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4 10:57:49

영웅은 공부 따원 안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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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래와 의미2. 짤방화3. 이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들
3.1. 수호전
3.1.1. 왜 이들이 영웅인가?
3.2. 삼국지3.3. 중국 역사에서3.4. 잔 다르크3.5. 기타 현실에서3.6. 창작물에서
4. 이 표현이 안 어울리는 인물들5.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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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래와 의미

英雄不会读诗书 / 英雄不會讀詩書

수호전에 등장하는 대사. 정확히는 1998년 방영작인 중국 CCTV TV 드라마 《수호전》 속에서 나오는 노랫말의 일부이다.# 소설 원본의 내용은 본 문서에서 다루는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는데, 소설 속 노래와 드라마 속 노랫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 속 노래의 일부:
生來不會讀詩書(생래불회독시서) 나서부터 글공부 마음에 없어
且就梁山泊內居(차취양산박내거) 양산박에 몸 붙이고 세월 보내네.
準備窩弓射猛虎(준비와궁사맹호) 활시위에 살 먹여 범을 잡고
安排香餌釣鰲魚(안배향이작오어) 미끼를 장만하여 고기를 낚네.[1]
원작 소설 속에서는 노준의오용에게 낚여 남쪽으로 가다가 양산박에서 그를 포섭하려는 양산박 일당에게 포위를 당하게 된다. 계략에 걸렸음을 알아챈 노준의는 호숫가에서 한 어부의 배를 타고 대명부가 있는 방향으로 급히 되돌아가는데, 그 길에서 노준의와 마주친 완씨 삼형제[2]가 위 노래를 읊는다.

1998년판 CCTV 수호전 25화 드라마 속 노래의 일부:
英雄不會讀詩書 / 英雄不会读诗书(영웅불회독시서) 영웅은 공부 따 안 한다네
只在梁山泊里住 / 只在梁山泊里住(지재양산박리주) 양산박이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
雖然生得潑皮身 / 虽然生得泼皮身(수연생득발피신) 신분이야 미천하지만
殺賊原來不殺人 / 杀贼原来不杀人(살적원래불살인) 죄 없는 무고한 사람은 안 죽인다네[3]
원문의 내용을 최대한으로 직역한 내용:
영웅은 시경과 상서를 안 읽는다네.
그저 양산박에서 기거할 뿐.
비록 무뢰한으로 태어났지만,
도적만을 죽이고 타인은 원래 안 죽인다네.
위 노래가 나오는 해당 짤방은 1998년판 드라마 수호전 25화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강주에 유배된 후 반역시를 쓴 혐의로 사형에 처해지게 된 송강대종과 처형되기 직전에 조개를 위시한 양산박 호걸들에게 구출된다. 위 장면은 그 후 양산박 산채를 향해 배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그들이 다같이 뱃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드라마 속에서 노준의는 남쪽으로 가기 전에 집사 이고의 모함으로 관군에게 붙잡혀 하옥되며, 송강 일당이 구출해 주기 전까지는 양산박을 밟아보지도 못한다.

옛 한문에서 詩와 書라는 표현이 나오면 이는 일반적인 시와 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고유명사, 즉 사서삼경 가운데 시경상서(서경)를 뜻한다.[4] 시경과 상서는 사서삼경을 이루는 다른 책들보다 훨씬 옛 시기의 책이다.[5] 문학적 수사와 함축이 많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문법이 정착되기 전인 고대 한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한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해석이 죽을 맛이다.[6]

유학이 사상적 헤게모니를 지배하던 전통 시대의 시경은 공자가 논어에서도 강조했듯이 교화의 목적이 강해서 유자라면 시경에 실린 시 삼백 수를 모두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로 널리 읽혔던 책이었다. 상서 역시 전통 시대의 정치 사상서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유학을 공부하는 이들 중에 이를 읽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시서'는 단순히 사서삼경 중 두 권의 책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유학 교육에서 고급 과정의 첫 걸음이요, 통치 개념으로서의 유학,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학을 기반으로 한 기득권층의 사상 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7], 기득권에 대한 반발과 조롱이 주요 테마인 수호전에서 말하는 '영웅'은 이런 지배 체계의 대척점에 있으니 당연히 그런 공부 따 할 리가 없다.

