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1 22:19:33

사랑할 때와 죽을 때

1. 개요2. 줄거리3. 등장인물4. 일화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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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어: Zeit zu leben und Zeit zu sterben.
  • 영어: 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소설.[1]

이 소설은 1954년,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집필한 대표적인 반전 소설이다. 동작가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이 배경이라면,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이 배경이다. 출판 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으며, 1958년에는 더글러스 서크 감독이 이 소설을 영화화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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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작 사랑할 때와 죽을 때의 포스터.

영화 내용은 실제 소설과는 꽤나 다르다. 일단 그래버의 가장 절친한 동기이자 고향 친구인 프레젠부르크는 아예 삭제가 되었으며, 소대장 뮬러 역시 삭제되었다. 그리고 그래버의 동기들 중 임머만을 제외한 나머지(예를들어 샤우워, 베르닝, 슈나이더 등)는 등장하긴 하는데 아예 공기취급이며[2], 주임원사 뮤케 역시 공기화되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그래버가 다시 자대 복귀를 한 날, 임머만이 포도주가 든 커다란 독을 차지하려다 소련군의 포탄에 맞아 사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작소설에선 임머만은 소설 끝날 때까지 사망한다는 내용이 없다. 즉, 소설 속 배경 이후에는 그 역시 전투에서 전사하였을지 몰라도 최소한 주인공인 그래버보다는 오래 산다는 뜻이다. 그리고 슈타인브레너에 대한 언급 역시 원작소설에서는 그가 무장친위대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친위대라는 언급이 전혀 없이 그냥 에 좀 충성적인 국방군으로 등장한다.

국내에서는 민음사에서 번역한 버전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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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줄거리

1943년 겨울, 프랑스와 북아프리카 전선에도 참전한 바 있는 주인공 에른스트 그래버는 3주간의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전선에서 벗어나 휴가를 떠나게 된 그는 2년 동안이나 소식이 끊겼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그래버가 살았던 도시는 미국영국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 있는 상태. 부모님의 생사는 알 길이 없었고, 여기저기 부모님에 대해 수소문을 하나 부모님의 행방은 묘연했고 그러는 동안 그래버는 징집되어 장교가 된 동창을 비롯한 옛 급우들과도 만나는 데 같은 반이었던 반딩은 돌격대장이 되어 있었고 그래버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다가 그래버 부모님의 절친이였던 의사 크루제 박사의 딸이자, 자신의 대학교 동창이였던 엘리자베트 크루제를 만났고 뒤늦게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뒤늦게 알고 보니 크루제 박사는 2차대전에서 독일의 승리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수용소(다카우 수용소로 추정)에 잡혀갔고, 엘리자베트 자신은 나치당원인 린저 부인의 감시 하에 아주 어려운 상황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어려운 일을 겪고, 자기 자신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자신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래버는 점점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당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된다. 옛 은사인 폴만과 유대인 도피자 요제프와의 만남 속에서 그래버는 자신이 이 범죄에 공범임을 확신하고 고뇌를 거듭한다.

비록 부모님은 찾을 수 없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그래버는 엘리자베트와 고급 레스토랑도 가고, 공원도 가고, 같이 술도 마시면서, 온갖 즐거운 데이트를 한다.[3] 그녀와 고뇌를 나누며 전쟁과 폐허가 없는 곳에서 살아가길 꿈꾼다. 물론 이따금씩 엘리자베트와 잠자리를 가졌던 것은 덤. 심지어 둘은 휴가 중에 결혼도 하는데, 참 슬프게도 결혼하고 단 하루만에 그래버는 휴가가 끝나 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일선에 복귀하였지만 이미 그래버의 자대는 원래 있었던 곳보다 120km나 밀려나 있었다. 소련군의 공격으로 그래버의 자대까지도 밀어버린 것이다.[4] 밀려오는 소련군과 전투를 치른 그래버는 일단 위기는 무사히 넘겼으나 곧 파르티잔 혐의를 받고 있는 소련인 포로 네 명을 지키는 간수 역할을 맡게 된다. 다른 독일군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신들에게 호의적으로 대우해주는 그래버에게 늙은 포로는 독일이 이미 전쟁에서 졌다며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 함께 도망가서 숨자고 제안하고, 그래버는 밤새 흔들리며 고뇌한다. 그러나 그래버가 잠시 잠든 사이 무지막지한 소련군의 진격 속도는 그래버가 있는 마을까지 도달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슈타인브레너는 포로들을 모조리 총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초에 그래버는 또한 나치즘과 전쟁에 환멸을 느꼈는지라 슈타인브레너에게 꺼지라고 말하다가 시비가 붙는다. 결국 그래버는 권총을 뽑아들려는 슈타인브레너를 총으로 쏘아죽이게 되고, 소련인 포로들이 갇힌 감옥의 물쇠를 열쇠로 연다, 그리고 소련인들에게 도망치라고 권한다. 소련인들을 그래버를 힐끔힐끔 보다가 이윽고 도망가는데, 그 도중 포로 중 하나가 총을 들고 그래버를 사살한다. [5]

