부자연스럽게 막혀있는 구간이 있었는데, 단순히 안개가 낀 수준이 아니라 저기부터 세상이 없는 수준으로 짙게 깔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현아는 자신은 저 안개를 넘어갈 수 없다고 알려준다. 들어가려고 하면 벽에 막힌 듯 튕겨나가는데, 그 이유는 저 안개가 세계와 세계를 구분짓는 경계선인 '한계점'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현아는 자신이 들어온 입구가 저 한계점 너머에 있다고 슬픈 표정으로 말한다. 상준은 그런 현아를 가만히 바라보고, 방금 전에 현실로 못 돌아갈 수도 있다고 장난을 쳤던 것이 사실 현아 본인 이야기였던 걸 깨닫는다.
현아가 말하길 자신은 예전에 이곳에 우연히 들어왔고, 풍경에 매료되어 공포감도 잊고 구경을 시작했다고 한다. 굳이 바로 나가지 않은 이유는 한번 나가면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으며, 그러다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말에 상준은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고 말하려다 자기가 할 말은 아니었기에 그만둔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아는 출구가 바로 보였기에 안심하고 돌아다녔으나, 어느 순간 안개가 가로막아버려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상당히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홀로 보냈다고 슬프게 말한다. 상준은 자신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현아에 감동과 슬픔을 느끼고 그렁그렁해 한다.[20]
하지만 그런 현아는 자긴 익숙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웃어 보이고, 현아는 상준을 안아주려다 이내 자제하는 듯한 표정으로 대신 뺨을 잡는다. 현아 말로는 아직 안 친하니 미루는 거라는데, 상준이 만난 시간 대비로 따지면 엄청 친한 거 아니냐고 묻자 현아도 동의한다. 현아는 이후 상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살짝 웃으면서 올려다본다. 그리고 현아는 이윽고 자신이 부탁하려 한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었으며,[21] 상준이 그걸 도울 수 있다고 해맑게 웃는다.
파일:그세계8.png
다시 병실로 돌아와, 현아는 종이와 펜을 들고 와 설명을 시작한다.[22] 검은 사각형 내부는 이쪽 세계, 하얀 점은 입구 겸 출구, 검은 점은 사람이라고 알려준다. 자신과 같은 검은 점, 즉 일반인은 이곳에 들어와봤자 아무 영향도 끼칠 수 없으며 입구를 통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가는 순간 이곳에 있었던 모든 일들은 마치 꿈이라도 꾼 것마냥 잊어버리며, 그 탓에 이 세계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 알려준다.
그리고 빨간 점은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바로 이 세계 안에 한계점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출구로 가는 길에 한계점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세워버려서 현아가 나갈 수 없게 된 것이었다. 현아가 덧붙이길, 한계점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큰 정신적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상처를 반영한 형태로 세계가 변하다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리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라 해도 괴물들은 튀어나오고, 심지어 세계를 만든 본인조차 나갈 수 없다고 덧불인다. 현아는 마치 이 세계가 마음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먹이로 삼는 것 같지 않냐며 살짝 겁준다.
현아는 상준에게 기댄 다음, 자신이 한계점 내부로 들어가려 하자 온몸이 녹아내릴 듯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실제로 상처도 생기는 등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그 덕에 알아낸 것도 있다고 말한다. 이후 현아는 윗옷의 맨 위 단추를 하나 풀어 쇄골을 드러낸 다음, 그곳에서 빛 덩어리를 꺼낸다.[23] 그리고 이 빛 덩어리의 정체는 바로 기억이나 정보가 형태를 이룬 것으로, 현아 본인은 파편으로 부른다고 말한다.[24]
그쪽 세계에 들어가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세계 안의 누군가가 파편을 전해주었고 그 덕에 고통이 잠시 가셨다고 한다. 현아는 아마 파편을 모을수록 그쪽 세계의 정보를 인식하게 되고, 더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 결론지었다고 알려준다. 이는 첫만남 때 상준도 겪었는데, 현아가 병원 내부를 돌며 파편을 줍게 시킨 것도, 사실은 병원 세계의 정보를 인식해서 탈출구를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의도였다고 한다. 다만 당시엔 몰랐지만 상준의 경우 특이 체질이라 굳이 필요 없던 과정이었다고.
하지만 현아는 한계점 너머의 세계에서 파편을 주울 수 없다고 말한다. 주우려고 잡는 순간 손이 파편을 통과해버리며, 자신이 주울 수 있는 건 오직 병원 세계의 파편뿐인 걸로 보아 아마 그 세계의 당사자만이 주울 수 있다고 추측한다. 그 때 상준이 이전 꿈에서 누군가가 같은 말을 했던 걸[25] 떠올리나, 꿈이여서인지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파란색 점은 상준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세계와 현실을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고, 아마 한계점 너머로도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의 사람인 것. 아까 상준이 학교로 잠깐 넘어갔다고 말한 것이, 무의식 중에 한계점을 넘어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그 말에 상준은 아까 그 학생이 정신적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26]
그리고 최종적인 현아의 부탁은, 상준이 한계점 너머의 세계로 넘어가서 파편을 모으고, 그걸 현아에게 전해주는 것이었다. 상준이 자신이 파편을 못 주우면 어떡하냐고 묻자, 현아는 추측의 영역이지만 '파편을 얻은 뒤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처럼, 반대로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파편을 줍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 아니면 상준 자체가 특이 체질이니 처음부터 주울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아무튼 상준은 현아도 모르는 건너편 세계를 혼자 탐사하는 것이 괜찮냐고 묻는다. 현아는 미안한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자그마하게 긍정하고, 상준은 패기 넘치게 까짓거 해 보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런데 현아는 저쪽 세계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고, 아예 한계점 제작자가 덤벼들 수도 있으니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상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생명의 은인이니 무조건 하겠다며 용감하게 웃는다. 그런 상준을 현아는 살짝 질책하더니, 이후 출구 엘리베이터까지 끌고 온다. 그리곤 집에 가라고 명령하는데, 그 이유는 상준이 정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현실로 갔다가 내일 다시 오라고 전한다. 현아는 만약 못 돌아와도 같은 사람이 두 번이나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 이해할 수 있다고 쓸쓸하게 웃는다.
상준이 아련해하자, 현아는 만약 쫄아서 튀어도 단지 복귀에 실패한 거라고 생각하고 지낼 거라며 섬찟하게 웃는다. 그 말에 상준은 결국 죽어도 오라는 뜻이냐고 묻는데 현아는 다시 웃어보인다. 현아는 아무튼 당분간은 하루 쿨타임이 있을 테니 일단 기다려보라고, 동시에 정말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있는지 고민해보라며 당부한다. 하지만 상준은 이미 현아에게 두 번이나 구출 받았기에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고, 보증이나 사이비, 동반자살이 아닌 이상 전부 들어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현아는 상준이 괜히 도와줬다는 말을 하는 게 두려우니 깊게 고민해보라고 서글프게 말한다. 그 말을 듣자 상준은 왠지 이전에 다른 사람이 현아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는 거 같다고 생각하나, 일단 말을 참고 웃어보인다. 아무튼 솔직하게 현아가 도움을 요청하자, 왠지 기분이 좋아진 상준은 이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현아는 이전보다 얌전한 태도로 조용히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한다.

3.1.3. 우비의 세계

《우비의 세계 #1》
꿈 속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곤 한다.
깨어나면서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꿈 속의 상준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림자 상준이 보물 찾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한 우비에게, 마침 옆에 있던 파편을 주워서 보물은 이걸로 하면 어떠냐고 묻는데, 우비는 섬뜩한 표정으로 안 된다고 말한다. 상준이 그 이유를 묻자 우비는
모아서 딴 년한테 줄 거자나.
줘 봤자 소용없어.
제일 중요한 게 없는걸.
라고 말한다. 이는 현아의 탈출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한다.

《우비의 세계 #2》
약속 시간에는 늦어서는 안 된다.
연락할 수 없다면 더더욱.
상준이 보란듯이 다시 그 세계에 돌아와 현아를 만나는데 성공하자, 거점 병실에 있던 현아는 할 말을 잊은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현아는 멍한 표정으로 다가와 상준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정말로 와 줬다며 놀란다. 그러고 갑자기 상준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으며 껴안더니, 어깨를 파르르 떨며 울기 시작한다. 한참을 흐느끼던 현아는 부탁을 했지만 정말로 상준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와 줬다는 사실에 울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쁨보다는 평생 혼자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야 희망이 보였다는, 마치 서러움에 가까운 목소리를 낸다.
상준은 지금까지 현아가 보여준 자신만만한 모습은 전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잊기 위한 방어기제였음을 깨닫고, 현아를 안아주며 위로한다. 그러면서 이런 절실한 부탁도 자신이 두 번이나 구해준 사람밖에 하지 못하는 걸로 보아 현아가 생각보다 서툰 사람이란 걸 느낀다. 현아는 조금만 더 안아달라고 울먹거리며 부탁하고, 상준은 현아를 안아주며 오랜만에 따스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면서 마치 오래전부터 이랬어야만 하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애틋함도 느낀다.
시간이 흘러 진정된 현아는 어디선가 꺼내온 검은 마스크를 끼고, 화장이 지워진 건지 아니면 부끄러운지 머리카락을 앞으로 내려 얼굴을 가린 채로 상준에게 종이 가방을 내민다. 현아가 내민 것은 방수성 옷으로, 틀림없이 젖을 것이기에 갈아입을 용도로 준 것이다. 상준은 옷을 받아들고 갈아입기 위해 병실로 향한다.
이후 상준은 옷을 갈아입던 도중 나타난 유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다.
그 언니한테 그런 소리 듣고도 발 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 언니가 눈물 보이면서 그런 말 한 시점에, 오빠는 이미 길들여진 거예요.
연기 아닐 것 같지? 응?
상준이 현아 씨는 그런 사람 아니라며 들은 채도 안 하자, 유리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지나치게 믿는 거 아니냐고 잔소리한다.

유리를 쫓아낸 뒤 이제 옷 갈아입을 환경이 드디어 만들어졌다고 느낀 순간, 마침 준비가 끝난 현아가 병실로 들어온다. 언제 울었냐는 듯 표정을 애써 관리한 현아는 상준을 보자마자 잠시 굳더니, 이후 나가지 않고 웃으면서 다가온다. 상준의 몸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하는데, 상준이 성추행 아니냐고 지적하려 하자 현아는 피지컬을 봐둬야 일을 시킬 신뢰가 생기지 않겠냐고 말한다. 납득한 상준은 가만히 있고, 현아는 상준의 몸을 유심히 보더니 여유롭게 웃음지으며 호평한다.
현아가 운동 얼마나 했냐고 묻자 상준은 의외로 남들 하는 것보다 조금 더 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답한다. 그리고 이번엔 상준이 현아에게 운동 얼마나 했냐고 묻는데, 현아는 아무 말 없이 나이프를 능숙한 솜씨로 빙빙 돌린다. 현아가 이런 것도 운동으로 쳐주냐고 묻자 상준은 홈트라고 답한다. 상준은 속으로 현아가 사회로 나가기 전에, 사람 면전에서 나이프를 꺼내는 습관을 교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잠시 현아 서브 스토리인 《02: 압박면접》으로 이어진다.

《우비의 세계 #3》
준비는 철저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후회하지 않도록.
상준은 현아와 함께 처음으로 병원 밖으로 나가본다. 거리가 폐허가 된 풍경이 신기했는지 상준은 셀카를 여러 번 찍어보지만, 자신을 제외하고는 전부 검은색으로 찍힐 뿐이었다. 현아는 그런 상준을 보고 살짝 웃더니, 오늘 더 이상한 광경들을 보게 될 거라고 알려준다. 예를 들자면 상준의 상식이랑 다른 것들이라고. 상준이 혹시 귀신이라도 나오냐고 묻자 현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귀신'은' 아니라고 말한다.
상준은 솔직히 귀신인지의 여부는 관심없었고, 일단 때려지는지를 묻는다. 현아가 밝게 긍정하자 상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27] 그리고 그런 상준에게 현아는 헤드셋 하나를 건넨다. 이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은 현아와의 통신용으로, 오른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서 말하면 연결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상준은 이 헤드셋이 폰이랑 연결된 것도 아니고, 휴대폰도 안 터지는 곳인데 연락이 된다는 점에서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현아는 통신 기능으로 상준에게 주의사항 세 가지를 전달한다.
  • 상식과 다른 부분이 보이면 최대한 빠르게 적응할 것.

  • 헤드셋이 끊겼다가 다시 연결되면, 상대방이 진짜 현아라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할 것.[28]

  • 위험할 것 같으면 최대한 빠르게 돌아올 것.

특히 마지막 사항을 말하면서 현아는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상준의 어깨를 세게 움켜쥔다.[29] 현아가 걱정하자 상준은 패기롭게 괜찮다고 웃는다. 현아는 이후 고개를 돌리더니, 무엇을 하게 될지는 들어가서 헤드셋으로 들으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들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여러모로 미심쩍은 부분들이 남은 상준은 이후 현아에게 이것저것을 질문하기 시작한다.
*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의 예시를 들어 달라고 한다.: 현아는 예를 들어주겠다며 옆의 편의점으로 데려간다. 현아는 편의점처럼 내부가 보이는 건물은 들어갈 수 있으나, 옆 건물처럼 내부가 시꺼먼 곳은 무슨 짓을 해도 들어갈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상준은 옆 건물을 들여다보나 마치 이 세계를 사진 찍은 것처럼 완전 까맣기만 하고, 부서진 틈으로 들어가려 해도 무언가에 막혀버린다. 워낙 상식 밖의 일이기에 얼떨떨해하지만 현아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원인을 아는 것과 그걸 적응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이후 상준이 다른 알아두어야 할 일은 없냐고 묻자 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말한다. 한계점 너머의 세계는 여기와 또 다른 세상이기에, 이곳의 상식을 믿었다간 오히려 큰코다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상준은 이에 때릴 수 있는 귀신 이외의 존재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넘긴다.
* 목소리가 현아 씨인지 어떻게 확인하는지 물어본다.: 현아는 나만 알고 있으면서 상준이 정답을 아는 걸 물어보면 된다고 말한다. 이에 상준은 암구호를 생각하지만[30] 현아는 일회용인데다 여러 개 준비하면 헷갈릴 거 같다며 기각한다. 이후 현아는 웃으면서 우린 서로 단둘이 자주 만난 사이니, 자연스럽게 서로 알게 된 걸 묻자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확실하고 변하지 않는 걸로 하자며, 까치발을 들고 얼굴을 가까이 한다. 그것은 상준 몸에밌는 점의 위치와 등에 있는 흉터의 위치인데, 상준이 아까 그런 걸 본 거냐고 말한다. 현아가 당당하게 그렇다고 한 뒤 어쨋든 자신의 기억력이 좋으니 이걸로 하자고 말한다. 상준도 결국 동의하지만, 그 때 딱 한 번 본 자신의 몸 특이 사항을 완벽히 기억한 현아의 능력에 의심한다.* 누구에게 들킬 수 있다는 건지 물어본다.: 상준이 여긴 우리 둘밖에 없는데 누가 듣냐고 묻자, 현아는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상준을 근처 지붕 아래로 데려간다. 무너진 콘크리트 벽에 숨바꼭질 하는 수준으로 숨기고 나서야, 현아는 귓속말로 이야기를 듣는 게 꼭 사람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바깥에서 탈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하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상준이 하늘을 보려 하자, 고개를 들지말고 먼 경치를 보듯 하늘을 보라고 명령한다. 이후 현아가 그 사람을 찾았다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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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하늘이 밤이 된듯 어두워지더니, 하늘에 거대한 눈이 나타나버린다. 주변 하늘 전체가 뒤덮일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눈은 상준에게 공포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현아는 자신은 괜찮으니 그저 숨죽이고 있으라고 지시하고, 눈은 당장이라도 상준을 거두어갈 것처럼 세상을 둘러본다. 상준은 이전에 현아가 했던 말들이 저 눈을 가리켰다는 걸 깨닫는다.[31]
이후 눈이 사라지고, 긴장이 풀린 상준은 숨을 헐떡인다.[32] 다리가 풀려버린 상준을 본 현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껴안아주고, 원래는 조금 더 익숙해진 다음 보여주려 했다며 사과한다.[33] 상준은 괜찮다고 말한 뒤, 현아가 멸망한 세계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만 알려주는 이유가 저것 때문인 걸 간파한다.
다시 진정했지만 현아의 품이 좋은 나머지 상준은 계속 가만히 있는데, 현아는 그런 상준이 못마땅하다는 듯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현아도 긴장했는지 머리카락으로 땀을 닦으며, 저 눈은 자신도 몇 번 못 봤다고 알려준다. 혹시 상준이 쟤랑 싸우는 거냐고 겁먹은 듯이 묻자 현아는 쟤보단 작다며 안심시킨다.
이후 한계점까지 도착한다.[34] 현아가 한계점 안개에 손을 대보자 막혀버리는데, 상준이 손을 대보자 무리없이 통과해버린다. 그 광경을 본 현아는 무언가를 참는듯 입술을 깨문 뒤, 상준만이 통과되는 게 맞다고 중얼거린다. 현아는 한동안 상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내리고 양손을 상준의 어깨에 올린다.
현아는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지금 돌아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이곳을 넘어간 순간부턴 관계자가 되기에 이 일에 빠질 수 없고, 동시에 자기도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를 악문 듯 필사적으로 붙잡는 듯한 목소리에 상준은 이전에 유리가 한 말을 떠올리나,[35] 이미 각오는 되어있음을 보여준다. 현아는 저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톡톡히 경고하나, 상준은 헤드셋을 준 것도 그렇고 준비 철저히 해놓고 오래 기다렸으면서 이제 와서 망설일 게 뭐가 있냐며, 일단 들어가서 생각하자고 말한다.
현아는 걱정스러운 잔소리를 날리더니, 상준의 미소를 보고 살짝 삐진 표정으로 이마만 콩 하고 맞댄다. 하지만 애정 표현은 아직 이르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물러나고, 결국 탐사를 시작하자고 말한다. 상준은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다음 세계로 넘어간다.
상준이 도착한 곳은 비가 오는 산속으로, 건물의 흔적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오지였다. 이미 각오를 다진 상태였기에 상준은 침착하게 헤드셋의 버튼을 누르는데, 상태가 좋지 않은지 잡음만이 날 뿐이었다. 일단 전파를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와중 상준은 누가 왔다간듯 풀이 누운 곳에서 파편을 발견한다. 파편을 주으려는 순간, 인기척이 느껴져 주변을 돌아보는데 멀리서 빨간 색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걸 깨닫는다.
상준을 유심히 바라보던 그것은 이내 길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어디론가 도망간다. 다행히도 상준은 파편을 주울 수 있었는데, 그 순간 현아의 목소리가 헤드셋 너머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현아가 다급하게 안부를 묻다 이내 안심한 걸 보고 상준은 많이 걱정했냐고 묻는데, 현아는 잠시 당황하더니 진정하고, 상황 보고를 요구한다. 이에 상준은 현아가 자길 걱정해줬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느낀다.
상준은 현재까지의 상황들을 읊어주다가, 문득 눈앞에 거대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파편을 주웠기에 이전에 못 보던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데, 마침 그 방향은 이전에 그 사람이 사라진 곳이었다. 건물 방향으로 가자 눈앞에는 펜션이 즐비한 산속의 풍경이 드러난다. 상준은 몇 가지 종교 상징이 뒤섞인 마크가 있는 걸로 보아 어떤 단체의 기도원인 것으로 추측한다. 그 때 상준은 이전에 자신이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해서 잠시 놀라는데[36], 짐작 가는 바가 없었기에 묵묵히 상황 보고를 계속한다.
상황 보고를 듣던 현아는 갑자기 준비한 무기가 있으면 버릴 것을 명령한다.[37] 그 이유는 상대가 똑같은 걸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기에, 기왕 쓸 거면 가능한 그쪽 세계에서 주운 걸 쓰라고 알려준다. 결국 숨겨두었던 아령봉을 꺼내고, 현아는 연장을 막 들고 다니지 말라며 잔소리한다. 상준은 지지않고 그쪽도 나이프 들고 다니지 않냐고 지적하자, 현아는 당황하며 나이프는 다르지 않냐고 반박한다.
상준은 이후 아령봉을 적당한 풀숲에 숨겨두고, 현아의 브리핑을 받으며 건물 쪽으로 마저 전진하기 시작한다.

《우비의 세계 #4》
아이를 돌보는 것은 힘들다.
이런 세상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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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을 모으며 진행하던 상준은 주변에 그림자들이 늘어나는 걸 본다. 그림자들은 기도하거나 절을 올릴 뿐 상준에 관심을 갖진 않지만, 수가 점점 늘어나기에 상준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현아는 더 이상은 위험할 수 있으니 복귀를 권유하고 상준도 받아들인다. 그렇게 그림자들을 피하면서 돌아가려 할 무렵, 멀리서 우비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현실의 상준은 그림자 상준과 달리 우비를 처음 만났기에, 현아 이외의 사람을 처음 본 나머지 당황한다. 멀리서 작은 체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하는데, 상준은 우비가 식칼을 들고 있는 광경을 보고 경악한다. 곧바로 전투 태세에 들어가려 하지만 우비가 충분히 근접하자, 상준은 우비가 자신의 두 배 이상으로 크다는 걸 깨닫는다. 상준이 놀람에 비명을 지르자 현아도 걱정을 하는데, 상준이 괴물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을 한 뒤 곧바로 헤드셋이 끊겨버린다.
코앞까지 다가온 우비는 얼굴이 없고 그림자로 채워져 있었다. 이후 우비는 놀아 준다고 해놓고 어디 갔었냐며 질책한 뒤, 같이 놀자면서 다가온다. 막다른 길에 몰린 상준은 주변의 각목을 집어 찌를 생각을 하는데, 그 순간 연락이 다시 연결되어 현아가 정신 차리라고 소리친다. 이후 현아는 상준이 보고 있는 것이 괴물이 아니라고 말하며, 상준보다 훨씬 작은 평범한 여자애일 뿐이라고 알려준다.
상준은 식칼을 든 3미터 거인이 그럴 리 없다며 혼란해하는데, 그 때 이전에 현아가 말해준 3원칙 중 하나를 떠올린다. 첫 번째 원칙인 '상식과 다른 게 있다면 빠르게 적응하기'를 떠올린 상준은 왼팔을 깨물어 정신을 다잡는다. 그러자 눈앞에는 정말 아까 거인이 자신보다 훨씬 작은 여자애로 변해 있었다. 다리가 풀린 상준은 각목을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으며, 현아에게 어떻게 해답을 알았는지 묻는다. 그러자 현아는 그 세계는 공포를 확신하면 그대로 인식해버리는 세계라고 알려주는데, 다시 연락이 끊겨버린다. 이후 여자애는 천천히 상준에게 다가오더니
비 맞지 마, 감기 걸려.
라고 말한다. 이후 우비는 커다란 건물의 로비로 데려간다.[38] 헤드셋이 계속 먹통이자 상준은 짝퉁 헤드셋답다며 계속 치는데, 우비가 그 모습을 보자 자신과 있으면 연결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유를 묻자 우비는 현아가 잊고 있기 때문이라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한다.

이후 피 묻은 발이라는 괴물을 만나고 도망친 상준은, 우비가 비 오는 세계의 주인임을 알게 된다. 다만 파편은 모조리 우비에게 뺏긴 상태였고, 도망치느라 진이 다 빠진 상황. 우비가 사라지자마자 헤드셋이 다시 연결되고, 진짜 현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아는 한동안 연락이 끊겼기에 크게 동요하고 있었는데 상준은 그런 현아를 상대로 아까의 본인 확인용 질문을 다시 묻는다.[39]
이번엔 진짜 현아였기에 질문에 순조롭게 답하고,[40] 상준은 드디어 한시름 놓는다. 이후 더이상 조사를 계속할 여력이 없었기에 복귀하겠다고 말한다.[41] 현아는 무슨 일을 겪었다는 걸 깨닫자 걱정하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순간, 멀리서 자신과 비슷한 체형의 그림자가 달려오기 시작한다. 현아와의 연락을 급하게 끊은 뒤, 뭔가 끌리듯이 전투 태세를 갖춘다. 마치 저 놈과 전투를 한다는 고양감과 흥분, 두근거림을 느끼며 서로 달려든다. 달려들면서 상준은 왠지 이 싸움의 승자가 자신이 될 것 같다고 짐작한다.[42]

《우비의 세계 #5》
어떻게든 살아 돌아왔다.
아직 부족하지만.
상준은 피투성이가 된 차림으로 병원 세계에 돌아온다. 상준이 직접적으로 다친 부위는 적었지만 그림자 상준이 죽을 때 피가 터진 탓에 전신이 피범벅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 리가 없던 현아는 상준을 보자마자 매우 격앙되고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껴안은 다음 치료를 위해 눕힌다. 상준은 굉장히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현아를 보고 잠시 이상하게 여기다가. 자신이 안 다쳤다고 알려준다. 현아가 상준의 몸을 살피고 정말 멀쩡하다는 걸 확인하자, 오버 행동을 한 게 부끄러운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다.
상준이 일어서자 현아는 상준의 등 뒤로 돌아가서 옷자락을 꼭 붙잡는다. 상준이 자길 껴안으면 옷 더러워진다고 말하지만 현아는 아까 껴안을 때 옷 다 버렸다며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큰일날 뻔했다며 자책을 하다가 빠르게 돌아가자고 말한다. 상준은 돌아가면서 상황보고를 했지만 현아는 반응없이 아무 말도 않고, 옷자락을 꼭 붙잡은 채 따라오기만 한다.
병원에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도중 현아가 들어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직 바지밖에 안 입었기에 볼멘 소리를 하려 하지만 현아의 풀이 죽은 표정을 보고 말을 멈춘다. 현아는 상준의 등을 보고 상처 있다고 말하는데, 아까랑 달리 다시 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상준이 이미 다 나았다고 말하자 현아도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후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섬뜩한 목소리로 누가 상처를 냈냐고 묻는다. 상준이 깜짝 놀라 돌아보자 현아는 헛기침을 하며 어색하게 웃는다. 상준은 아까 그 괴물이 그랬다고 말하고, 현아는 다시 무서운 표정으로 왼팔의 상처도 묻는다. 상준이 자기가 정신 차리려고 물어뜯은 거라 말하자 현아는 아무 말도 않고 고개를 숙인다.
뭔가 말하려는 걸 참는 것 같다고 느낀 상준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파편을 건네주려 한다. 현아는 자신의 쇄골 밑에 상준의 손을 갖다대고 이후 파편이 전해지기 시작한다.[43] 그런 현아를 보면서 상준은 파편의 대부분을 꼬맹이에게 뺏겼으니 내일 재도전해도 되냐고 묻는다. 현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꼬며 상준을 바라보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왜 그런 소리부터 하냐고 묻는다.
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에게 화내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묻는다. 이유는 비 오는 세계가 현아가 말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했기 때문. 상준은 크게 다치지도 않았으니 괜찮다고 말하지만, 현아는 계속 자기 때문에 큰일날 뻔했다며 자책을 하기 시작한다. 상준이 계속 이 정도는 각오 했었다는 뉘앙스로 답하자 현아는 말문이 막힌듯 이마를 짚는다.
현아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다짜고짜 자기에게 안기라는 소리를 한다. 얼떨결에 현아에게 안긴 상준은 좋냐는 말에 겁나 좋다고 답하고, 현아는 웃는다.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세게 껴안는 현아에게 왜 이러냐고 묻자, 현아는 오늘은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무서운 사건들만 일어난 날이니 자기가 껴안아 주겠다고 말한다. 상준이 현아의 품을 편안하다고 느낄 무렵 현아는 정말 괜찮냐고 묻는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서, 힘들어도 괜찮은 척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사람이 있었냐고 묻는다.

