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폰 그림멜스하우젠 Richard von Grimmelshausen リヒャルト・フォン・グリンメルスハウゼン | |
OVA | |
인물 정보 | |
<colbgcolor=#eee,#222> 신체 정보 | 남성, ???cm, ?형 |
생몰년 | SE 718 ~ SE 794 (76세) |
가족 관계 | ???(큰형), ???(작은형) |
국적 및 소속 |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은하제국군 |
최종 계급 | 은하제국군 대장 |
최종 직책 | 은하제국 군무성 고등참사관 겸 궁정고문관 |
최종 작위 | 자작 |
기함 | 오스트팔렌 |
미디어 믹스 정보 | |
성우 | OVA 사이카치 류지 |
배우 | 2011년 연극 시가 케이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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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소설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 은하제국의 군인이자 귀족(자작)이다. 을지서적판에선 그린멜스하우젠으로 나왔다. 최종계급은 대장.2. 상세
그림멜스하우젠 자작가의 삼남으로 두 형이 모두 전선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자작가를 계승하게 된 인물이다. 프리드리히 4세의 소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황제의 황자, 황태자 시절 시종무관으로 지냈으며 이때 대공 시절 프리드리히 4세를 매우 '충실하게' 보좌한 탓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황제의 총애를 받고있다.[1]3. 무능
76세의 고령의 나이에도[2] 제국군 현역 중장으로 '역전의 노장' 등으로 불리나 실제로는 몹시 무능한 인물이다.[3]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원수 휘하에서 1개 함대를 지휘하며 전투 의욕은 넘치지만 실제 전략이나 전술, 용병술은 거의 모르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령부가 연령도 연령이고 실제 능력도 모호하니 전력에서 자신을 제외하려 하자 소설에서는 블래스터를 뽑아들고 자신의 전투 의욕을 과시하고, OVA판에서는 아예 회의중에 "내가 무능하다면 여기서 죽어서 아군의 발목을 그만 잡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진짜 자기 관자놀이에 권총을 들이댄 "그린멜스" 제독의 행태를 본 뮈켄베르거가 골치아프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뮈켄베르거 원수는 그림멜스하우젠의 '자살 시도'가 뻔히 보이는 연극임을 알고 있었으나, 황제가 따로 언급까지 할 정도로 총애하는 인물이라 머리를 싸맸다. 애초에 출정 직전에 황제로부터 그 양반은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니 하고 싶은거 다 해달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결국 그림멜스하우젠이 원하는대로 우익을 찌를 수 있는 좌측에 배치해줬다.
게다가 라인하르트 폰 뮈젤이 작전에 대해서 진언하더라도 그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최종적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는 엉터리 작전을 채택하는 고집을 부린다.[4] 이 때문에 라인하르트는 독백과 키르히아이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림멜스하우젠에 관해 맹렬한 뒷담화를 일삼는데 대사들이 제법 신랄하다. 제독들의 평균연령만 높이고 있다느니[5] 저런 노인이 생존하는 건 산소의 낭비라거나,[6] 뮈켄베르거가 할 수 없이 그림멜스하우젠을 배려해주자 처음에는 그냥 그림멜스하우젠을 배제하고 전투할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결국은 그림멜스하우젠에게 끌려다닌걸 까면서도 처음에 배제하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며 그림멜스하우젠도 같이 깠고[7] 작전회의 도중 "56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혼전상황에 빠졌을 경우 승패가 명확히 갈리지 않는 법이라, 일단 함대를 후퇴시켰다가 정비 후 재출격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그걸 깨닫는 데 반세기나 걸리느냐", "군대는 치매노인의 요양소가 아니다."고 속으로 욕한다거나.[8] 휘하 병사들조차도 지휘관에 대한 무능함에 혀를 내두르며 저희들끼리 아무렇지도 않게 뒷담을 까는 일이 많다.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원수조차 반플리트 성역 회전에서 이 무능한 연장자를 어떻게 대접해야[9] 될지로 골치를 썩였다. 결국 전투 중에는 후방 예비 병력으로 돌리기도 하였으며, 반플리트 4-2에서 대기하도록 명령을 내려 사실상의 유배나 다름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함대 병력이 우연히도 같은 위성에 건설되어 있던 자유행성동맹군 보급기지와 충돌하여 아주 치열한 지상전을 벌이기도 했다.[10]
의외로 작전회의에서는 권위주의와는 다소 거리를 둔 모습을 보인다. 주변 참모들에게 돌아가면서 의견을 물어보고, "참모들의 의견이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이 어떻겠느냐?"란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반발을 하기가 어려운 타입이었다고 한다. 물론 고집을 피우거나 강하게 나오면 승인을 해주지만 말이다. 그래도 케슬러를 옹호해주는 등 의외의 면모도 있다.
더불어 애니판에서 참모장이 라인하르트를 "금발 애송이"라고 비꼬자, 그림멜스하우젠이 무덤덤하고 느리게 "외모와 나이 같이 당사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사람을 놀리는 것은 안 좋다. 게다가 그게 무슨 놀림감이 된단 말인가?"라며 조용하게 참모장을 꾸짖었지만 워낙 조용하게 말하여 그냥 흘러가는 말투 같이 말해서 상대방에게 꾸짖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그가 꾸벅꾸벅 조는 통에 참모장은 말도 없이 한숨쉬듯 그를 바라보았다.
반플리트 성역 회전에서 그림멜스하우젠이 딱히 눈에 띄는 실적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군무성에서도 그림멜스하우젠의 대장 승진에 이견이 많았고 결국 승진 추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황제가 불쑥 개입하여 "그 노인을 대장으로 삼아라"라고 명을 내렸다. 여기에 황제는 "어차피 이제 여생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장으로 삼아 줘도 되지 않겠느냐. 그리고 더 이상 전장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란 말을 덧붙임으로써 군부가 군소리 없이 그림멜스하우젠에게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게 된다.
