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soul food미국 요리의 일종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고유 식문화를 가리키는 단어 중 하나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서는 '전통적으로 미국 남부 흑인들과 관련된 음식'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 상대적으로 유럽과 미국 백인요리와 비교해볼때 주부위가 아닌 부산물들을 활용하여 음식을 만드는게 특징이다.
2. 역사
소울 푸드의 근원은 아프리카 요리, 그 중에서도 서아프리카의 식문화이다. 서아프리카에서 취식하던 작물들이 15세기 이후 대서양 노예 무역을 통해서 미국 대륙으로 전파되었고, 이런 음식들은 흑인 노예들의 주식으로 자리잡았다. 참고로 이렇게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은 남부의 백인들과 혼혈을 이루어 크리올을 형성하였고, 이들의 식문화는 케이준으로 대표되는 아카디안들의 식문화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식문화와도 결합하면서 남부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하였다.19세기 무렵 목화산업이 미국 남부에서 활발히 발달되고 전개되자 아프리카 흑인들의 수입이 미국 내에서 성행을 하였다. 이때 당시의 흑인 노예들의 노동량은 상상을 초월했는데 아침부터 일어나 점심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점심을 먹은뒤 밤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했다. 이런 노동상황과 환경 때문에 고칼로리와 고단백의 음식이 필요했는데 지금 현대인들이 알고 있는 소울 푸드와 19세기 당시의 소울 푸드는 재료와 형태가 많이 달랐다.
당시 그들이 먹었던 음식의 일반적인 형태다. 흔히, 후라이드 치킨으로 알려진 노예들의 주 음식은 일상적으로는 먹기가 힘들었고 주로 옥수수빵이나 채소를 볶고 삶은 요리들을 먹었다. 이런 류의 음식들은 흑인 노예들의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으로 자리잡아 오늘날 소울 푸드의 뿌리가 된다.
이렇게 미국 남부에서 형성된 미국 흑인들의 식문화는 20세기 초반에서 중반에 걸쳐 흑인들이 북부로 대거 이주한 흑인 대이동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흑인 노예들의 요리 문화는 노예 해방 이전까지 오로지 구전을 통해서만 전수되었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흑인 요리 문화를 담은 요리책이 처음 출판되었으나 이들 초기 서적들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유실되었다. 20세기 중반에 재조명을 받으면서 많은 요리책이 출판되었다.
남부 흑인들의 식생활이 '소울 푸드'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은 1960년대이다. 이 시기 미국 흑인들의 문화에 'soul'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유행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울 음악' 등이 있다.
3. 대표 음식
코난 오브라이언 쇼에 나온 전형적인 소울 푸드. 주로 고기나 생선류를 튀겨서 그레이비 소스를 끼얹은 후, 거의 꽃병 수준으로 큰 컵에 달디단 음료[1]를 담아 곁들이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만 코미디 클립이므로 과장된 측면도 있으니, 그냥 이런 이미지가 있구나 정도로 보면 된다.[2]
- 남부식 버터 빈스[3]
- 메기 튀김: 미국 미시시피 강줄기를 따라 잡히는 메기들을 반죽에 묻혀서 기름에 튀기는 요리다. 주로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여 먹으며 남부에서는 치즈 토스트보다 흔하게 먹는 요리이다. 기호에 따라 다양한 소스를 얹어먹는다.
- 그릿츠 앤 에그 샌드위치: 남부식 옥수수죽 그릿츠(grits)와 삶은 달걀을 섞고 소금과 후추 등으로 간을 한 후, 토스트빵에 끼워서 샌드위치로 먹는다. 조금 더 든든하게 먹으려면 소시지를 넣기도 한다. 한국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는 에그 샌드위치의 확장판으로 보면 그럭저럭 들어맞는다.
- 콘브레드(옥수수빵): 옥수수를 넣어 달달한 맛이 난다. 남부에서는 바베큐를 먹을 때 콘브레드 혹은 할라피뇨를 넣은 할라피뇨 빵 등을 곁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 피그 피트(돼지 족발): 별다른 간을 하지 않고 기름솥에 넣어 튀긴 후 핫소스나 그레이비 소스를 얹어 먹는다. 맛은 의외로 괜찮으나 칼로리가 하늘나라로 가는 음식. 삶아 먹거나 절여서 보존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 피그 이어(돼지 귀)
- 콜라드 그린: 시금치 나물. 한국의 시금치와는 달리 둥근 형태를 하고 있으며 쓴맛이 덜하다.
