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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정치현실주의 정치인인 헨리 키신저 (오른쪽)[1] |
1. 개요
Political Realism |
A Conversation on Realism |
현실주의는 국제정치학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이다. 정치현실주의(政治現實主義, Political Realism) 또는 현실주의(現實主義, Realism)는 국제관계 연구에서 이론적 기반으로 설명되는 특정 관점을 의미한다. 세계는 국가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하는 무정부 상태의 리바이어던이며, 냉혹한 정글이고, 국가들은 이상주의자들의 생각대로, 선악 이분법에 따라 정의로운 국가와 사악한 국가가 싸우는 게 아니라, 이해득실에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며, 패권이나 세력권을 추구한다고 본다. 국제법은 정의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패권국이 강요하는 질서이다.[4] 국가를 주요 행위자로 보며, 시민단체와 같은 NGO 조차, 국가의 이익에 따라서 이용된다고 파악한다.
현실주의의 구체적 개념은 1930년대 말과 1940년대 초로 제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해 완성되어 한스 모겐소와 에드워드 핼릿 카에 의해 발전되었다. 이들은 현실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1세대 학자들로 현실주의의 근본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들의 현실주의 이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들간의 자연스런 조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간의 권력투쟁은 국제법, 민주화, 국제 무역 등으로 완화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신념은 위험한 것이다. 전간기의 외교관들 이상주의학파는 그러한 이상주의적 사고에 의지하여 실패했고 현실주의에 대하여 무지했다. 국제연맹이 실패한 것,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히틀러의 유럽 정복 등은 모두 현실주의로 설명이 가능하다. 주권국가 내의 도덕적 진보는 정부와 사회구조를 통하여 실현이 가능하지만 국가 외부의 영역(영토)은 생존의 영역이다. 때문에 도덕적 진보나 이상, 보편적 정의가 통하지 않는다. 세계는 기본적으로 무정부성이 판치는 곳이며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세계는 보편적 정의가 아니라 세력균형을 통해서만 일시적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국제관계는 계속되는 투쟁의 영역이자 안보(생존)를 위한 투쟁의 공간이다." |
논리가 간단하고 강력한 예측력을 갖춘 이론이라 많은 학자들, 특히 미국 쪽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론이다. 자유주의자들은 냉전 종식을 예측하지 못했고 특히 냉전 이후의 사회에 대한 구상이 아예 없었다는 점[6], UN 등의 국제기구와 NATO, ASEAN 같은 지역협력이 이루어지는 현실이 힘의 균형이 변했음에도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NATO의 성립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이라는 강력한 보증인과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졌다고 설명 가능하다는 현실주의자들의 반론이 존재한다.[7]. 또한 21세기 국제정치에서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인 NGO, 언론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자유주의 진영의 반론도 있다. 현실주의는 기본적으로 국제정치의 플레이어를 국가로만 상정하고, 이 국가들은 크기의 차이가 있지만 해당 국가가 생존지향적 면모보다 팽창주의적 면모를 더 선호하여 안보딜레마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상황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모두가 균일한 존재라고 본다. 그래서 케네스 왈츠는 국가를 당구공과 같다고 보았다. 이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것이 폴란드볼이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은 현재 국제정치에서 NGO와 언론의 역할, 여론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국가를 균일한 당구공으로 보기가 어려워졌다며 대표적으로 그린피스의 경우 각국의 환경문제에 개입하였으며 실질적으로 환경법의 제정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고 또 기업의 경우에도 국제정치에 개입하는데, 대표적으로 삼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베트남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를 허용하는 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주의는 이들 플레이어 역시도 국가가 필요에 따라 선택한 것에 불과하며 국가의 필요가 없다면 이들 플레이어 역시 제한적일 뿐이라고 본다.
2. 분파와 정의
국제정치학(International Politics)에 관해선 자유주의, 구성주의, 구조주의, 이상주의 등 여러 메타적 이론이 존재하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치현실주의(Realism/Realpolitik, 現實主義)#이다. 정치현실주의는 파워(힘)를 정치의 본질로 본다. 그리고 그 파워를 기본적인 분석단위로 본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전쟁은 사회의 질병이라고 인식되었으며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이상주의'는 국제기구, 국제규범 등을 중요시한 사상이다. 1차세계대전 이후 우드로 윌슨이 창설한 국제연맹은 바로 정치이상주의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상주의 관련 인물로는 노먼 에인절,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이 꼽힌다. 케인스는 IMF, 세계은행 등의 성립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그 뒤인 1930년대, 국제사회의 운영이 정체되고 침체되자 이상론에 대한 회의론이 퍼졌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부정주의 즉 정치현실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바로 제2차 세계 대전이 터지고 냉전에 다다르게 되자 현실주의는 국제정치학의 중핵으로 떠올랐다. 고전적 현실주의 관련 인물로는 E. H. 카, 한스 모겐소, 헨리 키신저 등이 꼽힌다. 키신저는 정치인으로서 활동하여, 베트남 전쟁의 전개, 미-중의 외교 방향, 남미 민주주의의 붕괴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2.1. 고전적 현실주의
고전적 현실주의 (Classical Realism)한스 모겐소의 사진
1963년, 한스 모겐소(Hans. J. Mrgenthau) |
대표학자로 한스 모겐소가 있다. 모겐소는 기존의 국가를 객체로 예시하고 그 본성을 설명하였다. 모겐소는 국가라는 객체는 미래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한다는 본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여분의 안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국가는 타국보다 더 많은 것을 확보하고 획득하려 한다며 그것을 확보하지 못할 때 질투와 불안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모겐소는 국가라는 객체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빼앗은 것은 금방 잊지만 빼앗긴 것은 절대 잊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했다.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67407&cid=200000000&categoryId=200002643 ##
“국제정치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든 힘을 위한 투쟁은 첫 번째 목표이다” ‘삶의 충동, 번식의 충동 그리고 지배의 충동은 모든 것에 공통하는 것이며’ ‘실제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권력정치는 사회생활과 불가분의 것이다 “모든 정치가들은 국가이익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쟁” |
또한 모겐소는 다음과 같은 현실주의 6원칙을 제시하였다.
1 | 정치란 인간성에 내재해 있는 불변의 객관적인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
2 | 정치적 현실주의의 중심개념은 권력으로 정의된 국가이익의 개념이다. |
3 | 권력으로 정의된 국가이익의 개념은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고 가변적이다. |
4 | 정치적 행위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정하며 도덕적 요구와 성공적인 정치적 행위의 요구 사이에 불가피한 긴장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
5 | 특정국가의 도덕적 열망과 세계를 지배하는 도덕법칙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
6 | 정치적 영역의 자율성을 주장한다. |
모겐소의 이론에 따른 국가별 세가지 정책
순서 | 분류 | 해석 |
첫째 | 국력을 보전하는 정책 | 현상유지 정책(Status Quo) |
둘째 | 국력을 확장하는 정책 | 제국주의 정책(Imperialism) |
셋째 | 국력을 과시하는 정책 | 기득권 과시 정책(Prestige) |
이와는 별개로 현실주의학파는 국가간의 협력을 힘들게 하는 두 가지의 요소를 거론했다.