이때 프리드리히 4세가 덧붙인 말에는 "그 노인네 어차피 이제 얼마 못 살 거니깐 그냥 대장 계급 달아주고 어디 한직으로 보내버려라"란 암시가 담겨 있었다. 그렇기에 군부의 관점에서도 그 무능한 노인네에게 함대 사령관직을 마련해줘야 될 걱정을 덜었고, 여기에 덤으로 전장에서 민폐를 끼칠 걱정까지 덜어버렸으니 "그런 조건이면 저희도 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라면서 황제의 지시를 순순히 따랐던 것이다. 황제는 친구니까 승진시키고 싶은 것이고[14] 현역 장성들은 이 골치아픈 노인네 얼굴을 안 보고 싶은데 마침 황제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 짚어준 것이니 다들 반대할 이유는 없던 것
소설판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황제가 군부에 명한 것으로 서술되어 있으나, OVA판의 경우에는 이 문제로 황제가 제국군 3대 장관과 따로 만나 타협을 하는 장면이 추가됐다.
이렇게 황제의 총애를 받는 측근인데다가 명문 자작가의 가주[15]인 그림멜스하우젠의 대장 승진을 놓고도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점을 보면, 하급귀족 출신인 라인하르트의 폭풍승진에 관하여 주변에서 반발이나 잡음들이 심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라인하르트가 전선에서 큰 공을 세우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황제의 총애와 더불어 황제의 후궁이 된 누이의 입김이 있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귀족들의 관점에서 라인하르트의 폭풍승진은 부당한 특혜로 인식되고 있었다.[16]
소설판에서는 궁정과 군부의 갈등을 피하고자 황제가 단순히 승진 지시로 끝나지 않고 암시가 담긴 말을 덧붙였다고 언급된다. 이는 황제의 측근이라도 마음대로 승진시키기 힘들다는 증거이다. 프리드리히 4세가 신하들에게 부드러운 권유형 어투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치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배려하기 위해 돌려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제국 내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황제의 의중으로도 이런 분란이 일어나고 평소에도 황제가 부드러운 권유형 어투를 쓰는데도 이런 설명이 붙은 것을 감안한다면 마찬가지로 황제의 측근이라도 마음대로 승진시키기 힘들다는 증거이다.[17]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깜빡깜빡거리기도 하고[18]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데 회의 자리에서조차 이 짓을 한다. 같은 노장이래도 동맹군의 뷰코크와 제국군의 노장인 메르카츠와 비교해도, 저 두사람이 훨씬 민첩하고 노련한 것에 비해 군재가 하늘과 땅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다못해 라자르 로보스도 원수 계급 달기 전에는 유능했다.
하지만 그의 진실은...
4. 진실
이런 무능함과 달리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은 사실 여러 문벌귀족들의 약점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쩌면 프리드리히 4세의 집권 안정을 도운 인물로 추정된다. 프리드리히 4세는 대공 시절부터 망나니 생활로 인해 신하라고 해봤자 그림멜스하우젠만 남았다. 자신의 친위 세력도 없이 집권하게 된 프리드리히 4세가 아무탈없이 오랜 시간 집권하는데에는 그림멜스하우젠의 힘이 컸으리라 추정된다.[19][20]자타공인 야심도 재능도 없고 입이 무거운 사람인지라 여러 귀족들이 무심코 경계를 풀고 고민이나 고충거리같은 비밀을 자신에게 털어놓는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귀족들과 대화하면서 일부러 그들이 자신의 페이스에 휘말리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말들을 털어놓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소설 외전 4권 <천억의 별, 천억의 빛>에서 에리히 폰 하르텐베르크 백작이 그림멜스하우젠의 화술에 휘말린 다음 당혹한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하르텐베르크 백작은 미래 경찰최고위직 간부에 오를 것이라 확실시 될 정도로 그 능력치를 인정받았으며 말수도 적고 냉정한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림멜스하우젠의 말빨에 넘어가버리고 스스로조차 자신이 왜 이렇게 순순히 말한 거냐며 매우 경악했다. 이때 그림멜스하우젠은 천연덕스럽게 자신은 입이 무겁다고 말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하르텐베르크 백작을 살살 놀리며 염장을 질렀다. 그동안 그림멜스하우젠을 그저 줄 잘 서서 군간부에 올랐다고 여겼던 하르텐베르크마저 이때만큼은 진심으로 진땀을 흘리며 당혹해했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도 그림멜스하우젠에게 승진 추천 감사인사[21]를 하러 가서 대화를 나누다가, 그림멜스하우젠이 넌지시 자신이 라인하르트의 야망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꺼내자 이를 열심히 부정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림멜스하우젠이 이렇다 할 압박 내지 회유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라인하르트와 자신의 목적을 밝히고자 하는 욕구에 빠졌을 정도이다. 겨우 말을 참은 키르히아이스도 깜짝 놀라며 이 사람도 권모술수 같은 능력이 출중하지만 그걸 덮어버리고, 그냥 편하게 살기 위해 일부러 관심없고 무능한 사람인 척 가장하는 게 아니냐고 판단했다.[22]
라인하르트도 이 사실을 듣고 놀라워하면서 그저 무능한 노인네인 줄 알았더니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서 "현재는 괜찮지만 미래에 위협거리가 된다면 제거해야 할 늙은이" 라는 식으로 평가한다.[23] 심지어 이 뒤에 키르히아이스는 납득은 하면서도 속으로 하지만 그런 때가 온다면 자신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즉 키르히아이스를 떠보면서도 정작 그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는 교묘함을 보여준 셈이다.[24]
즉, 현장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은 미지수이지만 상황을 파악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선택을 하고, 상대방의 심중을 읽는 것에서는 발군의 재능을 가졌다고 추측된다. 원작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전장인 반플리트 성역 회전에서의 모습을 보면 직접적인 전투능력은 미지수이지만, 전장 전체를 보는 시선만큼은 결코 무능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멜스하우젠은 군인이지만 공적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었으니, 그의 목표는 오로지 전장에서 살아돌아오는 것 뿐이였을 거다. 결국 그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선택을 했을테고, 실제로 별다른 공적 없이도 제국군 대장에까지 올라갔다.[25] 본인 말로는 라인하르트와 똑같은 18세에 사관학교 학생이었고 딱히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하니 임관 자체는 정상적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면 무능하긴 무능한데 심한 무리수를 두는 수준의 막장은 아닌것도 납득은 된다.