- 옥수수: 흔히 사료옥수수라고 하는 노란색 옥수수를 기름솥에 튀겨서 손에 잡고 먹는다. 위의 피그 피트나 피그 이어와 같이 먹기도 한다.
- 터키 넥(칠면조 목): 우리로 치면 닭모가지 같은 부위인데, 이것도 역시 deep fry로 먹는다.(…) 칠면조가 닭보다는 크기 때문에 먹을 것은 좀 더 많다. 하지만 닭모가지처럼 먹는 사람만 먹는 음식 취급.
- 검보(오크라 수프): 루이지애나의 향토요리. 서아프리카, 프랑스, 텍스-멕스 요리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음식이기도 하다. 동양계 이주민들은 이를 한국식[4] 중국식[5], 일본식[6]으로 또 개조하기도 한다. 서부와 남부에서는 흔히 볼 수 있으나, 북동부나 중서부(Midwest)에서는 조금 생소한 요리다.
- 고구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밤고구마나 호박고구마가 아니라 오렌지색 고구마이며, 얌(yam)이라고 불린다.[7] 한국 고구마에 비해 덜 달고 물렁하기 때문에 달달한 소스를 끼얹어서 먹는 것이 보통이다. 프렌치프라이처럼 튀겨 먹기도 한다.
- 바비큐: 바베큐는 야외에서 조리해서 먹는 요리인데, 원래 이것을 먹어오던 흑인 노예들이 집안에 주방이 없기 때문에 밖에서 요리해 먹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백인들은 집안에 주방이 있으니 집안에서 요리해서 먹었다.
- 허쉬 퍼피: 옥수수전분에 양파와 우유 등을 섞어서 튀긴 요리. 고로케와 맛이 제법 비슷하며, 메기튀김에 곁들여 먹는다.
- 잠발라야: 스페인, 프랑스 등의 영향을 받은 루이지애나식 볶음밥의 일종. 향신료들이 강하게 들어가며 새우, 소세지, 돼지고기등 미국 남부에서 흔히 구하는 재료들을 때려박은뒤 인디카 쌀을 넣어 볶은후 먹는다.
- 프라이드치킨: 한국식 치킨과 맛이 꽤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고.
- 치틀린즈: 돼지 내장 조림.
이외에도 백인들이 주로 먹지 않는 찌꺼기 재료들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거나 구황작물등을 채취를 해 볶아서 먹는 등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기름진 것은 기본이고, 짜거나, 달거나, 달면서 짠 음식이 많기 때문에 칼로리가 높다. 원래 미국 남부 자체가 목화농업으로 인해 목화씨를 짜서 만든 면실유가 흔했던 데다가, 기후가 무더웠기 때문에 음식이 상하기가 쉬웠다. 따라서 착취받던 흑인 노예들은 이 면실유를 활용해 백인이 거져준 찌꺼기 부위나 싸구려 식재료들을 조리해 먹으면서 칼로리가 높고 보존성도 좋은 요리들을 만들어서 체력을 보충했던 것이었다. 이게 비교적 근대까지는 육체노동을 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칼로리가 알아서 소모되는 데다가,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거나 먼 거리를 다닐려면 철도와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대에 들어서 자가용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걸어다니는 경우가 줄었고, 육체노동자들의 비중이 줄고 사무직과 서비스 직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비만율이 높아지는 문제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대 미국 흑인들 중에서도 소울 푸드를 멀리하거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4. 의미 변용
이런 '소울 푸드'라는 말이 한국어에서는 '소울'이란 단어의 뜻 때문인지 '영혼을 흔들만큼 인상적이며 어릴 때의 추억이나 삶의 애환 등을 훑는 음식'을 뜻하는 말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의미가 바뀐 것을 두고 '콩글리시'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영미권에서 'soul food'를 이런 뜻으로 썼다가 이상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어의 'soul food'에는 '추억이 담긴 음식'이라는 뜻은 없다. 권위 있는 사전들에 비해 비교적 신조어에 개방적인 위키낱말사전을 보아도 이런 뜻은 없고, '미국 남부 흑인 전통음식', '영적인 지탱'(즉 종교적인 의미)이라는 두 가지 뜻만 있을 뿐이다. # 이러한 음식을 지칭하려면 comfort food라고 해야 한다.