1 | 타국의 '배신(cheating)'에 대한 우려 |
2 | '상대적인 이득의 성취'에 대한 우려 |
동맹의 영원함은 현실의 자국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실정치 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이 영원히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윤리적인 면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바로 정치이상주의는 이러한 도덕, 윤리, 법 등을 강조한 사상이다. 미국 만능주의의 기반이 되는 이러한 정치이상주의적인 사상은 현실적인 면보다 이상주의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신뢰라는 자본 또한 이상주의적인 외교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대국의 선의와 국제규범에 대한 신뢰를 기본으로 국제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로 정치이상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 측면만 바라본 경우며 평화시기의 연장속에서 유지되는 측면이 강하다. 다만 정치현실주의가 이런 정치적 이상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고, 정치적 이상 그 자체를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서 취급한다. 베트남 전쟁을 종결시킨 요소 가운데 미국 국내의 여론이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현실적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널드 울퍼스 |
아널드 울퍼스, 존 허츠 역시 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학자라 할 수 있다. 울퍼스는 현실주의에 '비극학파'와 '사악학파'가 있다고 주장했다. 울퍼스는 현실주의를 분류하면서 사악학파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춰 국제사회를 설명하려 한다고 보았다. 한편 울퍼스는 "힘의 균형은 혼란만 주는 진부한 개념"이라고 설명하며 균형론의 무용성을 주장했다.
라인홀트 니버의 사진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uhr) |
한편 현실주의학자인 라인홀트 니버는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하며 국제정치를 설명하려 했다.
"인간(국가)은 끊임없이 선망, 질투, 오만, 완고 그리고 탐욕의 충동을 탐닉하는 것
2.2. 신현실주의 (구조적 현실주의)
현실주의는 '국제 체제 안에서' 국가의 행동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 스티븐 월트
신현실주의 (Neorealism)
기존의 고전적 현실주의를 ‘환원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등장한 것이 신현실주의 혹은 구조적 현실주의라 부르는 분파다. 이런 학설이 떠오른 이유는 기존의 현실주의가 나폴레옹 전후 시대의 유럽이나, 비스마르크 체계로 불리는 시기의 19세기 유럽은 잘 설명하는데 반해, 정작 당대 학자들이 살아가는 20세기 냉전의 양극체계는 설명력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유주의 학설의 비판이나 의견을 어느정도 절충할 필요를 학자들은 느끼게 된다. 케네스 월츠는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1979)"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갈등을 중재할 상위 권위자가 없는 무정부상태의 국제체제는 국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지켜야 하는 자구체제(self-help system)이다. 자구체제에서 국가들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권력을 추구하며, 보유한 권력의 정도에 의해 체제 내 자신의 지위와 행동양식이 결정된다. 국제체제의 구조는 물질적 능력의 국제적 배분에 의하여 규정되는데(강대국의 수), 크게 양극체제와 다극체제로 나뉜다. 왈츠에 의하면, 자구체제에서 국가들이 합리적 행위자이며 생존을 추구할 때 세력균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세력균형은 다극체제보다 중요 행위자가 보다 적은 양극체제의 상황에서 더욱 안정적이다. |
고전적 현실주의에서 국가가 추구하는 것을 모든 종류의 힘과 권력이라 주장했다면, 신(新)현실주의에선 '생존'이라 말한다. 생존의 수단으로서 다양한 종류의 힘을 이용할 뿐이며, 힘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또한 전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서 고전에서 주장한 "권력욕"을 비판하며 안보 딜레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 외에도 고전적 현실주의자들은 국제관계의 핵심원동력이 국가들의 욕심이라고 보았다면 구조적 현실주의자들은 무정부주의적인 국제사회의 특성상 분쟁이 터졌을 시 이를 중재해줄 효과적인 기관이 없는 구조가 국가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보다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신현실주의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분기점은 '국가가 권력을 어디까지 추구하느냐'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패권을 쥐는 것이 곧 안정'이라 여기며, 방어적 현실주의에선 '세력균형'으로 여긴다.
2.2.1. 공격적 현실주의
공격적 현실주의 (Offensive Realism)공격적 현실주의자 존 미어샤이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 가정, 국제관계 속에서 국가들은 무정부 상태다. 이는 국가보다 상위의 권위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가정, 국가들은 다른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가진다. 따라서, 국가는 다른 국가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하다. 세 번째 가정, 국가들은 다른 국가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설령 과거나 현재의 의도를 알 수 있더라도, 미래의 의도는 알 수 없다. 네 번째 가정, 국가들은 생존을 추구한다. 국가들은 자신의 주권을 유지하길 원한다. 다섯 번째 가정, 국가들은 전략적으로 국제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동한다. 이상을 통해 세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국가들은 서로를 두려워한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을 가지고 대하며, 전쟁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한다. 두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각 국가는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움직인다. 국가가 위험에 처하면 도와줄 국가보다 상위에 있는 권위체가 없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잠재적 위협이기 때문에 안보차원에서 국가들은 다른 국가를 의존할 수 없다. 즉, 국가는 자조(self-help)적이다. 세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국가들은 자신의 상대 이득(Relative gain)을 극대화하는 걸 추구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군사적으로 유리할수록, 더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국가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패권을 얻는 것이다. 이는 국제구조 내에서 거의 절대적인 생존을 보장한다. |
2.2.2. 방어적 현실주의
방어적 현실주의 (Defensive Realism)국가가 추구하는 권력의 정도를 현상유지적인 수준(status quo)으로 여기며, 그 이상은 낭비라고 한다. 이유는 대략 두가지 정도다.
첫째로, 자국이 강력해질 경우 이에 대항하여 다른 국가들이 연합을 결성한다. 두번째로 전쟁은 공격자보다 방어자가 유리하며, 따라서 패권을 추구하는 자는 다른 연합된 방어자들에 의해 패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어적 현실주의는 자국 체제의 안정만 보장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글레이저나 스나이더 등의 학자들은 이와는 조금 다른 입장을 견비하는데, 이들은 공세적 무기와 방어적 무기의 균형을 매우 중시한다. 우선 미어샤이머 등의 공격적 현실주의자나 스나이더 본인이 얘기한 바와 같이, 무정부주의적이고 상대방의 의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정보에 대한 불확실성에 의해 각 국가들은 일단 최대한 힘을 키우고자 할 수 밖에 없지만, 문제는 힘을 키우는 것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 힘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만약 당사국들이 공세적 무기를 중심으로 힘을 쌓으려 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는 양국의 안보에 위협만 될 뿐더러, 이로 인해 생긴 힘의 불균형이 다른 나라들에게 불안감뿐만 아니라 자국의 의도에 대한 의심을 심어줄 수 있고 이는 반자국동맹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국가간 동맹이나 협력-비무장 조약 등-을 행할 인센티브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항상 힘을 무작정 키우려고만 하지는 않고 필요에 따라서 제약한다는 것. 미소가 체결한 anti ballistic missiles treaty처럼 미사일 방어기술을 상호발전시키지 않음으로서 핵전력의 비대칭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
조금 더 부연하자면, 공격자와 방어자간의 우위는 각 국가의 지리적 상황, 무기체제의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어느 쪽이 우위인지는 학계에서는 속단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이쪽계열 학자들은 일단 공세적, 방위적 무기체제를 구분하고자 하며 공세적 무기가 우위일 때와 열세일 때, 공세적 무기와 방어적 무기의 구분이 가능할 때와 가능하지 않을 때 각각 전쟁 빈번(A,A), 적은 빈도수의 전쟁(A,B), 리스크가 크지만 signaling(앞서 언급한 무장을 상호간 일정수준 파기하는 것을 비롯해 특정 무기는 개발하지 말자는 제스쳐를 다방면으로 보내는 행위)을 통해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B,A), 딱히 signaling을 할 필요도 전쟁의 위협도 그다지 높지도 않은 경우(B,B)가 존재한다고 본다. 각 상황에 따라서 국가간 안보딜레마가 생겼을 때 국가들이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태도를 보일지, 상대적으로 유한 태도를 보일지, 타협의 여지가 있을 지가 결정된다는 것이 글레이저와 스나이더의 주장이다.
