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0 01:12:21

아르파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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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483D8B><colcolor=#ffffff> 레젠다리움의 등장인물
아르파라존
Ar-Pharazôn
<nopad> 파일:Turner Mohan_아르파라존.jpg
본명 Pharazôn
파라존
이명 Ar-Pharazôn
아르파라존
Tar-Calion
타르칼리온
The Golden
황금왕
King of Men
인간의 왕
King of the Sea
바다의 왕
성별 남성
종족 인간 (누메노르인)
거주지 누메노르
출생 S.A. 3118
가문/왕조 House of Elros
엘로스 왕조
직책 King of Númenor
누메노르의 왕
재위기간 S.A. 3255 - S.A. 3319
가족관계
부모 기밀카드 (아버지)
배우자 타르미리엘

1. 개요2. 이름3. 생애
3.1. 즉위 이전3.2. 재위기간
3.2.1. 사우론의 굴복3.2.2. 사우론의 간언과 누메노르의 타락3.2.3. 발리노르 침공과 처참한 최후
4. 《가운데땅의 역사서》에서의 행적5.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6. 평가

[clearfix]

1. 개요

황금왕 아르파라존누메노르 건국 이후 역대 해양왕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오만한 자였다.
실마릴리온》의 <아칼라베스> 中
아르파라존은 누메노르의 제25대 왕이자 마지막 왕이었다. 퀘냐식 이름은 빛의 아들이라는 뜻의 타르칼리온(Tar-Calion)이었다.[1]

일명 황금왕 아르파라존[2]제2시대 3118년 누메노르의 왕자인 기밀카드의 아들로 태어나 3255년 137세의 나이로 누메노르의 왕으로 즉위하여 강력한 군주로 군림하다가 3319년 201세의 나이로 발리노르를 침략했으나, 절대자 일루바타르에 의해 그의 군대와 함께 생매장당했다.

누메노르의 마지막 왕이자 누메노르의 침몰을 야기한 장본인이었다. 이때문에 결코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진 않지만,《실마릴리온》과 《가운데땅의 역사서》에서의 묘사에 차이가 있는 인물이다. 물론 누메노르의 멸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만큼은 두 책 모두 동의하는 요소다.

2. 이름

  • 파라존(Pharazôn)[A] - '황금의(Golden)'라는 뜻이다. 아르파라존(Ar-Pharazôn)은 왕호다. ar-[4] + [ruby(pharazôn,ruby=pharaz + -ôn)][5]
  • 칼리온(Calion)[Q] - '빛의 아들(Son of Light)'이라는 뜻이다. 타르칼리온(Tar-Calion)은 왕호다. -tar[7] + cala[8] + -ion[9]

3. 생애

3.1. 즉위 이전

파라존은 제2시대 3118년, 아르기밀조르 왕의 차남인 기밀카드 왕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의 파라존은 의외로 훗날 신실파의 지도자가 되는 아만딜과 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그는 사우론과 싸우는 국왕파를 지원하기 위해 가운데땅으로 떠난 뒤 훌륭한 사령관이 되었다. 그리고 파라존은 아버지인 기밀카드가 죽자 누메노르로 돌아와 가운데땅에서 얻어낸 부를 누메노르인들에게 베풀어 많은 신임을 얻었다. 그 뒤 그는 발라엘다르를 가까이 하려는 타르팔란티르 왕의 개혁을 반대하는 자들의 지도자가 되었다.

3255년에 타르팔란티르가 승하하자 파라존은 타르팔란티르의 유일한 딸이자 적법한 왕위 계승자이며, 본인에게는 사촌누나였던 미리엘과 강제로 결혼했다. 그리고 누메노르의 왕위를 찬탈하여 자신을 누메노르의 왕 아르파라존으로 선언한 뒤 미리엘에게는 아르짐라펠이라는 칭호를 하사했다. 이후 누메노르는 멸망으로 가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3.2. 재위기간

3.2.1. 사우론의 굴복

아르파라존이 왕위를 찬탈했을 즈음에 가운데땅에서는 사우론이 스스로를 '인간의 왕'이라고 칭하며 누메노르의 정착지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르파라존은 매우 분노하며 사우론을 자신의 신하이자 종으로 만들기 위한 대군을 5년 동안 준비했다.

