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 |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373a3c,#dddddd> 장르 | 슈퍼히어로, 풍자 |
저자 | 박민규 |
출판사 | 문학동네 |
최초 발행 | 2003년 06월 20일 |
쪽수 | 187쪽 |
ISBN | 97889828167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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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국의 장편소설. 박민규 작가의 데뷔작이자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이다.이름과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를 주제로 다루기 때문에 얼핏 보면 판타지 소설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순문학이며 동시에 풍자소설이다.
2. 상세
히어로[1]들과 주인공인 바나나맨[2]의 대비 및 대화와 상황을 통하여 패권주의에 대하여 위트 있고 냉소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일례로 "그래, 힘! 힘은 곧 '정의'와 같은 것이란다. 소련의 가장 나쁜 점이 무엇인지 아니? 더럽고 추잡한 빨갱이들의 사상? 아니, 그것은 두 번째에 불과해. 뭐니뭐니해도 가장 용서할 수가 없는 건 나와 맞먹는 힘을 가지려 드는 것이란다." 라는 대화가 소설 중에 나온다. 이런 식으로 히어로들로 대체되어 상징 및 표현되는 패권주의에 대하여서 우회적이며 냉소적으로 사용하여서 전개하고 있다.문학의 특징상 여러가지 의미가 많이 내포되어 있으며, 주로 미국의 탐욕, 일방주의, 패권주의, 자본주의, 인종차별 및 백인우월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슈퍼맨은 주인공과 함께 그레나다를 돌아보면서[3] 공산주의자들을 '썩은 사과'라고 지칭하며 '정의'를 위해 싸워 무찔러서라도 지구를 '썩은 사과'가 없는 사과상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배트맨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국의 통치자들에게 '마운틴'이라고 불리는 후배위를 하며, 만약 후세인이나 수카르노처럼 거부하면 '투페이스'로 분류하여 슈퍼맨을 통해 무찌른다. 또한 '정의'를 의심하는 시민들을 '리들러'라고 분류하며, 독립운동가, 민족주의자, 환경운동가를 '포이즌 아이비'로 지칭한다. 이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를 풍자한 것이다.
또한 슈퍼맨은 주인공더러 미국인도, 백인도 아니기에 영웅이 될 자격이 없다고 일축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주인공에게 '바나나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데, 그 이유는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얗다는 인종차별적인 이유다. 이외에도 작중에서는 종종 미국의 인종주의를 풍자한다.
전체적으로 자기 성찰/자아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한국 소설과는 다르게 읽기 쉬운 순문학이지만, 물론 어디까지나 순문학에서의 얘기지 양판소를 읽다가 이걸 읽으려면 머리 빠개질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3. 등장인물
소설이 워낙 옛날에 나온 작품이라서 지금 통용되는 표기와 조금 다르다. 예컨대 브루스 웨인은 부르스 웨인, 크립톤은 클립톤으로 나온다. 여기서는 소설에서 나온 표기를 따랐다. 왼쪽은 본명, 오른쪽이 히어로명이다.- 나/바나나맨
주인공. 본래 지진아 초등학생이었는데, 친구와 같이 플레이보이 잡지를 보다가 담임에게 들켜버린다. 이러다가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놀림받을까 두려웠던 '나'는 슈퍼맨 흉내를 내면서 빌딩에서 뛰어내렸다가 죽은 것처럼 하려고 슈퍼맨처럼 꾸미며 빌딩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진짜 슈퍼맨이 나타나 '나'를 '정의의 본부(Hall of Justice)'로 데려온다.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 '나'는 영웅들을 동경하며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데, 슈퍼맨은 백인도 미국인도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한다. 그러다가 히어로들이 회의를 열어 '나'를 새 히어로로 영입하는 데 동의하고, '바나나맨(Banana-M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이후 히어로가 되는 훈련을 거쳐[4] 미국 시민권을 받고 히어로 '바나나맨'이 된다.
결말에 이르러 배트맨에게 마운틴 당했다면서 화가 나 진실을 폭로하는 로빈의 언급에 따르면, 그는 첫번째 바나나맨이 아니었다. 이미 이전에도 일본인 포함 바나나맨은 있었다. 주인공은 그저 슈퍼맨에게 구조된 후 다양성을 위한 차원에서 포섭되었을 뿐이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런 서한편지를 보내면 안됐었다는 슈퍼맨과 재회하고는, 건물 옥상에서 그에게 율무차를 권하지만 너나 마셔라는 핀잔도 듣다가 나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 뒤 슈퍼맨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설은 끝맺는다.
- 클라크 켄트/슈퍼맨
클립톤 혹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미국의 히어로 팀 '슈퍼특공대(Super Friend's Archive)'의 리더. 슈퍼맨 복장을 하고 빌딩에서 뛰어내린 '나'를 구해서 정의의 본부로 데려온다.