모두가 무능하다고 생각하며 무시했던 프리드리히 4세를 끝까지 섬기면서 결국 황제로 등극시키기까지 하고, 당시 제국군에서 미운털이 박힌 라인하르트와 같은 이유로 한직이나 오가던 울리히 케슬러를 두둔하며 등용한 것을 봐도 알 수있다. 또한 이런 능력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을 문서로 꼼꼼히 기록해두며 확실한 증거까지 남겼다. 만약 이 사람이 권력욕과 야망을 가지고 제대로 행동했다면 다른 귀족들을 모두 휘어잡고 황제 다음가는 권력자가 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망하기 전 귀족들의 약점을 기록한 문서를 울리히 케슬러에게 넘기면서, 라인하르트에게 전달하라는 장면에서도 결코 무능력한 노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무능력 혹은 단순히 정보수집의 능력만 있었더라면 그만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유지할 수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정보라는 건 힘이 될 수도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게 되면 독이 된다. 결국 라인하르트는 이 문서를 수취하는 걸 거부한다. 그림멜스하우젠이 라인하르트의 목표가 황제라는 걸 눈치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사후 라인하르트가 제국내 최고 권력자 자리 정도는 노리고 있었고, 실제로 그런 자리를 차지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문서를 넘겼을 것이다.
만약 라인하르트가 그 문서를 이용해 황제가 되었다면, 그림멜스하우젠은 2명의 황제를 만든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본인은 끝까지 문관도 아닌 무관의 자리에 남아 누가 봐도 무능력한 장군을 자처했다. 언제라도 제국의 2인자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이 그러지 않았다는 건 그 자리를 스스로 원하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2인자가 되면서 얻게 될 이익에도 일말의 욕심조차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반면에 제국의 2인자가 되어 얻을 이익과 비례하게 감내해야 할 불이익 또한 바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장 문벌귀족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속속들히 알고있는 자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올라가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전대미문의 권력을 쥔 그림멜스하우젠에게 엄청난 견제를 가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그의 입을 막겠답시고 반란까지 일으킬지도 모른다. 이는 황제인 프리드리히 4세는 물론 그림멜스하우젠에게도 최악의 상황이다.
라인하르트와의 대화에서도 자신은 라인하르트와는 달리 열여덟살 때 별 능력도 없었다고 하며, 대장 진급도 황제와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 역시 스스로도 현재 상황을 잘 알고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즉 2인자로서 권력을 누리기에는 자기 역량이 안된다는 것.[26]
라인하르트를 각별하게 여긴 이유도 그가 자신이 평생에 걸쳐 가지지 못한 열정을 가지고있는데다가, 스스로 빛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런 존재이기에 자신이 평생에 걸처 만든 문서를 넘기고 사용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27]
실제 라인하르트의 야심을 파악한 듯한 뉘앙스를 몇 차례 풍겼지만 걸 가지고 공격하거나 궁지에 몰아넣은 적은 없으며, 오히려 라인하르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잘 대해주는 태도를 몇 번씩 보였다.
주군인 프리드리히 4세 역시 평상시의 모습은 무능하지만 그 이면에 날카로운 면모가 숨겨져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과연 프리드리히 4세와 그림멜스하우젠은 그 황제에 그 신하라고 평해도 될 수준이다.
결국 대장 승진 후 일선에서 물러나고[28] 얼마 못 돼서 노환으로 인한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어 죽었다고 나온다. 그리고 병에 걸렸을 때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울리히 케슬러[29]를 통해 그동안 정리했던 문서를 라인하르트에게 전달한다. 즉, 이를 적당히 사용하여 귀족들 사이에서 입지를 갖추라는 의미였다. 그림멜스하우젠의 뜻을 눈치챈 라인하르트는 도리어 수취를 거부하며, 케슬러에게 역사가 문벌귀족들의 독점에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봉인하도록 한다. 또한 그전에 무능하다고만 여겼던 그림멜스하우젠에 대한 시선도 바뀌게 된다.[30] 이 문서는 로엔그람 왕조가 세워진 후 구 왕조의 역사기록을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되었을 때 빛을 봤으리라 짐작된다.
4.1. 프리드리히 4세의 공신?
