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삼대(三代) |
장르 | 장편소설 |
작가 | 염상섭 |
연재 | 조선일보, 1931년 1월 1일~1931년 9월 17일 (총 215회) |
단행본 출간 | 을유문화사, 1947~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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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돈이란 아비가 자식에게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것이다.
소설가 염상섭의 장편 연작소설. 총 4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만세전과 함께 염상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염상섭의 장기인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당대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타락한 세태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현재까지도 염상섭 연구의 중심에 놓여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상, 신지식인들이 모여 소규모로 발간하는 동인지를 통해 성장해 온 초창기 한국문학은 장편소설이 홀대받고 단편 창작에 과도하게 비중이 치우친 경우가 많은데,[1] 《삼대》는 그런 문단 풍조 속에서 장편으로서 탁월한 성취를 이룩해낸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이래저래 한국문학사에서 논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걸출한 소설작품 중 하나로, 《삼대》에 관한 논문이나 서적은 산처럼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편소설 중 《삼대》만큼 단독연구가 많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작품은 이광수의 《무정》[2], 최인훈의 《광장》정도다.
2. 등장인물
2.1. 조 의관 - 1대
삼대 내에서 구한말을 상징하는 조씨 가문의 당주이자 대지주인 노인. 전처와 사별 후 후처 수원댁과의 사이에서 4살 난 딸(1928년생)까지 두었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 제사를 지내고 을사조약 한창 통에 돈 2만 냥을 내고[3] 중추원 의관직도 산 사람이다.장남인 조상훈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 늘 다투고 장손인 덕기를 아낀다. 이후 자신이 죽을 경우 재산과 당주직을 덕기에게 모두 물려주기로 결정하지만 재산을 노린 수원댁의 손에 독살당한다.
나이가 칠순(1862년생)인데도 아들을 더 보려고 하는 남아 선호 사상적이고 전근대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남아를 선호한다고 해서 4살배기 늦둥이 딸을 냉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늦게 얻은 딸이라 정말 귀여워하고 애지중지 아끼는 딸바보다. 덕기의 여동생이자 자신의 손녀인 덕희에게도 그 시대로서는 드물게 중등교육도 시켜주고[4] 굉장히 자상하게 대해준다.
즉 집안을 떠받칠 기둥이나 후계자로서 아들을 선호할 뿐 딸에게도 애정 자체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향은 자녀를 사랑하는 전근대의 부친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제사 거부와 불륜, 무책임함 등의 못마땅한 행보를 보인 아들 상훈을 혐오하지만 최소한의 재산을 줄 생각인 것을 보면 전근대적이라곤 하지만 아들보다는 상식적이다. 실제로 자필 유언장에 상훈과 경애에게 돌아갈 몫까지도 기술했다. 사실 작품 전체에서 조 의관과 조상훈의 대립을 보면 그 책임이 일방적으로 상훈에게 있는 것은 아니고, 상훈 역시 건전한 야심(민족주의적 꿈)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는 그 꿈이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집안의 안위와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조 의관의 전근대성에 의해 억눌린 피해자의 측면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기는 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상훈의 타락 역시 아버지의 전근대성과 일제의 압제라는 이중의 억압을 뚫지 못한 좌절의 결과처럼 묘사되는 것. 하지만 이는 '배경설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사실이고, 작중 시점에서 상훈은 완전히 타락해버린 상태이다. 또한 젊은 시절 상당히 투사적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훈과는 달리 덕기는 상당히 둥글게둥글게 타협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조 의관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는 편이라, 아직까지 남아있는 조 의관의 전근대성이 두드러져보이지 않는 면도 있다. 따라서 독자의 눈에 조 의관은 좀 전근대적이긴 해도 타락한 상훈보다는 훨씬 상식적인 인물로 보이게 되는 것.