- 부르스 웨인/배트맨
재벌 출신 히어로. 주요 임무는 연설장이나 각국 지도자를 상대로 '마운틴'이라고 불리는 후배위(...)를 하는 것이고, 목표는 전 세계를 상대로 '마운틴'을 하는 것이다. 배트맨이 슈퍼맨의 후임이 된 이유는 냉전 이후 세계가 자본주의 시대를 맞았기 때문.
- 로빈
배트맨의 사이드킥. 주로 배트맨의 '마운틴' 상대가 되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배트맨의 호출이 있던 어느 날 도망치고 만다.
- 더이애나/원더우먼
파라다이스 섬의 공주.
- 아쿠아맨
바다의 영웅. 전 세계의 자유경제의 무역과 협상을 통제하기 위해 의식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복제인간으로 홛동하고 있다. '나', 브루스 배너와 함께 휴가를 갔다가 쓰나미에 휘말려 죽는다.
- 그레이스 헤일리
바나나맨을 창조한 DC 코믹스의 크리에이터.
- 빌런
둠스데이, 렉스 루더, 포이즌 아이비, 펭귄, 리들러, 투페이스 등이 언급된다. 주로 제3세계 독립운동가와 민족주의자,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 및 환경운동가, 사담 후세인이나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미국에 복종하지 않는 지도자 등 전반적으로 미국의 적을 상징한다.
4. 표절?
이 소설에서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 나온다지만, 이것들이 표절에 포함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이 소설을 표절이라고 보기에는 이 글 자체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모순과 역설을 빗대어 이용하기 위해, 미국의 히어로물을 차용하여서 썼기 때문이다. 즉, 어떤 현상에 대하여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상징하는 '힘 있는 존재'인 히어로물의 이미지를 빗대었기 때문에 표절이라 볼 근거는 미약하다. 오히려 기존 히어로들에 대한 안티적인 패러디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 듯. 글 안에서 사용되는 기존의 히어로들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우회적으로 그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그렇다고는 해도 저작권을 받았다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으며 패러디를 한다고 해도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5] 대인배(?)스러움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DC 코믹스가 고소한다면 아마 박민규는 이 책으로 번 돈을 모두 뜯길지도 모른다. 아니, 그정도면 다행이고 오히려 번 돈의 수십 배를 내야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저작권은 엄하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DC 코믹스는 이 소설의 존재도 모를 테니 상관없겠지만.
이 소설이 나올 당시만 해도 국내에 DC 코믹스나 마블 코믹스의 그래픽 노블이 정식으로 소개되기 전이라 이런 캐릭터 비틀기가 나름 새롭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정작 원작인 코믹스에서도 이미 캐릭터들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해석이 시도되어 왔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 있는 작품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참신하다고는 보기 힘들다. 당장 1987년작인 다크 나이트 리턴즈만 봐도 캐릭터 비틀기나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가 훨씬 더하다. 거기에 반미 풍조가 심하던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서는 이러한 미국 비판이 각종 문화매체에서 흔히 시도되었던 만큼, 20여년이 지난 현재에서는 더더욱 독창적으로 보기 힘들다.
이 작품은 노골적인 패러디에 그쳤을 뿐이지만, 작가의 대표작인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실제 표절로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박민규(소설가) 문서 참조.
5. 기타
- 소설의 직접적인 모티브는 미국 애니메이션 슈퍼 특공대. 작중에서도 슈퍼특공대가 자주 언급되며 몇몇 장의 제목은 슈퍼특공대의 주제가 가사에서 따 왔다.
- 주로 DC 코믹스의 히어로만 나오지만 캡틴 아메리카나 헐크 같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도 언급된다. 마블 히어로 중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 고심하던 중 주인공 바나나맨이 캡틴 아메리카는 어떠냐고 묻자 아쿠아맨이 '그 친구는 해병전우회 같아서 밥맛이다'라고 대답하는데, 영화 덕분에 2010년대 이후 엄청나게 오른 캡틴 아메리카의 위상을 생각하면 격세지감.
[1] 힘, 백인, 미국을 대체로 상징.[2]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이면성, 동양인, 힘없는 나약한 존재를 상징.[3]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을 풍자한 것이다.[4] 배트맨이 제안한 '신체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신체개발에 힘쓰고, 슈퍼맨의 조언에 따라 남미에 설립된 미국의 군사학교 'School of America'에 입학하여 군사훈련을 받고, 닥터 월슨으로부터 영웅들이 알아야 할 철학과 과학의 사고체계를 습득하고, DC 코믹스 크리에이터들이 지시하는 대로 바나나맨 취해야 할 포즈 등을 마스터했다.[5] 사실 설정만 가져왔을 뿐 캐릭터성은 일치하는 게 거의 없다. 입으로는 정의를 말하면서 미국의 적을 때려잡는 깡패 슈퍼맨이나 후배위를 하는 탐욕스러운 자본가 배트맨, 복제인간 아쿠아맨 등등. 미국 히어로 만화를 즐겨보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크게 낭패를 볼 수가 있다.