상준은 전 여친의 비위를 어거지로 맞춰주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정곡이 찔리고, 현아에게 속내를 감추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현아는 이제 다 괜찮으니 다 털어내라고 위로하고, 살짝 강제하는 뉘앙스지만 이렇게 해야 다 털어낼 것 같다며 미소짓는다. 그런 현아를 보며 상준은 정말 간만에 자신이 위로받았음을 느끼고, 감정이 복받쳐오른다. 하지만 더 이상 가면 자신이 자제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잠시 진정하고, 연약한 표정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그런 상준에게 현아는 목덜미에 키스를 하더니, 그동안 묵혀뒀던 힘든 일들을 전부 털어놓으라고 말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 날이 어두워질 무렵, 상준은 연애 진도를 지나치게 나가면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일 지도 모르니, 앞으로는 왠만해선 진한 애정표현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44] 하지만 현아는 장난스럽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까치발을 드며 상준을 바라보는데, 상준은 자신이 얕보였다고 생각해 현아의 어깨를 잡고 살짝 벽으로 민다.
그리고 자신이 폭주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말하나, 현아는 상준의 어깨를 확 잡아당기더니 역으로 상준을 벽으로 밀어붙인다.[45] 그리곤 현아는 웃으면서 요즘 애들은 이런 거 못참냐며 유혹하는 자세를 마구 취한다. 유혹이 점점 심해지자 상준은 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말한다.
현아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여친도 있던 사람이 왜 이렇게 자극에 약하냐고 묻는다. 상준은 그게 아니라 여친도 아닌 현아 씨가 유혹을 하니 그렇다고 말하고, 이러다 자기가 사귀자고 하면 어쩔 거냐고 말한다. 현아는 잠시 고민 하는 듯하더니 웃으면서 상준 정도면 굉장히 괜찮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아는 상준에게 자신의 어느 점이 좋냐고 묻는다. 상준이 악력이라고 답하자 현아의 눈꼬리가 확 올라가고, 얼굴로 정정하자 다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다. 반대로 상준이 자기의 어디가 괜찮냐고 물어보자 현아는 '내면세계'라는 엉뚱한 답변을 한다. 상준이 약 팔지 말라고 말하자 현아는 몸이라고 정정하고, 상준은 현아마냥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다.
현아는 이후 상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서로 차차 알려주기로 하자고 말한다.[46] 상준도 과거 성격이 안 맞는 여친과 만났다가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속으로 받아들이고, 현아는 사귀면서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아는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내일 우비를 꼬셔야 하기 때문이라고. 능글맞은 태도의 현아가 내뱉은 황당한 소리에 상준은 당황하지만,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린다.

3.1.4. 유리의 세계

《유리의 세계 #1》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면
더 많은걸 들고 가면 되지 않을까?
그림자 상준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상준에게 패배해 핏물이 되어 흐르던 그림자 상준은 비 오는 세계에서 피 묻은 발을 우비와 함께 지켜보다가, 우비의 뒤쪽 공간에서 날카로운 칼끝이 허공에 생겨버린다. 우비는 허공이 갈라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빗물에 고여있던 상준은 무언가 이곳에 들어오면 안 될 존재가 들어오려 함을 직감한다.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사람은 현아로, 전신에서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부서짐에도 악에 받친 표정으로 들어오려 한다. 우비는 그런 현아를 보며, 예전에 버려놓고 이제 와서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온 거냐며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인다.
전신에서 핏물을 흘리며 진입하던 현아는 잠시 빼더니, 힘을 쥐어짜내 피 묻은 발의 등에 나이프를 찔러넣는다. 그림자 상준은 나이프를 찔러넣은 자리가 아까 자신이 피 묻은 발 때문에 다쳤던 자리인 걸 깨달으나, 본체의 기억이 흐릿한 탓에 더이상 생각을 이어나가지 못한다. 이후 힘을 다 쏟은 탓에 현아는 빨려 들어가듯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우비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기만 한다.[47]

《유리의 세계 #3》
여기가 좋아서?
아니면, 바깥이 두러워서?
파일:그세계14.png
여기서 유리가 현아 및 상준을 적대했던 이유가 나온다. 왜냐하면 현아가 나가기 위해서라면 자신을 여기서 쫓아내려 할 것이며,[48] 나가는 순간 자기는 우비랑 같이 세계 밖으로 튕겨져 나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상준은 아까 현아가 유리를 죽이고 뭐고 했던 건 다 거짓말 및 과대망상이고, 진짜 우려했던 게 그거였냐고 묻는다.
유리도 틀린 말은 아닌지 받아들이고, 그 근거를 질문받자 오로지 감이라고 말한다. 상준이 환장할 표정을 짓자, 유리는 현아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상준이 살짝 놀라자 유리는 현아와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첫날 했던 대화 중에는 자신의 말이 맞거나 틀렸다고 증명할 만한 중요한 증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뒤, 손을 흔들며 학교로 유유히 사라진다.

《유리의 세계 #4》
유리와 친해졌다.
달갑지 않게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준은 병원을 걸어다니며 현아와의 첫째 날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리고 현아가 "도망치고 싶어서 왔겠지만 여긴 낙원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이상함을 느낀다. 마치 자신이 여기 오는 걸 바라서 들어왔다는 투기 때문.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자신이 병원을 너무 태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안전불감증에 빠진 거 같다는 생각에 현아의 병실로 가려 한다.
그런데 모퉁이를 도는 순간 현아가 나이프로 기습을 한다. 어쩐지 평소의 청초한 이전과 달리 과감한 복장을 한 현아는 죽일 듯한 눈빛으로 상준을 바라본다. 그 이유는 상준이 평소 쓰던 엘리베이터로 들어오지 않아 가짜로 착각한 것인데, 현아는 상준을 상대로 나이프는 물론 브라질리언 킥까지 써가며 상준을 시종일관 압박한다.[49]
상준이 해명을 하려 해도 현아는 가짜가 연기를 많이 잘 한다며 믿지 않는데, 그 순간 현아는 상준이 맨 가방을 본다. 그리고 상준의 복장이 이전과 달라진 걸 보고, 비틀거리면서 다가와 상준의 뺨을 쭉 잡아당긴다. 그리고 진짜 상준이 맞다는 걸 확인하자 얼굴이 새빨게지더니, 심하게 당황하며 상준에게 거듭 사과를 한다. 상준은 진짜 위험했으나 현아가 솔직하게 미안해하는 걸 보고 괜히 기뻐한다. 왜냐하면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이는 인간이 널린 세상에서 사과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후 현아는 왜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로 안 왔냐고 걱정하듯이 소리지르고, 상준은 어쩌다 보니 그리 됐다고 말한다. 이후 현아는 안심하는 표정으로 나이프를 집어넣고, 상준을 마치 보고 싶었다는 듯 그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상준이 많이 보고 싶었냐고 묻자, 현아는 오늘 안 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와줘서 그렇다고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그 때 현아는 거울을 보더니 자신이 생얼인 것도 모자라 치렁치렁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부끄러운 나머지 상준을 뒤로 돌린 다음 껴안는다. 상준이 되게 멋있는 복장이라고 칭찬하자 현아는 그저 보지 말라는 경고만 한다. 그리고 상준은 어차피 생얼은 나중에 깔 거 아니냐고 묻자, 현아는 혼자 연애 진도 빼지 말라고 잔소리한다. 상준은 더 장난치고 싶어하지만 진짜로 삐질 거 같아 관둔다.
이후 시간이 지나 복장도 갈아입고 정신을 되잡은 현아는 상준에게 유리와 있었던 일을 듣는다.[50] 현아는 유리를 헌팅한 것과 팔을 뽑은 것에 대해 살짝 질책하더니, 위험한 짓 하고 다니지 말라며 걱정 섞인 잔소리를 한다. 반성을 한 상준은 일단 거울도 학교 세계를 잇는 한계점이라는 걸 알려준다. 현아는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한 뒤 유리를 믿을 수 있냐고 묻는다. 이에 상준은 건방지고 흉계를 꾸미나 허접해서 괜찮다고 답한다. 현아는 허접하다는 말에 이마를 꼭 쥐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아는 비 오는 세계처럼 학교 세계도 파편을 모으면 자기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상준은 파편을 현아에게 건네주며 두 세계의 장단점을 분석하기 시작한다.[51] (장점/단점)
* 비 오는 세계
* 한 번 반쯤 공략해 봤다.
* 현아 씨에게 브리핑을 받을 수 있다.
* 우비가 귀엽다
* 비가 온다.
* 적들이 너무 무섭다.
* 우비를 만나면 브리핑이 끊긴다.
* 학교 세계
* 비가 안 온다.
* 실내다.
* 적들이 특정 시간대만 제외하면 비교적 만만한 것 같다.
* 거울에 끌려 들어가는 건 즉사 패턴.
* 적이 물량 공세를 한다.
* 유리가 띠껍다.
하지만 둘 다 장단점이 서로 교차하면서 맞물리기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현아는 다치면 결국 자신 때문이기에 신중하게 결정하라며 걱정한다. 그리고 유리가 스토킹했다는 사실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데, 그냥 자기가 이뻐서 그런 짓을 한 것일 거라며 좋아한다. 이후 상준에게 팔짱을 끼고 머리를 어깨에 기대는, 노골적인 연인 포즈를 잡는다. 그리고 다소 가늘어진 눈으로 옆의 거울을 직시한다.[52]
이후 상준은 현아가 학교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팔짱을 끼고 거울을 만진다. 하지만 거울이 그 순간 막혀버리자 현아를 데려가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걸 깨닫는다. 현아는 갑자기 상준이 팔짱을 껴서 살짝 당황하는데, 상준은 부끄러워하는 현아를 보고 그동안 당한 걸 복수하고 싶은 까닭에 한번 유혹하는 시늉을 해본다. 하지만 현아는 방긋 웃더니 오히려 눈을 감고 키스를 하라는 듯 까치발을 든다.
상준은 당황하지만 분위기를 해치면 안 될 거 같아 응하기로 한다. 그렇게 서로 첫키스를 하려는 순간, 현아가 꼴리냐고 물으며 분위기를 깨자 상준은 웃음이 터져버린다. 그리고 현아는 70점을 매기며, 사인을 주자마자 반사적으로 키스를 갈기려 한 것에 감점이 들어갔다고 말한다.[53] 그리고 현아는 연상을 쓰러뜨리기엔 아직 멀었다고 말한 뒤 상준을 잔뜩 귀여워해준다. 상준은 그런 현아를 언젠간 이겨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현아가 거울 저편을 향해 살짝 무서운 시선을 보내며 잘 알겠냐고 묻는다. 그리고 거울에 살짝 비친 유리는 황급히 자리를 뜬다.
상준은 비 오는 세계에 다시 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현아는 어쩐지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시간도 늦었으니 돌아갈 걸 부탁한다. 상준이 자긴 밤눈이 밝다며 괜찮다고 하지만, 현아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상준이 밤에 위험한 게 나오냐고 눈치챈 듯 묻자 현아는 12시 지나면 아주 위험해진다며 웃는다. 상준이 그쪽은 어떻게 버텼냐고 묻자 현아는 밤마다 병실에서 꼭 문을 닫는 식으로 버텨왔다고 답하며, 아직까진 문을 여는 녀석을 못 봤다고 한다. 그리고 마치 문이 이곳에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아가 은근한 표정으로 다가와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는 귀신 흉내를 낸다. 상준은 당연히 안 먹힌다며 대꾸를 하지 않고 현아는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리고 현아 말대로 이미 학교 세계에서 한바탕을 치르기도 했고, 비 오는 세계는 낮에도 충분히 무서웠기에 돌아갈 생각을 한다.
그 때 현아가 밤이 되면 위험한 것도 있지만, 상준이 한계점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거 같아 만류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결국 상준은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현아도 이해한다는 듯 웃는다. 하지만 상준은 이런 위험한 세계에 있는 현아를 걱정하고, 너무 즐거운 태도로 말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자 현아는 밝은 척 한 게 티 났냐고 물은 뒤, 자신이 즐거워 한 이유로 '밤에 잘 수 있는 것'을 든다.
현아는 옛날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병원 침대를 가리킨다. 그리고 낮에는 어떻게든 자려 했으나 한계가 왔으며, 결국 밤에 푹 몰아 자는 걸 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준은 현아가 자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 것에 이해를 하지 못하고, 우비마냥 서로 사고방식의 차이를 느낀 건 처음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돌아가려 하던 상준은 자신이 늦게 왔다는 사실에 사과한다. 현아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상준이 발길을 끊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54] 이후 상준은 유리가 했던 의미심장한 말 때문에[55] 혼자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느껴 돌아간다.
돌아가면서 상준은 현아가 잠을 좋아하는 이유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항상 자신이 떠날 때마다 옷자락을 잡는 걸 떠올리고, 현아가 외롭게 혼자 남은 시간을 빨리 보내기 위해 밤에 자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걸 깨닫는다. 그리고 현아에게 자신이 돌아간 뒤의 스케줄을 묻는데, 현아가 저녁 식사라고 답한다. 그런데 현아의 평상시 저녁 메뉴가 매점에서 파는 빵이나 과자뿐인 걸 듣고 다음엔 자신이 요리를 해주기로 마음먹는다.

《유리의 세계 #5》
그건 세상을 구한다.
분명히.
결국 상준은 돌아가지 않고 현아를 위해 배낭에 넣어둔 냉동 닭다리를 요리하기 시작한다. 일찍 돌아가지 않기 위한 핑계 삼아 만들기 시작한 건데, 현아는 옆에서 매우 쭈뼛거리며 닭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후 현아는 맥주를 따는데 거품이 흘러넘치자 당황하더니 그대로 홀짝 마셔버린다. 마치 맥주를 처음 마시는 듯한 반응을 보인 현아는 쓴맛을 미묘한 표정으로 참는다.
그 다음 닭다리를 한입 먹는데, 한동안 말이 없다가 왜 이제서야 자기 눈 앞에 나타난 거냐며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이미지가 망가질 정도로 입에 닭다리를 쑤셔넣기 시작하고, 자기가 지금까지 먹고 산 거랑 차원이 다르다며 한탄하고 있었다. 현아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정도로 감격하며 폭식을 하다 문득 자신의 모습을 자각했는지, 양손을 얼굴로 가리고 고개를 돌린다. 상준은 부끄러워하는 현아를 보고 어른스러운 척 하는 애 같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상준이 도시락을 싸오겠다고 제안하자 현아는 감동한 듯 상준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더니, 자신에게 시집 오지 않겠냐고 묻는다. 상준이 즉발로 그렇다고 대답하자 현아는 허둥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면서 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상준은 오늘따라 현아가 빈틈투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간만에 닭다리를 맛본 충격에 맥주 한 캔으로 취해버린 것 같다고 느낀다.
현아는 상준에게 요리 어디서 배웠냐고 묻는데, 상준은 딱히 배운 적 없고 급식실에서 알바를 한 게 전부라고 답한다. 현아는 그럼 배운 거 아니냐며 어깨동무를 하고 크게 웃는다. 평소보다 과장된 감정표현을 보여주던 현아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짝 때리더니 오늘 망가지는 모습만 보였다며 부끄러워한다. 상준은 그런 모습도 귀엽다고 말한 뒤,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로 한 거니 괜찮다고 말한다. 현아는 그 말에 조금 쑥스러워하고, 상준이 안기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누나가 만만하냐며 웃는다.
현아는 뺨을 당기려고 하다가, 상준의 품에 그대로 안긴다. 마치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 애틋하게 안겨있던 현아는 이래도 만만하냐며 웃는다. 상준이 결국 졌다고 하자 현아는 활짝 웃으며 더욱 세게 안겨온다. 그리고 상준이 현아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분위기를 타서 현아를 침대에 눕힌다.
파일:그세계 현아2.png
현아는 당황하지만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맡긴다. 상준이 이 이상으로 괜찮냐고 묻자 현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침묵하더니, 괜찮다고 조그맣게 말한다. 상준은 현아에게 진짜 키스를 하려다, 현아가 살짝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현아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으로 타인에게 몸이 맡겨진다는 경험을 한 탓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자신이 전 여친과 사귀면서 겪은 탓에, 현아를 배려해서 이 이상의 연애 진도는 탈출 뒤로 미뤄둔다.
그리고 현아 옆에 돌아누워 팔배개를 해준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현아의 얼굴을 안아주며, 잠을 자는 것이 좋다고 말한 까닭이 꿈을 꿀 수 있어서냐고 묻는다. 그러자 현아는
혼자가 아니니까. 꿈을 꾸면 누군가가 나오잖아. 그러면 대화도 할 수 있고, 안아볼 수도 있어.
그런데... 눈을 뜨면 그게 전부 다 꿈이고. 이쪽이 현실이더라고. 알아. 그저 도망칠 뿐이라는 걸.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선 누군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조금이라도 의지하려 들었다간... 그런 걸로 속이려 드는 괴물들만 가득해서....
라고 말한다. 그 말에 상준은 현아를 더욱 세게 껴안고, 현아와 상준은 서로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서로 한참을 껴안는다.
이후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한 상준은 자고 가겠다는 말을 하지만, 현아는 변치 않고 완강히 거절한다. 그 이유는 안그래도 오늘 많이 망가졌는데 같이 자기까지 하면 밤새도록 안겨서 푸념할 거 같다고. 상준이 괜찮다고 하자 현아는 자신이 안 괜찮다며, 그러면 진짜 상준을 안 놔줄 거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침묵하고 상준을 엘리베이터로 민다.
현아는 그 대신 내일부턴 일찍 오라고 말하며, 깨어나도 안 없어질 거라고 말한 것에 책임을 지라며 웃는다. 그런 말을 하는 현아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상준을 놓지 않고 있었다. 상준도 좀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현아가 좋아했으니 다 잘 된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서로 탈출하기 전까진 브레이크를 잡자고 합의했지만 둘 다 안 잡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3.1.5. 기억의 파편

《기억의 파편 #3》
그녀와 만나기 전까진
무엇 하나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상준은 검은 것들을 피해가며 옥상으로 올라가자 예상대로 현아가 보였다. 상준이 팔을 벌리고 해맑게 달려가자 현아도 안길 듯 달려오더니, 갑자기 양손으로 붙잡아 상준의 상체를 낮춘다. 현아는 이후 옥상에 있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고 다그친다. 그리고 자기한테 안기니까 좋냐고 묻는다. 상준이 해맑게 긍정하자 현아는 머리를 감싸안아주고, 상준은 행복해한다.
이후 현아는 상준의 뺨을 쭉 당기면서 소리 내는 건 괜찮으나 절대 지붕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왜 위험한 시기에 왔냐고 잔소리하는데, 상준이 그쪽이 일찍 오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현아는 실수라도 한듯 이마를 짚는다. 그리고 현아가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본 상준은, 자기를 빨리 보고 싶어서 실수한 거냐고 묻는다. 현아는 정곡을 찔려 부끄러운 나머지 팔을 꼬집는 장난을 친다.
아무튼 둘이 서로 꽁냥대며 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건물이 살짝 흔들린다. 현아는 양손으로 상준의 뒷목을 잡고 상체를 낮추게 한 다음, 절대 고개 돌리지 말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점점 건물 뿐 아니라 지반 전체가 흔들리는 듯 하더니, 건물 옥상 전체에 그늘이 생긴다. 현아는 저번에 본 눈이 근처까지 왔다고 말하며 절대 눈이랑 마주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한다.
눈이 사라지자 현아는 긴장을 풀며 한숨을 쉰다. 상준은 식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현아에게 안부를 묻는데, 현아는 그냥 안아 달라고 말한다. 현아는 완전히 탈진한 목소리로 상준의 품이 정말 기분 좋다고 말하며 안긴다. 상준은 혹시 검은 것들이 대량으로 발생해 난폭해지는 시간대가 눈과 관련 있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현아는 눈이 근처에 오면 검은 것들이 이상해진다고 답하며, 눈은 오직 자신을 봐야 돌아가기에 감시가 목적인 것으로 추측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알려준다.
상준은 혹시 현아를 가두고 있는 게 눈이냐고 묻는다. 현아가 만약 그렇다면 같이 싸워줄 거냐고 반농담으로 물어보자 상준은 까짓것 싸워보자고 답한다. 현아는 순간 상준의 용기에 흥미를 가지지만 상준도 저런 괴물을 상대로는 순삭당할 거 같다고 말한다. 상준도 눈은 스케일이 다르다고 여기기에, 군대를 끌고 와도 상대할 수 없을 존재라고 생각한다.
현아는 계속 지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상준은 도시락을 꺼내 보이는데, 현아는 유리 못지않게 매우 기뻐한다. 어린 애 같은 톤까지 써 가며 행복해 하는 현아를 보고 상준은 참 귀엽다고 느낀다.
이후 현아 서브 스토리인 《03: 관계》로 잠시 이어진다.
식사 후, 상준은 비 오는 세계로 항하면서 우비를 꼬시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현아가 있는 그대로 꼬시는 게 맞다고 하자, 상준은 친해지라는 것과 동일한 의미냐고 묻는다. 현아도 꼬신다는 어휘를 쓴 것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긍정한다. 상준은 계속 되는 현아의 허당스러운 면모에 이미 초반의 완전무결한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여긴다.
현아의 전략은 바로 우비와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었다. 우비는 결과적으로 상준을 방해했으며, 자신이 세계의 주인이라는 것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애를 팰 수 없으니 대화로 해결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56] 이후 상준은 우비가 길을 열어주는 조건으로 한계점을 만들게 된 마음의 상처를 해결해주는 걸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전에 유리가 현아가 탈출하면서 자기를 여기서 내쫓는 걸 경계했고, 우비도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현아는 그러면 서로 합의가 힘들어질 거라 생각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 순간 상준은 유리가 이전에 현아가 살인을 의뢰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떠오르고, 현아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뜸을 들인다. 하지만 이후 자신이 현아를 시험해려 했다는 사실에 자책을 하고, 현아의 양어깨를 잡으며 다른 계획이 있다고 소리친다.
현아는 깜짝 놀라며 당황해하다가, 흥미로워하는 미소를 지으며 듣기로 한다. 상준이 생각을 정리한 결과 최선의 선택은 바로 유리나 우비의 사정을 신경쓰지 않고 현아의 탈출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유리와 우비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런 곳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될 거라 여겼기 때문. 현아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리고 두 번째 근거는 자신의 개입으로 이 세계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 세계에 적응한 유리도 순간의 방심으로 거울 속으로 빨려들어가 죽을 뻔했기 때문. 자기가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은 현아는 머리카락으로 빨개진 얼굴을 가린다.
현아가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상준은 이전에 유리에게 파편을 조금 건네주는 것만으로 한계점을 돌파시킬 수 있었던 경험을 말해준다. 그래서 현아도 똑같이 비 오는 세계로 일단 들어간 뒤, 파편을 모으면서 전진하면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파편은 가장 큰 건물에 제일 많았지만 어차피 현아의 목적은 탈출로를 확보하는 것이기에 큰 상관이 없었다.
그 제안을 듣고 한참을 심사숙고하던 현아는 한숨을 쉬더니, 서두루는 감이 있긴 해도 괜찮은 시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제안이 탈락된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하려 하는데, 막상 말하기 부끄러운지 말하지 않고 얼버무린다. 상준은 부담스럽게 캐묻기 위해 현아에게 다가가, 현아의 탈출은 이제 현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니[57] 정보 같은 거라면 최대한 알려 줄 것을 요구한다.
현아는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자신이 요구하려던 걸 알려주는데, 바로 도시락을 하나 더 달라는 것이었다. 부끄러웠는지 자기가 많이 먹는 인상 같냐고 묻지만 도시락을 받자마자 행복해한다.
그렇게 상준은 현아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들어올려 한계점을 넘는다.[58] 어쩐지 안개가 더욱 심해진 비 오는 세계에 도달한 현아는, 감격한 표정으로 흙을 움켜쥔다. 그 이유는 병원 세계에서 오래 산 탓에 자연 환경을 보는 것이 아주 오랜만이였기 때문.
이런 풍경이 그립다는 말을 한 뒤, 현아는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상준에게 비비적댄다. 그 순간 헤드셋에서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현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그래. 기억나. 여기...
겨우 잊어버렸었는데...
라고 중얼거린 현아는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다,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상준에게 몸이 아파 아직은 무리라며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상준이 혼자서 파편을 모으겠다고 답하지만 현아는 그런 상준도 막아세우며 같이 돌아가자고 애교를 부린다. 상준은 그렇게나 탈출하고 싶어했던 현아가 갑자기 핑계를 대며 빼는 모습을 이상하다고 여기는데,[59] 그 순간 현아 바로 뒤에 우비가 나타난다.
우비는 이번에도 도망치는 거냐며 현아를 노려보는데, 안개가 심해 우비인 것을 알아보지 못한 상준이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우비는 비옷을 벗어던지며 주먹을 피하고 현아의 다리에 들러붙는다. 그리고 우비는 파편을 옮기는 듯 빛을 내기 시작하는데, 상준은 현아가 파편을 뺏기면 즉시 격통에 시달릴 거라 생각해 우비 옷을 집어던져 우비를 때어낸다.[60]

그런데 어째선지 파편이 옮겨졌음에도 현아는 멀쩡했다. 그리고 우비는 자신이 파편을 빼앗은 게 아니라 잔뜩 줬다고 말한다. 그리고 얼굴을 그림자로 감추며 현아에게 이젠 어떡할 거냐고 묻는다. 현아는 자긴 그럴 생각이 없다며 소리치지만, 우비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한 뒤 무덤덤하게 숲으로 사라진다.
우비에게 파편을 받은 현아는 아까까지의 태도에서 다시 바뀌어 비 오는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말한다. 상준은 현아의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해 걱정하지만, 현아는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언젠가는 부딫혀야 할 일이었다며 의지를 보인다. 상준은 우비에게 도움을 받은 듯하나 어쩐지 꺼림칙하다고 느낀다.