2.2.3. 비합리적 국가와 욕심많은 국가
정치현실주의자들이 비합리적인 국가행동을 설명할 때, 예를 들면 부시 행정부의 경우처럼 게임이론적 분석을 해봤을 때 제일 합리적인 답변과는 다른 전략을 취해서 결국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 각 국가들의 내부적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한다. 허나 자유주의자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이들은 국가의 선택이 합리적 선택을 벗어났을 때 내지는 해당 국가에서 급변사태(쿠데타, 반란 등)가 일어날 때를 위주로 관심을 표명하며, 이를 주로 국가의 특정 요인으로 인해 촉발된 비합리성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주로 해당 국가의 군사권력이 지나칠 정도로 비대한 경우는, 전쟁의 득실에서 득을 실보다 과장되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으며 매우 팽창주의적인 정책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외에도 국가의 권위가 빈약하여 국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지도자들의 무능, 정치적 급변상황(9.11 테러 등)이 이러한 비합리성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제임스 마트레이는 미국이 냉전시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spokes and wheel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양자간 동맹관계를 선호한 저변에는 이승만, 장제스 등 매우 호전적이고 극단적인 반공성향을 띄는 정권들이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제어하기 위함이었다고 분석을 하는데, 이런 아시아의 정권들도 비합리적인 정권의 예시일 수 있다.
또한, 비록 구조적 정치현실주의자들은 대체로 국가들의 핵심목적이 생존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실제로 이데올로기의 수출이든, 민족주의적 팽창이든 다른 목표에 중점을 더 크게 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글레이저가 대표적인 예시. 이런 경우에는 그저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된다고 하지만, 욕심이 많은 국가라도 생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구조적 이론이 여전히 통한다고 본다. 미어샤이머와 같은 강경파는 결국 욕심많은 국가나 생존을 추구하는 국가나 전부 최대한 모을 수 있는 힘이란 힘은 전부 모으고자 하기 때문에 행동에 있어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3. 자유주의 국제이론과의 관계
자유주의 국제이론은 세계를 선량한 자유민주주의와 사악한 권위주의 독재국가라는 조로아스터적 선악 이분법의 흑백논리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 갈등이 벌어지면 현실주의자들은 이해관계의 충돌이라고 분석하지만, 자유주의자들은 선의 세력과 악의 세력의 대립이라고 보고, 자신이 착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쪽에 감정이입을 하여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며 응원을 한다.자유주의자들은 미국은 정의롭고 선량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국제법에 얽매이지 않는 예외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경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현실주의에서는 이 세상에 속한 모든 국가들은 이기적인 행위자이며, 동일한 이해관계를 공유할 때 공조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또한 자유주의 국제이론의 특징은 가치 외교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현실주의자들은 동맹과 이익을 공유하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면서, 이익은 나누어주지 않으려 하고 일방주의적인 경향을 가진다. 이로 인하여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동맹이라는 표현대신, 가치동맹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자유주의 국제이론의 대표적인 지지세력이 바로 네오콘이다.
자유주의 패권의 근간이 되는 지적 토대에는 1) 민주평화론 2) 경제적 자유주의 3) 자유주의적 제도주의 등 국제정치학의 다양한 이론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 민주평화론은 자유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나라들은 서로 싸우지 않으며 핵심 사안에서 협력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높은 수준으로 무역과 해외투자가 이루어지는 개방된 국제질서가 효율성과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극대화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더욱 상호의존할수록 번영하기 위해 의존하고 있는 경제적 협력관계를 위태롭게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의 비용이 증가하고 전쟁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자유주의적 제도주의는 규칙이나 규범, WTO나 유엔 등 공식 기관과 같은 강력한 국제레짐이 국가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지나치게 경쟁하려는 태도를 막으며, 폭력적인 분쟁이 발생하거나 고조될 가능성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단언한다.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이 이론은 미국이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경제적 세계화를 증진하며 국제제도를 창출하거나 확대 혹은 강화함으로써 한층 더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촉진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
...
미국의 예외적 역할
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또한 미국이 새롭게 등장하는 자유주의 질서를 창조하고 확대하며 관리하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을 "전 세계인들의 희망의 등불"이자 "안정된 정치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나라"라고 적시했다. 저명한 지식인이자 정부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던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 대학 교수는 미국의 우위를 "자유와 민주주의, 개방된 경제와 국제질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왜 세계를 이끌 권리가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멀리 내다보는 필수불가결한 나라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저명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로쌔머는 미국의 힘을 "문명을 야만으로부터 보호하는 지뢰"라고 칭송했다. 싱크탱크의 보고서와 전략 문서들은 이런 주문을 반복했고, 미국의 "리더십"이 축소되면 위험해진다고 경고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리더십을 어떻게 확대하거나 강화할지, 혹은 어떻게 부활시키고 정당화하고 보장할지 등에 관한 조언을 제시했다.
...
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미국의 깊은 관여가 강대국 국제정치의 재출현이나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강대국 간의 대결을 막는 핵심 열쇠라고 보았다. 자유주의 패권 옹호론자들은 또한 미국이 대량학살이나 다른 인권 침해를 저지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며, 필요하면 무력으로라도 막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어디에서라도 미국이 관여해야만 했다.
...
만약 다른 국가들이 주저한다면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이 이들을 강제로 순응하게 할 수단이 있다고 믿었다. 경제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고,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의 국내외 반대세력에 원조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비밀공작을 통해 경쟁국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군사력을 동원해서 굴복시킬 수도 있다. 만약 필요하다면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또는 별다른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적대적인 정권을 공격해 축출할 수도 있다. 폭군이 일단 제거되면 미국과 다른 자유주의적 국제 공동체가 개입해서 해방을 도와줄 것이며, 고마워하는 현지 주민들이 정통성이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유주의적이고 친미적인 질서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
그리하여 단극체제 시대가 형태를 갖추게 되자 정부 관리들과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서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미국이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확대하고 공고하게 만드는 권리와 책임, 능력이 있다고 보았고, 또한 그렇게 해야 미국이 안전하고 번영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아울러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을 자애롭다고 인식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반기며 자유주의 질서를 위한 미국의 청사진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
자유주의 원칙을 전파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분명히 굳건했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혹은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들의 권위주의 정권을 지지했으며 이스라엘, 이집트 혹은 터키와 같은 긴밀한 동맹국들의 인권침해를 외면했다. 미국은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치러야 했던 인적 비용에 대해 그다지 우려하지도 않았다. 이런 모순된 상황으로 말미암아 예상할 수 있듯이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자유주의 원칙의 일관된 수호자라는 미국의 이미지가 훼손되었다. 이런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도자들은 진정으로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확대하는 데 전념했다. 비록 이런 행동이 그런 이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제1장에서 설명했듯이 정력적으로 추구했던 자유주의 패권은 대부분 실패했다. 미국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미국의 전략적 지위가 1993년에서 2016년 사이에 급격하게 하락했다. 미국의 안보공약을 멀리 광범위하게 확대했지만 유럽, 아시아, 중동이 더 평화로워지지도 않았고, 몇몇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아도 됐을 전쟁을 초래하기도 했다. 우리가 본 것처럼 자유주의 가치를 전파하려는 노력도 성공하지 못했다. 2017년이 되자 실제로 민주주의는 많은 곳에서 쇠퇴하고 있었고 미국 자체에서도 상당한 긴장하에 놓이게 되었다.