여하간 작중 지문에서는 조 의관이 상훈을 거르고 덕기에게 당주 자리와 재산의 대부분을 물려준 것에 대해 '조 의관의 시대가 상훈의 시대에게 마지막 한번의 승리를 더 거두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상훈의 상속 배제를 그의 타락에 대한 일방적인 징벌로 묘사하지는 않으려는, 즉 조 의관과 상훈의 관계에서 잘못과 책임이 일방적이지는 않음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직후에는 덕기 역시 재산은 물려받았지만 조 의관이 바라는대로 사당지기 역할까지 고분고분 물려받지는 않으리라고 서술함으로써 이 갈등이 일종의 세대, 시대간 갈등임을 보여주고 있다. 말하자면 조 의관의 시대와 상훈의 시대 사이에 벌어진 갈등에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상훈의 시대는 패배했고, 그 패배의 결과로 비참하게 타락하고 말았지만 (따라서 독자는 타락한 상훈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지만) 흘러간 시대는 어차피 흘러간 것이기에 조 의관의 시대는 결국 새로운 시대에 밀려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2.2. 조상훈 - 2대
나이는 50대 초반(1880~81년생) 정도. 조 의관의 장남으로 삼대 내에서 개화기를 상징하는 인물. 미국유학을 갔다온 인텔리에 목사 겸 기독교계열 사학재단의 이사고 일가의 재산으로 자선사업과 계몽사업, 각종 후원에 힘쓰지만[5] 그 이면에는 축첩과 주색을 일삼으며 심지어는 아들 덕기의 동창 홍경애와 불륜을 저질러 사생아 딸까지 둔, 엄청나게 위선적인 인물이다.특히 기독교인이다 보니 아버지가 중요시하는 제사를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돈을 내고 명문가의 족보에 끼어드는 아버지의 행보를 자주 반대해[6]사이가 좋지 않으며[7] 아버지의 죽음에 석연찮은 구석을 느끼고 부검을 주장하지만 독살 발각을 염려하는 수원댁과 부검에 거부감을 갖는 집안 윗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2.3. 조덕기 - 3대
조 의관의 장손이자 조상훈의 아들로 삼대 내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를 겪는 신식 청년으로 나이는 23세(1909년생)이다. 사실상 삼대의 주인공으로 할아버지 조 의관의 권유로 일찍 아내를 들여 아들(1929년생)도 두었고 아버지의 권유로 일본 유학까지 다녀와 작중 시점에서 교토의 제3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교토제국대학으로의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조부 조의관의 지나친 집착과 갑작스러운 조부의 독사로 인해 사실상 집안을 꾸려나가는 가장이 되면서 결국 제국대학 진학은 무산된걸로 그려진다. 애초에 3고 졸업시험을 치르기위해 일본으로 갔어야했는데 조부 조의관이 어딜 가느냐고 집착하는 바람에 아예 일본으로 가질 못해 졸업시험을 치르지 못하였다.대학 진학과 관련해서 아버지인 상훈은 경성제국대학으로의 진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덕기는 이왕 공부할거면 최고학부에서 하고 싶은 생각 때문인지 흘려넘겼지만 사실 조씨 집안을 물려받아야 하는 덕기의 처지를 생각하면 상훈의 권유쪽이 더 현실적이기는 했다. 당장 작중에서도 수원댁이 조 의관을 독살하고 재산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음모를 꾸밀 수 있었던 것은 주 상속자인 덕기가 멀리 일본에 가 있는 상태라 조 의관의 심부름을 하던 최 참봉이 수원댁과 손을 잡고 전보를 가로채는 것으로 쉽게 따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여러 번 보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는 덕기를 이상하게 여긴 덕기엄마가 덕희(덕기의 여동생)에게 직접 전보를 보내게 하여 연락을 받은 덕기가 바로 달려옴으로써 이들의 음모가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만약 이들의 의도대로 덕기에게 보내는 연락이 계속 차단되어 덕기가 조 의관 사후에 돌아오거나 생전에 돌아오더라도 조 의관이 의식불명이 된 이후에 돌아왔다면 그 사이에 이들이 유언장을 조작하는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음이 작중에도 서술되어 있는 것. 즉 나름 부잣집인 조씨 집안의 상속인이 멀리 일본까지 나가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불안요소였던 것이 맞고, 이를 감안하면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경성제대에 진학하라는 조상훈의 권유가 현실적이었던 것도 맞다. 이런 면에서는 막판의 처참한 타락상때문에 잊기 쉽지만 그래도 조 의관보다는 상훈이 덕기를 더 많이 이해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덕기의 목표는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어 당대의 조선 사회에서 나름의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산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병화와의 대화를 보면 자신이 병화처럼 운동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해도 '마치 부상을 입은 포로에게 간호병이 필요한 것처럼' 병화와 같은 일선의 운동가들이 일제의 탄압에 시달릴 때 이들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물론 병화는 '포로한테 필요한건 간호병이 아니라 감시병이겠지! 일제의 감시병이 되겠다는거냐!' 라고 말꼬리를 잡아 덕기를 놀려먹지만, 병화의 성격이 원래 좀 삐딱해서 그런 것이지 정말 덕기가 일제에 영합하리라 여기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훈은 이런 덕기의 욕구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여러 고등교육을 권유해주는데 비해 조 의관은 일단 귀여운 손자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내심으로는 '요즘 세상에 그만하면 충분히 행세할 만 하다'며 대학은 커녕 고등학교(구제고등학교)도 졸업할 필요 없고, 돌아와서 자신을 도와 집안일을 챙길 것을 바라고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덕기가 스무살도 안된 이른 나이에 장가를 든 것 역시 조 의관의 의향 때문이었다.) 즉 어쨌건 공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사를 어느 정도는 공유할 수 있는 상훈-덕기 부자에 비해 조 의관-덕기 조손은 단지 서로 성격이 좀 둥글어져서 충돌하지 않고 있을 뿐 가문의 안위와 번영 이외의 영역에는 관심이 없는 조 의관과 덕기 사이에는 공감의 여지가 그만큼 희박함을 알 수 있는 것.