이런 복잡한 함의를 공부[8]로 깔끔하게 정리하였으니, 그야말로 초월번역이라 하겠다.

2. 짤방화

자막 자체도 충분히 패기가 넘치지만, 이 짤방의 포인트는 바로 한글 자막의 오타. 잘 보면 '공부 따'이 아닌 '공부 따'이라 쓰여 있다.

주로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해 쓰는 짤방이다. 짤방이 생긴 연도를 고려하면 상당히 역사가 오래됐다. 보통은 상대방이 공부하라고 공격할 때(ex.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 짤방으로 카운터를 먹인다. 물론 상대가 공부를 안 한다고 다 영웅은 아니라고 받아친다면 할 말 없다.

다른 분야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도 자기위안 식으로 쓰일 수 있는데, '이(문)과는 문(이)과 공부 따원 안 한다네', '이(문)과는 사(과)탐 따원 안 한다네' 식으로 쓰일 수 있다.[9][10] 다만 1986년생[11]부터는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구분이 폐지되어 이런 표현 따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12]

3. 이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들

3.1. 수호전

짤방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수호전의 등장인물 중에서도 송강이나 임충, 시진 같은 경우는 나름대로 먹물 좀 먹은 엘리트이거나 그에 준하는 계층이었고, 그래서 문(文)에도 뛰어났다. 거기다 오용 같은 책사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사실 이 문장은 이규를 까고자 의도적으로 넣은 거라는 농담이 있다.

해당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이규는 공부를 전혀 안 하는 데다가 성질머리도 더러운 바보라서, 아예 이것에 관련된 에피소드까지 있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서당에서 배운 아이들에게서 다굴까지 맞았을 정도. 하급관리인 노달도 글을 몰라서 자기를 수배하는 전단 앞에 사람들이 몰려서 '저거 뭐라고 써있는거요?'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물론 본래의 의도는 노준의를 회유하는 노래이다.

수호전의 108호걸 대부분이 문맹인 것을 감안한다면, 영웅은 공부 안 한 것이 맞는데, 앞서 말한 인물들은 공부를 했던 것이 맞지만, 나머지 호걸들은 무식한 것이 아니라 '글을 모른다.' 성수서생 소양이 호걸들 앞에서 낭독해주는 역할이다.

3.1.1. 왜 이들이 영웅인가?

그러면 여기서 "왜 그 공부 안 한 호걸들이나 맹장들이 영웅이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수호전의 호걸들은 현대로 따지자면 조폭들이 자기들을 영웅이라고 칭한 수준의 인물이 정말 많다. 특히 공부 따 안 한 인물들이 더더욱 그렇다. 그나마 예외라는 인물들이 불교와 엮이는 노지심 정도니 말 다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수호전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영웅의 모습이 원래 이런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수호전은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의 양대 고전소설로써 동양적 영웅상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지만, 삼국지연의가 보여주는 영웅상과 수호전이 보여주는 영웅상은 전혀 다르다. 연의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기본적으로 '군웅', 즉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는 통치자이자 군사 지도자로써 스스로 새로운 시대의 질서가 될 것을 지향하는 인물상들이지만 수호전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체제의 질서에 대항하는 저항자로써의 인물상이다.[13]

현대로 말하자면 삼국지연의는 정치물이나 밀리터리물, 영지물의 성격을 강하게 가진 데 비해 수호전은 무협물이나 피카레스크, 느와르물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연의의 영웅상은 새로운 시대적 질서의 창안자가 될만한 학식과 교양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호전의 영웅상에는 오히려 구시대(송나라)의 유교적 질서를 상징하는 사상체계인 시와 서(글공부)를 멀리하는 인간상이 더 적절한 것이다.

3.2. 삼국지

여몽도 한때 이런 부류에 속하는 인물이었으나, 손권이 나도 하는 공부이고 군사를 이끌거나 무예를 익힐때의 순발력과 재치를 보여주었으니 공부 또한 금방 터득할 수 있을거라는 격려를 듣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오하아몽괄목상대.

왕평도 문맹이라 쓸 줄 아는 글자가 열 글자 정도밖에 없었으나, 전투에서 틀린 판단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반면에 마속은 글도 잘 알고 똑똑하기로 유명했지만, 가정 전투에서 패전의 책임을 지고 처형을 당했다.