자유주의 패권은 왜 실패했는가
자유주의 패권은 기본적으로 세계 정치를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에 맞춰서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개조하려고 한다.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렇게 야심차고 자부심이 넘치는 전략이 폭넓게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가치를 다른 나라들을 위한 이상적인 모델로서 묘사하고 미국이 평화와 번영, 발전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 전략은 미국인의 도덕 관념과 자부심에 호소했다. 그리고 자유주의 패권은 워싱턴의 외교정책 커뮤니티에 새롭고 고상한 목적을 부여했고, 이런 이상적 목표가 달성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 전략이 약속했던 이익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전쟁이 드물어지고, 상품과 투자,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악인을 통제하고, 더 좋은 경우 처벌까지 하며, 인권이 갈수록 존중받는 세상에 살기를 누가 원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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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본 것처럼 초당적으로 추구했던 자유주의 패권은 여러 번 반복해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실패했고, 자유주의 패권의 단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해졌다. 자유주의 패권에서 주된 결함과 부정적인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정확하게 뭐가 잘못되었는가?
취약한 토대
우선 자유주의 패권은 국제정치에 관한 왜곡된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패권 옹호론자들은 예상되는 이익을 과장하고 미국이 자유주의 패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반발을 과소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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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사용의 효용성 과장
자유주의 패권은 미국 지도자들이 미국의 힘(특히 미국의 군사력)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을 과장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미국의 막강한 무기 덕택에 미국인들은 정복당하거나 강압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게 되거나 미국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들의 국내 정치 발전에 대해 믿을 만한 통제력을 갖게 되지는 않았다.
어떤 국가가 우월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해서 확실한 통제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나라들이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더 관심을 가지며 독립이나 사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 높은 대가를 기꺼이 치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리비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북한과 같은 나라들은 미국보다 훨씬 약하지만, 이들 중 아무도 미국이 압박하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해서 항복하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세력들은 "항복"하지 않고 상당한 정도의 응징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하며, 그럼으로써 이 나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의지를 부과하려는 미국의 능력이 제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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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자신들이 야심찬 글로벌 의제를 위해 군사력을 선택적으로 그리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오히려 승리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라크전이 대표적인 사례지만, 1992년 이후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했던 모든 주요한 사례-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이라크, 코소보,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들이 미국 지도자들의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고 비용도 훨씬 컸던 반면, 성취한 결과는 약속했던 것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전부 다 그랬다.
외교적 경직성
미국의 힘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미국 관리들로 하여금 진정한 외교, 즉 상호 이익을 위해 상충하는 이익의 조정행위를 회피하고 최후통첩이나 강압적인 압박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었다. (...) 세계 정치를 선한 자유주의 국가와 사악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폭군 간의 마니교식 투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만연하면서 이 문제가 한층 더 복잡해졌다. 미국 관리들과 영향력이 큰 전문 평론가들은 국가 간의 충돌 원인을 상이한 시각이나 상충하는 역사적 서사, 혹은 국익의 정면 충돌 탓으로 돌리지 않고 판에 박힌 듯이 선과 악의 대립으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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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을 사악한 존재라고 여겼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카드패가 더 강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미국 관리들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양보하는 상황을 일종의 항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비록 그에 따른 합의로 자신들이 원했던 것을 거의 다 얻었더라도 그렇게 보았다. 간략히 말하자면 미국은 진정한 흥정 대신 단순히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라고 명령하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상대방이 순응하지 않으면 미국 지도자들은 압박의 고삐를 죄거나 칼을 쥐려고 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2장 자유주의 패권은 왜 실패했는가, 스티븐 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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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예외적 역할
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또한 미국이 새롭게 등장하는 자유주의 질서를 창조하고 확대하며 관리하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을 "전 세계인들의 희망의 등불"이자 "안정된 정치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나라"라고 적시했다. 저명한 지식인이자 정부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던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 대학 교수는 미국의 우위를 "자유와 민주주의, 개방된 경제와 국제질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왜 세계를 이끌 권리가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멀리 내다보는 필수불가결한 나라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저명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로쌔머는 미국의 힘을 "문명을 야만으로부터 보호하는 지뢰"라고 칭송했다. 싱크탱크의 보고서와 전략 문서들은 이런 주문을 반복했고, 미국의 "리더십"이 축소되면 위험해진다고 경고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리더십을 어떻게 확대하거나 강화할지, 혹은 어떻게 부활시키고 정당화하고 보장할지 등에 관한 조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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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미국의 깊은 관여가 강대국 국제정치의 재출현이나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강대국 간의 대결을 막는 핵심 열쇠라고 보았다. 자유주의 패권 옹호론자들은 또한 미국이 대량학살이나 다른 인권 침해를 저지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며, 필요하면 무력으로라도 막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어디에서라도 미국이 관여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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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른 국가들이 주저한다면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이 이들을 강제로 순응하게 할 수단이 있다고 믿었다. 경제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고,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의 국내외 반대세력에 원조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비밀공작을 통해 경쟁국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군사력을 동원해서 굴복시킬 수도 있다. 만약 필요하다면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또는 별다른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적대적인 정권을 공격해 축출할 수도 있다. 폭군이 일단 제거되면 미국과 다른 자유주의적 국제 공동체가 개입해서 해방을 도와줄 것이며, 고마워하는 현지 주민들이 정통성이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유주의적이고 친미적인 질서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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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단극체제 시대가 형태를 갖추게 되자 정부 관리들과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서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미국이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확대하고 공고하게 만드는 권리와 책임, 능력이 있다고 보았고, 또한 그렇게 해야 미국이 안전하고 번영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아울러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을 자애롭다고 인식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반기며 자유주의 질서를 위한 미국의 청사진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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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원칙을 전파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분명히 굳건했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혹은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들의 권위주의 정권을 지지했으며 이스라엘, 이집트 혹은 터키와 같은 긴밀한 동맹국들의 인권침해를 외면했다. 미국은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치러야 했던 인적 비용에 대해 그다지 우려하지도 않았다. 이런 모순된 상황으로 말미암아 예상할 수 있듯이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자유주의 원칙의 일관된 수호자라는 미국의 이미지가 훼손되었다. 이런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도자들은 진정으로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확대하는 데 전념했다. 비록 이런 행동이 그런 이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제1장에서 설명했듯이 정력적으로 추구했던 자유주의 패권은 대부분 실패했다. 미국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미국의 전략적 지위가 1993년에서 2016년 사이에 급격하게 하락했다. 미국의 안보공약을 멀리 광범위하게 확대했지만 유럽, 아시아, 중동이 더 평화로워지지도 않았고, 몇몇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아도 됐을 전쟁을 초래하기도 했다. 우리가 본 것처럼 자유주의 가치를 전파하려는 노력도 성공하지 못했다. 2017년이 되자 실제로 민주주의는 많은 곳에서 쇠퇴하고 있었고 미국 자체에서도 상당한 긴장하에 놓이게 되었다.
자유주의 패권은 왜 실패했는가
자유주의 패권은 기본적으로 세계 정치를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에 맞춰서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개조하려고 한다.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렇게 야심차고 자부심이 넘치는 전략이 폭넓게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가치를 다른 나라들을 위한 이상적인 모델로서 묘사하고 미국이 평화와 번영, 발전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 전략은 미국인의 도덕 관념과 자부심에 호소했다. 그리고 자유주의 패권은 워싱턴의 외교정책 커뮤니티에 새롭고 고상한 목적을 부여했고, 이런 이상적 목표가 달성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 전략이 약속했던 이익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전쟁이 드물어지고, 상품과 투자,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악인을 통제하고, 더 좋은 경우 처벌까지 하며, 인권이 갈수록 존중받는 세상에 살기를 누가 원하지 않겠는가?