3. 등장인물

  • 에른스트 그래버
계급은 병장. 나이는 23세. 평범한 독일 국방군 병사로 인종주의에 물들지 않고, 나치즘에 중립적인 인물이다. 프랑스 전역과 북아프리카 전선에 참전한 바 있으며 여러번 공을 세워 훈장을 받고, 하사관으로 승진했지만 소위를 때리는 하극상을 저지른 바람에 병으로 강등되고 영영 진급길이 막혔다. 이 소설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들 중 하나. 부모님은 폭격으로 행방불명되었고, 결혼한 뒤 바로 전선으로 복귀했다가 자신이 풀어준 러시아 게릴라에게 사살당하니... 후반부에 묘사되는 전투씬에서 전장에서 잔뼈굵은 고참병으로서 전장을 누비는 모습이 처절하다.
  • 루트비히 프레젠부르크
계급은 병장. 자대에서 그래버의 가장 친한 동기이자 고향 친구. 그래버가 전선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로 따지면 카친스키 포지션. 그러나 소설 막판에 부상을 당해 야전병원에 누워있다가 사망한다.
  • 임머만
부친이 전 독일공산당 출신[6]이였기 때문에 자대에서 '볼셰비키' 라면서 경멸당하는 병사. 그 때문에 형벌 부대에 있었다가 그래버네 자대로 뒤늦게 전입 온 인물이다. 단, 그래버만은 임머만을 경멸치 않는다. 참고로 기관총사수로 MG34MG42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 사우어
그래버의 동기. 소설 첫 부분에 과거를 회상하며 "예전에는 가는 곳마다 승리했고, 점령지에서 무지갯빛 오줌을 누었었는데" 라는 말을 했던 인물. 아주 어린 시절, 제1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당시에는 쾨니히스베르크에 거주했었는데, 러시아군의 침공[7]으로 피난을 갔었다는 기억까지 또렷하게 한다. 그래버가 휴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하고 나서 치른 전투에서 사망한다.
  • 베르닝
그래버네 동기 중 한 명. "나는 열 번도 넘게 소련군들을 섬멸했어. 근데 죽여도 죽여도 줄지를 않아" 라는 한탄을 했었다. 그래버가 휴가를 나간 도중 치른 전투에서 사망하였다.
  • 슈나이더
그래버네 동기 중 한 명. 소설 초반부에 잠깐 등장하는데 덥수룩한 붉은 수염을 길렀다. 그 때문에 소련군 저격수의 표적이 되어 죽는다.
  • 라에
그래버네 중대의 중대장. 계급은 대위. 마음씨 좋고 병사들을 잘 이해하는 지휘관이나, 나치즘에 잔뜩 물든 인물이다. 빼빼 마른 몸매에 뿔테안경을 썼으며, 심약한 인물인지 소설 초반부에 등장한 라이케 소위의 시신을 보고 겁을 먹어 "흉물스러우니 당장 치워라" 라고 한다.
  • 뮬러
그래버네 소대의 소대장. 계급은 소위. 나이는 21살로 매우 어리고, 그 때문에 경험이 부족하고 소대장이라는 권위만 앞세우는 인물. 이것만으로도 최악인데 나치즘에까지 잔뜩 물들었다. 그래버가 휴가 나간 사이, 소련군과의 전투에서 사망한다.
  • 뮈케
그래버네 특무상사(주임원사). 계급은 원사. 굉장히 거칠고 나치즘에 잔뜩 물든 사람으로 중대장인 라에를 싫어한다. 라에도 뮈케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분도 그래버가 휴가 나간 사이 벌어진 전투에서 엉덩이에 포탄 파편을 맞아 사망한다.
  • 히르쉬란트
아버지가 유대인혼혈인 4분의 1 유대인. 뉘른베르크 법상으로 2급 혼혈로 분류되어 독일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었고 위에서 묵인만 해주면 군복무도 가능했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일부러 최전방에 자원했다. 슈츠슈타펠인 슈타인브레너는 히르쉬란트를 대놓고 싫어하는데, 전사하지도 않은 히르쉬란트를 전사했다고 조작하여, 히르쉬란트의 어머니에게 통보하기까지 했다. 그래버가 자대 복귀하자마자 치른 전투에서 소련군 포탄에 맞아 사망한다. 이를 본 그래버는 "슈타인브레너 놈의 거짓말이 진실이 되었구나" 하고 한탄한다.