그림멜스하우젠에 대해서 프리드리히 4세는 라인하르트에 버금가는 전폭적인 총애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군부의 반발까지 무마하면서 그를 제국군 대장으로 임명하고, 그림멜스하우젠이 하는 모든 일에 거의 매번 동의를 표했다. 이는 사실상 개국공신과 다름없는 대우인데 단순히 그가 프리드리히 4세의 마지막 남은 시종이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앞서 언급했던데로 그림멜스하우젠은 정보를 이용해 귀족들을 파멸로 몰아가는 재능이 특출났다. 이는 소설 외전 4권 <천억의 별, 천억의 빛>에서 제대로 나온다. 작중 소설 시점에서는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가 황실의 후손이라는 소문이 돌고있었다. 문제는 현 황제가 즉위하기 전인 대공 시절부터 난봉꾼으로 유명했던 프리드리히 4세였다는 점이다. 만약 뤼네부르크가 프리드리히 4세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공인된다면, 그는 곧바로 황태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였다. 이 소문이 돌게 되자 그림멜스하우젠은 연회 중에 뤼네부르크의 처남인 에리히 폰 하르텐베르크 백작을 불러서 이 소문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당연히 하르텐베르크는 소문에 대해 완강히 부정했다. 그림멜스하우젠도 이에 동의했지만 무언가 의심쩍은 말을 남겼다.[31]
그리고 얼마 뒤 하르텐베르크는 자신의 여동생인 엘리자베트 폰 뤼네부르크의 손에 살해당한다. 그 이유는 그림멜스하우젠이 비밀리에 엘리자베트에게 과거 그녀의 전 약혼자의 죽음의 진상을[32] 알려줬기 때문이였다. 애틋하게 그리워하던 약혼자가 다름아닌 친오빠에게 살해당하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듣고, 분노로 이성을 잃은 엘리자베트가 그만 하르텐베르크를 살해하고만 것이다. 하르텐베르크 살인사건은 겉으로만 보면 사적인 비극이지만, 실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멜스하우젠의 조종 하에 이뤄진 희극이였다. 정황상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가 황실의 후손이라는 소문을 이용해 황태자 자리를 노릴시 일어날 혼란을 막기위해, 뤼네부르크의 처가까지 이용해 그를 몰락시키려는 술수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
그림멜스하우젠이 겉모습과는 전혀 달리 권모술수의 대가라는 사실은 프리드리히 4세의 즉위 과정을 복기하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사실 프리드리히 4세는 선대 황제 오토프리트 5세의 차남으로, 애초에 은하제국의 황제는 커녕 황태자 후보에조차 들지못한 사람이였다. 당시 프리드리히 4세가 일개 대공이던 시절, 오토프리트 5세의 장남인 리하르트가 버젓히 황태자로 있었다. 리하르트 역시 부황에게 매우 총애받으며 차기 황제로서 모자람이 없는 건실한 사람이였고, 삼남 클레멘츠 역시 총명하기로 유명했다. 반면에 프리드리히 대공은 유능한 모습을 보이긴 커녕 각종 유흥, 향락, 사치 등을 즐기며 방탕하게만 생활해서, 부황인 오토프리트 5세에게 거의 의절 직전까지 몰렸고 이로 인해 황위계승경쟁에서 사실상 밀려나버렸다. 당연히 프리드리히 대공은 귀족사회에서 멸시받으며 측근 귀족들도 모두 그의 곁을 떠나갔다. 클롭슈톡 후작을 위시한 유력 대귀족들은 프리드리히의 면전에서 대놓고 험담을 늘어놓았고, 힘없는 하급 귀족들과 평민들은 그를 뒤에서 몰래 비웃었다. 그런 프리드리히 대공의 곁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사람이 바로 그의 시종무관이였던 그림멜스하우젠이었다.
그런데 제국력 452년에 장남 리하르트가 황위를 노리고 음모를 꾸민 사실이 발각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황태자 리하르트와 측근 귀족 60여명은 즉각 체포되어 처형되었고, 황태자 자리는 차남 프리드리히를 뛰어넘어 삼남 클레멘츠에게 넘어갔다. 클레멘츠에게도 영광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 영광의 순간도 잠깐이였다. 3년 뒤 455년에 리하르트가 반역을 꾀하다 발각된 사건이 삼남 클레멘츠와 그의 측근들이 벌인 조작극이란 사실이 폭로되었고, 이번에는 황태자 클레멘츠와 그의 측근과 주변 귀족 약 170여명이 처형당했다. 클레멘츠는 황급히 도주해 자유행성동맹으로의 망명을 꾀했으나, 사고인지 아니면 일부러 저지른지 모를 우주선 폭발로 시신조차 남지 못했다. 결국 오토프리트 5세의 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식은 차남 프리드리히 대공이였고,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그가 프리드리히 4세로 즉위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림멜스하우젠은 자신이 사건을 만들거나 추진할 능력은 전혀 없지만, 자신의 화술로 얻는 정보와 그 정보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프리드리히 4세를 황제로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그림멜스하우젠은 황위를 노리고 리하르트를 모함하려는 클레멘츠의 조작극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저 클레멘츠의 계획대로 리하르트가 반역죄로 처형당하고 그의 측근들마저 몰살당하기만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프리드리히 대공의 적들 중 반절이 사라지자 그림멜스하우젠은 이번엔 클레멘츠가 일으킨 리하르트 반역 사건의 진상을 비밀리에 유포하여, 클레멘츠의 측근과 그를 지지하던 귀족들을 몰살시킴으로서 프리드리히 대공의 즉위를 방해하던 자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끝내 클레멘츠마저 살해인지 자살인지 모를 우주선 폭발 사고로 죽으면서, 프리드리히 대공의 즉위를 방해할 사람은 단 한사람도 남지않게 되었다.
이렇게 그림멜스하우젠은 자신이 얻은 정보를 이용해 프리드리히 4세의 치세에 장애가 되는 귀족들을 하나씩 몰락시켜 나감으로서 그의 치세를 유지해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에게 황실을 뒤흔들 수 있는 여지가 생기자마자, 그의 뒷배라 할 수 있는 하르텐베르크를 몰락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33]
5. 기타
독일 헤센 출신의 풍자시인인 한스 야코프 크리스토펠 폰 그림멜스하우젠(Hans Jakob Christoffel von Grimmelshausen, 1621/1622 ~ 1676)을 모티브로 한 듯하다. 그는 30년 전쟁에 종군하기도 했고 그를 바탕으로 민중 관련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궁중소설의 틀을 벗어나 민중의 시각으로 그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형식을 갖춘 소설을 써 바로크 후기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본편에서 무능하지만 입이 무거워 많은 귀족들의 비리를 알 수 있었고 이것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모습은 실존인물인 소설가 그림멜스하우젠의 모습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작중에선 무능한 인물로 자주 언급되지만 귀족들 약점을 잡은 것을 준비했다든지, 귀족들이나 고위 군부층에게 찍혀서 한직이나 오고 가던 케슬러를 지켜주던 것을 보면 단순히 황제의 시종무관이었던 인물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은 갖춘 인물로 봐도 무방하다. 케슬러가 대놓고 고마워하진 않았으나, 그림멜스하우젠이 죽자마자 케슬러는 상부로부터 멀리 변경성구로 전출당해 오딘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때 케슬러가 라인하르트를 찾아와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소관은 군 수뇌부에서 그리 선호하는 처지가 아닙니다. 그림멜스하우젠 각하 덕에 오딘에 머물 수 있었으나, 그것도 각하께서 살아계실 때의 이야기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특히나 케슬러가 상부에 밉보인 이유를 감안하면 그 나름대로 깨어있는 사고도 있긴 하다.