《기억의 파편 #4》
우비는 현아 씨를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대체 왜?
비 오는 세계를 걸으며 상준은 노골적으로 파편들이 가장 큰 건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배열되어 있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우비는 먼 곳에서 자신과 현아를 감시하는 것처럼 쏘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상준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현아는 탈출구를 찾지 않고 우비에게 응해 주듯이 파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탈출이 목적인 현아는 굳이 우비를 따라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
그리고 상준은 현아에게 파편을 따라가는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현아는 우비가 자신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답한다. 다만 자신과 우비는 이전에 만난 적이 없다고 덧붙이는데, 상준은 그 말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낸다. 바로 이전에 현아가 비 오는 세계에 모르고 들어왔다가 고통에 시달릴 때, 우비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 것과 모순되기 때문. 그리고 우비가 아까 '또' 도망칠 거냐고 물은 것과 결부지어서, 현아가 과거 비 오는 세계에 진입한 뒤 우비에게 목숨을 구해졌으나, 어떠한 이유로 도망쳐 나왔다는 결론을 낸다.
그 때 현아는 우비가 준비한 걸 보지 않으면 출구가 열리지 않을 거라 말한다. 상준은 그 말을 듣고 혹시 이전에 겪어봐서 아는 거냐고 물으려 하지만 참는다. 현아는 같이 가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상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한다. 현아는 상준의 이타적인 마음을 이용해서 부탁한 것에 사과한다. 상준은 현아가 상준이 기분 상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여러모로 서툰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현아는 진지한 태도로 팔을 잡아당기며 절대 다치지 말고 객기 부리지도 말라며 주의를 준다. 평소와 달리 유독 많이 걱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현아는 자신이 앞서나가는데, 그 순간 수척한 여인의 그림자와 과거의 우비가 눈앞에 나타난다. 다시 비 오는 세계에 우비의 과거가 재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척한 여인은 사이비를 거부하며 무서워하는 우비에게 다시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끌고간다.
상준은 그림자를 통해 우비의 과거사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방금 보게 된 과거의 형상에도 기시감을 느낀다. 하지만 형상을 지켜보다 현아를 앞질러 갔기에, 현아는 위험하게 왜 멋대로 나서냐며 화를 낸다. 상준도 지지않고 누가 누굴 지키냐며 소리치고, 둘은 잠시 말다툼을 벌인다. 상준은 처음으로 벌이는 현아와의 말다툼을 마냥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길을 걸으면서 상준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건물 방향으로 절을 올리다 사라지는 걸 목격한다. 현아 말로는 과거에 이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며, 자신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걸 다짐하며 계속 나아간다. 하지만 상준 눈에는 아무리 봐도 안색이 좋지 않은 현아가 무리를 하고 있었기에, 위험해지면 자신이 현아를 곧바로 들고 튀겠다고 선언한다. 현아는 살짝 부끄러워하더니 받아들인다.
중심 건물로 들어서자 그림자들이 일제히 서 있었고, 그 중앙에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며 떼를 쓰는 과거의 우비와, 그런 우비를 무시하고 설교를 하는 수척한 여인이 있었다.[61] 현아는 그 광경을 보면서 괴로워하고 있었고, 멀리 서 있는 우비에게 대체 현아에게 이걸 보여주는 목적이 뭐냐고 소리친다. 하지만 우비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사라진다.
어느덧 피 묻은 발을 만났던 숙소 방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우비는 아파하고 있었는데, 피 묻은 발과 수척한 여인은 병원보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설교하고 있었다. 과거를 계속 지켜보던 현아는 급속도로 체력이 소비되는지 안색이 매우 나빠지나, 계속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며 전진한다.
그 때 수척한 여인이 종교가 모든 사람들을 구원해주고 있다고 말하자, 우비는 구원이 아니라 사고를 일으킨 다음 구원한 척 한 게 아니냐고 반박한다. 그러자 그림자들이 일제히 검어지더니 현아는 다리가 풀려 쓰러진다. 상준은 현아가 걱정된 나머지 돌아갈 것을 요청하지만, 현아가 각오를 다진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고 계속 나아가기로 한다. 현아는 상준이 있어줘서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상준에게 업힌 뒤 나아간다.
최종적으로 어떤 방에 도달하자, 과거의 우비가 수척한 여인에게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자신을 치었던 차와 같은 기종을 이 종교 시설에서 목격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수척한 여인은 우비에게 손찌검을 날린다. 그리고 곧바로 수많은 그림자들이 우비에게 몰려들어 엄청난 폭언을 퍼붓기 시작한다. 하지만 피 묻은 발은 우비를 상대로 구원의 의식을 치를 거라 담담히 말한다.
현재 시점의 우비는 그림자로 변해 얼굴이 없는 상태로 현아를 바라보고, 현아는 허공을 보며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어느덧 과거의 방 안에는 우비와 여인, 피 묻은 발만이 남았고 우비는 한 때 자상한 어머니였던 수척한 여인을 슬픈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파일:그세계17.png
이후 피 묻은 발은 우비에게 엄청난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다. 피가 사방에 튈 정도로 잔혹한 폭력을 계속 휘두르고, 엄마란 인간은 옆에서 기도를 올리며 방관한다. 상준은 말리기 위해 달려드는데 그 순간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버린다. 현아가 말하길 과거에 이미 벌어진 사건이라 현재에선 개입할 수 없다고. 우비는 무력하게 짓밟히면서도 무표정으로 있다가, 기도를 하는 엄마를 보고 나서야 울기 시작한다.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우비에게 수척한 여인은 투명한 비옷을 입혀준다. 그리고 우비가 흘린 피에 의해 비옷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해버리고 만다.[62] 비옷에 감긴 우비는 피 묻은 발에게 건네지고, 그 자는 이제 죽기 직전인 이 아이를 부활시키겠다고 말한다. 그 순간 밖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고, 현아가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가 된다. 상준은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현아를 감싸안는다.
파일:그세계 우비1.png
그 순간 눈앞의 모든 환영들이 먹물이 되어 터져나가고, 순식간에 컴컴한 밤으로 풍경이 바뀐다. 그리고 근처에는 바닥에 앉은 현재의 우비가 현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상준은 혹시 현아가 아까 형상에서 본 우비의 엄마냐고 묻지만, 우비는 엄마는 커녕 이전에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63]
현아를 안고 돌아가려던 순간 눈앞에 피 묻은 발이 나타나 상준을 가로막는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피 묻은 발의 얼굴을 보고야 마는데, 그 순간 상준은 최면에 빠져 피 묻은 발의 설교가 머릿속에 울려퍼지게 된다. 상준은 순간 저 괴물의 설교를 따르지 않으면 큰일날 거라는 생각에 잠식되는데, 이후 신도들이 멍청해서 포교당한 것이 아닌,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던 상태에서 설교당해 당한 것이란 걸 깨닫는다.
그리고 최면에서 깨기 위해 나이프로 상처를 내기로 한다. 하지만 최면은 풀리지 않았고 상준은 자신도 모르게 목에 나이프를 갖다댄다. 그 때 현아가 엄청난 악력으로 상준의 손을 막은 뒤, 상준을 넘어뜨린 다음 키스를 날린다. 매우 서툰 키스였지만 상준은 그 덕에 정신을 차린다.
최면이 풀린 걸 눈치챈 피 묻은 발이 쫓아오자, 상준은 현아를 안고 달리기 시작한다. 우비는 현아에게 도망칠 자격 따위 없으니 가지 말라고 소리치고, 현아는 그런 우비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뇐다. 끔찍한 과거사를 본 상준은 너무 슬픈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전력질주 하고, 건물에 혼자 남은 우비는
눈 감지 마.
고개 돌리지 마.
날...
잊어버리지 마...
홀로 슬프게 중얼거린다.
파일:그세계18.png
이후 상준은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앞도 잘 안 보이는 산속을 전력질주한다. 그러다 주변의 풍경과 이질적인 한 장소에 도달하는데, 상준은 벽에 손을 대자 이곳이 한계점인 걸 간파한다. 그리고 이곳으로 넘어가면 마침내 현아를 탈출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현아를 눕힌다. 하지만 현아는 눈조차 뜨지 못한 채 다시 기절하고 마는데, 그 순간 멀리서 그림자 상준이 나타나 걸어온다.
유리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림자 상준을 터트리나, 전신이 만신창이가 된데다 팔에 부상까지 당한 상준은 이후 어느새 일어난 현아에게 부축을 받는다. 현아는 상준의 몰꼴을 보고 사색이 되며, 마치 죄책감에 찬 듯한 표정으로 몸을 떤다. 그리고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처음부터... 상관없었단 말이야...
딱히 탈출 같은 거 안 해도...
그냥...
그... 그냥...
계속 와 주길 바랐어.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이어졌으면 했어.
그뿐이었는데...
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자신이 억지로 이곳에 끌고온 탓에 상준이 다쳤다며 자책하자, 상준은 한팔로 현아를 꽉 껴안아 진정시킨다. 그리고 일단 나가서 생각해보자고 말하지만 현아는 출구에는 관심없다는 듯 상준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마치 놓치고 싶지 않은 듯 꼭 껴안아 울기만 한다.
이후 상준이 한계점 앞까지 다가가자 현아도 진정을 한다. 현아는 일단 들어가서 치료부터 하자고 말하며, 아직도 상준이 다친 것을 신경 쓰고 있었다. 상준은 비록 우비와 유리에 대한 수많은 의문점들이 남아있지만, 일단 현아의 탈출이 최우선이었기에 나가기로 한다. 그 때 현아가 의연한 목소리로 혹시 밖으로 나가면 어떡할 거냐고 묻는다. 살짝 뜬금없는 질문에 상준은 일단 나가서 서로 만나자고 말하는데, 현아는 혹시 여기에 돌아올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 상준은 지금보단 빈도는 줄겠으나 유리와 우비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 올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현아는 만약 밖에서 자신을 못 만나거나 잊으면 어떡할 거냐고 묻는다. 마치 노골적으로 시간을 끄는 듯한 현아의 질문공세에 상준은 더욱 이상해하나, 일단 현아와의 재회에 실패하면 이유가 어찌 됐든 이곳으로 돌아올 일은 더더욱 없어지겠다고 답한다. 현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라고 중얼거린다. 상준은 일단 돌아가서 생각해보자며 이끌고, 현아는 고맙다는 말을 읊조린다. 현아는 그렇게 같이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둘은 한계점을 넘는데, 넘으면서 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병원 세계였으며, 그 중에서도 붉은 글씨가 한가득 적힌 방이었다. 현아는 동요하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침착한 표정을 지었는데, 붉은 방을 나오자마자 붉은 방의 문이 스스로 쾅 닫혀버린다.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듯한 그 순간 문고리를 돌려보는데,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현아는 결국 우비가 비 오는 세계를 완전히 막아버렸다고 알려준다.
상준은 우비에게 사과를 하며 문을 두드리지만, 현아는 상준을 등 뒤에서 껴안으며 흐느낀다. 그리고 일단 상준이 무사했으니 그거면 충분하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 다른 방법을 충분히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상준도 잠깐 진정한 뒤 유리가 있는 거울 속 학교 세계에도 길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현아는 분명 그럴 거라고 말하며 뒷목에 입을 맞춘다. 상준은 현아가 위로하는 듯, 자신을 조금도 탓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리고 현아는,
역시... 그렇게 쉽게 나갈 순 없나 봐.
그러니까, 당분간은 계속 함께해야겠지?
계속.
라고, 마치 이 세계에서 못 나가는 것이 기쁜 듯이 말한다.

《기억의 파편 #5》
실패했지만, 현아 씨는 화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병실에 도착한 현아는 상준에게 바보란 말을 연신 써가며 오열한다. 그리고 씻고 나온 상준을 침대에 눕힌 뒤 과도할 정도의 치료를 해준다. 상준은 온몸이 연고와 반창고로 도배가 되었으며, 부러지지도 않은 팔엔 미라 수준의 붕대가 감겼다고. 참고로 부상의 정도로 보아 묘하게 그림자 상준이 세기를 조절해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비 오는 세계의 진입로는 전부 막혀버린 상황. 상황도 나빠졌지만 우비의 동기를 아직도 알 수 없었기에 상준의 의구심은 더더욱 증폭되고 있었다. 현아는 어쩌면 우비가 자기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회상 재생을 통제했고, 그 탓에 우리가 사건을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낸다. 우비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에 상준은 마치 멸망한 세계가 꿈 같다는 얘기를 하고, 현아는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우비가 비 오는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현아에게 회상을 보여줬으나 전부 보여주지도 않았고, 아예 비 오는 세계를 막기까지 한 것은 여전히 상준에겐 의문으로 남았다. 상준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한동안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현아는, 자기가 예뻐서 친해지러 한 것 아니냐며 농담을 날린다. 상준은 간만에 현아가 어른스럽게 분위기를 풀어준다고 느낀다.
상준은 혹시 과거에 우비를 만난 적이 있는지 묻는데, 현아는 물론 상준마저도 우비와의 인연은 이전에 전혀 없었다. 이렇게 우비의 진상에 대해 의문만이 가득한 채, 상준은 결국 파편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현아가 탈출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혹시 우비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조건 아니냐고 묻자, 현아는 그래서야 귀신 성불시키는 거랑 같지 않냐는 말을 던진다. 물론 상준의 반응은 갸우뚱.
아무튼 상준은 비 오는 세계에 재진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들로 실현이 어렵자 상준은 학교 세계 루트를 고민해본다. 하지만 현아는 고의적으로 유리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 같다며 상준 혼자 다녀올 걸 부탁한다.[64] 상준은 내일 올테니 일단 돌아간다고 말한다.[65] 현아는 내일 올 거냐고 재차 물은 다음 안심한다.
그런데 현아는 상준의 상처를 보고 동공이 흔들릴 정도로 여전히 걱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상준은 괜찮다고 말한 뒤, 오히려 회상을 보다 쓰러진 현아 쪽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현아는 마치 술에 취한 기분이었으니 큰 타격은 없었고, 오히려 너무 쉽게 탈출하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며 웃는다. 그리고 오히려 상준과 한동안 쉬면서 놀 수 있게 되었기에 잘 된 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상준이 왜 그렇게 자신을 걱정하냐고 묻자, 현아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상처는 쌓이니, 상준이 객기 부려서 괜찮은 척하는 걸 두려워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현아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이젠 자기가 있으니 아픈 건 다 풀어도 된다고 말한다. 상준도 살짝 부끄러워하나 목숨을 구해준 게 여러 번인데 어떻게 그러냐며 농담을 날린다. 현아는 그 말에 흥분해서 까놓고 말하면 자기한테만 보여 주는 약한 모습 같은 거 보고 싶다고 소리친다.[66] 상준이 취향이 그 쪽이냐고 묻자 현아 왈 망가지는 모습을 자기만 왕창 보여줬으니 억울하다고.[67]
이후 현아는 상준 치료가 끝나다며 활짝 웃는다. 상준은 거울로 자신 몸에 붙여진 반창고들을 보다가 유리가 슬쩍 지나가는 걸 확인한다.
시간이 늦자 상준은 돌아간다. 현아는 노골적으로 아쉬운 티를 내며 옷자락을 꼭 잡고 있었다. 상준은 자고 갈 생각도 하지만 옆에서 유리가 감시하고 있었기에 단념하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그 때 현아가 살짝 망설이더니 과감하게 멱살을 잡고 끌어당겨 상준과 키스를 한다. 그러면서 현아는 오늘 힘든 일도 많았지만 오늘 하루는 자신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상준은 아까보단 훨씬 얕지만 깊은 키스라고 느끼며 귀가한다.

3.1.6. 기억의 저편

《기억의 저편 #1》[68]
우선,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일도 있었으니.
상준은 유리를 따라서 팔이 아픈 척 연기를 한다. 골절이라고 거짓말 친 다음 연극톤으로 아프다고 외치는데, 현아는 진지하게 자책하는 표정을 짓는다. 결국 상준은 염좌에 타박상이라고 거짓말한 걸 밝히는데, 현아는 믿지 않고 상준을 강제로 침대에 눕힌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아픈데 아프지 않은 척 연기할 필요 없으니 자신에게 전부 털어놓으라고 걱정한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부러진 왼팔을 대신하겠다면서 상준의 입에 과자와 생수를 쑤셔넣기 시작한다. 상준이 이미 거짓말 친 거 다 눈치챈 거 아니냐고 따지지만, 현아는 상준이 이렇게 걱정하는 자신을 속였을 리가 없다며 살벌하게 웃는다. 이후 아예 얀데레 톤으로 바뀌며 아무데도 못가게 다리까지 부러뜨리려 하다가, 결국 웃참에 실패한다.
이후 상준은 자신 옆에 눕는 현아에게 걱정끼쳐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현아는 착하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혹시 자신의 얀데레 연기가 그렇게 무서웠냐고 묻는다. 그러자 상준이 마치 진심인 것처럼 연기가 장난 아니여서 쫄았다고 말하는데, 현아는 묘한 표정을 짓다가 누나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 그랬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섬뜩한 표정으로 반쯤은 진심이었다고 덧붙인다.
그래도 골절이라고 말한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며 현아는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그 다음 상준을 눕힌 뒤 어쨋든 당분간은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건 그대로라며 쉴 것을 제안한다. 다행인지는 모르나 우비가 비 오는 세계를 막은 뒤로 병원 세계에서 괴물 출현 빈도가 현저히 낮아졌다고. 이후 현아는 아까 했던 얀데레 꽁트를 이어간다.
이후 둘은 비 오는 세계의 한계점으로 찾아가나 여전히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상준은 우비가 중간에 도망치지 말라고 소리 쳐놓고 문을 닫은 것에 이상함을 느낀다. 현아는 일단 가서 쉴 걸 제안하지만, 상준은 그렇다고 앉아만 있는 건 찜찜하다고 말한다. 이에 현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상준은 학교 세계의 입구가 굉장히 많은 것처럼 비 오는 세계의 다른 입구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병원 세계의 파편을 모으는 걸 제안한다. 파편을 모으면 지금까지 못 본 비 오는 세계의 또 다른 한계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현아는 자신이 찾았을 땐 없었으나, 그래도 상준이 찾으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동의한다. 그리고 학교 세계에서도 비 오는 세계로 연결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상준은 그림자 상준과 싸우면서 비 오는 세계에서도 유리를 볼 수 있었기에 납득한다.
그런데 현아는 우비의 선례처럼 파편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탈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유리와 호의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유리는 아직도 자신을 피한다며 걱정한다. 그래도 상준은 일단 설득해 보겠다고 한 뒤, 마침 지난번에 구해준 것도 있으니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현아는 유리가 구해줬다는 말에 살짝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69] 이후 자긴 신경 안 쓴다면서 상준에게 팔짱을 낀다. 그 이유는 상준이 자길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이 구해준 거 하나만이 아니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상준은 그런데 현아가 팔짱을 끼는 행위가 초조할 때 나오는 버릇인 걸 진작에 간파한 상태였다.
아무튼 결론은 상준이 병원 혹은 학교 세계를 수색해서 다른 입구를 찾는 것으로 내려진다. 현아는 상준에게 꽉 안기더니 목 뒤에 몰래 키스 마크를 박는다. 그런데 상준이 곧바로 눈치채자 현아는 어떻게 알았냐며 놀란다. 상준은 이걸 눈치 못 챌 줄 알았냐며 황당해한 다음 그냥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현아가 유리를 도발한 탓에, 유리가 현아를 괜히 더 무서워하는 거라고 말하자 현아는 사과한다. 그리고 상준은 자기에겐 현아밖에 없다는 낯간지러운 멘트를 날리고, 현아는 순수하게 웃는다. 이후 상준은 유리를 만나러 간다.

《기억의 저편 #2》
대체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눈치 채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준은 식칼이 손에 들어오는 감각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난다. 아까 겪은 일이 꿈이라는 것에 안심하지만, 창밖의 풍경을 보고 이변을 눈치챈다. 자신의 방 밖엔 병원 세계마냥 세상이 멸망한 풍경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다급하게 도어락 문을 열려 해보지만 그마저도 열리지 않아 당황하다가, 상준은 자신의 방이 현실 세계는 물론 저쪽 세계에서도 생겼다는 것을 알아낸다. 별도의 절차 없이 한계점을 넘는 감각만 의식하면 두 방을 오갈 수 있으며, 저쪽 세계의 방은 대부분 현실과 동일하지만 몇 가지는 이용이 불가능해진다. 전기를 쓰는 건 불가능하고 장롱과 서랍도 텅 비어있었다고. 단 수도 만큼은 나온다고 한다.[70]
이 에피소드들 외에도 다수의 서브 스토리들이 해당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아 서브 스토리는 《04: 교감》, '《06: 이건 전투복이야.》, '《07: 이런 이벤트는 아직 이른 관계.》가 해당된다.
3.1.6.1. 첫 번째 현아 루트
《기억의 저편 #3 현아》
이런 일이 생겼으니,
우선 현아 씨에게 먼저 보고 드리자.
방에 한계점이 생긴 만큼 상준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병원 세계에 도달한다. 물론 현아는 너무 일찍 온 상준을 가짜로 의심해 이전처럼 나이프를 들이대고, 본체라는 걸 증명할 수단을 빨리 보여달라고 명령한다. 현아가 서로 알만한 신체적 특징을 보여주기로 하지 않았냐고 묻자, 상준은 자기만 일방적으로 보여줬다며 따진다. 상준의 팩트에 현아는 멋쩍은 듯 시선을 피하고 상준은 현아가 참 얼빵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현아는 진짜를 증명할 방법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외칠 것을 요구한다. 굉장히 수줍게 요구하는 현아에게 상준은 왜 사심을 채우려 드냐고 묻는데, 현아 왈 사랑한다는 말은 좋아한다는 말에 비해 거의 안 해줘서 불만이었다고. 상준이 사귀는 건 나가서 하기로 했다며 해명하지만, 현아가 그럼 사랑 안 하냐고 말하자마자 곧바로 사랑한다고 답한다.
그런데 현아는 다시 나이프를 꺼내며 50점을 준다. 그 이유는 너무 반사적으로 답해서 그렇다고. 그래서 이전에 침대에 눕혔을 때의 목소리 톤으로 해줄 것을 부탁한다. 결국 상준은 유리가 보고 있지 않은 걸 체크한 뒤, 그윽한 눈빛으로 다가간다. 웃참을 필사적으로 하는 현아의 허리를 감싼 다음, "사랑해. 현아야."라는 말과 함께 키스를 한다. 그런데 이번엔 70점 밖에 안 주는데, 그 이유는 반말을 해서라고..
현아는 상준의 방에 한계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상준이 손에 식칼이 흡수되는 꿈을 꿨다고 말하자 상준의 왼손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나른한 표정으로 살짝 깨문다. 이후 놀랐냐는 말과 함께 상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말 한계점이 된 거냐고 묻는다. 상준은 그건 잘 모르겠으나 어쨋든 엘리베이터처럼 현아의 탈출구로 쓸 수는 없다고 말한다. 현아가 예상했다는 듯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자, 상준은 현아가 자신과 똑같은 추리를 했다는 사실에 속으로 살짝 기뻐한다.