조부와 아버지 두 사람 사이에서 생각의 장단점을 찾고 친구인 김병화와의 대화에서도 그의 가치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성장형 인물.
병화와 경애가 연애관계라는 것을 알고 그럼 자신의 이복동생에겐 병화가 새아버지가 되는 것인가 하는 개족보를 상상하며 골아파하지만 간섭하지는 않는다.
조 의관이 생전에 무척 아꼈던지라 조 의관이 죽기 전 유언장에 '덕기에게 재산과 당주 자리를 맡긴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겨 조 의관의 사후 재산을 노리던 수원댁의 음모를 물리치는 데 성공하고 조부의 재산을 모두 물려받지만 앞으로 나아갈 집안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병화의 하숙집 주인 딸인 필순을 동정하면서[8] 은연중에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많이 드러내고 필순도 이러한 덕기를 속으로 연모하는 등 서로 썸을 타고 있는듯한 암시가 자주 나온다.[9] 심지어 필순이 자신의 집에 멋대로 드나들게 해줬다가 모친으로부터 아버지 조상훈처럼 첩실이나 끼고돈다고 욕을 먹게 되고, 막판에 필순의 아버지가 장훈 패거리의 폭력으로 인해 결국 사망하게 되면서 장례를 치러줘야하게 되자 한 때 경애의 부친의 장례를 치렀다가 불륜관계로 빠지게 된 아버지가 생각나면서 부전자전의 운명을 걷는 기분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10]
2.4. 수원댁
조의관의 후처. 후처라고는 하지만 정실이 아니라 측실이다. 덕기의 어머니에게 '시서모'가 된다는 서술이 있으므로 시부 조의관의 적법한 처가 아님을 의미한다. 정식으로 혼인한 후처라면 시서모가 아니라 시계모였을 것이다.나이는 서른(1902년생)으로 40대 초반인 며느리(조상훈의 아내이자 덕기 남매의 어머니)보다 나이가 어리다. 조의관의 늦둥이 딸을 낳았으며 자기와 딸의 몫인 재산을 상훈이나 덕기,덕기의 아들이 가져갈 것을 염려해 속으로 상훈과 덕기를 싫어한다.
나중에 조의관을 독살했으며 조 의관의 유언장을 조작해 재산을 전부 차지하려 했으나 유언장을 빼돌리는 것에 실패했고, 조 의관의 유언장에 재산의 대부분과 당주 자리를 덕기에게 물려준다는 말을 써 놓은 터라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고 나서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한 때 정적이나 마찬가지였던 덕기의 부친 상훈과 동맹을 맺으면서까지 덕기가 의사에게 뒷돈을 건네줘서 독살했다는 등 소문을 퍼뜨리는 등 덕기를 견제하는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결국 일본 경찰에게 조의관을 독살했다고 의심을 사게되면서 상훈과 같이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그나마 상훈은 아들인 덕기가 손을 써서 간신히 석방은 되지만 수원댁의 경우 이후 석방되었다는 서술이 없는걸 보아[11] 사실상 조의관 독살혐의로 처벌을 받게 된 걸로 보인다.