3261년, 아르파라존은 누메노르의 대군을 이끌고 움바르 항에 상륙한 뒤, 북쪽의 모르도르로 진군했다. 전성기 누메노르 군대의 힘과 위엄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사우론의 군사들은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으며. 무력으로는 누메노르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우론은 아름다운 형체를 취해,[10] 아르파라존 앞으로 가서 항복했다. 아르파라존은 사우론의 칭호를 박탈한 뒤, 다시는 가운데땅의 누메노르인들을 괴롭힐 수 없도록 누메노르로 끌고 갔다. 사우론은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누메노르에 잡혀간 것을 통해 본인에게 굴욕을 맛보게 한 누메노르와 아르파라존에게 더 큰 파멸을 주려는 계획을 세웠다.

누메노르에 발을 들인 사우론은 아르파라존에게 달콤한 말로 아첨을 떨며, 누메노르인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지식들을 가르쳐줬고, 이에 따라 사우론은 3년이 채 지나기 전에 왕의 자문단과 가까워졌다.

3.2.2. 사우론의 간언과 누메노르의 타락

사우론은 마이아로서 가진 본인의 지식을 누메노르인에게 펼쳤고, 많은 연설을 하며 발라의 가르침을 부정했다. 그리고 누메노르인들로 하여금 세상의 동쪽뿐 아니라 서쪽에도 다스릴 땅이 많이 있으며, 그곳에는 무수한 보물들이 가득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윽고 사우론은 고대의 암흑을 언급하며 암흑만이 숭배할 만한 것이라는 주장을 설파했다. 또한 암흑의 군주는 누메노르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로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에 아르파라존은 암흑의 군주에 대해서 묻게 되었고, 사우론은
"에루는 발라들이 인간을 쉽게 지배하기 위해 만든 허깨비에 불과하며, 오로지 암흑의 군주 멜코르만이 만인의 왕이자 자유의 시혜자로서 인간들에게 강한 힘과 자유를 선사할 것"
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그리하여 아르파라존은 멜코르를 숭배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은밀하게 숭배했지만 곧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그의 백성 대부분이 그를 따랐다. 이 시기에 신실한 자이자 왕의 자문단이었던 안두니에의 영주 아만딜은 사우론의 증오로 인해 그 자리에서 해임되었다.[11] 그리고 아르파라존은 성스러운 산 메넬타르마에 오르는 일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로 규정했다.[12]

사우론은 발리노르의 빛과 엘다르를 떠올리게 하는 백색성수 님로스를 베라고 조언했지만, 타르팔란티르의 '왕실의 운명과 나무의 운명은 불가분한 관계'라는 예언을 기억한 아르파라존은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아르파라존은 사우론의 의지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백색나무를 자르려고 한다는 걸 미리 눈치챈 이실두르가 그 전에 열매를 빼돌렸다. 성수 님로스를 베어낸 아르파라존은 조상의 충절로부터 등을 돌려 완전히 타락하게 되었다. 그리고 베어버린 님로스를 멜코르를 숭배하는 제단의 첫 불로써 태워버렸다.[13] 불타는 백색나무는 악취를 뿜으며 7일 동안 누메노르 왕국을 구름 속에 가두어버렸다.

이후 멜코르를 숭배하는 대신전에서는 멜코르에게 산제물[14]을 바치며 피를 흘리고, 고문하며, 악행을 저질렀다. 누메노르인들은 멜코르에게 산제물을 바치며 멜코르가 그들을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가운데땅의 인간들에게 있어 누메노르인들은 더 이상 과거의 자상한 자들이 아니었으며, 전쟁에 미친 난폭한 자들에 불과했다. 그리하여 실질적인 통치는 사우론이 다하긴 했지만 '별의 땅'의 왕 아르파라존은 모르고스 이후 가장 강력한 폭군이 되었다.

