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방영된 제목은 '생명 40억 년 아득한 여행(生命 40億年はるかな旅)'으로, 진행자는 일본의 우주비행사 모리 마모루(毛利衛)이며 9부+총집편으로 총 10부 구성이다.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Planet of Life'라는 제목으로 수출되었는데, 이중 모리 마모루가 출연하는 분량이 전부 잘렸고,[1] 그 외에도 여러 에피소드들의 분량을 간략하게 줄여서 7부작에 회당 45분 구성으로 방영되었다.
1994년한국과 일본에서 동시방영되었으며, 한국에서는 KBS 1TV를 통해 일요일 오전 10시경을 전후한 시간대에 편성되었다. 일본의 경우는 NHK 스페셜 시간대인 일요일 오후 9시. 다큐멘터리 실크로드, 지구대기행과 함께 국내에서 NHK 다큐멘터리의 인식을 바꾼 삼대장(?)격으로, 이 중에서는 가장 나중 시기에 방영된 작품이다.[2]
국제 공동 제작을 통한 대형 다큐멘터리 기획이긴 하지만 BBC의 Planet Earth마냥 단독 프로그램 편성은 아니고 NHK의 다큐멘터리 고정편성창구인 'NHK 스페셜'의 일부로서 기획되었다. 일본측 스태프롤을 확인해 보면 # 제작사는 KBS(대한민국), NHK(일본), 디스커버리 채널(미국), 텔레이마쥬/ITI(프랑스)이다. 일본 위키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가 제작 지원했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후술하듯 NHK의 레귤러 프로그램이 국제공동제작으로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3] 한국에서는 그 당시만 해도 자연과학 다큐멘터리 제작 기술이 후달렸기 때문에 KBS-NHK 공동 제작을 세일즈 포인트로 홍보했고 아예 프로그램 타이틀에도 박혀 있을 정도였다.[4]
지구 역사 속에서 생명의 장대한 진화 과정을 고퀄리티의 음악[5]과 CG로 연출해서 보여주고, 한국어 더빙도 아주 잘 어울려서[6]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품 다큐이다. 보다 보면 생명 진화의 역사가 마치 인간의 역사처럼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이와 관련해서 당시 흥행 대박을 직감한 KBS의 흔적이 아래 방영분에 남아있는데, 1회 타이틀은 NHK와 마찬가지로 그냥 수파(자막)[7]을 텔레시네로 Wipe-Out 처리하는 데 그쳤지만 2화부터는 제대로 된 2.5D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써서 보기에도 이쁘게 타이틀을 교체하였다.
한국 관련 출연자로는 1편 '생명의 탄생'에서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교의 한국계 미국인 전광우 교수가 딱 한 명 출연하고 그분 빼고는 죄다 서양 아니면 일본 쪽이다.[8] 이 다큐멘터리 자체가 단독 프로그램 기획이 아니라 NHK 스페셜 시리즈 중 집중 기획 비슷하게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즉 원래부터 NHK의 레귤러 프로였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대중매체 쪽에 끼친 영향이 의외로 있는데, 캄브리아기의 절지동물군 진화 대폭발을 다룬 다룬 2편 '위대한 실험'에서 버제스 셰일 동물군이 소개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에서 아노말로카리스의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다만 제작 시기가 오래됐으니 한계도 있는데, 최근에는 수정된 학설이 당연히 반영되지 못하고, 그 당시 주류 학설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그 부분은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아노말로카리스가 삼엽충을 잡아먹었다던지, 피카이아가 척추동물의 직계조상이라던지[9], 공룡과 조류의 진화를 별개로 취급한다던지[10], 속씨식물의 번성으로 공룡이 쇠퇴하였다거나, 파란트로부스 로부스투스가 돌로 도구를 만들었다던지, 아프리카 대지구대가 갈라지면서 한쪽은 초원이 되어서 침팬지와 인류의 분기점이 되었다[11]던지...
유튜브에 전편이 올라와 있었는데 마지막 총집편은 음질이 좋지 않아 시청하기가 힘들었다. 이는 이후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삭제되었다.