2.5. 김병화
덕기의 동년배이자 절친한 친구인 마르크스주의자(공산주의자) 청년. 상당히 쾌활하고 활발한 성격의 유쾌한 인물로 덕기에게 여러 도움을 받지만 덕기의 가문이 지주 가문인지라 늘 그를 부르주아로 몰아붙이는 버릇이 있다. 물론 큰 의도는 없고 장난삼아 부르는 것으로 본인은 작정하고 몰아붙인다기보다는 가끔 농담삼아 쏘아붙이고 웃는 정도지만, 덕기는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듯 굳이 변명이나 해명을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덕기 아버지 상훈의 불륜녀인 홍경애와 동거하지만 이후 헤어진다.[12]
덕기에게 항상 신세지는 것만 보면[13] 자기 앞가림도 잘 못하는 허당끼가 있는 청년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당시 경성(서울의 옛명칭)의 마르크스주의 청년들(맑스보이)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인망과 영향력이 있는 중심 격의 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는 목사이나 아들이 공산주의를 택하는 바람에 현재 의절한 상태. 목사인 아버지가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 신학부[14] 진학을 강하게 권유했으나 이에 대한 반항으로 와세다대학 전문부에 입학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을 끊어버려서 와세다 학비마저 내질 못하게 되자 다닌지 1년 만에 자퇴해버렸다.[15]
2.5.1. 그 외 등장인물
- 조덕희: 조상훈의 딸로 덕기의 여동생이자 덕기 아들의 고모. 손녀바보 할아버지 덕에 그 시대로서는 드물게 중등교육을 받은 신여성이다.
- 상훈의 아내: 덕기와 덕희의 어머니. 조 의관의 며느리이다. 남편의 불륜으로 속앓이가 심한 상황.
- 최 참봉: 수원댁의 조 의관 독살 사건의 공범. 이전 아내와 사별한 조 의관에게 수원댁을 소개해주었다.
- 수원댁의 딸: 4살배기 어린아이. 아직 어려서 이복조카들이 신경쓰고 있으며 조 의관이 상당히 아낀 아이이다.
3. 줄거리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일어난 일이다.대지주인 덕기의 조부 조 의관은 고루한 봉건 의식의 소유자이다. 어렵사리 모은 거액의 재산으로 집안의 크고 작은 제사를 받들고, 가문의 명예를 키워나가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삼는다. 칠순 노인이면서 부인과 사별 후 서른을 갓 넘긴 수원댁을 후취(後娶)로 들여 네살배기 딸까지 두고 있다.
조 의관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아들 조상훈이다. 맏아들이면서도 집안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교회 사업에 골몰해 집안의 돈을 바깥으로 빼돌리고, 더구나 조 의관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문의 제사를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고 전혀 돌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아들보다도 손자인 덕기에 더 큰 믿음을 가진다. 집안의 모든 일도 손자인 덕기와 의논해서 결정하고, 자신이 죽고 난 후 재산 관리도 덕기에게 일임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덕기의 부친인 상훈은 위선자다. 미국 유학까지 마친 인텔리에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요, 교회 장로인 그는 교회를 통한 사회 운동과 교육 사업에 큰 뜻을 품고 집안의 재산으로 그런 사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하고 민족 운동가의 가족을 돌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실생활은 구린내나는 축첩(蓄妾)과 노름, 그리고 술로 얼룩진 만신창이 난봉꾼의 그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살피던 운동가의 딸인 홍경애와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고도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치는가 하면,[16] 당대의 오입쟁이들이 출입하는 매당집이란 곳엘 드나들면서 나이 어린 여자들과 불륜의 관계에 빠진다.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신세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친구 김병화처럼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 병화가 하는 일에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기는 해도 그 자신은 법과를 마쳐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다. 자신의 그런 꿈이 가끔 운동가인 병화의 조소를 받아도 크게 개의하지 않는다.
병화는 목사인 아버지와 사상 대립으로 가출해서 이곳저곳 떠돌면서 기식하는 형편이지만 자신의 뜻은 절대 굽히지 않는 반면,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정면 충돌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세대를 달리하는 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기도 한다.
잠재되어 있던 조씨 가문의 불화와 암투가 정면에 드러난 것은 조부의 임종을 앞두고[17] 생긴 재산 분배 과정에서였다. 조의관의 후취인 수원집과 그를 조의관에게 소개해 준 최 참봉 등은 재산을 가로챌 욕심으로 유서 변조를 계획하고 조의관을 독살한다. 의사들의 배설물 검사로 비소 중독이 판명되자 상훈은 더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사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18] 좌절되고 범인 찾기도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러나 덕기가 나타나 수원집 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재산 관리권은 덕기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상훈은 법적 상속자인 자신을 건너뛰고 아들인 덕기에게 그 권리가 넘어가자 유서와 토지 문서가 든 금고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한편, 상훈에게 농락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후 버림받았던 경애는 비록 표면적으로는 술집 여급으로 나가면서 생계를 꾸려가지만 해외의 독립 운동가인 이우삼과 연계를 가지면서 그를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경애는 과거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애쓴다. 그는 병화와 자주 만나는 사이에 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조그마한 잡화상을 경영하며 경찰의 눈을 속이지만, 그것이 다른 운동가인 장훈 일파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한편, 이우삼이 국내를 다녀간 뒤 서울에서는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어닥친다. 비밀 조직인 장훈 일파는 물론, 가게를 운영하며 경찰의 눈을 피해 있던 병화와 경애도 검거된다.