3.2.3. 발리노르 침공과 처참한 최후

하지만 멜코르가 누메노르인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사우론의 말은 완벽한 거짓말이었으므로, 산제물을 바쳤음에도 아르파라존은 늙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의 누메노르인들의 죽음은 과거의 잠과도 같은 평안한 죽음과는 달리 광기와 고통에 가득차 있었으며, 아르파라존을 비롯한 누메노르인들은 언제나 분노하며 절망하고, 본인들이 그토록 숭배하던 암흑과 같은 죽음을 두려워했다.[15] 마침내 사우론은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마지막 조언을 했다. 서쪽에 있는 불멸의 땅을 점령하면 그 땅의 힘으로 인간도 불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16]
"발라들은 불사의 땅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곳에 대해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가능한 한 숨기려 하고 있습니다. 탐욕 때문이지요. 또한 인간의 왕들이 그들로부터 불사의 땅을 빼앗아 세상을 대신 지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한 것은 무한한 생명이란 선물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힘과 긍지와 위대한 혈통을 지닌 훌륭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이 누려야 할 이 선물이, 왕 중의 왕이며 땅의 아들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자이며 오로지 만웨 정도나 감히 비견될 수 있는 아르파라존 왕 당신에게 거부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입니다. 위대한 왕은 부당한 처사를 참고 견디지 않습니다. 자신의 몫을 쟁취해야 합니다."

수명이 거의 다해 죽음의 절망에 빠져있었던 아르파라존은 누메노르 멸망의 결정타를 치고 말았다. 3310년에 발리노르를 공격하기 위해 대함대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함대가 건설되는 동안 발라들은 무시무시한 뇌우와 폭풍, 독수리 모양의 구름으로 누메노르인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이를 본 일부 누메노르인들은 회개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누메노르인들은 서녘의 군주들이 자신들을 공격하려 든다며 더욱 완악하게 굴었다. 경고는 더욱 심해져 벼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멜코르 신전의 지붕에 벼락이 떨어져 갈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전은 여전히 굳건했으며, 사우론이 벼락에 맞서면서도 멀쩡하자 사람들은 더욱 사우론을 따랐다.[17] 이윽고 최후의 경고가 내려져 땅이 흔들리며 바다가 노호하고 성산 메넬타르마에서 연기가 솟아날 때도 누메노르인들은 이를 무시했다.

대발리노르 전쟁 준비가 시작된 지 9년 만에 함대가 완성되었다.[18] 아르파라존은 그의 기함이었던 알카론다스(Alcarondas)에 탄 뒤, 발리노르로 진격했다. 이후 그의 군대의 어느 누구도 다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아르파라존의 운명은 불분명하지만,《실마릴리온》의 <아칼라베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아르파라존의 함대는 톨 에렛세아를 지나 발리노르의 해안에 당도했다. 적막한 발리노르의 해안과, 눈보다 희고, 죽음보다 차가우며, 일루바타르의 빛이 만들어 낸 그림자처럼 고요하고 변함없이 두려우며 찬란한 타니퀘틸을 본 그는 겁에 질려 거의 돌아설 뻔 했다. 그러나 결국 오만에 지배당한 그는 배에서 내렸다. 아르파라존의 군대는 티리온으로 향했고, 투나 언덕에 야영지를 세웠다.[19] 아르파라존은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가 아무도 없다면 이 땅이 자신의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인간이 발라일루바타르에 대항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인간들의 타락에 경악한 만웨일루바타르를 찾았고, 발라들은 아르다에 대한 그들의 통치를 내려놓았다. 이에 에루는 자신의 힘을 분출해서 세상의 형태를 뒤바꾸었다. 아만누메노르 사이에 거대한 구렁이 벌어져 누메노르의 대함대는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가 영원히 삼켜졌다. 이 끔찍한 대재앙에서 아르파라존과 그의 군대는 무너지는 언덕에 깔려 최후의 전쟁 전까지 망각의 감옥에 감금되는 운명에 처해졌다.