작중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와 칼 마티어스 폰 포르겐의 비밀을 알고 있어서 이를 뤼넨부르크의 아내 엘리자베타와 뮈켄베르거, 오프레서에게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귀족 영애인 엘리자베타가 비밀인 이 이야기를 달리 알 방법이 없고 이는 뮈켄베르거, 오프레서도 마찬가지기 때문. 굳이 이들에게 비밀을 말한 이유는 라인하르트를 좋게 보고 있어서 그의 앞길에 방해가 될 만한 인물인 뤼네부르크를 치워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34][35]
팬픽 등에선 느긋하지만 적절하게 뒷세계를 다스리는 몹시 유능한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못지않게 이런 능력치가 상당한 크리스토프 폰 쾨펜힐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면? 물론 쾨펜힐러는 적군 정보력을 좌우하며 혼란에 빠뜨리기에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6. 기함
오스트팔렌 Ostfalen · オストファーレン | |
OVA | |
함선 정보 | |
<colbgcolor=#eee,#222> 함명 | 오스트팔렌 |
식별 번호 | 없음 |
함종 | SS75 표준전함 |
선적 |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은하제국군 |
선주 | 리하르트 폰 그림멜스하우젠 |
크기 | 전장 677m, 전폭 179m, 전고 228m |
무장 | 함수주포 6문, 좌현함포 22문, 우현함포 22문, 레일캐논 2문 |
승무원 | 726명 |
건조 | SE ???. ?. ? |
침몰 | 생존 |
함장 | 불명 |
오스트팔렌은 리하르트 폰 그림멜스하우젠의 기함이다. 기함명의 유래는 독일의 지역 오스트팔렌(Ostfalen). 지금의 니더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 지역이다.
오스트팔렌은 반플리트 성역 회전에 참전하였으며, 이후 그림멜스하우젠이 죽으면서 주인을 영영 잃고 만다.[36]
[1] 프리드리히 4세와의 대면 자리에서의 두 사람간의 대화는 오래된 친구관계끼리 하는듯한 느낌도 난다.[2] OVA에서는 어찌나 나이가 많은지 첫 등장인 회의장에서 발언하기 위해 일어나는데 다 쓰러질것 같이 비실비실거린다. 거기다가 라인하르트의 제독들의 평균연령만 높인다는 평에 걸맞게 그림멜스하우젠만큼 늙은 제독도 보이지 않는다.[3] 다만 어쨌거나 역전의 노장으로 불린다거나 본인도 50년 넘는 군경력이 있다는 것을 보면 무능해도 실전경험은 많은 모양이다.[4] 정작 이 때 라인하르트는 자신의 진언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그도 그럴게 이전까지의 윗사람들이 애송이의 말이라며 일방적으로 무시해온 것에 비해 이 노인은 '적어도 경청은 하니까.' 물론 맞장구만 치고 받아들이진 않았다며 분개했지만.[5] 자기 위의 제독들을 모조리 늙다리라고 까지만 그 까임이 그림멜스하우젠에게는 유독 강하게 비아냥거린다.[6] 이 때가 자기 함대가 너무 후방에 박혀있다며 나설 때인데 워낙 늙어 자기 몸조차 겨우 가누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지금이라도 은퇴해서 남들 고생 안 시킨다면 말년이라도 더럽히지 않을 것이라고 혀를 찬다.[7] 그럼에도 자기 직속상관이 그림멜스하우젠인지라 그랬다간 나도 공훈을 세울 기회를 잃는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8] 라인하르트가 늙었다고 비난한 건 그림멜스하우젠만이 아니라 다른 제독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림멜스하우젠에게 가장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예를 들어 뮈켄베르거는 아주 유능한 편은 아니었지만 평균은 하는 인물이었던지라 나중에 가면 상관과 부관 입장의 상호존중은 가지게 된다.[9] 을지서적판에서는 통신 담당이 뮈켄베르거에게 "그린멜스 함대가 도착했습니다."라고 이름을 잘못 부르자, 이 말을 들은 뮈켄베르거가 존경하는 상관 성을 멋대로 줄여 부른다고 꾸짖는 의역이 포함됐다. 엉뚱한 것은 을지서적판조차도 뮈켄베르거도 이 노인네 참 무능하다고 속으로 안 좋게 보면서도 황제가 아끼는 인물이라 함부로 뭐라 할 수도 없다며 고민하는 것이라고 번역해놓고선 저런 의역을 해버렸다는 점이다. 서울문화사판과 이타카판에서는 그림멜스 함대라고 성을 마음대로 줄여 부르던 오퍼레이터에게 원래대로라면 부하의 무례함을 꾸짖어야 마땅하지만 뮈켄베르거가 그냥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나이와 경력 면에서 존경해야 마땅할 그림멜스하우젠을 전혀 존경하지 않았다는 뮈켄베르거의 본심을 보여준다.[10] 이 때문에 반플리트 4-2에서 졸지에 함대전까지 벌어져 뮈켄베르거는 사실상의 유배를 보냈다가 자기만 물먹었다. 황제의 친구씩이나 되는 분이니 안 구하러 갈 순 없으니 구하러 갔는데 문제는 동맹군과 제국군이 반플리트 4-2에 너무 과밀도로 몰린 바람에 난장판이 벌어졌기 때문. 물론 여기에 말려든 동맹군도 고생했지만 말이다.[11] 아닌 게 아니라 원작에서도 병사들끼리 모여 대화하는 부분에 이런 게 나온다. 한 병사가 "함대사령관은 76살 난 노인네, 분함대 사령관은 18살 난 햇병아리 도련님이라니 높으신 분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이라며 비아냥거리자, 다른 병사가 "그래도 나이를 평균 내면 47살(76+18=94)이니 한창 일 할 나이잖아?" 또 다른 병사가 "바보같긴, 그러니까 평균 따위는 믿으면 안되는거다" 라는 썰렁한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자유행성동맹에도 비슷한 게 있는데 공무원 평균 연령이 40대인데 이건 사실 노인+청년을 맞춰끼운거였다.