상준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현아는 한밤중의 멸망한 세계와 연결될 수 있으니 위험하다고 진지하게 말한다. 물론 자기처럼 문을 굳게 닫으면 되지만 그걸 못할까봐 걱정이라고.[71] 그리고 밤에는 혹시 모르니 창문도 적당히 가려 버리라고 충고한다. 상준이 과보호 아니냐고 묻자 현아는 이러다 상준까지 못 돌아가게 되면 어떡하냐며 걱정한다. 이런 현아의 태도에 상준은 이 사태를 가볍게 생각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현아는 혹시 무슨 일이 또 생기면 바로 말하라며 걱정하고, 상준의 손을 주물거리며 한참을 뭔가 생각한다. 그러다 뭔가 떠올렸는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상준이 왜 그러냐고 묻자 현아는 말해도 안 무서워할 거냐는 요상한 말을 한다. 현아가 말하길 자기가 이대로 상준과 영원히 갇혀 버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무심코 해버려서 그런 거였다는데, 상준은 현아가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즐겁긴 하나, 현실 세계에서 데려가려고 정해놓은 코스들이 워낙 많아서 곤란하다고 답한다.
현아도 납득하다가 갑자기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생각이었다며 수긍한다. 그 이유는 둘 중 한 명이 죽어버리면 남은 사람은 계속 혼자기 때문이라고. 상준은 그 말에 씨익 웃으며 팔을 벌리고, 현아는 불만스럽게 바라보다가 상준에게 안긴다. 그리고 상준은 자긴 어디 가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현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아이처럼 응석부리는 현아를 안아준 뒤, 상준은 현아와 함께 병원을 탐색한다. 하지만 어쩐지 현아는 멀리 가려 하지 않았고 결국 상준은 그냥 데이트나 다를 게 없는 무의미한 탐색을 하고 만다.

《기억의 저편 #4 현아》
너무 피곤하면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똑똑했다면 더더욱.
상준은 이번에도 자신의 방을 통해 병원 세계로 진입한다. 엘리베이터와 달리 자신이 왔다는 걸 알릴 수단이 없어 현아가 미리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안 쓰기엔 지나치게 편리한 데다 일찍 오면 현아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계속 쓰는 상황. 굉장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검은 것들과 가짜 문도 자는듯 보이지 않았다.
병실로 들어간 상준은 이윽고 현아가 침대에서 자는 광경을 본다. 의자 하나를 끌어와 현아 옆에 놓은 뒤 현아를 쓰다듬어준다. 불러도 현아가 일어나지 않자 상준은 얼굴을 가까이하는데, 그 순간 현아가 깜짝 놀래킨다. 그런데 상준이 하나도 안 놀라자 현아는 살짝 시무룩해한다. 상준 왈 진짜로 놀라면 리액션 없이 경계하는 타입이라 반응이 없었다고.
그런데 현아는 곧바로 다시 졸아버린다. 비몽사몽한 표정으로 상준의 목에 팔을 감고, 상준은 현아가 정말로 잠든 거 같아 침대에 눕힌다. 현아는 무의식적으로 상준의 손을 꼭 잡는데, 상준은 여전히 이상할 정도로 낮은 손의 체온에 놀란다. 그리고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아 살짝 불안해한다. 참고로 상준이 현아의 탈출에 서두르는 이유는 병원만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인데 연락을 할 수 없어 상시 초조해지기 때문이라고.
현아는 이후 비몽사몽한 상태로 상준을 다시 놀래킨 다음 침대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상준은 저항도 않고 같이 눕는데, 현아는 상준이 나오는 꿈이 길어서 무지 좋다며 헤실거린다. 상준은 아까부터 귀여운 톤으로 아무 말을 내키는 대로 뱉는 현아를 보고, 잠이 부족하면 정신연령이 낮아지는 타입이란 걸 깨닫는다.
이후 현아는 다리로 상준의 허리를 감싼 다음 이불을 크게 덮는다.[72] 상준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가만히 있다가, 현아가 슬프게 우는 걸 목격한다. 현아는 상준에게 제발 떠나지 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 모습에 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현아는 깨어나면 상준이 사라지니, 깨어나고 싶지 않다며 슬프게 말한다.
상준이 자긴 현아가 나갈 때까지 계속 오겠다고 말하자 현아는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 상준은 현아가 확실히 피로한 상태란 걸 직감하는데, 여기에 현아가 자주 잔다고 말한 것도 그저 깨어나는 빈도가 높았을 뿐이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간신히 깊게 잠든 현아를 깨울 수 없었기에 숙면에 도움이 될 만한 걸 배낭에서 꺼내려 하자, 현아는 가지 말라며 상준의 손목을 꼭 잡는다.
다시 몽롱한 상태로 돌아온 현아가 이불을 꼭 껴안은 채 노려보고 있자, 상준은 현아를 재우기 위해 최면을 걸려 한다. 하지만 현아는 옆에 있어주겠다고 해놓고 버리는 거냐며 오히려 손목을 더 꽈아아악 잡아당긴다. 상준은 괜한 소리를 했다고 생각한 뒤 다시 재우려 하는데, 현아는 계속 상준을 껴안으며 지금 자버리면 오늘은 상준을 오래 못 보게 된다고 중얼거린다.
상준은 할 말을 생각하다가 현아가 갑자기 다시 헤실거리기 시작하는 걸 보고 황당해한다. 현아는 오늘 몇 시간이고 계속 뒹굴거리자고 애교를 부리는데, 상준은 현아의 건강을 생각해서 욕구도 참고 애써 재우려한다. 그리고 상준은 혹시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냐고 물어보고, 현아는 긍정한다. 현아가 말하길 상준이 발길을 끊어버리는 악몽을 꾼 나머지 밤을 샜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상준이 병원 세계에서 자고 가는 건 한사코 거부한다.
상준은 지난번에 자기보고 다치지 말라 했으면서, 본인은 속으로 충격을 많이 받은 거냐고 물어본다. 현아가 그렇다는 듯 사과를 하자, 상준은 그 벌로 현아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그런데 현아가 계속 키스를 요구하자 몇 번 더 해주는데, 상준은 지능이 떨어진 상태의 현아에게 이러니 나쁜 짓 하는 것 같다며 자제심을 발휘한다.
진짜 상준이 재우려 하자 현아는 여전히 잠들면 상준이 사라질 거라며 거부한다. 상준은 어디 사라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동시에 현아에게도 깨어난 뒤 부끄럽다고 나이프 휘두르지 말 것을 부탁한다. 현아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헤실거린 뒤, 상준을 안 놓치려는 듯 꽉 껴안는다. 상준도 살짝 무겁지만 현아가 있다는 안심감에 눈이 감기는 걸 느낀다.
이후 푹 자고 난 현아는 자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저지른 짓들 때문에 크게 쪽팔려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까 한 약속은 기억했는지 무력을 행사하진 않았고, 그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기 앞으로도 누나 대접 받을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묻는데, 상준이 겁나게 귀여웠다고 말하자 다시 부끄러워한다.
상준이 계속 놀리자 현아는 뺨 클린치를 건 다음, 이전에 상준이 귀여워해준 만큼 귀여워 해줬다고 한다. 상준은 이런 단순하고 어린 애같은 면모 때문에 정말로 연상이 맞는지조차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아와 알콩달콩 시간을 보낸 건 좋으나, 문제는 이번에도 병원 세계를 탐색하는 데에는 실패해버렸다는 것이다. 현아가 미묘한 표정으로 웃는 걸 보고, 상준은 정말 우연이 맞는지 의심한다.

《기억의 저편 #5 현아》
혼자 아프고 힘들었던 밤.
누군가, 내 손을 붙잡았다.
상준의 과거 회상으로 시작된다. 독감에 걸려 끙끙 앓면서 자고 있을 때 누군가 상준의 손을 잡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꿈이었지만 그 손의 감촉만은 생생했으며, 이후 혼자 아픈 날 새벽에는 항상 그 꿈이 떠오른다고 한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상준은 독감은 아니지만 큰 감기에 걸려 새벽 3시에 기상한다. 전신이 쑤셔 고통 받던 순간[73]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벨을 안 쓰는 건 물론 새벽 3시에 왔기에 여러모로 의심가는 상황인데, 상준은 하필 병에 걸려 컨디션이 매우 나쁜 상황.[74] 쫄보가 된 상준은 문을 쾅쾅 두드리는 걸 한동안 구경하다, 짜증이 난 나머지 안전 고리를 걸고 문을 열어본다.
밖은 어느새 병원 세계로 전환되어 있었고, 문을 두드린 건 다름아닌 현아였다. 상준과 현아는 서로 잔소리를 주고 받은 뒤[75], 상준은 현아를 집에 들여보낸다. 현관문을 닫으면서 상준은 병원 세계에서 거대한 손 그림자가 스쳐지나간 듯한 풍경을 잠시 확인한다.
집에 들어온 현아는 상준이 땀범벅으로 떡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쓴 모자를 벗기고,[76] 환자용 이불과 옷을 꺼낸다. 그리고 가방에서 약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상준은 어떻게 자신이 아픈 걸 알고 간호하러 온 거냐고 묻는다. 현아는 저번에 헤어질 때 표정이 이상했다고 답하지만 상준은 고작 그런 걸로 알아맞춘 거냐며 이상해한다. 하지만 현아는 약을 입에 쑤셔넣으며 얼버무린다. 상준은 자긴 괜찮으니 진정하라고 말하지만, 현아는 그렁그렁하며 어떻게 진정하냐고 말한다. 이에 상준은 사과를 하고, 자신도 제정신이 아니란 걸 상기한다.
현아는 물수건을 적시면서 솔직히 확신은 없었다고 말한다. 아픈 것도 확실하지 않았고, 설령 아프다 해도 문을 열어줄 가능성은 낮았기 때문.[77] 상준은 얕은 추측만으로 위험을 감수해서까지 온 이유를 물어본다. 그러자 현아는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았고, 상준이 병에 걸려 상황이 나빠진 탓에 발길을 끊어버리면 이때 찾아가지 않은 걸 평생 후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왔다고 말한다. 이후 상준의 얼굴을 끌어당겨 이마에 키스를 한다. 상준은 나른하게 현아의 간호를 받으며, 현아에게 완전 반했다고 느낀다.
또한 현아는 상준이 아플 땐 한마디도 안 하고 사라졌다가 다 낫고 나서야 해맑게 나타나는 타입인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고 알려준다. 상준은 납득하지만, 저 모습은 전 여친에게만 보여줬던 모습이기에 현아가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의심한다. 현아는 유자차와 키스로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하나, 상준이 계속 추궁하자 결국 폰을 몰래 훔쳐 봤음을 고백한다. 정확히는 두 번째로 만났던 날, 상준을 아직 경계하던 시절이기에 기절한 틈을 타 몰래 확인했다고.
상준은 납득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폰을 보고 기분이 어땠었는지 궁금해한다. 현아는 능글맞은 말투로 자신이 그날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떠올리면 깨달을 거라고 웃는다. 상준은 그 때 현아가 자신에게 탈출을 부탁했음을 상기하고, 쑥스럽다고 말한다. 현아는 귀엽다며 허그를 한 뒤 같이 이불 속에 눕는다. 그리고 현아는 자장가를 불러주며 상준을 재운다.[78] 상준은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잠드는 걸 느끼고, 너무 따뜻해서 어째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느낀다.
괜찮아...
내가 있으면.
절대로... 뺏길 생각 없으니까.
다음 날, 당연하게도 현아는 옳았다. 상준은 그런 현아를 간호해주며 하루를 보내고, 결국 이번에도 병원 세계를 탐색하지 못한다.
오늘도... 이쪽 세계의 탐색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게 전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3.1.6.2. 두 번째 현아 루트
《기억의 저편 #7 현아》
현아 씨의 행동이 조금 수상하다.
항상 그랬지만.
상준은 최근 일이 꼬여버려 답답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병원 쪽 탐색이 전혀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아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운 나머지 탐색 기회도 자주 잡지 않은 것도 있지만, 현아가 상준의 부상과 독감을 핑계로 탐색을 전부 금지했기 때문. 언제는 상준이 부상을 입고도 계속 탐색을 시도하려 한 적이 있었는데, 계속된 만류에도 상준이 멈추지 않자 결국 감정이 폭발해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물론 본인도 의도치 않은 호통이라 곧바로 사과를 하고 풀이 죽어버린다.
현아는 말을 더듬거리며 이전에 서로 싸웠을 때 하기로 한 것이 있지 않았냐고 묻는다. 상준은 그 말을 듣자 바로 껴안아주고, 분위기가 묘해지자 이 때를 노려 한 번 더 탐색 허락을 받아본다. 하지만 현아는 위급 상황에서 자기를 버리고 도망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허락 못 한다며 철벽을 친다. 그래도 상준이 탐색의 의지를 조금씩 드러내자 현아는 왜 자기 마음을 몰라주냐고 슬프게 중얼거린다. 상준은 현아의 팔 마사지를 받으며, 현아가 자신의 부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시간을 끈다는 것을 확신한다.

집에 돌아가기 전 상준은, 현아가 탈출을 처음 부탁했던 장소인 옥상에 들른다. 자신을 만난 뒤로 현아가 이전과 변한 점들을 떠올려 보며, 비 오는 세계가 닫힌 뒤로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고 확신한다. 여기에 비 오는 세계에서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현아가 봤고, 그것 때문에 탈출을 보류한 것까지 추리한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우비가 추리가 맞다고 긍정하다고, 우비는 현아가 특별한 걸 본 게 아니라 자신이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떠올려 버린 것이라 알려준다. 상준은 슬픈 마음에 현아가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질문한다. 그런데 우비는 지금 상준이 알아냈다는 걸 눈치챌 테니, 곧 본인이 직접 말해 줄 거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현아가 거짓말은 안 할 것이나, 전부 다 말하지 않을 거라고 덧붙인다. 우비는 이후 의문에 휩싸인 상준을 뒤로 한 채, 소름돋는 웃음을 난사하며 엘리베이터로 달려간다. 상준이 뒤쫓아가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강풍이 불고, 우비는 완전히 사라진다.
도저히 현아를 다시 만날 기분이 나지 않았던 상준은 집에 돌아온다. 잠자리에 들기 전 수많은 고민들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은 현아가 굳이 말하지 않은 사실이 무엇인가였다. 현아가 밝히기 싫어하는 걸 캐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오히려 현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위험했기 때문.
그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현관문 너머에는 소나기라도 맞은 듯 전신이 축축해진 현아가 있었고, 현아는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어쩐지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침묵하던 현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 표정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샤워실을 빌려 쓰는 걸 부탁한다.

《기억의 저편 #8 현아》
나는 오늘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틀림없이.
상준은 현아의 샤워 소리를 들으며 굉장히 심란해한다. 일반적인 연인 사이여도 한 명이 다른 쪽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 건 작정한 상황인데, 현아는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 여기에 현아는 갈아입을 만한 옷으로 상준의 옷을 요구한다.[79] 이후 현아는 샤워를 끝마치고 상준의 방 침대에 걸터앉는다.
[후방 주의]
파일:그세계 현아3.png
그런데 현아는 알몸에 와이셔츠 한 장만 걸친 상태였다. 상준이 상하의 전부 빌려줬음에도 와이셔츠만 걸친 현아는, 덤덤하게 상준에게 머리를 말려줄 것을 부탁한다. 상준도 예상은 어느정도 한 상태였기에 당황하지 않고, 가방에서 드라이기를 꺼낸다.[80] 현아는 드라이기를 꺼내는 상준을 굉장히 슬픈, 하지만 각오를 굳힌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상준은 엄청 긴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주면서 관리가 힘들겠다는 말을 한다. 현아는 혹시 싫어한다면 자르겠다고 답하지만 상준은 이대로가 좋다며 거절한다. 참고로 현아는 머리를 능숙하게 말리는 상준에게 전 여친에게 해준 적 있냐며 살짝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처음엔 상준이 장발을 했었다는 식으로 속이려 하지만 현아는 거짓말인 걸 간파한 뒤, 상준의 머리를 쥐며 10년 전에도 같은 헤어스타일이었을 거 같다며 웃는다.
현아는 각종 발언과 포즈로 상준을 유혹하려 한다.[81] 상준은 자제심을 최대로 발휘해 철벽을 치고, 아예 현아가 유혹을 못하게 껴안고 침대에 눕힌다. 현아는 조금 두렵긴 하지만 상준과의 키스를 부담없이 받아들이고, 둘은 한동안 키스를 계속한다. 하지만 현아가 겁먹은 눈을 감자 상준은 더 이상의 진도를 멈춘다. 상준은 탈출하면 3일은 안 재울 테니 연애를 미루자고 단언하고, 현아는 아쉬워하며 왜 그렇게 탈출시키는 데에 집착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상준은
울고 있는 사람이랑 어떻게 합니까?
라고 말한다. 그러자 현아는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고 안겨든다. 현아가 어느정도 진정되자 삳준은 무슨 일이 있어서 슬픈 표정으로 온 것인지 묻는다.[82] 현아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반반 섞인 한숨으로, 자신이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거냐고 말한다. 상준은 비 오는 세계의 입구가 하나라도 막히면, 다른 모든 입구들도 막혀버려 우비가 열어주길 기약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건 진작 알았다고 알려준다.[83] 현아는 살짝 놀란 눈으로 긍정한다.
하지만 상준은 이 사실을 현아가 숨긴 것과, 자신이 당연하다는듯 떠올리지 못한 것에 이상해한다. 그 때 현아는 비 오는 세계가 막혀버렸을 때, 상준이 곁에 있으니 생각보다 아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84] 하지만 새로운 두려움도 생겼는데, 바로 상준이 발길을 끊는 것이었다.
상준은 자신은 그럴 일 없다며 호언장담하나, 현아는 상준이 떠나지 않도록 지금까지 상준을 구속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썼다는 걸 고백한다. 상준은 살짝 놀라지만 현아가 자긴 원래 이런 끼가 있는 걸 알지 않냐는 말을 하자 부정하지 못한다. 아무튼 상준을 통제하는 방법이란 바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상준의 이타적인 성격상 어떤 고난을 겪어도 다시 현아를 찾아올 것이었기 때문. 그런데 상준은 자신이 현아를 돕고 찾아와준 건 순수하게 현아가 좋아서 그랬다고 답하고, 현아는 부끄러운 듯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다.
현아는 비 오는 세계가 막힌 직후, 우비가 열어주는 걸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지쳐 상준이 떠날 것을 두려워했다. 때마침 상준의 부상이라는 적당한 핑계거리도 있었고, 시간을 벌기 위해 병원 세계를 탐색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부상이 나았음에도 탐색을 금지했던 건, 상준이 탐색을 하면 비 오는 세계의 입구가 전부 막힌 걸 금방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었다.[85]
상준은 현아의 고백을 듣자 별 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한다. 뒤돌아있던 현아가 놀라며 몸을 빙글 하고 돌리는데, 그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한다. 상준은 그런 현아를 안아주며 방금 안기고 싶어서 일부러 넘어진 거냐고 묻는다. 현아는 웃으며 긍정하는데, 상준은 자기도 안고 싶어서 일부러 부축한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거랑 마찬가지로, 자신도 비 오는 세계가 전부 막혔다는 건 진작 알았으나, 현아가 보고 싶어 탐색 제안에 적당히 편승하는 척 했다고 밝힌다. 현아는 안도감이 섞인 폭소를 터트린다.
상준은 완전 무게 잡고 말하길래 무시무시한 흉계라도 꾸미는 줄 알았다고 농담을 던진다. 현아는 잠깐 슬픈 표정을 짓더니, 그래도 속인 것에 사과한다. 상준은 그대로 먼저 말해준 것에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오해가 쌓이지 않으려면 서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재차 상기한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떠나지 않는데, 현아가 이런 이유만으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방문을 두드렸다고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아의 상태를 봐서 오늘은 추궁하지 않기로 한다.[86]

잠시 진정한 현아는 그래도 비 오는 세계가 막힌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침울해한다. 그래도 상준은 자신은 계속 올 것이며, 설령 현아가 영원히 탈출에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찾아올 것을 맹세한다. 현아는 무리하지 말라고 걱정하나, 상준은 솔직히 탐색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탐색을 하다 생각치 못한 힌트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현아가 탈출구 얘기를 하던 중 학교 세계를 잠시 언급하는데, 상준은 그 말을 듣자 현아에게 자신의 방에 있는 전신거울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신거울에는 반대쪽에서 일부러 막은 듯한, 나무판자가 가득 붙어 있었다.
영원히 찾아오겠다고 맹세해도.
결국 변하지 않는 건 없어.

3.1.7. 기억의 허상

《기억의 허상 #1》
혼자 몰래 저지르지 말고.
터놓고 말해서 이해를 구하면.
잘 안 만들어지네...
이제, 한계인 걸까나.
---
-우비
상준은 현아에게 양해를 구해 혼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탐색을 한 뒤, 늦은 오후가 되서야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병원 세계로 들어간다. 유리와의 사정을[87] 들은 현아는[88] 상준의 잘못이 맞지만, 유리도 너무하다는 평을 남긴다. 그 이유는 모든 거울들을 전부 나무 판자로 막아버렸기 때문.[89] 현아는 스토킹이 사라진 건 맞으나 악화된 상황에 한숨을 쉰다. 그런데 상준에게 다가와 키스를 하며, 유리에게 넘어가지 않은 건 칭찬해주겠다고 말한다.
참고로 상준은 평소보다 말투가 딱딱해진 상황이다. 현아가 묻자 상준은 학생들한테 당한 것이 워낙 분해서 야성 비슷한 폼을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알려준다.[90] 아무튼 상준은 이 상황을 해결할 계획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걸 실행하기 위해선 현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진지하게 말한다.
하지만 계획을 들은 현아는 상준을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 나무란다. 왜냐하면 계획이란 게 가짜 문을 열고 왼팔을 넣었다 빼보는 것이기 때문. 그런데 상준은 열린 가짜 문을 지나쳐도 안전했으며, 어차피 위험해지면 현아가 구해줄 거라며 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짜 문의 정체를 이 방법으로 알 수 있기에 반드시 해야 한다며 설득한다. 현아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웃음과 함께 승낙한다. 그 이유는 상준의 목숨이 재차 위험해지는 순간이 오면 자신이 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상준은 가장 대응하기 편한 복도의 문을 고르고,[91] 현아가 자신을 안은 건 물론 줄까지 묶은 상태로 문 앞에 선다. 현아는 자신이 놓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냐고 마지막으로 묻는데, 상준은 이전에 자길 통제하는 스타일 아니였냐며 농담을 날린다. 그리고 가짜 문을 열자, 그곳엔 거울처럼 비치고 일렁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거기서 나온 무언가가 상준의 왼팔을 당기고, 상준은 거울 속으로 팔을 집어넣는다. 차가운 젤리와 같은 감각을 느끼며 상준은 순간 정신을 잃을 뻔하나, 현아가 뺨을 때려준 덕에 다시 다잡는다. 어깨까지 팔을 넣자 팔에는 수많은 손들이 쓰다듬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고, 그 순간 거대한 어금니가 팔에 닿는다. 닿자마자 상준은 빼내 줄 걸 요청하고, 현아는 있는 힘껏 당겨 상준을 빼낸다. 그리고 빼냄과 동시에 문이 닫힌다. 그리고 상준의 팔에는, 지난번 유리와 마찬가지로 이빨에 씹힌 듯한 상처가 나있었다.
파일:그세계19.png
이 실험으로 상준이 내린 결론은 바로 학교 세계엔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유리의 학교 세계도 우비처럼 탈출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병원 세계를 감싸안은 형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병원 세계의 가짜 문 너머와 학교 세계의 거울 너머는 같은 공간이며, 학교 세계는 거울 면이었다. 즉, 어금니가 존재하는 거울 저편과 병원 세계가 있는 거울 이쪽 편, 그 사이에 있는 얇은 거울 면이 학교 세계의 정체였던 것이다. 이에 대한 복선은 3가지가 있었다.

* 유리는 병원 세계의 모든 구역을 스토킹할 수 있었다. 비 오는 세계처럼 병원 세계 한 쪽에서 탈출구를 막고 있는 형태였다면, 한계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스토킹이 힘들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유리는 상준이 어디에 있어도 무리없이 따라다닐 수 있었다.
* 학교 세계는 다른 세계보다 면적이 좁다. 시내 전체인 병원 세계, 사이비 마을과 산이 통째로 들어간 비 오는 세계와 달리 학교 세계는 학교와 운동장이 전부였다. 이는 학교 세계가 두 세계와 본질이 다르다는 걸 암시한다.
* 지금까지 학교 세계는 거울 속 세계로 인식되었지만, 이상하게 학교 세계에도 거울이 존재한다. 그것도 모습이 비치는 거울과 안 비치는 거울로 나뉘는데, 안 비치는 거울은 병원 세계로, 비치는 거울은 가짜 문과 동일한 거울 저편으로 향한다. 이는 학교 세계가 두 세계를 가르는 공간이라는 증거다.
그리고 학생들은 유리의 심상을 반영해 학생의 모습으로 변한 검은 것들이라고 확신한다. 한계점 내부의 세계가 유리의 심상으로 인해 학교의 형상을 갖추게 되었으니, 비슷한 성질을 지닌 학생들도 검은 것이 학교의 분위기에 맞춰 형상이 바뀐 것이라는 게 결론이다. 다만 유리를 끌고 가려 했던 건 납득을 쉽사리 못하는데, 자신도 검은 것들에게 끌려갈 뻔한 적이 있으니 어찌어찌 받아들인다.[92]
현아는 약간 슬픈 목소리로, 이렇게까지 해서 그 사실을 알아낸 목적을 묻는다. 상준은 이 사실로 학교 세계는 탈출구가 없으며, 유리를 도와줘도 우리에겐 이득이 하나도 안 된다는 걸 알려주려 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말없이 바라보는 현아에게, 상준은 한 번 더 유리를 만나고 돕는 것을 허락해주길 부탁한다.
현아는 그럼 자길 돕는 걸 중단하고, 자신과 상관도 없는 애를 구하기 위해 다치러 가는 걸 허락해달라는 거냐고 정리한다. 상준은 어떠한 거짓이나 포장도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현아는 한동안 상준을 말없이 바라보더니, 상준의 눈에 집중한다. 그리곤
너... 가끔씩 그렇게 미친 것 같은 눈을 할 때가 있어.[93]
사람에 따라선, 무섭다고 느낄지도 몰라.