그리고 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대 주었다는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훈은 비밀 유지를 위해 코카인[19]으로 음독 자살을 한다. 장훈의 자살로 갑자기 조사가 미궁에 빠지자 연행되거나 검거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풀려 나오게 된다.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금고와 문서를 훔쳐냈던 상훈도 결국 훈방 조치로 풀려난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느끼면서 이제 자신의 어깨 위에 얹힌 조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망연해한다.[20]
4. 다른 가족사 소설과 비교
3대 구성은 가정사 소설의 왕도라고 할 수 있다. 정사 소설의 모범 중 하나인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 이 4대를 다루는 가정사 소설로 여겨지기는 하나, 해당 작품에서도 1대 니베아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배경이나 전제로 제시된 것에 가깝지 구체적인 이야기로써의 비중은 낮다. 이는 대부분의 가정사(가족사) 소설에서 독자의 시점(더 나아가 작가 자신의 시점)을 대변하는 작중 화자의 역할은 마지막 세대가 담당하는 것이 역시 왕도적 구성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화자인 4대 기준으로 부모, 조부모 세대인 2대와 3대까지는 직접적으로 교류하며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지만, 증조부모인 1대와는 직접 교류할 기회 자체가 별로 없기에 그 세대의 이야기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조형되기 어려운 것이다.이런 3대 가족 스토리에서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대부분 1대째가 본격적인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는 청소년~청년기를 기점으로 하게 된다. 근대 이전의 빠른 결혼시기까지 생각하면 결국 이야기가 시작되고 10년쯤 지나고 나서부터는 2대가 태어나 이야기에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다시 20~30년 정도 지나면 3대가 태어나 이야기에 등장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가정사 소설에서 이 시점의 1대는 노년의 나이로 손주인 3대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3대를 다루는 가족사 소설이라고 해도 1~3대의 이야기가 각자 직렬젹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세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병렬적으로 겹치며 세대간의 교류가 일어나게 된다. 3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가족사 소설의 경우 짧으면 30~40년, 길어도 50~60년 정도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염상섭의 "삼대"는 이 3대 중에서도 화자 덕기에 강조되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즉, '화자 덕기의 관점에서 본 가족사'라고 할 수 있다. 3대의 비중을 온전히 갖춘다면 1대 조의관과 2대 조상훈의 이야기도 서사의 핵심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본작에서 1대와 2대의 이야기는 3대의 시선을 통해 본 과거의 이야기로만 등장한다.
4.1. 2대의 소외
20세기 가족사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특징 중 하나인 '2대의 쩌리화'는 이 작품에서도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가족사 소설이 '사라진 옛 시대' 와 ''새로운 시대'의 전환기에서 시대의 변화로 인한 갈등을 주된 주제로 삼기 때문으로 '옛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인 1대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 인 3대에 비해 과도기적 인물인 2대의 캐릭터성이 희미해지는 현상 때문이다.다른 가족사 소설을 예로 들어본다면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이나 사쿠라바 카즈키의 <아카쿠치바 전설>에서 신화적인 과거사에 속한 인물인 1대와 현대에 속한 3대가 강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데 비해 2대는 개인의 욕망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며 1대와 3대간의 교감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사에서는 오히려 소외되는 경향을 보인다거나, 펄 벅의 <대지>에서 1대 왕룽이나 3대 왕옌에 비해 (군벌의 두목이라는 아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2대 왕후의 내면과 욕망이 오히려 평면적이고 모호하게 묘사되는 사례가 있다.
작가 자신도 이 점을 의식한 것인지 조상훈이 그나마 진지하게 덕기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너희 눈에는 나 역시 고루한 늙은이로 보이겠지만, 너희가 새로운 길을 찾는 와중에 내가 찾은 답이 필요해질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 면서 '나는 그러한 (미래를 찾는 세대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제 3의 답을 찾으려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면에서 보면 조상훈은 분명 방황 끝에 방탕의 길을 선택한 부정적 인물상이기는 하나, 미래는 없지만 아직도 강력한 구시대의 영향력과 조짐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신시대의 사이에서 아들 덕기보다도 훨씬 운신의 폭이 좁은 처지에서 나름 미래를 모색했던 인물이었다는 점은 명확하고, 이것이 이 과도기의 세대에 대한 염상섭 나름의 해석이었을 수 있다.