[12] 로엔그람 왕조의 첫번째 황후가 되는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의 아버지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조차 신분은 그럭저럭 괜찮은 귀족이었지만 권력과는 연관이 없던 쩌리 귀족이었다.[13] 물론 그의 숨겨진 면모를 보면 일부러 거절했을 수도 있다.[14] 그리고 마침 그림멜스하우젠 휘하에서 세운 공도 있기에 명분도 없지는 않다. 그게 그림멜스하우젠의 공이 아니기는 하다만 어쨌든 지휘관은 지휘관이니 황제로서도 요구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셈.[15] OVA에서는 라인하르트 폰 뮈젤의 "전 그냥 하찮은 제국 기사 가문 출신인데, 각하는 명예로운 자작가의 가주이지 않습니까?" 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그림멜스하우젠이 자신과 비교하며 자기 자신을 비하하자 던진 위로의 말이었다. 그림멜스하우젠은 "경과 같은 18세에 나는 사관학교 학생이었지만 수석 같은건 아니고 평범했고 미남자도 아니었으며 친구다운 친구도 없었지만 경은 그 모든걸 가지고 있으니 부럽다.". 이 말을 들은 라인하르트는 돌아와서 황제의 신임도 많이 받고 자작씩이나 되는 사람이 도대체 왜 자신을 부러워하는지 궁금해했다. 라인하르트의 위로에는 "나야 뭐 내 형님들이 죄다 전쟁에서 전사해서 자작이 된거고, 내 형님들이 살아있었으면 남작이나 받았겠지..." 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능력있는 형님들은 제국군 장교로 전장에 나가 전사하고 자기는 무능해서 황제가 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였던 프리드리히 4세의 시종무관이나 하고 있었던 걸 셀프 디스하는거라고 볼 수 있다.[16] 물론 라인하르트는 승진에 합당한 공적을 세우고 있었으므로 정확히는 후궁이 된 누이의 입김에 의한 부당한 특혜가 아니라 라인하르트가 부당한 압박을 받지 않도록 하는 쪽이다. 곱씹어보면 귀족들이야말로 지극히 부당한 특혜를 보고 있었다. 립슈타트 전역에서 보여준 양측의 실력차를 보면 같은 장성급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자기보신 정도는 할줄 아는 그림멜스하우젠에 비해 자기보신조차 못한다. 포플랭이 특권을 가진쪽은 특권을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한걸 감안해보면 참으로 특권에 젖은 귀족다운 발상.[17] 또한 말기의 제국에서 그나마 군부는 공정성을 유지한 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평민들의 가장 좋은 출세길 중 하나는 군인이 되는 것으로 라인하르트 원수부 일원들 전원이 평민~하급귀족 출신이나 공훈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장성급을 따낸 수재들이다.[18] 자신의 나이를 까먹기까지 해서 라인하르트가 정정해줄 정도. 물론 라인하르트는 이딴 쓸모없는 노인네가 나이를 10살을 틀린다는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속으로 깠지만 말이다.[19] 프리드리히 4세는 골덴바움 왕조에서 유별나게 긴 재위기간을 누렸는데 그의 재위기간이 무려 31년에 달한다. 골덴바움 왕조의 황제들의 평균 재위기간이 14~15년임을 감안하면 두 배나 오래 재위한 셈인데 거기다가 특히 골덴바움 왕조는 말기로 갈수록 황제들의 평균 재위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여서 빌헬름 1세에서 오토프리트 5세(프리드리히 4세의 아버지)까지 8명의 황제가 있었지만 이들의 재위기간의 총합은 60년도 안된다. 즉 프리드리히 4세의 재위기간은 그 때의 상황으로 보아 뭔가 이상한 수준으로 길다. 물론 프리드리히 4세가 적극적인 개혁정책을 해서 기득권층의 불만을 양산하거나 아니면 왕권강화를 꾀해 정적들과 충돌하지 않아서 적이 별로 없던 것이 한 몫을 할 수도 있겠다만 그렇다고 해도 꽤나 긴건 맞다. 심지어 재위기간 자체도 골덴바움 왕조 전체에서도 오래 제위했다. 루돌프에서 오토프리트 1세까지 4명의 황제가 있었고 이들의 재위기간의 총합은 124년이다. 한 사람당 31년씩 재위한 수준이고 루돌프의 집권기간을 제해도 30년 가까이는 된다. 하지만, 이후론 15년 정도가 평균이었다.[20] 실제로 키르히아이스가 직접 그 분은 프리드리히 4세가 대공 시절 그의 시종무관으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해서 공적이 있었다고 말해서 자세하게 묘사되진 않았지만 그림멜스하우젠이 단순 황제 친구라서 대우를 받는 게 아니라 거기다가 프리드리히 4세가 즉위하기 전 뭔가 그를 위해 세운 공훈이 있음을 드러낸다. 라인하르트 역시도 그림멜스하우젠이 황제의 신뢰를 받는걸 이해하고 있었고 때문에 그 무능한 노인을 잘 이용해서 내가 공훈을 세울 기회를 만들게 해야겠다고 여기고 있었다.[21] 라인하르트도 이때만큼은 정말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말투는 '그 쓸모없는 노인네가 간만에 밥값 해주네'라는 식이었지만. 그래도 라인하르트가 먼저 키르히아이스에게 "추천해준 분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가라" 라고 권유한 걸 보면 어지간히 기뻤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게 당시 라인하르트&키르히아이스 듀오는 상당히 경원시되는 분위기였기 때문. 렌넨캄프 휘하 시절에는 렌넨캄프가 "다들 자네(라인하르트)를 두고 걸어다니는 골칫거리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라고 대놓고 물어볼 정도였다. 