"현아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상당히 내 취향."
이렇게 말한다. 만약 유리를 방치하거나, 허락도 안 받고 구하러 갔으면 진짜 화냈을 거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크게 도움 받은 사이를 버릴 수 없으니, 방황한 애를 구하는 건 어른이 몫이라는 말과 함께 웃으면서 허락해준다. 마지막으로 속이지 않고 진실만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상준은 역시 서로의 성격이 비슷함을 느낀다.
상준은 학교 세계로 향하기 위해 벌떡 일어나는데, 갑자기 현아가 잡아끌고 침대에 눕힌다. 현아는 사정은 이해하나 그래도 유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에 질투심이 난다고 말한 뒤, 상준에 키스를 하고 온갖 얀데레스러운 말들을 내뱉는다. 그렇게 분위기에 심취하다 결국 장난이 심했다면서 사과한다. 하지만 상준은 그런 과격한 플레이가 오히려 좋으니 사랑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현아는 부끄러워한다.

《기억의 허상 #5》
내가 유리에게 가 있는 동안.
현아 씨는...
이후 우비는 병원 세계로 진입해 현아와 만난다.[94] 현아는 상준도 갔고, 거울도 봉쇄됐으니 소리까지 차단되자 온 거냐고 묻고, 얼굴이 그림자가 된 우비는 긍정한다. 그리고 이제야 자신의 말이 들리냐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긴다.
현아는 이제 와서 뭘 하고 싶은 거냐고 물어본다. 우비는 뜸을 들이다 그냥 마지막이니 보고 싶어서 왔다고 전한다. 현아가 마지막이라는 말에 당황하자 우비는 자신의 비옷을 들춰 보이는데, 그곳엔 새까만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비는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가 제일 처음이라며 웃는데,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우비 쪽으로 손을 뻗다가 이내 힘없이 떨군다.
우비는 심적으로 충격을 받은 현아에게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현아는 이젠 상관없다고 중얼거리는데, 우비는 정말 자신이 필요 없어졌다고 여길 만큼 싫어졌냐고 물어본다. 결국 현아는 참지 못하고 비옷만 남은 우비의 몸을 껴안고 운다.
미안해.
심술부렸어.

알아.
그야 우린...
무섭냐고 묻는 우비에게 현아는, 어차피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니라고 답한다. 현아는 우비를 놓아준 다음 정말 작별 인사만 하러 온 거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우비는 무언가를 가르쳐 주러 왔다고 답하는데, 곧바로 상준을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비 오는 세계 어디에도 현아가 찾는 건 없으니 이대로 모두 사라져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지난번에 깨달은 거냐고 말한다. 여기에 자신이 먼저지만 결국 모두가 사라지며, 시간을 끌어도 상준과는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고 단정짓는다.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심정은 알겠지만 이대로 가면 무조건 후회한다고.
현아가 당황해하자 우비는 바깥 풍경에 있는 눈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세상이 유지되려면 구조를 떠올릴 인간이 필요한데, 현아가 사라지면 다음 타깃은 상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아가 최대한 숨겼어도 이미 눈은 상준을 봤으며, 현아가 사라지자마자 상준의 의사와 위치에 관계없이 이곳에 가둘 거라며 소리친다.[95] 현아는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우비는 어차피 자기가 사라지면 알게 될 거라고 전한다. 그리고 곧바로 진흙 비슷한 것으로 녹아버린 다음 피 묻은 발의 촉수에게 빨려버린다.
현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떨고만 있었고, 붉은 글씨 방의 문은 다시 닫혀버린다.

3.1.8. 사건의 지평

《사건의 지평 #1》
마침내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저.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마저도 이룰 수 없다면.
상준은 출구를 열기 위해선 현아가 비 오는 세계에 재진입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유리와의 갈등을 해결하면서 큰 성과를 얻었기에[96] 현아에게 곧장 달려간다. 유리에게 맞은 상처는 현아에게 들키면 그 즉시 유리와 적대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걱정하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결과 큰 이상도 없었고, 상준도 긴 옷으로 상처를 가렸으나, 현아에게 도착하자마자 현아의 눈썰미로 들켜버린다.
상준은 곧바로 해명을 해보려 하지만 현아의 눈이 부은 것을 보고, 현아가 울었음을 확신한다. 현아는 그저 걱정돼서 울었다는 말만 남기고, 상처 감싸 놓으면 안 좋다며 옷을 벗을 걸 요구한다. 그런데 상준은 현아가 불안하면서도 뭔가 결심한 듯한, 이전보다 훨씬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잡은 것에 의문을 가진다. 이후 현아는 뒤에서 꼭 껴안아주고, 덤덤히 상처를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상준은 장난기도 없이 진지한 현아에 이상함을 느낀다.
현아는 상준이 다쳤으니 한동안 쉴 것을 요구한다. 현아는 이전에 합의를 했어도, 그 때 자신은 상준이 다친 상황에선 탐색을 불허할 거라고 분명 말했다는 걸 강조한다. 그 다음 상준을 침대에 눕힌 뒤 유리를 위해 다친 것이 살짝 심술났으니, 오늘은 하루종일 달래줄 것을 부탁한다. 현아가 이전의 진지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해맑게 놀 것을 요구하자 결국 상준은 들어준다.
상준은 영화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꺼낸다. 상준이 시도해 본 결과 멸망한 세계에선 구형 노트북만이 작동되고, 재생할 수 있는 영화도 한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현아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상준의 뺨을 쭉쭉 잡아당기며 칭찬해주는데, 뜻밖에도 현아가 원한 건 '가장 긴 영화'였다. 상준은 동영상을 오랜만에 봐서 신기한 나머지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 뒤, 장편 판타지 영화를 시청하기 시작한다.
영화를 틀기 전 현아는 상준에게 딱 붙더니, 이런 영화를 잘 모르니 가급적 옆에서 많이 설명해 줄 것을 부탁한다. 상준은 의도를 알 수 없는 요구들을 계속 하는 현아에게 의문을 가지지만, 현아가 행복해보이니 받아들여준다. 그렇게 상준은 영화를 시청하며 설명을 이어나가는데, 현아는 영화보다 설명하는 상준의 얼굴을 주로 보고 있었다.
이후 현아 서브 스토리인 《05: 영화》로 이어진다. 그 외에도 유리 서브 스토리인 《06: 반드시 기억해라.》, 《07: 혼자 두면 죽는.》이 해당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상준에겐 굉장히 즐거운 날이었지만, 이후로 현아가 또 다시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기 시작하고야 만다.

《사건의 지평 #2》
그런 나날이 계속되었다.
정말로, 조금만 더.
현아는 그날을 시작으로 시간을 노골적으로 끌기 시작한다. 갑자기 상준에게 요리를 가르쳐 달라느니[97], 방 탈출 카페 체험하는 느낌을 경험해보자며 병원 세계를 데이트하거나, 그냥 피곤하니 하루종일 뒹굴자거나, 심지어는 스파링 연습을 하자며 상준에게 결투를 신청하기도 했다. 현아는 명백하게 투기 종목 경험이 있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의도적으로 상준에게 실수를 하여 잔부상을 입힌다. 그리고 이걸 핑계로 또 다시 재활을 빙자한 휴식을 요구한다.
상준은 지난번과 달리 출구가 명확히 뚫려있는 상황에서도 시간을 끄는 현아에게 큰 의문을 가진다. 몇 번이고 그 이유를 다시 물어보려 했으나, 그 때마다 현아는 굉장히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만 더 있어달라고 했기에 상준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상준은 도시락을 갖다주면서 유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유리는 염장질 하러 왔냐며 노골적으로 표정이 썩다가, 아무리 형제의 연을 맺었어도 이런 상담은 아니지 않냐며 핀잔을 준다.[98] 이 때 유리는 상준이 자신을 찬 것에 뒤끝이 남은 건지 상준을 형이라고 부르는데,[99] 상준이 오이 + 민초 + 고수로 범벅된 도시락 보고 싶냐고 협박하자 바로 꼬리를 내린다.
아무튼 유리는 현아가 상준을 먹튀 하려는 여우가 아니라고 가정하면, 그냥 현아가 탈출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유리는 자신이 바깥 세상의 기억이 없어서 오히려 학교 세계가 집처럼 편안한 것처럼, 현아도 자기처럼 병원 세계가 편안해진 거로 추측한다.[100]
너무 단순해서 납득이 힘든 추측이라 그런지, 유리는 이제 와서 현아가 우비의 사건을 봐도 소용이 없거나, 다 보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낸다. 비유하면 내키지 않는 유학이나 이민 갈 때 신변 정리한다는 핑계로 고의적으로 시간을 끄는 것으로, 해야 할 일을 인지한 상태에서 최대한 미루는 상황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유리는 지난번처럼[101] 상준이 뭘 해주는 것이 아닌 이대로 있길 바라는 것 같다며, 적당한 타이밍이 오면 현아 쪽에서 신호를 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거 캐치 잘 하지 않냐며 능글맞게 바라본다. 그 말을 듣자 상준은 유리가 요즘도 스토킹 하는지를 의심한다.
마지막으로 유리는 현아와 지내는 게 좋다면, 그냥 힘 빼고 예쁜 사랑하라며 조언한다. 상준은 유리 말이 지당하다고 느꼈기에, 굳이 현아의 행동을 바꿔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단순히 이대로 가면 선을 넘어버릴 거 같다는 걱정만이 남아있었다.
더 이상 함께 있으면
후회하는 건 야.
그러니까...

《사건의 지평 #3》
그리고.
마침내.
평소보다 상준이 늦게 찾아와 뒹굴거리던 하루, 현아는 잠이 오지 않는 것처럼 한참을 뒤척이다가 살짝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이제 비 오는 세계로 출발하자고 말한다. 현아는 나른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상태로 상준의 팔을 꼭 붙잡는다. 상준은 무슨 결론에 이르렀냐고 묻는데, 현아는 좀 더 아슬아슬할 때까지 미루고 싶었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정말 나쁜 생각을 할 거 같다고 답한다.
현아가 쓸쓸한 표정으로 말하자 상준은 그 나쁜 생각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러자 현아는 순식간에 나이프를 꺼내 상준의 목에 갖다대며,[102] 대충 이런 거라고 알려준다. 현아는 이후 나이프가 닿았던 자리에 키스를 하고, 이젠 후회없이 나아갈 수 있을 거 같다며 망설임이 사라진 어투로 말한다. 상준은 갑자기 바뀐 현아의 태도에 의문을 느끼며, 키스한 자리가 평소보다 더 뜨거움을 느낀다.

병원 세계의 횡단보도에 도달한 상준은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고, 그곳엔 학교 세계가 드러난다. 그리고 유리가 이어서 물을 뿌리자, 마침내 비 오는 세계로 연결된다.[103] 상준은 결국 현아와 유리가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음을 떠올리다가, 일단 현아도 유리도 자기가 언젠간 탈출시킬 것이니 생각을 미루기로 한다.
현아는 힘이 빠진 듯한 상태를 보이다, 상준이 손 잡아주면 괜찮다며 활짝 웃는다. 그리고 상준의 손을 그대로 들어 소중하게 가슴팍에 안는다.[104] 그리고 이대로 한계점에 돌입하고 현아는 홀로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이렇게 붙잡고 싶었어.
오랜만에 도착한 비 오는 세계에는 경찰들의 차가 가득했다.[105] 경찰들은 사이비 종교를 포위하고 있었고, 신도들은 경찰에 맞서 시위를 한다. 상준은 신도들 사이에서 우비를 목격하는데, 어째선지 우비는 비옷 아래로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전과 달리 사람이라는 느낌마저 들지 않았는데, 현아는
물러나.
...시체랑은 대화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한다. 그 때 우비가 상준과 현아를 보고 입이 찢어게 미소짓더니, 이젠 현아 차례라며 섬뜩하게 웃는다.[106] 현아는 이제와서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며 빠르게 나아가고, 결의에 찬 듯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준은 그런 현아의 표정이 왠지 슬프다고 느낀다.

《사건의 지평 #4》
변해버린 세상에서.
빗속을 뚫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만큼은 그래서는 안 됐잖아.
상준과 현아는 종교 건물의 담을 타고 진입한다. 내부에는 그림자들이 분주하게 현금 등을 숨기고 있었고, 개중에는 정치인으로 추정되는 그림자가 비밀 통로로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현아는 빠르게 그림자들을 가로지르는데, 그 순간 비교적 형체가 있는 그림자 하나가 현아를 가로막는다. 상준은 형체가 있는 그림자는 이 사건의 주요 인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즉시 나이프로 그림자를 도륙해버린다. 상준이 나서겠다고 하지만 현아는 이건 자신의 일이며, 과거의 사건이라 현실에는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기분은 시원해질 것이라며 거절한다. 이후로도 현아는 사건의 주요 인물로 추정되는 그림자들을 차례차례 죽여나간다. 상준은 현아가 복수라기엔 감흥 없는 표정을 짓는 것에 이상해한다.
다섯 번째 그림자를 도륙하자 상준이 힘들면 안아주겠다고 제안하는데, 현아는 말이 끝나게 무섭게 꼭 안긴다. 안긴 상태에서 살짝 떨더니 다시 냉정한 상태로 돌아와 앞서가기 시작한다. 상준은 우비와 현아 사이에 있었던 일을 궁금해하나, 과거의 사건과 관련이 없었던 자신은 관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물어보지 못하고, 현아를 뒤따라가며 홀로 슬퍼한다.
가장 큰 건물로 진입하자 수많은 그림자들이 모여있었다. 처음에는 그림자들은 광신도답게 경찰에 저항했으나, 경찰이 이곳에서 벌어진 죄목들을 나열하기 시작하고, 그 중에서 임금 체불이 언급되자 그림자들이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한다. 그 때 피 묻은 발이 수척한 여인을 비롯한 몇 명의 신도들과 함께 자그마한 관 하나를 들고 나타난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나 상준에게 저지당하고, 피 묻은 발은 동요하는 신도들에게 기적을 보여주겠다며 퍼포먼스를 벌이기 시작한다.
관 뚜껑이 열리고 그 안에서 피투성이 비옷을 입은 우비가 나오자[107], 현아는 지난번처럼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해 고통스러워 한다. 피 묻은 발은 우비를 흔들기 시작하고, 여러 번 흔들자 기절해 있던 우비가 기침을 하며 깨어난다. 그리고 신도들은 우비를 보고 죽은 사람이 부활했다며 환호한다.
상준은 기절했다 깨어난 걸 부활로 받아들이는 신도에 어이없어 하는데, 현아는 신도들도 가짜라는 걸 인지하고 있으나, 저기 편승해서 돈을 벌 생각에 모른 척 하는 거라고 경멸을 담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현아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냐는 상준의 질문에 긍정하며, 떨리는 손으로 헤드셋을 주며 이제 시작이니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그 순간 문이 부서지고 경찰들이 들이닥친 뒤 경찰들이 신도들을 마구 체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피 묻은 발이 촉수를 마구 휘둘러 그림자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현아가 말하길 원래 여기서 전원이 체포되고 우비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게 정사나, 피 묻은 발이라는 강력한 트라우마가 이후 기억으로 진행하는 걸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상준은 자신이 모르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해주는 현아에 의문을 가진다.
이제 상준이 해야 할 일은 피 묻은 발에게서 우비를 빼오는 것이다. 피 묻은 발의 얼굴을 보면 무력화되는 건 여전했기에, 현아는 흔들리지 않게 개조된 헤드셋을 걸어준다. 출발하기 전, 현아는 아까 관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상준은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본 현아에 놀라고, 현아는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다.
난 네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어.
행복해. 널 만난 이후로... 매일매일이 더더욱.
마지막까지, 함께해 줄 거지?

(상준: 예!!)

...아, 진짜 사랑해.
현아가 등을 떠밀자 상준은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피 묻은 발에 근접할 때 쯤 눈을 감고, 현아가 헤드셋으로 내리는 지시에 따라 촉수 공격들을 피해나간다. 그리고 피 묻은 발의 양다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내쳐버린다.
파일:그세계20.png
위협적인 촉수가 많다 한들 하체는 평범한 사람의 다리였으며, 완력도 일반인보다 한참 이하였기에 그대로 상준에 의해 엎어져버린다. 이후 상준의 감정실린 파운딩이 이어지고, 피 묻은 발은 저항 하나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하고 만다. 그리고 현아는 피 묻은 발의 두 번째 최후를 눈을 돌리지 않고, 이젠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지켜본다.
피 묻은 발이 완전히 짓뭉개지자 상준은 수척한 여인에게 안긴 우비에게 다가가, 돌아가자며 손을 내민다. 우비는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는다. 우비의 마음의 상처인 피 묻은 발이 사라졌기에 기억 재생이 완료되았고, 우비를 비롯한 비 오는 세계의 모든 그림자가 사라진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점으로 추정되는 밝은 빛이 쏟아져나오고, 현아와 손을 잡고 빛 너머로 걷는다.

《사건의 지평 #5》
그녀에게 있어서는 더 나은 선택.
나에게 있어서는...
한계점을 넘은 상준과 현아는 병원 옥상에 도달한다. 구름은 여전히 끼어있지만 상준은 어쩐지 맑아진 분위기를 느끼며, 현아에게 키스와 포옹을 한다. 처음엔 현아가 먼저 달려들지만 상준이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자 현아는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워 할 거면서 왜 먼저 들이댔냐는 질문에 현아는 너무 슬픈 과거를 봐서 외로워졌다고 고백한다. 상준도 현아의 말에 공감하며, 분위기는 잠시 어색해진다.
상준은 얼버무리기 위해 부끄러워하며 생수 한 병을 건네고, 현아는 한 모금만 마시고 생수병을 돌려준다. 이후 상준은 우비가 원하는 것이 현실을 바꾸지 못해도 그저 후련해지는 것이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말한다. 그래도 현아의 탈출은 성공한 것 같으니 천천히 알아보자며, 현아가 들어온 입구로 추정되는 빛나는 엘리베이터로 시선을 돌린다.
엘리베이터로 가면서, 현아는 상준의 팔을 꼭 껴안고 있었다. 유혹이라기보단 어쩐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보이는 현아를 보며 상준은 살짝 웃음짓는다. 이후 상준은 이곳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이곳이랑 작별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현아는 자신은 그렇지만 상준은 유리를 위해 다시 올 것 같다고, 아쉬운 듯이 말한다. 이에 상준은 멋쩍게 웃는다. 그래도 현아는 지금 상준이 나가는 것이 제일 행복한 결말일 것 같다고 말한다. 상준도 모든 진실을 아는 것이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출구로 나가기 직전, 상준은 현아가 나가면 버려지는 면 하나 없이 온전히 나갈 수 있게 되는 거냐고 묻는다. 현아는 이상한 표현을 쓴다며 천연덕스럽게 웃고, 팔짱을 끼며 엘리베이터로 잡아당긴다. 빛 너머에는 낯익은 도심의 공기가 퍼지고 있었으며, 이대로 통과하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란 확신을 가진다.
현아 씨의 저 말만큼은 분명히 진심이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나만은 가장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
적어도 현아 씨는 그렇게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그건 현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결말과는 천만 광년 떨어져 있었지만.
지금 선택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그래도 더 나은 결말.
도움을 청하는데 서툴고
그저 걱정투성이인 그녀의
마지막 거짓말.
그리고 상준은, 모든 것의 진실을 억지로 끄집어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상준의 방처럼, 본인이 돌아가기를 거부하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아를 옥상 저편으로 강제로 질질 끌고 간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현아는 손을 뿌리치고 화를 내려다, 상준의 눈을 보고 표정이 굳어진다. 그리고 현아가 천천히 뭔가를 체념한 표정으로 바뀌자, 상준은 마침내 입을 땐다. 그리고 세상과 현아를 둘러싼 수많은 진실들이 마침내 공개된다.
현아 씨.
저, 지금부터 현아 씨한테 질문을 할 겁니다.
3.1.8.1. 진실을 끄집어내다
상준은 진실을 말하기에 앞서, 자신의 추리가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퉁쳐도 내보내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며 거절한다. 상준은 괜히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진실을 이야기한다.
상준이 밝혀낸 현아의 속내는, 상준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가며 홀로 탈출시키려 한 것이다. 탈출한 상준은 두 번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없으며, 상준이 사라지는 순간 현아는 영원히 탈출이 불가능함에도 말이다.
현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긴 숨을 들이쉰 다음, 모든 걸 포기한 분위기를 풍기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니, 추리한 걸 전부 말해 보라고 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상준은 포기하고 혼자 탈출하는 것과, 그냥 평화롭게 둘이 탈출해서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현실에 한탄한다. 그리고 자신의 추리를 이어간다.
상준은 멸망한 세계는 잊히는 기억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꿈과 같은 세계며, 기억들은 병원 세계로 진입해 학교 세계를 거쳐, 거울 저편으로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이 사실을 현아는 전부 알고 있었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우비와 유리의 정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
그리고, 우비유리는...
...
현아 씨. 당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잊어버린 과거의 자신이에요.
셋 다 같은 사람입니다.
즉, 우비와 유리, 현아는 모두 동일인물이었으며, 모두 현아의 과거 모습이었다.
어느새 상준의 코앞까지 다가온 현아는 상준의 얼굴을 끌어내리더니, 한참 동안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본다. 그리고 상준이 지금 이전에 말한 미친 눈을 하고 있고,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런 눈에 줄곧 반해 있었다며 웃는다. 상준은 그 말에 생수병을 꽉 쥔다.