  • 막스 슈타인브레너
무장친위대 병사. 계급은 병장. 대체 어떻게 무장친위대가 무장친위대 사단에 있지 않고 국방군 사단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버, 임머만, 사우어, 베르닝, 슈나이더, 히르쉬란트 등 주인공급 국방군 병사들의 주적이며,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힘멜슈토스 포지션 정도 되겠다. 누가 친위대 아니랄까봐 그래버네 부대원들 중에서 가장 나치즘과 인종주의에 찌든 사람이다. 진심으로 슬라브의 멸종을 바라고 있고, 1943년 말이 되어서도 독일은 절대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유대인 히르쉬란트와 전(前) 공산당원 임머만 등의 왕따를 주도한다. 친위대 출신이기 때문에 나치당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대 내에서 권세도 대단하다. 오죽하면 병사도 아닌 간부들인 뮤케(주임원사), 뮬러(소대장), 라에(중대장)도 슈타인브레너를 두려워할 정도..... 마지막판에 소련인 게릴라 처리 문제를 두고[8] 그래버와 주먹다짐을 하다가 그래버의 소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리고 참고로 이 인간 나이 19살밖에 안 된다. 그래버네 부대에서 가장 어린 자가 자신이 친위대원인 거만 믿고 그렇게 경거망동한 것이다.
  • 엘리자베트 크루제
에른스트 그래버의 아내. 크루제 박사의 외동딸이며,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진정한 아리아인' 으로 추정된다. 그래버와는 사실 대학 동창이고, 휴가를 나온 그래버와 급격히 사랑에 빠지게 되며, 사귄지 2주만에 결혼까지 한다. 자대로 복귀한 그래버는 소련군 경전차 부대의 공격을 격퇴한 후 크루제가 보낸 편지를 받지만...
  • 알폰스 빈딩
돌격대의 돌격대장이자, 그래버의 김나지움 동창이다. 가난한 우유장수 아들에 김나지움 7학년때 퇴학당해 오갈데 없던 처지였는데 나치 입당으로 인생역전 했다. 교외의 호화 저택에 살고 있으며, 폴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그리고 소련에서 노획한 온갖 물건들과 사치품들로 그의 집은 가득하다. 돌격대장 지위를 이용해 남편이 조사를 받게 된 유부녀들을 끌어들여 잠자리를 가진다거나 학창시절 자신을 퇴학당하게 만든 수학교사를 반년간 수용소에 집어넣은걸 보면 절대 선한 인물은 아닌데 자신에게 숙제를 자주 보여주며 원만하게 지냈던 그래버는 진심으로 소중한 친구로 여겨서 우연히 마주친 그래버를 수시로 집에 초대해 여러가지로 챙겨준다. 그래버가 휴가나와 만난 이들 가운데 시청에서 결혼 절차를 밟을때 증인이 되어준 SS 장교와 더불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준 몇 안되는 인물. 자신의 연줄을 이용해 그래버의 부모님의 행방을 알아보기도 하고, 집을 잃고 곤궁한 처지가 된 그래버에게 '휴가나온 사람이 고생하면 쓰나'며 각종 식료품을 챙겨준다. 그래버는 그의 친절에 감동하지만 그가 돌격대장이라는 것을 언짢아 하며 반딩의 집에서 술을 마시던 게슈타포가 소련에서의 양민 학살을 떠벌리는 것을 듣고 웃는 것 때문에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다. 소설 막바지에 자기 집 지하실에서 유부녀와 불륜을 자행하다 폭격으로 사망. 그가 죽었을 때 집안에서 일하던 가정부는 정말 친절했던 분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집에 남은 식료품을 그래버와 반씩 나눈다. 그래버는 식료품을 챙기면서도 싱숭생숭 하다가 나치돌격대장에게 빚을 졌다 여길 필요는 없다는 엘리자베트의 말을 듣고 마음을 정리한다.
