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넥 주법(bottleneck guitar)은 기타를 연주할 때 금속이나 유리 재질의 슬라이드 바를 손가락에 끼우고 현을 훑듯이 운지하여 독특한 음색을 얻어내는 주법이다. 보틀넥이라는 이름도 많이 통용되나, 보통 하술할 슬라이드 바를 사용하는 주법이기에 슬라이드 주법(slide guitar)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많다. 주로 블루스나 컨트리 뮤직등에서 자주 쓰인다.
일반적인 기타의 지판에는 프렛(음쇠)이라는 금속 재질의 막대기가 일정 간격을 두고 박혀있다. 이 프렛의 역할은 연주자가 기타를 연주할 때 절대적으로 어떤 위치를 운지하든 항상 그 프렛의 위치에 해당되는 12음계 내의 올바른 음들, 우리가 알고 있는 도, 도#, 레, 레#... 라#, 시 같은 음들을 내어주기 위함인데, 만약 이 프렛이 없다면 지판 상에서 절대적으로 정확한 위치를 운지하지 않는 한,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음에서 미세하게 높거나 낮은, 조화롭지 못한, 어쩌면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음이 날 것이다. 이와 동일한 원리로 프렛 없이 제작되는 프렛리스 기타는 지판 위의 절대적으로 정확한 위치를 누른 상태로 연주해야만 올바른 음이 나오며, 조금이라도 잘못된 위치를 운지한 채로 연주하면 아주 듣기 싫은 음이탈 현상이 일어난다. 덕분에 코드 연주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도 익숙해지는 데 오랜 연습을 필요로 한다. 거스리 고반의 프렛리스 기타 시연 예시로, 이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당연히 어마어마한 연습을 필요로 한다.
슬라이드 바는 프렛의 역할을 일시적으로 슬라이드 바가 대신하도록 만드는 원리이다. 그 덕에 일시적으로 프렛으로 정해진 음들이 아닌, 일반적인 12개 음들 (도 부터 시까지) 사이의 무한 개의 가까운 미분음들을 모두 연주할 수 있게 되고, 슬라이드 바 연주에서 들리는 띠요오오옹하는 특유의 소리가 이 미분음 전체를 훑고 지나가면서 상행·하행하는 소리이다. 심지어는 지판을 훌쩍 넘어가는 위치의 더 높은 음들까지 연주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프렛이 박혀있는 일반적인 기타를 일시적으로 프렛리스 기타처럼 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프렛리스 기타와 보틀넥 주법으로 연주하는 기타의 소리를 비교해보면 음색의 차이가 있다. 일반 기타는 금속이나 유리 재질로 된 슬라이드 바를 사용하기에 금속성 소리가 짙으며, 프렛리스 기타는 프렛이 아예 없는 지판 위에서 온전히 현을 운지하는 손가락으로만 음높이를 조절해가며 연주하기에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의 소리가 난다.
보틀넥 주법의 연주법 자체는 디들리 보라는 미국 단일현 악기의 연주법에서 유래되었다. 디들리 보는 줄에 유리나 금속 슬라이드 바를 대고 피치를 변조하는 방식으로 연주되었는데, 이러한 연주 방식이 하와이안 기타(랩스틸 기타)와 레조네이터 기타 등으로 넘어오면서 기타에도 보급되었다. 현재는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기타(스패니쉬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은 (오른손잡이 기타 기준) 왼손으로 줄을 운지하고, 오른손의 손가락이나 피크로 탄현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었지만, 하와이안 기타는 여전히 왼손에 슬라이드 바를 잡고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레조네이터 기타 또한 슬라이드 바의 사용 빈도가 일반적인 스패니쉬 기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보틀넥이라는 명칭은 과거 슬라이드 바로 쓰기 위해 유리병의 목을 잘라 손가락에 끼워 사용했던 점에서 유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병의 목을 잘라내어 슬라이드 바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유리병을 잘라 만든 슬라이드 바로 연주하는 영상. 여기에 착안하여 이러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을 '슬라이드 기타'라고 불리기도 한다. 컨트리 뮤직에 사용되는 레조네이터 기타를 슬라이드 기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또한 같은 주법으로 연주된다.
록 음악 씬에 보틀넥 주법을 도입한 기타리스트로는 브라이언 존스가 거론된다. 물론 훨씬 전부터 로버트 존슨이나 머디 워터스 같은 블루스 아티스트들이 보틀넥 주법을 사용하였다. 다만 밴드음악에서 보틀넥 주법을 도입한 기타리스트가 브라이언 존스인 것이다. 그 외에는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요절한 기타리스트 듀언 올맨 또한 보틀넥 주법으로 매우 유명했으며, 근래에 떠오르는 젊은 기타리스트 중에는 데렉 트럭스 같은 기타리스트가 이 주법으로 유명하다.
