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Bactria-Margiana Archaeological Complex(BMAC)박트리아-마르기아나 문화는 선사 시대의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한 청동기 시대 문화이며 해당 문화권의 분포 지역이 오늘날의 아무다리야 강 부근(호라산)이라는 점에서 옥수스 문명(Oxus civilisation)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약자인 BMAC라고 많이 지칭된다. 중앙아시아의 정주 농경민들이 세운 이 문화는 훗날에 인도 아대륙에서 발생한 갠지스 문명을 세운 아리아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화의 이름은 이 지역을 가리키는 역사적인 명칭인 박트리아와 마르기아나[1]에서 왔으며 다른 이름인 옥수스 문명은 그리스인들이 아무다리야 강을 부르던 이름인 옥소스에서 왔다.
2. 발굴
박트리아-마르기아나 문화의 존재는 1976년에 소련의 고고학자인 빅토르 사리아니디가 델바르진, 다실리 오아시스, 토홀로크 21, 고누르, 자르쿠탄 등의 카라쿰 사막 일대의 여러 지역에서 발굴한 다량의 유적과 유물을 학계에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발굴된 유적과 유물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을 한 결과 BMAC의 존속 기간은 기원전 2400년경에서 기원전 1900년경까지로 추정되었지만 2020년에 프랑스의 고고학자인 베르티유 리온네와 러시아의 고고학자인 나데즈다 두보바가 공저한 책인 《The World of the Oxus Civilization》에 의하면 현대의 주류 고고학계는 그 시기를 수정해서 기원전 2250년경에서 기원전 1700년경까지 존속했다고 본다.[2]빅토르 사리아니디의 발굴 조사로 밝혀진 바로는, 유적지마다 많은 성벽과 성문으로 둘러싸인 대형 건축물들이 확인되었다. BMAC의 유적들 중의 하나인 고누르 데페의 궁전은 그 넓이가 150m×140m 정도였고 다른 유적인 토골로크의 신전은 140m×140m, 켈렐리의 요새는 125m×125m에 달했다. 여러 유적지에서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을 조각한 여인상과 쌍봉낙타를 묘사한 조각상, 말의 머리 모양으로 조각한 도끼 유물이 출토되었다.
BMAC의 유적과 유물은 첫 발굴지였던 투르크메니스탄의 카라쿰 사막을 넘어서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그리고 심지어는 이란의 남동부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속속들이 발굴되고 있다. 특히 이란령 발루치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분쟁 지역인 관계로 발굴 작업이 더딘 것을 감안하면 BMAC의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였을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3. 문화와 경제
BMAC는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정주 농경민의 문화였다. 그래서 발굴지에서도 그 흔적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데 주로 밀과 보리가 발견되면서 BMAC의 주민들은 밀과 보리를 재배했음이 확인되었다. 거의 농업이 주를 이뤘고 주변의 인더스 문명 등의 외부 문화권과의 교류가 적지 않게 이루어졌으나 본격적인 상업의 발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BMAC의 유적에서는 앉아있는 여인상이 자주 확인되는데 당시에 믿었던 여신으로 추정된다. 많은 수의 도장이나 장신구, 청동제 물품들이 출토되었는데 그 재료나 양식이 주변의 인더스 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는 상이해서 독자적인 문화를 이루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3]
BMAC의 유물들 중에는 도장도 있는데 여기에 새겨진 기호들을 문자로 보아서 BMAC를 하나의 문명으로 간주하는 가설도 제안된 바 있다. 때문에 BMAC를 옥수스 문명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 '문자'들은 아직 해독되지 못했다.
4. 다른 문화와의 관계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에 BMAC는 비슷한 시기에 존속했던 인더스 문명과 갠지스 문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며 뒷날 동튀르키스탄에 정착한 인도유럽어족 계통과 동양 계통이 섞인 아파나시에보 문화와도 영향을 주고받았다. 역시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번성한 아리아인의 문화인 안드로노보 문화와도 많은 교류가 이뤄진 바가 있는데 때문에 BMAC를 아리아인들 중에서 정주 농경 생활을 하던 부류가 세운 문화로 이해하는 학설이 나오기도 했다.BMAC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러시아의 고고학자인 빅토르 사리아니디도 이 문화를 아리안계 정주농경민의 문화로 추정했다. 마침 발굴된 신전 유적에서도 조로아스터교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소들이 발굴된 바 있다.
5. 언어
BMAC의 유적들을 처음 발굴해낸 소련의 고고학자인 빅토르 사리아니디는 문화 양식의 전반적인 형태가 아리아인 계열 민족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BMAC의 언어를 인도유럽어족의 인도이란어파에 속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는 적어도 기원전 8000년경부터 농경을 해왔던 지역임이 확인되고 있으므로 이 지역의 선주민이 인도유럽어족 계통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여겨지며[4], 그래서 박트리아-마르기아나 문화의 언어가 인도이란어파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베다 산스크리트어에 기층이론이 있는데, 기층언어의 유력한 후보들 중의 하나로 BMAC의 언어가 거론되고 있다[5]. 아래의 목록은 베다 산스크리트어에서 재구된 기층언어의 어휘들 중에서 BMAC의 언어로 추정되는 것들이다.