라인하르트가 사고치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지만 황제의 후궁의 남동생이라는 것부터가 대하기 어려운데다가, 나이도 어리고 성격도 순종적이지 않아서 한 마디로 상부 입장에선 골칫거리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라인하르트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키르히아이스도 군에서 꽤나 눈총을 받았을텐데, 그림멜스하우젠은 그런 키르히아이스의 승진 추천을 해줬으니 라인하르트가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게다가, 당시 키르히이아스는 동맹군 셀레브레제 중장을 사로잡는데 기여하며 충분히 진급할 수 있음에도 대위로 그대로 있었다. 라인하르트가 인사국장에게 따져들다가 인사국장에게 "소령 진급이 가능하지만, 안 그래도 키르히아이스 대위를 무슨 심복처럼 계속 부관으로 두는 것은 더 이상 용납못하네. 그가 진급하여 소령이 되면 다른 장군 휘하 참모가 될텐데 그래도 좋나?" 라는 말을 듣자 라인하르트는 풀죽어 물러났다. 헌데, 바로 이때도 그림멜스하우젠이 추천하면서 인사국장을 설득...아니 실상은 협박일 가능성이 크지만 키르히아이스를 진급도 시키고 그대로 라인하르트의 부관으로 계속 있도록 해줬다. 이러니, 라인하르트가 엄청 좋아할만 했다.[22] 약사의 혼잣말에 나오는 칸라칸도 비슷하게 나오지만 다른 점이 있다. 궁궐로 출근해서 대낮에 낮잠이나 자고 웃는 얼굴로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이 겉으론 그림멜스하우젠처럼 무능해 보인다. 게다가, 욕심부리자면 더 높은 벼슬도 가능하지만 일절 욕심없고 우수한 부하들을 알아봐 등용시켜 출세시킨 걸 보면 호러스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호러스나 그림멜스하우젠과 차이가 나는 게 극중 황제조차도 이런 게으른 모습 뒤에 무서울 정도로 빠른 눈치와 행동력을 비롯한 칸라칸의 재능을 알고 있기에 건드리지 않는다. 이런 재능과 같이 비천한 출신 인재도 알아보고 등용해 출세시키니 우수한 부하들이 진정으로 충성한다. 강력한 파벌을 이룰 수도 있는 그를 시기하여 자객을 보내거나 정치적으로 매장하려던 자들도 있었으나 칸라칸은 이럴 때마다 그야말로 매의 눈으로 눈치채고 재빠르게 역습을 가해 되려 상대방이나 배후까지 철저하게 뭉개버린다. 겉으로 무능을 연기하지도 않기에 정계나 군부에서도 진가를 알고 두려워하며 절대로 적으로 만들지 않는 차이가 있다.[23] 여기서 무서운 건 인재에 대한 안목이 좋은 라인하르트마저 그림멜스하우젠이 직접 흘려준 사실을 보기 전까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를 철저하게 무능해빠진 인물로만 여겼다는 점이다. 물론 라인하르트가 모든 인재를 다 알아보는건 아니다. 예를 들어 레오폴트 슈마허는 인재였지만 정작 라인하르트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고 아까워했다. 그러나 슈마허는 작중에서 라인하르트와는 한번도 얼굴을 마주친적이 없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그림멜스하우젠은 아예 직속상관이다. 슈마허보다야 진면목을 파악하기에 좋은 자리에 있던건데 조금도 눈치를 못챈거다. 그만큼 그림멜스하우젠이 스스로의 진면모를 숨기는 능력이 기가 막히다는 의미다. 앞서 말한 그림멜스하우젠의 처세도 결국 자신의 능력을 덮어두고, 무능하다는 인식이 제대로 박혀 있어야 어느정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능력은 뛰어난데 감추질 못한다면 결국 그 능력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라인하르트 역시 그런 소문들을 토대로, 그림멜스하우젠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림멜스하우젠은 라인하르트에게 꼬리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무능력자 코스프레를 자그만치 몇십년 동안 해왔다.[24] 라인하르트-키르히아이스의 정적들은 대부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정말 있다면 라인하르트와 우주의 운명을 두고 싸운 양 웬리 정도로 그조차도 사실 정적이라기보단 숙적이고 양이 특별히 처신능력이 좋은 게 아닌 단지 유능한 명장에 개념인이라는 것 뿐으로 처신능력은 그림멜스하우젠과 비교하기에는 꽝이고 스스로도 딱히 처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25] 이런 면을 보면 특별한 공적도 세우지 않았지만 반대로 참패라 불릴 정도의 대패 없이 이겼는지 졌는지 모를 애매한 실적만 쌓아왔을 수 있고 또 군재가 아무리 모자라도 그정도는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심지어 군재가 대단하지도 않은데 저정도로 살아남은걸 보면 완전히 무능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진짜 노답으로 무능하다면 진작에 전사했을 것이다. 작중에서도 진짜 노답 수준으로 무능한 패장은 단순한 해임이 아니라 처형까지 하는 게 은하제국으로 아를레스하임 성역 회전에서 6할을 손실한 카이저링 남작도 처형될 뻔 하다가 은사령으로 겨우 목숨을 건졌다. 아무리 황제 친구라 해도 이정도 손실을 일으키는 참사를 일으켰다면 적어도 함대지휘관으로는 있지 못할텐데도 모두들 무능하다고 여기는데도 어쨌든 사령관을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뮈켄베르거 같이 중박치는 지휘관 밑에서 활동하고 라인하르트처럼 튀는행동을 안 해서 능력은 그럭저럭이라도 중박은 치는 것일 수도 있다. 윌렘 홀랜드는 이 사람보다도 유능한데 저 혼자 멋대로 행동하다 전사했으니.