  • 폴만
그래버의 고등학교 시절 역사와 종교를 가르친 교사. 나치 집권 이후부터는 반체적인 인물이란 이유로 숨어살고 있다. 처음에는 그래버 역시 경계하다가 그래버가 호의적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겨우 안심한다.
  • 요제프
폴만의 친구이자, 유대인. 역시 게슈타포 에게 쫓기는 몸으로 자신의 그런 처지를 원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치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 오토 뵈트허[9]
그래버가 휴가 중에 만난 다른 부대 병사.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심지어 자기 아내가 키 160cm에 90kg이라서 결혼한 것이며, 영미 연합국의 폭격 때문에 아내가 실종되고 나서, 며칠 만에 다시 아내를 찾았는데, 온갖 고생을 한 아내가 체중이 50kg으로 떨어지자 "이젠 그녀에게 더 이상 호감이 가지 않아. 그녀는 이제 내 마누라가 아니네. 겨우 찾았는데.... 비쩍 꼬른 몸이라니!" 라는 소리도 했다. 한 방 쓰던 펠트만이 "그게 정상 체중이야" 라고 지적하자, 뵈트허 왈, "나에게는 정상 체중이 아냐! 나는 비쩍 마르고 젖통만 큰 여자는 딱 질색이라고!" 라면서 모두를 데꿀멍하게 만들었다. 웬만해서는 화를 안 내고 남을 잘 이해하는 그래버조차 이 인간은 노답이라 판단할 정도. 그래도 그래버와 같이 술자리를 갖거나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 린저
엘리자베트네 집에 거주하며, 엘리자베트를 감시하는 극렬한 나치당원 아줌마. 남편은 징집되어 동부전선에 배치되었고 딸과 함께 살고있다. 엘리자베트의 부친이 나치당에 의해 반역분자로 낙인찍혀 다카우 수용소에 간 이후, 갑작스레 파견되어 나타났다고 한다. 자기 방 책상위에 하켄크로이츠 깃발과 나의 투쟁을 모셔둔 열렬한 나치당원으로, 성질이 매우 고약하다. 엘리자베트가 집을 비우면 몰래 방을 뒤지는가 하면 그래버가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그래버가 엘리자베트를 찾아올 때마다 엘리자베트가 집에 없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아예 그래버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쏘아붙이곤 했다. 그래버는 엘리자베트를 위해서 린저의 환심을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군인인 자신의 신분을 강조하고 자기 몫으로 나온 설탕 한봉지를 건내며 나름대로 기름칠을 했다.
  • 로이터
그래버가 휴가 나가서 군병원에서 만난 다른 부대의 고참 병사. 술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풍에 걸려서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다.
  • 룸멜
그래버가 휴가 나가서 군병원에서 만난 다른 부대 병사. 휴가를 받아 돌아온 첫날 공습으로 사망한 아내와 딸의 시신을 목도하고 충격을 받아 휴가 기간 내내 노름에만 열중한다. 노름 실력이 뛰어난지 항상 돈을 따낸다.
  • 하이니
알폰스 빈딩의 친구. 무장친위대로 집단수용소 소장이며, 1934년 장검의 밤 때 한쪽 팔을 잃었다. 자신이 동부전선에서 저지른 만행과 현재 집단수용소 일을 하면서 저지르고 있는 만행을 자랑삼아 떠들어서 그래버의 미움을 산다. 그래버는 아예 하이니를 살해하려고 미행까지 시도했지만 포기한다.