4.2. 가정 소설
흔히 한국 최초의 '현대 가정 소설'이라고 종종 표현한다. '가정 소설'이라는 개념은 굳이 말하자면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탄생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사대부 계층 사이에서 소설은 '패관잡문'이나 '가담항설', 즉 천박한 읽을거리 취급을 받으며 천시되었으나 사씨남정기나 장화홍련전, 콩쥐팥쥐전, 창선감의록과 같이 가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어느 정도 호평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용인되었다. (넓게 보면 심청전이나 흥부전, 구운몽등도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는 이러한 작품들이 '효(孝)'나 형제간의 우애, 유교적 명분론에 따른 적통주의를 시작으로 더 나아가면 국가에 대한 충성까지 당시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지던 가치관들을 알기쉽고 재미있게 독자들, 특히 당대 소설의 주 독자층이던 어린아이나 여성, 학식이 없는 백성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그래서 한국 고전 문학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소설들이 상당히 두드러진 발전상을 보이게 되었고, 현대 문학 평론의 관점에서 이런 유형의 소설들을 묶어서 규정하기 위해 사용된 개념이 바로 '가정 소설'인 것이다. 그리고 현대 소설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 이전 세대 고전 가정 소설들이 다룬 배경과 비슷한 형태, 비슷한 규모의 배경을 다룬 소설로 염상섭의 <삼대>가 등장하였으니 "이것은 현대문학에서 처음으로 다시 등장한 '가정 소설'인 셈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다만 고전 한국 문학의 가정 소설과 삼대가 근본적으로 같은 장르라고 보긴 어렵다. '한 가문'에서 당대(손자 조덕기의 대)에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누가 집안을 물려받을 것인지 적통주의에 대한 명분론적인 문제 나오고, 사건으로 집안 구성원의 억울한 죽음(독살) 나오고, 인물로 처첩(특히 악역인 첩) 나오니 고전 소설인 가정 소설과 공통점이 꽤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법과 주제의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주제의식에서 보면 아예 작가 자신이 작중 지문을 통해 전통적인 고전 가정 소설의 가치관을 180°까지는 아니라도 120°정도는 부정하고 있다. 조 의관이 덕기에게 원하는 것은 덕기가 조씨 문중의 사당지기 역할, 즉 가문의 계승자로써 가문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그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간다. 그리고 이는 고전 가정 소설에서 가장 중시하는 (독자에게 전달하려 하는) 가치관의 핵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덕기는 분명 건실하고 똑똑한 청년이고, 조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두터운 효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조부가 원하는대로 조씨 문중의 사당지기 역할에 충실하지는 않을 것임이 작중 지문에서 명확히 드러나 있다.
고전 소설이든 근대 소설이든 그 중요한 목적을 주제의식의 전달에 두고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염상섭의 <삼대>를 굳이 '가정 소설'로 볼 경우 그 주제는 오히려 고전 가정 소설에 대한 일종의 안티테제, 즉 고전적 가치관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음을 새로운 소설의 사조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고, 이렇게까지 해석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여긴다면 그냥 '흥미로워보이는 공통점이 있으니 약간의 영향을 받거나 참고했을수는 있겠으나, 근현대 소설의 분류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개념인 가정 소설이라는 개념을 굳이 차용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라고 정리하는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5. 김동인의 평에 대한 논박
염상섭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이지만 당대에 김동인은 삼대를 비롯한 염상섭의 장편소설에서 단편소설처럼 묘사의 비중이 많음을 지적하면서 장편소설을 쓸 줄 잘 모른다고 평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평가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일단 김동인은 한국 근대소설을 대표하는 중요한 작가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평론적 의견이 한국 문단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장편소설에서 묘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많으면 안된다'는 것은 묘사에 중점을 두어 소설을 전개할 수 있는 단편소설과는 달리 장편소설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서사구조가 필요한데, 서사구조가 빈약한 상태에서 묘사에 의존하여 장편소설을 전개하려 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작 《삼대》의 서사구조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선뜻 동의할만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서사구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충실한 묘사는 호오가 갈릴 문제일수는 있으나 단점으로 단정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작가 염상섭이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이후 20세기 후반의 황석영으로까지 이어질 한국 리얼리즘 소설 계보를 처음 연 인물로 자리잡았음을 생각한다면 이는 리얼리즘 작품으로써는 강력한 장점이 될 수도 있는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중기의 생활상과 같은 미시사 분야에서는 거의 준 사료에 가까운 활용까지 가능한 것이 《삼대》라는 작품이며, 이것은 리얼리즘 소설로써 대단한 성취라 인정할만한 것이다.