한편 누메노르에서도 대변혁이 일어났는데, 함대가 출정한 뒤 39일이 되던 날, 성산 메넬타르마의 갑작스러운 대분화를 기점으로 누메노르의 침몰, 세상의 개변이 시작되었다. 일루바타르가 만든 거대한 구렁의 동쪽 끝에 있었던 누메노르의 본토 엘렌나 섬이 그 기초가 흔들리면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20] 이리하여 누메노르의 모든 사람과 건물, 재물, 지식까지도 영원히 사라졌다. 이때 왕비 타르미리엘메넬타르마 산을 오르다가 파도에 휩쓸렸다고 한다.

엘렌딜은 아르파라존이 대함대를 건설할 시절에 독수리의 그림자를 보고 누메노르의 처참한 멸망을 예견했다. 그리하여 그는 배를 수배하여 도망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람들을 모아 가운데땅으로 넘어가 그곳에 망명 누메노르 왕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했고, 선물을 주는 자라는 별명을 가졌던 사우론은 자신의 아름다운 육체를 잃은채 악한 영만이 살아남아 모르도르로 도주했다. 이를 두고 사우론이 지나치게 방만했다고 할 수만은 없는데, 사우론은 누메노르인들의 죽음과 오만한 왕의 패배 정도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우론의 예상보다도 발라들의 분노가 거대했고, 일루바타르가 직접 나서 바다와 땅에 심판을 내리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4.가운데땅의 역사서》에서의 행적

전체적인 누메노르의 스토리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누메노르 멸망의 직접적인 장본인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지만, 아르파라존 그 개인의 묘사에는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단순히 악인으로만 묘사된《실마릴리온》보다는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실마릴리온》 자체가 가운데땅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형식인데다가, 특히 제2시대부터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더욱 줄여서 다루기 때문에《실마릴리온》보다는 이쪽에서 묘사된 아르파라존이 더 신빙성이 높다.[21]

일단 가장 큰 차이는 타르미리엘[22]짐라힐(zimrahil)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과의 근친혼이 강제결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타르미리엘 문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버전에서 미리엘은 이미 파라존을 사랑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 결혼을 주도한 사람은 파라존이 아닌 미리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된다면 사촌과 강제 결혼한 놈이라는 죄목은 물론이요, 찬탈자라는 칭호마저 상당히 애매해진다.

초기의 아르파라존의 성격에 대한 묘사도 상당히 의외로,
"그의 마음이 옛 에다인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라고 쓰여있는 등[23] 타르팔란티르 왕과 대립하며, 타락해가는 누메노르인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비록 스스로가 신실한 자는 아니었을지언정 신실파의 지도자인 아만딜과 깊은 우정을 가지고 있었을 만큼, 이 버전의 아르파라존은 사우론에게 타락하기 이전까지는 나름 개념있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아르파라존도 결국 자신이 굴복시킨 사우론에 의해 타락하는 바람에 완벽한 악인으로 전락했고, 발리노르를 침공하는 불경을 저질렀다가 참혹한 심판을 받는다는 결말은 다를 것이 없다.

5.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파일:Pharazon_first_look.jpg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시즌1에서 아직 실권을 잡은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고 원작과 다르게 정치적인 기반이 탄단한 야심가로 나온다. 시즌2 이후 스토리는 아르파라존이 누메노르의 왕권을 잡는 과정과 사우론에게 이긴 후의 스토리, 누메노르의 침몰이 영상화될 예정이다. 배우는 트리스탄 그라벨이다.

6. 평가

사실 <아칼라베스>의 이야기에서는 그냥 악역이지만, 《가운데땅의 역사서》에서의 묘사가 좀 더 입체적이기 때문에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인물이다.