4. 일화

이 책은 영어, 네덜란드어, 스웨덴어판이 먼저 출간되고 이후 키펜호이머&비치 출판사에서 독일어로 출간했는데, 민음사판 역자에 따르면 독일어판에서는 독일인들이 불쾌하게 느낄 수 있을만한 원본의 상당 내용[10]이 수정되어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11] 작가 자신도 이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출판을 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동의하였다고 하며, 출판사는 이후 1989년에야 삭제를 롤백한 원본판을 독일에 출판한다.

참고로 이 소설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상황과 독일인들의 심리, 독일군의 병영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이유는 작가가 1932년에 스위스로 망명, 1939년에는 미국으로 망명했기 때문. 소설을 읽어보면 좀 어색한 묘사가 종종 등장하는데 병사들과 민간인들조차 강제 수용소의 위치,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가스실의 존재 유무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등장한다. 당시 독일에서도 수용소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에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12] 그렇다고 저렇게 속속들이 아는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돌격대의 경우 장검의 밤 이후엔 친위대의 하부 조직 정도로 격하되었고 지역의 치안 유지 정도의 임무를 맡다가 대전 말엔 국민돌격대와 같이 소집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다. 친위대 출신인 슈타인브레너가 국방군 중대에 있는데 오히려 인력부족에 시달리던 친위대가 해군이나 공군 육군으로부터 인력지원을 받았지 친위대 병사가 국방군에 편입되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중대장부터 선임하사까지 일개 사병인 슈타인브레너가 단지 친위대라는 이유만으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이것도 현실을 생각하면 넌센스. 오히려 친위대도 육군 장군의 지휘 하에 편입되거나 명령에 따를 때가 많고 두 조직간의 균형이 서로 비등했기에 이런 묘사는 말이 안된다. 당시 독일에 있지 않았던 작가가 무장친위대가 하는 역할을 정확히 모르고, 정치장교 비슷한 존재로 생각했을 공산이 있어 보인다.

실제 참전자들의 수기에 대해 알고 싶다면 국방군의 경우 기 사예르 상병의 회고록 <잊혀진 병사>, 무장친위대의 경우 헤르베르트 브루네거 중사의 <폭풍 속의 씨앗>을 추천한다.


[1] 레마르크는 1929년에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발간한 이후로도 귀로, 세 전우들, 네 이웃을 사랑하라, 개선문 등을 저술했는데 1차대전 시절의 경험담을 다룬 서부전선 이상없다와 마찬가지로 1차대전 후의 전간기, 2차대전 때 까지의 본인의 경험을 녹여낸 자전적 작품들이다. 비록 본 문서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의 시대인 2차대전기에는 레마르크가 이미 미국으로 이민 간 후였기에 본인의 경험담은 아니었겠지만 이전의 작품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2] 어느 정도냐면 그냥 중대장 라에가 '관등성명을 불러서 대답하는' 것으로 등장이 끝난다(...)[3] 여기서 반딩의 도움도 크게 한몫 한다.[4] 이전엔 바그라티온 작전이 개시되던 1944년이라 나오는데 소설 속의 시간대는 1943년 말이다.[5] 포로들이 확실히 파르티잔이라고 하는 부분은 없다. 슈타인브레너의 언급이 있긴 하나 문맥상으로 따져 볼때 진짜 파르티잔이라고 단정짓기엔 어폐가 있다. 거기에 민음사판 부록에 따르면 소련 파르티잔이라고 나온 것은 1954년에 나온 검열판으로 원래 파르티잔이 아니었다고 한다.[6] 그런데 어떤 번역본에서는 사회민주당 출신이라고 나온다.[7] 굼비넨 전투.[8] 이 인간은 당연히 게릴라들을 총살시키자고 했고 그래버는 힘 없는 농부들일 뿐이라며 풀어주려고 했다[9] 타 번역본에서는 뵈트허가 아니라 베챠라는 여성스러운 이름으로 번역되었다.[10] 슈타인브레너 등 독일의 전쟁범죄에 관한 내용이라든가 마지막 장면의 포로에 대한 내용 등이 수정되었고 10페이지 가량의 분량은 아예 삭제되었다고 한다.[11] 한국어판 역자는 이에 대해 '러시아와의 전쟁은 국가 대 국가의 정상적인 전쟁일 뿐이라는 논지이며, 나치 체제를 등장시킨 독일 시민사회의 책임을 은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12] 유대인들이 기차에 태워져서 끌려가고 그 사람들이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일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수용소라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 짐작하기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작업에 동원된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도 불가능 하기에 수용소에서 소위 '운터멘쉬'에 대한 학살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은 이미 독일 패망 이전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한 사례로 수용소 굴뚝으로 하도 연기를 피워대서 냄새가 나자(당연히 시체를 태우는 연기다) 동네 사람들이 와서 시체 태우는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항의 한 경우도 있었다. 학살의 방식이나 경과까지 정확히는 몰랐을지언정 학살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