게다가 염상섭에 대한 김동인의 평가는 김동인이라는 개인의 성격 및 행적과도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든 문제이다. 사실 김동인은 그 성격과 인성에 대하여 파도 파도 괴담밖에 안 나온다고 할 정도의 인물이며, 그런 인물답게 적도 아주 많았고, 그런 적들과 (글을 무기삼아) 싸움질을 벌여대는 것도 전혀 꺼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예를 들어 이광수가 단종애사를 쓰자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쓰여진 작품이 <대수양>이고, 집에서 밥이나 짓지 않고 사회활동을 하려 드는 여류 문인들에 대한 증오심을 폭발시킨 작품이 <김연실전>, <정희>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염상섭과의 관계 역시 문학적 견해 차이로 인해 등단 이전부터 아주 나빠서 서로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발가락이 닮았다로 디스전을 벌여대는 사이였던 것이다.
물론 개인의 성격만을 이유로 김동인의 평론을 무가치하다고 할 수는 없고,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빴다고 해서 그 평가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동인의 평소 행적을 보면 그에게 '개인의 감정과는 별개로 문학에 있어서는 공정한 태도를 보인다'는 객관적이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이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따라서 유독 극단적인 혹평의 배경에 감정적인 적대감이 개입해있을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부당한 일일 것이다.
6. 국어 교과 수록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상) 8단원 언어와 세계에 일부분이 실려있다. 해당 부분은 제8장에서 조상훈이 아버지 조 의관과 족보 문제로 다툰 뒤 모자를 쓰고 나가버리는 장면이다. 단행본의 제목은 "제일 충돌".수능에서 최초로 중복 출제된 소설이다.
199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차 시험에 출제된 후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재출제되었다.[21]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되었다.
2020, 2023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에 실렸다.
7. 여담
염상섭은 이후에 이 소설의 후속편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무화과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쪽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채만식의 태평천하와 유사한 맥락의 소설이라 두 소설이 잘 엮이는 편이다. 다만 태평천하가 좀 풍자성이 짙은 개그요소가 있지만, 삼대는 진지한 편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1] 이광수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제시기 소설가들은 단편만을 예술 창작으로 취급했고, 장편은 생계를 위해 연재하는 통속소설이나 역사소설이 많았다. 특히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친 김동인은 생활고로 역사소설을 연재하는 걸 '타락'이라며 자조했을 정도다.[2]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이다. 작품 자체의 문학성만 두고 보면 《삼대》나 《광장》만큼 고평가되지는 않지만, 한민족 역사상 가장 인기가 높았던 소설이며 형식과 인물 작법에서 확실히 근대적 성격을 도입하여 이후 나오는 모든 소설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3] 1932년 기준으로 400원이었다. 일제 식민지시대 물가 등 정리에 따르면 1920년대 쌀 80kg가 20원, 1930년대 방2-3개의 전세가 300원이었다고하니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박기주 김낙년의 연구에 따르면 1932년 대비 2009년의 물가지수(서울기준)는 약 7,870배라고 나오므로 약 240만원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있다. 현대의 240만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있으나 국내총생산액이 미미했던 구한말에는 현재 가치 240만원도 서민 가정 1년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특히 최저임금으로 따졌을때 2024년 기준으로 600-700만원 상당 거액이다[4] 이 시절에는 남존여비가 강해 딸은 중등교육은커녕 초등교육도 겨우겨우 받고 일찍이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19세기 중반 태생의 노인이 손녀에게 중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줄 정도면 손녀를 정말 애지중지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덕희도 그 당시 여성 평균 학력 대비 상당한 고학력자였다. 