...
하지만 우리가 본 것처럼 초당적으로 추구했던 자유주의 패권은 여러 번 반복해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실패했고, 자유주의 패권의 단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해졌다. 자유주의 패권에서 주된 결함과 부정적인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정확하게 뭐가 잘못되었는가?
취약한 토대
우선 자유주의 패권은 국제정치에 관한 왜곡된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패권 옹호론자들은 예상되는 이익을 과장하고 미국이 자유주의 패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반발을 과소평가한다.
...
무력사용의 효용성 과장
자유주의 패권은 미국 지도자들이 미국의 힘(특히 미국의 군사력)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을 과장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미국의 막강한 무기 덕택에 미국인들은 정복당하거나 강압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게 되거나 미국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들의 국내 정치 발전에 대해 믿을 만한 통제력을 갖게 되지는 않았다.
어떤 국가가 우월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해서 확실한 통제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나라들이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더 관심을 가지며 독립이나 사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 높은 대가를 기꺼이 치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리비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북한과 같은 나라들은 미국보다 훨씬 약하지만, 이들 중 아무도 미국이 압박하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해서 항복하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세력들은 "항복"하지 않고 상당한 정도의 응징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하며, 그럼으로써 이 나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의지를 부과하려는 미국의 능력이 제약된다.
...
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자신들이 야심찬 글로벌 의제를 위해 군사력을 선택적으로 그리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오히려 승리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라크전이 대표적인 사례지만, 1992년 이후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했던 모든 주요한 사례-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이라크, 코소보,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들이 미국 지도자들의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고 비용도 훨씬 컸던 반면, 성취한 결과는 약속했던 것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전부 다 그랬다.
외교적 경직성
미국의 힘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미국 관리들로 하여금 진정한 외교, 즉 상호 이익을 위해 상충하는 이익의 조정행위를 회피하고 최후통첩이나 강압적인 압박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었다. (...) 세계 정치를 선한 자유주의 국가와 사악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폭군 간의 마니교식 투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만연하면서 이 문제가 한층 더 복잡해졌다. 미국 관리들과 영향력이 큰 전문 평론가들은 국가 간의 충돌 원인을 상이한 시각이나 상충하는 역사적 서사, 혹은 국익의 정면 충돌 탓으로 돌리지 않고 판에 박힌 듯이 선과 악의 대립으료 묘사했다.
...
적들을 사악한 존재라고 여겼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카드패가 더 강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미국 관리들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양보하는 상황을 일종의 항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비록 그에 따른 합의로 자신들이 원했던 것을 거의 다 얻었더라도 그렇게 보았다. 간략히 말하자면 미국은 진정한 흥정 대신 단순히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라고 명령하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상대방이 순응하지 않으면 미국 지도자들은 압박의 고삐를 죄거나 칼을 쥐려고 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2장 자유주의 패권은 왜 실패했는가, 스티븐 월트
4. 한계와 비판
현실주의는 그 단순함 때문에 널리 지지를 받았지만, 또한 그 단순함에서 오는 설명력의 한계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국가'를 최소단위(unit)로 놓는 가정의 문제점 : 구성주의에서 제기하는 비판이다. 정치현실주의는 19세기 유럽을 연구하면서 탄생했기 때문에 민족주의에 기반한 국가가 아니면 성립하기가 어려운 가정을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치현실주의가 설명력이 낮다고 자주 지적받는 것은 식민지 전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인도 등지에서는 스스로 외교권, 주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배층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의 소멸을 택한 것이다. 이렇듯 내부 정치적 세력 때문에 국가가 자살을 택하는 상황은 정치현실주의가 설명을 못하는 부분이다. 지배층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안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 '관념'측면에 관한 장님(blindness): 구성주의에서 제기하는 비판이다. 서양의 연구는 관념-물질, 2가지로 나누는 이원론적인 서양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정치현실주의는 시대적으로 현대의 위기(Crisis of Modernity)의 맥락에서 나왔는데, 기존의 관념측면이 별 기여가 없고 편견으로 연구를 오염시킨디다는 시각에서 의도적으로 완전히 배제하는 접근을 했다. 단기적으로는 깔끔하고 체계성있는 모형을 만들 기반을제공했지만, 그것은 완전 무균 실험실 만큼이나 현실과 동떨어져서 설명력이 후퇴하는 듯한 모습도 나타났다. 심지어 일반인 보기에도 분명히 관념이 주 요인인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엉뚱한 설명을 내놓고는 한다. 대표적인 예로 2010년대의 다에쉬가 자주 쓰이는데, 다에쉬가 등장하고 확장하는 모습을보면 고전적인 '국가' 모형을 가진 시리아나 이라크 내부에서부터 해체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에쉬가 국경을 뛰어넘는 광적인 종교운동에 의해서 움직였다는게 명백하다. 그럼에도 정치현실주의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미국의 철수로 힘의 공백이 발생한 것에 불과하다는 단편적인 평만 내놓을 뿐이다.
- '주체'와 '객체'구분의 모호함: 정치현실주의는 영향력(influence)라는 개념이 즐겨 사용된다. 다시말해서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주체적인 세력이 영향력을 투사하고, 이외의 약소국들은 주변부로써 객체가 되어서 영향력 아래에 놓인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정치현실주의 학자(Hans Morgenthau학파 계열)들과 유럽의 정치현실주의 학자들과의 갈등이 터지는 계기가 된다. 미국 정치현실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후퇴해서 세력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반면 동유럽 정치현실주의자들은 유럽 vs 러시아의 구도로 보고 균형점을 찾으려면 우크라이나가 최소 중립, 더 나아가 유럽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정치현실주의란 것이 누구를 주체로 보느냐에 따라서 고무줄 마냥 왔다리 갔다리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각에서는 동유럽은 객체이고, 러시아와 거래하는 판돈에 불과하다. 반면에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스스로가 그러한 객체가 아니라 주체라고 본 것이다. 이렇듯 현실주의자 내부에서도 통일된 의견이 잘 나오지 않는 것 때문에 현실주의가 추구하는 '객관성'이란 것을 놓고 다른 계열의 학자들의 비웃음 대상이 되고는 한다. 그들 스스로 믿는 만큼 객관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성향이 강한 유럽 학자들이 미국 학자들을 비웃는 주된 포인트다.
- '힘의 균형에 의한 평화'의 허구성 : 독일 학자들이 제기하는 비판이다. 이들은 정치현실주의가 뿌리를 두는 빈 체제와 비스마르크 체제를 독일어 원문을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비판을 가한다. 주된 비판은 정치현실주의가 이상화하는 '힘의 균형'이란게 존재하지를 않고, 다음 갈등이 잉태되는 쉬는 시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비엔나 협의 직후 10년 만에 오스만 제국은 몰락하고, 러시아는 대대적인 확장에 들어갔고, 군국주의의 프러시아는 유럽의 대다수 국가와 전쟁을 벌였으며, 각 제국의 내부는 사회시민운동과 민족주의 운동이 진행되면서 오늘날 같은 유럽 국가들이 탄생할 기반이 형성되었다. 게다가 19세기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무력충돌이 활발했던 시기다. 유럽 밖에서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벌인 무력충돌에 대해서는 정치현실주의자들이 장님이 된다는 비판은 오래된 것이다. 한편 빈체제와 비스마르크 체제, 연합국 vs 동맹국(추축국)의 제국간의 힘의 균형은 여러번 나타났지만 평화는 커녕 오히려 무력충돌의 수준만 급격하게 올라갔다는 것도 회의주의자들이 자주 논하는 부분이다. 근본적으로 독일어권 학자들은 현실주의란 히틀러를 피해 도망갔던 세대의 독일학자들의 의견을 영미학자들이 받아쓰기한 것에 불과하고, 뒤떨어진 독일 외교사 연구에 기반을 둬서 문제가 많다고 여긴다.