《사건의 지평 #6》
진실의 끝.
끝의 시작.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 있어?
어렸을 적의 자기 행동이 지금의 가치관에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거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라는 기분.
현아는 상준의 추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래서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를 물어본다. 채점이라도 할 거냐는 상준의 질문에 현아는 그것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그저 상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말한다.
우선 상준은 우비가 현아와 동인인물인 것을 알아차린 계기는 전체적인 인물상이 같은 것이 첫 번째였다. 우비의 말버릇인 "시러"를 현아도 사용했던 것,[108] 뺨을 잡아당기는 버릇이 같았던 것, 눈 색을 비롯한 외모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것 등. 결정적으로 상준이 비 오는 세계에 처음 진입했을 때 거인화한 우비를 만난 순간, 상준은 괴물을 만났다고 무전을 했으나 현아는 그 괴물이 피 묻은 발이 아닌 우비란 걸 간파하고 대응법을 알려줬다. 즉, 우비가 상준을 마중 나올 거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현아는 그 애도 자신인데 얼마나 외로웠겠냐며 쓸쓸하게 말한다.
유리의 경우 외모가 많이 차이나지만 둘의 눈 색 역시 같았다. 유리는 컬러 렌즈를 끼고 있었기 때문. 또한 현아는 자신이 말해주기 전까지 유리의 존재를 모른다고 말했으나, 정작 이전의 대화를 곱씹어보면 유리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다. 상준이 우비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고 말하자, 현아가 교복 입은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었냐고 되물었기 때문. 현아는 자신의 발언들을 전부 기억해 줘서 기쁘다며 따뜻하게 웃고, 그 어느 때보다도 상준의 몸짓과 얼굴을 하나하나 새겨본다.
상준은 이 모든 건 사소한 결론이나 이곳에서 모험을 반복하고 세계의 구조가 파악되면서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우선 현아가 이 세계에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었으며, 이곳에 올 수 있는 건 오로지 상준과 현아 둘 뿐이었다. 현아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알고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였으며,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고개 숙여 사과한다.
상준은 현아가 이곳에 오게 된 경위와, 자신이 왜 들어올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말한다. 현아가 이전에 돌아가면 다시 올 수 없을 것처럼 느꼈으며, 돌아간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는다고 말했는데, 이는 막 지어낸 말이 아니었다. 바로 빛나는 엘리베이터처럼, 현아가 상준을 그런 방식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기에 무심코 한 말이었던 것이다.
상준은 이어서 멸망한 세계의 정체를 설명한다. 이곳은 세상에서 잊힌 정보가 파기되는 곳이며, 검은 것들은 완전히 잊히고 파괴되는 사람들의 기억이었던 것이다.[109] 검은 것들은 더 많이 잊힐 수록 점점 녹아내리다 최종적으로 거울 저편의 세계로 사라진다. 즉 우비와 유리는 현아의 잊힌 기억들이며, 시간이 지나 그 시절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의 차이가 있는 과거의 현아였다. 현아는 우비와 유리를 전부 좋아해줘서 정말 기뻤다고 꿈꾸듯이 말한다.
일단 우비는, 끔찍한 과거를 잊고 싶다고 생각한 끝에 만들어진 기억이다. 물론 우비의 생성은 전혀 의도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 세상의 시스템을 파악하고 나자, 현아는 의도적으로 다른 기억을 잘라내 또 다른 자신을 만들었고, 그것이 유리의 탄생 배경이었다. 굳이 다른 기억을 잘라 유리를 만든 이유는 세계에 갇힌 건 자신이니, 다른 사람으로 분리해 낸 유리라면 탈출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아는 유리가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소멸될 뻔했다고 알려준다. 애초에 꿈에서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한들 깨어나는 순간 사라지는 건 매한가지기에, 유리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따라서 현아는 바깥에서 잊혀 들어온 사건 하나를 적당히 도용해서, 유리가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탈출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만들었었다. 이 사실들을 현아는 슬프다는 듯이 머리카락을 쓸며 말한다.
그런데 상준은 한 가지 의문점을 물어본다. 바로 유리가 만약 나갈 수 있다고 해도 현아가 갇히는 건 그대로인데, 유리를 굳이 만든 이유였다. 현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애만 내보내고 싶었다며 반쯤 울상을 짓다가, 빠르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현아는 그럼 자신이 나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에 상준은 예전에 홀딱 젖은 채로 상준을 찾아왔을 때 하려던 말은, 자신이 영원히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사실을 밝혔으나, 당시 상준은 이 발언을 '비 오는 세계의 입구가 전부 막혀버렸다.'로 오해했고, 현아는 이 오해에 편승했던 것이었다.
현아가 탈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비 오는 세계에서 얻어야 하는 파편 중 가장 중요한 기억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현아는 상준의 말이 맞다는 듯 멋지다며 박수를 치고, 상준은 설명을 이어간다. 이전에 현아가 우비의 과거를 보고 절망한 이유는, 단순히 끔찍한 과거를 떠올려서가 아니었다. 바로 탈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억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아는 이전에도 이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는데, 비 오는 세계에 과거 홀로 진입했다가 이를 깨닫고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확신까지는 하지 못했으며, 결국 상준과 함께 재진입했던 것이었다.
그럼 상준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왜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탈출을 부탁했는지 묻는다. 그러자 현아는 그렇게 하면 의무감을 가진 상준이 또 찾아올 거라 생각해서 그랬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전과 뉘앙스는 좀 다르다고 덧붙인다.
현아는 자신은 사실 현실 세계가 그립지 않다고 밝힌다. 지금 상황에 나와봤자 적응할 수도 없기 때문. 하지만 그럼에도 탈출을 갈망한 건 순전히 상준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상준이 자신이 이곳에 도달하고 함께 있다보니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 거냐고 묻는데, 현아는 부정한다. 왜냐하면 현아는 상준이 멸망한 세계에 진입하기 한참 전부터, 상준을 알았고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지평 #7》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현아 씨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린 배경에서, 현아는 50점 정도만 맞았다고 덤덤히 말한다. 그 이유는 상준이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현아는 당황해하는 상준에게 부끄러운 듯이 사실 하나를 알려준다. 바로 멸망한 세계에 우비나 유리뿐만 아니라 상준의 내면을 반영한 세계도 생겨났었다는 것. 단, 상준이 잠들었을 때만 나타났기에 현아만이 확인할 수 있었다.
현아는 꿈 같은 이 세계에 육체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건, 자기나 상준이나 모종의 혼선이 생겨서라고 알려준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기억이라는 정보가, 현실 세계에서는 육체가 자리잡는데, 상준과 현아는 어째선지 이 둘이 섞여버려 멸망한 세계에서 육체를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상준이 섞여버리게 된 계기를 묻자, 현아는 아마 없어져서 문제가 된 기억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상준은 이에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자책한다.
현아는 이 세상의 진실을 정확히 알려준다. 이곳은 본래 세상도 아니었으며, 기억이 파쇄되는 건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다 현아의 기억을 토대로 구체화되면서 멸망한 세계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리고 세상이 구체화되는 순간, 당시 현아 옆에 있었던 상준도 그녀처럼 멸망한 세계에서 기억이 구체화되었다. 단, 세상에서 잊히고 싶다는 마음의 상처가 있어야 들어올 수 있었기에 상준은 오랫동안 들어올 수 없었다.
아무튼 현아는 이곳에 상준의 내면을 반영한 세계도 생겼고, 혹시 이곳으로 오는 꿈을 꿨냐고 묻는다. 이에 상준은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자 현아는 아쉬워한다. 그리고 현아는 한숨을 쉰 다음, 상준의 내면세계는 모든 면에서 좋았다고 밝힌다.[110] 이에 상준은 자긴 평범한 대학생인데 그렇게까지 자신을 고평가하는 이유를 묻는다.
본래 사람의 내면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완벽하게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멸망한 세계에 내면이 구현된 상준을 현아는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현아는 10년 가까이 상준의 내면세계들을 관찰하여 바깥 세상에 대한 지식들을 쌓아갔으며, 점점 상준에게 흠뻑 빠지게 되었다고 밝힌다. 단순히 취향 정도가 아니라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신념이 박힐 정도로. 여기에 현아는 만약 상준이 취향이 아니었다면 서로의 세계가 얽히지도 않았을 거라고 덧붙인다.
현아는 순수하게 서로가 잘 맞는다고 이야기하다, 갑자기 표정이 뚝 끊어진다. 그리고 상준만을 바라보던 어느 날,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겨버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준다. 현아는 그 당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나 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간절한 심정을 유지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섬뜩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최근에 멸망한 세계에서 그 여친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곳은 잊힌 기억들이 오는 세계기에, 전 여친이 나타났다는 것은 곧 그 사람에 대한 상준의 사랑이 식어간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상준의 내면을 잘 파악하고 있던 현아는, 상준의 성격상 억지로 연애를 이어갈 거라 예측했고, 상준이 헤어지도록 살짝 조작했다. 그렇게 상준은 전 여친에게 이별을 통보하게 되었고, 멸망한 세계로 마침내 진입해 현아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는 엄마 때와 달리 이번에는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행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오랬동안 늑장을 부렸던 건 별도의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상준과 있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상준은 홀로 나가서 자신을 잊을 예정이었다고 말하는데, 상준은 현아가 탈출을 못해도 계속 찾아올 것이었다고 외친다. 그런데 현아는 냉정하게, 긴 시간이 지나 상준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등 현생이 바빠져도 올 수 있겠냐고 묻는다. 상준이 반박하려 하지만 현아는 말을 끊은 뒤 슬프게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네가 떠나 버리는 게 아니야.
더 이상 여기 오고 싶지 않게 되어 버린 네가,
의무적으로, 참아 내면서, 그러고도 나한테 계속 오는 거였어.
상준도 이전에 자신의 방문으로 현아를 압박하고 싶지 않았기에, 연애 진도를 탈출 후로 미뤄두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 10년, 20년이 지나도 감정이 바뀌지 않을 거라곤 상준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현아는 상준을 가장 사랑했던 모습을 그대로 기억할 수 있는 지금, 가장 행복한 결말인 것처럼 말해주면서 탈출시키려 했다고 밝힌다. 이것의 현아의 최종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제 시간이 다 지났으니, 현아는 이제 탈출하라고 필사적으로 외친다. 하지만 상준은 같이 탈출하기 전까진 못 나간다고 소리치고, 현아는 상준을 말리다가 자신의 심정을 밝힌다. 바로 상준을 영원히 못 보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니, 상준의 신체 일부를 잘라 평생 간직하기 위해 나이프를 휘두르는 걸 참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생각은 상준이 재차 방문할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던, 첫만남 시절부터 가졌다고 추가로 알려준다. 상준은 그날 필사적으로 빠르게 자신을 내보내려 한 현아를 떠올린다.
그런데 상준은 오히려 자를 테면 잘라 보라며, 현아에게 당당하게 다가선다. 현아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고, 상준은 자신이 조금만 다쳐도 걱정투성이가 되는 겁쟁이면서 허세 부리지 말라는 뉘앙스로 소리친다. 그리고 자신은 계속 이곳에 방문할 것을 재차 강조한다. 현아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 상준은 오늘은 병실로 내려가서 쉴 것을 권유한다.
그 때 현아가 나른한 표정으로 상준의 소매를 잡는다. 그리고 어깨를 떨면서, 자신이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도 거절했으니 이젠 자신이 붙잡겠다고 말한다. 이제부터 현아는 연극이라도 하는 거마냥 완전 달라진 목소리 톤으로 섬뜩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현아는 얀데레 포스를 풍기며 매우 노골적인 발언들로 상준을 유혹하기 시작한다.[111]
상준이 정신 차리라고 다그치지만, 현아는 부서질 거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이런 자신도 정말 사랑하냐고 묻는데, 상준은 상당히 본인 취향이지만 지금은 정신차리라고 압박한다. 그 때 현아는
아.
자정이네.
라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그 순간 모든 구름이 걷히고 눈이 강림한다. 눈은 상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후 하늘에서 거대한 손이 내려와 병원 건물을 움켜쥔다.[112] 상준이 눈의 정체를 물어보자, 현아는 바로 알려준다. 눈은 본래 모든 것을 망각시키는 존재였으나, 현아의 심상으로 멸망한 세계가 세워진 뒤로는 이 세계를 그대로 유지시키려 한다고 말한다. 상준은 자정 때마다 현아가 돌려보낸 이유도, 자정이 되면 눈이 세상을 유지시키기 위해 강림하기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현아는 무너지려는 병원을 보며, 아직도 자신이 좋냐고 묻는다. 상준은 이대로 잡혀도 괜찮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좋다고 답하고, 현아는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상준은 웃으면서 안 잡히겠다고 재차 답한 뒤, 생수병을 집어든다. 상준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잡혀도 괜찮을 거라 말한 건, 순전히 현아의 서툰 연기가 너무 귀엽다고 여겨서였다.
한편, 그림자 상준은 거의 녹아버린 몸으로 필사적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와라.
제발.
라면 어딘지 알 거 아냐.

3.1.9. 그녀의 세계

《그녀의 세계 #1》
자정.
자정이 되자 하늘 전체에서 어둠이 내려온다. 어둠에 닿은 건물은 산산히 부서져버리고, 상준은 곧바로 옥상에서 아래로 뛰어내려가기 시작한다. 그 때 하늘에 있던 눈이 순간적으로 타오르더니 현아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거대한 손에 올라탄 현아는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 얌전히 잡힐 것을 요구한다. 그 때 주변에서 대량의 검은 것들이 몰려오고, 상준은 검은 것들을 밀쳐 무너뜨린 다음 다시 아래로 나아간다.
상준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제일 먼저 부서졌던 병원의 옥상이 다시 복구되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현아가 보여주고 싶지 않아했던 자정의 경치는, 바로 눈이 세계를 한 번 부수고 재국축하는 것이었던 걸 깨닫는다.
한참 달리던 상준은 이후 정면 길이 가짜 문으로 막혀버린 걸 본다. 오른쪽에 유일하게 부서진 구멍은 5~6 층 높이의 낭떠러지였고, 뒤에선 검은 것들이 쫓아오는 진퇴양난의 상황. 그 때 현아를 태운 거대한 손이 뚫린 천장과 하늘의 눈을 가리며 나타난다. 현아는 도망가지 못할 정도로만 소중하게 잡을 거라며 섬뜩하게 웃는다. 그러니 그만 포기할 것을 재차 요구하는데, 상준은 평소의 현아와 완전히 다른 말투가 마치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 같다고 느낀다.
그 때 어둠이 내뻗어지더니, 상준 뒤에 있던 벽에 구멍이 나면서 길이 생긴다. 누가봐도 그쪽으로 도망가라고 티를 팍팍 내는 통로였기에, 상준은 현아의 의도를 테스트해 볼 겸 통로를 무시하고 낭떠러지로 몸을 날린다. 크게 당황하는 현아를 무시하고 몸을 날린 상준은 가스 배관에 매달린다. 거의 떨어지다시피 배관을 타고 내려가다 눈이 상준을 응시하고, 건물 윗부분이 무너져 배관이 떨어져 나온다. 배관이 크게 기울지만 다행히 반대편 벽이 걸려 멈추고, 상준은 옆 건물 창문으로 몸을 날려 구사일생한다.
파일:그세계21.png
겨우 살아난 상준은 1층으로 빠져나오자마자 건물 파편들이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지다가, 위에서 자신을 덮치려는 현아의 거대한 손이 파편들을 모두 막아주는 걸 확인한다. 상준은 현아가 자신이 건 테스트에 전부 반응해주는 걸 보고, 여유가 없거나 아니면 필사적인 상태라고 짐작한다. 손에 잡히지 않게 골목길로 진입한 상준은 덜 무너진 건물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는 순간, 눈이 이미 열어 버린 문을 가짜 문으로 바꿔버린다.
순식간에 가짜 문에 빨려들어갈 위기에 처한 상준은, 이후 거대한 손이 건물을 후려친 덕에 목숨을 건진다. 현아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거리가 멀어서 보이지 않았으나, 상준은 의도치 않은 세 번째 테스트까지 현아가 반응한 걸 보고, 현아가 자신이 생각한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확신한다. 현아는 겉보기에만 상준을 잡아 가두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준을 도와주면서 어디론가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상준은 첫만남부터 현아가 연기하는 걸 꾸준히 봤기에 현아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계속 달리던 상준은 수많은 잔해로 이어진 틈으로 진입하고, 그 끝에 출구 엘리베이터가 있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해가는 상준을 보는 현아는, 슬픔과 아쉬움, 상실감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침묵하기만 한다. 상준은 자신이 탈출구를 쓰려면 명백하게 나가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기에, 현아가 실수로 자신을 놓쳐버리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몰아붙이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스케일이 지나치게 큰 점은 처음부터 의문이었고, 상준은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시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상준이 향한 곳은 막다른 골목이었으며, 도달하자마자 달리는 걸 멈추고 하늘의 눈을 마주본다. 그 순간 눈이 빛나더니 바로 옆에 있던 건물 하나를 부숴 상준 쪽으로 무너뜨린다. 상준은 확신을 가지고 건물을 피하지 않았고, 그저 웃어보였다. 현아는 상준을 보며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바보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파일:그세계22.png
무너지는 건물을 손으로 막아낸다. 상준은 현아에게 이렇게 쉽게 들킬 거였으면 서툰 연기를 왜 하냐고 말한 뒤, 손과 달리 눈은 현아의 의사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 맞냐고 묻는다. 현아는 침묵하다가 더 이상 말하는 걸 관두라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상준은 자신의 결론을 이어나간다. 우비는 사라졌고, 유리도 나가려 하면 사라지고, 이 둘은 현아와 동일인물이니, 현아도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늘의 눈은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며, 현재 눈은 현아가 사라진 뒤에도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붙잡아두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상준은 자고 일어나면 멋대로 멸망한 세계로 진입하니, 이미 현실 세계에 있어도 강제로 눈에게 끌려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현아는 더 늦기 전에 상준의 기억을 지워서 돌려보내고, 눈이 직접 나서기 전에 본인이 집착하다 놓치는 척을 하며 다시는 못 돌아오게 하려 했던 것이다.
현아는 상준의 결론을 듣자 그걸 알면서도 왜 도망치지 않냐고 크게 소리 지른다. 그 순간 눈은 가짜 문과 각종 괴물들로 상준을 포위하는데, 현아는 이들을 모두 막아준다.[113] 그리고 현아는 자신이 다쳤다간 세상이 무너질 수 있기에, 눈이 자신은 건드릴 수 없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상준은 자신이 지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소리치는데, 상준은 붙잡혀서 교체용 배터리가 된들 영원히 같이 살면 어떻냐고 묻는다.
현아는 결국 자신은 사라질 운명인데 영원히 혼자가 되는 소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 때는 놓아주지 못 했으나, 지금은 다 끝났으니 상준이라도 도망치게 하고 싶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상준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반박하고, 그게 정말 원한 게 맞냐고 말한다. 이어서 도움을 청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말과 함께, 진짜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 이에 현아는
...
......원래 세게로 돌아가고 싶어.
너랑 같이.
돌아가서, 평범하게 손잡고, 평범하게 안고, 평범하게 속삭이고,
데이트하고, 여행가고, 언제까지나 함께하면서 같이 웃고 싶었어.
하지만......
어떻게......?
라고 체념한 듯이 웃으면서 말한다. 상준은 까짓것 해보자는 말과 함께, 그 난리를 겪으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생수병을 꺼낸다. 그리고 거기서 물을 흩뿌린 뒤 학교 세계로 향하는 길을 연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하며, 상준은 스마트폰 라이트가 비치는 수면 너머로 뛰어든다. 그런 상준에게 현아는 마지막까지 다치지 말라며 걱정만 한다.

《그녀의 세계 #3》
모든 것의 교차점.
그리고, 그런 면까지 똑같은.
이 에피소드에서 유리는 우비처럼 현아의 과거를 잘라낸 기억이 아님이 드러난다. 유리는 사이비로 비참한 과거를 겪지 않은 자신을 상상해서 만들어낸 이상이었으며, 이 사실을 듣고 본체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 유리는 상준에게 흡수된다. 현아는 유리를 볼 수 없기에 상준이 전달해주는 방식을 택한 것.

《그녀의 세계 #4》
빗속에서 사라져 가는 나에게
비옷을 씌워준 것은...
이 에피소드에서 현아가 잃어버린 기억을 회수, 현아의 구체적인 과거가 드러난다. 자세한 건 상준 혹은 우비 항목 참고.
《그녀의 세계 #5》
기억 나는 것은 그저
구름 너머의 하늘.
탈출에 필요한 기억을 열람하고, 우비와 유리를 받아들인 상준은 병원 옥상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상준의 꿈의 한계선이 부서지고, 유리와 우비가 잊힌 기억에서 추억이 되었고, 그 모든 걸 받아들인 현아는 상준 앞에 있었다.
현아는 울음을 터뜨리며 정말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주는 거냐고 묻는다. 상준이 해맑게 긍정하자 현아는 어리광부리는 듯한 포옹을 한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트라우마들로 너무 무서웠다며 심정을 고백한다. 상준이 모두 잊어도 괜찮다며 위로하자 현아는 없었던 걸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상준은 품고 나아가자고 말한 뒤, 하늘에서 노려보는 눈을 응시한다.[114]
눈은 현아가 탈출할 수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본인이 직접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현아는 이후 자신의 능력인 거대한 손을 꺼내 하늘 위로 쏘아올린다.
오빠야.

오빠.

자기야.
날 사랑해?

네.

얼마만큼?

이 세상으로는 못 담을 만큼.
현아는 장갑을 벗어던진 손으로 거대한 무언가를 잡는다.[115] 그리고 눈이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마침내 깨닫는다. 왜냐하면 이곳은 현아 혼자가 아닌 상준과 같이 꾸는 꿈이었으며, 기억이 갈라지지 않은 두 사람이 동시에 나가려 하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116] 그렇게 휘둘러진 쇠 파이프로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고, 병원과 학교, 산속은 모조리 소멸되어 흩어져나간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감각을 느낀 상준은 어느새 자신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던 도중 현아가 상준의 손을 붙잡는다. 상준은 현아가 잡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안심한다.
파일:그세계 현아4.png
현아는 파란 하늘을 보며 그 어떤 하늘보다도 예쁘다는 소감을 남긴다. 그 이유는 단순히 파래서가 아닌, 현실에서 같이 보는 첫 번째 하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 안 믿기다는 듯 현아는 정말 우리 모두 현실로 돌아가는 거냐고 묻는다. 상준이 긍정하고, 현아는 이후 아직 무서워서 얘기 못 한 게 있다고 밝힌다.
바로 꿈과 같은 세계에서 만난 인연이기에,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 서로를 잊고 이별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상준은 현아의 손을 꼭 붙잡고 같은 세상으로 향하는 것이니, 분명 가까운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만약 기억을 잃게 되면, 상준은 이번엔 현아가 자신을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여기에 상준이 자신도 같이 찾겠다는 말을 덧붙이자, 현아는 활짝 웃으며 상준의 모든 걸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어디에 있더라도 이번엔 반드시 찾아갈 것을 약속한다.
그렇게 서로 조금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애쓰던 중, 마침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상준은 현실 세계의 병원 옥상에서 눈을 뜨는데, 주변에 현아는 없었다. 상준은 아직 현아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나, 점점 현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소멸되어간다. 그렇게 우려하던 대로 망각의 순간을 맞으려 하는 순간, 옥상을 박차고 현아가 등장한다.
다시 현아를 기억해 낸 상준은 가깝다고 한 자신의 말이 맞았다며 웃고, 현아는 자긴 상준을 찾는데 아주 오래 걸렸다고 답한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상준의 품으로 뛰어든다.

3.1.10. 에필로그

《에필로그》
추억이 되도록
현아가 탈출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 상준은 떨리는 마음으로 카페에서 현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하게 메신저를 기다리지만 현아의 폰은 오늘 개통되는 상황이라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상황. 이후 도착한 현아는 진지하게 상준 앞으로 다가와서, 마침내 주민등록증이 나왔다며 좋아한다. 둘은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나 주변의 눈치에 도로 앉았다.
잠시 탈출 직후와 에필로그 사이에 있었던 일이 설명된다. 탈출하자마자 마침내 돌아왔다는 기쁨과 방금 전 주고받은 따뜻한 감정 때문에, 현아는 옥상에서 재회하자마자 수위 높은 애정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물론 경비에게 끌려가서 혼나게 되고, 상준은 부끄러워하는 현아에게 여긴 현실이라는 걸 강조한다.
그런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현아의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기 때문이다. 실종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국가 행정 서비스를 받은 적이 없다면, 거주 불명 등록을 거쳐 주민등록 말소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상준도 현아도 몰랐다. 결국 둘은 현아가 10년 전 병원에서 실종된 현아 양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사방을 뛰어다녔고, 결국 탈출이라는 업적이 무색하게 다시 대모험을 했었다.
국가 기관, 현아가 다녔던 병원, 법조인을 찾아다녔으며, 하필 담당 공무원으로 미심쩍은 사람을 배정받아 더욱 뺑뺑이를 돌았다고 한다.[117] 그리고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현아의 10년 간 행방을 설명하기'는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았고 여기에 약간의 편법까지 써 가면서, 마침내 현아의 주민 등록을 복원했다고.
현아는 자신도 이제 폰도 개통되고 계좌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한다.[118] 그리고 앞으로의 데이트 계획을 신나게 짜다가, 현아는 번호 공유를 위해 폰을 건네준다.
상준은 현아가 비밀번호를 푼 폰을 아무런 경계 없이 건네주고, 개통된지 얼마 안 된 폰에 대량에 스팸 문자가 뜬 걸 본다. 이후 자신을 멸망한 세계에서 구해 준 것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현아에게 사회성을 키워줄 생각을 한다. 이후 서로 전화가 연결되자 현아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상준이 현아의 옆자리로 이동하자 가슴팍에 기댄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 뒤로 감정 표현이 격해져서 누나로서의 위엄이 흔들린다고 토로한다. 이에 상준은 있는 걸로 해 드릴 테니 걱정 말라고 답한다.
상준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엄청난 반전이 하나 있었기 때문인데, 바로 현아는 상준보다 연하였던 것이다.[119] 이에 현아는 멸망한 세계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 실제 먹은 나이는 누나가 맞다고 필사적으로 얘기했고, 상준은 하는 수 없이 누나 대접해주고 있는 상황.

현아는 어린 애들이 섞여서 그런 거라고 변명하고, 상준은 그런 점까지 모두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그 순간 상준은 장식용 창문에 우비와 유리가 있는 걸 확인하고, 그 두 사람은 상준에게 들켰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도망가버린다. 상준이 설명을 요구하자 현아는 어차피 우리 둘에게만 보인다고 허둥대며 말한다. 그리고 곧바로 키스를 한 뒤 지금 유리랑 우비 생각이 나냐며 얼버무린다.
이후 현아와 상준은 카페를 나서 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한 뒤, [120] 현아의 옷을 맞춰주기 위해 거리로 나간다. 이후 상준이 이런저런 소회를 남기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이제 눈앞에는 현실이 펼쳐져 있었다.
잊고 싶었던 슬픈 과거도 아니고,
지켜내고 싶었던 꿈과 이상도 아니다.
잘되지 않을 거라고도, 잘될 거라고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저 품고 나아갈 뿐.
하지만...
별로 상관없다.

자.
가자.
손잡고.

계속 함께할 수만 있다면,
잊지 않고 언제까지나 서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네 현아 씨.)

어느 쪽이건
그건 추억이 될 테니까.

3.1.11. 서브 스토리: 현아

《01: 너도?》
  • 해금 시기: 《현아의 세계 #4》

  • 시점: 《현아의 세계 #4》에서 현아가 탈출을 위해 세계의 구조를 그리고 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파일:그세계8.png
상준은 현아가 하단에 마치 커다란 씨앗을 등에 진 개구리같은 낙서를 한 것을 본다. 상준이 이거 이상해씨 아니냐고 묻자, 현아는 의도치 않게 무의식적으로 한 낙서였는지 당황한다. 그리고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다음 덤덤히 어렸을 때 포켓몬스터를 봤다고 밝힌다. 그런데 다 큰 어른이 되서도 좋아하는게 아니고, 단지 어린 시절의 추억일 뿐이라며 변명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상준이 말이 길다며 지적하자 현아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시선을 피한다.
상준은 자신도 포켓몬을 좋아했으며, 아예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고 밝힌다. 현아는 안심한 듯 활짝 웃으며, 동심을 지키는 면이 있다며 귀여워한다. 상준이 이상해씨가 제일 좋냐고 묻자 현아는 눈매랑 목소리가 귀엽다며 긍정한다.[121] 그리고 이번엔 상준이 좋아하는 포켓몬을 묻는데, 현아는 상준이 말한 포켓몬이[122] 최근에 나온 나머지 몰랐다.[123]
현아는 이후 상준이 자신이 본 만화들의 뒷내용을 알고 있는 거냐며 흥분한다. 현아는 물어보고 싶은 게 정말 많다며 어린아이처럼 흥분하다가,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애써 이미지 관리를 한다.[124] 그에 상준은 약간 어렵게 느꼈던 현아가 친근하게 느껴져 씩 웃는다.
이후 상준은 현아의 질문에 대답을 하나하나 해준다. 그런데 아직도 주인공은 포켓몬 마스터가 되지 못했으며[125], 해적 만화의 주인공은 아직도 해적왕이 되지 못했고, 탐정만화 주인공은 여전히 어린애 상태로 지낸다는 얘기를 듣자 현아는 살짝 실망한다.
참고로 전작블리치 드립과 마찬가지로 포켓몬 관련 발언들은 검열 처리 되어있다.