* BMAC *anću '소마' → 산스크리트어 aṃśú-, 아베스타어 ąsu-
* BMAC *atʰr̥ → 산스크리트어 átharvan '사제', 아베스타어 āθrauuan-/aθaurun- , 팔라비어[6] āsrōn, 토하라어 A 'atär', 토하라어 B etre '영웅'
* BMAC *bʰiš- '치료하다' → 산스크리트어 bhiṣáj '의사', 후기 아베스타어 bišaziia '치유하다'
* BMAC *dr̥ća → 산스크리트어 dūrśa- '거친 옷', 와키어[7] δirs '염소털' 또누 '야크털', 슈그니어 δox̆c '체모', '거친 옷'
* BMAC *gandʰ/t- → 산스크리트어 gandhá-, 후기 아베스타어 gaiṇti- '냄새'
* BMAC *gandʰ(a)rw- '신화 상의 괴물' → 산스크리트어 gandharvá-, 후기 아베스타어 gaṇdərəβa-
* BMAC *indra '신의 이름' → Skt. Índra, 후기 아베스타어 Iṇdra '조로아스터교 세계관의 악마들 중 하나'
* BMAC *išt(i) '벽돌' → 산스크리트어 íṣṭakā-, 후기 아베스타어 ištiia-, 고대 페르시아어 išti-, 현대 페르시아어 xešt, 토하라어 B iścem '진흙'
* BMAC *ǰaǰʰa/uka '고슴도치' → 산스크리트어 jáhakā, 후기 아베스타어 dužuka-, 발루치어 ǰaǰuk, 페르시아어 žūža
* BMAC *jawījā '운하', '관개 수로' → 산스크리트어 yavīyā, 고대 페르시아어 yauwiyā, 현대 페르시아어 ju(y)
* BMAC *k/ćan- '대마' → 산스크리트어 śaṇa, 중세 페르시아어 šan, 호탄어 kaṃha, 오세트어 gæn(æ)
* BMAC *majūkʰa '나무 못' → 산스크리트어 mayūkha-, 고대 페르시아어 mayūxa '문 손잡이', 현대 페르시아어 mix '못'
* BMAC *nagna → 산스크리트어 nagnáhu- '효모', 소그드어 nɣny, 파슈토어 naɣan, 페르시아어 nān '빵'
* BMAC *sćāga, *sćaga '숫염소' → 산스크리트어 chāga-, 오세트어 sæǧ(æ), 와키어 čəɣ '어린이'
* BMAC *sikatā '모래, 진흙' → 산스크리트어 sikatā, 고대 페르시아어 θikā '모래', 호탄어 siyatā, 소그드어 šykth
* BMAC *sinšap- '겨자' → 산스크리트어 sarṣapa, 호탄어 śśaśvāna, 파르티아어 šyfš-d'n, 소그드어 šywšp-δn, 페르시아어 sipan-dān '겨자씨'
* BMAC *(s)pʰāra '쟁기날' → 산스크리트어 phāla-, 페르시아어 supār
* BMAC *sūčī '바늘' → 산스크리트어 sūćī, 후기 아베스타어 sūkā-, 중세 페르시아어 sozan, 오세트어 sūʒīn, soʒīnæ
* BMAC *šwaipa '꼬리' → 산스크리트어 śépa-, 프라크리트어 cheppā-, 후기 아베스타어 xšuuaēpā-
* BMAC *(H)uštra '낙타' → 산스크리트어 úṣṭra, 아베스타어 uštra-, 페르시아어 šotor
헌데, 재구된 BMAC 언어의 어휘들이 거의 농경 생활과 관련되어있고, 본래 아리아인은 조상인 원시 인도유럽인과 마찬가지로 유목민인 관계로, BMAC의 언어가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 않는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여러 고고학적 분석 결과에서 박트리아-마르기아나 문화에 아리아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원래 비 인도유럽어족계 선주민들이 살았던 만큼, 이들 어휘들도 선주민들의 언어에서 BMAC의 언어로 차용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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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날의 투르크메니스탄의 메르브 지방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명칭이다.[2] Bertille Lyonnet and Nadezhda A. Dubova (eds.), The World of the Oxus Civilization, Routledge, London and New York, p. 32.[3] Kohl, Philip L. (2007). The Making of Bronze Age Eurasia. Cambridge University Press. ISBN 978-1139461993. pp.186-187[4] 유라시아에서 최초로 농경 기술을 습득한 이들인 초기 유럽 농경민(Early European Farmers, EEF)이 대부분은 아나톨리아를 거쳐서 유럽으로 진출한데 반해, 일부는 발원지인 중동 지역과 이집트, 이란 등지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중동 주변 지역에 체질인류학적으로 적지않은 흔적을 남겼다. 이 때문에 초기 유럽 농경민이 중앙아시아 선주민들에게 언어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긴 하나, 양쪽의 언어가 기록으로 남은 바가 없으므로 자세한 사정은 아무도 모른다.[5] 베다 산스크리트어의 기층언어들은 한 가지가 아니며, 현재까지 드라비아계 언어와 오스트로아시아어족의 문다어파 계열 언어, 그 이외의 정체불명의 언어가 확인되었다. 이 정체불명 언어에 대해 BMAC의 언어라는 설과, 인더스 문명의 언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6] 고대 페르시아어의 한 방언이다.[7]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타슈쿠르간 자치구에 거주하는 인도이란어파 계열 민족인 와키인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