5. 대중적인 선입견과 오해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 대한 대중들의 피상적인 이미지에 기반한 선입견과 오해가 널리 퍼져있다. 심지어 일반인들 뿐 아니라 반대하는 학자들도 정치현실주의에 대해 도덕과 당위의 문제를 지나치게 경시한다고 잘못된 비판을 퍼붓기 일쑤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거장인 한스 모겐소에 대해서도 뉴 마키아벨리라고 부른 학자들도 있을 정도.#그러나 현실주의는 도덕이 쓸모 없다고 주장하는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 국가들의 대의명분은 위선이고, 공동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대의명분으로 포장하여 공조가 이뤄진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즉, 현실주의는 오히려 국가들이 도덕적이지 않으며, 국익에 따라서 이기적이라고 고발하여 폭로하는 관점에 가까우며, 그러한 이기적인 행위들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여 옹호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이 피도 눈물도 없는 정글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할 뿐이다. 현실주의자들은 정의로운 국가와 사악한 국가가 있다는 이상주의자들의 주장에 반박한다.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자라고 본다.
5.1. 정치이상주의/자유주의의 편견
만약 타국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힘의 오남용으로 타국의 존엄성을 모욕하며, 타국이 동의할 수 없는 절차를 멋대로 집행할 경우, 당연히 그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지 못한다. 이는 해당 국가한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가들이라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단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더라도 그걸 주는 방식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면 장기적으로 자신들도 언제든지 손해를 볼 수 있음을 인지하고 반발한다. 이렇게 패권만을 추구한다면 결국 많은 적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헨리 키신저가 이러한 정책을 하였고, 헨리 키신저가 현실주의자이므로, 현실주의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지지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인 패권주의적 태도를 현실주의는 지지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예외주의인데, 미국이 정의롭고 선량한 세계 최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므로, 세계의 다른 나라들보다 우월한 특별 지위를 지니고, 미국이 세계경찰로서 다른 나라들을 계도해야 한다는 사상이며, 자유주의자들 특히 네오콘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외적 역할
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또한 미국이 새롭게 등장하는 자유주의 질서를 창조하고 확대하며 관리하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을 "전 세계인들의 희망의 등불"이자 "안정된 정치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나라"라고 적시했다. 저명한 지식인이자 정부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던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 대학 교수는 미국의 우위를 "자유와 민주주의, 개방된 경제와 국제질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왜 세계를 이끌 권리가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멀리 내다보는 필수불가결한 나라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저명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로쌔머는 미국의 힘을 "문명을 야만으로부터 보호하는 지뢰"라고 칭송했다. 싱크탱크의 보고서와 전략 문서들은 이런 주문을 반복했고, 미국의 "리더십"이 축소되면 위험해진다고 경고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리더십을 어떻게 확대하거나 강화할지, 혹은 어떻게 부활시키고 정당화하고 보장할지 등에 관한 조언을 제시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91~92p, 스티븐 월트
자유주의 패권 지지론자들은 또한 미국이 새롭게 등장하는 자유주의 질서를 창조하고 확대하며 관리하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을 "전 세계인들의 희망의 등불"이자 "안정된 정치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나라"라고 적시했다. 저명한 지식인이자 정부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던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 대학 교수는 미국의 우위를 "자유와 민주주의, 개방된 경제와 국제질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왜 세계를 이끌 권리가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멀리 내다보는 필수불가결한 나라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저명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로쌔머는 미국의 힘을 "문명을 야만으로부터 보호하는 지뢰"라고 칭송했다. 싱크탱크의 보고서와 전략 문서들은 이런 주문을 반복했고, 미국의 "리더십"이 축소되면 위험해진다고 경고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리더십을 어떻게 확대하거나 강화할지, 혹은 어떻게 부활시키고 정당화하고 보장할지 등에 관한 조언을 제시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91~92p, 스티븐 월트
5.1.1. '낭만적 현실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정치현실주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낭만적 현실주의'를 정치현실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례도 있다. 낭만적 현실주의란 쿨병과 비슷한 형태로, 앞서 말한 국제사회의 아나키(anarchy, '무정부 상태') 같은 현실주의의 기본 전제에만 매달린 채 '모든 외교는 강대국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용납이 가능하다'고 믿는 형태이다.또한 '낭만적 현실주의'에서는 '힘', 즉 국력에 대한 개념도 매우 협소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국력은 한 나라가 지닌 정치, 경제, 문화, 군사, 사회, 외교 따위의 모든 방면에서의 힘을 가리키며 그 종류와 형태, 작용 방식도 다양하다. 이는 정치현실주의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학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낭만적 현실주의'에서는 가시적인 군사력, 경제력만을 국력으로 규정하고 이 것만이 국가의 외교와 생존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지만 본래 의미의 정치현실주의는 이와는 다르다. 정치현실주의에서는 '힘'과 이에 기반한 국가간의 관계를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판단하지 않는다. 이걸 무시하고 이런 형태의 '낭만적 현실주의'를 정치현실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하고 정치현실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자칫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로 빠질 여지가 있다.
또 '낭만적 현실주의'외에도, 정치현실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과 정치현실주의에 기반했다고 알려진 실제 정책이나 인물의 능력 문제에 대한 비판도 혼동될 여지가 있다. 바로 위에 언급한 헨리 키신저도 이러한 예 중 하나이다. 키신저가 펼친 정책은 도덕적인 비판뿐만 아니라 정치현실주의 자체의 측면에서도 근시안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놓쳐버린 비판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 문서 참조.