2020년 12월에 'KBS 다큐' 유튜브 채널에서 전편을 공식 업로드했다. # 이 중 2편은 KBS 미디어(구 KBS 영상사업단)측에서 재편집한 버전을 올려놓았는데, 주요 차이점은 원본 MC 모리 마모루에 추가로 성세정 KBS 아나운서로 한정으로 맡았고 일부 오프닝, 엔딩 등도 편집되었다. KBS 미디어가 주로 하던 일이 학교에 방송용 교재로 판매하던 것인지라 이렇게 한 것으로 추측된다.
나레이션 담당 성우 중 한 명이었던 김종성은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1년 말, EBS의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에서 내레이션을 맡았다.
[1] 당연히 더빙도 새로 했다.[2] 실크로드는 1980년 제작/1984년 첫방영, 지구대기행은 1988년 제작/1989년 첫방영, '생명'은 1994년 제작 방영. 방영 창구는 국제협약에 의해 KBS가 우선협상권이 있는데 이는 BBC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3] 아무래도 규모가 커지니 제작비를 지원받으면서 판권도 같이 판매한 듯하다.[4] KBS가 자체 CG로 자연과학 다큐멘터리 흉내라도 내게 된 것은 이보다 몇 년 더 지난 '지구대멸종' 시리즈부터다. 물론 KBS가 그 전에도 자연과학 다큐를 아예 안 만든 건 아니지만 1981년에 만든 '태풍' 시리즈 같은 건 자료화면의 경우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쪽의 것을 재편집한 것이었다.[5]오오시마 미치루(大島ミチル)가 담당했다. 80년대 일본 뉴에이지 씬의 대가로 NHK의 '다큐먼트 태평양전쟁' 음악도 이 사람 작품인데, 스탭롤에는 '시키부'라고 뜨지만 이는 오오시마 미치루와 바이올리니스트 시노자키 마사츠구의 유닛이다. 국내에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예고편 음악 '바람피리(風笛)'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막골은 히사이시 조가 음악감독을 했지만 이 곡의 작곡자는 아니다.[6] 모리 마모루-설영범, 나레이션-김종성, 송도영.[7] 슈퍼임포즈의 일본식 조어. 한국 방송계에서도 디지털 편집이 활성화된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썼던 용어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이 슈퍼임포즈 기능을 이용해서 손글씨(캘리그래피)나 간단한 2D 평면그래픽을 아날로그 텔레시네 작업을 거쳐 자막으로 썼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문서에 나와 있는 타이틀 자막이 바로 수파다.[8] 애초에 스텝롤에도 한국 사람은 없다. 한국 방영 당시에는 감수와 번역 정도만 하고 틀어준 것이다.[9] 그 후, 피카이아보다 훨씬 오래 전에 나타난 밀로쿤밍기아와 하이코우이크티스가 발견되면서 그 지위가 한창 내려갔다.[10] 이 다큐가 나온 지 1~2년이 지난 1996년에 중국 랴오닝 성에서 깃털공룡인 시노사우롭테릭스가 발견되었고 이후로도 다양한 종류의 깃털공룡 화석이 발견됨으로써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가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11] 소위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라고 부르는데, 나중에 사헬란트로푸스가 발견되면서 이 이론을 주장한 이브 코팡 본인 스스로가 철회를 표명했다.[12] 일본 방영 제목: 바다로부터의 창세(海からの創世)[13] 일본 방영 제목: 진화의 이상한 대폭발(進化の不思議な大爆発)[14] 일본 방영 제목: 어류들의 상륙작전(魚たちの上陸作戦)[15] 일본 방영 제목: 꽃에게 쫓겨난 공룡(花に追われた恐竜)[16] 일본 방영 제목: 하늘로의 도전자(大空への挑戦者)[17] 일본 방영 제목: 기적의 시스템 "성"(奇跡のシステム"性")[18] 일본 방영 제목: 곤충들의 정보전략(昆虫たちの情報戦略)[19] 일본 방영 제목: 인간이 원숭이와 헤어진 날(ヒトがサルと別れた日)[20] 일본 방영 제목: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ヒトは何処へいくのか)[21] 일본 방영 제목: 지구와 함께 걸어라(地球と共に歩ん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