《02: 압박면접》
* 해금 시기: 《우비의 세계 #2》
* 시점: 《우비의 세계 #2》에서 상준이 현아를 만나고, 비 오는 세계로 향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현아는 상준에게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정해볼 것을 제안한다.[126] 왜냐하면 위험한 일을 같이 하는 것이고, 서로 연락도 할 수 없기 때문. 상준이 동의하자 현아는 손을 잡아끌어 상준을 병원 책상에 앉힌다. 그리고 커피가 든 컵을 내민 뒤 반대편으로 가서 양손을 깍지 낀다.
이후 현아는 질문들을 꺼내보인다. 방문 시기같이 중요한 걸 물으나, 현아의 진지한 태도에 상준은 무슨 면접이라도 보는 거냐고 말한다. 이에 현아는 자신을 구하려고 지원한 동기가 뭐냐며 장난스럽게 물으나, 이후 부끄러워졌는지 시선을 피한다. 상준은 현아가 일부러 자신을 위해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여긴다.
현아는 그 다음 상준의 신체 수치들을 묻는다. 그런데 점점 장기의 기능 상태들이 양호한지를 묻기 시작하는데, 상준은 주변 풍경도 그렇고 마치 예전에 본 장기 밀매 소재의 공포 영화 같아서 오싹해한다. 초조해진 상준은 무심코 현아가 준 커피를 홀짝거렸고, 이후 반응이 왔는지 기침을 한다.
현아는 섬뜩하게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마셨냐며 웃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상준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상준이 먹은 건 수면제 탄 커피가 아닌 민트초코라떼였으며, 상준의 지적에 콩트가 깨지자 현아는 폭소를 한다. 본인 말로는 병원이니까 일부러 장르를 공포로 택했다고.
그렇게 신나게 웃던 현아는 상준이 자리에 그대로 앉은 상태로 침묵하자, 살짝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 자신이 장난을 좋아하나 심취하면 선을 종종 넘으니, 앞으론 지적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상준은 방금 그것보다는 수위를 좀 내릴 걸 요구하고, 현아는 멋쩍은 사과를 한다. 이후 현아는 서로가 기분이 안 좋아도, 아니면 원하는 게 있거나 자신과 다른 의견이 생겼을 때도, 속으로 묵히지 말고 편하게 말해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상준은 혹시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장난을 친 거냐고 묻는데, 정작 현아 왈 장난은 그냥 친 거라고.
그래도 현아가 자신을 위해 이런 말까지 해준 것에 상준은 어른스러움을 느낀다. 현아는 상준이 칭찬하자 누난데 당연하다며 가슴을 편다. 그런데 현아가 민트초코라떼가 그렇게 싫었냐면서 살짝 서운해하고[127], 상준은 이 부분은 좀 더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03: 관계》
* 해금 시기: 《유리의 세계 #5》
* 시점: 이 에피소드는 《유리의 세계 #5》에서 해금되지만, 대화 내용과 풍경을 보아 《기억의 파편 #3》에서 눈이 옥상을 지나쳐간 직후의 시점으로 보인다.
상준은 모처럼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동안 묵혀뒀던 생각을 말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인데, 현아는 깜짝 놀란 뒤 숨을 고른다. 그리고 어제 일도 있으니[128] 확실히 해두는 게 낫겠다며 동의한다.[129]
그 다음 상준은 서로가 호감을 가진 것이 맞다는 걸 검토하는데, 현아는 갑자기 상준이 적극적이라며 당황해한다. 그리곤 누나가 만만해졌냐며 웃는데, 상준은 친근해졌다고 정정한다. 이후 현아는 상준을 똑바로 보더니, 결국 나가기 전까지 사귀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냐고 재차 확인한다. 상준이 긍정하자 현아는 부끄러워서 빼는 거냐고 농담을 날리고, 상준은 부끄러운 건 그쪽 아니냐며 맞받아친다.
아무튼 상준은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을 잡자고 말한다. 현아는 정식으로 사귀는 게 아니니 어느 정도는 풀어줄 걸 제안하는데, 상준은 만약 자신에게 다른 여친이 또 생긴다면 어떡할 거냐고 묻는다. 현아는 살짝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장난스럽게 웃으며[130], 상준을 방에 가둘 거라며 오싹하게 웃는다. 상준은 혹시 진심이 아닐까 살짝 두려워한다.
상준은 지난번과 같은 예시를 들었으나 이번엔 다른 대답을 한 이유를 묻는데, 현아는 얼굴을 붉히며 이젠 상준을 뺏기기 싫어서라고 답한다. 상준이 그 말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다, 현아는 뺨을 잡아당기며 브레이크 잡기로 하지 않았냐고 웃는다. 상준은 현아가 당황스럽게 웃는 걸 보고, 마치 처음으로 사랑을 하는 것처럼 이런 미묘한 두근거림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그 때 상준은 옥상에 있는 유리판에서 유리가 썩은 표정으로 관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상준이 언제부터 훔쳐보고 있었냐며 소리치자, 유리는 둘이서 염장질 잘 한다는 뉘앙스의 말과 함께 사진을 찍고 도망가버린다. 상준이 붙잡으려고 쫓아가려하나, 현아는 그런 상준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현아는 유리를 보지 못한 것인데, 상준은 각도상 거울이 현아 쪽에서 더 잘 보였음에도 못 본 것에 의아해한다.

《04: 교감》
* 《기억의 저편 #3 현아》
* 《기억의 저편 #3 현아》 ~ 《기억의 저편 #6 현아》에서 상준과 농땡이를 피우던 때로 보인다.
어느 날 현아의 병실로 향하던 상준은 검은 것들의 행렬을 피하던 도중, 자신 앞에 햄스터나 병아리 정도 크기의 검은 것들이 있는 걸 목격한다.[131] 상준은 자극할 거 같다는 생각에 작은 검은 것들을 넘어가는 걸 망설이는데, 상준 뒤에 인간형 검은 것들의 행렬이 점점 길어지자 결국 넘어가기로 한다.
조심히 넘어간 상준은 안심하지만, 작은 검은 것들이 합체를 하더니 상준 쪽으로 쫓아오기 시작한다. 엄청난 속도에 상준은 도망갔다간 역공당할 거라 생각해서 곧바로 걷어찰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합체해서 강아지 크기가 된 검은 것들을 차려는 순간, 현아가 나타나 상준을 말린다. 이 때 검은 것들도 달리는 걸 멈춘다.
상준은 자신을 막아세운 이유가 혹시 검은 것들이 가진 또 다른 위험한 특성이 있어서냐고 묻는데, 현아는 그게 아니라 단순히 작은 검은 것들이 귀여워서라고 답한다. 그리곤 걷어찰 생각부터 한 상준을 질책한 뒤, 작은 놈 하나를 잡아 올린다. 움직이지 못하게 양손으로 꽉 쥔 뒤 귀엽지 않냐고 묻는데, 검은 것은 마구마구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후 현아는 검은 것들을 정성스레 포용해주면 서로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상준은 검은 것이 발버둥치고 현아 손을 물어뜯는 걸 보고[132] 아무리 봐도 교감이 아닌 거 같아서, 현아의 말에 딴죽을 건다.[133] 이에 현아는 다른 검은 것들도 자기가 안아주길 기다리는 듯 도망 안 가고 있지 않냐며 묻는데, 상준은 동료가 잡혀서 못 도망가는 거라고 딴지를 건다.
그리고 상준이 현아가 쥐고 있던 검은 것 하나를 동료들 사이에 놓자, 검은 것들은 겁먹은 채로 모두 상준 등 뒤로 숨는다. 현아는 그 모습을 보자 교감한 게 아니란 것이 충격받은 듯 얼굴이 굳어진다. 이후 검은 것들이 현아를 보고 순식간에 도망가버리자, 현아는 섬뜩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상준이 검은 것들이 도망간 루트를 막으려 하는 순간, 현아는 과장된 동작으로 시무룩해하며 주저앉는다.
그리고 상처받았다며 안아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의 장점 10가지를 말해서 위로해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상준은 현아를 하루종일 달래주며 하루를 보내는데, 상준은 현아의 목적이 처음부터 이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굳이 이런 연기 안 해도 그냥 부탁해도 들어줬을 거라고 덧붙인다.

《05: 영화》
  • 해금 시기: 《사건의 지평 #1》

  • 시점: 《사건의 지평 #1》에서 현아와 영화를 볼 때.

상준은 현아가 영화에 의외로 많은 흥미를 보였기에 장르에 따른 반응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 스릴러 영화: 상준의 기대와 달리 의외로 심드렁했으며, 살인마가 피해자를 추격하는 장면에선 아예 고증이 엉망이라며 웃기까지 한다. 가령 목을 나이프로 자르면 목뼈에 걸리기에 영화처럼 깔끔하게 잘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던가. 가끔 이렇게 잔혹한 경험담을 전파하다가 뒤늦게 이미지 관리를 위해 얼버무린다고 한다.
* 판타지 영화: 판타지 영화의 CG를 보고 압도된 듯 매우 신기해한다. 본인 말로는 머리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믿을 수 없다고. 상준은 이것도 옛날 영화니 나가면 4DX를 갈 것을 제안하는데, 현아는 그게 뭔지 몰라 어리둥절한다. 참고로 이후 몰래 영화에 나왔던 주인공의 동작을 따라하다가 딱 걸렸다고.[134]
* 로맨스 영화: 현아는 주인공들이 서로 좋아하는 걸 알고도 사귀지 않는 것에 답답해한다.[135] 이후 주인공이 먼저 떠난 애인을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장면에서, 현아는 저런 스토리는 딱 두 번까지만 써야 보는 사람이 안 지친다며 따진다.
* 공포 영화: 현아는 갑툭튀를 보고 움찔하는 상준을 보고 귀여워한다. 평소엔 더 한 걸 본다는 말과 함께 영화에 크게 집중 안 하는 현아는, 겁먹은 상준을 안아준 뒤 영화를 실황하기 시작한다. 상준은 겁먹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걸 깨닫고, 현아가 예전에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걸 떠올리고 곤란해한다. 이후 현아는 자신이 영원히 손 잡아주겠다며 다독인 뒤, 마지막에 영원히 잡겠다며 얀데레스러운 한 마디를 덧붙인다. 참고로 현아의 평을 반영하면 공포 영화가 그래도 제일 좋았다고.
* 포켓몬 극장판: 현아의 반응이 제일 좋았으며, 옆에서 이상해씨를 열심히 응원했다고 한다.

《06: 이건 전투복이야.》
* 해금 시기/조건: 《사건의 지평 #5》 + 메이드복 스킨 구매
* 시점: 상준이 부상을 입은 《기억의 저편》으로 보인다.
상준이 부상을 입고 나자 현아는 상준을 항상 앞서나가며 경호를 하기 시작한다. 상준이 괜찮다며 만류해도 현아는 애교를 부리며 경호를 이어나가다가, 경호가 필요하지 않다면 자신을 한번 안심시켜보라고 말한다.[136] 현아는 일단 상준의 피지컬은 인정하나, 이쪽 세계는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쳐도 냉정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능력을 측정할 수 있게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한다. 현아가 제안한 측정법은 상준이 병실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걷는 동안, 갑자기 튀어나오는 현아의 기습을 막아내는 것.[137] 상준은 합격 기준도 방향성도 알기 힘든 기묘한 테스트라고 여기고, 솔직히 현아가 놀고싶어서 제안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에 응해주기로 한다.
상준은 복도를 걸으며 여기저기서 현아가 인기척을 내는 걸 목격한다. 이후 현아는 귀신 웃음소리를 내는데, 상준이 겁을 먹으며 주춤하자 뒤에서 튀어나온다. 상준이 뒤를 돌아본 순간,
파일:그세계 현아5.png
메이드복 차림의 현아가 나타난다. 상준은 심장이 순간 위험했으나 곧바로 현아가 나이프를 들고 달려들고, 상준은 미인계를 쓰는 법이 어딨냐며 따진다. 그리고 누나가 돼서 부끄럽지도 않냐고 지적하지만, 현아가 그래서 싫냐고 묻자 부정한다. 이후 상준은 나이프를 든 현아의 손을 막아내며 힘겨루기를 하는데, 그 와중에 왜 하필 메이드복이냐고 묻는다. 이에 현아는 상준이 좋아할 거 같아서 선택했다고 답한다. 이에 상준은 얕은 수라고 생각하나 통하지 않는다고는 말 못한다.
상준은 현아의 힘이 여전히 상상 이상이지만 묘하게 평소보다 약하다고 여긴다. 현아가 자신이 예쁘냐고 묻는 질문에 긍정하고, 현아는 웃으면서 나이프를 바닥에 던진다. 그리고 상준은 그런 현아를 껴안는데, 그 순간 현아가 치마 안쪽에서 다른 나이프를 꺼내 기습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준에게 막혀버리고 시무룩해한다. 상준 말로는 펑퍼짐한 옷을 입었을 때부터 의심했다고.
현아는 어떻게 자기를 의심할 수 있냐며 힘겨루기를 다시 하는데, 그냥 한번 찔려 주는게 그리 어렵냐고 따진다. 상준은 냉정하게 대처하라 하지 않았냐며 지지 않는데, 현아가 노골적으로 눈물이 섞인 애교 및 유혹을[138] 부리자 당하고 만다.
어찌어찌 해서 현아의 경호는 계속되기로 했으나, 현아는 게임이 끝나고 현타가 온 건지 급격이 얌전해져 있었다. 본인 말로는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수단과 방법을 안 가렸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부끄럽다고. 이에 상준은 엄청난 승부욕을 지닌 현아가 현실로 돌아가서 게임을 시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한다.
참고로 게임이 끝났음에도 현아는 메이드복을 벗지 않았다. 그 이유는 상준이 예쁘다고 말한 것이 기분이 좋아서라고. 그 말에 상준은 자신만이 이 세계에서 현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기쁘다고 생각한다.

《07: 이런 이벤트는 아직 이른 관계.》
* 해금 시기/조건: 《사건의 지평 #5》 + 서큐버스 스킨 구매
* 시점: 상준이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농땡이를 피우던 《기억의 저편 #3》 ~ 《기억의 저편 #6》으로 보인다.
현아가 상준의 부상을 핑계로 탈출을 미루자, 상준은 한번 탈출을 재촉해본다. 현아는 투정부리면서 더 미루자고 답하는데, 상준이 무슨 사정이 있냐고 묻자 할 말이 없진 않다고 중얼거린다. 상준은 저번에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서로 쌓아두지 말자는 약속을 했으니, 말해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상준의 방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갑자기 자기 방으로 가는 건 물론 현아가 자기 먼저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까지 하자, 상준은 더욱 어리둥절한다. 그래도 현아가 뭔가를 결심한 표정을 짓자 받아들인다.
상준이 현아를 먼저 들여보내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현아의 부름에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아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입장한다. 그런데
[후방 주의]
파일:그세계 현아6.png
그곳엔 서큐버스 차림의 현아가 있었다. 현아는 부끄러움과 도발이 반반 섞인 웃음을 보이며 이래도 쉬지 않을 거냐고 유혹하고, 상준은 곧바로 꼬리를 내려 쉬겠다고 한 뒤 현아 옆에 앉는다. 현아는 부끄러웠는지 자기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칭찬해달라고 부탁하고, 상준이 폭풍 칭찬을 한 뒤 사랑한다는 말까지 하자 웃는다.
이후 현아가 상준의 귀를 깨물며 유혹을 하기 시작하자 상준은 이참에 현아를 그대로 눕히려 한다. 그런데 현아는 당황하더니, 배게를 끌어와 상준을 가로막는다. 현아는 도발적인 복장을 입긴 했지만 사실 연애 진도를 뺄 생각은 아니었으며, 원래는 이 이벤트는 나중에 보여주려던 건데 조급한 심정에 먼저 선보였다고 허둥거리며 해명한다. 상준은 대강 예상하고 있었기에 마음을 진정하고 현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현아는 다시 진정한 뒤 물리 치료를 해주겠다며 어깨를 눌러준다. 상준은 현아가 초창기처럼 자기가 흐름을 주도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어울리기로 한다. 현아는 어깨를 주물러주며 이런저런 말들을 속삭이다가, 역으로 상준 쪽이 조급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 그리고 자신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상준을 기다릴 거라며 웃는다. 그런데 부끄러웠는지 또다시 얀데레스러운 호러 분위기를 내기 시작하고, 상준이 정곡을 찌르자 현아는 쑥스러워한다.
그래도 상준은 서로가 휴식이 부족한 게 맞다고 말한 뒤, 지금만큼은 다 잊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둘은 이불 속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는다.
이후 폐허가 된 병원 옥상이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현아와의 스토리는 완전히 끝이 난다.

3.2. 후속작에서

랜덤채팅의 그녀에서 등장한다. 미연시 모드의 성아 루트에서 편수희와 함께 처녀 귀신으로 등장하는데, 우물에서 귀신으로 나온다. 주인공 말로는 사연 많은 처녀귀신 같다고.[139]

4. 캐릭터 송

파일:그세계 브금.png
제목 <colcolor=black,white> 회운몽[140]
보컬 정혜원[141]
작곡 YUNI
작사 지나가던개
기타 이용우, 박형원, 유경환, 강석권
가사
[ 가사 펼치기 · 접기 ]
저 너머 구름 속에 물들어
아무도 모르는 메아리가

수면 아래 닿지 못할 뒷모습이
빗방울에 흐려져가 (손을 내밀어도)

흘러 내려갈 뿐 (닿지 못해) 돌아보지 않아
세상엔 우리 둘 뿐인데 넌 왜 내 말이 들리지 않니?

저 너머 구름속에 물들어 (고요하게)
아무도 모르는 메아리가 (아련하게)

언젠가 사라질 세상 끝에서 (따스하게)
안아 줄 그날까지 (울려라)

구름 너머의 하늘을 (하늘을)
회색 저편의 세상을 (세상을)

홀로 그리며 노래해 너에게로

눈을 뜨고 새벽이 쫓겨나면
꿈은 끝나고 넌 곁에 없어 (회색빛 세상을)

헤매고 다녔어 (수면 아래) 그저 그리워서
미안해 내가 손 뻗으면 다시 한 번만 잡아 주겠니

구름 저 너머의 세상은 무슨 색?

저 멀리 회색 하늘 지나서 (날아올라)
메아리 소리로 물들이며

영원할 순 없단 걸 알고 있어도 (함께해)
추억이 될 그날까지 (울려라)

구름 너머의 하늘을 (하늘을)
회색 저 편의 세상을 (세상을)

홀로 그리며 노래해 너에게로 (너에게로)

구름 너머의 하늘을 (하늘을)
회색 저 편의 새상을 (세상을)

홀로 그리며 노래해
함께 그리며 노래해 (이제는)

너와 함께

5. 기타

  • 모티브는 원작 무인세계의 주인공 서현아로, 기본 컨셉부터 '원작의 현아가 성장한 모습'으로 잡았다고 한다. 다만 현아의 캐릭터성은 우비 쪽이 더 계승하였고, 현아는 원작과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그나마 생머리와 저고리가 유지된 점과, 절망적인 심정으로 이세계에 도달한 점이 유사하다.

  • 메인히로인이지만 유리에 비해 인기 면에서 밀리고 있다. 이는 현아와의 사랑이라는 스토리는 사실상 4일차에서 이루어지고, 그 이후에는 우비나 유리로부터 더욱 많은 단서를 얻게되는 스토리 전개상 현아와의 이야기는 러브라인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현아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노골적으로 암시되는데, 그 와중에 스토리 진행은 커녕 같은 패턴의 러브씬이 반복되어 현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저들의 피곤함을 유발한다. 그것도 두 번이나 질질 시간을 끌며, 현아가 시간을 끄는 동안 유리는 몰입감 높은 전개를 보여주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구마 전개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최후반부의 전개도 작가의 전작 히로인과 많이 유사하다 보니 골수팬들은 뻔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

  • 파일:그녀의 세계.png


    본작의 아이콘은 최후반부 현아의 탈출 CG를 채용했는데, 하필 이 장면에서 작붕이 일어났다 보니 거슬린다는 반응이 많다. 결국 참다 못한 한 유저가 입의 위치를 살짝 수정했고, 유저들은 훨씬 낫다는 반응. 다행히도 스팀 타이틀은 호평받았던 키 비주얼을 채택했다.

  • 현아의 세계 무대가 병원인 이유는 작가가 말하길, 병원은 다친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입원하는 동안 답답함과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 술을 먹어본 경험이 아예 없어서인지 술에 매우 약하다. 맥주 한 캔만 마셔도 취해서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 현아의 목소리를 담당한 이은조 성우는 처음 현아를 봤을 때 나른한 인상의 미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후반부 현아의 과거와 함께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에선, 초반의 이미지를 살려 절제된 톤을 고수할지, 감정이 복받쳐오르는 톤으로 바꿀지 고민했다고. 결국 후자를 선택했고, 현아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되어 연기를 하면서도 현아가 행복해지길 바랐다고 한다.[142]

  • 지나가던개는 담당 성우를 보자마자 현아의 인상이 확 느껴졌다고 한다. 본래 성우가 담당 배역의 분위기를 가지려면 그 배역을 오래 맡아야 하는데, 이은조 성우는 예외로 보자마자 현아의 분위기가 살았다고. 이는 녹음 당시 성우가 현아처럼 허리까지 오는 장발이었던 점도 한몫한 듯.

  • 현아의 격투 실력은 아마 상준을 관음하면서 배운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끌려왔음에도 투기 종목 경험이 있는 듯한 움직임을 선보였다고 하니, 현아가 가장 오래 관찰하고 동시에 투기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는 상준을 참고용으로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평생 매점 음식들로만 끼니를 때운 나머지 바깥 세계의 음식을 먹는 걸 매우 좋아한다. 상준이 만들어준 치킨을 맛보고 눈물까지 흘리며 감탄했으며, 도시락을 받으면 애교로 중무장한 채로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아예 도시락을 받을 때마다 사랑한다는 말을 난사한다.

  • 머리카락이 엄청 길어서인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는 버릇이 있으며, 부끄러우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또한 고개를 돌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상준을 친다고. 나중에는 아예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땀을 닦는 모습도 보여준다.

  • 장난을 좋아하지만 분위기에 취하면 가끔 선을 넘는다고 한다. 본인도 장난을 쳐놓고 나중엔 자신이 선을 넘은 거 같아서 숙쓰러워 한다.

  • 평소 일상이 워낙 파란만장하다 보니 스릴러 영화를 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살인 장면의 고증이 엉망이라며 웃을 정도.

  • 이은조 성우가 밝히길 자신은 얀데레 연기를 현아로 처음 했다고 한다.

  • 상준과 반대로 민트초코를 나쁘지 않게 여긴다. 그 이유는 처음 먹어본 커피가 어렸을 때 몰래 마신 민트초코라떼였는데, 그거 때문에 민초를 나름 추억의 맛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 상준의 뺨을 붙잡고 늘어뜨리는 버릇이 있다. 활용도가 다양해서 부끄러워 할 때, 장난칠 때, 걱정할 때, 진정시킬 때 가리지 않고 뺨을 잡는다.

  • 히로인 중 말투가 가장 순하다. 기껏 한다는 욕도 바보가 끝. 이에 상준도 아직도 바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신기해한다.

  • 무언가 실수한 것이 있으면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 수족냉증이 있다. 어지간히 심한지 상준도 종종 놀라는데, 이게 초반에는 유저에게 현아가 귀신이라는 잘못된 추측을 하게 만들 수 있다. 하필 상준도 초반에 현아보고 귀신 아니냐고 묻기도 했으니..

  • 포덕 기질이 있다. 어렸을 때 본 이후로 현재까지 좋아한다는데, 포켓몬 중에선 이상해씨를 제일 좋아한다고 밝혔다.[143] 이유는 눈매와 목소리가 멋져서라고. 그 외에도 원피스명탐정 코난도 즐겨본 것으로 보인다.

5.1. 전작 히로인들과의 유사성

작가의 전작인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의 메인 히로인 수아많이 유사한 캐릭터다.
*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으나 남주는 현재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 여주는 남주가 자각하기 이전부터 좋아했다.
* 수아와 세은은 수아가 어렸을 적에 만났으며, 세은이 자신을 보살펴주자 수아는 잡아먹고 싶어했던 감정도 누르고 본격적으로 세은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사정상 세은을 잡아먹을 수밖에 없었고, 수아는 아득한 시간을 들여 간신히 세은을 부활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세은은 부활한 순간 수아와의 추억을 잊어버려 과거의 인연을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 어린 시절 현아는 멸망한 세계에 진입하기 직전, 같이 진입할 뻔한 상준을 밀쳐 구해준 것으로 첫 인연을 가졌다. 따라서 멸망한 세계에는 현아 홀로 진입하게 되었으며, 그 뒤로 현아는 멸망한 세계에 구현되는 상준의 내면을 보며 본격적으로 그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물론 현아의 일방적인 감시였기에 상준은 10년 뒤 다시 만나기 전까지 현아를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 남주를 실시간으로 감시한 전적이 있다.
* 수아는 분신들을 비롯한 요술로 세은을 감시하고 다닌다.
* 현아는 상준이 잘 때마다 구현되는 상준의 내면세계를 보고 자랐다.