프렛이 아닌 손에 끼고 있는 슬라이드 바의 위치에 따라 음정이 변하기 때문에 마치 프렛리스 기타를 연주하는 것 처럼 프렛에 구애받지 않는 여러 미분음들을 연주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으로부터 파생된 자연스러운 슬라이드, 비브라토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연주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여러 특이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 특히 현과 슬라이드 바 사이가 마찰하는 독특한 소리가 가장 대표적이다. 블루스에 보틀넥이 유행한 이유도 이러한 자유로운 음정 변화와 독특한 소리 덕분에 연주를 통해 일반 운지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 표현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
손가락 하나에 슬라이드 바를 끼우고 있어야 하며, 주로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이 많이 쓰인다. 검지손가락에 끼울 경우 앞선 세 손가락보다도 운지가 불편해지기 때문. 때문에 운지 시 해당 손가락을 쓸 수 없는 만큼 속주 표현에 매우 불리하다.
슬라이드 바를 사용하는 중에는 다른 손가락 움직임의 가동 영역도 제한되기 때문에 화음 표현에도 불리해진다. 때문에 테크니컬 플레이에서는 보틀넥 주법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프렛리스 기타, 바이올린처럼 연주자 본인이 프렛의 도움 없이 정확한 음정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상술한 "프렛에 구애받지 않는 여러 미분음"이 뒤섞여 듣기 거북한 소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타 연주법에만 익숙한 사람에게는 보틀넥 주법 연주 자체가 매우 이질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슬라이드 바에 익숙해지려면 따로 연습을 해야 한다.
의외로 블루스, 컨트리 뮤직 밴드들 뿐만 아니라 인디 록 밴드들 사이에서도 많이 쓰였는데, 대표적인 밴드로 소닉 유스가 있다. 이들은 슬라이드 바를 노이즈, 즉 소음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슬라이드 바의 재질로는 유리, 놋쇠, 크롬 도금된 철이 사용되며 음색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슬라이드바가 없을 경우엔 유사품으로 립밤 뚜껑이나 플라스틱 라이터(…) 등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기타의 현고(絃高, Action)가 일정 높이 이상이 되지 않으면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현을 슬라이드 바로 살짝만 눌러도 프렛이나 지판에 닿으면서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 이런 이유로 일반적인 랩 스틸 기타나 레조네이터 기타는 현고가 일반적인 스패니쉬 기타와 비교하여 매우 높게 제작된다. 그래서 현고가 낮은 기타를 슬라이드 바를 사용하여 연주해야 할 때는 너트와 1프렛 사이에 굵은 종이나 쇠막대기같은 걸 끼워서 현고를 일정 높이 이상으로 올리고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1]
주로 일렉트릭 기타, 어쿠스틱 기타 등 스틸 현을 사용하는 기타족 악기들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나, 서로 거의 동일한 구조 및 매커니즘을 공유한다는 발현악기의 특성상, 일단은 이 카테고리에 들기만 한다면 보틀넥 주법을 사용할 수는 있다.
랄프 마치오 주연의 1986년도 영화 크로스로드(Crossroads)의 기타 듀얼 장면에서 랄프 마치오가 연주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물론 연주하는 장면은 순수 연기로, 실제 녹음은 음악가이자 영화 음악 작곡가인 라이 쿠더(Ry Cooder)가 하였다. 여담으로 상대로 출연한 기타리스트는 스티브 바이로, 보틀넥 주법 파트를 제외한 해당 장면의 모든 연주가 스티브 바이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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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 더 록!의 주인공인 고토 히토리가 자신의 기타 튜닝 페그가 망가진 상태에서 사용하였다.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을 연주하며 기타 솔로를 치기 직전에 1번 현이 끊어지고, 불안불안하던 2번 현도 튜닝 페그가 망가져 정상적으로 솔로를 연주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히로이 키쿠리가 무대 위에 던져놨던 사케 병을 이용하여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며 사용되었는데, 창작물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던 보틀넥 주법이 창작물에서 꽤 비중있게 묘사된 사례이다. 원작 만화에서는 대략 한 페이지 정도만으로 비교적 짧게 묘사되었으나, 애니메이션판에서는 훨씬 비중이 높게 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