사실 《가운데땅의 역사서》의 묘사를 받아들인다면 재위 초기의 아르파라존은 근친혼 문제를 제외한다면 위대한 명군이라고 봐도 좋다. 누메노르 왕국의 마지막 전성기를 일궈낸 것은 물론이요, 자유민들의 숙적이자 훗날 가운데땅에서 최악의 암흑군주로 악명을 떨치게 될 사우론에게 그런 낭패와 굴욕을 선사했다는 것도 엄청난 업적이다.[24] 심지어 신실파의 후예들인 곤도르인들도 이런 아르파라존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겼던지 움바르의 오벨리스크에 사우론의 굴욕을 새겨넣기까지 했다. 물론 나중에 움바르가 사우론의 수중에 장악당하면서 이 기념비는 파괴되었다.

신실파의 아만딜이 친한 친구이며, 정부의 주요 인사였던 걸 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이전의 국왕들과는 달리 딱히 신실한 자들을 탄압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스로의 지혜에 대한 과신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사우론에게 굴욕을 주는 데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는 몰라도 사우론을 기어이 누메노르 본토까지 끌고 와서 본인 업적도 다 날려먹고 나라도 날아간 어리석은 왕이기도 하다. 사우론에 의해 타락한 이후로는 이전의 왕들보다 더한 폭군이자 암군으로 전락해 멜코르를 숭배하고, 인신공양을 저지르며, 끝내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발리노르까지 침공했다가 자기 목숨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기껏 본인이 짓밟아놓은 모르도르는 결국 누메노르 멸망 후 다시 발흥하여 가운데땅 자유민들에게 크나큰 위협이 되었고, 이걸 수습하느라 길갈라드엘렌딜을 비롯한 수많은 전사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아르파라존 명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톨킨은 기본적으로 서양 고전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가였고, 서양 고전 전통의 가장 중요한 기반 중 하나가 바로 기독교 경전이라는 점이다. 사울, 다윗, 솔로몬 등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유명한 왕들이 여호와 신에게 순종한 시기에는 순조롭게 나라를 운영했지만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믿고 일을 처리할 때는 문제가 생긴 것으로 묘사되고, 아합이 세속적 관점에서는 명군이지만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 경전의 서술에서 자신의 독선으로 커다란 업적을 세우는 왕은 그리 긍정적인 인물상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기독교적인 군주관은 동로마 제국의 후기 중흥 군주로써 군사와 내정 양면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운 (동시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바실리오스 2세가 교서에서
"우리는 우리의 군대도 믿지 않고, 우리의 부도 믿지 않고, 우리의 지식도 믿지 않고, 오직 에게 의존한다."
라고 선언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즉, 기독교적 관점[25]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것은 악덕이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라도 "저러다 자기가 잘나서 큰 일을 해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신앙을 경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다소 백안시되는 특징인 것이다.[26] 아르파라존 역시 이런 기독교적 서사의 등장 인물로 봐야 하며, 현대인의 세속주의적 관점에서 유능한 명군으로 보인다는 것이 작품 내에서도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증거는 아니다.[27] 결정적으로 아르파라존이 아무리 명군이었더라도 막판의 타락과 인신공양 등의 악행으로 나라를 말아먹었기 때문에 절대 좋게 평가될 수 없다.