* 뛰어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 수아는 세계관 전체에선 불명이나, 작중 주조연 중에선 가장 강력하다. 수아보다 명백히 위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 한 명도 없기 때문.
* 현아는 격투기에 몸담은 근육질 성인 남성인 상준에 버금가는 격투 실력을 지녔으며, 이로 인해 괴물이 달려들어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 자신의 외모 관련해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 수아는 예쁘다는 소리를 질릴 정도로 들었다고 언급한다.
* 현아는 자신이 너무 예뻐서 상준이 행복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자주 한다.

* 장난기 많은 성격이라 남주를 유혹하는 장난을 자주 친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잘 타기도 해서 본인이 당하면 어쩔 줄 몰라한다.
* 수아는 여우답게 섹드립을 비롯한 온갖 장난을 치나, 수아에 적응한 세은이 역으로 적극적으로 들이대면 크게 부끄러워한다.
* 현아 역시 수아 수준의 노골적인 섹드립은 안 치더라도 장난기 많은 성격이며, 상준이 애정 표현을 깊게 하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 자신의 정신을 분열해 독립된 인물을 만들었으며, 이들과 갈등을 겪는다.
* 수아는 자신의 성격 중 일부를 잘라내 분신을 만들 수 있는데, 가장 추악하다고 여긴 마음인 '세은을 잡아먹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라내 분신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분신은 클라이막스에서 수아의 힘을 빼앗아버리며, 그대로 세은을 잡아먹으려 하다가 제압된다.
* 멸망한 세계는 잊힌 기억들이 구현되는 세계로, 현아는 트라우마로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으려 노력한다. 그 결과 우비가 생겨났으며, 우비는 자신을 떠올려주지 않는 현아와 갈등을 겪는다.

* 히로인 중 서비스신이 가장 많다.
* 수아는 미미르와 더불어 복장의 수위가 가장 높으며, 미미르와 달리 몸매가 부각되는 서비스신이 두 개나 존재한다.
* 현아 역시 남은 히로인 둘이 미성년자라 그런지 혼자서 서비스신을 대부분 도맡는다.

* 부모에게 버려져 홀로 남게 된 과거가 있다.
* 수아는 어린 시절 너무 약했던 나머지, 가문에 오랬동안 무시받으며 자랐다. 결국 가문이 이사를 갈 때 필요없다고 판단되어 버려지게 되었다.
* 현아는 엄마가 사이비에 빠진 탓에 심한 학대를 겪게 되었고, 엄마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결국 식칼로 상해를 입히고 만다. 이후 도망가버린 엄마는 다시는 현아에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현아는 그렇게 홀로 남게 되었다.

* 초조하거나 말을 얼버무릴 때 팔짱을 끼는 등 애정 표현을 한다.
* 수아는 말을 얼버무릴 때 최면을 걸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때는 애정 표현으로 대체한다. 예를 하나 들자면 당기화 초반에 가문에서 버려질 때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무슨 일이냐는 세은의 질문을 흘려넘기기 위해 팔짱을 꼈다.
* 현아 역시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얼굴을 매우 가까이 들이대거나, 상준의 뺨을 붙잡고 당기는 버릇이 있다.

* 주도면밀한 것과 별개로 사회성이 떨어진다.
* 수아는 혼자서 세은을 위해 희생할 계획을 세우고, 세은이 눈치채기는 커녕 오히려 오해를 하도록 유도하는 등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 다만 세은 말고는 다른 인연이 없었고, 세은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보니 다른 인물들에겐 관심이 없다시피 했다. 나중에 미미르 및 아린의 관계가 진전되자 세은은 수아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 현아는 상준에게 대다수의 계획을 간파당하긴 했으나 초반에는 상준을 거의 의도대로 조종했고, 상준을 살리기 위해 연기까지 해가며 세계의 눈을 속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사이비와 이세계로 사회랑 너무 오래 격리되었던 탓에, 사람 면전에 나이프를 들이대는 등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술술 꿰고 있지만 고의적으로 남주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 수아는 세은에게 자신의 수명을 모두 넘겨줄 계획을 세웠으며, 이를 말했다간 세은이 수명 받기를 거부하거나 대신 희생할 여지가 있었기에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 아예 세은이 과거의 기억을 찾는 걸 방해할 정도.
* 현아는 자신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상준이 자신 때문에 의무적으로 계속 멸망한 세계에 방문하는 상황을 두려워 했다.[144] 때문에 자신과 함께 탈출하는 척하며 상준을 영원히 현실 세계로 돌려보내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기억을 지울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상준 몰래 진행해야 하는 계획이었기에 현아는 세계와 자신에 대한 정보들을 고의로 숨겼다.

* 남주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얀데레 끼를 발산하기도 한다. 특히 남주가 다친 걸 보면 과할 정도로 걱정한다.
* 수아에게 있어 세은은 버려져 홀로 남은 자신을 보살펴주고 강하게 만들어준 은인이기에, 수아는 세은을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세은에게 들이대는 걸 용납하지 못하며, 세은을 건드린 인물에겐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뒤끝도 오래 남는다.
* 현아는 오랜 시간 상준의 내면세계만을 보며 자라왔으며, 하필 상준의 성격이 완전 취향이었던 덕에 천생연분으로 여기게 된다.[145] 상준을 처음 만났을 땐 속으로 매우 기뻐했으며, 당시에는 상준이 재방문하지 않고 영영 떠날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상준의 손목을 잘라 평생 간직할 생각을 했다. 결국 죽도록 고민한 끝에 자제심을 최대한 발휘하여 상준을 떠나보냈다.

* 가장 비슷한 부분으로, 마지막에 자신이 악역인 거마냥 속여 남주를 위해 희생하지만 남주가 모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최종적으로는 둘 다 해피 엔딩을 맞는다.
* 전술했듯 수아는 자신이 수명을 세은에게 바칠 거라는 걸 숨겼고, 대신 자신이 세은을 잡아먹을 거라고 속인다. 결국 수아는 수명을 모두 넘겨주고 저승으로 끌려가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세은은 미미르와 아린의 도움을 받아 단숨에 저승으로 향한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여우 구슬로 자신이 받은 수명을 수아와 반반 나눠가지며 해피 엔딩을 맞는다.
* 현아는 상준을 홀로 돌려보낼 계획이었으나 상준에게 간파당함으로서 실패하고 만다. 그 때 눈은 상준을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해 본격적으로 상준을 노리기 시작하고, 현아는 눈을 피해 상준을 현실 세계로 빠르게 돌려보낼 필요가 있었다. 결국 병원을 부수고 상준을 영원히 가두려는 얀데레를 연기하여 그를 출구 쪽으로 유인하나, 이마저도 상준은 간파해버린다. 이후 상준은 현아를 탈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최종적으로는 둘 다 탈출에 성공한다.

수아뿐만 아니라 방구석에 인어아가씨의 주인공 명아연과도 유사한 구석이 있다. 히로인 중 제일 장신 + 성숙함 + 장발 + 거유 속성을 가지고 있고, 얀데레 속성을 고수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다만 무뚝뚝하고 먼저 들이대는 경우가 없는 명아연과 달리 현아는 적극적인 성격이라는 차이가 있다. 다만 부끄럼쟁이인 것은 둘 다 동일.

[1] 상준이 군필 대학생인 것과, 그런 상준보다는 연하라는 사실을 합하면 저 정도의 나잇대로 추측된다. 다만 상준이 N수를 해서 대학을 갔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확실하지는 않다.[2] 언제는 자는 척하며 상준을 놀래키는, 우비나 할 법한 장난을 친 적도 있다.[3] 참고로 상준이 오글거리는 작별을 왜 했냐고 따지자 본인도 부끄러워했다.[4] 현아의 실제 나이를 생각하면 화낼 만도 하다.[5] 그냥 아프다 수준이 아니라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부서져 전신에서 핏물이 흐르는 수준이라고 한다.[6] 해당 파트에서 현아가 내뱉은 말들이 전부 진실은 아니었지만, 첫째 날에 현아가 유독 상준의 손목을 주물댔던 걸 보면 이 말은 진심으로 보인다.[7] 그래도 서브 스토리에서 순수 힘싸움을 벌일 땐 현아 쪽이 낑낑대는 걸로 보아 상준보다는 약한 듯.[8] 상준도 현아가 연기를 하면 노골적으로 톤이 바뀐다고 여긴다.[9] 대학생이라고만 말하지 정확한 나이는 상준도 나오지 않는다.[10] 상준은 대학생인 자기보다 훨씬 많으면 30대 아니냐고 의심한다.[11] 이전에 상준이 먼저 앞서서 문을 연 것도, 과거 여친이 먼저 문을 안 열어줬다는 이유로 헤어지자고 통보했기 때문이었다.[12] 다만 VIP 입원실은 이 건물이 맞다고 덧붙인다.[13] 유리 조각을 뽑은 자리에서 피가 나오는데 현아는 그걸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14] 상준 말로는 보통 화가 난 걸 숨기려면 입은 웃고 눈만 그대로인데, 현아는 반대로 눈은 웃는데 입이 굳었다고 한다.[15] 참고로 나이프를 빙빙 돌리며 난동 부리는 사람들을 처리하는 게 귀찮다고 말한다.[16] 상준은 여기서 자긴 트럭에 치인 적 없다고 딴죽을 걸자 현아는 뉘앙스로 이해하라고 말한다.[17] 그 와중에 자신과 상준을 제외한 주변 배경은 모조리 검은 배경으로 찍혔다.[18] 그 와중에 찍은 사진은 SNS에 올려서 커플 사진 찍은 것처럼 자랑하라고 자신감 있게 말한다.[19] 그런데 음식은 애들이 좋아할 과자나 통조림 밖에 없다고 덧붙인다.[20] 여기서 상준은 군대에 갇히는 것도 힘들었는데 폐허에서 훨씬 오래 갇히는 건 더 참혹하다고 생각한다.[21] 이걸 말하자마자 멀리 있던 거대한 짐승이 자신을 쳐다본 듯한 기분을 느낀다.[22] 종이 하단에 낙서를 그린 이유는 서브 스토리에서 설명된다. 현아 서브 스토리 《01: 너도?》참고.[23] 이 에피소드 이후 실제로 빛 덩어리 하나가 인벤토리에 들어온다.[24] 상준은 지난번 작별 멘트도 그렇고 현아가 묘하게 중2병스러운 명칭과 대사를 즐겨쓰는 것을 느낀다.[25] 자신은 비 오는 세계의 파편만 주울 수 있으니 병원 세계의 파편은 못 줍는다는 말.[26] 하지만 그 인성머리를 떠올리고 확실히 정신이 아파 보이긴 했다고 생각한다..[27] 귀신을 두려워 한 이유는 단순히 안 때려지기 때문.[28] 이 말을 들은 상준은 그게 결국 귀신 아니냐면서 기겁하는데, 현아는 귀신은 어쨋든 아니라며 얼버무린다.[29] 그 와중에 현아의 악력이 왠만한 남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30] 상준은 예시로 민트초코 -> 치약을 든다.[31] 머리 괴물이 하늘의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사라지는 가짜 문이 어디로 연결되는지.[32] 너무 긴장한 나머지 깨문 손에선 피맛이 났다고.[33] 원래 이 시간에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인다.[34] 병원 옥상에서 볼 땐 엄청 멀어보였지만 실제로 걸어보니 금방 도착했다고. 상준은 마치 거리감각이 상실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35] 현아의 부탁을 듣고 발을 뺄 수 있겠냐는 말.[36] 꿈 속에서의 기억이 어렴풋하게나마 남은 것이다.[37] 상준은 몰래 가져왔으나 아까 자기가 우산'도' 챙기냐고 물은 탓에 들켜버렸다.[38] 상준은 자기가 열려 했을 땐 꿈쩍도 안 한 문이 우비가 건드리자 곧바로 열리는 걸 보고 이상해한다.[39] 다시 물은 이유는 아까 피 묻은 발이 현아의 목소리를 흉내내서 의심이 가득한 상태기 때문.[40] 참고로 상준이 등에 가진 가장 큰 흉터는 손바닥으로 밀친 듯한 화상자국 두 개였다. 묘하게 프롤로그에서 우비가 밀친 것이 연상되는 부분.[41] 여기서 상준은 멘탈은 깨졌지만 체력은 아직 남았다고 한다.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체력이 남는 걸 보면 정말 괴물같은 신체력을 지닌듯.[42] 눈치챘겠지만 《우비의 세계 #1》 시점에서 그림자 상준이 본체와 만나 전투하는 장면이다. 이번엔 본체 시점이라는 차이가 있지만.[43] 파편이 하나씩 전달될 때마다 기억이 떠오르는 모양인지 현아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44] 그 와중에 현아는 꽉 안아 주는 걸로 전부 퉁쳐질 줄 알았다며 자신감있게 말한다.[45] 키가 상준보다 작았기에 어깨를 짓누른다. 상준 말로는 체육관 아저씨들보다도 악력이 강하다고.[46] 상준이 늦장 부리다 자신을 다른 여친에게 뺏기면 어쩌냐고 묻자, 현아는 자신보다 외모 및 능력이 뛰어난 여친이 있을 리 없다고 웃는다. 그런데 상준도 반박하지 못한다.[47] 정리하면 현아는 격통을 감내해서 상준에게 상처를 낸 것에 대한 복수를 이룬 것이다.[48] 유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멸망한 세계에서 나가기 싫어하는 상황이다.[49] 브라질리언 킥은 여러모로 높은 난도 때문에 실전에서 활용하려면 많은 연습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그런 킥을 상준의 머리 높이까지 차서 상준도 깜짝 놀란다.[50] 상준은 유리의 요청에 따라 병원에 유리를 데려왔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51] 상준은 우비나 유리와 달리 현아에겐 쇄골 밑에 손을 대고 오래 기다려야 파편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상해한다.[52] 유리에게 상준의 연인은 자신이니 넘보지 말라는, 일종의 도발을 한 셈이다.[53] 참고로 키스를 반사적으로 하는 건 전 여친 때문에 생긴 버릇이라고.[54] 아까 과감한 복장을 한 것도 상준이 안 온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상준이 멋있었다며 칭찬하지만 본인은 네가 멋있다고 말하는 게 다가 아니라며 부끄러워한다.[55] 만약 유리나 우비 때문에 못 돌아가는 상황이 나오면, 최악의 경우 현아가 상준에게 협박이나 살해를 명령할 수도 있다는 얘기.[56] 참고로 상준 본인은 현아가 부탁해도 절대 애를 팰 수 없다고 생각해 대화로 해결하는 걸 납득한다.[57] 자신도 현아의 탈출에 맞춰 연애 진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58] 부끄러워하는 현아를 본 상준은 장난을 치는데, 현아가 요즘 만만하게 취급한다며 귀를 잡아당긴다.[59] 아프다곤 했지만 이전에 현아가 말한 것과 달리 상처가 하나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60] 어린 애라 차마 주먹을 날릴 수는 없었다고.[61] 상준은 수척한 여인의 눈이 단단히 정신 나간 것 같다고 생각한다.[62] 즉 우비가 입고 있던 비옷의 붉은색은 피로 물들어 생긴 것이었다.[63] 여기에 만난 적 없다는 건 누구나 그렇다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덧붙인다.[64] 이전에 상준과 꽁냥대면서 거울 쪽을 바라본 것이 유리를 불러내기 위한 도발이었다.[65] 상준은 유리가 현아를 피하는 이유가 현아의 고의적인 연애 도발 때문이라고 지적하려다 관둔다.[66] 상준은 현아가 미묘하게 무서운 눈빛을 한 걸 보고 살짝 쫄아버린다.[67] 이에 상준은 자신의 약점이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현아는 이미 알고 있다고 답한다.[68] 상준이 모든 히로인을 한 번씩 직접 대면하는 첫 에피소드다.[69] 상준을 유리에게 빼앗길 까봐 초조해한 것.[70] 상준은 배려가 미묘하다고 생각한다.[71] 상준이 몇 시 쯤에 열면 안 되냐고 묻자 벌써 열 생각부터 한다며 잔소리한다. 참고로 위험해지는 시기는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72] 상준이 말하길 계획적으로 준비한 거마냥 이불이 무지 컸다고.[73] 상준은 근육이 바이러스는 왜 못 막는 거냐며 한탄해한다..[74] 상준이 독백하길 본인의 자신감은 근육과 같은 몸 상태에서 솟아나기에 지금처럼 아프면 쫄보가 된다고 한다.[75] 상준은 왜 위험하게 밤에 돌아다니냐고 잔소리, 현아는 새벽에 문 열어주면 안 된다고 잔소리.[76] 머리 스타일이 어지간히 망가졌는지 현아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77] 참고로 일부러 열받게 해서 문을 열게 만든 건 의도였다고 말한다. 상준은 자신을 너무나도 잘 파악한 현아에 대해 살짝 무서워한다.[78] 이 때 부르는 자장가는 본작의 엔딩곡이다.[79] 상준은 지난번에 현아가 준 환자복은 손세탁해서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멸망한 세계의 물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세계 전환이 가능했던 걸로 보아 옷은 현관 밖 앞에 걸어놓았던 것으로 보인다.[80] 가전제품들은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드라이기는 다행히 작동했다고.[81] 여기서 현아는 머리 묶는 포즈도 취하지만, 부가요소의 CG 모음집에는 해당 포즈가 수록돼 있지 않다.[82] 여기서 상준은 반말을 썼다가 허벅지를 가볍게 얻어맞는다.[83] 상준이 이걸 알아낼 수 있었던 우비가 입구를 막기 직전 썼던 붉은 글씨 방의 한계점과, 학교 세계의 한계점도 모조리 막힌 걸 봤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막았다기 보단 그냥 한 번에 전부 막았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웠기 때문.[84] 그렇다고 유리마냥 나가기 싫다는 건 아니었다고 말한다.[85] 여기서 현아는 상준이 입었던 부상 수준이면 진짜 탈출구가 있었어도 쉬게 냅뒀을 거라며 오해하지 말라고 덧붙인다.[86] 이전에 우비가 말했던 대로, 현아는 속내의 모든 부분을 말해주지 않았다.[87] 상준이 유리의 명찰이 달린 시체를 발견하며 유리가 죽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준이 멋대로 학교 세계를 들쑤셨으며,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유리에게 상처가 될 만한 행동을 했다. 이에 분노한 유리는 분노해 학생들로 상준을 내쫓아버리고 절교를 선언했다.[88] 참고로 현아는 옷이 다 안 말랐는지 지난번에 입고 부끄러워서 치웠던 코트 차림을 했다. 과거와 달리 그 차림을 당당히 보여주는 걸 본 상준은 현아가 자신에게 마음을 더 터놓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바로 어제 반나체 차림으로 만났으니 배꼽티 하나 정도는 별 거 아니겠지만..[89] 정확히는 학교 세계에서 막은 것이라 한다. 상준은 거울이 판자로 굳게 닫힌 게 마치 유리의 마음같다고 느낀다.[90] 여기서 현아는 자기가 유혹했던 어제도 야성을 발휘하지 그랬냐며 아쉬워한다..[91] 예전에 머리 괴물과 마주친 거기다.[92] 사실 이 추리는 진작에 했으나 이전까진 증명할 방법이 없어 묵혀두었다고 한다.[93] 멸망한 세계에 두 번째로 들어왔을 때, 현아를 돕겠다고 쉽게 장담했을 때, 우비의 세계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왔을 때, 그리고 지금.[94] 현아가 저번에 자신을 조금이나마 떠올려 줘서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림자 상준의 도움도 있었다고.[95] 상준의 방이 한계점으로 바뀐 것과, 상준의 의사에 관계 없이 자고 일어나면 세계가 전환되었던 것도 눈의 소행이었다.[96] 세 세계가 맞닿은 장소를 찾았기 때문. 이곳은 한계점이 아니기에 현아가 학교 세계를 거쳐 비 오는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97] 상준 말로는 처음엔 요리 실력이 파멸적이었지만 가르쳐 주니 의외로 곧잘 따라했다고 한다.[98] 참고로 유리라는 이름은 맞은편 고등학교의 칼부림 사건 피해자의 것을 도용한 것이지만, 상준은 유리가 그 피해자와 별개의 인물이라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유리라고 부른다. 이유는 유리 외에는 마땅히 부를 만한 이름이 없어서라고.[99] 굳이 형인 이유는 자길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100] 참고로 상준이 현아를 위해 가져온 구형 노트북은 유리에게 뺏기다시피 빌려준 상태라고 한다. 이유는 유리도 노트북 써보고 싶어서라고.[101] 유리는 여기서 지난번을 '권태기 왔을 때'로 비유한다. 상준은 권태기 뜻은 아냐면서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인다.[102] 당연하지만 날이 없는 방향이다.[103] 그 와중에 유리는 '굿 럭 ㅗ'라는 메모를 써서 던져놓았다.[104] 너무나도 소중하게 안자 상준은 이상한 생각도 안 들었다고 한다.[105] 일반적인 승용차 뿐만 아니라 승합차도 한가득 있었다고 한다.[106] 이때부터 우비의 목소리도 학교 세계의 학생들처럼 기괴하게 변조된다.[107]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상황이기에, 현재의 우비가 아니라 전신이 그림자로 이루어진 환영이다.[108] 현아가 잠을 못자 비몽사몽할 때 사용했다. 이에 현아는 아이같은 말버릇을 완전히 고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씁쓸하게 웃는다.[109] 검은 것들이 사람 형상을 띈 것도 이런 이유여서였다.[110] 딱 하나 운동 기구가 지나치게 많은 건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물론 자기 관리가 철저한 건 멋지게 느낀다고 한다.[111] 이제 탈출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 참을 필요가 없다느니, 둘이서 아이를 낳으면 상준이 떠나도 혼자가 아니게 된다느니 등.[112] 초반에 상준이 본 네 발 짐승은 사실 매우 거대한 손이었으며, 현아가 병원 세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이었다. 이곳에 머문 기간이 우비나 유리보다 압도적으로 길어서인지 그 힘이 둘보다 훨씬 강하다. 상준은 예전에 걱정했던 대로 저것과 싸우게 되었다고 생각한다.[113] 눈이 손의 움직임을 잠시 멈췄으나 현아의 포효 한 번으로 모조리 검은 것들이 밀려나버린다.[114] 현아는 상준을 위험해 처하게 한 것도 언급하는데, 상준은 의도가 어쨌든 결과만 보자고 말한다. 현아가 왜 이렇게 친절하냐고 묻자 상준은 그저 현아에게 받은 거라 답한다.[115] 상준은 쇠파이프로 생각한다.[116] 현아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상준을 끌어들인 것도, 눈이 감당할 수 있는 건 한 명 뿐이기 때문이다.[117] 이 과정에서 현아는 공무원의 일 처리 속도에 대한 신뢰를 완벽히 잃었다고 한다.[118] 상준은 약속과 달리 혼자 갔냐고 묻는데, 현아는 일이 좀 있었다며 미안하게 웃는다.[119] 작중에선 누나가 아니었다고만 서술되어 연하인지, 동갑인지 불명이었으나, 작가 본인이 연하가 맞다고 확정지었다.[120] 현아가 상준의 손을 잡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상준은 카페가 선불이라 다행으로 생각한다.[121] 상준은 취향이 보인다고 답한다.[122] 무슨 포켓몬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123] 그런데 상준 말로는 그렇게 최근에 나온 포켓몬은 아니라고 한다. 이에 현아가 생각보다 아주 오래 갇혔다는 걸 실감한다.[124] 이런 식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거라며 차분한 척한다.[125] 참고로 본작이 발매되고 한 달 뒤 한지우포켓몬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켓몬 마스터우승 이후 방영된 최종장에서도 지우가 달성하긴 커녕, 그것이 정녕 무엇인지조차 드러나지 않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다.[126] 참고로 현아가 할 얘기가 있다며 부르자 상준은 깜짝 놀란다. 그 이유는 전 여친과 있었던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에 상준은 아직도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자신이 싫어진다고 느낀다.[127] 현아 말로는 자기가 어릴 때 몰래 먹어본 커피가 이거라, 자기 입장에선 나름 추억의 맛이라고.[128] 《유리의 세계 #5》에서 침대 위에서 애정 표현을 하다가, 상준의 자제력으로 연애 진도를 멈춘 것.[129] 이 때 현아의 얼굴은 여유로운 미소였으나 말끝은 살짝 떨렸다고 한다.[130] 그 와중에 정말로 예시가 맞냐고 재차 확인한다.[131] 사람 형태인 기존과 달리 이 녀석들은 슬라임 형태다.[132] 현아는 맨손이었음에도 아파하는 기색이 없었기에 상준은 아마 작아서 무는 힘이 약한 것으로 생각한다.[133] 지금 검은 것들은 교감이 아니라 반감을 느끼는 거 같다고..[134] 상준은 대강 예상을 했다고 한다.[135] 상준은 시작부터 우리가 할 소리가 아닌 말부터 한다고 생각한다.[136] 상준은 순간 의미를 오해해 안아주고 현아도 잠깐 좋아한다.[137] 나이프는 연습용 나이프라고 한다.[138] 아예 상준을 도련님이라고 칭한다.[139] 참고로 수희는 편의점에서 한 맺혀 죽은 귀신같다고 말했다..[140] 灰雲夢, 잿빛 구름 속의 꿈으로, 현아의 세계를 의미한다.[141] 같은 회사의 명아연, 필리아 살리스, 박하민을 맡았다. 정작 본작에서는 보컬 이외 미등장.[142] "이쯤되면 현아도 행복해져야 되지 않나?"라는 심정을 가졌다고 한다.[143] 포켓몬 극장판을 볼 때도 이상해씨를 열심히 응원하면서 봤다.[144]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준은 현아에 대한 연애 감정이 식을 수 있는데, 상준 성격상 현아를 위해 싫은 감정을 억누르고 계속 방문할 게 뻔했기 때문. 현아는 자신 때문에 상준이 의무감을 갖고 고통받는 미래를 두려워한 것이다.[145] 현아 왈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