덕희 나잇대보다 약간 뒤에 해당하는 육영수 여사는 그 시절 조선 최대의 부잣집에서 태어났는데도 아버지 육종관이 "여자가 대학 갈 필요 뭐 있겠느냐. 고녀(고등여학교)만 나와도 충분히 많이 배운 거다."라며 배화고등여학교(현 배화여자고등학교)까지만 졸업했다. 시대를 감안하면 조 의관과 육종관은 남존여비는커녕 오히려 중등교육을 시켜준 것만으로도 손녀와 딸을 상당히 아끼고 잘 대해준 셈이었다.[5] 어쨌든간에 작중 인물들 중에서는 가장 민족의식이 뚜렷한 인물이기는 하다. 이러한 행보 때문에 훗날 덕기가 조 의관으로부터 물려받은 금고를 탈취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상훈을 체포한 일본인 형사는 단순히 절도죄에 그치지 않고 이 돈을 가지고 독립운동 사업에 후원하려고 했다는 치안유지법 위반혐의를 뒤집어씌우려고 했을 정도.[6] 작중 조 의관의 지시를 받고 이런 일을 진행한 재종형 조창훈에게 '꾸어온 조상'은 자기 후손부터 돕는다며 조롱섞인 반대를 했다. 창훈 생모의 제사를 준비하던 조의관은 방 밖에서 이 말을 듣고 격분하여 상훈을 집에서 쫓아냈다. 이에 덕기가 아랫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만 상훈은 잠자코 나가버리고 만다.[7] 특히 홍경애와의 불륜 때문에 조 의관이 더욱 싫어한다.[8] 부친이 3.1운동에 휘말리면서 이 때문에 가세가 기울어진 탓에 어린 나이에 학교 대신 공장에 다니면서 사실상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9] 이 시절에는 가문 간 중매로 조혼한 본처에게 애정이 없어 성년이 되고 새롭게 눈뜬 여성과 따로 연애를 하고 아예 중혼을 하는 유부남이 매우 많았다. 사의 찬미를 부른 소프라노 윤심덕의 연인 김우진도 조혼한 본처를 두고 윤심덕과 따로 연애를 하는 유부남이었다. 그래도 덕기는 부친과 달리 불륜이 나쁜 행위라고 확실히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대신에 친구인 병화에게 필순을 챙겨달라는 등 대신 부탁하는 선에서 그친다.[10] 공교롭게도 필순과 경애 둘 다 부친이 3.1 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 내지는 고문을 당하게되면서 가세가 기울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경애의 경우 3.1 운동 당시 당했던 고문으로 인해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필순은 장훈 패거리의 지나친 폭력으로 부친을 잃은게 차이점. 게다가 이 부친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조씨 부자에게 각각 딸들의 안위를 부탁하기까지도 했다.[11] 그래도 의붓손자인 덕기가 수원댁도 서조모로서의 예를 다하기 위해 최대한 유치장에서 꺼내주려고 노력은 해주긴 한다.[12] 처음엔 친구인 덕기와 경애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을 때 이 둘의 관계가 그렇고 그런 관계인 줄 오해하기도 했다. 사실은 그 아버지랑 그렇고 그런 관계였지만[13] 일본 유학시절에는 아예 조선으로 돌아가는 관부연락선 표 살 돈좀 달라고 염치없이 교토에 있는 덕기를 찾아간적도 있었다.[14] 판본에 따라서는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라고도 나오기도 한다.[15] 대학 역시 시대상을 반영한 설정으로, 도시샤대학과 와세다대학은 그 시절 일본 대학치고는 학풍이 리버럴한 편이며 조선인 차별도 다른 대학보다는 덜해서 조선인들의 유학 대학으로 많이 선호되었다.[16] 그래도 작중 묘사를 보면 내심 상처(喪妻)를 당하게되면 홍경애를 본인의 후처로 들일 생각도 잠깐 한 듯 하다. 부인이 본인보다 먼저죽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게다가 상훈은 이미 별개로 김의경이라는 또다른 여자를 첩으로 삼고있었다 그런데 마침 홍경애가 김병화와 연인관계를 맺는 걸 보게되었고 만약 홍경애가 확실히 김병화와 사귄다고 판단되면 후처로 들일 생각을 접으려고 했던 듯. 이 때문에 본인의 사생아를 학교에 보내야한다고 민적에 넣으라고 항의하러 본인을 찾아온 경애에게 병화와 어떤 사이냐고 염치없이 캐묻다가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묻느냐고 경애에게 되려 욕만 먹는다.[17] 큰 제삿날 상훈과 크게 다툰 조의관이 다음날 아침 사랑방 댓돌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쳤는데 그게 수원댁의 치료를 빙자한 집요한 계략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18] 당시에는 사체 부검을 시신훼손으로 여겼다.그리고 상훈은 이 시점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완전 무시되어버린다.아버지의 조문객들도 덕기와 이야기를 나누었지,상훈에게는 절 한번만 했을 뿐이다.[19] 코카인은 그냥 마약이 아니다. 마약 중에서 중독성이 강한데, 문제는 그 만큼 치사량도 상당히 적은 편에 속한다. 즉 중독되고 내성 생겼다고 조금씩 더 하다간 그 조금의 차이로 죽는다. 그만큼 위험한 마약이다. 괜히 코카인이 유명한게 아니다.[20] 출처 :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21] 참고로 최인훈의 광장도 1994년 1차에 출제되었다가 2006학년도에 한번 더 출제되었으며, 심지어 이문구의 관촌수필은 2003학년도에 출제된 후 2010학년도, 2018학년도까지 무려 세 차례나 출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