그런 실수를 범한 사례가 있다.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에서는 미국이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울푸드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Korean Soul Food' 라는 광고판을 푸드트럭 위에 붙이는 실수를 범했다. 얼핏 보면 "한국식 흑인 요리"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미국은 소울푸드의 원조국가이고, 영어를 사용한다. 현대 흑인들 중 상당수가 문화적 전유에 대해서 상당히 방어적인 자세를 가지고 침범 당했다고 느꼈을 경우 생각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4.1. 의미 변용이 일어난 과정
뉴스 검색을 통해 판단하자면, '소울푸드'(솔푸드)라는 말이 처음 쓰인 기사는 2001년 2월 5일자 한국일보의 <SK흑기사 하니발 나가신다>라는 기사이다. 여기서 흑인 선수 하니발이 흑인 전통 음식 소울 푸드를 맛볼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하니발 선수에게는 돼지곱창, 옥수수와 고구마 요리 등이 한국인의 된장찌개나 김치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설명한다.그로부터 3년 후인 2004년 11월 9일자 국민일보의 <소울푸드>라는 기사에서는 흑인 음식을 소개하면서, 흑인에게는 돼지곱창, 옥수수빵 등이 소울 푸드이듯 한국인에게는 동치미, 고구마, 된장찌개가 '영혼의 음식'이 아니겠냐는 의미 확장을 처음 시도했다.
그 후로는 '소울 푸드'를 '추억의 음식', '마음을 움직이는 음식' 정도의 의미로 쓰는 용례가 많이 늘어났다.
즉 '소울 푸드'→'노예제 시대 흑인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삶의 애환이 담긴 음식, 영혼이 담긴 음식'처럼 의미가 확장되어 온 것이다.
참고로 '소울푸드'를 이런 의미로 쓰는 건 한국의 옆나라 일본도 다르지 않다. 위 유튜브 영상의 썸네일로도 드러나듯이 아베 신조가 아무리 봐도 위 문단의 소울푸드처럼 보이지 않는 음식을 들고 대놓고 "ソウルフード"라 칭한다.
5. 기타
- 소울 푸드라는 이름의 1997년 영화도 있다. 서로간에 갈등이 쌓였던 미국 흑인 가정이 집안의 할머니가 임종 직전 만든 소울 푸드로 화해를 이룬다는 내용. 흑인 애니메이션 분덕스에서는 이 영화를 비판하면서 기름지고 칼로리가 지나치게 많은 소울 푸드 때문에 가족들이 건강이 악화되어 쓰러지는 내용으로 패러디한 적이 있다.#
- 2021년 넷플릭스에서 '하이 온 더 호그'라는 이름으로 미국 흑인음식에 대한 4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소울 푸드의 기원인 서아프리카와 미국 건국 시기의 흑인 음식,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여러 지역들을 다루었다.
[1] 콜라, 쿨에이드 같은 노골적으로 달고 시원한 것을 마신다. 이 때문에 쿨에이드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소재로 쓰인다.[2] 중간에 코난이 음식을 시켜 놓고도 한동안 음식이 오지 않아 기다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미국에 사는 비백인들이 가끔 경험하는 소극적 인종차별을 풍자한 것이다.[3] 버터 빈스 자체는 어린 리마콩을 부르는 말이고 남부식 요리법은 냄비에 버터빈스, 베이컨, 소금, 후추, 설탕, 버터 등을 넣고 푹 끓여서 밑의 요리들에 곁들여서 먹는다.[4] 김치나 된장이 들어간다,[5] 굴소스를 비롯한 중화풍 소스를 넣으며 면을 섞기도 한다.[6] 라멘 국물을 생각하면 된다,[7]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High on the Hog”에 따르면 원래 서아프리카인들이 마(=얌)를 식재료로 활용해왔는데, 노예무역으로 이주하게 된 미국에서 얌을 구할 수 없자 고구마로 대체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