3.3. 중국 역사에서

장수는 자기 이름만 쓰면 된다는 말은 항우만인지적의 고사에 나온 말이니, 개념 자체는 수호전보다도 훨씬 오래되어 춘추전국까지 올라간다. 만인지적 문서로.

신분이 천했지만 황제가 된 유방, 주원장도 공부도 해본 적도 없이 천하를 석권하고 한 나라의 창시자가 되었다. 실제로 유방은 육가가 자꾸 시서를 인용하며 자신에게 간언하자, 특유의 욕설과 함께 "이 어르신은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시서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뻐팅겼다가, '전쟁이랑 나라를 다스리는 거랑 같습니까'란 말에 쪽팔려하면서도 수긍한 뒤 육가에게 진나라와 과거 국가들의 멸망 사례에 대해 정리해서 글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곽거병은 황제의 친척이라 어렸을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절대 일자무식은 아니다. 하지만 문무겸비형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말 그대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싸워서 엄청난 전공을 올려 영웅급에 올랐다.

3.4. 잔 다르크

프랑스의 구국영웅 잔 다르크는 곽거병보다도 더한 경우로, 곽거병보다 나이도 어렸고 집안이 한미해서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자신의 정확한 나이와 자기 생일도 몰랐으며, 심지어 글도 몰라서 자기 이름조차 제대로 쓸 줄을 몰랐다. 그러나 이 소녀는 세상에 등장해서 죽기까지 딱 2년 동안의 엄청난 활약으로 멸망 직전의 프랑스를 구해 자타가 인정하는 일세의 구국영웅이 되었으니, 잔 다르크야말로 이 항목에 제일 어울리는 사람일 것이다.

이 항목의 다른 인물들은 잔 다르크보다 나이가 많거나, 오래 살았거나, 적어도 글은 쓸 줄 알았거나, 병법은 익혔거나, 군사 훈련을 받았거나, 집안이 좋아서 학문을 익힐 기회가 있었거나, 자기 스스로 독학을 할 기회와 시간이 있었던 등 잔 다르크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잔 다르크는 정말 저것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없이도 절망에 빠진 조국에서 난데없이 갑툭튀해서 멸망 직전의 조국을 구해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잔 다르크가 무식했던 것은 결코 아니고, 천재적인 지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과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이단심문관의 가혹한 심문에도 굴하지 않고 반박하는 등 무학이었지만 지혜로운 인물이었다.[14] 결국 역할의 차이인데, 잔 다르크나 위의 왕평, 곽거병 등은 전쟁 지휘관이었으므로 제한된 역할을 필요한 역량을 뛰어난 머리, 임기응변과 현장 경험 등으로 습득해 수행하는게 가능했다. 그러나 지도자 역할을 하려면 그 외에 신경쓸 것이 많으므로 행정 업무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을 전혀 습득하지 않고 지속하는 건 힘들다.

3.5. 기타 현실에서

고려소드마스터로 유명한 맹장 척준경도 글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척준경은 마침 이 드라마 짤방의 시대배경과 같은 시대에서 살았다.

현대에서는 예체능 계열의 특기자들이 대체로 학업에 소홀한 편이 많다. 각 종목 협회에서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권장한다지만 고된 훈련 탓에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경우가 흔하다.[15]

3.6. 창작물에서

서브컬쳐에 나오는 열혈 속성(근육뇌 등)을 가진 캐릭터들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거대로봇물 애니메이션에선 개그적인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서 좀 심할 정도로 주인공을 바보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4. 이 표현이 안 어울리는 인물들

문무겸비를 이루어내어 뛰어난 무술 실력에 더하여 지식과 교양까지 갖춘 인물들이다.