이런 어설픈 '낭만적 현실주의자'들을 두고 '방구석'이란 표현을 빌려다 '방구석 키신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5.1.2. 도덕적 불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현실주의는 힘의 논리를 '인정'하지만, 외교의 최우선 목표가 주관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형이상학적인 가치들 대신 국익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일 뿐' 그 도덕적 당위성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요컨대 경제학을 생각해 보자.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보이지 않는 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설사 수정자본주의자나 복지론자라 할지라도 "모든 경제주체는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전제조건은 인정하며, 단지 그 과정에서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등 가능한 부작용들을 고치고자 할 뿐이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들조차 결국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및 경제주체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유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본성이 그러한 이상 이를 도덕률로 부정하는 건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현실주의자들은 국가의 이기심과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고자 한다'는 대전제를 인정할 뿐, 그것이 옳다고 믿지는 않으며 그 과정에서 약소국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현실주의의 문제의식은 '모든 국가가 국익을 최대화하는 국제 사회에서 '가능한 많은 국가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세력구도를 형성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에 가깝고, 더 나아가 '약소국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평화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기도 한다.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는 말처럼,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 현실이고 그들을 멈춰세울 물리적 힘이나 유인이 없는 한 그들은 멈춰서지 않는다. 나치 독일-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보라. 강대국이 아무리 약자에게 횡포를 부려도 힘이 없는 피해자는 가해국을 응징하기는커녕 막아세우지도 못하며, 정작 그 피해국들도 상황이 호전되면 자국의 이익에 따라 더 약한 국가들에게 똑같이 횡포를 부리는 것이 국제사회이다. 거기서 약소국가가 살아남으려면 아무리 '불합리한 현실이라도 일단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강대국들의 외교적 이익을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법이 없는 사회니까 주먹질하는 건달에게 맞고 살라는 게 아니라, 법이 없는 사회에서 맞고 살지 않으려면 덩치를 키우든가, 칼을 들든가, 힘센 친구나 보디가드를 두든가 아무튼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5.1.3. 가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T.R. Tyler의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는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할지언정 국제사회를 설명하는 데는 부적합하다. 일례로 인간의 존엄성은 유엔 인권 헌장 등으로 어느 정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만, 국가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중국은 대만이나 홍콩, 티베트의 분리주의를 언급하는 것을 자국의 정체성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대만에서는 중국인들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다" 따위를 외치는 것을 존엄성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태국같은 왕조 국가에서 국왕을 비판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기준을 국왕이 없는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다. 국가의 존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국가의 주권만이 존재할 뿐이며, 이 주권조차도 신성불가침이 아니라 세력균형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개념일 뿐이다.다음으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룰을 어긴 자를 응징한다"고 했는데, 대체 그 공정함은 누가 판단하며 그 룰은 누가 정하는가? 현대 국가에서는 국가와 사법부가 법이라는 최소한의 규범을 정한다. 하다못해 전근대 절대군주제 국가에서도 국왕이라는 기준점은 있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무정부상태이다. 미국이 정한 자유민주주의의 룰은 중국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중국에서 정한 공산주의 독재라는 룰은 미국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제국주의 질서를 보편화하며 거기에 저항하던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리스트로 격하하는 룰을 만들었다. 경제강국들은 시장개방과 자유경쟁을 통해 자국의 시장을 확대하는 룰을 퍼트리고 싶어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통해 우선 자국의 경쟁력을 키우는 룰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여기에 객관적이라거나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은 없으며, 결국 (현실주의에서 강조하는) 힘의 논리에 따라 정해진 '그 시대의 기준'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도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정의나 도덕, 인륜과 같은 가치들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며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위구르인들은 중공정부의 탄압에 시달리다 못해 칼부림 테러를 일으켰고, 이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도덕'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 그리고 테러로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에게 이는 절대악에 불과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은 우리로서는 미국이 정의를 위해 싸우는 국가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미국과 대립하는 반서방진영이나 미국의 제국주의로 고통받은 역사를 가진 이들에게는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국가일 뿐이다. '정치란 옳은 답도 정해진 답도 없고, 그렇기에 유사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신념과 이상이라는 명목으로 피를 흘려왔던 것이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주관적인 가치에 기준을 둔 학문으로 국제관계처럼 민감한 분야의 전략을 짜다 보면, 그 끝은 결국 파멸에 불과할 것이다.
5.2. 전쟁을 옹호한다?
5.2.1.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은 평화를 지향한다
현실주의란 국제정치가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 쉽고, 힘과 힘의 대결로 이뤄진다는 관점등을 지적당하며 현실주의 성향을 가진 학자들과 사람들에 대해 매파, 전쟁 옹호론자라는 오해를 한다.그러나 "전쟁을 옹호하는 것 같다"는 이미지와 달리, 현실주의 학자 가운데는 매(강경파)보다 비둘기(온건파)가 많다. 국제정치에서 '최상의 성과[8]'를 얻기보단 '현재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평화'를 도모하고, 가능한 한 전쟁을 막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설치하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
오히려 전쟁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거나 예찬하는 사상은 정치이상주의이다. 왜냐하면 정치이상주의는 정의, 도덕, 선 등의 만민 공통의 가치를 중요시여기며 이것을 모든 가치들보다 위에 두고, 결코 침해당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필연적으로 개입주의로 귀결된다. 실제로 이들은 타국의 타국 시민들이 독재 정권에 탄압당한다고 국제사회의 개입, 타국의 개입을 요구하며 정의, 도덕, 선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물론 이들 정치이상주의자들의 도덕적인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부르게 되는 것이고 전쟁으로 인해 당연히 피해가 발생한다. 의도는 좋았다고 해서 그게 현실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다. 아예 의도 자체가 왜곡되거나 뒤틀린 것도 모르고 자기는 남 좋으라는 의도에서 하는 선의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벌였든 간에 전쟁은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고 수많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다.[9] 그것이 전쟁이다.
대표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은 미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나 이라크 전쟁과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모두 찬성했다. 또한 진보 지식인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국제사회에서 객관적 선악의 워딩을 사용하고 키신저에 지극히 비판적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다. 우파 진영 내에서도 존 볼턴처럼 북폭을 주장하는 강경한 인사들이 있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처럼 북한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 대해 공세를 자제하는 사람도 있다.[10] 오히려 이라크 침공을 일으킨 조지 W. 부시의 호전적 외교는, 부시가 선악에 무감각한 사이코패스여서가 아니라 부시의 정의감이[11] 다른 악조건들과 잘못 연루되면서 일어난 패착이었다.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끌었으면서도 국가 통합과 역사 문제를 명분삼아 로힝야라는 미얀마 내 소수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묵인했다. 20세기 극좌 공산진영을 대표하는 이오시프 스탈린은 20세기 최고의 현실주의자이기도 했으며, 필요하다면 서방 연합국과도 나치 독일과도 손잡기를 꺼리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만 보더라도 정치현실주의를 폭력적인 이념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오류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신현실주의 학파의 두 거두인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와 스티븐 월트(Stephen M. Walt)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다. 자유주의적 매파가 바로 이러한 이상주의자들의 이러한 점을 꼬집는 용어이다.
반대로 정치현실주의는 오히려 세력균형에 의한 평화를 추구한다. 당장 헨리 키신저가 열심히 팬심을 드러낸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만 하더라도 세력균형에 의한 평화가 업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러한 평화는 물론 이상적인 평화라기보다는 '전쟁만 없는 평화', 강대국과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거짓 평화'에 가까우며, 본질적으로 체제 옹호적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거짓 평화'를 만들기 위해 이상으로부터 눈을 감았다는 비판을 듣는다면 모를까, 현실주의 외교가 호전적 외교라는 건 부당한 비판이다.[12]
5.2.2. 현실주의 국제정치학과, 일상의 현실주의는 다른 개념이다
이런 관점의 비판에서는 사회학적 개념에서의 현실주의와 국제관계 이론으로서의 정치현실주의를 혼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반이민·반난민 정서나 중우정치 따위는 외교적인 현실주의와는 전혀 무관한 주제이고, 앙겔라 메르켈이 반난민 정책을 펼쳤든 말든 그건 국제관계학이 아닌 정치학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13] 국제관계학에서 정치현실주의는 오직 국가 대 국가의 관계와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학문 즉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positive statement를 할 뿐이지, 국내정치나 외교에 있어서 normative statement에 대해선 최대한 자제하는 편일 뿐이다.[14]극단적인 예로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수십 년 간 철권 통치를 하든 말든 수백만을 가스실에서 학살을 저지르든 말든, 당대 현실주의 학자들의 관심사는 "독일의 GDP, 산업기술력, 군사력, 외교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를 감안할 때 우리가 나치가 오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럼에도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였을 뿐이다. 독재, 학살, 포퓰리즘과 같은 비외교적 이벤트들은 그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가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내적 불안정성이 해당국의 외적 국력에까지 손실을 미치는 경우에 한해서만 정치현실주의적 의미를 갖는다.