[1] 그러나 그는 빛의 땅 아만을 정복하려다가 실패하여 결국 어둠에 영원히 갇히게 되었다.[2] Ar-Pharazon the Golden[A] 아두나익[4] King/Queen(왕/여왕). 'noble/high/royal(고귀한/높은/왕족의)'를 의미하는 원시 요정어 어근 RĀ/ARA에서 파생된 ârû의 접두사 형태로 추정된다.[5] Golden(황금의). 'gold(황금)'을 의미하는 명사 pharaz와 목적격/대리 접미사 -ôn이 결합해 파생된 단어다.[Q] 퀘냐[7] High/King/Queen(높은/왕/여왕). 'high/lofty/noble(높은/숭고한/고귀한)'을 의미하는 원시 요정어 어근 TĀ/TAƷ에서 파생된 접사다. 누메노르의 왕, 또는 여왕의 이름에서 왕호처럼 쓰인다.[8] Light(빛). 'light/shine/be bright(빛/빛나다/밝아지다)'를 의미하는 원시 요정어 어근 KAL에서 파생되었다.[9] -Son(-의 아들). 'Son(아들)'을 의미하는 원시 요정어 어근 YON에서 파생된 (i)ondo에서 비롯된 남성형 접미사다.[10] 이 형체는 너무 아름다워 되려 의심을 살 정도였던 '안나타르'의 형체였다.[11] 하지만 아만딜은 고결하며 탁월한 인품의 소유자로 존경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아르파라존이나 사우론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다.[12] 메넬타르마는 절대자 일루바타르에게 바쳐진 성산이었다. 따라서 멜코르를 숭배하게 되면서 이를 금지한 것이다.[13] 사우론에 의해 수도 아르메넬로스의 중심부 언덕에 세워진 신전이었는데, 그 규모가 무시무시했다. 지름만 해도 약 150m인 원형 신전으로, 성벽의 두께는 15m, 높이는 150m였으며, 원형 지붕은 온통 은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신전이었다.[14] 주로 신실한 자들과 가운데땅 식민지의 인간들을 제물로 바쳤으며, 바치는 명목은 주로 아르파라존 왕을 증오하며 반역을 일으켰다든가 하는 유언비어였다.[15] 이러한 속사정과는 달리 누메노르는 이전보다 더욱 번영하는 것으로 보였으며, 누메노르의 백성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우론의 조언으로 재산도 늘어났고, 더 강력한 함선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16] 하지만 발리노르는 애초에 불멸의 존재인 아이누요정이 살아서 불멸의 땅이었던 것이지, 땅에 힘이 있어서 불멸의 땅인 것은 아니었다.[17] 사우론은 마이아였다. 고작 인간을 겁주기 위해 내려지는 재앙 정돈 우스웠을 것이다.[18] 그 규모가 실로 엄청났는데 묘사되기로는 아예 누메노르의 서쪽 해안이 마치 1,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같았으며, 돛대는 산위의 숲, 돛은 내리덮은 구름과도 같았다고 한다. 군기는 황금색과 검은색이었다.[19] 티리온의 요정들은 모두 도망가서 도시는 비어있었다.[20] 누메노르의 가히 완벽한 석공술로 지어진 건물들조차 에루의 전능함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21] 사실 《실마릴리온》은 톨킨의 가운데땅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고 연결하는 일종의 골격이나 얼개 역할을 하는 작품이었고, 톨킨은 평생 동안 이《실마릴리온》에서 다룬 사건들에 디테일과 입체감을 부여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즉《실마릴리온》과 《가운데땅의 역사서》 사이의 차이는 '이야기 자체가 변화했다'기 보다는《실마릴리온》 완성 시점에서는 없었던 디테일을 계속 추가 원고를 써가며 보충했기에 생긴 차이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즉,《실마릴리온》보다는 (톨킨의 유고를 집대성한) 《가운데땅의 역사서》가 더 '자세'하다는 것이다.[22] 여기서는[23] He (Ar-Pharazon) was a man of great beauty and strength/stature after the image of the first kings, and indeed in his youth was not unlike the Edain of old in mind also, though he had strength of will rather than of wisdom as after appeared, when he was corrupted by the counsels of his father and the acclaim of the people.[24] 아예 사우론을 파멸시키는 반지 원정대를 논외로 놓고 본다면 발라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런 업적을 이룩한 건 아르파라존의 아주 먼 조상이었던 루시엔 정도이다. 루시엔의 경우, 후안의 도움을 받은 덕이 크긴 하지만 그녀가 마법으로 사우론을 졸게 하지 않았다면 후안도 사우론과 싸울 수 없었으며, 요정 1명, 사냥개 1마리가 누메노르의 군대가 이룬 정도의 일을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25] 특히 기독교 경전의 서사[26] 동아시아유교 문화권에서도 군주가 "내가 잘나서 나라가 잘나간다."라고 하는 것보단 "선현의 지혜를 따르니 나라가 번영하고~" 어쩌고 하며 "내가 이렇게 요순급 애민 군주다."라고 할망정 내가 잘났다고 하진 않는 것과 비슷하다.[27] 번영한 걸로 따지면 재위 초기보다 타락한 이후에 더 번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