[26] 반면에 당시 제국의 2인자라 할 수 있을 국무상서(실질적인 제국재상) 리히텐라데 후작은 뛰어난 정치력과 관습, 황제의 권위를 적절히 이용하여 정적을 추방하고 자신의 입지를 확보했다. 즉 황제 라인이라고 꼭 2인자를 할 수 있는건 아니가 그런거에다 정치력, 근거까지 적절히 사용하여 정적을 내몰만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27] 권력을 쟁취하는 능력과 그 권력을 유지하는 능력, 권력을 이용해 이상을 실현시키는 능력은 완전히 별개다. 그림멜스하우젠은 앞서 언급된 능력에 대해서는 미지수이지만, 그 능력을 발휘함에 있어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동기나 열정 혹은 욕심은 확실히 없었다. 실제로 그림멜스하우젠은 무능하고 소문이 나쁘지만 그렇다고 폭군은 아닌, 어쩌면 본인과 가장 흡사한 성향을 가진 프리드리히 4세를 모시면서 결코 권력의 중추에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대비되게 프리드리히 4세의 치세동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황제에게 위해가 될 일들은 미리 제거하기도 했다.[28] 하지만 OVA에선 계속 비실비실거린다. 전투 도중에 꾸벅꾸벅 졸고 얼굴도 어디 아픈 것처럼 보인다. 이 양반이 맘먹고 권모술수를 부렸으면 대장은 물론 황제 바로 아래 위치에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인물이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진짜 아파서 그런게 맞을 듯.[29]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은 군 상부에 밉보이고 있던 케슬러의 후견인격인 인물이기도 하였다.[30] 앞서 말한 여러 사실을 종합하면, 그림멜스하우젠은 귀족의 약점을 모조리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그 비밀을 터뜨려 빈손인 프리드리히의 모래성과도 같은 치세를 30년이나 꼼꼼하게 받쳐준, 그러면서도 전면에서는 무능력자의 가면을 죽을 때까지 벗지 않은, 작중 최고의 권모술수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애초에 수취자인 라인하르트&지크프리트 듀오조차 자신들의 목표가 그림멜스하우젠에게 감사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바로 노출될 뻔했다. 자기들을 능가하는 그 권모술수의 대가가, 일생동안 빠짐없이 긁어모은 정보를 자신들에게 유품으로 남겼다. 라인하르트가 이를 펼치지 않고 그냥 봉인하라고 명한 이유도 '이 문서는 오직 그림멜스하우젠 그만이 감당 가능한 전략 핵무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추측이 가능하다. 단 한 장이라도 펼쳐 그 정보를 이용하는 순간, 라인하르트는 그림멜스하우젠의 뒤를 이어 귀족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최중요 암살 목표물이 되어 단 하루도 편히 살 수 없을 것이었다. OVA에서는 간접적으로 드러나는데 당대 최강의 권력자 중 하나인 리텐하임 후작의 최측근인 헤르크스하이머의 몰락은 리텐하임과 브라운슈바이크 모두의 중대한 약점을 알아버린 것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헤르크스하이머는 안스바흐처럼 작위조차 알려지지 않은 하급귀족이 아니라 명백히 백작위를 가진 문벌귀족이다. 근데 그런 사람조차 치명적인 약점을 알았다는 이유로 리텐하임 후작에게 철저히 토사구팽당했다. 이보다 기반이 약한 라인하르트는 당연히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31] "참, 여동생은 잘 지내나?", "나는 무능한 인물이지만 그렇기에 많은 것을 알고 있다네"[32] 엘리자베트의 전 약혼자 칼 마티아스 폰 포르겐은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 문벌귀족마저 사형을 당할 수 있는 강력범죄인 사이옥신 마약 밀매를 저질렀다. 당연히 이 사실에 경악한 하르텐베르크는 내무성 경찰총국 차장으로서도, 엘리자베트의 오빠로서도 결코 포르겐과 엘리자베트를 결혼시킬 수 없었다. 결국 동생의 행복보단 가문의 명예를 선택한 하르텐베르크는 포르겐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고, 똑같은 이유로 동생을 버린 포르겐의 형과 합심해 강제로 포르겐을 최전선으로 전출시킨 다음 전사하게 만들었다.[33] 이 가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클롭슈톡 사건은 클롭슈톡 후작이 이런 그림멜스하우젠의 존재를 알아채고, 프리드리히 4세를 보호하는 그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이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림멜스하우젠이 사망한지 고작 1년만에 클롭슈톡 사건이 터졌다.[34] 비밀을 오프레서에게 흘림으로써 뤼네부르크와 오프레서가 연결되는 일을 막고 엘리자베타에게까지 털어놔서 뤼네부르크를 완전히 버리도록 만들었다. 만약 뤼네부르크가 오프레서와 연결되었다면 라인하르트는 자칫 잘못하면 뤼네부르크 수준으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35] 아니면 황태자가 없는 현 상태에서 새로운 황태자의 등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수도 있다.[36] 다만 새 주인을 만났을 수도 있다. 일례로 뮈켄베르거의 기함 빌헬미나는 뮈켄베르거가 퇴역한 이후 플레겔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