사실 항우는 어린시절에 글공부와 검술, 병법을 배우다가 중간에 때려치웠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귀족 출신에 걸맞은 정도의 교양은 갖추고 있어서, 노래, 에 능했고, 병법을 쓰는 것도 한신 정도가 아니면 당대에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천신 급의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문무겸비의 초 엘리트. 하지만 정치적인 능력은 형편없기 그지 없다는 약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그 자신이 극악무도한 학살자인 것이다. 결국 항우는 그 자신의 잔혹함으로 인해 인망과 민심을 잃었고, 이것이 떨어지고 떨어지다 진짜로 공부 같은 건 하지도 않았던 한나라 유방[16]에게 패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삼국지의 여포도 항우처럼 싸움만 잘하지 무식한 놈이라는 타이틀로 오해하지만 문관 업무를 맡았고 처형직전 조조에게 고사를 읇을 정도로 기본적인 학식은 갖추었는데 문제는 주인을 배신하고 정치력이나 통솔력이 전무하고 배신을 밥먹듯이 하여 그를 신뢰하는 군웅도 없고 동맹 세력도 전무하여 고립당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에는 공부를 안 하는 한량이었다가 늦은 나이에 뜻을 품어 문과 급제를 하고 끝내 임진왜란 당시 이치 전투행주 대첩에서 승리를 일궈낸 권율 등이 있다. 그리고 진주 대첩의 영웅 김시민도 몸집도 크고 도량이 넓었으나 힘이 강한 것만 믿고 공부는 좀 덜 하면서 목소리만 크게 냈다는 식으로 묘사되곤 한다.

5. 관련 문서



[1] 양정견의 120회본 충의수호전서를 원서로 한 올재 클래식스 수호전의 내용을 참조함.[2] 완소이, 완소오, 완소칠.[3] 상기 인용한 영상의 자막 내용을 그대로 옮김. 소설과 비교할 때 압운의 위치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4] 詩는 거의 대부분이 시경을 가리키고, 書는 편지글이라는 뜻도 간혹 있다.[5] 사서삼경의 대표적인 책인 "논어", "맹자"가 춘추·전국시대에 쓰여졌다면, 시경과 서경은 최소 주나라(기원전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6] 일반적으로 한문 문법은 사서부터 정립된 것으로 본다. 특히 《맹자》의 경우 문법도 분명하고 생략도 비교적 적어서 공부용으로 가장 좋다.[7] 그래서 문관이 아닌 기술 관료들에게는 시경, 서경 등은 과거시험 과목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8] 중국어에서 일반적으로 '공부'를 뜻하는 단어가 读书/讀書, 즉 '독서'이다.[9] 당시 수능(6차 교육과정 하의 수능)에서는 계열을 구분하였으며 문·이과를 불문하고 사·과탐을 둘 다 풀어야 했다. 따라서 이런 표현이 쓰일 수 있었던 것이다.[10] 실제로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는 이(문)과에서 사(과)탐을 미반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심지어 서울대학교도 미반영이였다!) 이(문)과의 사(과)탐 버리기는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다.[11] 고등학교 입학 시기 기준으로는 2002년 이후 고등학교 입학자, 대학 학번 기준으로는 05학번 이후.[12] 7차 교육과정 이후 문/이과 구분은 비공식적인 구분이며, 공식적인 문/이과 구분은 6차가 끝.[13] 서양에서는 보통 이러한 영웅의 인물상의 대표격으로 로빈 후드가 인용되곤 한다.[14]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재판에서 "그대는 그대가 신의 은총을 받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건 함정이었는데, 그렇다고 해 버리면 성직자가 아니고서는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없다는 가톨릭의 교리와 어긋나므로 마녀로 몰 수 있고, 아니라고 한다면 확신도 못 하는 주제에 지금까지 한 일들은 뭐냐고 몰아세울 수 있었기 때문. 잔은 이를 간파하고 잘 모르겠지만 은총을 받았으면 한다는 식으로 돌려 대답하여 두 경우를 모두 피했다.[15] 이는 운동부였다가 부상 등의 사유로 그만두는 이들이 한동안 기초학력 부실로 삽질하는 원인이 된다.[16] 장량의 일화에서 유방이 병법을 배운 적이 없었음에도 장량의 가르침을 속속들이 흡수했다든지, 숙손통에게 유방의 기호에 맞게 간추려진 예법을 배우는 등 학구열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역이기를 맞이할 때 유학자들을 천시한다고 알려졌다거나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소하나 조참 외에는 초창기 인연들이 대부분 임협으로 구성된 것 등의 기록을 볼 때 당대 학자들의 입장에서 유방은 학식 있는 자들을 멀리하고 교양을 갖추는 것을 꺼리는 성향으로 받아들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