5.3. 외국에 대한 굴종을 주장한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양 진영마다 반대 진영이 특정 국가에 대해 친화적인 정책들을 펴는 것을 굴종적인 사대주의자나 매국노로 주장하며 본인들이 특정 국가와 친화적인 스탠스를 옹호하기도 한다.그러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은 국가들이 이해득실에 따라서 움직인다고 분석하는 학문이지, 강대국에 굴종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대주의 이념이 아니다. 진짜 현실주의라면 전략적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의 이익을 추구한다.[15][16] 반대로 강대국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신들이 강대국이니까 약소국은 까라면 까야한다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현실주의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개념은 정치현실주의가 아니라 조선 후기의 극단적인 사대주의에 가깝다.[17] 정치현실주의적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해석하자면 '중국의 부상과 팽창주의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연합하여 세력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이때 일본과의 관계는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이익을 위한 협력관계이지 어느 한쪽이 무조건적인 양보를 강요받는 관계가 아니다. 당장 정치현실주의는 보수 언론에서 긍정하는 한국과 일본이 왜 사이좋게 지내야하는지를 잘 설명하기도 하지만 보수 언론들의 극단적인 주장들을 반박할 수 있는 담론들도 꽤 많다.
한편 이는 국내에서 정치현실주의 성향 전문가들에게 담론의 장을 열어주는 곳이 별로 없어 생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그나마 현실주의를 다뤄볼만한 국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언론이라 평가받는 조중동만 해도 정치현실주의를 자신들의 진영논리 스탠스를 변명하기 위해 수박 겉핡기 수준으로 체리피킹해가며 악용한 것에 가깝지 정작 정치현실주의 자체에 대해선 제대로 된 이해와 성찰은 거의 없다. 사실 그러기에는 정치현실주의는 만만한 이론이 아니다.
때문에 이 방면의 국내 권위자인 이춘근 박사 역시 정치적으로는 온건 보수주의자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는 조갑제닷컴부터 미래한국에 이르기까지 온갖 우익 매체를 돌아다녀야만 하는 처지이다.
6. 국가별 사례
자세한 내용은 정치현실주의/국가별 사례 문서 참고하십시오.7. 관련 문서
8. 관련 외부링크
“대륙과 해양세력 각축장 ‘한반도’는 흡수통일 불가능”반론:[동아광장/안드레이 란코프]흡수통일 공포는 이유 있다
외세의 끊임없는 한반도 분할 획책
(데일리NK)한국, 한반도 균형자로 자리매김할 묘수 있나?
9. 관련 서적
- Carr, E. H. The Twenty Years Crisis, 1919–1939: a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International Relations, London: Macmillan, 1939(김태현 옮김, 『20년의 위기: 국제관계연구입문』, 녹문당, 2000.).
- Morgenthau, Hans J. Politics among Nations: The Struggle for Power and Peace, New York: Alfred A. Knopf, 1948(이호재, 엄태암 옮김, 『국가 간의 정치: 세계평화의 권력이론적 접근』, 김영사, 2014.).
- Waltz, Kenneth N. Man, the State, and War: A Theoretical Analysis,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59(정성훈 옮김,『인간, 국가, 전쟁: 전쟁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 고찰』, 아카넷, 2007.).
- Waltz, Kenneth N.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New York: McGraw Hill, 1979(박건영 옮김, 『국제정치이론』, 사회평론, 2000).
- Walt, Stephen M. The Origins of Alliances,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1987(박민형, 김성아 옮김, 『동맹의 기원』,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2016.).
- Mearsheimer, John J.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New York: W.W. Norton & Company, 2001(이춘근 옮김,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나남, 2004).
[1] 왼쪽은 리처드 닉슨 전 미합중국 대통령이다.[2] 원문: "We have no eternal allies, and we have no perpetual enemies. Our interests are eternal and perpetual, and those interests it is our duty to follow."[3] 원문: "America has no permanent friends or enemies, only interests."[4] 예시로 국제 사법 재판소에 서방국가 군인들은 민간인을 학살해도 기소되지 않는다.[5] Glaser, 2013[6] 미어샤이머 등의 공격적 정치현실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냉전의 종식과 초강대국의 체제, 일명 일극체제는 가장 불안한 체제이자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체제이다. 왜냐면 상호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초강대국에 의한 폭력적 억압과 전쟁이 시작되고 이는 결국 국제적 공조를 통해 초강대국하고의 전쟁으로 이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나폴레옹 시기를 든다. 다만 케네스 왈츠는 오히려 양극체제가 제일 불안정한 시기라고 보기도 하는 등 국제사회의 힘의 분배구조중 무엇이 제일 안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이론가들에 따라 의견이 다르고, 최근에는 세계가 다극체제, 양극체제, 일극체제였을 때 벌어졌던 전쟁의 수를 비교하여 사실상 체제와 평화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도 있다.[7] 냉전기 서유럽 각국의 입장에서 미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던 이웃나라보다는 소련이 우선적인 위협이었으므로, 지역 내 세력균형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공동의 강적에 맞서 NATO라는 형태로 뭉친 것은 어쩌면 매우 현실주의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실주의가 완벽히 설명에 실패한 것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지극히 불안정한 국제연합이라는 시스템의 존속과 소련의 평화적인 붕괴, 두 가지 뿐이다. 전자는 양차대전을 겪으면서 패권국으로 떠오른 미국과 소련 양국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후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예상치 못한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특수한 귀결이었다[8] 대표적인 예로 북핵 문제가 있다. 여기서 최상의 성과는 당연히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정치현실주의자들은 북한은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핵 뿐이니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북핵에 대한 도덕적 긍정이 전혀 아니다. 정치현실주의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건 맞지만 핵무기의 위력과 그에 따른 억지력이 있는데 그렇게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기를 북한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게 과연 가능하냐고 실리적인 관점에서 반문하는 것이다.[9]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의 경제력에 걸맞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밀타격 능력이 가장 우수한 미군조차 테러와의 전쟁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민간인들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10] 단,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체제나 사상을 이유로 북한을 적대하는 사람들이 이상주의적이고, 독재자든 뭐든 전쟁을 통해 손해볼 게 더 많으니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방향이 오히려 현실주의에 가깝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다.[11] 개인으로서의 부시는 두드러지게 훌륭한 인품과 공감능력을 갖춘 신사이며, 독재국가의 인권 유린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인물이다.[12] 메테르니히의 빈 체제도 '세력균형에 의한 전쟁억제'가 목표였다. 이것이 기득권 옹호적 '거짓 평화'라는 비판을 듣는다면 모를까, 아무튼 전쟁을 억제하긴 했다.[13] 사실 정치현실주의 입장에서는 다른 국가 문제에 개입하느니 차라리 그 나라에서 탈출한 국민들을 난민으로 수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같은 경우 김씨일가를 축출하려는 직접적인 개입은 없는 대신 탈북민들을 대부분의 국가에서 난민 형식으로 받아들고 있다.[14] 국내정치상황에 아주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지만 국가내 급변사태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다만 그러한 사항이 주관심사가 아닐 뿐이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뿐이다.[15] 즉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러시아든 특정 국가와 친화적이든 적대적이든 그런 정책을 폄으로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고 손해를 보는가를 저울질하는 것이 현실주의적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16] 우익 일각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좌익 일각에서는 반제국주의 이념으로 특정국가를 지지하는 건데 당연히 이러한 이념에 기초한 외교는 현실주의와는 거리가 멀다.[17] 사대주의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조선이 했던 사대외교도 이렇게 일방적인 굴종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